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하이 "우리는 '힙합 전사' 아니다"

3인조 그룹 에픽하이(타블로ㆍ미쓰라 진ㆍDJ 투컷츠)는 모두 검정색이 바탕인 의상을 입고 인터뷰 자리에 등장했다. 최근 발매한 4집 재킷도 검정색 일색. 화려한 색깔이나 디자인은 없다. 속지까지 무채색의 향연이다. 이런 분위기는 이번 음반 '리매핑 더 휴먼 솔(Remapping the Human Soul)'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화려하지 않은 멜로디에 다소 무거운 메시지가 담겼다. 히트곡 '플라이(Fly)' 등을 앞세워 15만 장 이상의 높은 판매고를 기록한 3집 '스완 송스(Swan Songs)'의 화려함과는 분명 거리가 있다. '대중적'이지 않은 셈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이 음반은 발매하자마자 '대중'의 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 타이틀곡 '팬(Fan)'은 각종 음악 차트에서 선두권을 위협하고 있고, 판매량도 호조를 보인다. "사실 귀에 잘 들어오는 멜로디는 만들기 쉬워요. 눈, 귀에 쉽게 들어온 후 쉽게 나가는 노래가 대중적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져도 마음에 오래 남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어요."(타블로) 그렇다면 대중적이지 않은 음악을 했음에도 팬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고 스타가 앨범을 낸다고 해도 차트에서 반드시 1위를 하는 것은 아니에요. 음반 소비자는 수준이 높고 냉정하죠. 음악이 좋다는 평범한 이유 때문에 이 음반이 관심을 모으는 것 같아요."(DJ 투컷츠) CD 재킷과 의상 등을 검정색으로 통일한 이유를 물었더니 "(검정색이) 음반의 이미지를 대표한다고 생각한다. (음반 이미지가) 핑크색은 아니지 않느냐"는 미쓰라 진의 경쾌한 대답이 돌아온다. DJ투컷츠는 "음악이 아닌 화려한 장식과 화보에 눈을 돌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이유를 덧붙여 설명했다. 이들의 1집 제목은 '맵 오브 더 휴먼 솔(Map of the Human Soul)'. 4집 제목과 연관성이 있다. 당연히 음악적인 면에서도 일맥상통하는 '코드'가 있다. 그들은 이번 앨범에서 1집부터 4집까지 스스로 얼마나 달라졌는지 그 '지도'를 다시 그리고 싶었다. "1집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열정만 갖고 열심히 했다면, 2~3집에서는 뭘 할 수 있는지 탐험했습니다. 이번 앨범에서는 우리가 그동안 배우고 키운 것을 들려주려 했습니다."(타블로) 신인 때처럼 열정이 넘쳤기 때문일까. 이들은 이번 앨범을 위해 무려 47곡을 만들었다. 추리고 추려 27곡을 두 장의 CD에 담았다. "저희는 갈수록 에너지가 넘치는 것 같아요. 많은 곡을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인 셈이죠. 이 앨범에는 많은 곡이 실렸지만 지루하지 않을 겁니다. 문제는 양이 아닌 질이기 때문이죠."(타블로) "첫 번째 CD인 '더 브레인(The Brain)'에는 머리로 판단해야 하는 사회, 종교 문제 관련 곡을 담았고, 두 번째 CD '더 하트(The Heart)'에는 감성적인 노래를 실었습니다."(DJ 투컷츠) 많은 곡 수만큼 이들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였다. 사실 이들의 음악은 지금까지 '힙합'이라는 틀 안에 묶이기에는 '퓨전'의 색깔이 강했다. 특히 눈에 띄는 곡은 '러브 러브 러브(Love Love Love)'. 전자음악 등 라운지 계열의 음악이 장기인 캐스커의 융진이 피처링에 참여했다. 색소폰 연주가 돋보이는 '중독', 라틴 음악 스타일이 인상적인 '미스터 닥터(Mr. Doctor)' 등 정통 힙합 외 다양한 장르가 담겼다. "2집의 '평화의 날'과 3집의 '플라이'도 따지고 보면 라운지 음악이라고 할 수 있어요. 다만 비트가 강화되고 랩이 삽입돼 특이한 힙합으로 여겨졌을 뿐이죠."(타블로) 이와 관련, 미쓰라 진은 "우리가 '힙합 전사'로 수식되는 것은 정통 힙합을 하는 분을 생각하면 부담"이라며 "그냥 다양한 장르가 담긴 퓨전 음악을 하는 그룹으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음악 장르 면에서는 융통성을 보인 이들이었지만 음악 속 메시지로 이야기 주제가 넘어가자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타블로는 "스스로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있다고 여기는 이들에게 '혼자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다"면서 "그들의 고통을 함께 하지는 못해도 이해는 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래퍼 '마스터 우'가 에픽하이를 포함한 동료 힙합 가수를 폄훼한 내용의 노래가 지난해 말 인터넷에 공개된 것과 관련, 타블로는 "그가 누군지도 모르고 관심도 없다"면서 "우리의 이름은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를 지목하면 상대적으로 주목받기 쉬울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연합뉴스

이동규ㆍ임선혜 듀엣 콘서트

해외에서 나란히 주가를 높이고 있는 카운터테너 이동규와 소프라노 임선혜가 3월3일 오후 5시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듀엣 콘서트를 연다. 이 공연의 타이틀은 '세이크리드 러브 듀엣'. 비발디, 바흐, 헨델, 모차르트 등의 작품 가운데 종교적인 사랑을 배경으로 하는 노래들을 선보인다. 고난과 비탄(페르골레지 '스타바트 마테르', 바흐 '마태 수난곡' 중 일부 등), 믿음(헨델 '메시아' 중 일부 등), 사랑(헨델 '테오도라' 중 'Kind Heaven' 등), 소망(헨델 '솔로몬' 등), 용서(바흐 '마태수난곡' 중 일부 등), 찬양(모차르트 '엑술타테 유빌라테' 등) 등 흐름을 가진 주제들로 프로그램을 짰다. 반주는 바로크 바이올리니스트 김진에 의해 2002년 봄 창단된 고음악 연주단체 무지카 글로리피카가 맡는다. 임선혜는 필립 헤레베헤와 모차르트 'c단조 미사', 크리스토퍼 호그우드와 바흐 '마태수난곡' 등을 협연했으며, 이동규는 2005년 10월 로마 뮤지카 사크라(종교음악) 국제 성악 콩쿠르 1위, 지난해 1월 스페인 프란시스코 비냐스 국제 성악 콩쿠르 1위 등을 차지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5월 LG아트센터에서도 함께 무대에 선 바 있다. 당시 좀처럼 접하기 힘든 고음악들을 불러 호평을 받았다. 또 30일부터 2월5일까지 베를린 슈타츠오퍼에서 고음악계의 거장 르네 야콥스의 지휘로 공연되는 몬테베르디의 오페라 '오르페오'에도 함께 출연할 예정이다. 2만-7만원. ☎031-783-8000 /연합뉴스

신 해 철 ‘더 송스 포 더 원’

이 남자, 잡식성(雜食性)이다. 대형 지구본, 와인잔, 중국술, 찻잔세트, 가면, 인형…. 10여 평 남짓되는 가수 신해철(39)의 서울 마포구 공덕동 보금자리는 생뚱맞은 물건의 조화로운 세상이다. 벽의 두 면을 꽉 채운 책꽂이도 비틀스부터 금융·여행 서적까지 종잡을 수 없다. “모두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죠. 지구본만 20개나 있으니….” 신해철의 음악 식성도 참, 왕성하다. 헤비메탈, 프로그레시브록, 일렉트로니카등 편식하지 않는 편. 때론 감미로운 저음으로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 ‘내 마음 깊은 곳의 너’ 등 발라드를 부르며 여심(女心)도 흔들었다. 그가 25번째 앨범이자 8년 만의 솔로 앨범인 ‘더 송스 포 더 원’(The songs forthe one)을 29일 발표한다. 이번엔 재즈에 버무렸다. ‘문 리버’(Moon River) ‘마이웨이’(My Way) 등 스탠더드팝과 ‘하숙생’ ‘장미’, 자신의 히트곡인 ‘재즈 카페’ 등 대중가요를 재즈로 편곡해 수록했다. 지난해 예쁜 딸을 낳아준 아내를 위해 만든 곡 ‘생큐 앤드 아이 러브 유’(Thank You and I Love You)가 유일한 신곡. 호주 시드니에서 28인조 빅밴드와 녹음, 브라스(금관악기)와 스트링(현악기) 세션 사운드가 고급스럽다. “음, 왜 재즈냐….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원체 잡식성이라. 어렸을 때 과학자, 의사, 야구선수가 되고 싶듯이 하드록, 헤비메탈을 들으면서도 프랭크 시내트라를 보면 나비넥타이를 매고 노래하고 싶었죠. 장르 변절하고 돌아다녀도 비난하는 사람이 없어 고마울 따름이에요” 25번째 앨범 만에 처음 스스로를 가수라고 생각하며 녹음했다. 늘 녹음 현장에서 가사를 쓰니 보컬 연습도 안했고, 보컬에 포커스를 맞춰 앨범을 만든 적도 없다. 이번엔 프로듀서, 편곡을 다른 사람에게 맡긴 것도 보컬에 전념하기 위해서다. 짜깁기 녹음엔 결벽증이 있어 전곡을 한번에 녹음했다. 지난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그지만 현 정부의 음악 관련 정책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노무현 정권이 문화관광부·정보통신부 사이에서 정통부의 손을 들어줬어요.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최악의 선택을 막기 위한 방지책으로 차악을 택했던 것뿐입니다” 이처럼 직설적인 언변, 비판적인 시각의 소리를 내자 ‘정계에 입문할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오해도 많이 받았다. 실제 그런 제의를 받기도 했다. 그때마다 “저아침에 못 일어나요”란 말로 거절 의사를 분명히 했다./연합뉴스

노르웨이 피아니스트 안스네스 내한공연

북유럽의 자연을 닮은 청정한 음색. 건반 위를 훑고가는 초절기교. 훨친한 키에 짧게 다듬은 금발머리, 그리고 잘생긴 외모. 노르웨이가 자랑하는 피아니스트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37)가 다음달 13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공연을 가진다. 올해로 서거 100주년을 맞은 그리그(1843-1907)의 '노르웨이 민요에 의한 변주곡 형식의 발라드 g단조'를 연주한다. 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번, 무소르크스키 '전람회의 그림' 등도 들려준다. 음악교사인 부모 밑에서 태어나 5세부터 피아노를 시작한 안스네스는 줄곧 노르웨이에서 공부했다. 그의 이력에서 눈에 띄는 점은 특별한 콩쿠르 입상 경력이 없다는 것. 하지만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활동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1997년 세계적인 음반사 EMI와 맺은 전속계약은 무려 7년이나 이어졌고, 이 기간 내놓은 30여 장의 음반 가운데 많은 수가 권위 있는 음반상의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그리그의 '서정 소품집'은 2002년 그라모폰 최우수 기악부문상을 받았고, '그리그.슈만 협주곡'(마리스 얀손스 지휘, 베를린 필하모닉)은 그라모폰과 그래미에서 모두 최우수 협주곡 부문상을 수상했다. 2005년 안토니오 파파노가 지휘한 베를린 필하모닉과 협연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1,2번' 음반(2006년 클래식 브릿 어워드 수상)은 명반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최근에는 멘델스존 무언가 2번, 쇼팽 즉흥곡 1번, 드뷔시 '달빛' 등 연주회 앙코르로 즐겨 연주하는 20곡을 뽑아 녹음한 '수평선(Horizon)'(EMI)을 냈다. 안스네스는 현재 노르웨이 리소르에서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을 초청한 가운데 열리는 리소르 실내악 페스티벌 음악감독을 맡고 있으며, 지난해 3월 덴마크 왕립 음악원 명예교수로 취임했다. 3만-8만원. ☎02-541-6234.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