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4월 개관’ 경기도국민안전체험관 “체험으로 재난 극복”

안전장치가 있어서 전혀 위험하지 않습니다. 요령만 알면 누구나 재난 상황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지난 18일 오후 찾은 오산시 내삼미동에 위치한 경기도국민안전체험관. 이달까지 시범운영 기간인 가운데 열명 안팎의 어린이들이 1개 조를 이뤄 안전체험 중이었다. 마침 빨간색 모닝 차량에 한 아이가 지도교수의 안내에 따라 탑승했다. 이상한 것은 운전석에 오른 아이의 행동. 핸들에 엉덩이를 올려놓고 앉아 의자 등받이를 두 팔로 밀고 있었다. 아이의 장난 같아 보였지만 곧 차에서 빵 경적 소리가 체험장에 울려 퍼지자, 그것이 비상 시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곳은 바로 어린이 안전 체험장인 어린이 안전동화 마을이다. 코스를 따라 들어가면 지진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도록 주방을 재현한 세트장이 마련돼 있었다. 5명의 어린이가 바닥이 흔들리자 방석과 책가방으로 머리를 보호하고, 식탁 아래 몸을 밀어 넣었다. 진동으로 물건들이 떨어질 때마다 우아 어떡해라며 놀라는 소리도 나왔지만, 여진까지 기다렸다가 침착하게 자리에서 빠져나왔다. 본격적인 재난안전체험은 ▲생활안전 ▲교통안전 ▲사회 및 재난안전 ▲야외 및 농촌안전 ▲산업안전 등의 체험코스에서 생생하고 다양하게 마주할 수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건물 2~3층 높이에서 내려오는 완강기 체험이었다. 평소 건물에 설치된 완강기를 사용할 일이 거의 없지만, 비상 시에는 몸을 밧줄에 의지해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는 장치다. 이곳 체험관에서는 보조 밧줄을 추가로 몸에 매달아 안전사고에 대비했다. 하지만 밧줄에 몸을 의지한 채 아래로 내려가기에는 선뜻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지도교수의 설명에 따라 벽 쪽을 보고 선 뒤 하나 둘 발을 내리고 손을 난간에서 떼자, 벽과 일직선으로 내려갔다. 의외로 상당시간 내려가 발이 땅에 언제 닿을지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 당황하면 몸이 흔들려 불안정하게 내려올 수도 있지만, 완강기 자체에 속도조절 장치가 있어 일정한 빠르기로 내려갈 수 있었다. 안전벨트 착용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는 체험도 있었다. 탑승한 승용차가 마치 양꼬치나 장작구이 통닭처럼 360도로 회전했다. 처음 45도, 90도 각도로 돌아가자 몸이 한쪽으로 쏠려 붙잡을 곳을 찾았다. 그리고 직각을 넘어 180도에 이르자 드디어 좌석에 붙어 있던 엉덩이가 떨어짐과 동시에 안전벨트 하나에 공중에서 온몸이 의지하게 됐다. 만약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다면 그대로 고꾸라져 목이 골절되는 등 크게 다칠 수 있었다. 체험을 마치고 나오면 실제로는 순식간에 차체가 돌아가 전복되는데 이건 아주 천천히 돌아간 것이라며 안전벨트의 중요성을 충분히 알게 됐을 것이라는 관계자의 친절한 설명이 안전벨트야말로 생명줄임을 다시금 깨닫게 만들었다. 알코올이나 약물 등 중독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하는 재미있는 코너도 발길을 붙들었다. 특수처리된 안경을 끼면 마치 만취한 것처럼 몸을 가누기 어려운 상태가 됐다. 공을 던져 과녁에 맞추려고 하면 엉뚱한 곳으로 번번이 날아가 멀쩡하지 않은 상태임을 느끼게 했다. 이 밖에도 분말 대신 물로 대체한 소화기로 불을 끄는 체험을 비롯해 비상시 지하철 문을 수동으로 열고 탈출하는 체험, 노래방 화재 시 대피 등을 체감할 수 있도록 여러 시설이 마련됐다. 해당 시설을 빠르게 체험하니 2시간 이상 소요됐다. 이처럼 정식 개관을 앞둔 경기도국민안전체험관은 지하 1층과 지상 1층의 연면적 7천94㎡ 규모로 9개 체험존‧52개 체험종목을 갖춘 전국 최대 규모의 안전체험시설이며, 307억7천만원(도비 107억7천만 원‧국비 100억원‧시비 100억원)이 투입됐다. 이곳은 다음 달 13일께 정식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향후 홈페이지를 통한 사전 예약제로 운영될 계획이다. 매주 월요일과 일부 공휴일을 제외하고 오전 10시, 오후 2시와 4시 등 하루 세 차례로 나눠 16명의 교수가 투입돼 운영된다. 경기도재난안전체험관 관계자는 시범운영기간 동안 다양한 관람객의 의견을 취합해 더욱 만족도 높은 시설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부대시설 확충은 물론 각종 교육지정기관 인정 등을 통해 이용객을 적극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호기자

[현장, 그곳&] 윤석열發 ‘재건축 바람’… 1기 신도시 벌써부터 ‘들썩’

대선 이후 재건축 쪽으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니까요. 17일 분당신도시의 시범단지(삼성한신우성한양현대). 지난해 말 재건축 가능 연한인 준공 30년을 넘긴 이 단지들에는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 출범이라는 현수막이 즐비해 있었다. 그러나 기본계획 미수립, 높은 안전진단 기준 등 여러 규제로 인해 사업 진행에 난항을 겪고 있었다. 분당 시범단지 재건축추진위원회 관계자는 1기 신도시 안전진단 등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후보가 당선돼 일단은 마음이 놓인다고 털어놨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도 작년까지만 해도 리모델링 붐이 일었는데, 이제는 재건축이 대세인 분위기라며 시범단지의 재건축이 현실화되면 다른 단지들도 영향을 받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안양 평촌신도시 샘마을단지에서도 비슷한 기류가 감지됐다. 아직까지 리모델링재건축 현수막이 걸려 있거나 추진위원회가 결성되지 않은 아파트 단지들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이곳의 한 부동산에서는 인근에는 리모델링 붐이 한창일 때도 마냥 재건축을 기다리던 아파트들도 있어 누가 포문을 열지만 기다리고 있는 분위기라고 귀뜸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평촌, 분당 등 리모델링 열풍이 불던 1기 신도시에서 미묘한 분위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제 20대 대선에서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위한 특별법 제정 등을 공약했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승리하면서 재건축 사업이 다시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이날 부동산R114에 따르면 1기 신도시 아파트 27만9천314가구 중 5만1천616가구(18.5%)가 준공 후 30년이 넘어섰다. 새 정부의 출범 이후 1기 신도시의 재건축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1기 신도시 정비는 수도권 주택 공급의 주요 수단이라며 새 정부 출범과 재건축 연한 30년이 겹치면서 1기 신도시 곳곳에서 정비사업이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1기 신도시 정비사업 공약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동훈 한국리모델링협회 정책법규위원장은 건축물의 탄생-리모델링-재건축은 건축물의 수명을 지탱하는 일련의 과정인데, 재건축 시장이 활성화되면 이제서야 탄력받은 리모델링 시장이 움츠러들면서 주택 수명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면서 또 1기 신도시가 동시다발적으로 공급됐던 만큼 재건축 활성화로 인한 폭발적인 1기 신도시의 이주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시차를 두고 정책적 성능을 확보한 이후에 진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수진기자

[현장, 그곳&] '꿀벌실종사건' 경기도 꿀벌 9천만마리 사라졌다

꿀 떠올 벌들이 다 사라진 마당에올해 농사는 망쳤습니다 16일 오전 의왕시에서 양봉농가를 운영하는 장성범씨(60)는 체념한 듯 연신 한숨만 내쉬었다. 다음 달 초 벚꽃 꿀을시작으로 본격적인 꿀 생산 시기가 다가왔지만, 꿀을 가져와야 할 벌들이 온데간데 사라졌기 때문이다. 장씨는 그나마 생존한 벌통에서 소비(벌집틀)를 꺼내 들었지만, 해당 소비에는 약 30마리의 벌들만 옹기종기 붙어있을 뿐이었다. 장씨가 애지중지 키웠던벌통 약 150개 중 현재 벌들이 살고 있는벌통은 고작 10개에 불과하다. 현재 시기는 꿀벌들이 본격적으로 산란을 하는 기간이다. 꿀은 매년 4월부터 6월까지 단 3개월 동안 생산되는데, 당장 꿀벌이 집단으로 사라져올해 흉작은 이미 예견된 상황이다.장씨는 양봉업에 종사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올해처럼 꿀벌이 전부 사라진 것은생전 처음 본다며 3년전부터 이상기후 등으로이미 적자였는데, 올해는 역대 최악이니 살 길이 안 보인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꿀벌 집단실종 사례는 양주, 안양, 화성 등 경기도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다음 달부터 꿀을 생산하는 경기지역 양봉농가들이 전례 없는 꿀벌 집단실종 및 폐사로 위기에 처해 있어 관계 당국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양봉협회가 자체적으로 피해를 집계한 결과, 이달 초 도내 2천941개 농가에서 벌통 4천250개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벌통 1개에 사는 꿀벌 수가 약 2만마리인 점을 고려하면, 경기도에선 약 9천만마리의 꿀벌이 사라진 셈이다. 일반적으로 월동 기간에는 개체 수가 감소하지만, 이렇듯 집단적으로 벌들이 사라진 상황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원인 파악을 위해 농촌진흥청과 한국양봉협회 등은 민관 공동으로 합동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이 같은 집단실종의 원인은 이상기후 및 꿀벌 응애(진드기) 시 과다하게 사용된 약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것으로 파악됐다. 월동에 들어가야 할 꿀벌들이 10월에도 따뜻한 날씨 탓에 외부활동을 하다 체력이 소진됐고, 밤에는 외부 기온이 급격히 낮아져 벌통으로 복귀하지 못한 것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림 당국은 종합지원책을 추진하고 있다. 김혜경 국립한국농수산대 산업곤충학과 교수는 농작물은 꿀벌에 의한 수정에 의존하는 비율이 80%에 육박하는데, 집단실종으로 농산물 가격 상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근본적으로는 이상기후가 근본적 원인인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적 전환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꿀벌 집단실종 및 폐사 등으로 인해 양봉농가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인지한 후 신속히 대응하고 있다며 방제 약품 등이 각 농가에 빠르게 배포될 수 있도록지자체에 예산을 내려보낸 상태라고 말했다. 김정규기자

[현장, 그곳&] "문만 열어 주고 끝" 외면 당한 '청년몰'

청년 창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조성한 청년몰이 정부와 지자체의 부실한 사후관리로 조기 폐업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오전 수원 영동시장 2층의 28청춘 청년몰. 점포 28곳 중 12곳의 불이 꺼진 청년몰엔 적막만 감돌았다. 매출 부진을 겪던 비누가게가 지난달 입점 1년 만에 폐업을 결정하면서 3곳은 아예 공실이다. 지난 2017년 문을 연 이곳은 초기 2년간 사후관리로 정부 예산 19억원이 투입됐지만, 그 뒤로는 연 2천만원 안팎의 시 예산만 책정되고 있다. 사용처는 인터넷 홍보 등에 그친다. 이날 낮 평택 통복시장 내 청년숲도 상황은 마찬가지. 한창 바빠야 할 점심시간이었지만, 손님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곳 역시 점포 19곳 중 8곳이 문을 닫았다. 청년숲은 올해 사후관리 예산마저 전무하다. 4년 전 이곳을 떠난 박민지씨(32가명)는 사업단 철수 이후로는 체감할 만한 관리를 받은 적이 없다며 컨트롤 타워도 없는데 사장님들끼리 홍보기획이 되겠느냐고 꼬집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2016년부터 전통시장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청년몰 조성에 나섰다. 전국적으로 42곳이 조성됐고, 경기도에선 4곳(수원평택 각 1곳, 안산 2곳)이 자리를 잡았다. 사업 추진 이후 정부와 각 지자체가 투입한 예산은 500억원을 넘겼지만, 기대 만큼 활성화되지 못했다. 주된 패착으로는 부실한 사후관리가 꼽히고 있다. 조성 2년 뒤 정부가 손을 떼고 각 지자체에서 사후관리를 담당하면서부터 문제가 발생하는 것. 중기부도 이를 인지하고 청년몰 활성화 사업을 별도 추진하고 있지만, 지원 대상은 12곳에 불과해 70% 이상이 사실상 배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17~2020년 정부 지원을 받은 청년몰 내 점포 672곳 중 절반에 가까운 283곳(42.1%)이 폐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도내에서 비교적 적극적인 사후관리가 이뤄지는 안산 청년몰 2곳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안산시는 청년정책과를 신설, 청년몰 관련 사안을 전담하도록 하고 올해 2억원을 투입한다. 임대료 지원, 전문 매니저 채용 등은 물론 메뉴 개발 등에 대해서도 함께 논의한다. 전문가들은 각 지자체의 체계적인 사후관리는 물론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컨설팅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절반이라도 사후관리를 위한 전담 전문가가 배치된다면 청년몰이 성공적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자체에만 넘길 게 아니라 정부가 직접 컨설팅 위원회를 구성해 꾸준한 피드백을 제공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청년상인들의 경쟁력이 낮아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청년몰 활성화 사업을 위한 추가 예산을 확보하는 등 개선책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규기자

[현장, 그곳&] "100원? 안 받아" 헛도는 종이영수증 '인센티브제'

전자영수증을 발급받으면 100원을 돌려주는 탄소중립실천포인트 제도가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4일 오전 용인특례시 기흥구의 한 대형 마트. 본보 취재진이 약 50분 동안 계산대를 거쳐가는 손님 30명을 지켜본 결과, 종이영수증을 챙긴 손님은 단 1명에 그쳤다. 나머지 종이영수증 29장은 그대로 쓰레기통으로 향하기 일쑤였다. 계산원 김정란씨(56가명)는 전자영수증을 발급받으면 일정 금액이 환급되는 제도가 있는지도 알지 못했다며 아직까지 전자영수증을 끊어달라고 요구한 손님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수원특례시 영통구의 대형 마트도 상황은 마찬가지. 해당 마트에서도 결제가 이뤄질 때마다 단말기에선 종이영수증이 튀어나왔지만, 손님들의 버려달라는 말과 함께 이들 영수증은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종이영수증을 챙겨간 사람은 30분 동안 단 1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더욱이 두 매장은 환경부와 함께 탄소중립실천포인트 제도를 시행하는 매장으로 확인됐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18년 한 해 동안 발행된 종이영수증은 약 128억장에 육박했다. 이 때문에 발생한 쓰레기양은 9천358t이 넘는다. 종이영수증제작을 위해 베어진 나무는 약 12만 그루로 추정되고, 배출된 이산화탄소 양도 2만2천t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자원 낭비를 방지하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환경부는 지난 1월부터 탄소중립실천포인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전자영수증을 등록한 이용자가 해당 제도에 참여한 기업에서 물건을 구매하면 건당 100원씩 매월 1회 환급액을 정산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장에선 이용자들이 이 같은 제도를 잘 알지 못하고 있는 데다 참여 기업도 이마트홈플러스롯데백화점 등 6개 대형 유통업체에 그치고 있어 실효성에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 더욱이 현재 운영되는 포인트 제도로는 당장 다른 업종이나 중소가맹점까지 지원 대상이 확대되기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시스템 상으론 참여 기업이 보유 중인 멤버십 정보를 통해 결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을 뿐 실제 계산이 이뤄지는 POS 기기에서는 정작 데이터를 전송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탄소중립을 위해 해당 인센티브 제도가 이뤄지는 것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면서도 재원이 확보되는 선에서 홍보 활동과 지원 대상을 확대해 제도의 실효성을 더욱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환경부 기후탄소정책실 관계자는 사업 시행 초기인 만큼 발생하고 있는 시행착오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참여기업의 확대와 함께 중소가맹점 및 소상공인 대상 지원 방안도 내부적으로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김정규기자

[현장, 그곳&] 건설현장 여성 노동자, 화장실 가는 것조차 어렵다

올해로 5년째 건설현장을 오가며 형틀목수로 일하고 있는 여성 노동자 임정숙씨(43가명). 14일 임씨와 함께 찾은 화성시 영천동의 한 건설현장에는 허름한 1인용 가설 화장실 2동이 놓여 있었다. 각각 남성용과 여성용으로 구비된 것이지만, 현장 노동자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남성들이 마구잡이로 사용하는 탓에 여성 노동자는 마음 편히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했다. 더구나 내부에선 악취와 함께 더러운 오물이 나뒹굴었다. 임씨는 화장실에 갈 테니 시간을 재보라며 발걸음을 뗐다. 그와 향한 곳은 도보 7분 거리에 위치한 상가건물로, 500m 이상 걸어야 모습을 드러냈다. 임씨는 화장실은 엉망이고 세면대조차 없는데 그마저도 남자들이 문을 벌컥벌컥 열어대니 불안해서 사용할 수가 없다며 하는 수 없이 근처 개방화장실을 오가고 있지만, 한 번 다녀올 때마다 15분은 족히 걸려 소장 눈치를 보다 참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털어놨다. 건설현장에서 기본적인 화장실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여성 노동자가 불편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상 공사예정금액 1억원 이상의 현장에는 반드시 화장실을 설치해야 하며, 이때 남녀를 구분하고 소화기를 비롯한 안전시설도 갖추도록 돼 있다. 또 작업장과의 거리는 300m 이내로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현장에선 여성 노동자가 상대적 소수라는 이유로 기본적인 권리마저 무시받는 상황. 이런 문제는 지난 3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이 여성 노동자 160명(경기 85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현장에 화장실이 있다고 응답한 건 147명이었지만, 이 가운데 73명은 화장실 수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화장실이 아예 없다는 답변은 13명(8.1%),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손 씻을 곳조차 없다는 응답은 34명(23.1%)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불편함으로 화장실 이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최근 1년간 방광염 진단을 받은 노동자는 55명(34.4%)에 달했다. 건설노조는 설문 내용을 바탕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상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현장의 규모나 상시 근로인원 등 조건에 따라 차등적으로 편의시설을 설치하도록 하는 기준이 따로 없는 상황이라며 우선 건설현장 내 샤워실, 화장실 등 편의시설 설치 가이드라인을 배포했고 추가적으로 관련 지침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장희준기자

[현장, 그곳&] "거리두기 풀린 불금" 음주단속 피하려 역주행까지

삐- 운전자 분, 측정 불응 시 현행범으로 체포합니다 지난 11일 오후 9시30분께 본보 취재진이 수원남부경찰서 교통안전계와 함께 도착한 곳은 수원특례시 영통구청 사거리. 음주운전 일제단속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거리 일방통행 구간으로, 검정색 K5차량 한 대가 들어섰다. 100m가량을 서서히 주행하던 문제의 차량은 돌연 역주행을 시도했다. 수상쩍은 낌새를 느낀 경찰관 4명은 차량으로 달려들어 퇴로를 차단했다. 문을 열지 않고 경찰과 대치한 끝에 끌려나온 30대 남성은 술에 취한 듯 비틀거렸다. 그는 소주는 반 병밖에 마시지 않았다며 대리운전 기사가 너무 안 잡혀서 정말 어쩔 수 없었다고 둘러댔다. 그러나 경찰의 측정 결과,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5%로 면허취소 수준으로 발각됐다. 측정기기에서 경보가 울리자 남성은 하는 수 없다는 듯 개인정보를 적었다. 차량뿐만 아니라 킥보드도 경찰의 단속망을 피해 갈 순 없었다. 경찰은 음주단속 구간 옆 인도로 재빠르게 달려가던 킥보드 운전자를 불러세웠다. 불시 검문에 잡힌 40대 남성은 당황스러운 듯 킥보드도 음주운전에 걸리는 대상인지 몰랐다고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측정기기에 나타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7%. 면허정지 수준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오후 11시로 완화된 후 첫 불금을 맞아 경찰이 전국적으로 음주운전 일제단속을 실시했다. 이번 단속을 통해 2시간 동안 전국에서 총 416건의 음주운전이 적발됐고, 이 가운데 경기남부권에서만 48건(11.5%)이 걸려들었다. 이 밖에도 경기남부경찰청이 실시해 온 음주운전 상시단속 결과, 올 들어 지난 10일까지 4천169건이 단속됐다. 앞서 지난 한 해 동안 경기남부청은 음주운전 2만5천145건을 단속한 바 있다. 유형별로는 면허취소 1만5천364건(61.1%), 면허정지 7천417건(29.5%) 등 순으로 집계됐다. 경기남부청 관계자는 연중 음주운전 상시단속 방침을 유지하면서 동승자도 방조범으로 처벌하는 등 무관용 원칙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며 가용할 수 있는 경찰력을 최대한 동원해 사각지대 없이 단속하고 장소도 수시로 이동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정규기자

[현장, 그곳&] "그냥 싹둑" 마구잡이 가지치기에 죽는 도심 가로수

봄을 앞두고 구체적인 기준 없이 과도한 가지치기 작업이 성행하며 경기도내 나무 생육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오전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의 금빛초등학교. 학교 앞 200m 남짓의 도로 옆 인도에는 10m 높이의 플라타너스 나무 약 20그루가 앙상한 몸통만 드러내고 있었다. 굵은 가지들만 최소한으로 남겨둔 채 잔가지들은 모두 잘린 나무들의 모습은 마치 닭발을 연상시켰다. 이날 오후 부천시 약대동의 테크노파크 사거리도 상황은 마찬가지. 사거리를 빼곡히 수놓은 플라타너스 나무 약 50그루도 들쭉날쭉 가지치기된 상태였다. 박영현씨(32가명)는 "매년 이맘때면 가지치기된 나무들은 흉물스러워 보일 뿐 아니라 불쌍할 정도"라며 지자체는 과도하게 가지 자르는 방식을 벗어나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가로수 관리와 관련된 규정은 산림청에서 발행한 가로수 수형관리 매뉴얼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매뉴얼에선 가지치기 방식을 그림 등으로 소개하는 수준에 그칠 뿐, 얼마나 잘라야 하는지 등의 구체적 기준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지자체도 조례를 마련하고 있지만, 이 역시 가지치기 방식은 포괄적으로 소개돼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지자체는 나무 생육에 도움이 안 되는 방식으로 가지치기 작업에 나서고 있다. 성남시와 부천시의 경우 조경업체 공사 발주를 통해 가지치기 작업을 진행한다. 공사 초기에 조경업체와 협의 후 시범 수형을 만들지만, 정작 현장작업은 조경업체에서 선정된 대리인에게 온전히 맡겨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잘못된 방법으로 나무가 잘리더라도 이를 제재할 수단은 마땅히 없는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가지치기가 나무의 활력 감소와 성장패턴 변화 등을 초래해 병충해 감염률과 고사율을 높인다고 지적한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과도한 가지치기로 고사한 가로수는 전국 평균 1만6천95그루에 달한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월 산림청은 '2022년 가로수 조성관리 계획'을 발표했는데, 해당 계획에는 ▲가로수 관련 지침 구체화 ▲조성관리 전문성 강화 ▲평가지표 마련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최진우 가로수를 아끼는 사람들 대표는 과도한 가지치기는 한 번이면 나무 생육에 지장이 없을지 몰라도 지속되면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며 지자체는 행정편의주의에서 벗어나 가지치기 방식에 대한 구체적 매뉴얼을 정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매뉴얼이 구체적이지 않아 가지가 지나치게 많이 잘리는 등 혼선을 인지하고 있다며 가로수 조성관리 계획에 맞춰 매뉴얼을 구체화한 뒤 각 지자체 지침에 포함시켜 실행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김정규기자

[현장, 그곳&] "방역 만반 준비" 도내 곳곳 개표소·투표소 설치 분주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과정에서 불거진 ‘부실 관리’ 논란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식 사과한 가운데 본투표를 하루 앞둔 8일 도내 곳곳에선 차질 없는 선거 준비를 위한 투표소와 개표소 설치 작업이 분주하게 이뤄졌다. 이날 오후 3시께 평택시 비전2동 제6투표소로 지정된 덕동초등학교. 평택시청 직원들은 투표소 설치 예정시간보다 30분 일찍 나와 체육관 입구인 1층부터 2층 강당까지 동선을 살폈다. 이들은 코로나19 확진 및 격리 유권자들이 사용할 기표소와 일반 유권자들의 기표소 동선이 겹치는지 거듭 확인했다. 또 한꺼번에 유권자들이 몰릴 것을 예상해 체육관 외부에 잠시 기다릴 수 있는 대기 구역도 마련했다. 나성하 평택시선거관리위원회 사무국장은 “확진자 투표로 혼선을 빚어 본 선거에선 시간대를 조정했다”면서 “투표사무원과 참관인들 모두가 입을 수 있도록 방역복도 충분히 배분하며 철저히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시각 의왕시 내손 1동 주민센터 5층 대회의실에서도 센터 직원 4명이 유권자들의 동선을 분리하고자 바삐 손을 움직였다. 한 직원은 복도 바닥에 50㎝ 간격으로 ‘기다리는 선’이 쓰여진 종이를 붙였고, 또 다른 직원은 유권자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신분 확인구역 바닥에 1m 간격으로 표시하는 등 방역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앞서 이곳에선 사전투표 당시 확진자와 일반 유권자 간 동선이 겹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선관위는 문제가 된 1층 임시 기표소를 모두 폐쇄 조처했고, 재발 방지를 위해 이날 동선 분리 작업에 더욱 집중했다. 이날 투표소 설치와 더불어 도내 곳곳에선 개표소 설치 작업도 한창이었다. 남양주체육문화센터 실내체육관 개표소에는 16개의 읍·면·동 직원들과 남양주시선관위 직원들이 수레에 실은 종이박스를 옮기며 땀방울을 흘렸다. 종이박스에는 참관인과 투표소 직원들이 사용할 방호복, 자가진단키트, 비닐장갑, 안면보호구 등이 들어 있었다. 이곳에 모인 이들은 품목별로 수량이 부족하지 않은지 일일이 확인하며 작업을 벌였다. 이와 관련,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발열체크, 본인 확인 시 마스크 내리기 등 선거인이 안심하고 투표할 수 있도록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이해를 부탁드린다”며 “감염 위험을 낮추기 위해 일반 유권자는 투표마감시각 전 가급적 미리 투표소를 찾아 투표에 참여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평택=안노연기자

[현장, 그곳&] ”책값 너무 비싸” 불법복제로 멍드는 새학기 대학가

경기지역 대학들이 개강한 가운데 전공서적 등의 불법복제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이같은 불법복제가 스마트기기 보급 확산으로 더욱 음성화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7일 오전 용인특례시 기흥구 서천동의 경희대 국제캠퍼스 정문 앞의 한 인쇄업체. 해당 업체에 300쪽짜리 전공서적 제본을 문의하자 1쪽당 35원이면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날 취재진이 정가가 3만원인 전공서적을 제본한 결과, 스프링 제본 가격 3천300원을 포함해 절반 가격인 약 1만5천원에 불법복제가 가능했다. 이날 오후 수원특례시 영통구 이의동의 경기대 수원캠퍼스 앞 인쇄업체도 상황은 마찬가지. 쉴틈 없이 작동하는 복사기 소리로 가득찬 해당 업체에서도 1쪽에 50원만 지불하면 불법복제는 어렵지 않게 가능했다. 인쇄업소 주인 김형민씨(45가명)는 개강 후부터는 값비싼 전공서적 위주로 제본 주문이 많이 들어온다며 이 같은 제본 행위가 불법인지는 알고 있지만 대부분 학생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취재진이 경기대, 경희대, 가천대 등 도내 주요 대학 주변 인쇄업소 20곳에 전공서적 제본을 문의한 결과, 가격은 1쪽에 30원부터 50원까지 다양했지만 모두 불법복제가 가능했다. 현행 저작권법상 책 전체나 일부를 복사하는 행위는 엄연한 불법이다. 하지만 지난 2020년 한국저작권보호원이 발간한 저작권 보호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대학생 58.4%가 불법복제 이용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66%가 구매 비용 부담을 이유로 불법복제를 했다고 답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보호원도 학기 초마다 집중단속 기간을 정해 전공서적 불법복제에 대한 불시점검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정보통신의 발전 및 스마트기기 대중화 이후 음지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진다는 특성상 적발은 여전히 쉽지 않다. 문체부가 발표한 단속 및 적발 건수는 지난 2014년 460건에서 2019년 254건으로 44.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봉숙 한국출판문화협회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커뮤니티를 통해 PDF 파일을 사고 파는 등 불법복제 수법이 더욱 고도화되고 있다며 대학 차원에서도 신입생을 대상으로 하는 불법복제 교육, 공동구매 등을 통해 점차 음지화되고 있는 불법복제를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전공서적 등을 무단으로 복제해 사용하는 행위는 저작권법을 침해하는 명백한 불법"이라며 매년 새학기 초마다 진행되는 집중단속 기간을 통해 특별사법경찰과함께 주요 거점 대학을 정해 더욱 철저히 단속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정규기자

[현장, 그곳&] 3주 쓰고 버려지는 대선후보 현수막, 옳습니까?

대선후보마다 친환경 정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홍보 방식의 구태는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3일 오전 8시께 수원특례시 권선구의 권선사거리. 출근길 신호에 걸린 운전자의 시선이 멈춘 곳마다 대선후보들의 현수막이 줄줄이 걸려 있었다. 전봇대와 전봇대 사이에 걸린 현수막은 각 정당을 표현하는 색감으로 형형색색 꾸며져 있었는데, 이들 현수막은 모두 플라스틱 소재로 확인됐다. 같은 날 낮 12시께 용인특례시 수지구에 위치한 성복역 앞 사거리도 상황은 마찬가지. 후보 대신 현수막이 경쟁을 벌이듯이 눈에 잘 띄는 장소마다 큼지막한 현수막이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신호를 기다리던 임지향씨(34·여)는 “선거가 끝나면 이렇게 많은 현수막이 어디로 가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짧게는 2주, 길어봐야 3주의 선거운동 기간 동안 쏟아져 나오는 홍보 현수막은 대부분 폐기 처리된다.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진 탓에 이를 소각할 때마다 다이옥신이라는 발암 물질이 발생하는데, 25년 넘게 지적돼 온 선거 홍보물의 환경오염 문제는 이번 대선까지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쓰인 현수막은 5만2천545장으로 집계됐다. 당시엔 읍면동당 1매씩만 게재할 수 있었지만, 지난 2018년 ‘2매 이내’로 공직선거법이 바뀐 탓에 이번 20대 대통령 선거에선 최소 10만5천90장의 현수막이 쓰일 것으로 추산된다. 공직선거법은 현수막의 규격을 10㎡로 제한한다. 통상 길이 10m라는 가정하에 20대 대선후보들의 현수막 길이를 합치면, 1천㎞에 달한다. 서울과 부산을 2번 왕복하고도 100㎞ 이상 남는 길이다. 이마저도 각 지역 선거사무소에 건물을 뒤덮을 정도로 큰 현수막은 정해진 규격조차 없다. 이번 대선에 쓰인 벽보와 종이 공보물은 5천t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10만장 이상의 현수막과 합치면 이들 홍보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CO2e)는 7천312t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친환경’ 정책을 외치면서, 그 홍보 방식은 환경을 파괴하는 구태인 셈이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21대 총선에 쓰인 폐현수막의 재활용률은 25%에 그쳤는데, 아무도 쓰지 않을 현수막 장바구니를 만드는 건 ‘재활용’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쓰레기를 생산하는 셈”이라며 “환경오염을 방관하는 현행 공직선거법을 하루빨리 개정하고 디지털시대에 걸맞는 온라인 홍보로 방식을 전환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희준기자

[현장, 그곳&] "반갑다. 친구야"…오미크론 대유행 속 개학

코로나가 걱정되긴 하지만,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서 너무 기뻐요"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 속 새 학기가 시작된 가운데, 개학 첫날 경인지역 학교 등굣길 풍경은 설렘과 긴장감이 동시에 엿보였다. 2일 오전 8시40분께 수원특례시 장안구 조원동의 영화초등학교.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새 학기를 학교에서 맞는 아이들이 삼삼오오 부모님 손을 잡고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난 아이들은 서로 손뼉을 마주치며 반가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선생님들도 교문 앞까지 직접 마중 나와 손을 흔들며 아이들을 맞았다. 반가움과 동시에 혹시나 모를 감염 위험에 대한 경계도 엿보였다. 초등학생의 경우 아직 백신을 접종하지 않아 방역에 만전을 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날 영화초에선 학교 현관과 교실에서 두 번씩 체온을 측정했고, 학부모들의 교내 출입은 엄격히 금지됐다. 또 아이들이 한꺼번에 교실로 몰려들어갈 시 감염 위험이 높아질 것을 우려해 선생님들은 복도에서 반 번호가 쓰인 팻말을 들고 학생들을 기다렸다. 이후 학생 5명이 모이면 일괄적으로 아이들을 교실로 인솔했다. 같은 시각 수원특례시 팔달구 인계동의 매여울초등학교도 만남의 들뜬 분위기 속에서도 철저한 방역수칙 준수가 이뤄지고 있었다. 매여울초는 10분 단위로 분산 등교를 시행 중이었고, 학생들은 현관과 교실에 한 대씩 설치된 자동체온측정기를 통과해야 비로소 교실에 입장할 수 있었다. 이날 두 학교는 모두 미리 소분된 코로나 자가진단키트 사용법을 영상 등을 활용해 학생들에게 상세히 안내한 뒤 이를 배부했다. 자가진단키트는주 2회 배분되며, 학생들은 자가 검진 후 건강상태 자가진단 어플에 음성 사실을 입력해야 다음날 등교를 할 수 있다. 아울러 인천광역시 서구 청라동에 위치한 초은중학교에서도 긴장 속 학생들의 두근대는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번에 중학교에 입학한 장희율양(13)은 초등학교 5학년부터 학교에 제대로 가지 못해 친구들과 어울려 놀았던 기억이 없다며 코로나19가 걱정되지만 새로운 친구를 만나 학교 생활을 하는 것을 상상하기만 해도 기쁘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편 이날 경인지역 초중고교 3천14개교 중 2천888개교(95.8%)가 정상 교육활동을 진행했다. 학교 내 재학생의 신규확진 및 등교중지 비율에 따라 ▲정상 교육활동 ▲전체 등교+교육활동 제한 ▲일부 등교+일부 원격수업 ▲전면 원격수업 등 4가지 유형으로 운영된다. 김정규최종일기자

[현장, 그곳&] "소음도 민주주의인가" 선거철 고질병 ‘유세 소음’

선거철만 되면 소음 노이로제에 걸려 미칠 것 같습니다 매년 선거철마다 확성장치 등에서 흘러나오는 유세 소음이 어김없이 이번 대통령 선거 운동기간에도 반복돼 도민들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더욱이 소음 크기 제한 등 관련 규제도 미비한 것으로 드러나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8일 오전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의 미금역사거리.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유세차량이 사거리 횡단보도 앞에 정차한 채 앰프와 마이크를 이용해 길거리 유세를 하고 있었다. 일부 시민들은 횡단보도 바로 앞에서 발생하는 소음 때문에 표정을 찡그리기도 했다. 1일 오전 수원특례시 영통구 이의동의 광교사거리도 상황은 마찬가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유세차량에선 선거 홍보영상과 음악이 큰 소리로 흘러나왔고 일부 행인들은 양 귀를 틀어막은 채 걸음을 재촉했다. 취재진이 두 후보의 유세차량에서 흘러나오는 소음 크기를 50m 거리에서 측정할 결과, 두 차량의 소음은 모두 한때 100dB 이상까지 도달하기도 했다. 100dB은열차 통과 시 철도변의 소음과 동일한 수준이다. 이성은씨(35)는 매번 선거철마다 귀가 따가울 정도로 유세차량들이 큰 소음을 내고 있어 곤혹을치르고 있다며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소음을 유발하는 차량을 보면 찍고 싶은 마음도 싹 사라진다"고 꼬집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15일부터 27일까지 경기도에서 경찰에 접수된 유세 소음 신고는 총 161건으로, 하루에 약 12.4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선거철마다 소음 민원이 지속되는 이유 중 하나로 소음 크기 규제가 없는 현행법이 꼽히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소음 규정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시간만 제한하고 있을 뿐 소음 크기를 제한하는 조항은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한 헌법재판소도 지난 2020년 1월 유세 시 확성장치 등으로 유발되는 소음의 정신적육체적 피해를 인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국회는 지난해 12월 확성장치의 사용시간과 확대출력 등의 규제 기준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 같은 개정안의 적용 시점이 오는 4월1일 이후이기 때문에 현 대선 국면에서 소음 문제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개정안에 담긴 최대 소음 기준이 전투기 이착륙 시 발생하는 소음인 120dB를 크게 상회하는 150dB으로 규정된 탓에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유권자들의 민원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정당들은 소음을 유발하는 방식의 선거운동이 득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믿기 때문에 이 같은 유세 활동을 지속하는 것이라며 큰 소음을 내며 유세 활동을 하는 것에 싫증을 느끼는 유권자들이 많은 만큼 이제는 과거에 머물고 있는 선거운동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정규기자

[현장, 그곳&] 바싹 마른 겨울, 경기도 산불 위험 '빨간불'

역대급으로 건조한 겨울이 이어지면서 경기지역 산불 위험에 적신호가 켜졌다. 28일 오전 여주시 가남읍의 농지. 나흘 전 산불이 났던 야산 인근에선 새카맣게 쌓인 잿더미를 비롯해 무단 소각행위가 자행된 흔적들이 손쉽게 포착됐다. 주로 영농부산물이나 비닐류 등을 태운 것인데, 농업용 반사필름 등 비닐류는 농촌 대형화재 때마다 주된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화성시 발안면 일대 논도 마찬가지. 봄을 앞두고 논두렁에 불을 지른 뒤 잿더미를 흙과 뒤섞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그러나 주민들은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주민 임석정씨(76)는 비료를 줄이기 위해 해마다 논두렁을 태웠지만, 산불이 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도심 속으로 들어와도 산불의 위험은 계속됐다. 이날 오후 수원시 장안구 일대 광교산 초입은 한결 추위가 풀린 날씨를 맞아 등산에 나선 이들로 북적였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산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담배를 태우곤 했는데, 불씨가 꺼지지 않은 꽁초를 마른 풀숲으로 던지기 일쑤였다. 산림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발생한 산불의 발생 원인은 입산자 실화(34%), 논밭두렁 소각(15%), 쓰레기 소각(14%), 담뱃불 실화(5%) 등 순으로 나타났다. 앞선 사례들과 같이 허가되지 않은 소각행위나 입산자의 부주의한 행동으로 발생한 산불만 68%에 달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올 들어 경기지역의 강수일수 및 강수량은 이달 14일 기준으로 9일간 6.9㎜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11일간 31.3㎜ 대비 22%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지난해 이맘때까진 17건의 산불이 발생했지만, 건조한 날씨 탓에 올해 들어서는 이미 71% 늘어난 29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눈도 적게 내린 데다 이례적으로 비가 오지 않는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통상 3~4월에 나타나던 건조한 환경이 이른 시기부터 나타나고 있다며 입산자의 화기 취급주의는 물론 산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분들도 불티 등 점화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산림청은 지난 25일 오후 6시를 기해 대형산불위험예보 발령과 함께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까지 격상했다. 경기도 역시 일선 시군과 협력, 오는 5월15일까지 산불방지 대책본부를 가동한다. 현재 도는 임차 헬기 20대, 진화차 150대 등을 운영하고 있다.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 관계자는 건조한 날씨에 더해 강한 바람이 부는 날씨가 이어지면서 작은 불씨도 대형산불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며 작은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는 노력이 재난을 예방할 수 있는 지름길이니, 산림인접지에서 불법 소각행위를 금해달라고 당부했다. 장희준기자

[현장, 그곳&] "주차장에 테라스" 불법개조로 얼룩진 카페거리

경기지역 유명 카페거리 내 일부 가게들이 주차장을 무단으로 용도변경하는 등 불법을 자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법정 주차구획을 따르지 않아 불법 주정차를 야기하거나 비상 시 화재 위험까지 높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5일 오전 용인특례시 기흥구의 한 카페거리. 바베큐 가게 앞 주차장이 있어야 할 공간에는 높이 2m의 가벽으로 둘러쌓인 빨간 야외 테라스가 설치돼 있었다. 해당 가게는 지난 2013~2020년, 8년간 주차장 불법 용도변경으로 세 차례 위반건축물로 등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등재와 해제를 반복하다 지난 2020년을 마지막으로 3년째 위법이 시정되지 않고 있다. 이날 오후 수원특례시 영통구의 카페거리도 상황은 마찬가지. 제과점 앞 공터에는 주차면 대신 나무데크와 벤치가 들어서 있었다. 해당 매장은 지난 2014년 구청의 단속망에 걸려든 뒤 1년이 지나 데크를 철거했지만, 최근 야외 테라스를 다시 설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에 나뒹구는 미장도구들은 이 데크가 새로 설치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방증했다. 주차장법에 따르면 주차장은 반드시 허가받은 용도변경을 통해서만 주차장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엔 각 지자체에 의해 이행강제금 부과 절차를 밟게 된다. 일선 시군마다 이 같은 주차장 불법 용도변경에 대한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이행강제금이 불법 용도변경으로 얻을 수 있는 매출이익보다 현저히 적은 탓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주차장을 원래 목적 외로 사용할 경우 부과되는 이행강제금 액수는 주차구획 설치비용의 20%에 그친다. 지자체는 업주들이 원상회복명령을 이행할 때까지 이행강제금을 계속 부과할 수 있지만, 최대 5회를 넘길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주들도 단속에 걸리면 불법 테라스를 철거한 뒤 다시 설치해 장사를 이어가는 상황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불법용도 변경 시에는 해당 공간에 대해 소방시설을 갖추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화재 위험성이 더욱 커진다며 각 지자체는 적극적인 행정력 발동에 나서는 한편 제도적 차원에서 이행강제금 액수를 상향시키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기도 건축디자인과 관계자는 연초마다 각 시군에서 위반건축물에 대한 정비계획을 보고받고 있다"며 매년 10월에 진행되는 시군 종합평가를 통해 일선 지자체의 단속 실적을 보다 철저히 평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정규기자

[현장, 그곳&] ‘무차별콜·평점’에 발목잡힌 카카오T 블루 택시기사들…“화장실도 못가는 노예됐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하는 가맹택시 서비스 카카오T 블루 택시기사들이 무차별콜과 손님의 별점 평가에 발목 잡혀 쉴 틈 없는 운행을 이어가고 있다. 23일 오전 9시께 인천 남동구 만수동의 한 도로. 손님을 태운 채 목적지로 향하던 택시기사 이강원씨(65가명)의 휴대전화에서 새로운 콜 배정을 알리는 알림음이 흘러나온다. 손님이 내리고 요금을 입력하자 미리 배정해둔 다음 손님의 목적지가 나온다. 남동구에 있던 이씨가 다음 손님을 태우기 위해 가야하는 곳은 10여분이 떨어진 미추홀구. 이씨는 마음이 급한 듯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이씨는 잠깐 쉴 틈도 없이 콜이 쏟아지다보니 화장실에 갈 시간도 없다며 조금이라도 늦게가면 손님이 평점을 낮게 주고, 콜멈춤 버튼을 누르려해도 운행 중 이미 받은 콜은 취소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이날 오후 3시께 미추홀구의 한 도로. 택시기사 김성엽씨(72가명)는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음료를 마시는 손님 모습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망설이던 김씨가 승객에게 마스크를 제대로 써 달라고 하자 곧장 승객 표정이 구겨진다. 김씨는 연신 죄송하다고 승객에게 사과한 뒤 룸미러로 승객 눈치를 살핀다. 김씨는 이유불문하고 승객이 기분 나쁘다는 이유로 평점을 나쁘게 주면 배차를 못받는 등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잘못하지 않았어도 사과부터하고 승객 표정을 살피는 게 일이라고 했다. 현재 인천지역 내 카카오T 블루 택시기사는 4천100여명이다. 인천에 있는 택시법인 60여곳 중 66%인 40여곳이 카카오T 블루 가맹택시이며, 개인택시 기사도 1천500여명에 달한다. 기사들은 카카오모빌리티가 무작위로 배분하는 콜을 받지 않으려면 콜 알림 문구가 뜬 뒤 3초 안에 콜멈춤 버튼을 눌러야하지만, 운전 중 버튼을 누르기란 쉽지 않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아예 퇴근 상태로 시스템을 설정한 뒤 휴식하는 실정이지만, 운행 중 다음 승객을 배정받으면 이마저도 어렵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카카오T 블루는 승차 거부 문제 등을 보완하기 위해 만든 시스템이기 때문에 거절은 없고 콜 멈춤 기능을 둔 것이라며 콜 멈춤 횟수가 배차나 평점 등에 영향을 주진 않지만, (영향을 준다는)인식이 기사들 사이에 퍼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기사들의 어려움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서비스를 지속해 개선하겠다고 했다. 최종일기자

[현장, 그곳&] 충전구역 '얌체운전자' 단속, 정부 지자체 엇박자

전기차 충전 방해에 대해 단속 범위가 공공기관 등에서 일반 공동주택까지 전면 확대됐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지켜지지 않는 데다 정부와 지자체 간 단속 여부를 놓고 엇박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22일 오전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의 한 아파트 단지. 단지 내 전기차 충전구역에는 하얀색 번호판을 단 SUV 차량 한 대가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충전소 한 켠에 붙어있던 ‘충전방해 차량에는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홍보 포스터도 무색한 상태였다. 이날 오후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의 아파트 단지도 상황은 마찬가지. 지하 2층 한 켠에 마련된 충전구역에도 내연기관 차량 한 대가 주차면 한 면을 점령하고 있었다. 주민 김성희씨(35)는 “전기차 충전구역 내 불법 주차 행위는 시간이 지나도 여전한 상태"라며 “얌체 운전자가 충전구역을 점령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개정된 친환경자동차법이 지난달 28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모든 전기차 충전구역에서 충전을 방해하는 행위에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충전 방해행위에는 ▲내연기관 차량 주차 ▲급속충전시설에서 1시간 이상 충전 ▲완속충전시설에서 14시간 이상 충전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실질적 단속 주체인 기초지자체는 단속 유예기간을 두는 등 정부 방침을 따르지 않고 있다. 용인시는 이용자들의 혼란을 우려해 오는 4월28일까지 3개월간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고 경고장만 발행하는 계도기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반면 수원시는 계도기간을 따로 운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괄적으로 단속을 시행하는 공공주차장 등과 달리 아파트 단지 등 공동주택에는 시민들에게 제도가 충분히 인지될 때까지 과태료 부과는 유예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수원시의 경우 이마저도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민원 위주에 한정될 뿐 자체적인 점검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단속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엇박자 때문에 전기차 이용자는 혼란스러워 하고, 내연기관 차량 이용자와의 갈등도 생겨나고 있다”며 “아직 현장에선 전기차 충전구역 단속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만큼 중앙부처 차원에서 계도기간을 통일하는 등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개정된 법 조항에 대해 시민들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고, 지자체도 혼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며 “광역 및 기초지자체와 꾸준히 소통하며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정규기자

[현장, 그곳&] 오미크론 확산 후 텅 빈 헌혈의집, 혈액 수급 ‘비상’

헌혈의집에 헌혈자는 없고 직원들만 있는 상황입니다 코로나19 오미크론 확산으로 인천지역의 혈액보유량이 적정치인 5일분보다 약 2일분이나 급감하는 등 헌혈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경기지역도 혈액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협조체계를 가동할 수준인 주의단계로 접어들었다. 20일 오후 3시께 인천 미추홀구의 헌혈의집 주안센터. 직원 6명이 헌혈자를 기다리며 텅 빈 베드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 코로나19 전에는 방학을 맞은 학생들이 북적이던 시기지만, 발길이 끊긴 지 오래다. 헌혈하기 전 몸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문진실도 3곳 중 2곳은 문을 굳게 닫았다. 김문숙 주안센터장은 반 토막 난 예약헌혈 명단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김 센터장은 평소 같으면 오후 3~4시에 예약자와 대기자로 발 디딜 틈이 없어야 하는데, 요즘은 그럴 일이 없다며 오미크론이 확산되고 나서는 발길이 더 줄었다고 토로했다. 특히 주안센터는 오미크론 첫 확진자가 나온 지역과 인접해 있어 헌혈자가 지난해 1월보다도 502명이나 줄어든 상태다. 같은 날 오후 3시30분께 남동구에 있는 헌혈의집 구월센터도 상황은 비슷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구월 로데오 거리의 유동인구가 급감하면서 센터를 찾는 헌혈자도 줄었기 때문이다. 헌혈베드 9개 중 8개는 텅 비어 있었고, 헌혈자에게 줄 이온음료와 초코파이 박스만 수북히 쌓여 있었다. 이용주 구월센터장은 구월센터는 유독 헌혈 한 번 해볼까라며 즉흥적으로 방문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거리의 사람이 줄어든 만큼 그런 헌혈자는 더욱 찾을 수 없다고 푸념했다. 특히 수입할 수 없는 전혈(전체 성분의 혈액)이 부족하면서, 헌혈의집 인근병원 의료진들이 담당 환자의 혈액 확보를 위해 지정헌혈을 하러 헌혈의집을 찾는 상황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인천혈액원에 따르면 대대적인 헌혈 독려 활동으로 헌혈건수가 지난해 1월 1만3천807건으로 평년 수준을 회복했다. 하지만 오미크론 확산이 계속되자 올해 1월에는 1만2천842건으로 전년 대비 975건이나 줄어들었다. 또 적정혈액보유량도 평균 기준일인 5일분보다 부족한 3.1일분을 기록하고 있어 혈액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경기지역의 혈액 확보도 비상이다. 경기혈액원의 혈액보유량은 지난 18일 오전 9시 기준 2.6일분으로 주의 단계를 나타냈다. 대학적십자사 관계자는 정상적인 혈액 공급 시스템이 마비될 수 있는 심각한 혈액 부족 상황이라며 혈액 부족으로 환자의 생명이 위협받지 않도록 헌혈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현호김지혜기자

[현장, 그곳&] 불법 묘지로 멍드는 ‘북한산 국립공원’

아무렇게나 방치된 불법 묘지들로 경기도 유일의 국립공원인 북한산이 훼손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오전 고양시 덕양구 효자동의 북한산 둘레길. 둘레길에서 뻗어있는 샛길을 따라 150m가량 이동하자 높이 2m, 폭 3m의 둥그런 묘지 한 기가 나타났다. 오랜 시간 버려진 듯 묘지 주변에는 갈대와 잡초들이 성인 남성 허리 높이까지 자란 상태였다. 기이한 표정을 하고 묘지 양 끝에 서 있는 석상은 묘지 주변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었다. 이 밖에도 해당 묘지에서 50m 떨어진 곳에선 묫자리가 있었음을 추측할 수 있는 비석이나 상석이 무더기로 발견되기도 했다. 비석과 상석의 전면부에는 한자가 음각돼 있었고, 주변에는 부러진 나무들과 낙엽들이 엉켜 기괴한 분위기를 풍겼다. 이날 눈에 띈 비석과 상석만 해도 총 6개에 달했다. 자연공원법상 국립공원에 묘지를 설치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현재까지 북한산 내 불법 묘지는 총 123기로 확인됐는데, 이 중 주인이 파악되지 않는 묘지는 약 33기로 집계됐다. 북한산국립공원 측은 이 같은 불법 묘지들이 지난 1983년 북한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전부터 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산국립공원 측은 주인 없는 묘지에 대한 이장은 기본적으로 지자체 소관인 데다 관습법에 따라 함부로 묘지를 이장할 수 없어 그간 난항을 겪어왔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립공원공단은 지난 2020년부터 경주 남산과 광주 무등산에서 실시했던 분묘 이장 시범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부터 오는 2026년까지 전국 국립공원 내 불법 묘지에 대해 분묘 이장 종합계획을 실시할 예정이다. 정인철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무국장은 불법 묘지는 인위적인 샛길을 조성해 자연생태계 훼손, 산불 및 쓰레기 등을 발생시킨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며 국립공원공단은 불법 묘지 양성화라는 목표를 세워 이장 로드맵을 밝힌 만큼 차질 없이 계획이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북한산국립공원 관계자는 북한산 내 묘지들이 등산객들의 혐오감을 유발하고, 성묘객들로 인해 쓰레기나 산불이 발생하는 등 여러 부작용을 인지하고 있다며 국립공원공단의 계획에 따라 북한산은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불법 묘지에 대한 이장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규기자

[현장, 그곳&] “걷다가 쾅” 보행자 위협하는 ‘불법 길바닥 광고’

길거리 곳곳에 붙어있는 길바닥 광고가 도시 미관을 해치는 데다 시민들의 보행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어 관할 당국의 단속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5일 오전 수원역. 역 인근에 위치해 있는 한 휴대폰 대리점 앞 인도에는 가로 2m, 세로 1m 크기의 코팅된 불법 바닥광고물이 너덜너덜해진 채 인도 한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었다. 더욱이 전단지 위에는 오전에 내렸던 눈들이 녹아 물이 고인 상태였다. 이 곳을 지나는 시민들은 아슬아슬하게 그 위를 걸어갔고, 이 중 미끄러운 광고물을 밟고 넘어질 뻔한 시민들의 모습도 종종포착됐다. 이날 오후 성남시 분당구의 서현역 로데오거리도 상황은 마찬가지. 휴대폰 대리점 앞에는 물기를 머금은 광고물이 마구잡이로 바닥에 놓여진 탓에 시민들은 이를 피해가기 바빴다. 박상연씨(29)는 눈이나 비가 오면 코팅된 광고물을 밟고 넘어져 크게 다칠까봐 두렵다며 마치 인도 위의 시한폭탄처럼 붙어있는 불법 바닥광고물에 대해 지자체의 적극적인 단속이 필요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사람이 많아지며 보도 등에 광고물이 부착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데, 현행 옥외광고물법상 공공장소인 보도 등에 광고물을 붙이는 행위는 불법이며 과태료 부과대상이다. 특히 길바닥 광고는 밟아도 훼손되지 않도록 코팅이 돼 있기 때문에, 비나 눈이 올 경우 특히 안전사고의 발생 우려가 크다. 실제로 지난 2017년 포천시에서는 한 시민이 휴대폰 대리점 인도에 부착된 광고물에 미끄러져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각 지자체도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단속에 투입되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수원시는 관내 단속 인원이 18명에 불과했고, 성남시도 20명에 그쳤다. 이마저도 불법현수막 단속에 주로 인력이 집중되다 보니, 각 구청은 길바닥 광고에 대해선 민원이 들어올 때만 단속에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적은 과태료도 불법이 지속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히는데, 수원시의 경우 불법광고물 과태료 액수는 한 장당 최대 2만5천원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종국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무분별한 불법 바닥광고물은 보행자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각 지자체는 인력 충원을 통해 강력한 단속을 실시하는 한편 과태료 액수도 상향조정해야 한다며 안전사고 발생 시 원인 제공자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도록 관련 조례의 제개정도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매년 초 불법광고물 정비계획을 수립해 지자체에 통보하는 한편 중앙부처 차원에서 일정 금액을 각 지자체에 지원하고 있다며 지자체가 불법 바닥광고물 단속에 더욱 철저히 나설 수 있도록 독려하겠다고 말했다. 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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