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맞이 다채로운 행사열려

기독교 최대의 경축일인 성탄절을 맞아 개신교 각 교단과 천주교 교구는 성탄예배를 비롯해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97년과 98년에는 ‘IMF 한파’로 고통받고 있는 이웃이 많은 것을 감안해 조용하고 내실있는 행사가 중심을 이뤘으나 올해는 대망의 새천년을 맞는 만큼 어느해보다 들뜬 분위기 속에 축제 준비에 한창이다. 천주교는 24일 자정 성탄미사에 이어 25일 정오에 각 교구별로 2000년 대희년(大禧年)의 시작을 선포한다. 희년은 50년마다 빚을 탕감하고 노예를 풀어주는 구약시대의 전통에서 비롯된 것으로 로마 교황청은 24일 자정 성탄 대축일부터 2001년 1월 7일 공현 대축일까지를 대희년으로 정했다. 대희년의 개막은 24일 자정미사 직전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베드로성당의 성문(聖門)을 여는 것으로 시작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25일 정오에 전국 15개 교구의 교구장이 각각 주교좌성당에서 개막을 선포한다. 천주교 신자들이 대희년에 전대사(全大赦:모든 죄를 사면받는 것)를 받기 위해서는 고해성사, 순례, 자선활동, 참회 등을 해야 하는데 수원교구는 정좌동 주교좌 성당(수원1지구), 조원동 주교좌 성당(수원2지구), 양지성당(용인지구), 중앙성당(안양1지구), 하우현 성당(안양2지구), 왕림성당(서부지구), 평택성당(평택지구), 구포동 성당(안성지구), 분당요한 성당(성남지구), 광주성당(광주지구), 하안성당(광명지구), 대학동 성당(안산지구), 용문성당(동부지구)등을 전대사를 받을 수 있는 성당으로 지정했다. 개신교계도 24일에 이어 25일 다채로운 행사를 벌이는데 한국기독교총연합회(회장 지덕)는 25일 오후 1시 30분부터 시청앞에서 출발해 종로를 거쳐 대학로까지 ‘99 성탄, 새천년맞이 거리 퍼레이드’를 펼치는 데 이어 오후 3시부터 대학로 특설무대에서 ‘경배와 찬양 큰잔치’를 마련한다. 대형 십자가기를 앞세운 행렬에는 고적대를 선두로 얼음조각, 무용단, 합창단, 산타클로스, 민속의상팀, 핸드벨 연주팀, 눈썰매, 탈 인형팀, 금관 브라스밴드 등이 뒤따르고 아기예수와 마리아, 골고다 십자가 행진, 모세의 기적 등 성서에 등장하는 주요장면도 연출된다. 수원중앙침례교회와 순복음교회를 비롯한 대부분의 교회들도 24일 각종 축하 공연행사를 마련한데 이어 25일에는 성탄예배를 갖는다. 구세군은 24일 자정 서울 명동 한빛은행 앞에서 자선냄비 종료를 알리는 마감예배를 갖고 25일 오전 11시를 전후해 각 영문별로 성탄예배를 개최한다. /박인숙기자 ispark@kgib.co.kr

여주 원향사지 유물 다량 출토

나말여초 대사찰이었던 여주 원향사지(元香寺址) 발굴 조사결과 건물지 11동과 담장지, 암거(暗渠) 등의 유구와 기와·청자·철기·동제품 등 다양한 유물이 다량 출토됐다. 경기문화재단 부설 기전매장문화재연구원(원장 장경호)은 23일 오전11시 여주군 점동면 원부리의 원향사지 발굴조사 현장에서 지도위원회와 현장설명회를 열었는데, 원향사지 발굴조사 결과 고려초의 지방사찰과 기와, 청자연구에 귀중한 자료를 제공하는 건물지와 유물들이 출토됐음이 밝혀졌다. 최근 기전매장문화재연구원장으로 부임한 장경호원장(전 경기도박물관장)은 “새천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1천여년전 생활문화의 일면을 보여주는 자료들이 대거 발굴돼 흥미를 더하고, 당대 최고급의 기와와 자기류가 확인돼 불교미술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의 성과는 무엇보다 문헌에 이름이 전해질 뿐, 그 존재가 알혀지지 않았던 원향사(元香寺)를 발견하게 된 것인데 원향사는 9세기말 선종(禪宗) 계열의 사자산문(獅子山門)과 밀접한 관련을 지녔던 대사찰로 신라 진성여왕과 지방호족들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처음 세워진 시기는 8세기 중반무렵으로 여겨지며 주 사용시기는 10∼12세기 사이인 고려초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12세기 중엽 이후의 유물이 거의 출토되지 않는 점으로 보아 화재 등의 이유로 일시 폐사된 것으로 보고있다. 이번 발굴조사 결과 건물지 형태와 다양한 출토유물을 통해 볼때 상당한 규모와 격식을 갖췄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같은 원향사의 사격(寺格)에 걸맞게 당대(9세기말∼11세기 후반) 최고의 것들로 용문양의 종뉴를 비롯해 동종, 중국의 어문(魚文)청자, 귀면기와, 중국동전(至和元寶) 등이 확인됐다. 특히 50여점의 청자접시가 온전한 형태로 발견돼 고려청자 연구에 귀중한 자료를 제공하게 됐으며 원향사와장승순문(元香寺瓦匠僧順文)이 새겨진 명문기와의 발견은 고대 기와연구에 더없는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원향사지는 중부내륙고속도로 예정구간이어서 도로건설과 관련해 발굴조사를 하게된 것으로 유적을 보전하기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연섭기자 yslee@kgib.co.kr

도내 곳곳 밀레니엄 축제 펼쳐

대희망의 21세기 새천년을 맞이해 시민 대화합을 다짐하는 밀레니엄 축제가 도내 곳곳에서 다채롭게 펼쳐진다. 도를 비롯해 10여개 시군에서 준비중인 행사는 대부분 31일 오후부터 시작돼 다음날 새벽까지 펼쳐져 20세기의 마지막날과 21세기의 첫날을 시민 모두가 함께 맞는 즐거운 축제의 일환으로 짜여져 있다. 먼저 도는 31일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30분까지 5시간30분 동안 파주시 임진각에서 국내·외 주요 내빈을 비롯해 주한외교 사절단, 도내 국회의원, 도·시의원 등 각계 인사와 주민 1만여명을 초청한 가운데 ‘새천년 통일기원제’행사를 갖는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써 겪는 수난과 갈등의 상징인 20세기를 마감하고 새로운 천년을 맞아 통일을 기원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행사는 도립예술단의 ‘새천년 터밝기’를 시작으로 대단원의 막이 오른다. 행사는 새천년 민족의 화합과 도약, 통일을 주제로 다룬 도내 예술단체들의 각종 공연예술과 인기가수들의 화려한 춤과 노래로 꾸며지며 ‘철조망 끊기’등의 퍼포먼스와 함께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씨의 비디오 퍼포먼스 ‘호랑이는 살아있다’가 상영된다. 특히 자정을 기해 평화의 종이 21번 타종되면서 이번 행사의 절정을 이루고 이 행사는 국내 및 세계 87개국에 ‘2000 Today’란 제목으로 3시간동안 생방송될 예정이다. 인천시도 31일 오후 5시부터 송도매립지내 대우 부지에 위치한 야외자동차 극장에서 추억의 명화 상영, 캠프파이어, 풍물패 공연등의 행사를 마련한다. 이어서 밤 10시부터는 인천종합문예회관 대공연장에서 시립무용단과 합창단, 교향악단, 성산어린이합창단의 합동공연이 열리고 이와 때를 같이해 새천년을 맞이하는 자정에는 아암도와 월미도, 수봉공원, 부평 경찰학교 뒷산, 강화 견지산 등 5개 지역에서 오색찬란한 불꽃들이 하늘을 수놓게 된다. 수원시도 31일 오후 7시부터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새천년을 향하여’라는 주제로 코요테, 허니페밀리, NRG 등의 인기가수와 수원시립교향악단 및 합창단, 국악인 전숙희·한병순 등이 출연해 외국의 유명 오페라와 동서양 문화가 만나는 시간을 마련하고 무용협회 수원지부의 선녀춤 공연으로 새천년맞이 카운트다운을 시작한다. 2000년 1월1일 새벽 1시를 기해 팔달산 효원의 종각에서는 제야의 타종 및 봉수거화를 실시하고 화성일원에선 화성 현등이 재현된다. 안양시는 오후 3시부터 시청강당에서 사물놀이, 마술쇼, 장기자랑으로 꾸미는 ‘화합의 한마당 축제’와 오후8시부터 안양문예회관 대강당에서 국악 성악 가요 등의 공연이 한데 어우러지는 ‘밀레니엄 음악대축제’, 밤11시부터 새벽0시30분까지 안양역 광장에서 촛불의식과 레이져쇼, 불꽃놀이 등의 ‘새쳔년 맞이 메인 이벤트’를 펼친다. 안산시는 오후 4시부터 안산화랑유원지에서 새천년에 대한 꿈과 희망, 그리고 화합과 결속을 다짐하는 ‘새천년맞이 시민축제’를 연다. 이날 행사는 주부가요열창, 시민노래자랑, 썰매타기 대회, 안산시 댄스그룹 한마당등의 프로그램으로 준비되었으며 10시30분 부터 시작되는 본행사에는 연예인들과 안산시연합합창단의 공연, 자정을 기한 타종식, 불꽃놀이, 풍선날리기, 행운권추첨등으로 진행된다. 부천시는 오후 8시부터 시청대강당에서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시립합창단의 공연을 펼치고 10시부터 시청잔디광장에서는 ‘아듀1999’‘천년의 문을 열고’‘새천년 새희망 2000년을 향하여’ 라는 주제로 대중가수들의 노래공연과 함께 화려한 불꽃놀이가 마련된다. 평택시도 오후4시부터 서해대교 주변에서 ‘새천년맞이 평택낙조축제’를 준비하는데 행사는 평택농악공연과 낙조감상회 및 사진촬영대회, 무료기념사진촬영등으로 꾸며지고 오후 7시부터 북부문예회관 대공연장에서는 시민예술단의 합창·성가 공연과 사물놀이·민요등의 국악공연, 가요와 째즈댄스가 어우러지는 공연등이 펼쳐진다. 또 밤11시30분부터는 새천년맞이 카운트다운 및 폭죽잔치, 새천년 맞이 타종식, 소망풍선 날리기도 개최될 예정이다. 이밖에도 고양시, 과천시, 성남시, 연천군, 양평군에서도 다채롭고 유익한 프로그램을 준비해 시민들에게 금세기 마지막 밤을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가득채운다. /박인숙기자 ispark@kgib.co.kr

2000년 이달의 독립운동가 12명 선정

국가보훈처는 광복회, 독립기념관과 공동으로 2000년 ‘이달의 독립운동가’에 유인석(柳麟錫) 이동녕(李東寧) 이범윤(李範允) 김규식(金奎植) 선생 등 12명을 선정,발표했다. 보훈처는 독립운동가들의 공훈을 널리 알리기 위해 ‘다시 새기는 그 충절. 이달의 독립운동’이라는 제목의 교육용 소책자 만들어 전국 교육기관에 배포하고 기념사업회 등을 통한 추모행사와 학술회의, 강연회도 개최할 계획이다. 다음은 주요 공적및 포상 내용. ▲1월=유인석(1842∼1915):1895년 충북 제천에서 의병장으로 활약하고 1905년 항일의병투쟁 전개. 연해주 지역 13도의군 도총재로 활동. 62년 대통령장 추서. ▲2월=노태준(盧泰俊·1911∼1970):1936년 한국국민당 청년단장을 맡았고 1940년부터 해방될 때까지 광복군 간부로 무장독립투쟁 전개. 68년 독립장 서훈. ▲3월=김병조(金秉祚·1877∼1950):민족대표 33인중 한사람으로 3·1운동 가담·한국독립운동사략, 대동역사. 독립현사 등 간행. 90년 대통령장 추서. ▲4월=이동녕(1869∼1940):만주 용정에 서전의숙을 설립하고 대한매일신보 발행을 지원. 경학사와 신흥무관학교 초대 교장을 역임하고 임시정부 의정원장과 주석을 역임. 62년 대통령장 추서. ▲5월=양진여(梁振汝·1862∼1910):전남 광주, 나주, 장성 등에서 의병장으로 항일의병투쟁을 전개하다 순국. 77년 독립장 추서. ▲6월=이종건(李鍾乾·1906∼1960):중국으로 망명해 한족동맹회에 가입, 일본밀정을 살해했으며, 1942년 광복군 간부로 활동. 77년 독립장 추서. ▲7월=김한종(金漢鍾·1883∼1921):항일의병투쟁을 벌였으며, 1917년 대한광복회 가입해 친일부호를 처단하는 등 의열투쟁을 벌이다 순국. 63년 독립장 추서. ▲8월=홍범식(洪範植·1871∼1910):태인군수와 금산군수를 지냈으며, 1910년 경술국치때 망국의 슬픔과 분노를 못이겨 순절. 62년 독립장 추서. ▲9월=오성술(吳成述·1884∼1910):의병장으로 항일의병활동을 벌였으며, 광주·나주 지역에서 군자금 모금 및 친일부호를 처단. 77년 독립장 추서. ▲10월=이범윤(1856∼1940):연해주에서 ‘창의회’를 조직해 항일의병활동을 전개. 의군부, 대한독립단, 북로군정서 총재 등으로 활약. 62년 대통령장 추서. ▲11월=장태수(張泰秀·1841∼1910):양산군수, 동부승지, 시종원 부경을 역임했으며 단발령으로 사직. 경술국치에 항거해 단식하다 순국. 62년 독립장 추서. ▲12월=김규식(1881∼1950):파리강화회의 대표로 가는 등 독립외교활동. 임시정부 외무총장 및 부주석, 조선민족혁명당 주석 등을 역임. 89년 대한민국장 추서. /연합

박노해 새 시집 겨울이 꽃핀다 출간

‘사랑했던 사람아/사랑했던 사람아/너는 나를 잊으라/오늘은 오늘의 나를 위해/너는 나를 잊으라’(‘너는 나를 잊으라’ 中) 8년여간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세상 밖으로 다시 나온 박노해 시인의 변모된 모습과 사상을 응축해 놓은 그의 세번째 시집 ‘겨울이 꽃핀다’(해냄)가 출간됐다. ‘얼굴없는 노동자 시인’의 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밝은 햇살 속으로 나온 박노해시인은 세상에 대해 ‘투쟁가, 혁명가’로서의 모습을 잊어달라고 당부한다.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는 세상에 발맞춰 자신도 필사적으로 변신하겠다는 의지의 우회적인 표현인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 대한 이상주의적 희망은 여전하다. ‘살 맛 나는 세상에 대한 희망’을 잃어버리지 않은 것. ‘희망과 믿음과 사랑이 있는 세계, 평등과 자유와 화해가 있는 세계’. 그의 이런 이상적인 세계는 언뜻 보면 관념적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하지만 혁명을 꿈꾸며 온 몸을 던졌던 그이기에 그의 꿈이 허황하게 들리지만은 않는다. 그는 출옥 이후 실제 자신의 이상 실현을 위해 여러 현장에서 치열하게 투쟁하고 있다. 과거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음지에서가 아닌 양지에서, 노동운동 진압의 심장부인 노동부에서 강의를 하는 등 활동의 범위가 한층 넓어졌다는 것 뿐이다. ‘본디 속되고 맑음이 어디 있으랴/이 썩어드는 듯 보이는 연못 세상에도/어디선가 쉬지 않고 맑은 물줄기는 흘러들고 있으니/아무리 못된 사람도 그 안에는/빛나고순정한 구석도 숨어 있으니’(‘연꽃 뿌리’ 中) 진흙탕 속에서 순정한 연꽃이 피어나고 차디찬 한풍이 휘몰아치는 겨울에 한 송이 꽃이 만개하듯이 그는 혼란스러운 세상을 살 맛 나는 곳으로 바꾸기 위해 오늘도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투쟁과 다툼의 일생을 살아왔던 그이지만 기나긴 수감생활을 거치면서 포용과 상생의 의미를 가슴 깊이 담았다. ‘뜨거운 마주봄이 아니어도/일치된 한 길이 아니어도/서로 속 아픈 차이를 품고/다시 강물을 이루어야 하네’(‘새벽 강에서’ 中)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있어서 투쟁과 혁명만을 외쳤던 그가 화해와 포용의 중요성을 머리에 담고 한층 성숙된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연합

새로운 예술의 해 사업계획 발표

‘2000, 새로운 예술의 해’를 맞아 추진위원회(위원장 강석희)는 내년에 추진할 문학과 연극 무용 음악 미술 영상의 6개 부문별 주요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문학의 경우 3월1일을 하이퍼텍스트 문학의 날로 정해 문학과 멀티미디어의 만남을 꾀하며 한국문학 세계화 사업을 위한 각종 세미나를 개최하고 5월중에 한·일 문학의 만남 행사를 갖는다. 연극은 공모를 통해 선발한 2시간 내외의 공연물 6편 정도를 실제 공연하며 무용은 참가자의 연령과 경력 등에 제한을 두지않는 완전 공모형 무용전을 여는 것과 함께 비디오 댄스(영상춤)라는 새로운 시도를 한다. 또 음악부문 주요 사업을 보면 2개월에 평균 1회 가량 각종 센서와 컴퓨터를 이용한 인터액티브 음악공연을 지속적으로 열며 전통음악과 대중음악, 현대 음악별로 창작무대를 갖는다. 미술은 오는 9∼11월 약 30군데 전시장과 옥외, 거리에서 ‘대안미술 전시-페스티벌’을 정보화, 세계·지역화, 삶과 예술의 경계 해체라는 3가지 주제로 나눠 연다. 이밖에 영상부분에서는 전문가, 비전문가를 가리지 않고 첨단 6㎜ 디지털 카메라를 활용한 영상물 위주의 디지털 영화제를 계획하고 있다. 이들 사업과는 별도로 불가리아 출신 미국의 세계적 포장미술가인 크리스토 야바체프, 미국의 음향설치가 빌 폰타나, 신서사이저 및 멀티미디어 음악가 리차드 타이텔바움을 비롯한 해외 유명 예술인을 초청하는 사업도 구상중이다. 강 위원장은 2000년대는 거의 모든 예술분야에서 전통성과 전위성, 고전성과 대중성, 한국적인 것과 서구적인 것 따위가 서로 뒤섞이는 등 예술의 새로운 지평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이런 세계조류를 조망하면서 한국 예술이 나아가야 할 바를 제시한다는 기본 취지에서 사업계획을 확정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많은 사업을 공모를 통해 추진함으로써 일반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한편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한 예술, 실험적 예술, 생활예술, 환경친화적 예술 등이 많이 들어가도록 배려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추진위가 제시한 ‘새로운 예술’이란 개념이 일반인이 언뜻 이해하기가 힘들만큼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연합

최윤 창작집 열세가지 이름의 꽃향기

권력의 폭압에 그늘진 삶을 다뤄 온 중견작가 최윤씨가 새 창작집 ‘열세가지 이름의 꽃향기’(문학과지성사)를 내놓았다. 영화 ‘꽃잎’의 원작인 ‘저기 소리없이 한점 꽃잎이 지고’의 작가이기도 한 그는 이번 소설집에 인간의 순수성과 일상속에서 방황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포착하는 8편의 중·단편을 실어놓았다. 표제작 ‘열세가지 이름의 꽃향기’는 인간의 순수성이 물신주의와 탐욕에 의해 파괴되는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작품. 일상에서 소외돼 별볼일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주인공 ‘바이’와 ‘파랑손’은 운명처럼 만나 사랑을 키워 나간다. 트럭을 타고 이곳 저곳을 방황하던 이들은 세상 사람들에게 잊혀진 땅끝이라는 곳에 정착, ‘바람국화’라는 환상의 꽃을 재배하는데 성공한다. 바이와 파랑손은 한 발짝 더 나아가 색과 향기가 가장 훌륭하게 조화된 바람국화를 탄생시키기 위해 땀을 흘리지만 바람국화의 신비에 매혹된 속물들은 저마다 ‘아전인수’ 격으로 꽃을 이용하려 한다. 식물학자들은 바람국화의 학명을 정하는데 끝없는 소모전을 벌이고 제약회사는 그들대로 바람국화를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이전투구를 벌인다. 결국 사람들의 욕망과 다툼속에 바이와 파랑손의 순수한 의지는 짓밟히고 신비의 꽃 바람국화도 소멸돼 버린다. 전쟁 연작 3편은 우리의 삶과 전쟁의 아픔을 교묘하게 연결시킨다. ‘전쟁들:그늘 속 여인의 목선’은 한 동네에서 가장 부유한 남자인 병원원장의 부인이 남편을 버리고 전쟁 불구자와 잠적해 버린 사건을 소재로 이용, 정돈된 삶의 질서에 의문을 던진다. 또 ‘전쟁들:집을 무서워하는 아이’에서는 언론을 통해 알려진 걸프전의 참상을 기억 속에 간직한 한 부부가 자살하는 과정을 통해 끔찍한 살상이 컴퓨터 게임처럼 단순하게 처리되는 현실을 고발한다. ‘전쟁들:숲속의 빈터’는 시골 마을에서 동거에 들어간 삼십을 갓 넘긴 동갑내기남녀 주인공의 평온한 삶이 미쳐버린 제대군인의 등장으로 파괴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가 5년만에 출간한 이 소설집에는 94년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하나코는 없다’를 비롯해 ‘물방울 음악’, ‘창밖은 푸르름’ 등이 실려 있다. /연합

문화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