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대형마트 월 2회 휴무제 폐지 검토에…도내 상인 ‘한숨’

“코앞에 있는 대형마트와의 경쟁도 버거운 데 휴무제 폐지라뇨…저희는 어떻게 삽니까.” 정부가 대형마트의 월 2회 휴무제 폐지를 검토하려고 하자 경기도내 150여곳의 전통시장 상인들과 마트 근로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12일 오전 10시께 안양호계종합시장. 이곳 반경 약 600m에는 홈플러스 안양점이 떡 하니 버티고 있었다. 해당 대형마트는 전통시장(전통상업보존구역) 반경 1㎞ 이내에 대형마트 출점을 불허하는 유통산업발전법이 제정되기 이전에 들어서 이러한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됐다. 방앗간을 운영 중인 양일모씨(50)는 “대형마트의 전국구 유통망과 달리 시장은 지역 도매시장 기반”이라며 “상인들이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마트보다 더 싸게 팔 수도 없는데, 대기업과 경쟁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뿐만 아니라 도내에선 규제를 교묘히 벗어난 대형마트, 준대규모점포 등으로 상인들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일례로 이마트 산본점은 군포시 산본전통시장과 1.1㎞ 떨어져 있다. 유통산업발전법 반경 1㎞ 이내의 출점 제한을 ‘턱걸이’로 피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말 정부가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논의 과제로 선정하자 상인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경기도 시장상인엽합회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의무 휴무일로 전통시장 상인은 평균 40% 매출액 상승효과를 본다. 특히 채소, 육류 등에 대한 수요가 몰리나 이러한 휴무일이 폐지될 경우 상인들의 매출 증대 꿈은 물거품이 돼 버린다. 이충환 경기도 시장상인연합회 회장은 “의무휴업일마저 폐지돼 버리면 시장 상인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현 기조를 이어 나갈 시 전국 연합회를 통해 공동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 문화산업학과 교수는 “정부 주도로 매번 규제가 바뀌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지자체가 문화 행사 등을 열어 사람이 모이게 하는 등 시장의 경쟁력을 높여 시장과 대형마트의 선의의 경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마트 노동자들도 이번 정부의 논의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김동우 마트산업노조 경기본부 사무국장은 “논의도 없이 변경한다니 문제다. 결국 노동자가 아닌 마트만을 위한 것”이라며 “노동자를 위해 휴무일을 월 2회에서 매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병규기자

[현장, 그곳&] 해외복권 구매대행 ‘키오스크’ 주의보

미국 복권을 대신 구매해 주는 키오스크가 경기지역 곳곳에서 생기고 있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피해 발생 시 구제가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0일 오전 수원역 9번 출구 인근. 유동인구가 많은 역 출구 앞에는 미국 복권 구매가 가능한 키오스크가 버젓이 설치돼 오가는 시민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키오스크 화면에는 미국 복권 ‘메가밀리언’ 당첨금 600억원이라 크게 쓰인 글씨들은 시민들을 유혹하는 중이었다. 시민들은 키오스크에 붙어있는 ‘1조8천억원에 당첨’이란 문구를 보고 발걸음을 멈추기도 했다. 이날 오후 안양시 동안구의 요한슈퍼 앞에도 키오스크가 설치돼 있긴 마찬가지. 특히 해당 기기 주변엔 홍보 현수막 4개가 큼지막하게 걸려 있어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모두 ‘인생역전’, ‘스케일이 다른 당첨’, ‘2천억~1조8천억 당첨’ 등 자극적인 단어들로 빼곡했다. 실제로 미국 복권을 구매해 봤다는 임성준씨(27)는 “길을 걷다 자주 보여 호기심에 2~3번 사봤는데 방법도 어렵지 않았고, 국내 복권보다 당첨금도 훨씬 많아 앞으로도 자주 이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 복권 구매대행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미국 복권 구매가 가능한 키오스크는 전국에 400여개가 있으며, 이 중 경기지역엔 107개가 설치돼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같은 복권 구매대행 서비스가 국내 복권법 등 현행법 상 합법인지 여부도 불분명해 피해 발생 시 구제가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로 당첨이 되더라도 천문학적에 달하는 상금 수령이 가능한지 여부가 불명확하다. 이 때문에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키오스크를 이용한 해외복권 구매대행이 불법이라고 간주해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실제로 지난 4월 서울중앙지법은 미국 복권 구매대행 업체에 대해 ‘미국 복권의 국내 판매가 문제가 있다’고 판시하며 대행 업체 대표 A씨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한 바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관계자는 “해외복권은 정부 허가 복권이 아니기 때문에 피해가 발생해도 구제가 어려워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구매대행 업계는 이는 복권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구매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해외에서도 구매대행을 통해 당첨금을 수령한 사례가 있고, 한국에서도 당첨자가 나오면 이 같은 의심은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소연기자

[현장, 그곳&] 산사태 덮쳐 ‘참혹’... 일상이 무너졌다

“하늘에 구멍이 난 건지... 토사가 쓸려 내려오는 게 시간 문제일 거라는 불길한 생각이 듭니다” 수도권에 쏟아진 역대급 폭우로 경기지역 곳곳에서 산사태로 인한 피해가 속출한 가운데 추가로 예보된 폭우에 야산 인근 주민들의 산사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9일 오전 광명 종합사회복지관. 복지관 6층에 위치한 다목적체육관에는 간밤에 내린 폭우로 인해 발생한 침수와 산사태로 ‘보금자리’를 잃은 수재민들이 모여 있었다. 체육관 안에는 임시 텐트가 약 24개 설치된 상태였고, 입을 옷 하나 챙기지 못한 채 뛰쳐 나온 수재민들은 광명시와 적십자사가 가져다 준 죽이나 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었다. 최용진씨(67)는 “어제 오후 10시부터 황토색 흙이 집으로 밀려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잠시 짬을 내 집을 찾았더니 집 안이 온통 토사로 범벅이 돼 있는 상황”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양평에서도 산사태 공포는 예외가 아니었다. 이날 새벽 양평군 옥천면 옥천리에선 산비탈에 들어서려다 공사가 멈춘 단독주택 개발 구역의 토사가 유출됐다. 비탈 아래 마을 주민들은 그대로 산사태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주민 A씨는 “지금 생각해 보면 애초에 산사태 위험이 큰데 경사가 가파른 곳에 주택 허가를 내준 게 잘못 아니냐”며 울분을 토했다. 군포시 산본동의 빌라 단지에서도 평소 자연의 풍경으로 여겼던 인근 산은 언제 재앙을 가져다 줄지 모르는 불길한 대상이 됐다. 주민 김형우씨(67)는 빌라 뒤쪽과 마주한 5m 높이의 산 비탈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산비탈 가운데 수로에는 빗물이 폭포처럼 휘몰아쳐 내려오고 있었지만 토사가 흘러내려오면 이를 막아줄 방어막은 고작 얇은 철제 울타리뿐이었다. 그는 “밤새 산에서 세차게 물이 흘러와 한숨도 편히 못 잤다”며 “비가 더 온다는 데 행여 산사태가 나는 건 아닌가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광주시 오포읍의 한 아파트 단지의 상황은 이보다 더 열악했다. 인근 야산과 접해 있는 아파트 단지 뒤쪽은 기본적인 울타리조차 설치돼 있지 않은 채 끊임없이 쏟아지는 폭우를 그대로 버텨내고 있었다. 이 때문에 지난밤 일부 주민들은 산사태 우려에 2시간 간격으로 토사 유실 여부를 확인하느라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부천시가 ‘산사태 취약지구’로 지정한 소사본동 일대에서도 주민들의 우려는 계속됐다. 이 구역 안에는 주택가와 진영고 앞 사찰의 경사지 등이 함께 포함돼 있는 데다 토사 보다는 돌이나 바위가 많아 산사태 시 더 큰 인명피해가 우려됐다. 주민 B씨(63)는 “어제는 너무 비가 많이 와 돌이 떨어져 굴러 내려오면 어떡하나 걱정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8일 0시부터 이날 오후 5시까지 도내 누적 강수량은 여주 산북 419.5㎜, 양평 408㎜, 광명 390㎜, 광주 337.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은 10일에도 수도권 ‘물폭탄’은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예상 강수량은 경기 남부·인천 등은 100~200㎜(많은 곳은 350㎜ 이상), 경기 북부 등은 50~100㎜(많은 곳은 200㎜ 이상)이다. 지방종합

[현장, 그곳&] 마스크 두 겹 쓰고 ‘열공’... 학교서 독서실서 ‘고군분투’

코로나19 사태로 1학년 때부터 마스크를 쓰고 학창시절을 보내야 했던 고3 수험생들이 수능 100일을 남겨두고 저마다 입시전략을 점검하며 ‘막판 스퍼트’를 올리고 있다. ‘코로나 세대’로 불리는 이들은 끝나지 않는 코로나19 위협에도 지난 3년 동안 목표했던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하루하루 ‘책상 위 전장’에서 각자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9일 오후 3시께 수원특례시 팔달구 골든존스터디카페. 총 58석을 갖춘 이곳에서 만난 최진석군(19·가명)은 코로나19 감염을 걱정이라도 한 듯 마스크를 두 겹을 겹쳐 쓴 채 ‘열공’ 모드에 빠져 있었다. 최군은 “수시가 아닌 정시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막판까지 건강관리에 전념할 계획”이라며 “남은 기간 학교와 스터디카페를 오가며 약점인 수학 선택과목 ‘기하’를 집중적으로 공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후 1시30분께 여름방학을 맞은 수원 효원고에서도 집 대신 교실을 찾은 고3 수험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오답노트와 모의고사 시험지를 복습하며 ‘땀방울’을 흘리고 있었다. 한현미양(19)은 “오전 8시에 학교에 나와 오후 4시50분까지 공부한 뒤 독서실에서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표에 맞춰 일상을 보내고 있다”면서 “약한 과목 위주로 공부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 입시 100일을 맞아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도 분주히 움직이며 자녀들의 합격을 기원했다. 이날 오전 수능 합격 기원 도량으로 알려진 의왕시 대한불교 조계종 청계사. 전날 0시부터 이날 오전 9시까지 이 곳에 쏟아진 378.0mm의 폭우도 학부모들의 발길을 끊을 수는 없었다. 오영준(51)·김진숙(49·여)씨 부부도 이날 오전 9시께 화성시 자택에서 출발해 2시간 만에 이곳 청계사를 찾았다. 비에 흠뻑 젖은 오씨 부부는 “둘째가 고3 수험생인데, 100일 남은 시점에서 공부하는 자식을 위해 기라도 넣고 싶어 청계사를 방문했다”며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아이가 끝까지 최선을 다해 원하는 성과를 이루길 희망한다”고 힘줘 말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서울권 소재 대학 정시선발 비율이 45%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재수생이 증가함에 따라 100일 동안 강도 높은 수능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재수생과의 경쟁이 어느 해보다 치열할 수 있는 해이며 9월 평가원 모의고사 직전까지 수능 전 범위를 마스터한다는 1차 목표를 갖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남은 기간 수험생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학부모님과 한마음으로 응원하고 모든 교직원이 함께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수험생들을 격려했다. 정민훈기자

[현장, 그곳&] 인천 폭우로 곳곳 침수…동인천역·제물포역 물 잠겨 피해 상인들 망연자실

“젖은 옷들 하나도 못쓰고 다 버리게 생겼어요. 앞으로 생계가 막막해요.”· 8일 오후 12시30분께 경인국철 동인천역 남측 일대. 시간당 80㎜에 달하는 폭우가 내리면서 불과 30여분만에 이 일대 도로가 성인 무릎까지 물에 잠겼다. 상가에서 장사를 하던 상인들은 갑자기 들이차는 물살을 피해 밖으로 뛰쳐나왔다. 이곳 알뜰매장이라는 상호의 옷가게를 운영하는 김영희씨(71·여)는 갑자기 들이닥친 물길로 인해 가게 전체가 순식간에 물바다로 변하는 것을 망연자실한 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창고에 쌓여 있던 수백만원의 옷가지는 물론, 매장에 전시한 옷들까지 들이닥친 빗물에 흠뻑 젖었다. 김씨는 “이안에 있는 옷 전체가 다 못쓰게 돼 버렸어. 창고에 있는 것까지 합치면 400~500만원 상당은 되는데 이제 난 망했어”라며 눈물을 훔쳤다. 같은 시각 동인천 지하상가도 폭우로 인한 물폭탄을 피하지 못했다. 입구 계단에서부터 물이 흘러 넘쳐 내려와 입구쪽 일대가 온통 물바다가 된 것. 지하상가 관리인은 “갑자기 물이 차올라 순식간에 물바다가 됐다”며 “중구청에서 직원이 나와서 펌프를 설치하고 물빼는 작업을 한 뒤 상황이 좀 나아졌다”고 했다. 경인국철 제물포역 일대는 상황이 더 심각했다. 쏟아진 폭우로 인해 도로는 물바다가 됐고 이곳을 오가는 차들 역시 제대로 운행을 하지 못했다. 도로에 줄지어 있는 상가는 물론, 가판대도 갑자기 들이닥친 흑탕물을 피하지 못했다. 이곳에서 20년째 가판대를 운영하고 있는 최순희씨(73·여)는 “앞에 배수구에 쓰레기가 가득 차서 제대로 물이 빠지지 못해 가판대로 구정물이 순식간에 들이 닥쳤다”며 “한참뒤 동사무소 직원이 와서 배수구가 문제라고 했더니 모아 놓은 쓰레기만 치우고는 아무 문제 없다고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제물포역 남측 길가에 줄지어 있는 ‘왕김밥’, ‘거북이곱창’, ‘마포구이가’, ‘과일야체수산물’ 등도 갑작스런 폭우로 불어난 물폭탄을 그대로 맞았다. 갑자기 들이닥친 구정물로 인해 가게는 엉망이 됐고 최소 3~7일 정도 피해 복구를 해야해 장사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냉장고 등 전기 제품 등도 망가져 사놓은 식재료들도 다 버려야 하는 상황. 왕김밥과 거북이곱창을 운영하는 이상헌씨(56)는 “갑자기 물이 들이 닥치는 상황에서 미추홀구청 등에 연락을 취했지만, 모두 전화를 받지 않았다”며 “이곳에서 18년째 가게를 운영하는 중인데 폭우로 인한 피해만 5~6번 겪었다. 장사도 못하게 돼 수백만원의 피해가 예상되지만, 경험상 구에서 주는 보상금은 100만원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과일야채수산물을 운영하는 강선후씨(53)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몇년전에도 이랬다”며 “구청에서 가게앞 치수뚜껑을 기존 오픈형에서 동그랗게 닫힌 형태로 바꾼 후 더 물이 안빠지는 것 같다”고 했다. 마포구이가를 운영하는 장세양씨(61)는 “갑자기 비가 많이 오니까 가게 앞 길가의 하수구가 제기능을 못하면서 구정물이 마구 들이 닥쳤다”며 “미추홀구 등으로부터 갑작스런 폭우로 인한 침수를 대비하라는 안전문자조차 받지 못했고 구청, 동주민센터 등은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고 했다. 한편,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번 폭우로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30분까지 모두 85건의 호우 피해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이민수기자

[현장, 그곳&] 교차로 점멸신호 무시하고 ‘쌩’… 보행자 안전은 ‘뒷전’

경기 지역 점멸신호 교차로 곳곳에서 운전자들이 속도 제한 규정을 지키지 않아 보행자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오전 화성시 진안동 병점사거리. 해당 사거리 내 위치한 운전자 신호등 4개는 모두 황색 점멸신호로 운영되기 때문에 운전자들은 해당 구간을 지날 때 서행해야 했지만, 속도를 줄이는 차량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쌩쌩’ 오가는 차량들 때문에 사거리를 건너려는 시민들은 좌우를 살피며 도로를 건널 타이밍만 찾을 수밖에 없었다. 이날 본보 취재진이 40분 가까이 지켜본 결과, 자동차와 버스가 길을 건너는 보행자 바로 앞에서 멈추는 등 아찔한 상황은 10여회 이상 포착됐다. 이날 수원특례시 권선구 호매실동의 한 삼거리 교차로. 유모차에 아이를 태운 채 길을 건너던 이문희씨(43·여)는 빠른 속도로 좌회전하는 차량에 놀라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이씨가 지나던 곳은 적색 점멸신호 구간으로 이곳에선 차량은 반드시 멈춰야 한다. 무엇보다 해당 삼거리 인근에는 건설 현장이 즐비해 화물차의 위험천만한 주행도 자주 포착됐다. 운전자 A씨는 “적색 점멸신호에서 반드시 멈춰야 하는지 몰랐는데, 사람도 없는데 굳이 멈춰야 하느냐”며 되레 적반하장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운전자는 황색 점멸신호에는 서행, 적색 점멸신호에선 정지선에 정차 후 주행해야 한다. 하지만 운전자들은 이 같은 규정을 잘 모르는 데다 설사 인지하고 있더라도 지키지 않는 상황.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9~2021년 3년간 경기남부 지역 점멸신호 교차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총 2천893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보행자 교통사고는 총 442건으로 15%에 달했다. 무엇보다 전체 사망사고 27건 중 15건(55%)이 보행자 사망사고였는데, 이는 전체 사망사고 항목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연천의 한 황색 점멸신호 삼거리 교차로에선 교통사고로 4명이 목숨을 잃었고, 지난해 수원의 한 점멸신호 삼거리에선 좌회전 차량이 보행자 한 명을 바퀴로 밟고 지나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박무혁 도로교통관리공단 교수는 “교통안전 법규와 관련해 시민들이 이를 정확히 알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무엇보다 점멸신호 등 신호와 관련해선 인식 개선을 위해서라도 정부에서 책임감을 갖고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점멸신호로 운영되는 교차로에서 보행자 안전을 위한 홍보나 교육은 당장 계획이 없다”면서도 “향후 도로 상황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 관련 기관과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노소연기자

[현장, 그곳&] 우영우 찾으러 왔다... 수원 행궁 매력도 찾았다

“인증샷도 찍고 주변 관광지도 둘러보러 왔어요” 3일 오전 11시께 수원특례시 팔달구 행궁동의 한 일식집. ‘우영우 김밥’이라는 간판이 걸린 이 음식점 앞은 개점 시간(11시30분) 이전부터 긴 줄이 늘어서기 시작했다. 방문객들은 양산으로 햇빛을 피하고 휴대용 선풍기로 더위를 쫓으며 줄이 줄어들길 기다렸지만, 최고기온 32도의 후덥지근한 날씨에도 대기줄은 계속 길어졌다. 주차할 곳이 없어 주변을 몇 바퀴씩 배회하는 차량들도 보였고, 대기줄을 보고 인증샷만 찍고 자리를 떠나는 사람들도 있었다. 가게 앞은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오후 2시까지도 50명이 넘는 대기 인원이 있을 만큼 문전성시를 이뤘다. 안산에서 와 1시간 넘게 기다리고 있다던 김모씨(27)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를 좋아해 촬영지에 꼭 와보고 싶었다. 인증샷도 찍고 주변에 수원화성도 있다고 해 식사 후 둘러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이곳은 행궁동 메인거리보다 소외된 지역이었는데 ‘인기 명소’가 생겨 거리 전체에 활력이 돌고 있다”면서 이 인기가 계속돼 상권이 더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우영우 김밥 대표 A씨는(31) “드라마 촬영 이전에는 이 동네에 사람이 없었는데, 드라마 촬영지로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방문객이 많이 늘어서 기쁘다”면서 “무엇보다 주변 상권이 살아나는 모습이 보여 뿌듯하다”고 말했다. 최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의 인기가 날로 치솟으면서 그동안 침체됐던 촬영지 일대 상권에 활력이 돌고 있다. 특히 이러한 인기 촬영지들은 지역 홍보 효과도 톡톡히 하고 있어 지속적으로 관리해 지역 관광상품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관광공사 관계자는 “방문객들이 많이 몰리는 촬영지들은 지역 홍보에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지만 ‘반짝 인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런 민간 시설들(촬영지)과 지자체가 협업해 방안을 구상하면 지속 가능성을 더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경기연구원의 ‘경기도 영상관광 활성화 방안 보고서’(2017년 2월)를 보면 국민 10명 중 8명이 영화나 TV 프로그램 촬영지를 방문하기 원하며 10명 중 6명은 실제 방문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상관광지 방문 이유는 ‘영화·드라마 방영 후 유명세(41.4%)’, ‘영화·드라마로 인한 좋은 이미지(34.7%)’, ‘주변의 추전(8.3%)’ 순으로 많았다. “옛 명성 잃은 촬영지 지속 관리… 관광명소 활용을” 한때 드라마 및 영화 촬영지로 관광객들의 발길을 이끌던 지역 명소들이 방치된 채 잊혀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OTT 플랫폼 등을 통해 옛 드라마 및 영화들도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어 촬영지를 꾸준히 관리해 국내 및 해외 관람객들도 찾을 수 있는 관광 명소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3일 방문한 구리시 아천동의 ‘고구려대장간마을’. 이곳에서는 관광객의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었다. 관리 직원 한 명만이 오지 않는 방문객들을 기다리며 주변을 배회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곳은 1994년부터 아차산에서 출토된 고구려 유물을 전시하고 당시 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고구려 체험학습장 겸 촬영장이다. 영화 ‘안시성’을 비롯한 드라마 ‘태왕사신기’, ‘선덕여왕’, ‘사임당 빛의 일기’, ‘환혼’ 등 다수의 작품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하지만 이런 명성과는 다르게 관리는 전혀 되지 않고 있는 듯했다. 목재로 지어진 전시관 곳곳에는 부러진 자재가 방치돼 있고, 건물 외벽은 전부 해져서 세트 제작에 쓰인 우레탄폼이 훤히 드러나 있었다. 화구 등 시설물 안에는 건물에서 떨어진 나뭇조각과 버려진 목재 등이 들어있어 족히 수개월은 방치된 것처럼 보였다. ‘고구려의 기상’을 강조하는 구리시의 특화 관광지로 알려진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같은 날 양주 장흥면에 위치한 일영역(폐역) 역시 마찬가지. 영화 ‘엽기적인 그녀’와 세계적 인기 아이돌 방탄소년단(BTS)의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입소문 났지만, 관리가 되고 있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홍보 관련 안내문은 뮤직비디오 촬영 장소임을 알리는 A3용지 크기의 표지판이 전부였다. 정작 양주시 공식 블로그에는 일영역을 홍보하는 게시물이 올라와 있지만 현장 인근에는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조차 없어 관광객들의 불편이 우려될 정도였다. 이런 이유들로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주변 상가들에는 ‘임대 문의’ 현수막이 잔뜩 내걸려 있을 뿐이었다. 일영역 기찻길에서 기념촬영을 하던 이모씨(27)는 “BTS 팬이라 인근에 놀러 왔다가 한 번 와봤는데 굳이 시간 내서 찾아올 만한 장소는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인근의 ‘전원일기 마을’ 역시 사람들에게 잊혀진 모습이었다. 한때는 마을 이름이 삼하리에서 전원일기 마을로 바뀔 정도로 국민적인 관심을 끌었던 곳이었지만 현재는 과거의 명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종합안내도에 적힌 전화번호와 홈페이지는 연결 불가 상태였고 전시관 주변은 거미줄이 가득하고 발이 파묻힐 정도로 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어 오랜 기간 관리되지 않고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김모씨(59)는 “최근 유튜브에서 전원일기를 보고 옛 생각에 방문했는데, 관리가 안돼 볼 수 있는 것도 없다”며 방문한 지 5분도 안돼 자리를 떠났다. 이런 가운데 재도약을 꿈꾸면서 새단장을 준비하는 촬영지도 있다. 영화 ‘건축학개론’과 아이유 앨범 사진 촬영지로 조명 받았던 구둔역(양평군 지평면)의 경우 줄어드는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최근 보강공사에 들어갔다. 이수진 경기연구원 연구기획부장은 “영상 미디어에 노출된 촬영지는 관광을 유발하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라며 “이곳들의 관리가 미흡하면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만큼 지역 이미지의 긍정적 변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수진·이은진기자

[현장, 그곳&] 살짝만 헛디뎌도 ‘풍덩’… 수변 산책로 안전 ‘휘청’

“안쪽으로 걷지 않으면 물에 빠질까 봐 무서워요” 경기 지역 수변 산책로의 안전 펜스 설치가 미흡해 익사 등 안전 사고 발생 우려가 제기되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일 오전 수원특례시 장안구 일월저수지. 저수지 전체 둘레 약 2㎞ 중 야생동물 보호구역 등을 제외한 나머지 1.5㎞ 거리의 산책로에선 울타리는 존재하지 않는 상태였다. 더욱이 수변에는 무성히 자란 수풀 때문에 ‘땅’과 ‘물’의 경계가 명확지 않아 발을 헛디디면 저수지에 빠질 가능성도 다분했다. 이날 산책로에서 자전거를 타던 초등생 2명은 행인들을 마주하자 물가 쪽으로 방향을 급하게 틀었고, 이 때문에 물에 빠질 뻔한 아찔한 모습도 포착됐다. 이날 오후 시흥시 물왕동에 위치한 물왕호수. 호수 한 켠에 자리잡은 카페와 식당이 밀집한 구역을 벗어나니 나머지 산책로엔 모두 안전펜스가 조성돼 있지 않았다. 산책로와 호수 가장자리는 불과 2m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가까웠다. 이 때문에 행인들은 모두 물가에서 멀찍이 떨어져 산책을 하는 상태였다. 박정환씨(58)는 “울타리가 없으니 더 조심할 수밖에 없는데, 특히 야간엔 일부러 물가 쪽으로 걷지 않는다”며 “지자체에선 안전펜스 하나 설치하지 않고 뭐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지난 달 15일 광교호수공원 내 펜스 미설치 구역에서 초등학생 A군이 물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여전히 경기 지역 곳곳의 수변 산책로의 안전 관리 실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앞서 지난 2020년 일월저수지에선 술에 취한 행인 한 명이 산책로를 걷던 중 발을 헛디뎌 저수지에 빠졌다가 구조되기도 했다. 또 물왕호수에선 지난 2년간 시민 1명이 물에 빠져 목숨을 잃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지자체는 당장 안전펜스를 설치하는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장안구는 일월저수지 토지 일부가 한국농어촌공사 소유이기 때문에 우선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시흥시는 물왕호수 안전 관리를 위해 올해 우선적으로 CCTV를 증설할 방침이어서 해당 지역 안전펜스 설치는 이르면 내년이나 돼야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저수지나 호수 주변 안전펜스는 이론의 여지 없이 당연히 갖춰져야 하는 안전 시설”이라며 “안전펜스뿐 아니라 인명구조함, 위험표지판 등을 설치해 2~3중으로 안전 장치를 구비해놔야 한다”고 제언했다. 노소연기자

[현장, 그곳&] “高물가에 폭염까지 죽을맛”...전통시장 찾아온 ‘잔인한 여름’

밥상물가 상승에 무더위까지…전통시장의 힘겨운 여름 나기 “재료값도 상승하고 운송비까지 오른 상황에서 장사도 힘든데 날씨까지 푹푹 찌니 아주 죽겠습니다” 최근 가파른 물가 상승에 밥상물가가 크게 오른 가운데 연일 30도를 웃도는 더위까지 더해져 도내 시장 상인들이 하루하루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28일 오전 안양시 동안구 안양호계종합시장에서 만난 60대 상인 A씨의 얼굴에는 30도가 웃도는 날씨를 보여주듯 땀방울이 몽글몽글 맺혀 있었다. 진열된 생선 위로 연신 얼음을 퍼붓고 있던 그는 “손님이 많이 오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곧바로 한숨을 내쉬었다. A씨는 “30년째 수산업에 몸담고 있는데, 1998년 IMF때보다 요즘 경제 상황이 더 안좋다”며 혀를 찼다. 특히 수산물의 신선도 유지를 위해 필요한 얼음을 유지하는 비용도 부담이 된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지난해 10㎏당 3천500원 했던 얼음 한 포대가 4천500원으로 올랐고 무더위로 얼음의 녹는 시기가 빨라 하루에 많게는 세 번까지 보충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A씨와 마찬가지로 밀가루와 식용유 값이 오른 빵집 상인들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안양에서 14년째 빵집을 운영 중인 60대 B씨는 더운 오븐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원재료가 올라 빵 값을 올리려 했으나 손님들이 눈에 밟혀 전체 빵 품목 중 2개에 한해 500원만 인상했다”고 푸념했다. B씨는 그나마 전기세라도 아껴보려 선풍기에만 의존한 채 빵을 구우며 허리띠를 졸라 매며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힘겹게 버텨내고 있다. 수원특례시 팔달구 지동시장에서 40년째 야채 장사만 한 C씨도 크게 오른 밥상물가에 가게를 운영해야 할지 고민이 깊다. C씨는 “손님들이 지갑을 선뜻 열려고 하지 않는다”며 “가격을 먼저 묻고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아 큰일”이라고 걱정했다. 마침 야채 가게에 들린 한 60대 손님은 “열무김치 사려고 왔는데 가격이 올라 혼자 먹을 만큼만 산다”며 한 푼이라도 아끼려 했다. 경인지방통계청이 발표한 ‘6월 경기도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9% 상승했고 농축수산물은 4.5%, 생활물가지수는 7.2% 상승했다. 식생활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자는 물론 상인까지 모두 힘겨운 여름나기를 보내고 있다. 또 식재료를 운반하는 차량의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경유값도 리터(ℓ)당 1천433원(지난해 7월 말 기준)에서 올해 7월 ℓ당 2천원 선까지 오르며 상인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은 가격 변화를 피부로 곧장 느낀다. 소비 심리가 줄어들면 경제 불씨도 줄어든다”라며 “소비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대기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가격 상승을 자제하는 것이 모두를 살리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경기도 관계자는 “무더위와 관련해선 이전엔 서늘한 안개를 가공하는 쿨링포그 시스템이 있었지만 코로나19 이후 가동이 중단됐다”라며 “물가 상승에 대한 대책 마련도 현재로선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병규기자

[현장, 그곳&] 부동산중개사무소 ‘거래절벽’ 폐업 속출

#1. 수원특례시 영통구에서 부동산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A 대표(48)는 지난해 말부터 파리만 구경하고 있다. 온·오프라인 다양한 채널에 “우리 부동산을 찾아달라”는 광고를 올렸지만 집을 내놓는 사람도, 보러오는 사람도 없어서다. 가까운 광교신도시와는 상반된 분위기에 A 대표는 “작년 상반기(1~6월)엔 월 평균 10~15개 정도의 계약을 맺었는데 올해는 10분의 1로 줄어 3건도 안 되는 수준”이라며 “연말까지도 이 상태로 수입이 없다면 월세 등 고정비가 부담스러워서라도 폐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 최북단지역인 연천군의 부동산중개사무소 B 대표(56)는 최근 들어 주택·아파트 등 건물 거래를 아예 끊기로 했다. 비록 수요가 적더라도 거래를 희망하는 사람이 있으면 건물 계약을 진행해보려 했지만 더 이상 지역 내에서는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B 대표는 “조금이라도 건물 거래 건으로 찾아오는 사람이 있으면 좋았을 텐데 아예 없다”며 “앞으로 토지 거래에 집중할 예정인데, 지금 땅값도 크게 올라 잘 될지는 모르겠다”고 전했다. 대출 규제·금리 인상 등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이 흔들거리면서 중개사무소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27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부동산 중개사무소는 개업 1만249건, 폐업 1천14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들어 월별 기준 ‘개업 수’는 가장 적었고, ‘폐업 수’는 가장 많았던 기록이다. 특히 폐업의 경우 한 달 전(5월·727건)보다 57.9% 증가하면서 올 들어 처음으로 1천건을 넘어섰다. 그나마 교통망 확대·신도시 조성 등 영향으로 비수도권보다 수도권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경기도 여건도 녹록지 않은 건 마찬가지다. 경기남·북부 공인중개사무소 개폐업 현황을 보면 올해 6월 새롭게 생긴 곳은 396곳, 문을 닫은 곳은 341곳이다. 단순 수치만 봤을 때 55곳이 늘어난 셈이다. 반면 작년 같은 기간엔 455곳이 오픈했고 301곳이 사라져 총 154곳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와 올해만 비교해도 폐업 흐름세가 빠르다고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잇따른 부동산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경기침체 위기 등이 맞물리면서 부동산 거래가 급감한 것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 주택에서 아파트로 넘어가는 사다리가 무너져 거래가 없는 것”이라며 “올 12월까지 이 상태가 유지된다면 폐업률이 극악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은진기자

[현장, 그곳&] 혈세 지원받고 문 걸어 잠근… 무늬만 ‘개방화장실’

시민 혈세가 투입된 경기도내 일부 개방화장실이 취지와 달리 폐쇄돼 시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더욱이 이를 관리해야 할 지자체들은 현황 파악에 손을 놓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6일 경기도와 각 지자체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도내 개방화장실은 총 1천566곳이다. 공중화장실 설치법에 따라 각 지자체는 1·2종 근린생활시설 및 업무시설로 사용되는 연면적이 2천㎡ 이상의 건물에 설치된 화장실을 개방화장실로 지정할 수 있다. 각 지자체 조례에 따라 규모 조정은 가능하다. 지난 2010년부터 도내 지자체는 재량에 따라 개방화장실에 휴지, 비누, 쓰레기봉투 등 15만원 상당 이내의 편의물품을 분기마다 지원한다. 뿐만 아니라 경기도는 지난 2019년 행정안전부 공모 사업을 통해 4억4천만원을 들여 도내 개방화장실 44곳에 대해 남녀 분리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이러한 예산 투입이 무색하게도 일부 개방화장실은 개방이라는 의미를 무색하게 만드는 실정이다. 이날 오전 11시께 수원특례시 장안구의 한 빌딩. 수원특례시 홈페이지에 공시된 개방화장실이나 건물 입구에는 버려진 간판과 건설 쓰레기들이 난잡하게 놓여 있었는데다 문이 굳게 잠겨 있는 등 시민 사용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안양시 호계종합시장 인근 건물의 상황도 마찬가지. 해당 건물엔 은행과 병원이 입점해 있어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임에도 1층 화장실 문 앞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 예방 조치로 폐쇄하니 협조 부탁한다’는 팻말이 붙여 있었다. 이곳을 찾은 최낙구씨(71·가명)는 “개방화장실이라는 스티커를 보고 부리나케 왔더니 정작 이용할 수 없어 허탈할 뿐”이라며 “다른 화장실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날 오후 9시 군포시 산본로의 한 빌딩의 경우 오후 10시까지 화장실이 열려 있는 것으로 공시됐음에도 영업시간 만료에 따라 건물 자체에 들어갈 수 없었다. 상황이 이런 데도 해당 지자체들은 민간에서 이를 통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개방화장실의 폐쇄 여부를 알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진유 경기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접근성을 갖춘 개방화장실은 시민 편의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지자체가 지원 사업을 하는 만큼 폐쇄 여부 등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며 민간에 충분한 인센티브를 줘 개방의 필요성을 일깨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도 관계자는 “개방 요구를 안 지킬 경우 순차적 경고에 이어 지정 해제를 검토할 수 있다”며 “민간 화장실이라 강제성은 없지만 시민들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시·군에 지속적인 관리를 하라고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들 지자체는 현황 파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박병규기자

[현장, 그곳&] 개 식용 종식 추진 무색… 보신탕집 ‘문전성시’ 여전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가 출범 8개월째 답보하는 상황에서 중복을 맞아 경기 지역 보신탕 가게 곳곳에는 여전히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개 식용 종식과는 동 떨어진 상황이 연출됐다. 26일 오전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에 위치한 모란시장. 일 년 중 가장 덥다는 중복(中伏)을 맞아 시장 내 보신탕 가게들에는 ‘몸 보신’하기 위한 손님들이 하나 둘 찾아 들기 시작했다. 지육이 버젓이 전시된 보신탕 가게 안으로는 70대 노인 3명이 개 고기 수육을 먹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외에도 건강원들에서도 ‘개 고기 지육’을 사가는 시민들의 모습은 빈번하게 포착됐다. 같은 시각 수원특례시 팔달구의 한 보신탕 가게도 문전성시를 이루기는 마찬가지. 해당 가게 안에는 개 고기를 먹는 손님 10여명이 꽉 들어차 있었고, 이들의 분주한 젓가락질은 개 고기 수육과 개 고기탕을 향했다. 가게 밖으로는 ‘역시 복날에는 개 고기’라는 말도 새어 나오기 일쑤였다. 김형복씨(71)는 “예전보다 개 고기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 주저되지만, 무더운 복날만 되면 습관적으로 보신탕 가게를 찾게 된다”고 털어놨다. 최근 개 식용 종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다수의 시민들은 여전히 개고기 식용을 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개 도살 과정에서 동물학대 문제 등이 꾸준히 적발됨에도 이번 중복 역시 보신탕 가게를 향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아,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를 운영하는 정부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단 지적이 제기된다. 하지만 지난 6월 말 무기한 연장을 발표한 위원회는 해당 발표 이후 지난 19일 한 차례 소위원회를 개최했지만, 본보 취재 결과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육견협회 측의 새로 바뀐 집행부가 그간 논의됐던 내용을 사실상 모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지난 19일 소위원회에서 논의를 진행했지만 육견협회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전면 보상 이야기를 꺼냈다”며 “다음 달 예정된 회의에서 다시 논의를 이어나가야 해 지금으로선 합의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9일 초복을 앞두고 여주시 대신면에서 적발된 불법 개 도살장(경기일보 7월11일자 7면)에 대한 경찰 수사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해당 도살장을 운영하던 60대 주인 A씨와 B씨에게 자백을 받았고, 도살 영상 등을 통해 동물학대 혐의를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조만간 A씨와 B씨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김정규기자

[현장, 그곳&] ’관공서 밑이 어둡다’…수원 황구지천 불법 쓰레기투기 여전

멸종위기 야생동물 수달의 서식지로 알려진 수원특례시 황구지천 인근에 각종 쓰레기 더미가 수개월째 버려져 있음에도 투기 장소 인근 거리에 위치한 권선구는 현황 파악조차 못 해 관리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2일 오전 11시께 수원특례시 권선구 황구지천 인근인 원호매교 밑에는 각종 생활쓰레기 및 비료 포대 등이 방치돼 있었다. 5㎏ 운동용 아령과 음료수 캔, 종이 박스, 대형 비닐봉지 등이 잡초 사이 사이에 가득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또 가축분퇴비 봉투 20여장이 장마 후 질퍽해진 땅의 진흙과 마구잡이로 섞여 있었고, 플라스틱판 15개가 이곳저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여기에 건설물 포댓자루에는 각종 흙과 자갈 등이 일반 쓰레기와 뒤섞여 있는 상태였다. 뿐만 아니라 해당 장소에서 10여m 떨어진 곳에는 안전모를 비롯해 스티로폼과 인근 하천에서 공업용수를 퍼 올린 후 못쓰게 된 배관 10여개가 대형 포대자루에 담긴 채 버려져 있었다. 인근 주민 김동철씨(51·가명)는 “평소 자전거를 타며 원호매교 주변을 수시로 지나가는데 석 달 전부터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며 “시큼한 악취에 머리가 지끈지끈할 정도인 데도 행정기관은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관할구청인 권선구는 경기일보 취재 이전까지 해당 사안을 알지 못했다. 특히 황구지천은 불법 경작(경기일보 7월7일자 1면)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데다 무분별한 쓰레기 투기로 몸살이 앓는 곳이기에 권선구가 안일한 행정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더욱이 권선구는 최근 3년 동안 단속의 어려움을 이유로 단 한 건의 위법 행위를 적발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황구지천에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수달이 사는 상황에서 쓰레기 방치는 하천과 토양을 오염시켜 결국 생태계를 위협하는 요소가 된다”며 “이를 내버려둘 경우 시민들이 쓰레기를 버려도 되는 공간으로 인식하는 등 부정적인 효과가 커지는 만큼 행정기관이 버려진 쓰레기를 주기적으로 수거하는 등 환경을 보호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선구 관계자는 “불특정 투기자의 경우 현실적으로 잡을 방법이 없다”면서도 “주기적인 정화 활동을 통해 주변을 자주 살피고 신경 쓰겠다”고 밝혔다. 박병규기자

[현장, 그곳&] “문 닫으면 손님 뚝” 전력난 우려에도 ‘개문냉방’ 여전

상인들 ‘개문냉방’ 영업 여전 올 상반기 전력 수요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음에도 경기 지역 가게 곳곳에선 문을 열고 에어컨을 가동하는 ‘개문냉방’ 영업이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오전 수원역 로데오거리. 수원역 7번 출구에 들어서자 인도 주변의 옷가게·핸드폰 대리점·문구점 등에선 차가운 바람이 세차게 흘러나오고 있는 상태였다. NH 농협은행 수원역지점까지 약 370m에 달하는 거리엔 매장 80곳 중 약 21곳이 개문냉방을 한 채 영업 중이었다. 고등학교 여학생 5명은 개문냉방 중인 한 팬시샵의 찬바람을 느낀 뒤 홀린 듯이 가게 안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이날 오후 2시께 안양역 일대. 안양 지역 번화가 중 한 곳인 안양일번가에서도 개문냉방 영업은 어렵지 않게 발견됐다. 30도를 육박하는 무더운 날씨를 떨쳐버리려는 듯 안양일번가 내 매장 25곳 중 절반 이상의 매장은 시원한 바람을 거리로 뿜어내고 있었다. 박중근씨(75)는 “아무리 손님을 끌기 위한 방법이라고 하지만, 전력 낭비가 우려되는데 에어컨을 틀고 문을 열어놓은 가게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간 개문냉방은 전력 낭비의 주범 중 하나로 지목돼 왔다. 한국에너지공단 조사 결과 개문냉방을 한 경우에는 문을 닫고 냉방을 하는 경우보다 최대 3~4배 전력 소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상반기만 해도 전력거래량이 약 26만GWh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만큼, 개문냉방으로 인한 전력 낭비 우려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하반기에도 전력거래량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개문냉방이 이 같은 전력 낭비를 더욱 부추길 것이란 우려도 나오는 상황. 하지만 업주들은 개문냉방이 전력 과소비인지 알면서도 손님을 끌어모으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수원 광교의 한 대형 쇼핑몰 내 매장 직원 김주희씨(37)는 “문을 열고 안 열고는 매출에 큰 영향을 끼친다”며 “전기요금 폭탄을 맞을 것이란 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영업을 하려면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안양에서 안경가게를 운영하는 강민수씨(45) 역시 “코로나19 이후 동네 상권이 많이 죽어 여름엔 이렇게라도 안 하면 손님이 들어오지 않는다”며 “전력 낭비인지도 알지만 당장 수입이 있어야 하는 상인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환기가 중요해지다 보니 정부 차원에서도 제한 조치가 따로 없는 상황”이라며 “필요하다면 향후 에너지 절약 관련 홍보 진행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노소연기자

[현장, 그곳&] 이젠 야채도 金값...장바구니에 한숨만 담았다

※대형마트 총 금액:캐나다산 삼겹살(200g·4천240원)+적상추(170g·4천490원)+소포장 깻잎(1천290원)=1만20원 ※전통시장 총 금액:오스트리아산 삼겹살(430g·5천원)+적상추(200g·3천원)+깻잎(50장·2천원)=1만원 “요새는 야채가 비싸서 고기로 상추를 싸먹어야 한대요.” 물가가 너무 올라 외식을 하기에도, 그렇다고 집에서 밥을 직접 차려먹기도 부담이다. 1만원으로 혼자 ‘잘 차려진’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을까. 돼지고기에 이어 폭염과 장마 등으로 채소 가격까지 급등한 가운데 과연 1만원으로 그럴싸한 식탁을 완성할 수 있을지 직접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을 가봤다. 19일 수원특례시 장안구의 한 대형마트. 만원짜리 한 장을 들고 마트 내 정육코너 앞에 서자마자 위기에 처했다. 가진 돈은 만원 뿐인데 국내산 삼겹살의 가격은 100g당 4천890원이었다. 1인분(200g)을 사려고 하니 금세 1만원에 육박했다. 어쩔 수 없이 맞은 편에 진열된 캐나다산 삼겹살(100g 당 2천120원)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이어 야채코너에 들어서자 또 한 번 시련에 부딪혔다. 상추 1봉지(약 170g)가 4천490원, 깻잎 1봉지(약 50g)는 2천390원이었다. 삼겹살 1인분보다 상추 한 봉지를 더 비싸게 주고 사야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펼쳐진 것. 이번에도 별 수 없이 소분 포장된 깻잎(12장·1천290원)과 상추(10장·2천990원)으로 간신히 구색만 맞추기로 했다. 전통마트에선 조금 더 싸게 살 수 있을까. 그렇게 마트에서 나와 인근의 못골전통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곳에서는 상추(200g)가 3천원, 깻잎(150g)이 2천원으로 마트보다는 다소 저렴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상추와 깻잎을 구매하는 데 예산의 절반을 사용하고, 남은 돈 5천원으로는 오스트리아산 삼겹살을 430g만 구매할 수 있었다. 조금 더 풍성한 식탁을 기대했지만 결국 전통시장에서도 1만원으로 장보기는 ‘세상 물정 모르는 이야기’에 불과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적상추의 도매가격은 4kg당 4만5천260원으로 한 달 전(2만3천820원)으로 89.9% 올랐고, 같은 기간 깻잎(2kg)은 2만3천115원에서 2만6천620원으로 15.1%올랐다. 국내산 삼겹살 역시 공급 감소와 수요 증가 등으로 올해 상반기(1~6월) 7.4% 상승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채소나 삼겹살 등의 가격이 오르면 대다수의 서민들이 큰 타격을 받게 된다”며 “결국 생활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은진기자

[현장, 그곳&] 새벽부터 서울行 ‘만석’ 무정차 일쑤... 지옥의 출근길

‘입석 대란’ 도내 광역버스정류장 가보니… “평소보다 40분이나 빨리 나왔는데도 버스 두 대를 눈앞에서 보냈습니다. 이미 지각은 확정입니다” 유가 상승으로 버스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광역버스 증편 대책을 내놨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출근 지옥’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오전 6시께 수원특례시 권선구의 홈플러스서수원점 정류장. 이 정류장은 강남역으로 향하는 M5443 버스를 탈 수 있는 곳. 시민 10여명은 첫 번째 차에 승객이 꽉 찬 상태로 버스가 도착하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20분이 흘러 또다시 만석 버스가 지나갔고, 이들은 볼멘소리를 내며 시내버스와 택시로 발걸음을 돌렸다. 김형배씨(32)는 “정부에서 증편한다고 하는데 대체 언제 되는 것이냐”며 짜증을 표출했다. 같은 시각 용인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 명지대에서 강남역으로 향하는 5001번 버스 등 광역버스 5대는 용인특례시청 정류장부터 만차가 됐고, 이후 모든 정류장을 서지 않은 채 통과했다. 특히 기흥역 정류장에선 버스 기사들이 손으로 ‘X’자를 그리자, 시민 20여명의 분노가 폭발했다. 일부 시민은 이 정류장에 안내를 위해 나온 시 관계자와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일일 평균 약 28만명대였던 도내 광역버스 승객은 유가 상승과 맞물려 지난달엔 48만명으로 집계돼 약 72% 상승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토교통부는 지난 13일 광역버스 증편 긴급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의 경우 출퇴근 시간 42개 광역노선의 운행 횟수를 221회 확대한다. 특히 광역버스 수요가 높은 수원·용인특례시는 각각 5개 노선 98회, 11개 노선 192회로 확대 편성될 방침이다. 그러나 해당 정책은 오는 10월까지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당분간 시민 불편은 지속될 전망이다. 현재 수원 지역의 경우 5개 노선 중 M5107 노선을 제외하면 아직 증편 시기가 확정되지 않았다. 또 이번 주 내로 증편이 확정되는 용인 지역을 제외하면 도내 다른 지역 광역버스는 예산 등이 고려돼야 해 증편 일정은 미지수인 상황.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버스는 공공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정부에서 적극적인 재정 투자를 해 증차를 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콜택시처럼 승객들의 예약을 모아 운행되는 ‘수요 응답형 교통체계’ 등의 준비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업체별로 지역별로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노선 확대에 관한 구체적 시기를 특정하긴 어렵다”면서도 “지자체, 버스 업체 등과의 지속적 협의를 통해 최대한 빨리 증편을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노소연기자

[현장, 그곳&] 도로 위 황색 안전지대… 견인차, 불법 휴게소 전락

“황색 안전지대에 정차하면 안 되는지 몰랐어요” 도로를 횡단하는 보행자나 위급 시 차량의 안전을 위해 마련된 황색 안전지대가 견인차들의 불법 휴게소로 전락했다. 이를 관리·담당하는 관할 지자체와 경찰은 이 같은 불법 행위가 벌어지고 있음에도 단속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8일 오전 10시10분께 수원특례시 영통구 매탄동 법원사거리 인근 도로 위에 견인차 1대가 황색 안전지대에 버젓이 불법 주정차 중이었다. 서류를 정리하며 통화하던 견인차 기사는 “왜 이곳에 주정차를 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직업 특성상 대기할 일이 많아 저도 모르게 이곳에 댔다”고 말한 뒤 다급히 현장을 빠져나갔다. 같은 날 오후 4시20분께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의 백현지하차도 인근도 마찬가지였다. 왕복 10차선 도로 위 횡단보도와 황색 안전지대 중간에 걸친 채 불법 주정차한 견인차가 에어컨을 켠 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긴 횡단보도를 한 번에 건너지 못한 시민들은 중간 대기 구역 앞에서 다음 신호를 기다렸지만 견인차가 내뿜는 열기에 연신 인상을 찌푸렸다. 이날 취재진이 7시간 동안 수원특례시, 성남시 등 도내 황색 안전지대를 살펴본 결과, 불법 주정차한 견인차 10여대를 적발했다. 특히 해당 구역이 도로교통법 제32조3항에 따라 주정차 금지 구역임에도 지자체와 경찰은 시민 민원이 접수됐을 때만 불법 주정차 사례로 단속에 나서고 있어, 사실상 견인차들의 불법 행위를 방치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황색 안전지대는 중앙선과 같은 곳”이라며 “차량 주정차 시 시야가 막혀 사고 위험이 초래되며 긴급한 상황에서 회피할 지역이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전지대에 있던 차량이 정상 차로로 합류할 땐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운전자를 위한 교육과 적극적 홍보가 필요하며 강력한 단속도 항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수원특례시 관계자는 “CCTV 설치 및 안전 규제봉 설치 등의 여러 대책을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 역시 “관할 시·구청과의 단속 협의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병규기자

[현장, 그곳&] 지하철 긴급구호용품 태부족, 시민 화재안전 ‘빨간불’

화재 등 비상상황 시 시민들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지하철 역사에 마련된 긴급구호용품이 유동인구 대비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오전 수인분당선 수원역. 승강장 중앙에 위치한 긴급구호용품 보관함 2개에는 각각 25개씩 화재용 비상마스크와 물을 뿌려 사용하는 손수건이 마련된 상태였지만, 이는 수원역의 하루 평균 유동인구가 2만8천명임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였다. 무엇보다 보관함 안에는 손수건과 함께 사용돼야 할 비상용수는 존재하지 않는 상태였다. 이주아씨(26·여)는 “확실히 화재용 비상마스크 개수가 부족한 것 같다. 만약 출퇴근 시간에 화재가 나면 소수만 살아남으라는 건지 의문스럽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날 오후 미금역도 예외는 아니었다. 승강장 중앙에 위치한 긴급구호용품 보관함 1개에는 비상마스크 60개만 배치돼 있었는데, 미금역 하루 평균 유동인구 2만6천여명과 비교하면 수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긴 마찬가지. 또 신분당선 환승 통로 아래 쪽에 있던 긴급보관함은 유리문으로 잠긴 상태였지만, 주변에는 이를 깰 수 있는 망치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같이 긴급구호용품은 유동인구 대비 턱없이 부족한 이유는 소방기본법상 화재용 비상마스크나 비상용수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게 제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수원역의 경우 하루 평균 2만8천여명이 이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치율은 약 0.17%인 것으로 나타났고, 일 평균 약 2만6천명의 승객이 오가는 미금역은 비치율이 약 0.23%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03년 192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구 지하철 방화 사건’ 이후 대규모 인명 피해를 일으킨 지하철 화재 사건은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지하철 내 화재는 빈번하게 발생하는 만큼 이 같은 긴급구호용품 확충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 1일 하남풍산역에서도 해당 역에 정차한 열차에서 화재가 발생해 열차와 역사 안에 있던 승객들이 대피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시민들을 위해 비치했다고 보기에는 비상상황 시 사용할 수 있는 긴급구호용품 수가 너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수량을 더욱 확보해야 할 뿐만 아니라 모두가 빠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곳곳에 비상마스크 보관함을 설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철도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일괄적으로 화재용 비상마스크 등 긴급구호용품을 배치한 바 있는데, 내부적 기준에 준용해 개수와 위치를 선정했다”면서도 “수량 추가 확보 등은 내부적으로 이야기해 보겠다”고 말했다. 노소연기자

[현장, 그곳&] ‘빗물받이’ 쓰레기에 덮개까지… 침수 피해 키운다

각종 이물질로 막힌 도로 곳곳의 빗물받이가 우천 시 제기능을 하지 못해 침수 피해를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오후 수원특례시 장안구 송죽동의 한 주택가. 약 50m 길이의 골목길 양측에 있는 빗물받이 4개는 모두 인근 주민들이 올려 둔 돌과 고무덮개로 막혀있는 상태였다. 이 때문에 이 지역에 69㎜ 가까이 내린 빗물은 우수관으로 흘러가지 못했고, 빗물받이 위로 약 1m 반경의 물웅덩이가 생겼다. 주민 이형선씨(64)는 “빗물받이가 열려 있으면 일부 사람들이 담배꽁초를 버리기도 하고, 하수구로 인한 악취 때문에 여름철엔 덮어놓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의왕역 맞은편에 위치한 부곡중앙로. 숙박업소들이 밀집한 뒷골목으로 들어서자, 이 일대 거리는 넓게 퍼진 물웅덩이 때문에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빗물받이 사이엔 담배꽁초, 비닐조각, 플라스틱 컵 등이 끼워져 꽉 막힌 상태였다. 각종 이물질과 뒤섞여 고인 빗물은 탁한 갈색을 띠고 있었고, 종종걸음을 한 시민들을 물웅덩이를 피해 차도로 돌아가기 일쑤였다. 빗물받이는 도로의 빗물을 하수도로 흘려주는 역할을 하며, 관리가 부실해 막혀 있을 경우 침수 피해를 키울 가능성이 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 따르면 빗물받이가 3분의 2 막혀있을 때 침수되는 높이는 막혀 있지 않을 때보다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완전히 막혀 있을 경우엔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무려 6배나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2020년 8월 양주에선 시간당 90㎜의 기습폭우가 내려 양주역과 이 일대가 물에 잠겼는데, 당시 침수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막혀 있는 빗물받이가 꼽힌 바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지자체들은 보유 자원을 활용해 빗물받이 청소에 나서고 있다. 장안구는 관할 내 환경미화원 72명에게 빗물받이가 막힐 경우 즉각 대처를 지시하고 있고, 의왕시는 흡입준설차로 매일 구역을 나눠 청소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각 지자체는 관리 못지 않게 시민들의 의식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각 지자체가 청소를 한다고 해도 쓰레기는 계속 생겨나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수시로 점검하고 관리하는 것”이라며 “평상시엔 악취 문제로 빗물받이를 덮는 것을 허용할 수 있지만, 비가 오는 날엔 시민들이 빨리 치울 수 있도록 지자체 차원의 홍보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도에선 집중호우 시 발생 가능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자체에 침수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비를 요청하고 있다”며 “향후 다가올 장마나 태풍을 대비해 기상 상황을 수시로 파악해 지자체에 관리 방법 등을 강조하는 등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병규·노소연기자

[현장, 그곳&] 高물가·후원금 축소… 무료급식소 ‘시름’

취약계층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경인 지역 무료급식소들이 재룟값 상승과 후원금 축소라는 ‘이중고’를 겪으며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2일 수원특례시 팔달구 교동의 함께하는 교회. 매일 오후 7시마다 수원역 광장에서 노숙인들을 위해 무료 배식을 하는 백점규 목사(69)는 최근 고물가 현상으로 시름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물가 상승 전에는 약 200인분까지 식사를 준비했지만, 최근에는 재룟값 상승 등으로 130인분밖에 준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매일 나갔던 고기 반찬도 어느새 주 1회로 자취를 감췄다. 백 목사는 “우리 교회는 어떠한 단체들의 보조금도 받지 않고 개인 후원금으로만 운영되기 때문에 물가 상승의 체감이 크다”며 “재룟값 마저 폭등한 상황에서 재료 구입에 쓰이는 후원금마저 400만원대에서 300만원대로 줄어들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날 인천광역시 남동구의 송이 무료급식소도 고물가 현상으로 운영에 차질을 빚기는 마찬가지다. 해당 급식소는 노인들 약 70명에게 배식을 하고 있는데, 가파르게 오른 재룟값 탓에 할인 행사가 이뤄지는 재료 위주로 구매를 하다 보니 메뉴가 수시로 바뀌기도 부지기수. 인천시에서 한 끼당 약 4천원의 지원금을 받고 있지만, 이마저도 언제든 줄어들 가능성도 있어 노심초사하는 상황이다. 송이 무료급식소 관계자는 “일상회복을 하며 무료급식소 운영이 재개돼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고물가 때문에 다시 힘들게 될 줄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재룟값은 오르는데 지원금마저 줄면 어떡하나 불안하다”고 말끝을 흐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대비 6% 상승했는데, 이는 지난 1998년 이후 24년 만의 최대 상승폭이다. 이 중 농축수산물의 물가상승률은 4.8%로 집계됐고, 수입쇠고기 등이 포함된 축산물은 10.3% 상승했다. 이외에도 필수 재료 중 하나인 대파와 양파 가격도 각각 ㎏당 2천800원대와 2천400원대를 기록하며 1년 전과 비교하면 모두 25% 넘게 올랐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원오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직접 운영하며 식사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시설을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통합서비스 제공을 위해 TF를 만들어 물가 변동 상황을 반영해 지원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수연·노소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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