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부터 50대 부장까지…주방에 녹여낸 조직문화 이야기 '마음을 움직이는 요리사' [공연리뷰]

“자네는 왜 요리사라는 힘든 길을 선택했나?” 한 때 몽블랑 레스토랑은 국내 최고의 정통 프랑스 음식점으로 드높은 명성을 자랑했다. 하지만 이는 과거의 영광일 뿐,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몽블랑은 조금씩 도태되며 위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러던 몽블랑에 요리 경연대회라는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왔다. 위기에 처한 몽블랑은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 지난 6일 수원시 정조테마공연장에서 시연회를 마친 2024 수원시립공연단의 찾아가는 예술무대 ‘마음을 움직이는 요리사’는 심각한 경연난을 극복하기 위한 몽블랑 레스토랑 직원들의 갈등과 극복, 화합을 다룬 뮤지컬이다. 수원시립공연단은 문화예술을 통해 조직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고민해 보는 ‘무대예술을 활용한 인식개선 사업’이자 민선 8기 핵심 과제인 ‘기업활성화’의 일환으로 이번 공연을 선보인다. 리더십·소통 등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공공기관과 기업을 대상으로 직접 찾아가는 형태로 기획된 공익적 목적의 예술무대 프로그램으로, 관내 공공기관과 중소기업 등은 무료로 추진한다. ‘마음을 움직이는 요리사’는 부푼 꿈을 안고 회사에 입사해 아직은 모든 것이 어리둥절한 신참 막내 직원부터 한 때는 최고의 요리사이자 1인자를 꿈꿨지만 반복되는 업무에 지친 중간급 요리사들, 미각을 잃고 매일 술로 보내는 주방장, 레스토랑 운영을 책임지는 지배인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젊은 시절 청춘을 바친 레스토랑에서 점점 빛이 바래지던 주방장은 생기로 가득 찬 신참을 보며 자신이 왜 요리사가 되고자 했는지 잊고 있던 꿈을 되살려 본다. 결국 초심과 마주한 그는 직원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변화한다. 작품은 몽블랑 레스토랑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다루지만 작품 속 이야기는 ‘K-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현실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냈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두고도 각기 다른 구상을 하는 직원들 간의 갈등, 부서 간 갈등을 현실적으로 풀어냈다. 또 신참부터 중간급 직원, 부장급 관리자, 경영자의 이야기까지 각 캐릭터의 이야기를 실감나게 다루며 다양한 조직원의 입장을 대변한다. 권호성 수원시립공연단 예술감독은 “문화예술 작품이 주는 메시지는 때로 몇 시간짜리 강연보다 강하다”며 “조직원들이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고, 화합해야 한다는 조직문화 인식개선 교육은 흥겨운 춤과 노래, 몰입도 높은 스토리가 들어간 작품 한 편을 보고 나면 누구나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공연은 지난 10여년 전부터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펼치던 ‘마음을 움직이는 요리사’의 가장 완성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며 “수원을 대표하는 ‘인식개선 교육 뮤지컬’ 상품으로 특화·발전 시켜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흘 간 ‘설 연휴’…전시, 체험 풍성한 박물관·미술관으로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 연휴가 9일부터 나흘간 이어지면서 가족, 친구, 연인과 나들이 계획을 세우는 이들이 많다. 경기도 뮤지엄에서는 다채로운 전시를 비롯해 윷놀이, 제기차기 등 전통놀이 체험 행사가 이어진다. 미술관으로 잠시 일상을 벗어나거나 세시 풍속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가족과 추억을 쌓을 수 있는 박물관에서 설 연휴를 보내보는 건 어떨까. ■ 박물관 설 맞이 신년 행사 ‘풍성’ 경기도 내 박물관에서는 청룡의 해를 맞아 ‘용’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경기도박물관은 오는 12일까지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을 대상으로 ‘안뇽, 부른 용!’을 운영한다. 프로그램은 도박물관의 상설전시와 특별전시를 연계한 2개의 미션이 이어진다. 첫 번째 미션은 상설전시실과 특별전시실에 전시돼 있는 유물 중에 용의 무늬가 나타나는 전시품을 찾아 용 무늬 사진을 찍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정 해시태그와 함께 업로드하면 된다. 두 번째 미션은 특별전 ‘오늘 뭐 입지?’와 ‘구름 물결 꽃 바람’을 관람한 뒤 특별전의 내용으로 구성한 ‘가로세로 낱말 퀴즈’ 9개의 빈칸을 채우는 것이다. 2개의 미션 중 1개 이상을 수행하는 관람객에게는 박물관에서 자체 제작한 달력을 선착순 100명에게 증정한다. 실학박물관에서는 9일부터 11일까지 ‘갑진(甲辰) 설날 함께해용’을 개최한다. 청룡 바람떡 나눔, 민속놀이 체험 마당, 한복 체험, 갓 만들기 체험 등 4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오는 9일 오전 10시부터 관람객 30명에게 선착순으로 청룡 바람떡을 제공하고, 용띠 인증 관람객에게는 소정의 기념품을 증정한다. 또 주차장에서는 윷놀이, 투호 놀이, 제기차기 등 민속놀이도 체험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진행한 장신구 기획전 ‘조선비쥬얼’의 일부로 조선시대 남자 복식과 장신구를 착용할 수 있는 체험 코너도 즐길 수 있다. 기획전시실 앞 체험 코너에 마련된 한복과 장신구를 착용하고 박물관 곳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 다채로운 민속놀이로 즐기는 설 명절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다채로운 민속 놀이를 즐길 수 있다. 11~12일 열리는 ‘2024 갑진년 설맞이 한마당’ 행사에선 정초 세배와 성묘가 끝나면 연을 띄웠던 전통행사에 따라 관람객들이 ‘청룡 가오리연’을 직접 만들어 새해 소원과 함께 하늘에 날려보내는 행사가 펼쳐진다. 새해엔 나쁜 기운을 막고 행복을 기원하는 세화(歲畫)를 선물하는 풍속이 있었는데, 청룡을 담아 세화 연하장을 만드는 전통 체험도 할 수 있다. 또 가족이나 친구 등 두 명이 짝을 이뤄 윷놀이를 하는 ‘온 가족이 함께하는 윷놀이 마당’에서는 윷을 던져 나오는 괘로 일년 운수를 점치는 ‘갑진년 운수대통 윷점’ 코너도 마련돼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파주관에서는 11일부터 이틀간 개방형 수장고 체험 중심의 특색 있는 설날 세시 행사도 개최한다. 설날과 관련된 다양한 소장자료를 관람하며 궁금증을 해결하는 ‘수장고가 들려주는 설날 이야기’ 체험활동과 소장품에 숨어있는 ‘용’을 찾아 SNS에 인증하는 ‘갑진년, 용(龍)을 찾아라!’ 이벤트도 열린다. 수원문화재단은 오는 9일부터 4일 내내 정조테마공연장 야외마당에서 ‘설맞이 전통놀이마당’을 운영한다. 방문객은 재현배우로 구성된 조선시대 놀이장인들과 함께 대왕 윷놀이·딱지치기·고리던지기 등 ‘전통놀이’도 즐길 수 있다. 또 공기놀이·종이딱지놀이·알까기 등 ‘추억놀이’와 곤장체험, 소원지 매달기, 체험자 간 함께 놀이를 겨뤄볼 수도 있다. ■ 나혜석부터 이신자까지…미술관에서 즐기는 ‘쉼’ 미술 작품을 보며 휴식을 취해 보는 것은 어떨까. 수원시립미술관은 설 연휴 기간에 휴관 없이 무료로 전시장을 운영한다. 현재 전시 중인 소장품 상설전 ‘물은 별을 담는다’를 관람할 수 있다. 최초로 원본이 공개된 나혜석의 ‘염노장’을 비롯해 이중섭의 스승으로 알려진 백남순의 희귀작 ‘한 알의 밀알’, 수원 지역 작가 작품, 여성주의 컬렉션 등이 전시됐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도 설 명절 연휴 무료로 국내 현대 미술사를 조망한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9일부터 12일까지 무료로 정상 개관한다.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 ‘이신자, 실로 그리다’, ‘동녘을 거닐다: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 ‘MMCA 과천프로젝트 2023:연결’ 등이 전시 중이다. 그 중 한국 섬유예술의 1세대 작가 이신자의 대규모 회고전인 ‘이신자, 실로 그리다’가 눈에 띈다. 이신자는 1970년대 ‘태피스트리’ (tapestry)를 국내에 소개하며 한국 섬유예술의 영역을 구축하고 확장한 인물이다. 회고전에서는 초기작부터 2000년대 작품 90여 점과 드로잉, 사진 등의 아카이브 3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서울관에선 ‘올해의 작가상 2023’, ‘MMCA 현대차 시리즈 2023: 정연두 – 백년 여행기’,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3’, ‘김구림’을 선보인다. 서울관은 설 당일(10일)을 제외하고 정상 운영한다. 한국 실험미술의 대가로 불리는 김구림 작가의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김구림’ 전시에선 비디오아트·설치·판화·퍼포먼스·회화 등 230여점의 작품과 60여점의 관련 자료를 감상할 수 있다.

선으로 표현한 현대사회의 단면…김봉각 개인전 ‘이탈다수’ [전시리뷰]

타인에 대한 불안, 강박 등 현대사회 속 일상을 선으로 재해석한다. 무질서한 선이 중첩되고, 또 밖으로 뻗어나가 모든 작품이 하나의 영상처럼 전환된다. 특유의 선형 기법으로 현대사회의 관계를 표현한 김봉각 작가의 개인전 ‘이탈다수’가 지난달 31일부터 아르띠앙서울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에선 김 작가의 자화상을 비롯해 불특정 다수의 현대인을 형상화한 작품 18점을 만날 수 있다. ‘이탈다수’는 김봉각 작가가 새롭게 만든 단어로, 현대사회의 관계를 투영해 현대인들이 서로 ‘스쳐지나가는’ 모습을 본따 만들었다. 김 작가는 어릴 적 우연히 고압전선 감전 사고를 목격한 뒤 세상을 보는 시선이 바뀌었다. 빨간색을 보면 식은땀을 흘렸고, 대상을 오래 관찰하는 습관도 생겼다. 특히 주변을 전깃줄과 같은 ‘선’으로 기억하는 표현방식이 만들어졌다. 이에 김 작가의 작품은 ‘선’이 배경을 이룬다. 선과 선 사이를 일종의 ‘틈’으로 인식하고, 실제 틈 사이로 지나쳤던 현대인들의 잔상을 표현하는 식이다. 김 작가는 “출퇴근 시간에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무표정하고 무기력한 현대인들의 표정을 관찰한다”며 “또 목적지를 가다 보면 수많은 출입문을 지나는데, 문이 열리고 닫히는 순간 틈 사이로 보이는 사람들을 중첩된 이미지로 편집한다”고 작품 과정을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선 김 작가의 대표작 ‘이탈다수 16’을 볼 수 있다. 작품은 한 인물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모습을 형상화해 장면의 전환을 연속적으로 담았다. 평면에 담겨 있지만 중첩된 이미지가 입체적으로 보이게끔 하는 이 작품은 작가가 애정을 들여 키웠던 식물 등을 그려 넣어 과거와 현재의 장면을 포착했다. 이와 함께 여러 차례 선을 중첩해 내면을 관찰하고 투영한 김 작가의 자화상인 ‘이탈다수 1’ 등을 볼 수 있다. 특히 선을 그려 넣지 않았던 그의 초기작 ‘감정시선 21-1’과 최근 작품인 ‘이탈다수 12’ 등을 비교해 작품 과정의 변화를 느껴보는 재미도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관람객이 김 작가의 19번째 작품을 함께 만드는 참여형 공간도 마련돼 있다. 관람객들이 ‘기억에 나는 얼굴’을 주제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면 김 작가가 그 위에 선 등을 입혀 작품을 완성하는 형태다. 김봉각 작가는 “작품에는 가로선이 걸쳐져 있거나, 밖으로 뻗어나가는 것들이 있다. 이 라인들이 서로 연결되면 분할된 이미지가 영상처럼 작용한다는 재미있는 상상을 하며 작업한다”며 “관람객들이 전시를 통해 일상의 고요한 순간들, 혹은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기억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12일까지.

미디어 아티스트 권현진 개인전 ‘Pierced Body’…고장과 작동 사이 불어 넣은 숨 [전시리뷰]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쓸모 있음’과 ‘쓸모 없음’으로 세상을 구분한다. 지지직 거리는 화면의 TV 스크린, 계속해서 잡음(노이즈)이 담기는 카메라는 흔히 말하는 ‘내다 버려야 할’ 고장 난 기기들이다. 권현진 작가는 우리 모두가 ‘쓸모 있음’과 ‘쓸모 없음’으로 구분되는 사회에서 무언가의 가치와 의의 그리고 유용성은 누가 정하는 것인지에 의문을 던지는 예술가다. 그가 던진 두 번째 질문. 미디어(기기) 너머의 세상은 과연 무엇일까. 4일 독립예술공간 아트 포 랩 에서 막을 내린 그의 첫 번째 개인전 ‘☒☒☒ : Pierced Body’에서는 역설적이게도 매개체로서의 기기를 파손함으로써 생명력을 입증해냈다. 우리가 일상에서 늘 접하는 현대인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미디어(대중매체)를 예술에 접목한 ‘미디어아트’는 무언가를 전달하는 매개체 모든 것이 소재다. 권현진 작가는 이미지 재생 기기를 드릴과 레이저로 절단하며 그 행위에서 발생한 우연한 이미지를 실험한다. 스포츠 중계, 뉴스를 보여주는 TV 스크린, LED 화면, 현대인에게 없어서는 안될 노트북, 갈수록 엄청난 성능을 자랑하는 스마트폰 카메라 등 일상의 모든 것이 재료다. ‘☒☒☒ : Pierced Body’에서 그의 초기작부터 신작까지 그가 한 실험의 결과물을 지켜보는 재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관통된 몸’이자 ‘구멍 뚫린 기기’를 통해 그는 무엇을 드러냈을까. ‘one mouth, one Monitor’(2011)를 마주하며 처음 드는 감정은 ‘당황스러움’이다. 마치 방금이라도 문서 작업을 수행하는 데 활용됐을 것 같은 흔하디 흔한 노트북. 그런데 모니터의 화면 가운데에 동그란 구멍이 뚫려있고 그 주위로는 마치 계란 프라이의 흰자처럼 검정색 화면이 펼쳐져 있다. 검정색이 아직 닿지 않은 모니터 구석자리의 남겨진 일부 공간에는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10여년 전 독일서 미디어아트를 공부하던 그는 “내 입으로, 내 목소리로 직접 말해보고 싶다”란 생각에 모니터에 입을 냈다. 재밌는 것은 그 후에 벌어진 일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갈수록 관통 행위로 인해 스크린이 어둡게 나타나는 검정 구간이 넓어졌다. 처음에는 구멍 근처에 얇은 띠처럼 까맣게 보이던 구간은 갈수록 넓어져 지금은 모니터의 대부분을 덮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기기의 ‘몸체(body)’에 구멍을 냄으로써 숨을 불어 넣게 됐다. 영상의 재생 기기라는 수단으로 존재하는 모니터는 인간에 의해 관통되고 파손되며 자신이 살아있음을 증명했다. 그렇게 그는 고장과 작동 사이 시공간을 벌어 놓으며 지연되는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우리가 끝내 영상을 볼 수 없게 되더라도 이를 고장이라 볼 수 있을까요.” 작품을 통해 권 작가가 드러내는 반문이다. 모니터에 언뜻 비친 영상은 입을 벌리고 끊임없이 말을 하는 작가 본인의 모습이다. 그 속에 뚫린 구멍은 모니터로 닫혀 있던 모니터 너머의 세상을 관객이 자신의 눈과 입, 귀로 ‘직접’ 보고, 말하고, 들을 수 있는 통로를 열었다. ‘Monitor Wors’(2016) 시리즈에선 피부와 혈관이 드러난 모니터가 모습을 드러낸다. ‘one mouth, one Monitor’(2011)가 완전히 관통된 기기라면 ‘Monitor Wors’(2016) 시리즈는 ‘닫힘’과 ‘열림’ 사이의 중간이다. 마치 병원에서 신체 일부의 엑스레이를 보는 것처럼 LED 화면 너머로 이를 구성하는 조명기기나 TV 스크린 액정 너머 초록색 기기판의 모습이 보인다. 우리에게 미디어를 보여주는 매체는 무엇으로 이뤄졌는지 그 모습을 관객에게 보여준다. 그 위로 작가는 창문 위로 흘러내리는 빗물 같은 파란 바다나 끊임없이 모래가 자글자글한 사막의 모습을 영상으로 내보냈다. 하드웨어에 네모난 구멍을 뚫은 행위는 그 위에 소프트웨어로 재생되는 영상에 변형을 가져왔다. 권 작가가 초·중반기 모니터 작업에 주력했다면 최근엔 카메라의 조리개와 셔터스피드의 공간을 조작한 결과물을 선보인다. 특히 ‘프레임’(2023)에선 관객에게 기기를 통해 눈으로 보고 있는 현실 너머의 세상이 존재할 수 있다는 상상력을 불어 넣었다. 권 작가는 “카메라 조리개의 공간을 어떻게 조정하는 지에 따라, 빛을 어떻게 조정 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현상이 우리 눈에 포착되는데 이러한 현상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미디어로 둘러 쌓인 세상에서 이를 ‘뚫는’ 관통의 행위 끝에 우리가 목격한 것은 무엇일까. 권 작가는 “꼭 무언가 ‘쓸모’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매체에 대한 권 작가의 실험 정신이 내디딜 다음 단계가 기대되는 순간이다.

한국과 몽골이 예술로 하나되다…‘몽골리안 루트 2024’ 전시회 [전시리뷰]

“예술의 힘은 언어가 달라도 누구에게나 통할 수 있다는 것 아닐까요.”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와 수원지역 작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작품으로 서로의 뜻을 이해했다. 지난 30일 수원특례시 팔달구의 아트갤러리 라포애에서 열린 ‘몽골리안 루트 2024’ 개막식은 ‘교류의 장’이었다. 언뜻보면 생김새도 비슷한 이들은 국가는 달라도 예술이라는 공통점으로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반갑게 포옹을 나누고 각자의 전통문화를 선물했다. 라포애 갤러리가 주최하고 몽골 국립교육대학과 경기대, 수원문화재단이 후원한 ‘몽골리안 루트전’은 몽골의 수도에 자리한 국립교육대학의 미술학과 교수진 10여명과 경기대 미대 교수 등 한국작가 10여명이 참여한 한-몽 협력전이다. 몽골의 작품을 대거 한국으로 들여오는 과정조차 쉽지 않았던 이번 전시의 출발에는 약 15년 전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한 바트에르덴 몽골인한국유학졸업생협회 회장이 있다. 과거 경기대에서 관광경영학 석·박사를 딴 한국 유학 1세대인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 몽골의 자연환경관광부 국장, 관광공사 사장 등을 지냈다. 한국에서의 소중한 기억을 간직한 그는 누구보다 한-몽간 교류가 계속되길 바라며 끊임없이 양국 교류의 물꼬를 터왔다. 여기에 제자들을 과거 몽골에 교생실습을 보내는 등 몽골에 남다른 관심을 가진 박성현 라포애 대표이사 겸 경기대 명예교수의 뜻이 맞닿았다. 박 대표는 “몽골과 우리는 하나의 뿌리를 가진 동질성을 갖는다”며 “4년 전부터 준비했던 전시인데 코로나로 무산돼 아쉬움이 컸다. 이번 기회를 통해 양국이 문화는 물론 교육 등 전 분야에서 함께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1천여년 전 아시아를 넘어 유럽까지 뻗어나갔던 몽골의 궤적을 현대의 예술로 다시 좇아가는 의미를 담았다. 갈바드라흐 몽골국립교대 미술학과장은 “서양중심의 시선에서 벗어나 한 뿌리의 아시아의 역사를 예술로 풀어내 새롭게 개척하고 계속해서 뻗어나간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몽골국립교대 교수진이 직접 작가로 참여한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들은 몽골의 드넓은 초원 위 말의 모습 등 자연 풍경화와 몽골인의 생활양식을 엿볼 수 있는 전통화, 서양화와 추상화 등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김대진, 이동숙 등 한국 작가들 역시 전통화, 추상화 등을 다채롭게 선보였다. 전시는 3일까지.

100년전의 세상으로 여행을 떠나다…뮤지컬 ‘타임슬립 1919:무명의 소녀들’

수원시청소년뮤지컬단이 3·1절을 소재로 역사의식의 중요성을 담아낸 창작 뮤지컬 ‘타임슬립 1919:무명의 소녀들’을 선보인다. 수원시청소년뮤지컬단은 오는 2일부터 이틀간 수원청소년문화센터 온누리아트홀에서 정기공연 ‘타임슬립 1919:무명의 소녀들’을 진행한다. 1919년을 배경으로 한 이번 창작 뮤지컬은 주인공 ‘나나’가 타임슬립을 통해 과거의 인물 개똥이를 비롯한 백화학당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뮤지컬은 나나와 친구들이 함께 일제강점기 속 독립만세 현장을 생생하게 경험하게 되면서 겪는 모험들을 다채롭게 담고 있다. 특히 뮤지컬단이 그동안 선보였던 공연들엔 아이들의 감성이 배어 있었다면, 이번엔 어른 세대도 진지하게 공감할 수 있는 요소들을 마련했다. 수원청소년문화센터 관계자는 “뮤지컬단 단원들이 학업을 병행하며 바쁜 와중에서도 열심히 공연을 준비해왔다”며 “뮤지컬단이 준비한 감동의 무대에 많은 격려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2015년 10월 창단한 수원시청소년뮤지컬단(예술감독 정유진, 연출 고서형)은 청소년들에게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 및 공연 무대를 지원하고 있다. 정기공연 외에도 찾아가는 공연을 통해 지역사회 문화예술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번 정기 공연은 공연 시작 30분 전부터 입장이 가능하며, 전석 무료다. 수원시청소년뮤지컬단 및 정기 공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수원청소년문화센터로 문의하면 된다.

군포문화재단, 장사익 등 명인과 오케스트라의 협연 '달달한 콘서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악 명인들과 세종국악관현악단 오케스트라의 협연으로 새해 희망찬 출발을 기원하는 공연이 열린다. 군포문화재단이 오는 2월 24일 오후 7시 정월대보름 ‘달달한 콘서트’를 군포문화예술회관 수리홀에서 선보인다. ‘달달한 오케스트라’는 섬세한 곡 해석과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박상우 지휘자와 창단 32년을 맞이한 세종국악관현악단이 함께한다. 특히 올해로 데뷔 30년을 맞은 혼으로 노래하는 시대의 가인 장사익이 ‘찔레꽃’, ‘봄날은 간다’, ‘꽃구경’ 등의 노래를 선보인다. ‘장사익류(流)’로 불리는 독보적 장르를 만들어 낸 그는 국내외에서 ‘장사익의 소리판’ 공연을 쉼 없이 선보였다. 또 대한민국 대표 전통타악 그룹 뿌리패 예술단의 판놀음과 강태홍류 가야금산조의 명인 이문희가 협주한다. 소리꾼 이은비의 ‘액맥이 타령’, ‘흥보가 중 박타령’ 등과 함께 창작국악관현악 신나는 민요곡들로 한바탕 어울리는 무대가 열린다. 군포문화재단 관계자는 “2024년 갑진년과 정월대보름의 의미를 시민들과 나누며 국악 공연을 통해 서로의 안녕과 건강을 기원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자세한 내용은 재단 누리집 등을 통해 확인하면 된다.

현대 도예의 무한한 확장…경기도자미술관 ‘현대도예-오디세이’ [전시리뷰]

일반적인 도자기의 쓰임에서 벗어나 예술의 한 장르로 변화해 온 ‘현대 도예’ 작품들이 한데 모였다. 현대 도예사의 시작과 뿌리가 된 한·미·일 작가들의 작품부터 3차원의 입체 조형까지 다원화된 예술매체로서 점토의 혁신을 살펴볼 수 있다. 경기도자미술관은 현대 도예 231점을 선보이는 소장품상설전 ‘현대도예-오디세이’를 진행중이다. 전시는 ‘흙, 현대도예의 서막’, ‘흙, 물질과 조형 언어’, ‘흙, 현대도예 모색과 탐구’ 등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한국, 미국, 일본의 선구자 작품들을 통해 현대 도예의 형성과정을 보여준다. 한국에서는 1950년대 중반부터 ‘한국적 정체성 구축’과 ‘현대화’가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유근형의 ‘청자버들문매병’, 조소수의 ‘백자포도양각항아리’ 등 전통적인 도자기에서 많이 봤던 항아리 형태와 매병 형태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이후 대학에서 도예 교육을 받고, 유학을 다녀온 2세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도예의 변천을 알린다. 임무근의 ‘하나님의 비밀’, 정담순의 ‘벗어나고 싶은 심정’ 등은 이들 작가들이 유약, 문양 등 표면의 표현변화를 모색하고 현대성을 반영하기 시작한 시기의 작품이다. 미국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뒤 새로운 도예가 출현했다. 현대도예에서는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자유분방한 표현방식이 특징적이다. 뜯기고 찢기고 덩어리감이 느껴지는 입체 작품들이 많이 나타났는데, 피터 볼커스의 ‘펜린’ 등을 통해 ‘추상표현주의’ 도자가 전성기를 이뤘음을 알 수 있다. 일본 역시 쓰임의 기능을 버리고 ‘오브제’ 표현주의로 조형성을 추구한 도자가 발달했다. 2부에서는 ‘물질’과 ‘조형’을 중심으로 흙의 특징이 잘 드러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붉은색의 질퍽한 듯한 원초적 흙의 느낌을 살리고, 작품 구멍에서 빛이 새어나오는 형태의 로손 오예칸의 ‘치유하는 존재’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대표적인 추상 작품으로 평가된다. 또 ‘소통’의 의미를 띤 파이프 형태를 겹겹이 쌓아올려 무게감을 주면서도 하중을 버티는 안정감 있는 형태를 보여주는 토비욘 크바스보의 ‘튜브조형물’, 겹겹이 쌓인 흙을 깨부수며 그 단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유엔소링의 ‘발굴’ 등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의 수상작, 국제 공모전 수상작 등을 살필 수 있다. 3부는 도자예술의 회화적 특성이 돋보이면서도 흙이 아닌 사물 자체인 듯 극사실적으로 표현한 작품이 주를 이룬다. 실제 나무 상자와 두부를 갖다놓은 듯 보이는 아 레온의 ‘두부 인스톨레이션’, 현대사회의 관계, 소통 등을 모티브로 작가 자신을 형상화해 표정과 얼굴의 주름까지 완벽히 재현한 팁 톨랜드의 ‘짜증’ 등이 있다. 특 ‘기(器)’에 초점을 둬 쓰임과 그 이상의 무한한 확장성을 담은 작품, 차도구, 오브제 주전자 컬렉션 등도 한눈에 살필 수 있다. 김지수 경기도자미술관 학예사는 “현대 도예는 탈장르, 융합의 의미를 넘어 도자예술 장르에 근본적 질문을 던지며 또 다른 범주로 확장되고 있다”며 “도자예술의 이해와 특징을 살피고, 내일의 현대도예를 향한 사고의 지평을 여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2027년 1월10일까지.

감성 입은 신기술 콘텐츠, 오산시립미술관 미디어아트 ‘변화와 변환’展

오산문화재단이 오는 3월 24일까지 오산시립미술관 제1~3 전시실에서 ‘변화(change)와 변환(convert)’展을 진행한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화’하는 세상 속 ‘변환’을 주제로 감성을 접목한 신기술 콘텐츠가 주를 이룬 미디어아트 전시다. 관람객은 전시에서 일방적으로 보고 듣는 게 아닌, 관객 참여형 인터랙티브 작품으로 전시에 참여할 수 있다. 아티스트와 함께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느낌을 위해 기계에 감정을 넣어 지나온 추억을 예술로 승화한 것이 핵심이다. 전시엔 김홍년, 노진아, 송창애, 이이남, 이재형, 최종운, 한호 등 총 7명 작가가 참여했다. 송창애 작가의 ‘WATE RODYSSEY’는 물의 파동을 시각화하는 예술체험을 통해 관객들에게 자기 접속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재형 작가는 ‘시간여행’을 통해 공중전화를 예술적 장치로 삼은 인터랙티브 전시로 관람객들에게 50년 전 오산으로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오산시의 과거의 모습을 영상으로 구현했다. 김홍년 작가의 ‘Love fly in osan’은 오산천의 환경을 주제로 내세웠다. 19인치 모니터 30개를 2개실로 나눠 모니터 총 60개와 판화작품 30점을 내걸어 미디어를 활용해 작품의 색다른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특히 미디어아트 작가로 널리 알려진 한호 작가의 ‘Last supper’ 이이남 작가의 ‘병풍시리즈’ 노진아 작가의 ‘불완전 모델’ 최종운 작가의 ‘Beyond the Space’를 다양한 디지털 매체를 통해 만날 수 있다.

강양은 연출 ‘흑백다방’, 25~27일 금천뮤지컬센터서

강양은 청운대 교수(극단 ACTS 대표)연출의 연극 ‘흑백다방’이 오는 25일부터 27일까지 금천뮤지컬센터 무대에 오른다. ‘흑백다방’은 2014년 초연 후 국내를 비롯해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 500회 이상 공연을 올리며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정성호, 윤상호 두 배우의 숨막히는 극적 긴장감이 작품을 이끌어 간다. 심리치유 장소인 흑백다방의 주인 정성호를 찾아온 손님 윤상호. 1980년대 민주화를 울부짖던 시대에 진실이 가려진 어두운 현대사의 억울함, 분노, 아픔의 상처가 직시하고 두 인물 각각의 비극이 공존하며 전개된다. 배우와 스텝은 모두 청운대 졸업생과 재학생이 맡았다. 다방 주인역 한동규, 손님역 조정우·김종성·임정민, 스텝 최지인·조영환·최영림 ·이정훈·김태형·김미르·박태연·장수원·오해성 등이 함께 작품을 만들어간다. 한동규 배우는 ‘제11회 GAF(Glocal Acting Festival) 공연예술제’에서 연극 ‘고사(枯思)’로 서울연극협회 회장상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한 바 있다. 임정민 배우는 웹드라마 ‘끄적끄적’ ‘하이틴에이저’에 출연했으며 김종성 배우는 국립극장 공연 및 넷플릭스 ‘셀러브리티’에서 활약했다. 조정우 배우는 다양한 매체와 연극 등 다방면으로 활동 중이다. 강양은 교수는 GAF에서 ‘고사’로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상 작품상, ‘출발’로 한국연기예술학회 회장상 연출상 등을 수상했다. 영화 ‘전주에서 길을 묻다’에서 주연으로 열연했고, 연극 ‘수덕여관’ 주인공으로 러시아 국제공연예술제에 참여하는 등 교육자 및 배우·연출로도 활동하고 있다. 배우들의 긴박감 있는 호흡과 그들을 통한 우리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감동과 웃음을 즐길 수 있는 ‘흑백다방’은 25~26일 오후 8시, 27일 공연은 오후 3시와 5시에 전석 무료로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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