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시절 함께 했던 ‘이명훈과 휘버스’

7080세대들이 청년시절, 통기타를 들고 밤기차를 타고 장발을 휘날리며 바다로 향하던 밤을 보내고, 고고장에서 손가락을 하늘로 찔러대며 개다리 춤을 추던 시절. 그들의 흥을 돋워주던 노래들이 마음 속 깊이 남아 이제 당시 가수들이 출연하는 라이브 카페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비록 그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이 1만원을 훌쩍 넘더라도, 카페촌 인근 호수가 밤새 차들로 북적이더라도 그들은 걱정없던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라이브 카페촌 문화를 포기할 순 없다. 카페촌 문화를 이어받아 서울과 인천을 거쳐 오는 23일 평택청소년문화센터에 그들을 위한 대형 콘서트가 찾아왔다. ‘내 사랑하는 그대여 정말 가려나/ 내 가슴속에 외로움 남겨둔채로/ 내 사랑하는 그대여 정말 가려나/내 가슴속에 서글픔 남겨둔 채로/ 떨어지는 저 꽃잎은 봄이면 피지만/ 내 사랑 그대 떠나면 언제 오려나/ 날아가는 저 철새도 봄이면 오지만/내 사랑 그대 떠나면 언제 오려나/ 그대로 그렇게 떠나간다면 난 정말 어찌하라고/ 그대로 그렇게 떠나간다면/ 난 정말 울어버릴걸/ 오 그대여 한마디만 해주고 떠나요/ 지금까지 나를 정말 사랑했다고/ 오 그대여 이 한마디 잊지 말아요/ 나는 오직 그대만을 사랑한다는 걸’ 강변가요제, 신인가요제, 대학가요제 등이 한창이던 지난 78년 TBC 해변가요제로 데뷔한 이명훈과 휘버스의 ‘그대로 그렇게’는 지금도 노래방에서 불려지는 애창곡이다. 그들의 팬들이 만든 카페(http://cafe.daum.net/myunghoonsarang) 이름이기도 하다. 현재 2천300여명이 활동하고 있는 회원들은 소녀시절부터 중년이 된 지금까지 이명훈의 곁을 지켜주고 있다. ‘하얀 날개를 휘저으며 구름 사이로 떠오르네, 떠나가 버린 그 사람의 웃는 얼굴이…’ 그들의 다른 히트곡 ‘가버린 친구에게 바침’은 연세대 레크레이션 동아리 RRC 회장이었던 故 최용석 회장을 추모하는 곡이다. 당시 불치병에 걸린 그를 위해 학교 내 모금운동도 있었지만 결국 퇴계원에 묻혔다. 그래서 이 노래의 본 제목은 ‘퇴계원’이었다. 지난 80년대 민주화운동 시절 추모곡으로 불려지기도 했다. 이날 공연에는 이명훈과 휘버스 이외에도 대학가요제 열풍을 일으킨 샌드페블즈, 송골매의 구창모, 듬직한 실력파 그룹 건아들, 잔잔한 멜로디로 서정적인 멋을 풍긴 장남들, ‘구름과 나’의 블랙테드라, 1982년 MBC대학가요제 동상 우순실 등이 출연한다. 문의(031)243-6616 /김효희기자 hhkim@kgib.co.kr

에픽하이 4집 ‘리매핑 더 휴먼 솔’

타블로·미쓰라 진·DJ 투컷츠 등으로 구성된 3인조 그룹 에픽하이는 모두 검정색이 바탕인 의상을 입고 인터뷰 자리에 등장했다. 최근 발매한 4집 재킷도 검정색 일색. 화려한 색깔이나 디자인은 없다. 속지까지 무채색의 향연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이번 음반 ‘리매핑 더 휴먼 솔(Remapping the Human Soul)’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화려하지 않은 멜로디에 다소 무거운 메시지가 담겼다. 히트곡 ‘플라이(Fly)’ 등을 앞세워 15만장 이상의 높은 판매고를 기록한 3집 ‘스완 송스(Swan Songs)’의 화려함과는 분명 거리가 있다. 대중적이지 않은 셈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 음반은 발매하자마자 대중의 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 타이틀곡 ‘팬(Fan)’은 각종 음악 차트에서 선두권을 위협하고 있고 판매량도 호조를 보인다. “사실 귀에 잘 들어오는 멜로디는 만들기 쉬워요.”(타블로). 그렇다면 대중적이지 않은 음악을 했음에도 팬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고 스타가 앨범을 낸다고 해도 차트에서 반드시 1위를 하는 건 아니에요. 음반 소비자는 수준이 높고 냉정하죠.”(DJ 투컷츠) CD 재킷과 의상 등을 검정색으로 통일한 이유를 물었더니 “(검정색이) 음반 이미지를 대표한다고 생각한다”는 미쓰라 진의 경쾌한 대답이 돌아온다. DJ 투컷츠는 “음악이 아닌 화려한 장식과 화보에 눈을 돌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다./연합뉴스

재즈 음반 낸 신해철 “이번 콘서트선 ‘그대에게’ 안합니다….”

“가깝게는 제 아내에게 주는 노래들이에요. 동시에 이 앨범을 듣는 사람 하나 하나한테 보내는 것이기도 하죠.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하기 좋은 앨범이 됐으면 좋겠네요.” 가수 신해철(39)이 25번째 앨범을 냈다. ‘더 송스 포 더 원’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이번 앨범은 1988년 데뷔한 이래 처음 시도하는 재즈 음반. 작사 작곡은 물론 프로듀싱,믹싱까지 직접 해오던 그가 보컬에만 전념했다는 점도 특이하다. 유일한 신곡 ‘땡큐 앤드 아이 러브 유’와 기존 발표곡 ‘재즈 카페’를 제외하고는 ‘My Way’ ‘Moon River’ ‘하숙생’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등 익숙한 곡들을 재즈로 들려준다. 지난달 30일 서울 공덕동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작업에 대해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음악이 노동이 되는 단계에 와있어 딜레마였어요. 음악을 공부할수록 영역이 넓어져 기획,프로듀싱부터 믹싱까지 혼자 다 하려니 그런 막노동이 없었죠. 그러다보니 노래 하나를 작곡할 때도 기술적인 생각이 앞서 피곤한 거예요. 앞으로는 ‘넥스트’ 앨범 외에는 되도록 기술적인 일을 안하려고 해요.” 지난 넥스트 5.5집에서 70인조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더니 이번에는 앨범 전체를 28인조 빅 밴드 선율로 채웠다. “제가 데뷔할 때부터 무조건 악기 많이 넣자는 주의잖아요. 특히 요즘은 가요계가 자꾸 투자를 축소하는 쪽으로 가니까 반대로 더 투자한 측면이 있어요. 오기를 부려본거죠.” 그러나 생각처럼 제작비가 많이 들지는 않았다. 호주에서 함께 작업한 밴드의 실력이 워낙 뛰어나 거의 모든 곡을 한 번에 녹음한 덕분이라고. “미리 맞춰보지도 않고 그냥 가는데 단 한 번도 안틀리더라고요. 제 쪽에서 실수할까봐 엄청 긴장했다니까요. 덕분에 6일만에 15곡을 다 녹음했어요. 실력 좋은 세션맨 쓰는 게 제작비 아끼는 방법이라는 점을 이번에 깨달았죠.” 처음 시도하는 재즈 보컬인데도 실력이 범상치 않다. 특히 마지막 트랙의 ‘You Are So Beautiful’은 감미로운 가성이 전혀 신해철 같지 않을 정도. “아내의 귓가에 속삭여준다고 생각하고 불렀다”는 것이 그 비결이다. 앨범 속지에 “우리 마누라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록 대신에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앨범을 만들어주고 싶었다”는 기획 의도가 쓰여있다. “정말 아내분께서 록을 안좋아하시냐”고 물으니 “그동안 애 운다고 제 앨범 안틀어주더니 이번 앨범 나오니까 비로소 ‘아빠 노래다’ 하고 틀어주더라”면서 웃었다. 이어 4개월 된 딸을 두고 “네 살만 되면 김세황(넥스트 기타리스트)한테 기타 개인교습 받게 해주려고 했더니 록만 들려주면 싫어해서 고민”이라고 말할 때는 천상 아빠의 모습이었다. 이번 앨범으로 3월 24,25일 연세대 백주년 기념관에서 콘서트도 가질 예정. “드레스 코드를 정장으로 할 생각인데 기획 팀에서는 ‘자기는 100분 토론에 장갑 끼고 나가놓고 관객보곤 청바지 입지 말라느냐’며 인터넷에서 난리날지 모른다고 반대하고 있어요. 전 그러면 더 재밌겠다고 우기는 중이고요. 아참,그동안 콘서트마다 ‘그대에게’(신해철이 데뷔한 ‘무한궤도’의 대학가요제 수상곡) 안하면 관객들이 난동을 피웠는데 이번에는 재즈 콘서트니까 안부른다는 점 미리 말씀드립니다. 절대 안하냐고요? 그건 또 모르죠.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