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명작 뮤지컬 ‘애니’ 10월 국내 무대 오른다…아역 오디션 진행 중

지난 2019년 겨울, 세종문화회관 공연이 성황을 이룬 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잠시 볼 수 없었던 뮤지컬 애니(Annie)가 오는 10월 유니버설 아트센터 무대에 다시 오른다. 일찌감치 뮤지컬 애니에 목말라하는 문화예술인들에겐 화들짝 놀랄 소식이다. 뮤지컬 애니는 1976년 초연 후 브로드웨이에 입성해 무려 50여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제31회 토니 어워즈에서 최우수 뮤지컬상과 각본상, 음악상, 안무상, 여우주연상 등 7개 부문을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뮤지컬 영화로도 제작돼 성공을 거뒀다.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서 즐겨 관람할 수 있었던 애니는 지난 2006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국내 정식으로 초연됐고, 한국 뮤지컬 대상 베스트 외국뮤지컬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지난 2019년에는 세종문화회관 개관 40주년을 맞아 공연될 정도로 예술성은 물론 대중의 큰 사랑을 받는 작품으로 손꼽힌다. 뮤지컬 애니는 배고프고 힘들었던 미국 대공황시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시 찾으러 온다’는 편지와 함께 11년 전 고아원에 버려진 애니는 슬퍼하거나 체념하지 않았다. 엄마 아빠를 찾아 고아원을 탈출할만큼 용감하고 씩씩한 열한 살 소녀! 그리고 그런 애니를 끔찍하게 싫어하는 악독한 원장 해니건! 애니의 친구들이 가세해 벌어지는 둘의 대결도 극의 큰 재미 중 하나다. 하지만 뮤지컬 애니가 시대를 초월하는 명작인 이유는 바로 가장 절망적인 순간 부르는 애니의 희망 레퍼토리, ‘투모로우(Tomorrow)’ 때문이다. 음악을 맡은 장소영 작곡가(하남문화재단 대표이사)는 “뮤지컬 애니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위로이자 최고의 넘버 ‘투모로우’를 통해 관객 모두의 가슴에 희망의 꽃이 활짝 피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연출이자 안무를 맡은 신선호 감독은 “시대에 드리워진 절망의 그림자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화려하고 강력한 어린이들의 퍼포먼스로 거둬내겠다”고 장담했다. 제작을 맡은 ㈜와이엔케이홀딩스 이병길 대표는 “이번에 선발되는 아역 배우들은 한국은 물론 글로벌 뮤지컬 배우로 성장할 좋은 기회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유니버셜 아트센터 공연을 기획중인 와이엔케이는 다음달 22일부터 아역 배우 공개 오디션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번 오디션은 애니를 포함한 20여명의 아역 배우를 선발할 예정이다. 노래와 춤, 연기 능력을 갖추고 있는 7세(2016년생)에서 12세(2011년생)의 여자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오디션 원서접수는 다음달 15일까지 진행되며 와이엔케이홀딩스 홈페이지에서 접수 및 확인을 할 수 있다. 합격자에게는 지정연기, 안무, 특기 등을 선보이는 2차 오디션 참가 자격이 주어지며, 치열한 경쟁을 뚫고 최종 선발된 합격자는 오는 7월부터 국내 최정상급 뮤지컬 기획자들과 본격적인 연습을 시작한다.

실재와 의식의 풍경, 풍경화의 동시성에 주목하다…문복현 초대전

‘우리가 인지하는 풍경은 실재와 의식의 모습이 공존한다.’ 풍경이 가진 동시성에 주목한 문복현 작가의 초대전이 다음 달 13일까지 안양 두나무 아트큐브에서 관객과 만난다. 문 작가는 감각으로 ‘있는 그대로의’ 풍경을 느끼면서도 내면의 생각과 이상이 결합돼 다르게 ‘보여지는’ 풍경을 ‘풍경의 동시성’으로 해석했다. 이번 전시에선 풍경의 동시성을 고찰한 문 작가의 작품 25점이 내걸렸다. 문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흑백의 조화가 어우러진 동양화의 특징과 색감의 대비가 돋보이는 서양화의 특징을 한 작품에 녹여내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대표적으로 문 작가의 ‘관;송학도1-2’ 작품은 소나무와 달을 단색으로 표현한 풍경과 하늘을 나는 학의 모습을 화려한 색감으로 표현한 풍경을 대비시킨다. 여백에서 느껴지는 사유를 통해 동서양의 조화도 녹여냈다. 작가는 학이 소나무 숲으로 날아가는 풍경을 통해 현실에서 동경의 세계, 즉 이상의 세계로 가고자 하는 염원을 담았다. 작가는 자신의 모습을 ‘학’에 투영하는데, 작품 ‘길’에서도 이 같은 특징이 드러난다. 호젓한 자연 속 직선인 듯 보이지만, 갈수록 구불거리는 길 중간 즈음 이를 가만히 응시하는 학이 눈에 띈다. 문 작가는 “자연 속 길은 ‘인생길’이다. 잘 살아온 듯 보이지만, 알고 보니 구불구불한 길이었다”며 “앞길 역시 안개로 덮여 있어 알 수 없기 때문에 인생의 중간 지점에서 삶을 반추하는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시에선 고요한 밤 문을 열고 바라본 석등의 풍경을 담은 작품 ‘석등’을 볼 수 있다. 어두운 밤의 풍경과 밝은 석등을 대비시켜 하나의 대상에 집중하며 느끼게 되는 ‘회복’, ‘명상’의 의미를 담았다. 이 밖에 전시에선 ‘소나무소요유’, ‘빈 배’, ‘백매’ 등 소박한 자연을 모사하면서도 지극한 삶의 이상을 반영한 다양한 풍경화를 감상할 수 있다. 문 작가는 “자연 속에 있으면 마치 어머니의 품 같이 안락해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의 바쁜 생활 속에서 여유를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며 “관람객들이 전시를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마음의 정화를 얻는 경험을 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용인문화재단, 이금희와 함께하는 더 클래식 하우스 콘서트 개최

용인문화재단은 오늘 3월부터 네 차례에 걸쳐 셋째 주 토요일 오전 11시에 ‘이금희와 함께하는 더 클래식 하우스 콘서트’를 개최한다. ‘이금희와 함께하는 더 클래식 하우스 콘서트’는 용인시문예회관 처인홀의 상설 공연으로 ‘소통의 아이콘’ 이금희 아나운서의 소통과 인간관계에 대한 강연과 클래식 연주를 결합한 콘서트다. 3월 16일 진행 예정인 첫 공연은 ‘이야기가 있으면 당신은 용인 사람’을 주제로 용인의 역사와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봄’을 주제로 한 클래식 음악과 용인의 역사 이야기가 어우러지는 사극 드라마와 영화 OST를 클래식 악기와 국악기의 아름다운 하모니로 관객에게 들려준다. 5월 18일에 열리는 두 번째 공연은 ‘한마디 말로 우리는’을 주제로 말과 인간관계를, 9월 21일 세 번째 공연은 ‘더불어 살며 서로 헤아리며’를 주제로 행복한 삶의 기본 조건인 인간관계의 중요성과 이와 관련된 고민을 들여다본다. 마지막 공연은 11월 23일에 ‘늦가을의 영화 음악’을 주제로 인생의 가을인 중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쇼펜하우어와 주역의 관점으로 전개하고 가을에 어울리는 영화 OST와 대중음악을 함께 곁들이는 자리가 마련된다. 티켓은 용인문화재단 누리집, 인터파크에서 예매할 수 있다. 초등학생 이상 관람이며 관람료는 전석 2만 원이다.

“어제와 오늘의 경계를 기록하다”…‘자연과 개발 사이: 다큐경기 2024 사진전’

우리가 자연을 지키는 것일까 아니면 자연이 우리를 지키는 것일까. 도시 한 가운데 딱딱한 철제펜스와 대형 콘크리트 건물 그리고 아파트 사이를 지키고 있는 상록수 하나. 언제부터 존재했을지 모를 거대한 나무는 어쩌면 인간을 껴안고 있을지 모른다. ‘자연과 개발 사이 : 다큐경기 2024 사진전’은 자연과 개발에 놓인 경계선을 기록했다. ‘다큐경기’는 경기도의 오늘을 기록하는 사진가 그룹으로 2015년 결성 후 해마다 경기도의 한 지역을 선정해 사진을 찍으며 전시를 열어왔다. 지난 17일 개막해 오는 25일까지 수원시 팔달구 예술공간 ‘아름’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자연과 개발 사이’를 주제로 권순섭, 김건우, 남윤중 등 14명의 작가가 참여해 자연과 개발의 갈림길에서 순식간에 사라진 공간 혹은 시간을 머금은 동네, 콘크리트에 남겨진 자연의 흔적, 인간의 손길이 닿은 곳의 변화와 그럼에도 때로 그 속에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자연을 기록했다. 2019년부터 동두천시의 기록 작업을 진행한 박상환 작가는 ‘동두천 안말상회2020(2024)’를 통해 미군기지가 들어서고 대부분이 철수하기까지의 흥망성쇠의 흔적, 수도권 외곽의 위치가 어떻게 동네를 변화시키는지를 담아냈다. 하봉암동은 동두천의 북부 경계로 연천군과 맞닿아 있다. 사방이 아파트 단지로 둘러쌓여 있거나 미군 기지와 화려한 그라피티가 눈을 사로잡는 주변과는 사뭇 다른 우리가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작은 시의 외곽 풍경을 담은 동네다. 과거 ‘안말 마을’이라 불리던 이곳의 안말상회는 마을에서만 40년 넘게 운영된 가게로 GTX 노선 공사로 인해 철거됐다. 수원이라는 도시의 자연과 개발을 한 눈에 가늠해볼 수 있는 작품도 있다. 박창환 작가의 ‘수원 2010&2023#1(2024)’는 2010년과 2023년 수원 화성 서장대에서 바라본 수원의 모습을 사진 한 장으로 합성했다. 작품 가운데 위치한 수원화성을 경계로 하단에는 낮은 건물이 위치한 2010년의 모습을, 상단에는 아파트와 고층 건물이 즐비한 2023년의 상반된 모습을 담아내며 시간의 흐름에 따른 도시의 변화를 압축해 표현했다. 박김형준 작가는 ‘서수원 평동(2022)’을 통해 새로운 것을 위해 이전의 것이 어떻게 바뀌고 사라져가는지를 나타냈다. 작품은 수원 공군기지 바로 옆 고물상이 있던 곳을 배경으로 한다. 인근의 건설현장 등에서 나온 녹슬고 빛바랜 고철자재는 얼핏 나무 덩쿨더미처럼 자리잡은 모습이다. 마치 드넓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여인의 옆얼굴 같은 공간에는 참새 두마리가 나란히 앉아있다. 수원, 시흥, 화성 등에서 지역 기록사진 작업을 하는 김윤섭 작가는 ‘육지가 된 섬,우음도(2023)’를 통해 한때 바다였던 곳이 육지로 변화한 시간의 흐름을 담아냈다. 화성시 송산면 고정리에 위치한 우음도는 시화방조제가 만들어진 뒤 육지가 됐다. 작가에 따르면 작품 속 우음도 서쪽의 바위는 18억 7천만 년 전에 형성된 지질명소이며 주변은 송산그린시티 개발이 진행 중이다. 이처럼 경기도 곳곳의 과거와 현재, 변화된 모습을 전시를 통해 감상하는 건 어떨까. 다큐경기 2024 사진전 참여작가 중 한명이자 예술공간 아름의 홍채원 관장은 “자연과 개발 사이 기록된 경계의 모습을 하나의 공간에서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의미부여'를 걷어낸···조경재 개인전 ‘What You See Is WHAT YOU SEE’

우리는 일상에서 접하는 사물과 현실을 끊임없이 판단하고 의미부여 한다. 그러다 보면 임의적으로 붙여놓은 의미에 가려 사물의 본질을 못 볼 때가 많아진다. 그 틈새에서 발생하는 오해는 너와 나 사이의 진정한 이해를 가로막는다.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아트스페이스J에선 진정한 소통을 위해 필요한 태도를 역설하는 조경재 개인전 ‘What You See Is WHAT YOU SEE’가 오는 22일까지 열린다. 조 작가는 18점의 작품을 통해 ‘사물을 보이는 그대로 보라’고 말한다. 전시회 제목에서 말하는 것처럼 작가는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사물에 부여한 의미를 걷어내고 조형물을 조형물 그 자체로만 느끼며 고유성을 생각해보자’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러한 작가의 의도는 전시장 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추상회화처럼 보이는 사진들 속에는 사람이 쓰기에 너무 작아보이는 가면, 카페트, 나무 판자, 쇠철 덩어리들이 맥락없이 뒤엉켜 있었다. 하지만 이는 각각의 오브제가 가진 상징성을 철저히 파괴하기 위해 작가가 의도적으로 ‘문맥없음’을 표현한 것이다. 조 작가는 던져 놓듯 생경한 이미지들을 드러내 우리의 시각을 ‘반응’하게 한다. 본래의 문맥에서 벗어나 의미를 잃고 부유하는 사물들 사이에서 철저하게 미학적인 관계성만을 획득해 ‘보이는 무엇인가를 새롭게 보이게’ 드러내려 했다. 조 작가는 오브제로 표현되는 ‘실체’와 평면으로 표현되는 ‘가상’, 설치와 사진 등 ‘매체 간의 경계’, 추상과 구상을 하는 작업들을 통해 ‘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미지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읽어낼 것인가’의 사유를 이끌어낸다. 그렇게 작가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라며 감상자를 끈질기게 사각지대로 밀어 넣는다. 어느 순간 감상자는 작품을 눈에 보이는 그대로 이해하기 시작한다. 사무실 카페트로만 생각했던 것이 카페트가 아닌 조형물 그 자체로, 모래 바닥을 파던 삽이 삽으로서의 기능이 아닌 그저 오브제가 되며 당연했던 사물들이 낯설어지는 순간이다. 전시를 기획한 한혜원 아트스페이스J 실장은 “사람들은 일상에서 자기도 모르게 사물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데, 작가는 그런 점을 인지하고 보이는대로의 모습을 느껴보자는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며 “관객들이 각자의 관점에서 있는 그대로 작품을 바라보고 해석하며, 자유롭게 자신만의 서사를 만들어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물, 현상’의 본질 들여다보는 ‘개는 뼈다귀를 훔쳤다’ [전시리뷰]

우수한 콘텐츠를 갖고 있는 ‘예비 예술인’들이 경기상상캠퍼스에서 특별한 전시를 열었다. 있는 그대로의 기능에서 벗어나 ‘사물, 현상’ 등의 본질을 들여다보는 작품들이 한 데 모였다. 경기문화재단은 ‘예비예술인 창작시연 공간지원사업’으로 올해 ‘2기적팩토리’의 전시를 선정, 지난 15일부터 오는 29일까지 경기상상캠퍼스 디자인1978 전시실A에서 ‘개는 뼈다귀를 훔쳤다’ 전시를 열고 있다. 예비예술인 창작시연 공간지원사업은 우수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지만, 해당 콘텐츠를 전시할 공간이 없는 경기도내 예비 예술인과 단체를 대상으로 경기상상캠퍼스의 장소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학에서 문화예술 관련 전공을 했지만, 학교 선생님 등 다른 직업활동을 하다가 다시 예술활동을 이어가는 작가 10명의 작품 61점을 볼 수 있다. 전시는 이솝우화 ‘욕심 많은 개’의 이야기를 통해 기획됐다. 욕심을 부려 뼈다귀를 놓친 개의 행동을 해석하는 모습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세계에 대한 인식이 단편적이고 국한됐음을 알려준다. 최영귀 작가는 사별한 남편의 옷가지, 벨트 등의 유품을 오브제로 사용한 사진작품을 선보인다. 사냥을 즐겼던 남편의 옷을 사냥터 여기저기에 걸어 그리움을 표현한 ‘Woods’, 최 작가의 뒷모습에 남편이 사냥한 동물의 뿔을 오브제 한 ‘A deer’ 등이다. 작가는 흘러가는 과거의 시간, 변형되는 사랑과 기억 속 작가의 존재와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한희준 작가는 ‘Plastic’ 등 찌그러진 플라스틱을 활용한 작품들을 내걸었다. 언뜻 보면 각종 물병·음료수병을 스케치한 그림 같지만, 찢기고 뜯긴 플라스틱을 촬영한 사진이다. 그는 편리함을 가져온 동시에 재앙을 가져다 준 물질로 플라스틱의 속성을 부각했다. 특히 플라스틱을 촬영한 뒤 프린트 해 감광액과 인화지를 만들고, 색을 입히고 덜어내는 과정을 거치는 ‘검 바이크로메이트(Gum Bichromate)’ 기법을 활용했다. 이미경 작가는 사진과 트라우마의 접점을 영민하게 활용했다. 이 작가는 설치 작품 ‘기억 보자기’를 통해 어머니에게 닥쳤던 큰 사고를 직면한 뒤 자신에게 남은 트라우마를 중첩시켰다. 오랫동안 모아둔 어머니의 사진을 얇은 천에 인화해 보자기 모양의 조형물을 만들어냈다. 특히 조정호 작가는 소리와 주파수가 일으킨 파동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미디어아트 ‘THE MOMENT’를 선보였다. 작품은 눈, 비, 바람, 번개 등 자연 현상을 모티브로 해 영상을 재구성하고, 소리의 파편들을 더욱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레이저빔을 합성해 평면적인 스크린을 입체 공간으로 확장함으로써 시각 효과를 넘은 공감각적인 체험을 가능케 했다. 전시에선 이 외에도 김희곤, 류엘리, 이인화, 이혜정, 정현주, 한영숙 작가의 설치미술, 사진, 팝아트 등을 만날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이미경 ‘2기적팩토리’ 대표는 “작가들이 오랜 기간 작품활동을 하지 않다가 다시 출발점에 서게 되면서 마련된 전시라 큰 의미가 있다”며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남들과 다른 시선, 다양하게 생각하는 사고를 갖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통무용, 서커스, 무예까지”…창작극 ‘해후’ 막바지 연습 현장

‘만년(萬年)의 수(壽)를 받들어 빈다’는 뜻으로 정조가 그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며 지은 곳이자 혜경궁의 성대한 회갑연이 열렸던 화성 행궁의 ‘봉수당’. 그 인근에 위치한 한 지하연습실에서 지난 15일 오후 7시께 봉산탈춤보존회, 배우, 전통무용가, 곡예사 등 각양각색의 예술인이 모였다. 흥이 나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곡선의 전통 무용과 직선의 절도 있는 무예가 한바탕 어우러졌다. 발차기를 선보이며 엄청난 기세를 뿜어내던 무관들 뒤로 정조와 그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가 등장했다. 울부짖는 목소리로 갈등을 빚는 모자의 모습은 보는 이를 긴장하게 만들고, 순식간에 200여년 전 조선의 그날로 몰입시켰다. 수원문화재단은 오는 23~24일 정조테마공연장에서 전통예술 창작극 ‘해후’를 선보인다. 이날 연습실에선 ‘해후’ 무대에 오르는 출연진들이 공연을 일주일가량 앞두고 막바지 연습이 한창이었다. ‘해후’는 화성행궁에서 8일간 벌인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를 바탕으로 전통무용, 무예, 극, 곡예 등이 어우러진 총체극이다. 사도세자의 아들임을 공표하면서 끊임없는 암살 시도를 받은 정조, 아들과 지아비 중 한 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혜경궁 홍씨가 주인공이다. ‘해후’의 제작단체 아트컴퍼니 ‘예기’의 수장이자 공연의 예술감독 및 총연출을 맡은 안영화 대표는 “지극히 로컬의 이야기를 담아냈다”고 표현했다. 이 모든 이야기에 수원 화성이라는 공간의 존재가 가진 의미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1776년 영조대왕이 붕어하고 세손 이산(정조)은 조선의 제22대 왕으로 등극해 자신이 사도세자의 아들임을 세상에 널리 알린다. 이는 노론의 세력을 자극하게 되고, 계속된 암살 시도의 배후에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가문이 연루되며 조정엔 피바람이 분다. 하지만 정조는 보란듯이 사도세자의 묘를 화산(현재의 화성)으로 이전하고, 수원에 화성을 건설한다. 1795년 정조는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모시고 수원으로 향한다.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인 현륭원에 참배하고 혜경궁 홍씨의 진찬연을 열기까지, 가장 존귀한 왕가의 이야기이지만 그 속엔 갈등과 반목 속에 사랑으로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다. 안영화 대표는 “당시 왕의 행차 자체가 백성에겐 크나큰 축제이자 행사”였다며 “수원으로 떠나는 정조의 모습, 왕의 행차를 구경하고 한바탕 잔치를 벌이는 백성, 회갑연을 준비하는 여령, 장용영의 군사 등의 모습을 담았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전통 한국무용수들뿐만 아니라 배우, 곡예·탈연희·무예 등의 연희팀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을 한 데 모았다. 왕실의 얼굴뿐만 아니라 나라의 축제를 준비하고 즐기는 백성의 모습을 그대로 불러왔다. 극의 절반 이상이 퍼포먼스로 구성된 것도 이러한 이유다. 봉수당 진찬연이라는 전통을 얼마만큼 해체하고 확장했느냐는 이번 공연의 핵심이다. 태권도를 기반으로 한 무예팀 ‘라온제나’는 현대적인 요소를 가미해 정조의 친위부대인 장용영 병사들의 무예를 펼치고, 예기 소속의 무용팀은 봉수당 진찬연을 준비하는 여령의 모습을 보인다. 여기에 우리나라 1세대 곡예사 안재근은 ‘산악백희’라는 전통의 마술을 펼친다. 수원의 낙성연 그림에서 호랑이탈, 사자탈의 연희의 기록은 봉산탈춤보존회를 통해 재현됐다. ‘해후’는 2016년 초연, 2017년 재연 이후 6년 만에 관객과 다시 만나게 됐다. 시간이 흐른 만큼 작품엔 세련미가 더해졌다. 안 대표는 “과거에는 회갑연이 벌어졌던 봉수당 실제 현장에서 무대를 펼치기도 했다. 그때의 감동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해 영상을 업그레이드하는 등 현대의 기술을 접목한 것도 관전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공연을 앞둔 배우들 역시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2016년 초연부터 정조로 작품에 참여한 정의갑 배우는 “정극만 임하다 다양한 장르의 이들과 함께한 것은 신선한 자극”이었다며 “큰 사랑을 받았던 작품을 다시 많은 분들께 선보일 수 있어 뜻깊다”고 전했다. 안 대표는 “지역이 안고 있는 역사와 전통의 이야기를 관객에게 쉽게 전달하려 노력했다. 서로 다른 장르의 융합으로 시너지를 내는 등 대중적인 접근방식을 많이 고려한 작품”이라며 “많은 분들께서 편안하게 함께 즐겨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덕수궁서 만나는 경기민요…“남성 소리꾼 매력 느껴보세요”

여성 소리꾼이 주류인 경기민요에서 남성 소리꾼만으로 꾸며진 경기민요 공연이 오는 16일 덕수궁 석조전에서 개최된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덕수궁관리소는 오는 16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덕수궁 석조전에서 경기민요 공연 ‘남자경기소리, 고만고만’이 열린다고 13일 전했다. 그동안 경기민요는 국악 분야 중 삶의 애환을 담아낸 노랫가락으로 높은 인기를 누린 전통 민요다. 경기민요를 다양하게 재해석하며 신선하면서도 파격적인 모습을 선보였던 이희문 소리꾼(국가무형유산 경기민요 이수자)이 기획을 맡아 진행되는 이번 공연은 대체로 여성 소리꾼이 주류였던 공연과는 다르게 남성 소리꾼으로만 꾸며진다. 서울시무형유산 제21호인 ‘휘몰이잡가’ 이수자인 조원석 소리꾼을 비롯해 국가무형유산 경기민요 전수자인 김주현·이채현·남경우 소리꾼, 국가무형유산 서도소리 전수자인 양진수 소리꾼 등 남성 소리꾼 5인은 경기민요의 백미로 꼽히는 ‘노랫가락’과 ‘창부타령’을 특유의 맑고 화려한 가락과 경쾌한 소리로 들려줄 예정이다. 장구, 가야금, 해금, 대금, 피리 등 악기 연주는 전통 음악집단 ‘샛’이 맡는다. 공연 관람은 선착순 70명까지이고 궁능유적본부 통합 누리집 홈페이지에서 14일 오전 11시부터 접수한다. 관람비는 무료다. 자세한 내용은 궁능유적본부 누리집이나 전화로 문의하면 알 수 있다. 문화재청 덕수궁관리소는 “이번 공연은 대한제국기 대표적 서양식 건물인 덕수궁 석조전에서 열린다. 관람객들은 대한제국 황실의 품격을 느낌과 동시에 국악의 흥과 멋에 흠뻑 빠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용인문화재단, 2024 브런치 콘서트 ‘전람회 속 멜로디’ 개최

용인문화재단이 명화와 해설이 있는 ‘2024 브런치 콘서트-전람회 속 멜로디’ 시즌2를 새롭게 선보인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전람회 속 멜로디’는 4회차 전석 높은 티켓 예매율을 기록하며 용인문화재단의 대표 상설 기획 공연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는 오는 3월 30일 오전 11시 용인시평생학습관 큰어울마당에서 ‘꺼지지 않는 빛, 빈센트 반 고흐’를 시작으로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총 6회의 공연을 펼친다. ▲4월 27일 ‘꿈과 사랑의 화가, 마르크 샤갈’ ▲5월 25일 ‘색채의 마술사, 앙리 마티스’ ▲9월 28일 ‘영원한 황금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 ▲10월 26일 ‘상상의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 ▲11월 30일 ‘현대미술의 아버지, 파블로 피카소’가 이어진다. 이서준 도슨트가 해설을 맡아 반 고흐, 마르크 샤갈 등 인상주의 화가의 삶을 이야기 한다. 또 트리니티 필하모닉오케스트라 수석 단원들로 이뤄진 앙상블 트리니티가 그 시대의 클래식 음악을 연주해 음악과 미술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선사할 예정이다. 관람료는 전석 1만5천원으로 초등학생 이상 관람 가능하며, 상반기(3~5월) 공연 티켓은 13일 오후 1시부터 용인문화재단 누리집 또는 전화, 인터파크 티켓을 통해 예매하고 있다.

문화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