[사설] 공사 넘기라고 공무원이 협박? 안산시 이상한 행정

경찰이 안산시 공무원과 민간 공사 업체 관계자를 검찰에 송치했다. 공무원에게 적용된 혐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및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방조다. 업체 관계자는 건설산업 기본법 위반 혐의 등이다. 이들의 혐의는 생존수영장 공사 관련이다. 에어돔, 관리동, 수영장, 파도풀 등이 갖춰진 안산시 사동의 시설이다. 195억원의 많은 혈세가 투입됐다. 구상 단계부터 전국 최초의 생존수영장 건립이라며 큰 기대를 받았었다. 경찰은 구체적인 혐의에 대해서 발표하지 않았다. 그 대신 앞서 한 업체가 경찰에 제출한 고소장 내용이 알려져 있다. 주된 고소 혐의는 공무원의 공사 포기 종용과 특정 업체 하청 유도다. 업체는 전자입찰 방식으로 선정됐다. 의혹을 제기한 것은 수영장 조성 공사에 낙찰된 업체다. 담당 공무원이 공사 포기를 강요했다는 정황이 담겨 있다.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 “다른 업체에 주고 싶으니 공사를 포기하라”는 내용이다. 공사는 결국 공무원이 지목한 업체로 넘어갔다. 원청자는 계약금의 일부를 이익금 명분으로 받았다. 고소인은 “명의만 내 회사였고 공사는 (공무원이 지명한) 회사가 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공무원은 “그렇게 처리한 적이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조사를 벌인 경찰이 공무원과 업자를 검찰에 송치했다. 상당 부분 사실이 확인된 것으로 보인다. 황당한 행정이 개입된 공사는 부실로 이어졌고 폭설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 11월27일 에어돔 중앙부가 침하됐고, 에어돔 막재가 찢어졌다. 에어돔 내구 기준은 강수량 50㎝, 폭풍 시 내부 압력 80~100mmAq(최대 120mmAq)다. 당시 적설량은 43㎝였다. 당초 건축설계 제안 공모의 과업지시서에는 융설시스템 설치를 반영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실행 과정에서 무시된 사실이 확인됐다. 전국 최초라는 기대로 시작한 안산 생존수영장이 공무원·업자 입건, 부실시공과 시설 피해로 이어졌다. 흐름이 황당한 만큼 의문도 남았다. 수십억~수백억원에 달하는 대형 공사다. 업계에 지켜보는 눈이 많은 사업이었다. 그런 사업에 공무원이 버젓이 개입했다. 특정 업체에 주라며 회유와 협박까지 했다. 당연히 그럴만한 동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부분이 명확히 설명되지 않고 있다. 금품이 대가였는지, 또 다른 지시가 있었는지도 알려진 바 없다. 검찰의 보완 수사에서 밝혀내야 할 부분이다. 아무래도 이게 끝이 아닌 것 같다.

[사설] 경영인 구속에 발목, 52시간 규제에 발목

경기도는 반도체 산업의 중심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본산이다. 지역 생산성의 비중도 압도적이다. 이런 경기도가 접한 실망스러운 소식이다. 반도체 특별법이 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핵심은 ‘주 52시간 근로제’의 예외 문제다. 여당은 예외조항을 특별법에 담자고 요구했다. 업계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야당은 세제 지원 등을 우선 통과시키자고 했다. 근로시간 예외가 다른 분야로 확대될 수 있음을 경계했다. 결국 진통 끝에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추후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야의 이견이 좁혀질지는 알 수 없다.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가 시작됐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민주당을 비난했다. “(엔비디아와 TSMC 등) 경쟁국이 밤낮으로 뛰고 있는데 우리만 주 52시간제에 묶여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겨냥했다. “불과 2주일 만에 (유연성 확보 입장을) 바꿨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의원도 “이재명의 경제 정책은 씹다가 버리는 껌인가”라며 비난했다. 뛰겠다는 연구원들의 뒷다리는 잡지 말라고도 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직접 반박에 나섰다. 특별법에서 중요한 것은 지원 조항이라고 밝혔다. “여야가 모두 합의했다”며 우선 처리를 주장했다. 국민의힘 주장을 ‘무책임한 몽니’로 규정했다. 계엄으로 국가 경제를 망쳤다고도 했다. 여야의 논리에는 공통점이 있다. 반도체를 빌미 삼은 정치 공세다. ‘근로시간’과 ‘세제 지원’의 방점을 서로 달리 찍고 있다. 한쪽을 편들 이유가 없다. 다시 한번 업계의 목소리를 전한다. 지난해 11월의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입장이다. 정부에 대한 건의 형식으로 제시됐다. 신속한 기술 개발과 생산력 확보가 시급하다고 했다. 반도체 산업 내 설계 기업, 제조 기업, 소부장 기업 등의 업무 특성상 획일화된 근로시간 규제에 묶여 있으면 안 된다고 했다. 생산 분야도 수출 변동에 따른 근로 유연성이 절실하다고 했다. 업계 요구가 ‘52시간 예외 적용’에 있음이 틀림없다. 안 그래도 대한민국 반도체는 내부에서 휘둘리고 있다. 얼마 전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무죄’가 있었다. 10년간 19개 혐의로 수사하고 재판했다. 1,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국민적 비난이 빗발쳤다. 그런데도 상고했다. 여전히 반도체 책임자를 재판에 묶어 놨다. 미국, 유럽, 일본, 중국의 반도체 지원책이 남의 얘기다. 사법과 정치가 반도체 발목을 잡고 있는 우리다. 이쯤 되면 망하지 않는 게 용하지 않나. 특별법은 통과돼야 한다. 각종 지원 정책도 포함시켜라. 주 52시간 제외도 포함시켜라. 그런 특별법이라야 반도체가 회생한다.

[사설] 김포 차량기지, 공론화 기본은 투명한 정보 공유다

서울 2호선 김포 연장이 추진되고 있다. 경기 김포시와 서울 양천구가 주관 지자체다. 지난해 3월 협약을 맺었고 공동 용역을 추진했다. 지난해 말 최적안을 도출해 경기도와 서울시에 제출했다. 5년마다 제5차 대도시권 광역교통시행계획(2026~2030년)을 수립한다. 이에 반영을 위해서다. 여기서 김포시민의 관심이 집중된 것은 차량기지 입지다. 주변 생활권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공식적인 발표가 없는 상태다. 김포시는 현실적으로 차량기지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김포시가 설명하는 이유는 이렇다. -노선이나 차량기지에 대해 검토해서 경기도에 제출했다. 절차상 철도 사업은 경기도가 실질적인 주관 기관이다. 대광위를 거쳐야 한다.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원안이) 수정될 수도 있다. 노선이나 사업의 현황에 대해 언급을 할 수 없다-. 분명히 타당성이 있다. 문제는 관련 정보가 양천구에서는 파다하게 돌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의 차량기지는 현 목동차량기지다. 이 기지의 이전이 2호선 신정지선 김포 연장의 조건이다. 양천구 주민들 사이에는 김포시 고촌읍 신곡리 부지가 기지 이전 부지로 특정되고 있다. 현 부지에는 고밀개발을 통해 고층 건물이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향후 계획까지 나돈다. 양천구 주민들 사이에는 이미 주지의 사실이 된 지 오래다. 사정이 이렇자 김포시의회에서 차량기지 이전 예상 부지를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서울지하철 연장 사업에는 매번 차량기지 이전 문제가 따른다. 차량기지를 외곽 지대로 이전한다는 조건을 서울시가 늘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김포에는 골드라인, 5호선 차량기지 등이 이미 산재해 있다. 시민들에게는 ‘김포=차량기지 도시’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차량 기지 이전 공론화를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2호선 연장 과정에서 공론화는 이전 부지 확정 뒤로 밀려 있다. 무엇보다 이번에는 양천구와의 정보 불공정 문제가 겹쳐 있다. 김포시는 보안으로 감춘 기지 이전 부지가 다른 쪽에서는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그리고 그 정보 출발지가 또 다른 사업 주체인 양천구인 것으로 지목된다. ‘양천구청장이 신년 인사회에서 발표했다’는 얘기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개할 수 없음을 양해 바란다”는 김포시 입장이 양해 되겠는가. 또 입지 확정 뒤에 하겠다는 공론화가 무슨 의미가 있을지도 따져볼 일 아닌가. 혐오시설, 기피시설 등을 다루는 행정은 언제나 어렵다. 그렇지만 모범적으로 성공한 공론화의 사례도 얼마든지 있다. 이 경우 핵심은 투명한 정보 공개와 진솔한 주민과의 협의였다. 김포시의 철도 행정이 고민을 해야 할 대목이다.

[사설] 이재명 실천 없는 우클릭, 국민의힘 논리 없는 비난

‘이재명 우클릭’이 연일 화두에 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 대표의 정책 변신이다. 15일에는 ‘상속세 면세 18억원’을 주장하고 나섰다. 중산층에 가장 관심 있는 주제인 상속세 기준을 언급했다. 페이스북에 ‘민주당 안’이라며 적었다. “일괄 공제 5억원, 배우자 공제 5억원을 각 8억원과 10억원으로 증액(18억원까지 면세). 수도권의 대다수 중산층이 집 팔지 않고 상속 가능”, “초고액 자산가 상속세율 인하는 빼고”라고도 썼다. 표현에 정책적 타깃이 선명하다. ‘수도권’에 살고 있는 ‘중산층’이다. 주택을 대하는 중산층의 정서도 자극하고 있다. “세금 때문에 집 팔고 떠나지 않고 가족의 정이 서린 그 집에 머물러 살 수 있게 하겠다.” 전날 상속세 공제 현실화를 위한 토론회가 있었다. 거기서도 “중산층에서는 집 한 채 상속세 부담을 우려한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10억~18억원은 중산층이 집중적으로 포진한 자산 구간이다. 많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주제다. 국민의힘이 ‘가짜 우클릭’으로 맹공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발언의 적·부당성 여부에 대한 논쟁을 떠나 댓글부터 보라”고 밝혔다. “‘믿을 수가 있어야지’, ‘내일은 또 뭐라고 말을 바꾸려나’, 이 대표에 대한 국민의 실시간 반응”이라고 지적했다. 주 52시간 예외 수용,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 철회, 기본사회 위원장직 사퇴 등을 시사했지만 현실화된 것은 하나도 없다고 비판했다. ‘댓글’로 이 대표 우클릭 행보를 비난하는 성명이다. 사실 ‘이재명 우클릭’은 혼란스럽다. 주 52시간은 문재인의 정책 유산이다. 전 국민 25만원은 본인의 총선 공약이다. 기본사회 위원장직은 그의 정치적 상징이다. 이 중대한 사안들에 갑작스러운 변화를 꾀했다. ‘예외를 두겠다’, ‘철회할 수 있다’, ‘손 떼겠다’고 했다. 국민에 대한 선언이자 약속이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명확히 된 게 없다. ‘없던 일’이 됐거나 ‘실천 모습’이 없다. 국민의힘에서 ‘거짓 클릭’이라는 비난이 나올 법하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방식도 틀렸다. 집권 여당다운 논리적 반박을 내야 한다. 이번 상속세 개편 방향도 그렇다. 국민의힘도 상속세 개편에 대해 방향을 가지고 있다. 공제한도 완화를 포함해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까지 담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 대표가 “초고액 자산가 상속세율 인하는 빼고”라며 특정한 게 이 부분이다. 그랬으면 당의 기존 논리가 가미된 비판으로 반박했어야 했다. 그래야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 아닌가. 실천 없이 던지는 이재명 우클릭, 그 공세의 목표는 화두 선점일 것이다. 논리 없이 비난하는 국회의힘 대응, 이 반격의 결과는 화두 상실일 것이다. 실제로 상황은 그렇게 가고 있다. ‘25시간’, ‘25만원’, ‘상속세’, ‘정년 연장’.... 이런 화두의 주인은 이재명 대표다. 불과 며칠 새 이렇게 됐다.

[사설] 추락하는 청년고용률, 대책 마련 시급하다

대학들 대부분은 2월 중순 전후에 학위수여식을 거행한다. 짧게는 2년, 길게는 4년에서부터 8년 정도 걸려 대학원까지 마치는 경우도 있다. 그동안 형설의 공을 쌓아 받은 학위증서이기에 당연히 축하를 해야 하고 또 졸업생들은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해 밝은 미래가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최근 졸업식에는 이런 기쁨보다는 우울한 소식이 많아 안타깝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국 혼란이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경제도 초불확실성하에 있어 기업들이 신입직원 채용 규모를 대폭 줄이거나 아예 채용 계획도 세우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해 사회 진출에 부푼 대학졸업생들이 고용 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실업계고등학교 졸업생들도 비슷한 사정이다. 이러한 고용 한파는 지난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고용동향’에도 여실히 반영되고 있다. 이 발표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3만5천명 늘었지만, 청년 취업자는 오히려 21만8천명이나 급감해 2021년 1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청년층 고용률은 44.8%로 1.5%포인트나 떨어졌으며 이는 지난해 5월 이후 9개월째 하락하고 있다. 특히 건설업에서는 2013년 집계 시작 이후 가장 큰 폭인 16만9천명이 감소해 더욱 청년고용의 한파가 심하다. 이는 기업들이 수시로 경력직 위주로 직원을 뽑아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신규 채용이 줄어든 탓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경기가 하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비경제활동인구 중 ‘그냥 쉬고 있다’는 청년층은 43만4천명으로 1년 전보다 3만명 증가했다. 이들이 직장을 구하지 못해 구직을 포기할 경우 구직단념자가 돼 사회적 불안 요소가 된다. 청년 고용 문제는 단순히 청년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미래 발전과 깊이 연관돼 있다. 즉, 청년의 미래가 한국 사회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정치권은 청년 고용 한파 타개책 등 민생 문제는 제쳐두고 극단적 대립 속에 정쟁만 하고 있으니 과연 청년들이 한국 사회에 대한 희망을 갖고 있겠는가. 청년 고용 한파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 해법은 기업의 투자 의욕을 고취시켜 경제 활력을 제고함으로써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정치권은 임금체계의 개편, 노동시장의 유연화, 주 52시간 근무제의 완화 등을 통해 경제 살리기 입법을 마련해야 된다. 단기적으로 오는 20일 개최될 예정인 여야정국 정협의회에서 추경을 통해서라도 청년 고용을 증대시킬 수 있는 대책을 논의하기 바란다.

[사설] 멈춰선 남한산성 폭설 복구, 행정이 있긴 한가

이번 겨울 남한산성은 두 번의 재해를 겪었다. 첫 재해는 폭설로 인한 소나무 훼손이다. 지난해 11월27일 46.9㎝의 폭설이 내렸다. 대량의 습기를 머금은 눈의 무게로 피해가 컸다. 경기 남부권 농축산 농가 피해를 언론이 조명했다. 그때 남한산성 주변 소나무 150여 그루도 초토화됐다. 가지가 부러지거나 통째로 넘어갔다. 유동 인구가 많은 1코스 3.8㎞ 구간 피해가 특히 컸다. 흉할 뿐더러 위험천만하다. 이 구간에는 지역주민의 역사가 있다. 일제강점기 전쟁물자 등으로 소나무가 잘려 나갔다. 보다 못한 주민들이 1927년 ‘남한산 금림조합’을 만들었다. 돈을 모아 소나무를 심고 도벌을 막았다. 이렇게 조성된 100년 이상 소나무들이 무더기로 부러진 것이다. 그중에는 수어장대(守禦將臺) 옆 소나무도 있다. 수령 200년 넘는 명물로 관광객의 사랑을 받던 나무다. 관리 되지 않은 소나무에 피해가 집중됐다. 두 번째 재해는 복구 작업 중 사망 사고다. 훼손된 나무를 벌목하던 60대 남성이 나무에 깔려 숨졌다. 남한산성 세계문화유산센터 소속 기간제 근로자다. 사고가 난 것은 12월17일 오전이다.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고 있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됐고 노동부가 작업중지명령을 내렸다. 이때부터 남한산성 일대의 복구 작업이 중단됐다. 부러진 소나무 잔해가 두 달 넘게 위험천만하게 방치돼 있다. 작업중지명령이 해제되기까지 소요 기간은 평균 40.5일이다. 해제를 위해 공사 주체 측이 해야 할 조치가 있다. 전반적인 유해·위험요인을 제거하고 안전·보건 환경 개선을 증명해야 한다. 여기에 근로자의 의견서를 받아 해제신청서를 접수해야 한다. 노동부가 이를 근거로 위원회를 열고 해제를 결정한다. 남한산성은 근로자 작업으로부터 60일이 다 돼 간다. 하지만 현장 작업은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 보다 못한 지역 정치인들이 나섰다. 성남, 하남, 광주 지역 도의원 7명의 성명이다. 남한산성 폭설 피해의 조속한 복구를 촉구했다. 여기의 핵심도 작업중지명령해제를 위한 노력 촉구다. ‘작업중지명령 해제를 위한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행정기관이 해제 노력을 소홀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흉물스러운 외관은 차라리 봐 넘긴다고 치자. 나뒹굴거나 매달린 가지는 보기에도 아슬아슬하다. 당초 피해도 관리 소홀의 책임이 있다. 관리된 지역과 차이가 확연하다. 이어 복구 현장에서 안전 사망 사고까지 났다. 여기에 그 작업중지명령 해제 노력조차 시원찮다. 오죽하면 3개 시•도의원들이 들고 일어났겠나. ‘제발 복구에 성의 좀 보이라’고.

[사설] CCTV 교실 설치 논란, 이번에는 결론내자

대전 한 장례식장에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영정 사진에는 있어선 안 될 앳된 소녀가 있다. 교사에 의해 참변을 당한 김하늘양(8)의 마지막이다. 충격이 큰 만큼 재발 방지를 위한 의견도 쏟아져 나온다. 그 중 하나가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다. 김양이 다녔던 학교에도 CCTV는 있었다. 하지만 범행이 벌어진 2층 복도, 돌봄교실, 시청각실에는 없었다. 지금 제기되는 CCTV 설치 장소는 바로 이런 내부 시설과 교실 등이다. CCTV는 범죄 증명 기능과 범죄 예방 기능을 함께 갖고 있다. 범죄를 사후에 증명하는 역할을 한다. 동시에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는 역할도 있다. 김양 사건에도 이런 안타까움이 있다. 가해자인 교사가 CCTV가 없는 공간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모든 공간이 채증되고 있었다면 범죄에 돌입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런 의미에서 CCTV 설치 확대 주장은 충분히 논의 가능한 대안이고 주제다. 중요한 건 이 문제가 특정 시기의 여론에 따라 좌우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2023년은 교권 회복이 여론을 이끈 때였다. 그해 7월18일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사망했다. 학교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었다. 언론 등에서 교권 실추의 사례들이 줄줄이 터져 나왔다. 의정부 한 초등학교 교사 2명 사망 사건, 양천구 한 초등학교의 교사 교권 침해 사건 등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정치권은 일제히 ‘교권 보호’ 쪽으로 쏠렸다. 학생인권조례는 ‘좌파 이념의 산물’로 내몰렸다. CCTV 설치 문제는 2010년 전후부터 논의됐다. 서울시교육청에는 2024년 9월 기준 603개 초등학교가 있다. 설치된 CCTV가 1만5천413개다. 학교 한 곳에 25개꼴이다. 하지만 교실 내부에는 설치돼 있지 않다. 교사와 학생 모두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반발이 컸다. 실제로는 교사들의 반대 목소리가 더 컸다. 앞선 서이초 사건에서 전국의 교사들이 들고일어났다. ‘교권 회복’ 구호 앞에 CCTV는 묻힐 수밖에 없었다. 이번 하늘양 참변은 학생 인권 유린이다. CCTV 문제가 또 전면에 등장했다. 우리는 어떤 결론도 예단하지 않는다. 필요성과 신중론 모두에 공감한다. 그렇다고 양비론을 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번에야말로 논쟁을 끝내기를 권한다. ‘설치하느냐 마느냐’의 일방 선택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일정한 조건과 기준을 정하는 현실적 절충안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여론과 선입견을 버리는 것이다. 서이초의 교권 유린 기억도, 하늘양의 학생 인권 충격도 이 토론에서는 빠져야 한다. 이번만큼은 모두가 수긍할 결론을 내자. 그리고 재론하지 말자.

[사설] 與野 없는 협공, 경기도에 ‘김동연黨’이 없다

경기도의회 국민의힘이 김동연 지사를 공격했다. 김정호 대표의원의 12일 대표의원 연설이다. 김 지사의 잦은 호남 방문을 지적했다. “취임 후 벌써 14번째다. 이쯤 되면 호남지사라고 불려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면서 “호남 민심에 그렇게 목매면서 도민 민심은 왜 그리 외면하나. 무의미한 정치 행보를 멈추고 진정으로 도정을 돌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헛된 꿈에 사로잡혀 도정을 파탄시킨다’는 비판도 했다. 경기도의회 야당인 국민의힘이다. 집행부 공격이 새삼스러울 것 없다. 김 지사 견제는 중앙당의 방향이기도 하다. 이날 김 의원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함께 공격했다. 29번의 연쇄 탄핵, 23번의 특검법 발의, 38번의 재의요구권 유도 등 중앙당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했다. 이재명 대표를 김 지사와 싸잡기도 했다. “이재명 전 지사의 뻔뻔함에 김동연 현 지사의 무능이 더해졌다”며 “바로 사퇴하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연설이 하루 전 있었다. 김 지사가 속한 더불어민주당이다. ‘김동연 집행부’로 엮인 경기도 여당이다. 이런 민주당의 최종현 대표의원의 연설인데 의외다. “도정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각별히 살펴야 한다”고 했다. “1천410만 경기도민을 챙기고 있는 경기도지사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도 했다. “호소한다”, “당부한다” 등의 완곡한 표현은 있었다. 하지만 방점은 ‘도정 챙기라’로 모아졌다. 경기도에서 현직 지사의 대권 행보는 늘 있었다. 김문수 지사(민선 4·5기)는 장기 휴가를 내고 당내 경선에 참여했다. 남경필 지사(민선 6기)도 경선으로 자리를 비웠다. 이재명 지사(민선 7기)의 임기 말도 대권에 섞였다. 그때마다 도정 소홀 비난과 도민 피해 우려가 제기됐다. 이런 공격에는 일정한 구획이 있었다. 상대 정당 또는 노선이 다른 시민단체가 선창했다. 그러면 지역언론 사설이 거드는 정도였다. 이번은 특이하다. 비난의 한 축이 민주당이다. 당의 얼굴인 대표의원이, 본회의 대표 연설에서 밝혔다. 사실 이 배경을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다. 김 지사의 대권 행보는 현실적으로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다. 법카 유용 지적, 기본소득 이견, 재난지원금 반박 등의 전력이 있다. 이번 설을 전후해서는 한층 자극적 발언을 쏟아냈다. 여론조사검증위원회 비판, 선거법 2심 당선 무효형 영향 등 수위가 높았다. SNS 여론에서는 양면이 있다. ‘배신자’, ‘유일 대안’ 논쟁이다. 그러나 도의회로 보면 다르다. 2022년 지방선거의 축은 이재명 대표였다. 민주당 도의원 상당수가 이 대표와 연을 갖고 있다. 민주당 대표의 김 지사 공격이 그런 증명이다. 새삼 김 지사가 느끼고 인정해야 할 현실이다. 경기도의회에는 ‘김동연당’이 없다. 경기도의회가 대권으로 가는 고비일 수 있다. 때로는 전 국회의원보다 현 도의원이 중요할 수도 있다.

[사설] 질환 교원 범죄에서 학생·교사 지킬 시스템이 없다

끔찍하고 안타까운 사건이다. 초등학교 1학년 여학생이 흉기에 피살됐다. 범행 장소는 학생 본인이 다니던 학교였다. 범인은 그 학교에 근무하는 현직 교사였다. 둘은 사건 전까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우울증을 앓고 있던 교사의 묻지마 범죄다. 자해를 시도한 교사는 ‘내가 범행했다’고 자백했다. 끔찍한 범행 현장을 학생의 할머니가 발견했다. 아이를 잃은 가족의 슬픔이 어떻겠나. 모든 국민이 충격에 빠졌다. 대강의 정황은 확인됐다. 교사는 우울증 등 정신적인 문제로 휴직했었다. 지난해 12월 교과 전담 교사로 복직했다. 며칠 전에도 비정상적인 폭력성을 나타냈다. 지난 6일 웅크리고 있는 자신에게 동료 교사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러자 그 교사의 팔을 꺾는 등 난동을 부려 주변에서 말렸다. 학교 측이 시교육청에 대책 마련을 요청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같은 병력을 이유로 또 휴직은 불가능하다는 게 이유였다. 냉철히 보자. 정신질환자 한 명에 의한 예외적 사건인가. 우리 주변에서 발생할 우려는 없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질환 교원은 늘 상존해 있고, 이들을 제어할 방책은 어디에도 없다. 기억나는 2023년 초등학교 교사 사망이 있다. 학생 지도 과정에서 받은 정신적 고통이 이유가 됐다. 같은 어려움을 호소하는 교사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당시 분출된 사회적 분노의 방향은 교권 붕괴였다. 그 이면에서 불거진 현실이 있었다. 일선 교사들의 정신건강이다. 통계가 있다. 2023년 우울증 진료를 받은 초등학교 직원이 9천468명이었다. 1천명당 37.2명으로 2018년 16.4명에서 급증했다. 그해 들어 유독 환자가 늘어났다고 볼 수 없다. 그동안 소홀히했던 ‘교단 스트레스’가 그제야 확인된 것이다. 대부분은 간단히 치료될 수준으로 보인다. 아주 드물게 병증이 심각한 경우가 문제다. 교육 현장에서 배제할 수 있는 절차와 근거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런 역할을 담당할 시스템이 없다. 휴직과 복직 등의 결정이 모두 본인 판단에 맡겨져 있다. 정확한 병증의 고지 의무조차 유명무실하다. 어설픈 제도가 있긴 했다. 2000년대 초반에 등장한 질환교원 심의위원회다. 질환으로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교원을 직권 휴·면직하는 제도다. 하지만 2010년을 전후해 대부분 폐지 또는 통합됐다.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였다. 2020년 이후 일부 광역 교육청에서 부활했다. 여전히 실효성은 없어 보인다. 환자 본인을 강제할 확실한 근거에 이르지 못해서다. 이런 사각지대에서 빚어진 참변이다. 참으로 어이없는 사건 아닌가. 동료 교사의 팔을 비틀어 모두가 뜯어 말렸다. 그런 상태의 환자가 학교를 계속 돌아다녔다. 끝내 8세 어린 학생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아무 제재 없이 학교를 활보했던 나흘간의 범죄 시간이었다.

[사설] 유시민의 ‘2등 김동연’ 혹평, 본인 대망론 띄우나

유시민 작가의 김동연 경기지사 평가가 혹독하다. 지난 5일 한 유튜브에서 밝힌 논평이다. “이분(김동연)은 그냥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서 지사 된 사람”이라고 했다. ‘단일화감도 아닌데’ 들어와 공천받아 경기도지사 된 것이라고도 했다. 이 대표 지지자들이 밀어줘 ‘겨우겨우 이긴 것’이라는 표현도 썼다. 그러면서 “저렇게 사법리스크 운운하는 것은 배은망덕한 것”이라고 했다. 정치인에 치명적인 ‘배신자 프레임’ 씌우기다. 다른 잠룡에 대한 평가도 있었다. 김부겸 전 총리에 대해서는 “역량 넘는 자리를 이미 하셨다”며 “책 많이 읽으시라”고 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에 대해서는 “착한 2등이 되는 전략을 써야 한다”며 “최근에 그 기회를 반 넘게 상실했다”고 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에 대해서는 “지지층에게 가위표가 났다”며 “다른 직업을 모색해 보는 게 좋다”고 했다. 평가가 하나같이 부정적이긴 하지만 김 지사 평에서 유독 가혹하다. 김 지사를 혹평한 이유가 뭘까.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김 지사 싹수 자르기다. 현재 야권에서 대선 후보는 이재명 대표 독주다. 이와 한참 거리를 두고 잠룡들이 있다. 이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면 다른 잠룡의 의미는 없다. 문제는 사법리스크 현실화로 출마가 어렵게 되는 경우다. 그 구도에서는 김동연 지사가 앞 쪽에 위치해 있다. 여기에 충청 출신이라는 지역적 기대치도 있다. 이런 ‘가능성’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또 다른 이유도 거론된다. ‘이재명 지분 넘겨받기’다. ‘김동연 도정’이 ‘이재명 도정’과 자주 부딪혔다. 그때마다 이재명 지지자들이 거칠게 공격했다. 공격 논리가 바로 ‘배신자 프레임’이다. “이재명 덕에 도지사 됐는데 배은망덕하다”는 유 작가의 표현이 그 논리 그대로다. 이재명 지지자들의 분노를 시원하게 대변하려는 유 작가의 셈법이 어른거린다. 여기에 김 지사는 당내 지분도 없다. 밀어붙이기 쉬워 보였을 수도 있다. 유 작가 출마설이 있다. 지난해 11월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1심 판결이 있었다. 당선무효형이 나왔다. 그 즈음 정치권에 나돈 찌라시가 있다. 이해찬 등 원로 그룹에서 구상하고 있다는 차선책설(說)이다. 유 작가의 이름이 거기 등장한다. ‘유시민을 대안으로 대선을 치르고 이재명 대표를 사면해 차차기를 준비한다’는 내용이다. 계엄·탄핵 정국이 시작되면서 사라졌는데 유 작가의 ‘잠룡 평가’로 그 시나리오가 다시 복기됐다. 유 작가의 발언 직후 여론조사가 있다. 리얼미터가 6~7일 조사한 자료다. 범진보 진영 1위는 이재명 대표로 40.8%다. 2위가 김동연 지사로 7.7%다. 김부겸(6.5%)·김경수(4.5%) 등도 의미 있는 지지율을 기록했다(자세한 내용은 선관위 홈페이지에 있다). 유 작가는 ‘이재명 중심’을 강조하며 잠룡들을 공격했다. 하지만 현실은 ‘포스트 이재명’ 논쟁에 되레 판을 깔아준 꼴이 됐다. 그리고 본인 등판설도 거기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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