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베트남은 무엇인가?

지난달 20일 한국과 베트남 수교 15주년을 맞아 한국 역사학회와 베트남 역사과학회가 공동 주최한 한국 베트남 관계사 국제 심포지엄을 위해 하노이를 다녀왔다. 이 학술회의를 통해 필자는 한국과 베트남은 지리적으로는 먼 나라지만 역사적으로는 가까운 나라임을 알았다. 한국과 베트남 교류사는 12세기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베트남에도 이씨 왕조가 있었고 그 왕자인 리 즈엉 꼰이 경주에 도착했다가 강원도 정선에 입적(入籍)함으로써 정선(旌善) 이씨 가문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13세기에는 베트남 이씨 왕조의 또 다른 왕자인 이용상(李龍祥)이 고려에 들어와 화산(花山) 이씨의 시조가 됐다는 기록이 족보에 나와 있다. 이같은 혈연적인 교류는 5천년 역사에서 에피소드에 불과하지만 단일민족 신화를 깨뜨리는 작은 돌멩이가 될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혈연적 교류가 아닌 중국에 간 사신들 간의 문화적 소통이 있었다. 조선 사신과 베트남 사신은 중국 북경에서 만나 한문으로 필담을 나누며 시를 주고 받았다. 놀라운 사실은 당시 조선 사신들은 베트남을 동아시아 관점에서 바라보았다는 점이다. 18세기 말 베트남에서 왕을 죽이고 왕위를 찬탈하는 정변이 일어났다. 이러한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청나라는 20만 대군을 이끌고 베트남을 침공했다. 이미 병자호란을 겪은 조선으로서는 이런 청의 군사적 대응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군주인 정조는 그에 대한 정보를 모으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웠다.전근대 한국과 베트남은 중국의 영향권 내 있었고 근대에서 중화질서가 무너지면서 똑같이 제국주의 침략을 당했다. 20세기 초 한국과 베트남 애국지사들은 인도인, 버마인, 필리핀인들과 연대해 동아동맹회를 결성한 뒤 반제국주의 투쟁을 펼치고자 했다. 하지만 이같은 동맹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이 승리함으로써 한국과 베트남은 똑같이 남북으로 분단됐다. 한국은 한국전쟁을 통해 분단이 고착됐다면, 베트남은 베트남전쟁을 통해 통일된 민족국가를 이룩했다. 따라서 1980년대 한국의 운동권 학생들에게 베트남은 분단된 조국을 어떻게 통일시킬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모범사례로 인식됐다. 당시 베트남은 한국의 386세대들에게 민족해방운동의 등불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현실 사회주의가 몰락하면서 역사의 반전이 일어났다. 근대에서 인간은 세계사적으로 크게 2가지를 목표로 설정했다. 하나는 통일된 민족국가를 성취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경제성장을 이룩하는 것이다. 먼저 통일의 관점에서 보면 베트남이 한국의 미래지만, 경제성장의 관점으로는 한국이 베트남의 미래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과 베트남은 20세기에서와 같은 일방적인 관계를 청산하고 서로가 서로를 이끌고 밀어주는 상생의 관계를 지향해야 한다.한국과 베트남의 연대가 동아시아 관점에서 중요한 이유는 쌍방이 중국과 우호관계를 맺어야 하는 동시에 신중화주의 팽창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근대에서는 중화주의가 동아시아 질서를 규정했다면, 근대에서는 일본의 대동아주의가 동아시아를 일제의 식민지로 전락시켰다. 21세기에서 한국과 베트남 공동의 염원은 전근대와 근대의 제국(주의)적 지배관계를 청산하고 동아시아를 평화와 공동번영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국제학술대회를 통해 필자는 21세기 탈제국주의적 동아시아지역공동체 건설은 중국과 일본 같은 강대국이 아니라 한국과 베트남 같은 피압박민족이 주도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김기봉 경기대사학과교수

기고/교육위원 정당명부 비례대표 선출이라니…

우리나라 헌법 31조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보장받도록 선언하고 있고 이를 근거로 만들어진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도 교육의 자주성 및 전문성과 지방교육의 특수성을 살리고 지방교육의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교육감과 교육위원회 설치를 명시하고 있다. 지금 전 세계 국가중 헌법에 교육의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 유일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들과 달리 교육에 대한 각별한 배려와 존중의 의지를 담아낸 것이 아니다. 알다시피 지난 역사를 돌이켜보면 국가정치권력에 의해 우리 교육이 너무나도 훼손당해 왔기 때문에 이를 막고자 헌법에 보장 해 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이 나라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부총리 발언과 국회 교육위 법안심사소위에서 검토되고 있는 내용 등을 종합해보면, 각 시도 교육위원의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방안이란 실로 정치권의 고단수(?) 야합의 산물이 논의돼 왔음에 교육계의 한사람으로 놀라울 따름이다. 이는 기초의원 공천제를 도입해 지방자치 권력마저 장악한 정치권이 이젠 교육마저 각 정당별로 공천(추천)권을 행사해 줄세우기를 강요하고 정치에 예속시키겠다는 의도이다. 그런데 이런 정치적 의도를 여야는 논의했다 치더라도 교육의 정치적 독립성을 지켜야 할 교육부총리가 앞장서 이런 발상을 내놓은 점에 대해선 참으로 어이가 없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지방분권전략이란 이름으로 추진된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을 둘러싸고 진행됐던 많은 토론과 제안, 교육전문가들과 교육 관련 단체들의 문제 제기 등을 수렴하기는커녕 정당의 이해득실에 맞춰 헌법에 의해 보장된 교육의 중립성과 교육자치구조 등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정당명부제를 교육계에 도입하는 건 결코 묵과할 수 없다. 교육을 정치권에 종속시키고 나아가 지금과 같은 지역주의에 편승, 특정 지역에 특정 정당이 교육을 독식하고자 한다면 우선 헌법부터 개정한 뒤 추진해야 할 것이다. 정치권은 지난해부터 지방자치법 개정을 공언해 왔고 주된 내용은 교육감과 교육위원 등을 직선으로 선출하고 시도 교육위원회를 광역의회와 통합하겠다는 것이다. 선출방식 변경에 대해선 교육계 내부에서도 별로 반대할 이유가 없다. 현행과 같은 학교운영위에 의한 간선제는 민주주의 대표성원리에 분명 미흡하고 충남이나 제주, 울산 등 많은 지역 교육감 선거과정 등에서 나타난 불미스러운 일들이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심화시켰기 때문이다. 직선제를 하기 위해선 사전 논의할 게 또 있다. 선거권역 획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 문제다. 국회의원 선거구보다 5배에서 10배는 넓은 교육위원 선거권역을 이대로 두고는 불가능하다. 그러자면 교육위원 숫자가 엄청나게 늘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참여정부의 분권전략 일환인 교육위원회의 시도의회로의 통합은 더욱 어려워진다. 정치권이 총론성격의 직선제를 합의하고 각론을 다뤄보면 이처럼 교육위원선거는 단순하지 않다. 그런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전국 교육위원선거를 3개월 정도 밖에 남겨두지 않은 지금까지 어떤 합의안도 마련하지 못한 채 오직 직선제와 시도의회와의 통합만 염두에 두고 있다 이러저러지도 못하니까 나온 안이 정당명부비례대표제가 아니길 바란다. 앞서 말했지만 이 안은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요, 헌법소원이 제기되는 문제이므로 불가능하다. 더구나 신성한 교육을 정치권에 예속시키는 일에 대해 지금 교육계가 한 목소리로 성토하고 있는데다 법 개악에 반대하기 위해 전국교원단체총연합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교원노동조합, 전국초중고교장단 대표, 전국교육위의장단, 전국교육위원 등이 오는 17일 국회 앞에서 천막농성을 준비하고 있어 엄청난 저항이 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이 정치권으로부터 멀어져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교육은 정치권력의 것이 아니고 국민의 것이기 때문이다. 간선제여서 교육자치의 정당성이 적다면 얼마든지 직선으로 해도 좋다. 어떤 경우에도 정당명부비례대표는 안된다. 그런데 선거권역 재조정과 광역의회와 통합안 등 함께 논의해야 할 게 많아 다가오는 7월 선거에 직선제가 불가능하다면 4년 후인 2010년부터 직선제를 실시하자. 교육은 조급하게 추진해서 될 일이 아니다. 교육은 멀리보고 차분하게 준비할수록 시행착오가 적다. 천천히 가자. /이 재 삼 경기도 교육위원

기고/획기적인 보건 경기도가 앞장선다

경기도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사회구조 변화에 따른 도민들의 복지욕구 충족을 위해 기존의 사회복지 전달체계를 개선하고 피부로 느끼는 도민 복지 서비스 향상과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서비스의 일환으로 ‘경기도 We Start 마을’과 ‘Re-Start’, 그리고 ‘팜뱅크’ 사업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 We Start 마을’사업은 보건·복지·교육서비스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만 12세 이하 저소득층 아동들에게 정부와 사회가 힘을 합쳐 적절한 교육과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한국형 저소득층 아동지원 프로그램이다. 이 사업은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혜자 중심의 서비스로 저소득층 지역 영·유아와 미취학 아동 가정들을 방문해 아동양육기술을 전수해주고 건강검진 및 영양상태 등을 점검해줘 몸과 마음이 건강한 어린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프로젝트이다. 또 초등학생의 경우 ‘We Start’팀이 파견한 지도교사가 지역아동센터에서 방과 후 학습을 지도해주고 정서 함양을 위한 체계적이고 입체적인 각종 복지프로그램들을 제공함으로써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현재 경기도는 We Start 마을 7곳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사업은 아동복지를 위한 새로운 모델로 사회복지 전달체계 개선의 모범적인 사례가 되고 있다. 경기도는 다른 시·도에서의 벤치마킹과 문의가 쇄도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도 3곳을 추가로 선정할 계획이다. 경기도는 노숙인들의 자립과 정상적인 사회 복귀를 위해 ‘Re-Start’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Re-Start’ 사업은 더불어 사는 사회를 표방하는 경기도가 노숙인 쉼터, 자활후견기관, 경기자활지원센터 및 상담센터, 채무조정지원단 등 민간 전문조직들과 상호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 각 기관들 특성에 맞는 역할과 기능 등을 수행함으로써 노숙인의 사회·경제적 복귀를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경기도는 노숙인 149명에게 자활대학을 통해 자아정체감 회복을 돕고 자활근로의지를 고취시키며 기업 인턴근로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수익금의 70%를 적립하게 하는등 노숙생활 탈피를 위한 자립의 종자돈 마련을 지원해 왔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노숙인 자활대학은 행정기관의 프로그램이 일반기업의 사회공헌사업으로까지 전파된 보기 드문 우수 정책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 2004년 11월부터 전국 최초로 사랑의 의약품 나누기 팜 뱅크를 실시하고 있다. 팜 뱅크는 무료의약품 공급정보망을 구축, 기탁자와 수요자 등을 연결시켜 지금까지 의약품 8만여개를 서남아시아 지진피해지역과 동티모르, 국내 사회복지시설, 의료자원봉사단 등에 전달해 왔다. 팜 뱅크는 반드시 승인절차를 거친 기탁의약품이 전문의 처방에 의해 의료소외계층과 의료자원봉사단 등에 지원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팜 뱅크 사업에 참여해 주길 기대한다. 경기도는 이같은 다양하고 획기적인 복지서비스 확대와 개선 등으로 명실공히 선진 복지 경기도를 선도해 나갈 계획이다. /윤 성 균 경기도 보건복지국장

기고/전시예술은 찬밥인가

언젠가 봄비가 내리던 날과는 달리 오늘은 포근한 전형적인 봄날. 오랜만에 경기도문화의전당 앞을 지나고 있었다. 화가라면 자연스럽게 전시장으로 발길을 옮겨야 하는데 자신도 모르게 전시장이 있음을 잊고 지나치게 됐다. 예전같으면 1개월에 몇 번씩 친분있는 화가들의 작품전을 축하해주기 위해 찾던 곳인데, 언제부턴가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전시가 열린다는 초대장이 끊어진지 오래다. ‘경기도문화예술회관’이 어떤 이유에서 ‘경기도문화의전당’으로 이름과 관리시스템 등이 바뀌었는지 잘 모르지만 그후 전시장 대관료도 많이 인상됐고 주차도 무료에서 유료로 바뀌었다. 예술하는 화가들 치고 대부분 생활이 넉넉하지 못한 건 다 아는 사실이다. 대관료 인상과 전시장을 찾아준 고마운 손님들에게 주차료까지 부담시킨다는 건 알아서 이곳에서 전시회를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그나마 전시공간이 큰 곳이 없는 수원 실정에서 협회나 관이 주도하는 전시회는 열리고 있다. 그러나 미술협회가 주최하는 미술대전도 올해부터 수원미술전시관이나 단원미술전시관 등으로 장소를 옮기는 실정이다. 지역 미술인들이 외면하는 전시공간으로 전락해버린 경기도문화의전당 전시장을 지난해 경기미술대전 전시기간에 관람하러 찾은 적이 있다. 그러나 전시공간 또한 실망 그 자체였다. 대전시장은 리모델링으로 조명시설 등이 잘 구비된데 반해 소전시장은 전체적으로 어둡고 단선된 전선 등으로 인해 전시장 기능이 많이 상실돼 있었다. 당시 함께 관람했던 많은 관객들도 이구동성으로 이같은 문제들을 지적했다. 경기도문화의전당 홈페이지에 게재된 홍사종 사장의 인사말을 옮기면 “재단법인 경기도문화의전당으로 새롭게 단장, 경기도민 여러분들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갑니다. 더욱 수준 높은 작품을 공연하고 만족할만한 공연 서비스를 제공할 재단법인 경기도 문화의전당의 진정한 주인은 바로 경기도민, 여러분입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인사말에서도 “수준 높은 작품을 공연하고”란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 공연예술에만 신경을 쓰다보니 전시예술에는 관심을 가질 수 없었던 점 이해가 간다. 그러나 엄연히 전시공간이 마련돼 있고 또한 수원미술전시관이나 수원청소년문화센터 등의 전시실보다 비싼 대관료를 받고 있다면 그곳보다 쾌적한 전시공간을 마련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수준 높은 공연을 기획하고 여러 마케팅으로 도민을 끌어 모으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은 인정한다. 신문지상에서 홍 사장이 사의를 표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이 시점에 홍 사장을 흠집 낼 생각은 전혀 없다. 단지 새로 취임해 올 사장에게 이런 현실을 알리고 시정을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이 석 기 화가

기고/산수유가 전해주는 봄소식

며칠 날씨가 포근해 지는 느낌이 들더니 어느 새 산수유가 꽃망울을 터뜨렸다. 산수유 꽃망울이라고 하니까 어쩐지 부자연스러워 보인다. 꽃망울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는 큼지막하고 봉오리가 화려해 보여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일까? 하지만 노르스름한 꽃이 피어 있으니 봄이 온 건 맞지 않을까? 자잘하고 빛깔도 화려하지 않지만 산수유가 전해주는 봄소식은 상큼함과 희망을 느끼게 한다. 필자는 봄의 전령사 산수유에게 좋은 가르침을 받는다. 가장 먼저 느끼는 점은 부지런함이다. 다른 꽃들은 이제 필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산수유는 핀다. 다들 추워 웅크리고 있을때 눈 비비고 일어나 가장 먼저 피어 봄이 왔음을 알려 준다. 아직 잎은 나올 생각도 하지 않는데 꽃이 먼저 나와 우리에게 봄소식을 전해준다. 새벽밥을 지어 먹고 나왔는지, 먼동이 틀 때 출발했는지, 봄에 가장 먼저 산자락을 노랗게 물들이고 동네 어귀를 아름답게 수놓는다. 다른 꽃들 일어나라고 기상나팔을 부는 것 같다. 잎도 없는 줄기에 매달린 노란 꽃이 마냥 신기하다. 두번째 산수유에서 보는 건 겸손함과 은은함이다. 조윤제 박사는 우리 민족의 특성을 ‘은근과 끈기’ 라고 표현했지만 참 은은한 꽃이 산수유다. 멀리서 보면 노란 빛깔이 보이니까 산수유가 있나 보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면 줄기 옆으로 난 작은 꽃대를 따라 자잘하게 피어 있다. 장미나 백합, 목련 등을 보면 크기나 빛깔에서 화려함을 느낀다. 그런데 산수유는 아무리 들여다 보아도 어디가 꽃이고 어디가 암술이나 수술인지 구별되지 않는다. 꽃잎도 알아보기 힘들다. 먼지 같기도 하고 짧게 잘린 실오라기들이 날아다니다 가지에 붙은듯하다. 가까이에서 보는 꽃은 이게 꽃인지 물감이 바람에 날려와 묻었는지 구별되지 않는다. 결코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겸손하면서 은은하게 봄이 왔음을 알려 준다. 남들이 알건 모르건 자태를 크게 드러내지 않으면서 조용히 피어 있다. 묵묵히 제 몫을 다하는 셈이다. 다음은 인내심이다. 추위에 움츠러들고 얼어 겨울을 지내기 힘들었을텐데 가녀린 게 강하게 이기고 일찌감치 봄을 맞는다. 다들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않았을 때 나온다. 엄동설한이 아무리 추워도 꿋꿋이 견디고 날이 풀리자마자 벌떡 일어난다. 참을성이 대단하다. 눈보라 매서운 추위에도 쉼없이 자신을 채찍질하고 키워 꽃을 만든다. 남들이 보건 말건 묵묵히 봄이 올 때를 기다리는 마음은 우리에게 참을성을 가지라고 귀띔한다. 참지 못하고 화부터 내는 사람을 보면서 무던히 참는 법을 배우라고 가르친다. 다음은 소박함이다. 자작나무는 줄기가 뽀얗고 아름답다. 모양도 예쁘게 자란다. 대나무는 곧고 늘씬한 몸을 자랑하며 자란다. 그런데 산수유는 생긴 그대로다. 어디를 보아도 꾸민 구석이 없다. 위로 뻗은 가지, 옆으로 뻗은 가지, 반듯한 놈, 휘인 놈 모두 제멋대로다. 인공의 흔적이라곤 찾아보기 힘들게 자연스럽다. 곁가지가 나오면서 잡히는 방향대로 그냥 자라는 것이다. 빛깔도 줄기가 흙빛에 가까운 향토색이다. 줄기를 보거나 잎을 보거나 꽃을 보거나 어디나 친근감이 가고 정다운 우리의 친구 모습이다. 너무 깔끔한 친구보다 편안한 친구가 좋은 것은 이런 소박함 때문일 것이다. 키가 유달리 큰 것도 아니고 그냥 보통 나무 생김에 보통 크기 그대로다. 이 소박하고 자잘한 산수유는 항상 필자를 가르친다. 실속 없이 폼잡거나 잘난 체하지 말고 묵묵히 제 몫이나 잘하며 말만 앞세우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이 돼라고 말이다. “좀 힘들어도 쓰러지지 말고 참으면서 살라”고 한다. “사치에 눈이 멀지 말라”고 하고 “세상살이를 결대로 살아가라”고 일러준다. “어거지로 세상의 결을 돌리려고 하지 말고 욕심부리지 말라”고 가르친다. 그러면서 부지런함도 보여준다. 오랜 세월 고향을 지키며 살아가는 정겨운 친구 모습을 닮은 산수유가 전해주는 봄소식을 접하면서 이 아침에 희망찬 하루를 연다. /양 기 석 율곡교육연수원 교수부장

기고/론스타의 불법 세금 포탈 대처해야

미국 텍사스에는 레인저즈 프로야구팀이 있다. 한때 박찬호선수가 몸 담았던 곳이어서 우리에게 친숙한 곳이기도 하다. 텍사스가 우리 나라에서 다시 한번 주목을 받고 있는 론스타의 본거지이기 때문이다. 론스타는 지난 2003년 10월 외환은행의 대주주가 되기 위해 주식의 50.5%를 매입했었고 이를 위해 1조3천80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채 3년이 되지 않는 현재 론스타는 소유하고 있는 외환은행주식을 매각해 4조5천억원에 달하는 양도차익을 세금 한푼 부담 없이 해외로 가져 가려 하고 있다. 론스타가 매입할 때 외환은행 주가는 4천525원이며 현재는 약 1만2천300원에 이르고 있다. 론스타 소유주식을 매입하고자 하는 국민은행은 외환은행을 합병하기 위해 시가보다 높은 1만5천400원에 주식을 매입하려고 한다. 결국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차익은 4조5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대해 국세청은 1조원 정도의 세금을 추징하려고 한다. 이에 대해 론스타는 “외환은행 과세차익은 외형상 주식거래에 해당하기 때문에 과세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우리나라가 벨기에, 미국 등과 맺은 이중과세방지협정(Tax Treaty)을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러나 국세청은 론스타의 벨기에 법인은 매각과정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으며 미국 본사가 실질적인 매각을 주도했다고 해 조세협약을 악용한 것으로 판단했고 이에 대해 추징금을 부과했다. 위 논쟁의 초점은 론스타가 한국에 고정사업장(Permanent Establishment)을 두고 사업을 추진했는지의 여부라고 할 수 있다. 즉 이중과세방지협정상 사업소득에 관해 과세를 하기 위해선 당해 외국법인이 소득을 발생시킨 국내에 고정사업장이 있는 경우에는 과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 비춰 볼 때, 론스타의 국내법인인 ‘론스타코리아’를 고정사업장으로 볼 수 있는가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고정사업장이 성립하기 위해선 일반적으로 사업장소가 물리적으로 존재해야 하고 사업장소가 어느 정도 시간적 계속성(보통 180일 정도)을 지녀야 하며 사업장소를 통해 사업이 수행돼야 한다. 외환은행 매각이 진행 중이던 지난 2002년 10월25일, 외환은행장에게 보낸 ‘외환은행과의 협력을 위한 의향서’에서 “서울에 있는 스티븐 리(론스타코리아 대표)가 외환은행 투자와 관련된 협상을 대표한다(represent)”고 적시했다고 한다. 위 의향서에 의하면 론스타코리아는 스티븐 리가 서울에서 사업을 했고 스티븐 리가 있었던 장소를 사업장소로 볼 수 있어 사업장소가 존재하며 시간적 계속성을 지니고 외환은행 매매라는 사업활동을 영위했기 때문에 고정사업장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외환은행 매각차익에 대한 과세는 정당하다. 우리와 비슷한 사례가 지난 2003년 일본에서도 발생한 적이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당시 일본정부는 “론스타가 부실 채권에 대한 투자사업으로 얻은 이익 400억엔을 누락, 신고했다”며 140억엔의 세금을 추징했다. 외국회사가 국내에 고정사업장을 두고 있다면 국내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선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정부는 론스타에 대해 반드시 과세해야 하며 세금 납부를 거부할 경우 국내에 있는 외환은행주식 등 론스타 소유자산에 대한 가압류조치, 관계자에 대한 출국금지조치, 유사한 사례를 처리한 바 있는 일본과세당국과의 공조를 통한 과세자료의 확보 등 보다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서 막대한 국부가 유출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유 기 준 국회의원(한나라당·부산 서구)

기고/민간보험 아직은 보충적 역할이어야 한다

어린 시절 우리 동네에는 가까운 곳에 병원이 있었지만 잘 살지 못해 병원에 간다는 건 엄두도 못냈고 이미 병이 도져 입원하고 수술해야 할 단계까지 와서야 병원을 찾았다. 이로 인해 많은 진료비로 재산을 탕진하는 이웃들을 보았다. 이러한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형편에 따라 보험료를 납부하고 동등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보험이 지난 88년 농어촌을 시작으로 출발, 89년부터 전국민 의료보험 적용을 받게 됨에 따라 병원의 문턱이 낮아져 진료혜택을 받은 사람들이 많아졌다. 요즘은 연간 365일이란 요양급여기간제한이 폐지되고 중증환자에 대한 본인 부담 10%, 6개월동안 본인 부담 300만원 상한제, 6세 미만 입원아동 본인부담 면제 등 건강보험이 보장성 강화로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있다. 그런데 최근 국민들의 건강보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의료보험이란 낯익은 단어들이 자주 눈에 들어온다. 어느 신문에 보면 모 교수는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병원이 의료수가를 정하고 자율적으로 서비스를 제공, 의료의 질을 높여 해외로 의료비가 유출되는 것을 막는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요즘 아파트값이 고급 내장재로 상승한 것처럼 의료비 또한 고급을 이야기하며 의료수가는 매우 높아질 것이다. 원정 출산을 제외하고 어느 정도의 국민들이 해외로 나가 의료비를 쓸까 의문스럽다. 얼마 전 보도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을 보완할 수 있는 민간의료보험이 활성화돼야 한다며 민간보험에 진료기록을 공유하도록 하고 세제혜택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민간의료보험이 개인정보인 진료기록을 공유한다면 이를 활용, 만성 환자나 과거병력자, 노인 등에 대해선 높은 보험료를 부과하거나 가입을 기피하게 하는 자료로 사용될 게 명약관화하다. 얼마 전 민간의료보험 설계사로부터 가입을 권유하는 전화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근간에 병원에 간 사실이 있느냐”고 물었다. 속이 아파 갔다고 대답하자 “죄송하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처럼 부유층은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해 좋은 병원에서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것이고 반대로 높은 관리비용과 다양한 보험서비스로 인한 높은 보험료 등으로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서민들과 노약자들은 일반 의료기관을 찾는 의료서비스의 양극화현상이 초래될 것이다. 민간의료보험이 활성화된 미국의 예를 보면 노벨의학상을 71명이나 받은 국민의 건강수준은 OECD 국가중 최하위권에 있으며 민간의료보험에 대해 75%가 불만을 갖고 있다고 한다. 결국 이런 선진국에서조차 민간의료보험은 모든 국민에게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동등하게 병원에 접근하고 적절한 의료비용이 유지되기 위해선 민간의료보험은 현행 공보험의 보충적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 /임 도 순 대한어머니회 평택지회장

기고/경기도 도립극단 예술감독 내부에서 해결을

경기도립극단 예술감독이 대행체제로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 지난 90년 창단된 경기도립극단은 그동안 상임연출제도와 예술감독제도 등을 거치면서 지금은 예술감독과 상임연출 등을 동시에 두고 있다. 창단 이후 많은 변화와 진통 그리고 발전을 거듭하면서 경기도립극단은 명실상부한 경기도의 공연예술분야 선두에 서있음을 누구나 공감하고 있음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더구나 지난 2004년 법인체제로 경기도문화의전당이 탈바꿈하고 경영과 예술에 뛰어난 능력을 갖춘 홍사종 사장이 부임하면서 경기도립극단은 모세혈관운동을 비롯한 많은 공연실적을 나타내고 있음은 미래의 관립예술단체가 어떻게 가야하는지를 제시하는 하나의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특히 구태의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몇몇 관립예술단체들은 경기도문화의전당을 벤치마킹해야할 것이다. 이런 즈음에 특이한 일 한가지를 보게 된다. 그동안 경기도립극단은 몇몇 예술감독들이 거쳐가며 내부 진통이 끊임 없이 재연된 게 사실이다. 독선적 운영으로 단원들과 갈등을 빚거나 고액의 연봉을 받으며 외부활동에 더 관심을 갖거나 연출을 독점해 식상한 작품들을 계속 공연해 완성도를 저하시키거나 단원들이 몇몇 파로 나뉘거나 하는 상황들을 자주 보이곤 했다. 하지만 내부 단원중 예술감독 대행체제를 갖춘 현 시점은 전혀 그런 갈등이나 잡음이 없고 오히려 화합과 단합이 잘 돼 충분히 단 내에서 선출된 감독이 이끌어 갈 수 있다는 역량을 보여 주고 있다. 사실 예술감독의 임무는 작품의 연출보다는 단의 화합과 작품 등을 고르는 안목과 우수한 연출을 선택해 배우들에게 늘 새로운 창조적인 작업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역할 등을 수행하면 되는 것이다. 예전의 국립극단이 단장제를 채택, 인품과 연륜 등이 갖춰진 분이 돌아가며 예술감독 역할을 수행했고 임기가 끝나면 다시 평단원으로 돌아와 배우로 그 자리를 지키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아 왔다. 외부 예술감독 영입으로 늘 내분이 있었던 경기도립극단이야 말로 내부 예술감독제도를 도입해 단의 화합을 이끌고 연출가 선정은 외부 자문단을 둔다든지 내부 임원회의를 거쳐 그때 그때 엄격하게 선정하면 잡음도 없을 것이다. 아무리 대행체제가 별무리 없이 흘러가고 있어도 오래가면 불안해 지는 것이고 더구나 끊임 없이 움직여야 하는 극단체가 장의 공백을 오래 지속한다는 건 누가 보아도 바람직해 보이지 않을 것이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은 이 문제를 오래 끌고 갈 게 아니라 한시라도 빨리 해결해 단원들을 비롯한 모두의 부담을 덜어야 할 것이다. 오히려 경기도립극단의 의욕 넘친 많은 공연으로 인한 단원들의 피로감은 없는지, 이로 인해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일은 없는지, 관립단체의 존재 이유인 공연 명품들을 만들어 내고 있는지 등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21세기 문화예술의 중심 기상도는 서서히 남하해 서울이 아닌 경기도가 될 것이며, 그 중심에 경기도문화의전당이 있음을 예상해 보며 경기도립극단의 무궁한 발전을 바라기에 애정어린 조언을 드린다. /장 용 휘 수원여대 예술학부 교수

기고/선거범죄의 특성일

오는 5월31일 실시되는 지방선거가 7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나라는 제헌국회의원선거 이후 수많은 선거를 치러왔다. 그러나 고무신·막걸리선거로 대표되는 제1공화국 시절 선거부터 지난 2004년 4월15일 실시된 제17대 국회의원선거에 이르기까지 수단과 방법 등은 달라져 왔지만 아직도 금품·향응제공·흑색선전 등 구시대적인 선거문화가 잔존하고 있다. 이러한 구시대적인 선거문화를 청산하기 위해선 선거범죄 특성부터 알아야 하겠다. 첫째로 범죄의 은밀성이다. 선거범죄는 지연·혈연·학연 등 연고를 매개로 조직적이고 은밀하게 이뤄지는 경향이 있으며 인간·정치적 의리 중시 등으로 범죄행위의 실체 및 배후 관계 파악이 곤란하고 불법선전과 선거폭력 등과 같은 외형적 위반행위 이외에도 공천헌금 등 불법 정치자금 수수와 기부행위 등과 같은 중요 범죄 인지 단속에 한계가 있다. 둘째로 범죄의식의 희박성이다. 일반 형사사범보다 반사회성이 약하며 범법의식이 희박하고 과거 선거시부터 해온 관행으로 인식하는 등 선거법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셋째로 관계자들간 담합 등 사건 축소·변질의 개연성이다. 선거범죄는 조직범죄이므로 관계자간 담합 등을 통한 사건 축소나 변질 등으로 범죄행위 본질을 호도하거나 행위 주체 파악이 곤란하고 당선되면 그만이란 생각으로 관련자들의 무성의한 진술 등으로 증거 확보가 곤란하고 범행을 축소하는 사례가 빈발하다. 넷째로 후보 등의 악의적인 무고사례가 많다. 선거운동 이용을 위한 언론플레이, 상대 후보진영의 활동제약 등을 노린 고소나 고발 등의 남발로 단속업무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고 당선 아니면 낙선이란 극한대립으로 이에 수반해 상호간 위법행위가 유발되고 있다. 다섯째로 합법성 등으로 위장하는 사례가 많다. 불법 선거운동이라고 하더라도 대부분 합법적이거나 의례적인 직무행위, 정당활동 등으로 가장함으로써 이에 대한 조사시 정상적인 행위를 방해한다는 항의를 초래하는 사례들이 많다. 여섯째로 위법행위 주체파악 및 증거자료 확보가 곤란하다. 위법행위에 소요되는 금전이나 향응제공 등은 대부분 측근이나 제3자를 통해 이뤄지는만큼 위법행위 당사자를 확인하거나 증거자료를 확보하기가 곤란하다. 선관위는 지난 22일 선거부정감시단 발대식을 갖고 선거범죄를 척결하기 위해 공천헌금 등 불법 정치자금 수수·매수 및 향응 제공, 비방·흑색선전, 공무원의 조직적 선거 개입, 대규모 불법 선거운동 조직 설치 운영 등 불법 선거운동 예방 및 감시단속 활동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그러나 선관위 단속활동만으로는 선거범죄 척결에 한계가 있다. 깨끗한 선거는 참된 민주정치 구현을 위한 요체일뿐만 아니라 국가와 사회 발전 초석인 바 국민 모두 선거범죄 감시자 역할을 다함으로써 다가오는 5·31선거를 선거범죄 없는 축제의 공명선거로 치르도록 다함께 노력해야겠다. /김 기 성 의정부시 선관위 사무국장

기 고/유비쿼터스시대의 예술행정

새로운 정보화 패러다임으로 등장하는 제4세대 유비쿼터스사회는 향후 도래할 꿈의 시대로 정보기술시대에서 한 세대 도약한 단계다. 모든 사물에 컴퓨터 기능을 적용해 사람을 포함한 생물, 무생물들과 기기들이 유·무선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동시에 도처에서 실시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분야도 IT(정보기술)나 AT(Art Technology) 등은 물론 21세기 새로운 혁명으로서 행정, 교통, 교육, 환경, 의료 등 사회 전 분야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급변하는 시대의 예술행정 또한 시대적 변화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중점 거론해야 한다. 행정 전반의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적절히 연결돼 각 부문별 적절한 코디네이트를 잘 해야만 예술행정이 꽃을 피울 수 있기 때문이다. 21세기 미래산업의 핵심 동력으로 떠오르는 예술문화산업에 전세계가 올인해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는 지금, 우리도 좋은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여건을 형성하고 차별화된 전략으로 경쟁상대가 없는 틈새시장을 개척해 효율적인 예술기획, 시행, 객관적 평가, 수정·효과 등을 통해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예술코드를 창출해야 한다. 또한 예술행정에도 SIS(Strategic Information System:전략적 정보시스템)를 도입해야 한다. SIS는 전략적 네트워크 시스템 개념으로 본래 기업의 경쟁전략을 지원하거나 정보 기술의 이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상점의 고객이 물건을 사면 바코드를 스캐너(자동기억장치)로 해독하고 전국 각 점포에서 수집된 정보는 본사로 보내져 경쟁력 있는 상품과 없는 상품 등을 쉽게 분석하며 매상을 신장시키는데 적극 활용된다. 이처럼 SIS는 전략적 정보수집 활용을 위해 사용되며 컴퓨터 한 대로도 실시할 수 있다. 이후 결과가 보여주는 장점과 약점을 냉정하게 분석, 전략을 갖추게 된다. 이처럼 예술행정 변화는 예산문제라기보다는 예술행정 시스템의 문제다. 큰 모델 틀을 갖춰 세부적인 정책 위에 흔들림 없는 프로젝트 추진능력과 완벽한 마무리 등이 중요하다. 과천시 자체의 문화기반 시설은 다른 도시들에 비해 앞선다. 시설의 양적 확대는 이미 수요보다 공급이 넘어선듯한 인상까지 주지만 한마당축제를 비롯한 문화예술의 질적 향상은 실효성에 의문이 간다. 국제적 유비쿼터스 도시를 지향하는 과천시는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문화예술의 만족도에 대해 냉정하게 분석하고 적극 대처해야 한다.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문화예술보다 이미 검증된 국제적 경쟁력을 가진 예술코드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업의 구조를 보면 하나의 분야에 생사를 걸 때 경쟁력이 강화된다. 예술행정부문에 있어서도 문어발식 예술문화 전시행정은 실효성 있게 추진되기 힘들다. 주무 부서의 예술행정 전문화, 장기적 안목의 전략적 정보 시스템에 의한 철저한 사전, 사후관리 및 지속적인 노력 등만이 빛을 발하는 것이다. 정보과학 도시, 유비쿼터스 도시를 추구하는 과천시는 예술행정의 개혁수준에 따라 과천시의 미래 크기를 가늠하는 기준이 되길 바라며 이에 대한 현재 또는 차기 과천 시장의 새로운 약진과 비전 등을 기대해 본다. /노 경 화 멀티미디어 작가

기고/벌거벗은 지식인의 끔찍한 보고서

몇년 전 ‘아줌마’란 TV 드라마가 화제를 모은 적이 있었다. 교수 장진구란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캐릭터때문이었다. 돈을 주고 교수직을 사고 외간 여성에게 빠져 아내를 버리고 천박한 사고에 지적 허영심만 잔뜩 들어 있는 교수로 설정된 플롯은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사회적 통념상 그리고 사회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도덕적 장치로 대중매체는 지식인은 성스럽고 고고한 인격과 학식을 갖춘 이미지로 재생산됐으며 지식인을 위선적이거나 부도덕한 사람으로 묘사하는 건 마치 신을 모독하는 것처럼 매우 불경스러운 것이어서 암묵적으로 금기시하고 성역화돼 왔다. 그 점이 지식인에 대한 사회적 약속이며 질서였다. 그런 시대적 상황이니만큼 지식인의 이중적 속성을 파헤친 이 드라마는 파격적이었으며 이 땅의 비주류들에게 억눌렸던 해방구 역할과 통쾌함 그리고 카타르시스 등을 가져다 줬다. 요즘 영화 ‘왕의 남자’가 관객 1천만명 돌파란 신기록으로 영화사에 새로운 역사를 만든 이유와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장진구란 픽션에서의 캐릭터보다 더 드라마틱한 현실이 있었으니 바로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시나리오다. 지식인들에 대해 가졌던 대중들의 순진한 환상은 황우석사단의 사건으로 한순간 무너지고 사람들의 믿음체계와 정신체계 등을 흔들어 놓았으며 집단 공황상태로 몰아 넣었다. ‘영웅은 난세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IMF(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각박하고 삭막한 현실을 견뎌내야 하는 국민들에게 황우석 교수는 그야말로 영웅이며 희망이며 현대판 신이었다. 그의 미다스 손으로 누워 있는 장애자들이 벌떡 일어날 수 있는 기적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며 그만이 보다 나은 세상으로 만들어 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그 충격과 배신감 등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실제로 위선적이고 양심 불량 지식인들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존재하는 게 슬픈 자화상이다. 근대 지식인의 시조며 원형으로 추앙받아 왔으며 어린이 교육과 인간 정신에 가장 영향력을 행사했던 장 자크 루소가 자신의 아이들을 다섯 명이나 고아원에 보낸 비정한 아버지였다면…. 독자들이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루소는 가난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때면 자신은 위대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를 돕는 일은 스스로 은혜를 베푸는 일이라고 공언하고 다닐 정도로 자기 과시욕구가 심했으며 거짓말과 엄살을 밥 먹듯 했다. 마르크스는 어떤가. 노동자 해방을 위해 자본론을 집필한 그의 집에는 평생 임금 한 번 받지 못하고 노동력을 착취당한 가정부가 있었다. 그리스도의 나라를 지상에 세우는 게 삶의 목적이었던 톨스토이는 문란하고 난잡한 생활로 자신의 가정 하나 제대로 꾸려 나가지도 못했고 실존주의 철학자 샤르트르는 전형적인 남성 우월주의자로 여성을 인간으로 인정하기를 거부했다. 이외에도 러셀, 입센, 오웰, 촘스키 등 근대 지성의 거장들은 정신병적인 요소를 안고 있으며 과대망상증 환자이고 지독한 이기주의자에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들을 착취하기도 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사회구조와 인간의 행동을 근본적으로 개조하겠다며 이데올로기와 관념, 사상 등을 내놓았지만 이율배반적으로 그들의 삶은 자신들이 부르짖던 주의나 주장 등과는 정반대 삶을 살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위선으로 가득 찼다. 지식인들의 실상을 파헤친 폴 존슨은 “그들은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기 위해 자기 선전, 거짓말, 기만, 표절, 곡해, 왜곡 등으로 가득차 있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이 세상 대부분의 지식인들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각계각층에서 학자의 양심과 정직함과 진실함 등을 갖고 후진을 양성하거나 자신의 분야에서 성실하게 연구하고 정진하는 지식인들이 훨씬 많다. 그렇기에 세상은 굳건하게 지탱해 나가고 좀 더 나은 세상으로 진보하고 있다고 믿는다. 지식인은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이해와 애정을 가진 태도를 가지는 게 관념적인 주의나 주장 등을 내세우는 것보다 훨씬 더 세상을 부드럽게 변화시키며 자기 함정과 모순 등에 빠지지 않고 살아가는 원동력이고 그들이 존재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이 국 진 신흥대 교수

기고/영어가 생존의 도구인 이유

오늘날 인류문명 정보의 60%가 영어로 기록됐다고 한다. 그래서 영어로 기록된 지식이나 정보 등이 많으면 많을수록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거나 능숙하게 구사하는 사람이 유리하게 된다. 이에 따라 영어로 축적된 정보와 지식 등은 시간이 지날수록 독점적 자리를 굳혀가고 다른 언어가 넘볼 수 없는 위치를 갖게 된다. 각 대학 외국 원서중 영어권 교재가 특정분야를 제외하곤 거의 100%에 육박하고 고려대는 학부생들의 영어 강의 비율이 31%였는데 올해부터는 더 확대할 예정이다. 기업의 예를 들면 LG전자는 연구·생산·업무중 세계적으로 필요한 업무중심으로 영문화작업을 추진하고 오는 2008년 영어 공용화를 끝내기로 했다. 바야흐로 영어 중심의 지식 생산이 일반화되고 있으며 사회 및 학문 모든 분야에서 지식과 정보를 발신하는 지식발전소 역할을 톡톡히 해 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아우르는 인터넷 콘텐츠 역시 영어가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유네스코(지난 2002년 기준)의 ‘세계 사멸 위기 언어지도’에 따르면 현존하는 6천여 언어중 90% 정도가 100년 후에는 소멸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우리나라 무역규모 세계 12위를 감안하고 글로벌 경제 활동을 위해선 외국인과의 협상에 언어소통의 유창함과 계약사무 정밀함 등이 요구된다. 며칠 전 보도에 의하면 OECD 사무국에 파견된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의사소통과 보고서 작성에 문제가 있어 국제적으로 망신당한 사례와 전문직과 대기업 임원 등의 영어회화능력에 따른 연봉과 승진 등이 우대되는 현실은 영어능력 위력을 절감하게 한다. 같은 맥락에서 EU 예를 들면 25개 회원국의 공용어가 20개 이상 되다 보니 통역과 번역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천문학적으로 들어 간다고 한다. 따라서 자연히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해 해외 유학경비가 3조4천억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는데, 영어 연수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만큼 청소년기의 제한된 학습 시간을 감안하면 이 또한 빈부의 차가 심화될 수 밖에 없다. 구태여 해외 연수를 떠나지 않아도 영어로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다면 직업 선택의 폭도 지구촌을 중심으로 확대될 것이다. 필자의 견해는 모국어의 쇠퇴란 가슴 아픈 일이지만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최초 시행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학교, 회사, 시·군 및 각종 특구 등을 중심으로 시범 운영하도록 하고 성과에 따라 전면 시행시기를 조절하면 될 것이다. 일부에선 우리말을 잃어버릴까 우려하는 역풍도 있을 것이나 크게 염려할 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거꾸로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처럼 인간에겐 귀향 본능이 있다. 사람의 국적(모국어) 본능은 귀소본능이요 귀소본능은 노인의 귀향본능과도 같다. 영어 공용화의 가능한 또 다른 이유는 한국인이 한자어와 같이 생활할 수 밖에 없는 현실적 필요성과도 같다. 넉자의 한자어로 열자 이상의 한글 뜻을 담아내니 한자를 배우면 사상(思想)의 폭이 넓어진다. 마찬가지로 한 문장 영어로 역발상(逆發想)을 경험해 볼 수 있게 해주니 세상 보는 눈이 커질 것이다. 전문가 견해에 따르면 10세 이전에는 2~3개 모국어를 소화할 수 있다고 한다. 기업도 적자생존의 다국적 기업만 살아남을 수 있고 글로벌 경쟁시대에 발빠르게 대처하지 않으면 국가 번영의 기로에서 이류나 삼류 등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여론 수렴과 공론화 과정 등을 거쳐 하루 빨리 선택이 아닌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김 기 연 여주초등학교 교장

기고/참된 사랑과 교육적 만남의 중요성

교육은 교사와 학생의 만남으로 이뤄진다. 교사와 학생의 만남 속에서 지육(智育)·덕육(德育)·체육(體育)이 실현된다. 지적인 능력, 인성의 함양, 건강한 신체를 기르는 일 등이 곧 교육이다. 교육은 또 사회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펼쳐지는 실천적 행위다. 사회가 새로운 양상으로 발전해나간다면 교육은 그 새로움을 끌어 안아야 하고 또 다른 새로움을 창조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오늘날처럼 급변하는 상황에선 교육이 나갈 방향에 혼란이 올 수 있다. 지식정보화시대에서 강조되는 것은 오로지 이성과 논리를 바탕으로 한 지적인 능력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지적인 능력만 있고 정작 중요한 인간과의 따뜻한 만남은 사라지고 있다. 학교에선 인간에 대한 참된 사랑이 먼저 있어야 하고 그 다음에 진리가 추구돼야 한다. 진리는 결국 인간을 위해 추구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인간을 사랑해야 하고 사랑을 바탕으로 할 때 참된 만남이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자연의 섭리가 떠올려진다. 그 섭리를 체득할 수 있는 마음이 있어야 인간에 대한 자연스러운 사랑을 갖게 되지 않을까?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그런 말을 당당하게 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우리 사회에 과연 도의가 있는가. 어른들이 자라나는 후세들에게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가. 자신만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이란 논리로 온갖 수단과 방법이 동원되고 권세와 부를 얻기 위해 갖은 아부를 일삼고 흑백논리로 상대방을 비난하는 일들이 허다한 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게 진실이고 어느 게 거짓인지 분별하기도 어렵다. 어느 것 하나 참된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 교사들이, 또는 어른들이 아무리 교육해도 그야말로 ‘시루에 물 붓기’격이 되고 만다. 흔히 모든 책임을 학교 교육에 전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학교 교육으로만 이같은 모순을 극복할 순 없다. 학교 교육은 국가와 사회적 필요 등으로 만들어 낸 제도다. 어찌 보면 2차 교육일 수 있다. 아이들에 대한 1차 교육은 가정에서 이뤄진다. 즉 학부모가 최초 교사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교육을 학교에만 전가시킨다. 그리고 최초 교사 역할을 다하지 못한 점을 반성하기 보다는 아이들의 잘못된 점을 학교 교육 탓으로만 돌리려 한다. 중요한 건 이같은 학부모들이 사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학교 교육이 책임이 없는 건 아니다. 교육현실에 비춰볼 때 학생들은 학교에서의 생활이 가정에서의 생활보다 훨씬 많다. 오늘날 학교 교육이 비판받는 이유는 책무성이 결여됐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아이들을 맡았다면 가르침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교육은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현실을 준비시킨다는 점에서 교육은 단기이익을 낼 수 있는 기업 활동과는 차별될 수밖에 없다. 계획도 물론 장기적이어야 하고 일관성도 있어야 한다. 이 일은 교육당국 정책으로 이뤄질 수 있다. 그렇다면 교육당국은 조변석개(朝變夕改)식의 정책이나 정치적 수단으로 정책을 펼쳐선 안된다. 교육 정책 기저에는 ‘교육적’이란 순수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 교육은 분명 교사와 학생, 부모와 자녀, 교육당국과 학교 등과의 만남으로 이뤄진다. 그 기저에 참된 사랑과 교육적 철학이 있어야 교육의 앞날이 밝아질 수 있다. 경기교육 지표가 ‘희망교육’이듯 교육이 제 자리를 찾을 때 희망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최 의 동 前 경기도교육위원

기고/노인수발보험 성공을 바라며…

우리나라는 세계 어떤 나라들보다도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됨에 따라 노인성 중증 질환 등으로 간병이 필요한 노인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핵가족화와 여성의 사회 참여,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인해 노인환자들을 방치하거나 노인환자들 스스로 가족에게 부담을 지우기 싫어 생을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중풍·치매 등 중증 질환을 앓거나 장애를 가진 노인들에 대한 간병과 수발 등을 국가와 사회가 공동으로 책임지도록 하는 노인수발보험제도가 오는 2008년 7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지금까지 각 가정이 책임지므로 인해 겪었을 환자와 가족들의 고통과 경제적인 어려움 등을 감안하면 참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노인수발보험법(안) 내용을 살펴 보면 6개월 이상 일상생활을 혼자 하기 어려운 65세 이상 노인과 치매·뇌질환 등 노인성 질환을 가진 노인 등을 대상으로 1단계(오는 2008년 7월)로 전혀 거동하지 못하는 최중증 노인(8만5천여 명 추정)에게 수발서비스(현금 급여 포함)를 제공하고 2단계(오는 2010년 7월)로 일상 생활에 도움이 필요한 중증 노인(16만6천여 명 추정)까지 확대 실시할 계획이다. 수발급여 종류는 시설 및 재가급여, 특별 현금급여 등 3가지가 있으며 본인은 비용의 20%를 부담한다. 현재 요양시설에 입소하면 매월 70만~250만원을 부담했으나 30만~40만원만 부담하면 되고 재가 수발서비스를 받는 환자는 매월 12만~16만원을 부담하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본인 부담이 면제되고 의료급여 등 저소득 계층은 본인 부담이 감경된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중증 노인환자를 모시고 사는 가정의 경제적인 부담을 크게 덜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제도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재원과 시설 등이 충분하게 확보돼야 하고 역할을 담당한 정부와 자치단체,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정부는 국고부담 50% 약속을 지키고 수발에 필요한 시설 등 인프라도 시행에 차질 없도록 준비해야 하겠다. 관리·운영을 책임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전국적인 조직으로 건강보험제도 도입 이후 사회보험 전반을 운영한 경험있는 전문 인력들을 보유하고 있고 전산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어 노인수발보험을 담당할 적임 기관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인프라를 적절하게 투입하면 제도의 조기 정착 및 확대 운영 등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 85.2%가 노인수발보험 도입에 찬성한 건 우리 사회의 노인 부양문제가 심각해 사회공동체가 같이 책임져야 할 문제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요양과 간호가 필요한 노인환자들의 책임이 가족이나 개인의 책임에서 사회 전체가 책임지는 사회보험으로 제도화될 경우 가계 부담이 대폭 완화되고 국민의 노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선진국들이 장기요양제도가 정착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에 비교하면 늦은감이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제도화되는 건 반가운 일이다. 노인수발보험을 책임질 각 주체들은 복지사회 건설의 첨병이란 사명감을 갖고 시범사업에서 나온 문제점 등을 철저하게 분석, 선진국들보다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길 기대한다. /송 노 원 신흥대학 평생교육원 주임교수

기고/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을 아시나요?

다음달 13일은 중국 상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한지 87주년이 되는 날이다. 우리나라가 1909년 8월29일 일본에게 국권을 빼앗기는 경술국치를 맞게 돼 이때부터 나라 잃은 설움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우리의 선열들은 국권을 되찾기 위해 국내는 물론 중국, 만주, 연해주 심지어 미국, 하와이 등지에서 독립운동을 전개했으며 이중에서도 전 민족이 궐기해 일어난 운동이 기미년 3·1독립만세운동이었다. 당시 이 만세운동은 중국의 5·4운동, 인도의 스와라지운동 등을 일으키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우리나라도 3·1독립만세운동으로 결집된 민족의 역량이 모여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1919년 3월1일 민족대표 33인 이름으로 대한민국 독립을 선언함으로써 명실공히 조선이 자주독립국임을 만천하에 알리게 됐으며 뒤이어 4월13일 민족의 염원인 공화제 정부를 수립했으니 이것이 바로 중국 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였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비록 타국에서 ‘임시’란 글자가 붙은 망명정부였지만 독립운동 구심체로 조직적이고 적극적인 독립항쟁을 전개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한 10개조의 임시헌장을 임시의정원 의결로 제정했고 “국토를 빛나게 회복하고 나라의 기틀을 확고히 하겠다”는 대사명 이행을 선언했다. 조국이 광복되기까지 27년동안 상해, 항주, 진강, 장사, 광주, 유주, 기강, 중경 등 중국 여러 지역들을 옮겨 다니며 지속적인 독립항쟁을 펼친 임시정부는 한민족 5천년 역사의 명맥을 면면히 이어 왔던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우리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선언한 것은 임시정부가 대한민국의 뿌리를 찾고자 하는 뜻에서 일 것이다. 이러한 뜻 깊은 날 임에도 이날을 기억하는 국민은 과연 얼마나 될까? 지금까지 중앙에서만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를 주빈으로 독립유공자, 시민, 학생 등 1천여 명을 초청해 기념식을 열었으나 지방정부는 이러한 정신을 기리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지방정부중 관할구역이 가장 넓고 규모가 제일 큰 경기도가 도 단위행사를 선도적으로 개최해줄 것을 건의했으나 아직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올해도 광복회 경기도지부가 경기도에 건의중에 있어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노 영 구 수원보훈지청장

기고/농업인 실익 없는 신경분리 안된다

최근 재정경제부는 “농협중앙회의 주요 문제가 信經(신용사업을 운영하는 농업은행과 경제사업을 운영하는 구 농협)분리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농협중앙회를 지주회사 및 자회사체제로 지배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현재 복합업종 형태인 종합농협을 단일업종 형태로 분리하라는 뜻이다. 물론 농업 농촌을 지켜야 한다는 마인드는 모든 인류가 갖고 있는 공통분모이기에 거기서 출발하는 신경분리논쟁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하지만 농협을 농업개방의 반대급부에 해당하는 손실보험쯤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농업인 실익차원의 자세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기업의 경우, 현재 미국과 일본에서 많은 적자를 내는 기업들을 보더라도 대부분 단일 업종 기업들이다. 반면 제너럴 일렉트릭(GE)같은 복합기업은 점차 전에 없던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농협도 과거엔 단일업종형태를 선택했으나 덩치가 적은 소농이나 복합 영농중심인 우리 농가 등에는 적합하지 않아 다시 지난 1961년 농업은행과 농협이 통합돼 복합 업종형태인 종합농협체제를 구축한 이래 오늘에 이른다. 이런 의미에서 신경분리론을 따져보자. 신경분리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별도의 법인체로 나누라는 것이다. 그러면 경제사업을 더욱 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 2004년 신용사업에서 경제사업분야로 지원해준 1천632억원은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해도 신용자회사의 모회사에 대한 배당금으로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보다 몇배 웃도는 규모의 교육지원사업비 부담액과 출자배당금 등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 또 회원조합 자립기반 구축을 위한 조합지원적립금 조성문제, 농업인을 위한 경제사업에의 지속적인 투자재원 조달문제 등 농협의 본질적인 역할 수행은 무시됐다. 또 신경분리를 통한 신용자회사 전환의 필요성을 농협의 자본구조 및 금융부문 감독 취약 등을 사유로 명시했다. 하지만 농협자본구조 미흡이 신용사업 수익성저하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 신용사업의 수익을 자본금으로 편입하는 대신 지도경제사업에 지원을 충당해주는 협동조합금융 역할에 기인한 것이다. 농협은 농림부, 감사원, 금감원, 국회 등 국내 어느 조직도 유례가 없는 3중 4중의 중복 감사를 받고 있다. 이처럼 협동조합의 이념과 농협사업에 대한 깊은 연구나 확실한 분석이 없는 상황에서 최근의 신경분리 주장을 농협이 선뜻 받아 들이기는 어렵다. 가뜩이나 우리 농촌은 쌀시장 개방압력과 FTA·DDA협상 등으로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이같은 참담한 현실에서, 농협의 신경분리문제는 농협은 물론 농업인 조합원들과 직결된 중차대한 문제다. 막연히 알고 있는 상식만으로 선뜻 단안을 내리면 피해는 고스란히 농업인 조합원들에게 돌아간다. 그렇다면 우리 농업을 지키는 길은 무엇인가. 바로 농협 설립 목적인 농업인 조합원들의 경제·사회·문화적 지위 향상에 더욱 기여할 수 있도록 도와 줘야 한다. 대신 농협은 경제사업 확대는 물론 순수 민족자본은행으로 종합금융그룹 비전을 확실히 제시해야 한다. /전 성 군 농협중앙교육원 교수·경제학 박사

기고/간판의 홍수

차를 몰고 길을 가다보면 도로 양쪽에 간판들이 무분별하게 너무 많다. 현대 도시인들은 한마디로 간판의 홍수 속에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상점이나 회사를 알리는 간판의 모양도 여러 종류이고 색깔도 거의 같은 게 없을 정도로 많다. 가로 쓴 간판이 있는가 하면 세로로 씌어진 간판들도 있고 외국어와 우리말이 혼합돼 국적을 알 수 없는 상품을 알리는 간판들도 수두룩하다. 거리 표지판을 가리고 있는 간판들도 있으며 심지어 신호등까지 가려 교통을 방해하는 간판들도 있다. 커다란 고층 건물이 도심지에 들어서면 처음에는 깨끗하고 미관상 좋다고 느끼지만 차츰 건물에 입주한 여러 회사와 상호 등을 알리기 위해 각양각색으로 쓴 간판들이 여기저기 무분별하게 붙기 시작하면 누더기를 걸친 건물로 변모하고 만다. 먹거리가 많은 거리에 들어서면 갈비집, 중국집, 일식집, 토속음식점, 설렁탕집, 보신탕집, 장어집, 생선구이집, 두부집 등 많은 음식점 간판들이 보인다. 그 지역이 음식중에서도 국밥이 유명한 지역이라면 처음에는 ‘경기 국밥집’이 보이고 그 다음 간판에는 ‘원조 경기국밥집’, ‘진짜 원조 경기국밥집’, ‘할머니 경기국밥집’, ‘외할머니 경기국밥집’ 등 자기네 음식점이 원조라고 우기는 상호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멈추게 하기도 한다. 또한 가구 거리에 들어서면 제각각의 상호 앞에 ‘30% 세일’, ‘반액 세일’, ‘90% 세일’, ‘원가처분’, ‘똥값처분’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만큼 많은 간판과 플래카드 등이 어지럽게 붙어있는 곳도 있다. 아무리 설계가 잘 된 현대 계획도시라도 그곳에 위치한 관공서 이름과 거리 표시, 회사와 상호 간판들이 모양과 색의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풍경이 좋은 도시라고 할 수 없다. 따뜻한 남녘바람이 불어오는 새봄에는 겨울의 묵은 때도 걷어 내면서 자기 집과 이웃의 간판들도 새롭게 손질할 필요가 있다. 도시의 깨끗한 환경과 아름다운 우리 동네를 만들기 위해선 자기 집 앞이라도 비로 쓸고 화분 몇 개라도 가게 밖에 내놓는 게 이 봄을 맞이하는 최소한의 수고가 아닐까. /김 종 오 동남보건대 환경보건과 교수 수필가

기고/예술과학의 힘은 무엇인가

문화기술(CT:Culture Technology)이란 문화예술의 그릇에 첨단 기술과학을 담는 것이다. 원인과 과정, 그리고 결과를 도출함에 있어 일관성이 있을 때 우리는 합리적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합리성은 낭비가 없는 능률을 가져온다. 즉 예술적 창의력이 과학기술을 근거로 합리적으로 실현될 때 예술적 효과는 극대화된다. 창의력과 합리성, 능률, 이 세가지의 응집, 다시 말해 문화예술과 첨단기술의 융합은 창의적 능력과 합리성 등을 근간으로 새 문화 예술의 획을 긋는 일임이 분명하다. 예를 들면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인 백남준의 예술도 예술과학의 융합이며 강하고 혁신적인 예술과학의 본보기다. 또한 멀티미디어 인터랙티브(쌍방향)가 이 화두 중심에 서 있다. 철저하고 빈틈없는 예술가의 사전 프로그램에 의해 미디어 인터랙티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85년 ‘프로젝트 2061’을 발족시켜 21세기 과학기술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과학적 소양을 갖춘 범시민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중국 또한 ‘중국2049’란 장기행동계획을 중국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았고 프랑스나 독일 등도 이미 이러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범세계적 예술과학운동 회오리 속에서 한국도 지난해 4월 ‘사이언스 코리아운동’이 시작됐고 과학기술부와 문화관광부는 한국을 세계적인 문화콘텐츠 강국으로 만들기 위해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정부는 예술과학 저변 확산이 21세기 한국의 경쟁력 확보에 중요한 사안임을 인식한 것이다. 예술과학산업이 미래경제를 좌우하는 기본 구조임을 감지한 대안이다. 예술과 과학의 융합체제로 세계가 올인 하고 있는 지금, 자치단체 관심이 집중된 과학문화도시 선포는 현재 포항시를 1호로 시작해 서울 관악구, 원주, 전주, 춘천, 순천, 군포, 남원, 서귀포 등 이미 전국 19곳이 과학문화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이미지 메이킹하고 있다. 이처럼 자치단체들은 지역문화와 경제 활성화를 위해 경쟁적으로 문화예술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예술과학 흐름 속에서 국책사업인 국립과학관이 건립되고 IT기술을 특화한 지식정보센터를 구상중인 과천의 변모가 주목된다. 과천에서만 가능한 문화적 특화의 국제경쟁력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자문해 보아야 한다. 예술과학 특성상 현재와 같은 관주도의 일방적 용역체제 풍토에선 예술적 창의력과 국제경쟁력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과천시는 주요 핵심산업의 기획과 집행과정에서 국내외 예술과학 전문가들과 함께 호흡하는, 쌍방향 대화 채널을 마련해야 한다. 풍요롭고 합리적인 과학과 예술의 융합은 주민들의 호응이 성패를 좌우하는만큼 네트워크를 통해 제대로 된 사이버 토론이 구축돼야 한다. 주민과 과천시의 쌍방향 협력체제로 돌입해야 진정한 의미의 융합이며 청소년들에게 꿈과 비전을 심어주고 대중에게 쉽고 즐거운 예술과학 체험를 심어 줄 수 있다. 생활 속에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예술과학 시스템 구축도 시급하다. 더 나아가 예술과학산업이 미래 경쟁력의 원동력이 되도록 예술과학 저변 확산에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노 경 화 멀티미디어 작가

기고/8·31 부동산대책으로 늘어난 조세부담

현 정부들어 극심한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여러가지 정책들이 계속 제시돼 왔다. 특히 “8·31 부동산대책이 입법화돼 적용된다면 세금때문에 더 이상의 부동산 투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정부 관계자가 이야기한 적도 있는데 과연 성공한 정책이 될 수 있을까? 벌써 8·31보완대책 운운하는 건 무슨 까닭인가? 8·31 부동산대책과 관련된 입법내용들을 보면 보유단계에서의 세금부담과 양도단계에서 세금 부담을 크게 증가시킨 점이 특징임을 알 수 있다. 보유단계에서 주택 및 토지에 대한 재산세 부담을 점진적으로 증가시켜 오는 2015년에는 현재 부담보다 2배 이상 세 부담이 증가되도록 개정됐다.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올해부터는 가족 재산을 합해 주택은 6억원, 비사업용 토지는 3억원 등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과세하도록 개정하고 세 부담을 점진적으로 증가하도록 해 오는 2009년에는 지난해보다 세 부담이 2배 이상 증가하도록 바뀌었다. 또한 보유세 과세의 기준이 되는 토지의 공시지가와 주택의 공시가격 등이 상승, 세 부담은 생각 이상으로 크게 증가할 수 있다. 그리고 양도단계에서 내년부터는 모든 부동산의 양도소득세를 실지거래가액을 기준으로 양도차익을 계산, 과세하도록 변경됐고, 특히 1가구 2주택을 가진 사람이 1주택을 파는 경우 매매차익의 55%를 양도소득세와 주민세 등으로 납부해야 하며 토지의 경우 본인이 직접 사용하지 않거나 주소지 인근에 소재하지 않는 토지에 대해선 매매차익의 66%를 양도소득세와 주민세 등을 납부하도록 개정됐다. 또한 재개발·재건축과 관련해 주택 입주권에 대해 올해부터 1주택으로 간주해 간접적으로 조세 부담을 증가시켰다. 이러한 8·31 부동산대책과 관련 개정 법률 시행으로 정부는 “세금 납부 후 이익에 대해 부동산 투자에 대한 이익률이 금융기관 예금이익률보다 적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필자의 생각으로도 더 이상 부동산을 갖고 과거처럼 돈을 벌 수 있는 길은 없는 것 같다. 경제활동을 하면서 돈을 벌고 싶어 하는 건 원초적인 욕구중에 하나이고 이 욕구 충족을 위해 돈을 버는 새로운 방법을 끊임 없이 찾는 게 우리의 현실 아닌가. 부동산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니 골프회원권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 골프회원권 값이 많이 오른 것으로 최근 발표됐다.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는 최선의 방법이 과연 부동산에 대한 과세를 강화에 있는지 필자는 심히 의심스럽다. 부동산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사회의 부작용 없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정부가 많이 만들어 주는 게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는 좋은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김 관 균 세무사

기고/민간의료보험 도입, 아직은 이르다

최근 들어 건강보험의 한계성 등을 이유로 민간 의료보험 도입과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민간 의료보험 도입을 찬성하는 측은 민간 의료보험을 도입함으로써 고액의 진료비가 소요되는 재난성 질환이나 사고 등으로부터 소비자가 충분하게 보장받을 수 있으며 의료기관의 경영 개선 및 의료산업 발전 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재 공보험인 국민건강보험 보장체계가 충분하지 못한 상황에서 민간 의료보험을 도입할 경우 과연 민간 의료보험이 공보험을 보완,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문제는 그렇지 못하다는데 있다. 그렇다면, 민간 의료보험이 도입될 경우 예상되는 문제점은 무엇일까. 먼저, 민간 의료보험이 도입될 경우 국가 전체적인 의료비가 급증하게 되며 이에 따른 국민 개개인과 정부의 비용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민간 의료보험이 도입되면 불요불급한 의료의 사치성 이용이 급증하고 의료수준이 고급화되는 경향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동일한 질병이나 사고 등에 대한 치료에 있어서도 입원을 더 선호하거나 불필요한 입원을 선택하는 등의 현상으로 의료비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민간 의료보험이 의료기관에 대한 적정 이윤 확보에 기여함으로써 과잉 진료를 억제하는 등 의료공급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지만, 이는 지나치게 낙관적인 견해로 민간 의료보험 도입이 의료공급의 정상화를 가져오리라는 근거는 전혀 없다. 오히려 민간 의료보험회사와 의료기관간 별도의 보험수가계약을 통해 의료비 수준만 불필요하게 증가될 것이며 그 부담은 모두 국민들 몫일뿐이다. OECD도 각 국가 민간 의료보험 도입이 공공의료비 지출과 국민의료비 지출을 증가시키고 있으며, 민간 의료보험 도입시 도덕적 해이에 의한 과다한 의료비 지출을 막을 수 없음을 인정하고 있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현재 건강보험 보장성이 충분하게 확보되지 못한 상황에서 민간 의료보험이 도입될 경우 의료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민간 의료보험은 영리사업이기 때문에 가입자들에 대한 의료보장보다는 보험료 수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데 1차적인 목적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민간 의료보험의 보험료를 부담하기 어려운 저소득·고위험 계층의 가입은 거부되고 고소득·저위험계층이 선별 가입되는 등 사회계층간 양극화 심화라는 보다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민간 의료보험 도입으로 의료보험 내지는 건강보험 체계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고조될 경우, 이제까지 어렵게 쌓아 온 공보험으로서의 국민건강보험체계가 붕괴될 우려마저 금할 수 없다. 이는 모두 국민의 불이익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우리의 국민건강보험은 아직까지도 그 보장성이 국민들이 만족할만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건강보험 보장성을 중·장기적으로 더욱 더 확대, 기본적인 공공의료를 충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민간 의료보험 도입은 이러한 공보험의 보장성 확보 등 선결과제가 충족된 이후에나 비로소 검토돼야 할 사안일 것이다. /장 석 진 국민건강보험공단 파주지사장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