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수십m 화물차·트럭 '빼곡'...11년째 개선효과 '꽝'

“주정차 금지구역인지 몰랐어요. 항상 차들이 세워져 있길래요” ‘황색복선’ 제도가 도입 11년째를 맞았지만 유명무실로 전락하고 있어 관할 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일 오전 용인특례시 수지구청역 앞 버스정류장. 도서관입구사거리부터 버스정류장까지 60m가량의 도로엔 택배트럭, 승용차 등 차량 6대가 황색복선을 밟은 채 일렬로 주차된 상태였다. 정류장으로 버스 4대가 들어서자, 버스를 타려는 시민 10여명은 불법 주차된 차량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통과해 도로까지 나서야 했다. 이 때문에 차량들과 시민들은 마구잡이로 엉켰고, 보행자 안전사고 위험은 더욱 높아졌다. 같은 시각 성남시 중원구 모란생태공원 옆 도로. 도로 끝에 새겨진 황색복선 위엔 각종 승용차와 대형차 20여대가 줄 지어 있어 마치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더욱이 중원구청에서 설치한 ‘불법 주정차 단속구간’ 플래카드도 걸려 있었지만, 차주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김형복씨(70)는 “매일 아침 운동하러 나올 때마다 차량들이 항상 주차돼 있다”며 “안전사고 위험도 있는데 구청이 단속하는 걸 본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날 오후 수원특례시 장안구 율전동. 성대역사거리부터 화서역까지 약 3㎞ 달하는 구간에도 5t 트럭 등 화물차 20여대가 주차돼 있었고, 일부 차량은 횡단보도를 절반 이상 침범해 길을 건너는 시민들의 동선을 방해했다. 이날 본보 취재진이 약 5시간 동안 수원·용인·성남·안양지역 등을 확인한 결과, 화물차·승용차·오토바이 등 황색복선에 불법 주정차된 차량 약 120대가 발견됐다. 이날 경찰청 등에 따르면 황색복선은 지난 2011년 교통사고 위험이 높은 도로의 사고 위험을 낮추기 위해 도입됐다. 이 같은 황색복선이 그려진 교차로·횡단보도·버스정류장 등에선 보행자 소통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24시간 주정차가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지난달 20일부터 이면도로에서도 보행자 우선 권한이 강화됐지만 황색복선은 여전히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 경기도내 황색복선 구역 포함 어린이 보호구역, 노인·장애인 보호구역 등에서 주정차 위반 과태료 부과 건수는 2019~2021년 3년간 총 945만건으로 집계됐다. 박무혁 한국도로교통공단 교수는 “황색복선에 불법으로 주정차된 차량들은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뿐만 아니라 주행하는 운전자 모두에게 위험하다”며 “주정차 금지 표시 확충, 단속 확대 등과 더불어 근본적으론 주차장 인프라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각 시군에서 불법주정차 단속차량·CCTV·안전신문고 접수 등을 통해 황색복선 불법주정차 관련 단속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며 “각 지자체에서 단속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협조 요청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정규기자

[현장, 그곳&] 재활용품 무인회수기…“환경도 지키고 돈도 벌고”

“재활용품 버리고 돈 벌어 가세요!” 29일 안양시 만안구에 위치한 명학공원. 공원 입구로 들어서자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자판기처럼 생긴 커다란 기계에 빈 페트병과 캔을 집어넣고 있었다. 마시던 음료수 캔을 버리려고 재활용품 회수기 앞에 서자,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라는 문구가 노출됐다. 이후 ‘빈 용기를 투입구에 넣어주세요’라는 문구가 출력됐고, 캔을 투입하자 10원이 적립됐다는 안내를 받았다. 빈 캔과 라벨이 제거된 페트병을 넣으면 각각 10 포인트씩 적립, 2천원 이상 모으면 현금으로 뽑아 쓸 수 있는 구조다. 회수된 재활용품은 장섬유(필라멘트)로 재생산 돼 옷이나 신발, 자동차 부품 등으로 일상생활에 다시 스며들게 된다. 이곳에서 페트병을 재활용한 시민 김점숙씨(가명·70·여)는 “회수기가 생기고 나서 주변에 쓰레기가 싹 사라졌다. 환경보호에 동참하면서 돈도 생기고 뿌듯하다”고 호평했다. 재활용품 회수기는 환경보호 인식을 개선하는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하굣길에 친구와 캔음료를 마시던 최민혁군(10)은 까치발을 들고 빈 캔을 회수기에 넣으면서 “쓰레기가 돈으로 바뀌고, 지구까지 지킬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재활용품 사용이 급증하면서 환경 문제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경기도 지자체들이 재활용품 무인회수기를 도입하면서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일상 생활에서 시민들의 환경보호 실천을 유도하고, 인식 개선까지 도모한다는 평가다. 이날 안양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11월 관내에 재활용품 무인회수기 50대를 설치했다. 설치 이후 재활용품 회수량이 꾸준히 증가하며 지난달까지 42t의 재활용품이 수거됐다. 이용자 수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2만명을 넘어섰고, 시민들이 적립한 포인트만 2천여만원에 달한다. 환경 개선 등의 부가적인 요인까지 고려하면 그 가치는 훨씬 더 크다는 게 안양시의 설명이다. 원재섭 안양시 자원순환과장은 “많은 시민들이 환경 개선에 동참하면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다음 달 중으로 관내에 50대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성과에 다른 지자체들도 앞다퉈 재활용품 회수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자원순환가게 등을 운영 중인 성남시는 이달 초 시청 내에서 회수기 1대의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시범 운영 등을 거쳐 6월 중 지역에 회수기를 추가로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동두천시와 이천시 등도 회수기 도입을 추진중이다. 이에 대해 박상우 저탄소자원순환연구소 소장은 “소비자 등 재활용품의 발생원 단위에서 세부적으로 분리수거를 하게 하고, 이를 현금 회수 등 포인트와 연관시켜 분리수거를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제언했다. 한수진기자

[현장, 그곳&] “반갑다 친구야” 어르신들 모처럼 웃음꽃

“오랜만에 보니까 너무 반갑구만, 숨이 탁 트이는 기분이야” 27일 오전 11시 성남시 분당구의 판교노인종합복지관. 복지관엔 오랜만에 만나 회포를 푸는 어르신들의 대화소리가 떠나질 않았다. 2~3층에선 건강교육 프로그램도 진행됐는데,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한 20명가량의 어르신들의 힘찬 기합소리와 열기가 실내를 달구고 있었다. 이 복지관에선 필라테스 수업과 당구, 탁구 등의 프로그램이 운영 중인데, 복지관 측은 프로그램이 재개된 지난 25일 첫날부터 신청자 30명이 한꺼번에 몰려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같은 시각 용인특례시 수지구에 위치한 용인시수지노인복지관. 복지관 내 교실에선 70~80대의 만학도 15명이 칠판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일본어 수업을 듣고 있었다. “아, 이, 우, 에, 오”하며 일본어 발음을 따라하는 어르신들의 목소리가 복도 밖까지 새어 나왔다. 두 달만에 재개된 탓인지 이날만해도 해당 복지관엔 약 100명의 어르신들이 방문해 복지관 내부는 장사진을 이뤘다. 이날 오후 경로당에서도 어르신들의 웃음꽃은 끊이지 않았다. 수원특례시 장안구의 기로경로당에선 약 25명의 어르신들이 각각 짝을 지어 장기와 화투대결에 몰두하고 있었다. 한 어르신은 아쉽게 장기 대결에서 패배하자, “내일 다시 두쇼”라고 했고 함께 대결을 펼친 어르신은 “경로당은 이제 항상 열리니 언제든지 덤비슈”라며 유쾌하게 응수했다. 또 일부 어르신은 경로당 운영시간인 오후 1시보다 무려 2시간이나 먼저 경로당에 방문해 문이 열리길 기다리기도 했다. 신갑식 기로경로당 회장(71)은 “그간 경로당 어르신들이 혼자 집에 오래 있다 보니 많이 적적해 했다”며 “이제라도 경로당이 활기를 뗘 너무 반갑고 앞으로 더 푸근한 경로당의 모습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웃어보였다. 같은 시각 성남의 녹색경로당에선 이명자 할머니(75·가명)의 흥겨운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 할머니의 노랫소리에 어르신 5명은 그 자리에서 일어났고, 흥겨운 장단에 맞춰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이 할머니는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너무 반가워 노랫말이 흘러나왔다”며 “기나긴 시간이었던 만큼 앞으론 더 자주 경로당에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지난 2년 동안 노인복지관과 경로당 등 노인 복지·여가시설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으며 노인들의 신체적·정신적 활동성이 매우 떨어져 있던 상황”이라며 “이번 거리두기 해제에 따라 노인들이 서로 교류하는 과정에서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향상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지난 25일부터 경기지역 노인복지관 62개소와 경로당 9천여개소 등 노인 관련 복지시설이 운영을 재개했다. 김정규기자

[현장, 그곳&] 아~ 한입... 다시 찾은 맛있는 '소확행'

약 2년3개월이라는 기나긴 코로나19의 터널을 지나 ‘일상 회복’이라는 보상을 받은 경기도민들이 모처럼 함박웃음을 지었다. 영화관, 대형마트 등 실내 다중이용시설의 취식 허용 첫날인 25일 오전 9시30분께 용인 CGV. 쿠웨이트에서 살다가 코로나19 사태로 한국에 발이 묶였던 서동숙씨(47·여)는 재차 열린 하늘길로 출국을 앞두고 국내 마지막 일정으로 영화 감상을 선택했다. 지난 2년여 동안 영화 상영 시간에 맞춰 허겁지겁 커피만 마셨던 서씨는 팝콘의 아삭아삭함을 한없이 느끼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덩달아 신이 난 건 영화관 직원들도 마찬가지. 지난 2년간 가장 바쁜 월요일을 보낸 용인시 CGV 동백점 직원 최철영씨(23·가명)는 고소한 내음에 휩싸인 채 연신 팝콘을 박스에 담느라 분주했지만,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같은 시각 메가박스 수원의 40대 부부는 먹을거리 앞에서 어린아이 같았다. 키오스크 앞에서 ‘팝콘 먹자’, ‘핫도그 먹자’ 등 티격태격하던 이들은 “팝콘 먹으려고 영화관을 찾았다”며 돌아온 일상에 감사함을 느꼈다. 대형마트에선 쩌렁쩌렁한 직원들의 목소리가 평범하지만 소중한 일상을 다시 불러왔다. 성남시 홈플러스 야탑점 직원들은 점심때에 맞춰 아삭아삭한 김치를 가위로 쫑쫑 썰었다. “맛 좀 보고 가세요”라는 권유에 이쑤시개 든 손님들은 마치 타향살이를 하다가 오랜만에 집에 들른 자녀처럼 반갑기만 하다. 손님들의 입에서 나온 ‘아삭아삭’ 소리는 바쁜 저녁 장사를 앞두고 힘을 내게 하는 자양강장제 같은 존재였다. 이마트트레이더스 수원신동점에서도 지글지글 거리는 만두 굽는 소리가 온 매장을 휘감았다. 시식 코너 직원이 한입에 먹기 좋은 크기로 만두를 잘라 놓자 10개의 조각 만두가 고객들에 의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윽고 카트를 밀고 온 손님들로 시식대가 북새통을 이루자 이 직원은 “마음껏 드셔라”며 다시 만두를 구웠다. 손님 차주현씨(45·가명)는 “그동안 냉동식품을 샀다가 예상과는 다른 맛에 후회한 적이 있는데 시식이 가능하니 이런 걱정은 안 해도 돼 즐거울 따름”이라며 “오늘부터 정말 코로나19가 끝난 것 같고, 평범한 일상이 가져다 준 행복이 이렇게 클 줄 몰랐다”며 웃음 지었다. 또 이날 오전 6시 수원녹색교통회관 등 도내 실내수영장에는 다시 찾아온 일상에 신규 회원을 등록하려는 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뤄 문 밖까지 긴 대기줄이 생기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방역 당국은 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영화관, 대형마트와 같은 실내 다중이용시설에서 음식 섭취 시 대화나 이동을 자제하고 시설 측은 철저한 환기 등 방역 수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 그곳&] 잠 못 이루는 광교 주민들…동역교 터널 개방구간 해결책無

용인~서울 고속도로 동역교 터널의 일부 구간에 대한 방음벽이 설치되지 않으면서 인근 수원특례시 광교지역 주민들이 소음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도 소음 문제에 대한 뚜렷한 해법마저 없어 주민 고통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22일 오전 11시30분께 동역교 터널에서 약 30여m 떨어진 광교호수마을휴먼시아 32단지(영통구 하동). 화재 대비 등을 위해 방음벽 측면이 개방된 동역교 터널 약 82m 구간에서 들리는 자동차 소음으로 귀가 먹먹해질 지경이었다. 대형 화물차가 많이 오가는 고속도로 특성상 옆 사람과 대화를 이어가기 어려울 정도로 차량 엔진 소리가 귀청을 때렸다. 하루 평균 3만2천270대 차량이 이곳을 지나가는 만큼 인근 2천289세대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은 24시간 내내 소음 고통에 시달리는 셈이다. 이날 정오께 해당 아파트에서 소음을 측정한 결과 수면 방해(60dB 이상)뿐만 아니라 라디오 및 TV 청취(70dB 이상)가 힘들 정도인 72dB가 나왔다. 심지어 이날 오후 9시께 소음측정기 화면에는 최대 70dB이 뜨는 등 주민들은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있었다. 8년째 32단지에 사는 김순자씨(75·여·가명)는 “3년 전부터 차량 통행량이 급격히 많아진 느낌이다. 시끄러운 소리뿐만 아니라 고속도로에서 나오는 매연에 코를 막고 싶을 정도”라며 “선선한 봄바람을 느끼고 싶어도 창문조차 열 수 없어 속상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수원특례시는 지난 2월과 이달 18일 용인~서울 고속도로 관리 기관인 경기주택도시공사·경수고속도로㈜와 간담회를 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사고로 차량 등에서 불이 났을 때 화재 연기가 빠지는 곳이 해당 구간인 만큼 동역교 터널에 대한 완전 차폐(가려 막고 덮음)형 방음벽 설치는 어렵다는 관리 기관의 의견이 나오면서다. 시 관계자는 “지난 2014년 잇따른 주민 민원 제기로 한 차례 소음을 측정했으나 주간 68dB, 야간 58dB 등 기준치를 충족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도 “주민 불편이 큰 상황에서 관리 기관들이 개선 의지를 갖고 있으며 수시로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용인~서울 고속도로는 지난 2009년 7월 개통됐으며 2년 뒤 동역교 터널 인근에 아파트가 준공되면서 주민 불편이 시작됐다. 이에 따라 경기주택도시공사는 지난 2013년 동역교 터널에 지금과 같은 부분차폐형 방음벽을 설치한 바 있다. 이정민기자

[현장, 그곳&] 활짝 핀 지역 축제, 농민도 상인도 ‘웃음꽃’

“너무 기대돼서 요즘 밤잠도 설치고 있어요.” 20일 오전 양평군 단월면의 한 농가. 이곳에서 12년째 산나물을 재배하는 방우현(79)·김수연(여·77) 부부는 여느 때보다도 손길이 분주한 모습이었다. 당장 22일부터 열리는 ‘양평 용문산 산나물축제’에 선보일 취나물 채취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김수연씨는 “기다렸던 축제가 다시 시작된다니 정말 꿈만 같다. 코로나19로 힘들었던 지난 2년을 보상받는 기분”이라고 기대감을 표출했다. 같은 날 용문산 아래에 위치한 식당가. 이틀 뒤 산나물축제가 시작될 이곳 상인들도 축제 준비에 한창이었다. 산 아래에서 농·특산물 판매장을 운영하는 이옥선씨(여·69)에게 축제에 대해 묻자 오늘 아침 공수해온 취나물과 두릅을 보여주면서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축제 기간(3일) 동안 매출이 500만원은 됐는데 지난 2년 간은 한 주에 10만~20만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어려운 날이 허다했다”면서 “이번 축제를 위해 오늘도 새벽부터 일어나 산나물을 준비해왔다”고 활짝 웃어 보였다. 다음 달 말께 금사참외축제가 개최되는 여주 금사면 농민들에게도 축제 재개 소식이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19 확산으로 2020년엔 축제가 아예 개최되지 않았고, 지난해에는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진행됐으나 관광객 규모가 예년 수준에 미치지 못했었다. 박영남 금사참외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축제가 한 달 넘게 남았지만 벌써부터 판매 방식이나 이벤트를 구상하고 있다. 오랜만에 제대로 열리는 축제라 지역 농민들의 기대가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방침으로 지역축제가 기지개를 켜면서 경기도내 농가와 소상공인들이 반색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막혔던 판로가 다시 열리고 지역 경제에 활기가 돌고 있어서다.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 유행이 감소세로 접어들었다는 판단에 따라 2020년 3월부터 도입한 거리두기를 2년 1개월 만에 전면 해지했다. 지난 18일부터는 사적모임은 물론 행사·집회도 인원 제한 없이 개최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도내 농촌 지역들은 2년 이상 취소 및 축소해 개최됐던 축제 준비에 열을 올리며 관광객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상호 양평 산나물연구회 회장은 “축제가 열리면 농민들뿐만 아니라 인근 식당·카페까지 사람이 붐벼 지역경제에 활력이 된다”면서 “올해는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수진기자

[현장, 그곳&] '위기의 농촌' 외국인 일손마저 자취 감췄다

고질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는 농촌에서 코로나19 장기화를 거치며 외국인 일손마저 자취를 감춘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오전 이천시 호법면의 한 농촌 마을. 25년째 농사를 짓고 있다는 김상범씨(55·가명)는 ‘일손’을 묻는 질문에 깊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의 하우스엔 가을이면 시금치가 자라나고 봄엔 상추가 재배된다. 이즈음이면 상추 파종시기를 맞아 한창 바빠야 할 때였지만, 김씨의 하우스는 텅 빈 상태였다. 김씨는 “코로나19 이후 인력이 줄어들어 이젠 농사를 지을 엄두조차 나질 않는다”며 “소규모로 작물을 재배하던 이들 중 일손을 구하지 못해 진작 농사를 포기한 사람도 많다”고 털어놨다. 채소값이 계속 떨어지다 보니 인근 공장에서 월 50만~100만원씩 웃돈을 주고 외국인 근로자를 빼가는 것도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 이날 오후 여주시 대신면의 농촌에도 농사 일로 북적북적 바빠야 할 들판이 텅 빈 모습이었다. 2만㎡에 달하는 하우스에 콩을 비롯한 작물을 20년간 키워온 조대영씨(52·가명)도 인력 이야기에 고개부터 가로저었다. 어렵사리 구한 외국인 근로자 4명에게 월 300만원에 가까운 급여를 주고 있는데, 이마저도 빠져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조씨는 “외국인 근로자의 몸값이 내국인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온 탓에 농촌에선 더 이상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며 “최근에는 외국인 근로자끼리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서 서로 ‘상대적으로 쉬운 일자리’를 알선해주고 커미션(알선비)을 떼먹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눈 뜨고 인력을 뺏기고 있지만 막을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고용허가제로 경기지역 농가에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는 지난 2019년 7천159명에서 2020년 5천923명, 2021년 4천976명으로 감소하고 있다. 코로나19 국내 유입의 기점이 된 2019~2020년의 감소폭이 눈에 띄게 컸다. 이와 별개로 농번기처럼 인력이 집중적으로 필요한 시기에 들여오는 외국인 계절근로자도 자취를 감췄다. 지난 2019년 도내 농가에 76명이 배치됐지만, 이후로는 단 1명도 입국하지 못했다. 양성범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의 영향도 있겠으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농촌의 고질적인 노동력 공백”이라며 “정부는 물론 지자체도 복지예산 투입을 통한 공공근로자 활용 등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경기도 농업정책과 관계자는 “3월부터 농촌 인력 문제와 관련한 TF팀을 구성해 정책을 개발하고 있다”며 “이르면 5월 말 1차 정책안이 나올 예정이며, 이번 기회에 도 차원에서 종합적인 계획을 마련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장희준기자

[현장, 그곳&] “반갑다, 다시 찾은 일상”… 캠퍼스·식당가 모처럼 ‘활기’

“완연한 봄을 맞아 찾아온 일상으로의 회복이 더 없이 기쁩니다” 마스크 의무 착용을 제외한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18일 경인지역 곳곳은 희망의 기지개를 켜며 일상으로의 복귀 준비가 한창이었다. 이날 오전 찾은 한국교통대학교 의왕캠퍼스. 거리두기 해제로 인한 기대감이 교정 전체에 퍼진 것처럼 교내는 그 어느 때보다 활기를 띠었다. 오전 10시가 되자 등교하는 학생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곧 다가오는 중간고사를 위해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도서관으로 발길을 옮겼다. 열람실에는 그동안 붙어 있던 거리두기 안내문이 제거된 상태였으며, 학생들은 자유롭게 원하는 좌석을 선택한 뒤 학업에 매진했다. 재학생 이민철씨(가명·21)는 “이전까지 비대면 수업만 하다가 25일부터 시행되는 전면등교 소식에 두근거린다”면서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말로만 듣던 ‘캠퍼스 낭만’을 경험할 수 있게 돼 설레임을 감출 수가 없다”며 웃어보였다. 그동안 포장주문이 넘쳐나던 휴게소들도 ‘든든한 한끼’를 제공하는 안식처의 기능을 되찾기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이날 오전부터 용인 기흥휴게소 내 식당에서는 2년 1개월 동안 굳건히 테이블을 나눈 칸막이가 하나 둘씩 걷히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그동안 휑했던 식당가 테이블에 하나 둘씩 손님들이 자리를 채워가기 시작했다. 어느덧 식당 무인 발급기 앞에는 긴 줄이 이어졌고, 음식이 나왔다는 벨 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퍼졌다. 특히 주말을 맞아 여행객을 가득 채운 관광버스의 모습을 떠올리며 식당가 업주들은 벌써부터 여분의 재료를 준비하며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기흥휴게소 관계자는 “방역 해제조치가 그동안 경영난을 겪어 왔던 휴게소의 현실을 타개할 신호탄이 되길 희망한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긴 암흑기를 보낸 식당가들은 벌써부터 일상 회복의 조짐을 보이며 손님맞이에 한창이었다. 이날 낮 12시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의 카페거리. 30분 전 영업을 개시한 한 초밥집은 단체 예약 손님들이 몰리며 이미 만석을 기록했다. 가게 앞에 줄지어 대기하는 20여명의 손님들과 좁은 도로를 비집고 들어온 차량들로 인해 일대 주변은 장사진을 이뤘다. 식사를 마친 손님들은 자연스럽게 카페로 발걸음을 옮기며 지역 상권 회복에 힘을 보탰다.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 양복 차림의 직장인 무리, 마실 나온 어르신 등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들이 카페거리를 거닐며 각종 규제가 사라진 일상에 적응해가는 모습이다. 인천 남동구의 한 중국집 사장은 검정색 싸인펜으로 꾹꾹 눌러 쓴 ‘단체회식 받습니다’ 라는 메모를 입구에 붙이며 연신 흐뭇한 미소를 보였다. 김필영 사장(가명·61)은 “2년 만에 ‘단체회식 받습니다’라는 8글자를 쓰는 데 울컥한 감정이 들었다”며 “오늘만 10인 이상 대규모 회식 예약만 3개가 잡혔다. 이 같은 현상이 거리두기 해제 첫날의 ‘반짝 효과’가 아니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지방종합

[현장, 그곳&] ‘통행금지’ 무시… 비좁은 길에 차량 ‘쌩쌩’

“빵빵. 비켜요. 비켜!” 14일 오전 10시께 인천 계양구 박촌동의 한 농로. 농로를 걷던 A씨(53)를 향해 다가오던 차량이 사납게 클락션을 울리더니 빨리 비켜서지 않는다며 창문을 열어 짜증을 낸다. 차가 진입한 농로 초입에는 ‘차량통행금지’라는 푯말이 세워져 있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농로를 가득 채운 차량 탓에 A씨는 옆으로 비켜서며 어렵게 걸음을 옮긴다. A씨는 “차가 다닐 수 없는 곳인데도 늘 알아서 비키라는 식으로 이렇게 빵빵거린다”며 “이곳을 오갈 때마다 불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같은날 오전 11시께 남동구 도림동의 한 농로 사정도 다르지 않다. 차량 1대가 지나면 가득차는 좁은 폭의 농로지만, 차량은 속도 조차 줄이지 않고 쌩하니 달려간다. 인근 텃밭으로 가던 B씨는 갑자기 나타난 차량에 놀라 농지로 내려선다. B씨(87)는 “차량이 텃밭 근처까지 내려온다”며 “위험하니까 어떻게든 피하려다보니 수로에 빠지기도 하고 그런다”고 했다. 인천의 도심 속 농경지의 농로들이 차량의 위험한 질주로 안전 위협지대로 전락했다. 한국농어촌공사 등에 따르면 농어촌도로 정비법에서는 읍·면 지역의 농로만 차량통행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계양구나 남동구처럼 도심과 농경지가 함께 있는 지역의 경우 이 같은 규정을 적용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공사 등이 통행금지 푯말을 설치해두더라도 실효성이 없는 상황이다. 법적 제재 장치가 없으니, 위반해도 그만이란 식의 위험한 질주가 이어지는 셈이다. 농로는 특성상 폭이 좁아 차량의 질주가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밖에 없다. 또 농로의 특성상 인근에 사고 예방 및 충격 흡수 등의 안전장치도 없는 상황이라 대형사고 위험이 높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농로는 농기계가 다니고 농업인의 생계를 위해 특별한 목적으로 지정한 도로”라며 “도로의 설립 목적에 맞지 않게 차량이 통행하다 사고가 나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계양구 관계자는 “관련 부지는 국토부와 농어촌공사 땅이지만, 행정구역상 관할 구역인 만큼 보행자 안전을 위한 대책 마련을 고민하겠다”고 했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농로가 위험하다는 민원이 들어오면 현장에 나가 관리를 하고 있다”며 “농어촌공사와 협의해 관리·감독 등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현장, 그곳&] “밤새 앓다 왔는데 헛걸음”… 잦은 방침 변경에 ‘분통’

“코로나19 증상으로 잠도 못 잔 채 아침 일찍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러 왔는데 헛수고만 했네요” 11일부터 전국 보건소의 선별진료소와 임시선별검사소에서의 신속항원검사가 중단된 가운데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경인지역 시민들이 발길을 돌리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 속출했다.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수원특례시 영통구보건소. 이마에 맺힌 땀으로 앞머리가 눌어붙은 이정현씨(45·가명)는 ‘콜록콜록’거리는 10세 아들의 손을 꼭 붙잡은 채 근처 병·의원으로 황급히 뛰어갔다. 아들의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보건소를 방문한 이씨는 신속항원검사 중단 소식을 듣고 급하게 발걸음을 옮겼지만 병원까지의 먼 거리가 그의 마음을 더 조급하게 만들었을 뿐이었다. 이곳에선 약 30분 동안 10여명의 시민이 툴툴거리며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이 포착됐다. 인천시 남동·부평구보건소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전날 밤부터 기침과 고열 탓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김상진씨(53·가명)는 병·의원 검사의 경우 비용(의원 기준 5천원)이 든다는 보건소 직원의 안내에 “2년3개월 동안 장사로 번 돈이 쥐꼬리만 한 수준인데 돈까지 내라는 것인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난처한 것은 보건소 직원들도 마찬가지. 화난 시민들을 어르고 달래는 데 진땀을 뺀 부평구보건소 직원 A씨는 거동이 불편한 신속항원검사 희망자를 보면 도리어 미안한 감정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게다가 이날 조치로 인력마저 줄어든 상황에 본연의 업무인 PCR(유전자증폭) 검사는 뒤로 미룬 채 신속항원검사 중단 안내만 하는 현실에 답답해했다. 이런 가운데 군포시청 임시선별진료소 인근 도로인 ‘산본천로 중앙공원 사거리’에는 신속항원검사 중단 사실이 기재돼 있지 않은 위치 안내 표지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더욱이 이 같은 조치로 호흡기 클리닉과 같은 동네 병·의원에서만 신속항원검사가 가능해지자 경인 지역 병원이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종된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잇따른 정책 변화를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대국민 소통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와 관련한 방역 지침이 계속 바뀌면서 현장과 정책의 엇박자가 나올 수 밖에 없다”며 “방역 당국은 현장을 꼼꼼히 살피는 등 보건 인력의 의견을 듣는 한편, 시민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홍보 등 소통 활동에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민·최종일기자

[현장, 그곳&] ‘봄철 산불 1위’ 경기지역 산, 담배꽁초 무방비 노출

경기지역 산불 원인 1위로 꼽힌 담배꽁초가 여전히 도내 산 곳곳에 무방비로 버려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건조한 날씨 속 강한 바람이 자주 부는 봄철을 맞아 꽁초들로 인해 산불 발생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오전 수원특례시 장안구에 위치한 광교산. 등산로 입구를 따라 토끼재까지 약 1.6㎞에 달하는 길 양옆에선 10분마다 담배꽁초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더욱이 이들 담배꽁초는 수풀 사이 널브러져 있어 메마른 나뭇잎에 불이 옮겨 붙을 수 있을 정도로 위태로운 상태였다. 등산객 최경숙씨(60)는 “광교산에 올 때마다 일부 등산객이 산에서 담배를 피는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며 “봄철이라 산불 우려도 큰 만큼 입산객들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함께 관할 당국도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날 오후 의왕시 백운산엔 등산로 입구마다 담배·라이터 등 인화물질을 보관하는 화기물보관함이 마련돼 있었지만, 등산객 5명은 이를 무시한 채 버젓이 흡연하는 모습도 눈에 띄어 시민들의 눈총을 사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이 이들 등산객들의 흡연을 말리는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같은 시각 과천시 관악산에서도 등산로 중턱마다 마련된 벤치 주변에선 담배꽁초 20여개가 발견됐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경기지역에선 약 3천500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이는 전국 산불 발생의 29%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치로 집계됐다. 더욱이 올해 경기도에서 발생한 산불 81건 중 74건(91%)이 ‘부주의’ 때문인데, 이 중 담배꽁초로 인한 화재 발생이 32건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 3월 잠정 피해 면적만 2만㏊가 넘어 ‘역대급’ 피해를 남긴 울진·삼척 산불의 발화 원인은 담배꽁초로 추정되고 있으며, 지난 4일 산림 약 8㏊를 태운 남한산성 인근 청량산 산불도 담뱃불에서 시작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는 지난달 5일부터 4월17일까지 이 기간을 ‘대형산불 조심기간’으로 지정하고, 도내 3개 산림부서 33명으로 구성된 11개 기동단속반을 편성해 집중단속에 나서고 있다. 이와 별개로 31개 시군에선 산불감시원(942명)·산불 전문예방 진화대(968명) 등 근로자 1천910명이 하루에 2~3번씩 관내 산불 방지를 위해 순찰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도 산불방지대책본부 관계자는 “봄철은 건조한 날씨에 더불어 강한 바람이 자주 불어 산불이 번지기 좋은 조건”이라며 “입산자들의 각별한 주의와 함께 도 차원에서도 현재 운영 중인 기동단속반·산불감시원 등 제도를 더욱 철저히 운영해 산불 예방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현장, 그곳&] “수리 시설 없어” 배 고치러 ’원정’ 떠나는 안산 선주

“인근에 어선 한 척 수리할 곳이 없으니…안산에서 목포까지 다녀옵니다" 7일 오전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한 탄도항. 갓 잡은 주꾸미를 배에서 꺼내 올리는 신평호 선주 최명호씨(60·가명)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최씨의 어선은 건조한 지 10년이 넘어 수리해야 할 일이 잦아졌지만, 선체를 들어 올려 보수할 수 있는 수리소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씨는 지난해 수소문 끝에 충남 당진까지 ‘원정 수리’를 다녀오기도 했다. 2년 전만 해도 시흥 월곶포구 인근 조선소에서 어선 수리가 가능했지만, 지난 2020년 6월 이 조선소가 주민 민원 등 이유로 문을 닫으며 이 같은 ‘수리난'은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강화플라스틱 섬유(FRP) 재질로 이뤄진 영세 어선들은 선체 아래 따개비가 달라붙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1년에 2번 도색을 해야 하지만, 이조차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해양환경관리법상 환경오염의 이유로 항구처럼 사방이 트인 곳에서의 도색 작업은 불법이기 때문이다. 결국 어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충남 당진·태안, 멀게는 전남 목포까지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궁평항, 전곡항 등 화성 지역 어민들도 이 같은 ‘원정 수리’ 행렬에 합류하고 있다. 하지만 어민들은 이마저도 예약 경쟁이 치열해 제때 수리 받는 것조차 힘들다고 호소한다. 선주 김종명씨(45·가명)도 지난해 뱃길로 약 300㎞를 달려 전남 목포에서 수리를 맡겼다. 김씨는 “수리시설 하나 없어 탄도항 인근 어민들 모두가 불편을 겪는 만큼 안산시는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안산과 화성 등 도내 지역 어민들이 인근에 어선 수리소가 없어 수백여㎞에 달하는 ‘원정 수리'를 떠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어선의 경우 제때 수리가 이뤄지지 못하면 2차 사고까지 발생할 수 있어 관련 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단 지적이 제기된다. 이날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국내 어선 총 6만5천744척 중 건조한 지 16년 이상인 노후 어선은 3만3천720척(51.2%)으로 집계됐다. 이를 안산시에 등록된 어선 총 225척에 대입하면, 안산 지역엔 약 115척의 어선이 노후 상태인 것으로 추정된다. 노후 어선은 엔진 등 기관 고장으로 사고 발생 가능성이 커 제때 수리가 이뤄지지 않을 시 전복·좌초 등 2차 사고까지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안산 지역 어민들은 탄도항 인근에 위치한 누에섬에 간이 조선소라도 설치되길 희망하고 있다. 안산시 해양수산과 관계자는 “안산 지역 어민들이 탄도항 등에 마땅한 수리소가 없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이 같은 수리 시설은 대부분 민간 차원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공공에서 섣불리 관여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구재원·김정규기자

[현장, 그곳&] ”내 돈 주고 샀는데” QR인증기기 ‘처치곤란’

지난달 1일 다중이용시설의 방역패스 제도가 중단된 후 QR 단말기, 열화상 카메라 등 방역물품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오전 수원특례시 권선구의 한 중국음식점. 해당 음식점 입구엔 스탠드형 체온측정기 1대와 QR 코드 인증을 위해 설치됐던 태블릿 PC는 전원이 꺼진 채 작동하지 않는 상태였다. 오미정씨(60)는 “재작년에 방역물품 세트를 13만원이나 주고 구매했는데 현재는 아무 곳에도 사용하지 못하는 애물단지”라며 “정책이 또 어떻게 바뀔 지 몰라 쉽사리 처분도 못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이날 오후 용인특례시 기흥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도 방역물품들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기는 마찬가지. 해당 매장 창고 한 켠에선 활동을 멈춘 체온측정기와 스마트폰 공기계가 발견됐다. 해당 카페는 이 같은 방역물품을 약 11만원을 들여 구입했지만 되팔지도 못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인들은 태블릿 PC나 열화상 카메라 등을 온라인 중고시장에 내놓고 있지만, 구매가의 절반으로 내놔도 팔리지 않는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수원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성식씨(60)는 “한 때는 장사를 하기 위해 필수였던 방역물품이 이젠 자리만 차지하는 고철에 불과하다”며 “중고시장에 내놔도 반의 반 가격도 책정되지 못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이런 가운데 중소벤처기업부가 운영 중인 방역물품 지원금 제도도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제도는 기존 방역물품을 구매한 소상공인·소기업을 대상으로 일정 금액을 지원해 주는 취지로 마련됐다. 하지만 정작 방역패스가 의무화된 지난해 12월6일 이후 구매자에 한해서만 혜택이 주어지고 있다. 대다수 자영업자들은 지난해 방역패스가 도입되기 전인 지난 2020년 6월 QR 코드 전자출입명부 제도 실시 시기부터 자비를 들여 단말기 등을 구매한 터라 이 같은 혜택에서 배제되고 있다. 커피숍 사장 이명기씨(41·용인)는 “이미 재작년에 구매해서 영수증도 다 사라져 방역물품 지원금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자비를 들여가며 방역에 협조한 만큼 정부가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정부가 표준 가격을 정해 일괄 구입한 뒤 학교나 지역아동센터에 교육용으로 활용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지난해 12월6일 이후에 구입한 방역물품에 대해서만 구입비용을 지원하는 이유는 해당 시기 이후부터 방역패스 의무화 제도가 시행됐기 때문”이라면서도 “그 이전에 방역물품을 구입했다면 한정된 예산 안에서 최대한 폭넓게 비용처리를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지역의 소상공인 사업체 수(2019년 기준)가 약 158만개인 점을 고려하면, 도내에는 최소 158만개 이상의 방역물품이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김정규기자

[현장, 그곳&] 한 번 타오르면 속수무책, 식목일까지 덮친 산불

피해 규모가 방대한 산불이 계속되면서 ‘사전 예방’과 ‘사후 대응’ 중 어느 역량을 강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대두되고 있다. 기후 변화에 따라 화재 위험을 높이는 건조한 날씨가 나타나는 시점도 매년 빨라지는 만큼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5일 낮 12시께 하남시 학암동의 청량산 일원. 가파른 비탈을 올라 산 중턱에 들어서자 진한 탄내와 함께 잿더미가 된 숲이 펼쳐졌다. 청량산을 둘러싼 남한산성 경기도립공원은 하남은 물론 성남·광주시민들도 자주 찾는 명소다. 그러나 이날 산보에 나선 시민들의 눈앞에 펼쳐진 건 검게 그을린 소나무와 불에 타다 쓰러진 신갈나무 군집의 흉측한 잔해뿐이었다. 불은 전날 오후 7시43분께 시작됐으며, 3시간 만에 큰 불길을 잡고 오후 11시28분께 완진 판정이 내려졌다. 약 8㏊에 달하는 산림이 소실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는데, 이는 축구장 면적(0.7㏊)과 견줄 때 12배에 가까운 규모다. 최근 건조한 기류가 계속되며 올 들어 이날까지 발생한 산불은 320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68건(21.3%)은 경기도에서 발생했다. 특히 절기상 청명(4일)과 한식(6일) 전후는 산불 위험성이 높다. 소방청은 이 같은 우려에 따라 지난 4일 오후 6시부터 7일 오전 9시까지 전국 소방관서를 대상으로 특별경계근무를 명한 바 있다. 그러나 특별경계근무에 들어간 지 2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이번 산불이 벌어지면서 일각에선 ‘대응’에 앞서 ‘예방’부터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녹색연합은 산불의 진행 속도 및 전개 양상을 고려, 건조한 기후의 위험성을 특정하고 기후위기에 맞는 산불 진화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예방 명목으로 투입되는 예산이 턱없이 적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실제로 지난 2020년 산림청이 지출한 예산 중 산불 예방에 투입된 건 2천5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6.7%에 불과했다. 반면, 예방의 한계를 지적하며 피해 경감이나 대응 방식의 발전에 대해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오랜 시간 사회적으로 산불 예방을 강조해 왔지만, 예상하기 어려운 자연재해라는 측면에서 한계가 분명하다”며 “한 번 발생하면 복구에 수십년이 소요되는 피해를 어떻게 경감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산불은 산림청이 주관하고 진압은 소방의 몫으로 구분된 현행 체계에 다소 애매한 부분이 있다”며 “이번 화재의 주불 진압 역시 소방의 역량이 주효했던 만큼 산불진화대원뿐만 아니라 산불에 대한 소방력 강화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장희준기자

[현장, 그곳&] “매장에서는 다회용컵만”…일회용품 사용 금지 현장 혼선

“매장에선 일회용컵 사용이 안되세요” 3일 수원특례시 내 한 프랜차이즈 카페. 음료를 한 잔 주문하자 “매장 이용하세요?”라는 질문이 돌아왔다. “그렇다”라고 답하자, “매장에서는 매장용 컵을 사용해야 한다”는 대답과 함께 다회용컵에 음료가 제공됐다. “금방 나갈 것”이란 얘기에도 “나가실 때 말씀하시면 음료를 옮겨 담아드리겠다”고 답할 뿐이었다. 반면 인근의 한 카페에서는 조금 다른 상황이 연출됐다. “금방 나갈건데 그냥 일회용 컵에 담아달라”고 요청하자 주위 눈치를 살핀 뒤 “금방 나가셔야 돼요”라는 답변과 함께 플라스틱 컵에 담긴 음료가 나왔다. 취재인걸 밝히고 카페 점주에게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금지에 대해 질문하니 “아직까진 과태료도 없고 나갈 때 또 테이크아웃 잔에 옮겨드려야 하니 요청하면 (일회용 컵에) 주고는 있다. 이게 다 돈인데 어쩔수 없지 않냐”고 손사래를 쳤다. 남양주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A씨(53)는 “혼선을 방지하고자 지난달 말부터 일회용컵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안 그래도 코로나 때문에 손님들의 반발이 심하다”면서 “파파라치들이 들끓을 것도 벌써부터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로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이 다시 금지되면서 외식업계가 혼란에 휩싸였다. 이날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식품접객업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이 다시 금지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격하게 증가한 폐기물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서다. 위반 사항 적발 시에는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일회용품 사용 절감이라는 취지에 대해선 공감한다면서도 코로나19 확산세 등을 고려하면 시행 시기가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생활폐기물을 줄이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하필이면 왜 지금 이 조치를 시행하는지 모르겠다”며 유행이 잠잠해질 때까지 시행을 미뤄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환경부는 기존 지침을 시행하는 한편,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안내 중심의 계도로 진행하고 과태료 부과는 유예하기로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그간 입법 예고나 간담회에서 여러 차례 논의됐다. 대부분 취지에 공감을 했고 잘 협의해 보자고 했다”며 “앞으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여러 의견들을 검토하고, 조정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수진기자

[현장,그곳&] 소아 백신 접종 첫날…외래진료 환자만 북적북적

“다 큰 어른도 끙끙 앓는데 우리 아이한테 백신은 절대 안 됩니다.” 31일부터 만 5~11세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저조한 사전 예약률 하에 시작된 가운데 접종 첫날부터 도내 의료시설에는 어린이들의 발길이 끊기는 등 백신 기피 현상이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전 11시께 수원특례시 권선구의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 백신접종을 맞고 펑펑 우는 아이들은 온데간데없고 아토피와 같은 알레르기성 질환의 상담을 받고자 총 8명의 보호자와 아이들이 소파에 앉아 대기할 뿐이었다. 남양주시 다산동 또 다른 의원도 마찬가지. 지난해 6월 소아·청소년과 의원에서도 성인을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이 시행됐을 당시 이곳은 하루 평균 30명 안팎의 시민들로 북적였다. 그러나 이날 접수된 만 5~11세의 예약 인원은 5명에 불과한 데다 이마저도 대상자가 제시간에 나타나지 않아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일일 100여통의 문의 전화를 응대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기억을 떠올린 병원 관계자들은 이날의 한가함이 어색할 따름이었다. 용인시 기흥구의 한 의원은 허탈한 하루를 보냈다. 전날부터 원내 동선을 분리하는 등 소아 접종 준비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으나 10명의 예약자 중 6명이 개인 사유로 접종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주말로 예약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4월2일에 대한 취소 문의가 쇄도하는 실정이었다. 7세 딸을 둔 김미향씨(38·여·가명)는 “이미 정부에서 코로나19 유행이 감소세로 전환했다고 밝힌 마당에 혹시 우리 아이가 부작용을 겪을까봐 백신 접종은 꿈도 안 꾼다”고 백신에 대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이 같은 백신 기피는 예견된 일이라는 지적이다. 청소년의 방역패스 시행이 잠정 중단되는 등 백신을 맞지 않아도 일상생활을 하는 데 문제가 없어서다. 이 때문에 지난 24일부터 진행된 만 5~11세의 백신 사전 예약률은 지난해 10월 16~17세의 20.8%보다 한참 못 미치는 1.5%(314만7천942명 중 4만7천761명)로 조사됐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백신은 중증화율을 낮추는 게 주요 목적인 가운데 부작용 사례가 널리 알려진 만큼 건강한 자녀를 둔 부모들은 이를 피할 수밖에 없다”며 “오미크론 대응체계 전환으로 이제는 백신보단 대면진료 체계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민기자

[현장, 그곳&] ”도로 위 지뢰” 해빙기 운전자 안전 위협하는 ‘포트홀’

“도로 위에 뻥 뚫린 구멍들 때문에 언제 사고가 날지 모르겠습니다” 29일 오전 수원특례시 영통구 센트럴파크로. 3차선 도로는 가뭄이 든 것처럼 갈라져 있었고, 1차선엔 길이 1m 크기의 네모난 포트홀이 자리 잡은 상태였다. ‘덜컹’ 거리는 기분 나쁜 승차감이 달갑지 않은 일부 운전자들은 곳곳의 지뢰밭(?)을 피하기 위해 차선을 침범하기도 했고 이 과정에서 해당 차선을 주행 중이던 차량과 부딪힐 뻔한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날 오후 광주시 오포읍 능평로에서도 포트홀이 운전자 안전을 위협하기는 마찬가지. 해당 도로 위에는 지름 50㎝ 크기의 동그란 구멍이 깊게 패어 있었다. 주행차로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 보니 차량들이 이곳 위를 오갈 때마다 ‘쿵’하는 소리가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운전자 이보람씨(34)는 “출퇴근을 할 때마다 매번 포트홀을 피하며 곡예운전을 하고 있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운전자 안전을 담보할 보수 작업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해빙기를 맞아 도로 위 시한폭탄이라 불리는 ‘포트홀(pot hole)’ 현상이 심화돼 운전자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경기지역에서 접수된 포트홀 발생 건수는 해마다 증가(2019년 5만8천566건, 2020년 6만8천78건, 2021년 6만8천950건)하고 있으며, 연평균 6만5천여건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동안 발생한 차량 및 인명 피해도 총 3천715건으로 파악됐다. 포트홀 현상은 특히 해빙기에 집중된다. 겨우내 내렸던 눈이나 빗물이 도로 위 틈새로 스며들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물기가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균열이 발생하게 되기 때문이다. 도로 여기저기에 발생하다 보니 차량 사고 및 고장의 원인이 되는 데다 차로 이탈 등으로 인한 2차 사고 발생 가능성까지 높다. 실제로 지난 2018년 평택호 배수갑문에선 포트홀 위를 지나던 5t 트럭이 미끄러져 마주 오던 승용차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사고로 50대 승용차 운전자는 사망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기도는 포트홀 중장기 대책을 총괄하고 있다.지역 국토관리청·도 건설본부 등 관계 당국도 관련 신고가 접수되면 보수 작업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별개로 도 차원에선 택시 기사 등으로 구성된 ‘도로 모니터링단’도 운영 중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통계상에서 집계는 안 됐지만 실제로 발생한 포트홀 관련 안전사고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며 “포트홀이 생기기 전에는 지반이 꺼지는 등 전조 현상이 나타나는 만큼 지자체는 도로 여건을 면밀히 살펴 선제적으로 조치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경기도 도로안전과 관계자는 “각 시군과 긴밀하게 협력 체계를 구축해 관련 사고 및 보수 작업 등에 대응해 나가고 있다”며 “사고 예방을 위해선 도 차원의 연구 용역도 발주해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 그곳&] 치솟는 기름값에 가짜 석유까지…주유소&소비자 두 번 울려

“양심 없는 일부 주유소들 때문에 애꿎은 주유소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니까요.” 29일 오후 남양주시 진접읍 금강로에 위치한 한 주유소. 이달 초부터 인적이 끊긴 이 주유소 외곽은 접근금지 테이프로 둘러싸여 있었다. 최근 가짜석유 판매가 적발되면서 사업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 달 가까이 손길이 닿지 않은 주유소 입간판에는 휘발유 가격이 ℓ당 1천665원, 경유가 ℓ당 1천450원으로 표기돼 있었다. 가짜석유 판매 적발 당시 남양주 지역의 평균 휘발유 판매가격이 ℓ당 1천700원 후반대였고, 경유가 ℓ당 1천600원대 초반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인근 주유소보다 ℓ당 100원 이상 싼 가격이다. 저렴한 가격 탓에 주유를 위해 먼 거리에서 찾는 사람도 많았다. 인근의 한 공업사 관계자는 “가격이 싸서 애용하던 곳이었는데 가짜 석유를 판매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면서 “기름값이 비싸져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소비자들을 우롱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주유소들의 불법이 적발되면서 업계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일산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A씨(54)는 “주유소는 제조가 아니라 유통 마진을 가지고 운영하기 때문에 일부 주유소만 가격이 저렴할 수 없는 구조”라면서 “불법 주유소가 있으면 인근 주유소들은 매출이 감소하고, 적발 시에는 업계의 이미지가 하락하게 된다”고 분개했다.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가짜석유 판매 적발이 잇따르면서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더욱이 애꿎은 일반 주유소들까지 일부 주유소들의 불법적인 행위로 인한 이미지 하락, 매출 감소 등의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날 한국석유관리원의 불법행위공표사항을 확인한 결과 기름값이 치솟기 시작하던 지난해 10월부터 경기도 내에서 총 7개의 주유소·일반판매소가 가짜석유취급·용도외판매 등의 사유로 행정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한국주유소협동조합 관계자는 “고유가 시대에는 가짜 기름이 판칠 수밖에 없다”면서 “가격이 지나치게 저렴하다면 정량 미달이나 가짜 기름 등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부도 최근 유가 급등으로 인한 가짜석유의 유통을 고려해 지난 15일부터 주유소 등 석유판매업소를 대상으로 특별 점검에 돌입했다.

[현장, 그곳&] "현대화 사업 걸림돌" 안산 농수산물도매시장 ‘불법만연’

안산시가 시설현대화 사업 용역에 착수한 농수산물도매시장에 불법 용도변경 등이 난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점포들의 무단 도로점용으로 최근 사망사고까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8일 안산시와 농협안산공판장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 1998년 개장한 안산시 농수산물도매시장의 오래된 시설과 내부 교통흐름이 원활하지 않다는 문제를 개선하고자 지난 21일부터 시비 8천360만원 투입, 시설현대화 기본계획 수립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시는 6개월 뒤 용역 추진 결과를 검토하고 그에 따라 재건축 및 리모델링 등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시장 내 일부 시설들에 만연한 불법이 현대화 사업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전 11시께 시장 1층 채소동 내 주차장. 주차 구획에는 차량 대신 양파를 비롯한 온갖 농산물이 쌓여 있는 상태였고, 이를 옮기려는 거대한 트레일러가 분주히 움직였다. 상인들의 일상적으로 자행하는 불법 탓에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주차난 해소를 위해 마련된 이 공간은 주차장으로서 제역할을 하지 못했다. 주차장을 나서자 곧바로 10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샌드위치 패널로 조립된 불법 가설건축물이 눈에 띄었다. 시장 건물 외벽으로부터 약 10m의 공간은 당초 녹지 등으로 활용돼야 하나, 가설건축물 아래엔 냉동창고와 사무실이 들어섰다. 시장을 관리하는 농협안산공판장은 불법 건축물의 설치 시점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도매시장 중앙통로 입구에서도 불법은 계속됐다. 통로에 다다르기 전 50m가량의 공간은 보행자를 위한 공간으로 지정돼 있었지만, 높이 5m의 초록색 가설건축물이 차지한 상태였다. 또 문제의 공간 아래에선 일부 상인들이 점포를 확장하면서 차도 앞까지 나와 장사를 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물건을 구매하러 나온 인파 뒤로 차량들이 마구잡이로 오가면서 안전사고 위험도 도사렸다. 손녀의 손을 잡고 장을 보러 나선 할머니가 뒤에서 갑자기 나타난 차량에 놀라 넘어질 뻔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실제로 지난달 이곳에선 4.5t짜리 채소 출하차량에 70대 노인이 치여 숨지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당시 도로 여건은 좁은 도로에 차량과 보행자가 마구 뒤섞인 상황이었다. 이 같은 접촉사고로 인한 수사 협조의뢰도 최근 3년간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연평균 28.7건으로 집계됐다. 농협안산공판장 관계자는 “교통 혼잡 등으로 인한 안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도 요원을 배치해 상시 단속에 나서고 있다"며 “불법으로 설치된 가설건축물의 경우 내부적으로 설치 연원 등을 파악해 조치에 나서겠다”고 해명했다. 김정규기자

[현장, 그곳&] "충전소 어딨니" 원정 떠나는 수소차 운전자

정부의 공격적인 친환경차 보급 정책을 인프라 구축이 따라오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2일 낮 수원영통 수소충전소는 점심시간을 맞아 충전을 하러 나온 수소차 6대가 연달아 대기 중이었다. 1대가 충전을 완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분도 채 걸리지 않지만, 압력이 올라오는 데까지 기다리면 못해도 20분이 소요된다. 이마저도 이곳 충전소의 용량으로는 하루 최대 50대까지만 충전이 가능한 탓에 헛걸음을 하는 운전자도 적지 않다. 이날 오후 화성동탄 수소충전소도 사정은 마찬가지. 충전소 1기를 놓고 연달아 3대가 충전을 기다리고 있었다. 맨 뒤에 줄을 선 운전자 김대영씨(42)는 오후에 출장을 가야 하는데 제시간에 출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충전소도 적을뿐더러 시간도 오래 걸리는 탓에 매번 이 고생을 하고 있다고 푸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소차 운전자 사이에선 충전 원정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까지 나온다. 경기지역에서 수소충전소를 갖춘 지역은 10개 시군에 불과하고, 동네에 충전소가 있다고 해도 줄이 길거나 충전 용량이 다하면 다른 지역으로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고양시 덕양구에 사는 임재민씨(29)도 지난 주말 충전을 위해 40분을 걸려 국회의사당까지 다녀왔다고 털어놨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수소차 보급 실적은 지난해 12월31일 기준 1만9천477대로 집계됐다. 작년 한 해 동안에만 8천532대가 늘어났으며, 전체 수소차 중 2천대 이상은 경기도에 보급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수소충전소는 같은 시점 기준으로 170기에 불과하다. 지난해 100기를 설치했지만, 여전히 차량 대비 충전소는 턱없이 부족하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인프라 구축이 수소차 보급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데다 수소충전소의 위험성 탓에 지역마다 님비(NIMBY) 현상을 해결해야 하는 것도 큰 과제라면서도 그에 앞서 수소 기술이 안정적으로 상용화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를 선결하지 못한다면 보급이나 인프라 모두 핑계에 불과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탄소중립 정책 기조에 맞춰 수소 기술을 비롯한 친환경차 개발보급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수소충전소는 오는 2025년까지 전국 시군 226곳에 최소 1기 이상 구축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이르면 2030년부터는 주요 도시에서 20분 이내에 수소충전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조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희준기자

사회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