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초상화에 얽힌 이야기…‘알고 보면 반할 초상’ 外 [신간소개]

■ 알고 보면 반할 초상(이성훈 지음, 태학사 刊) 조선시대 사람들은 초상화를 왜 그렸고, 어떤 용도로 사용했을까? 조선시대 초상화들에 얽혀 있는 다양한 이야기로 당시 정치, 사회, 문화상을 해설하는 책이 출간됐다. 미술사학자인 저자 이성훈은 조선시대 초상화 120점을 분석해 ‘알고 보면 반할 초상’을 펴냈다. 조선시대에 초상화 제작을 의뢰받은 화가는 누구라도 주인공을 단번에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닮게’ 표현했다. “터럭 하나라도 더 많으면 곧 다른 사람이 된다”고 인식해서다. 당시 초상화는 불만을 품은 이에게 도난당하거나 훼손당하는 등 주인공의 ‘대체물’로 인식됐다. 이후 초상화는 따뜻한 질감의 피부색을 표현하는 데 집중되거나, 주인공의 특징적인 면을 의도적으로 과장되게 부각해 정신적인 면을 드러내는 흐름으로 바뀌어갔다. 저자는 먼저 죽은 벗을 떠올려 그린 윤두서의 역작 ‘심득경 초상’, 제자들이 화가를 시켜 몰래 그린 스승의 초상화 ‘윤증 초상’ 등 다양한 초상화에 얽힌 일화와 특징을 풀어냈다. 특히 책에서 다루지 못했지만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초상화 14점을 책 끝에 부록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 성장지향성(존 마일스 지음, 오픈도어북스 刊) 성장은 성공의 전제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끄는 주제다. 시대가 변화하며 성공의 기준이 세분화되긴 했지만, 무엇을 실천해야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답은 여전히 확언하기 어렵다. 성장의 ‘지향점’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과 절차를 알려주는 자기계발서가 출간됐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선정한 50대 기업의 임원 출신인 저자 존 마일스는 이 책이 단순히 성공에 초점을 맞춰 ‘마인드셋’을 내세운 다른 책들과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책은 성장에 집중한 사고방식과 행동 양식을 비롯해 성장의 원리를 망라한다. 오프라 윈프리, 드웨인 존슨, 스티브 잡스, 일론 머스크 등 유명 인사의 사례를 그러모아 성장의 비밀을 설명한다. 특히 인간관계의 생태계를 우호자형, 방해자형으로 나눠 사소하지만 치명적인 주변 존재들에 대한 충고도 덧붙였다. 저자는 철저한 원칙 아래 생각과 행동이 조화를 이룰 때 성장과 성공이 반드시 찾아온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이정표를 제시한다.

치료 까다로운 만성적 질환, 전신홍반성루푸스

대표적 자가면역 질환인 ‘전신 홍반성 루푸스(SLE, Systemic Lupus Erythematosus)’는 만성적으로 지속돼 치료가 까다롭다. 면역 체계가 이상을 일으켜 자기 자신을 공격하며 발생하는 SLE는 악화와 완화를 반복하며 만성적으로 지속되는 질환으로 피할 수는 없지만 관리는 가능하다. SLE의 발병 원인은 유전·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 중 루푸스 환자가 있을 경우 발병 확률이 더 높고 과로나 스트레스, 자외선, 흡연 등이 위험 인자로 꼽힌다. 고혈압 치료제인 하이드랄라진과 부정맥 치료제 프로카인아마이드 등의 일부 약물도 약물 유발 루푸스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증상은 다양하지만 환자의 80~90%에서 얼굴을 비롯, 전신에 피부 발진이 나타난다. 특히 코 위쪽을 중심으로 대칭적인 나비 모양의 발진이 흔한데 관절 이상도 루푸스 환자 4명 중 3명에게서 관찰되는 흔한 증상이며, 힘줄이나 인대 등 관절 주위 조직이 변화하면서 손가락이 심하게 펴지거나 구부러지는 운동성 장애가 오기도 한다. 루푸스가 신장에 영향을 미칠 경우 신부전 및 신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 병이 진행될 때까지 자각 증상이 없어 조기 진단이 어려운 편인데 이외에 심장과 폐, 위장관 등에 염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용혈성 빈혈 ▲혈소판 감소증 등의 혈액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우울증과 불안 등 신경정신병적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진단을 위해서는 혈액 및 소변 검사와 흉부 X-선 촬영, 신장 조직 검사 등을 시행해 볼 수 있지만 특히 자가항체 및 보체 검사가 필요하다. 자가면역 질환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항체들을 측정, 진단 및 질병 경과 파악에 이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초기 증상이 보통 피부 발진이나 관절 증상이다 보니, 환자들이 류마티스 내과가 아닌 다른 진료과를 먼저 방문하는 경우가 많아 조기 진단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치료는 증상에 따라 ▲항말라리아제 ▲진통소염제 ▲부신피질 호르몬(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 등을 사용한다. 신장 문제나 심한 빈혈, 혈소판 감소, 경련 등이 나타나는 중증 루푸스의 경우에는 고용량 부신피질 호르몬이나 강한 면역억제 요법으로 치료하는데 이는 매우 전문적인 치료인 만큼 반드시 류마티스내과 전문의 판단 하에 행해야 한다. 최근에는 생물학적 제제들이 개발되어 B세포 억제제(벨리무맙)나 인터페론 차단제(애니프로루맙) 등의 치료제가 사용되고 있다.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외선 차단, 충분한 휴식, 균형 잡힌 식습관 유지가 경증 루푸스 치료에 도움이 된다. 특히 감기에 걸리거나 세균에 감염되지 않도록 일상생활에서 조심해야 하고 미리 독감, 폐렴, 대상 포진 등에 대한 예방 접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재현 고려대 안산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루푸스는 꾸준히 치료하면 조절 가능한 질환이지만 치료를 받지 않거나 중단할 경우 급격히 악화되고 회복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질환”이라며 “불과 20년 전만 해도 루푸스는 발병 후 5년 생존율이 5%도 되지 않는 아주 치명적인 질환이었지만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는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 됐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경증에서 중증까지 증상과 정도가 매우 다양한 만큼 전문의와 상의해 환자 맞춤형 치료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기도한의사회, 제74회 정기대의원 총회 성료

경기도한의사회는 지난달 27일 수원라마다 호텔에서 제74회 정기대의원 총회를 개최했다고 2일 밝혔다. 이날 총회에는 이용호 도한의사회장 등 도한의사회 임원진과 대의원을 비롯해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 회장, 염태영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수원무), 김용성·박재용·정경자 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등 200여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총회 1부에선 김성욱 도한의사회 대의원총회 의장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이 회장의 인사말, 내빈 축사, 표창패 및 감사패 시상 등이 진행됐다. 먼저 이 회장은 지난해 도한의사회의 사업 성과를 공유하고 올해 추진할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경기도 난임부부 한의약 지원사업의 예산이 지난해보다 약 2억원 증가한 10억200만원인 점을 강조하고, 1차의료에서 한의계의 역할을 확대하는 등의 계획을 밝혔다. 이 회장은 “경기도의료원 6곳 중 의정부병원 1곳만 한의과가 설치돼 있었는데, 최근 파주병원에도 한의과를 설치하기로 결정돼 양·한방 협진 등이 가능해졌다”며 “도한의사회가 학교 주치의 사업, 돌봄 사업 등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경기도만의 롤모델을 만들어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올해는 홍보에 박차를 가해 한의약의 중요성에 대해 널리 알리겠다”고 덧붙였다. 윤 회장은 “도한의사회의 한의약 홍보 사업은 다른 지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며 “난임부부 지원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해준 경기도와 국회의원, 도의원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사법부가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 권한이 있다고 한 판결이 있었다. 양, 한방이 동일한 의료행위를 하고 있는 것에 대해 혈액검사, 소변검사 등 동일한 수단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회원이 먼저, 한의학이 먼저라는 초심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총회 2부에선 감사보고 후 감사 선출의 건, 회칙 개정의 건, 올해 사업계획 및 세입·세출 예산 심의의 건 등이 안건으로 상정돼 논의됐다.

선암산은 왜 무방비로 뒀을까 [이강웅의 수원화성이야기]

의궤에 화성의 국면을 ‘만년의 금성탕지’로 평가하고 있다. 방어하기에 좋고 안전한 화성이란 말이다. 하지만 화성에도 방어에 취약한 곳이 있다. 팔달산 남쪽 능선, 숙지산, 구산, 선암산 등 네 곳이다. 공통점은 화성 성 밖이고, 화성과 가까운 곳이고, 화성 여장 높이보다 높다는 점이다. 화성으로는 눈엣가시 같은 곳이다. 물론 정조도 당시에 이에 대한 대책을 화성 설계에 반영했다. 팔달산 남쪽 능선에는 용도(甬道)를 설치하고 구산과 숙지산에는 돈대를 세웠다. 모두 성 밖에서 매복, 척후, 경보의 역할을 하는 시설물이다. 그런데 단 한 곳 선암산에는 그 어떤 대책도 하지 않았다. 미스터리다. 요즘도 연구가는 선암산과 화성 사이에 용도를 설치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 용도를 설치하지 않았을까. 선암산은 동북공심돈 맞은편 산이다. 창룡문 사거리에 있는 높은 산을 말한다. 성 밖 이곳에 올라서면 화성 내부 전체를 볼 수 있다. 화성 요해처다. 적이 이곳을 점거하면 화성 전체의 허실을 파악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선암산과 화성 사이는 산의 맥이 연결됐지만 능선은 아래로 내려간 후 다시 화성 쪽으로 오르는 지세다. 즉, 둘 사이가 푹 꺼져 있는 형상이다. 용도 설치가 불가한 이유를 살펴보자. 먼저 지형 측면이다. 이런 지형은 용도 입지에 맞지 않는다. 용도의 기본 조건은 용도가 주변보다 높아야 한다. 가능하면 전체가 수평이어야 한다. 한 예로 화성 용도를 보자. 팔달산 용도는 3면이 주변보다 높고 전 구간이 수평이다. 그야말로 용도 터의 정석이다. 용도란 성이 없고, 낮은 담장만 있다. 주변 지형이 한 곳이라도 용도보다 높다면 적이 용도 안을 샅샅이 볼 수 있다. 수평면이 아니고 오르락내리락한다면 올라간 부분에서 낮은 곳을 모두 보게 된다. 매복과 척후라는 기본 기능을 못 한다. 오히려 적의 공격 포인트가 돼 성으로 진입하는 고속도로가 될 뿐이다. 다음은 시공 측면이다. 이런 지형에 용도를 설치하려면 푹 꺼진 지형을 인공적으로 수평으로 만들어야 한다. 방법은 흙을 다져가며 쌓는 것과 돌로 양쪽을 높게 성을 쌓는 방법이다. 당시는 삽, 괭이, 우마차, 인력만을 사용해야 했다. 흙과 돌을 쌓아 산을 만드는 것은 시공과 안전에 적합하지 않다. 용도는 당시 여건으로는 시공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종합하면 지형과 시공성이 용도 기본 요구에 맞지 않았다. 그렇다면 선암산을 적에게 내 주자는 말인가. 아니 화성의 절반을 그냥 포기한단 말인가. 전략가 정조에겐 어림없는 얘기다. 정조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두 가지 대안을 이미 마련해 놓았다. 첫 번째 대안은 동북공심돈 배치다. 선암산 맞은편 화성 동북성에 동북공심돈을 배치했다. 동북공심돈은 남공심돈, 서북공심돈을 지으며 파악한 약점을 보완해 만든 세계에서 가장 현대화된 공심돈이다. 건축 특징은 원돈(圓墩), 중잡(重匝), 성탁지내(城托之內), 세 가지로 압축된다. 원돈은 원통형의 돈이고, 중잡은 벽을 외원과 내원으로 만든 두 겹 구조를 말한다. 성탁지내란 돌출된 인공지반인 치성에 세운 것이 아니라 성안 원지반에 지었다는 의미다. 이런 설계의 목적은 오로지 맞은편 선암산에 대한 맞춤형 방어였다. 하나는, 선암산보다 높아야 했다. 선암산을 점거한 적의 동향을 알기 위해서다. 다른 하나는, 넓은 선암산을 감시하려면 감시 사각지대를 없애야 했다. 이 두 가지를 충족시키려 원지반 위에, 이중 구조로, 원통형 구조로 설계한 것이다. 치성 위 인공지반은 작은 규모만 지을 수 있고 사각형은 사각지대가 반이 넘었다. 높고, 넓고, 둥글고, 튼튼한 구조를 위해 원통형, 이중 벽체, 원지반으로 설계해야 했다. 동북공심돈을 중심으로 동북노대와 동장대를 좌우에 배치했다. 모두 최강의 전력이다. 동장대는 병사 훈련장을 갖춘 대량의 병력이 있는 곳이고 동북노대는 쇠뇌를 쏘는 임무 외에 경보의 역할도 맡겼다. 그래서 동북노대가 화성 치성 중 가장 높게 만들었다. 목표는 선암산 맞대응이었다. 동북공심돈은 정조의 정면돌파 전략이다. 두 번째 대안은 역참 영화역의 설치다. 동북성 밖에 설치했다. 정조는 “동성 밖은 인가가 드물고 광교산과 깊은 계곡이 화성으로 오는 지름길이므로 영화역을 설치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말죽거리 양재역을 옮겨 선암산 아래에 영화역을 설치했다. 준공 1년 전이다. 양재역을 뜯어 옮길 정도면 정조의 화성 사랑을 알 수 있다. 영화역과 선암산 방어가 무슨 연관이 있을까. 역참이 들어서자 모텔, 택시, 유흥 주막, 편의점, 집이 순식간에 생겼다. 뉴타운이 형성된 것이다. 뉴타운은 마을 사람 전체가 자연스레 척후, 정탐, 경보의 역할을 하게 된다. 당시의 전쟁은 적이 화성을 향해 오고 있음을 인지한 상태에서 치르는 형태다. 압록강을 넘고, 동래에 상륙한 후 여러 날이 지나야 화성에 도착하는 형태다. 따라서 당시에는 척후, 정탐, 경보 등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누가 먼저 보느냐의 싸움이다. 이것은 겉에 보이는 직접적 효과다. 정조가 내심 노린 것은 다른 데 있다. 선암산 아래에 뉴타운이 생기면서 선암산은 동네 앞산으로 바뀌었다. 은밀한 침투로에서 은밀함이 사라진 선암산이 됐다. 침투로 기능을 잃었다는 의미다. 은밀한 침투 루트가 번잡하고 개방된 동네 앞산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은밀함의 무력화다. 영화역은 정조의 간접적 우회 전략이다. 정조는 선암산에 용도를 설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안으로 정조는 선암산 맞은편에 대형 동북공심돈을 설치하고 성 밖 선암산 아래에 영화역을 설치했다. 동북공심돈 설치는 선암산 맞대응으로 정면 돌파이고 영화역 설치는 선암산 간접 대응으로 우회 전략이다. 둘의 목표는 화성 두 번째 요해처 선암산의 무력화다.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왜 선암산에 돈대를 세우지 않았을까. 돈대는 공사비, 공사 기간 등 모든 면에서 효율적이다. 여기에는 또 다른 정조의 깊은 뜻이 있다. 그 뜻은 추후로 약속드린다. 오늘은 선암산 무대책에서 정조의 정면 대응과 우회 대응 전략을 엿봤다. 글·사진=이강웅 고건축전문가

“고통받는 자는 복이 있나니”... 살아있는 자들을 위한 위로의 노래 [공연리뷰]

성남시립합창단의 정기연주회가 2월 7일 금요일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김성진의 지휘로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 Op.45’를 연주했으며 소프라노 홍주영, 바리톤 양준모, 성남시립교향악단, 수원시립합창단이 함께했다. ‘고통받는 자는 복이 있나니’ ‘위령미사곡’으로 해석되는 레퀴엠(Requiem)은 죽은 이를 위한 미사곡이다. 가톨릭 교회의 전례에 따라 라틴어 가사가 붙고 입당송(Introitus), 자비송(Kyrie), 거룩하시도다(Santus), 부속가(Sequentia), 하느님의 어린 양(Agnus Dei) 등의 순으로 악장이 나뉘어 연주된다. 2월 7일 성남시립합창단이 노래한 브람스의 ‘Ein Deutsches Requiem(독일 레퀴엠)’은 자신의 평생 스승인 슈만과 어머니를 비슷한 시기에 잃고 슬픔에 잠겨 쓴 작품으로 1859년부터 10여년에 걸쳐 완성한 역작이다. 미사 전례에 따른 레퀴엠이 아닌 브람스 자신이 발췌한 성경 구절을 조합했으며 종교는 없었지만 신교에 영향을 받은 브람스였기에 라틴어가 아닌 자신의 모국어 독일어 가사를 붙였다. 보통의 레퀴엠이 ‘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Requiem aeternam donna eis, Domie)’, 즉 세상을 떠난 이의 넋을 위한 기도로 시작하는 반면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은 ‘행복하여라, 슬퍼하는 사람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마태 5,4)’로 시작해 ‘살아있는 자들을 위한 위로의 노래’라는 부제가 붙기도 한다. 총 7장으로 구성된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 중 ‘제1곡: 합창’은 ‘찬가(Hymn)’ 그 자체였다. 가사 내용을 모르는 사람도 ‘다 괜찮다, 지나간다’는 위로를 느낄 만한 정제된 합창의 진수였다. 오케스트라의 낮은 음역을 담당하는 현악 파트의 더블베이스, 첼로, 비올라와 금관악기의 튜바 및 트롬본, 목관악기의 바순 등이 최소한의 선율을 연주했고 인간의 목소리로 ‘고통받는 자는 복이 있나니’(Selig sind, die da Leid tragen)의 메시지를 전했다. 영혼을 위로하는 목소리 이날 솔리스트로 무대에 선 소프라노 홍주영과 바리톤 양준모는 각각 제5곡과 3, 6곡을 노래했다. 바리톤 양준모는 독일 레퀴엠 무대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협연자 중 한 명으로 제3장 “주님, 제 끝을 알려 주소서. 제가 살 날이 얼마인지 알려 주소서”의 절절함을 영락없이 소화해냈다. 단, 독일 레퀴엠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3장에서 솔리스트와 합창이 만나 시너지가 폭발할 것을 예상했으나 서로 주춤거리는 인상이 아쉬웠다. 반면 6곡에서 등장한 바리톤 솔로와 합창은 ‘땅 위에는 우리를 위한 영원한 도성이 없음’을 ‘앞으로 올 도성을 찾고 있음’을 교대로 주고받으며 살아남은 자의 슬픔과 위로받고 싶은 마음 뒤에 우리 모두에게 올 죽음에 대한 의연함을 균형감 있게 노래했다.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화려한 솔리스트가 무대 앞을 지키고 있었지만 이날 84명의 합창단이 뿜어내는 음색의 일체감과 화려함, 섬세함과 웅장함은 그 모든 것을 압도할 만큼 아름다웠다. 브람스가 직접 편곡한 ‘피아노 듀엣과 합창을 위한’ 독일 레퀴엠이 존재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살아있는 자의 슬픔을 덮고 고생 끝에 안식을 누리고 있을 영혼을 위로하는 것은 목소리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이색 체험 속 되새기는 3·1절의 역사

지금으로부터 106년 전인 1919년, 혹독한 겨울을 지나 봄을 맞이하는 3월의 첫날 우리 민족은 일제의 무단통치와 식민지 체계에 항거하며 거리로 뛰쳐나왔다. 민족 대표 33인의 독립선언을 시작으로 우리의 독립 의사를 세계에 알린 3·1운동은 수개월간 지속되며 종로의 탑골공원에서 전국 팔도, 국외로까지 확산됐고 어린 아이부터 어른, 학생과 교사, 농민과 노동자를 비롯한 전 계층이 함께했다. 이러한 민족해방운동을 기념하며 3·1절은 한국의 5대 국경일 중 하나가 됐다. 올해는 광복 80주년이라는 보다 뜻깊은 해를 맞이한 만큼 이날을 특별하게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온 가족이 목청껏 ‘만세’를 외치는 이색 체험부터 독립운동가가 되어 ‘비밀작전’을 수행하는 임무를 맡아보는 등 즐거운 하루를 보내다 보면 역사의 의미도 자연스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경기도 곳곳에서 펼쳐지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 경기도어린이박물관, 목판 태극기 들고 외쳐보는 ‘만세’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군중이 만세운동에 참여한 지역으로 1919년 3~4월 두 달간 225회의 시위가 진행될 만큼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모두가 몸을 바쳐 싸워왔다. 경기문화재단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은 3월1일부터 3일까지 어린이들이 민족해방운동에 대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체험 행사 ‘우리 함께 외치는 대한독립만세!’를 운영한다. 박물관은 3·1운동 당시 태극기 목판으로 만든 태극기를 대량 보급해 만세 운동을 진행했던 사실에서 착안해 참여자들이 태극기 목판으로 직접 한지에 인쇄하는 체험을 진행한다. 어린이들은 목판화로 제작한 태극기를 들고 포토존 등에서 촬영하며 그날을 지속하여 기억할 수 있다. ■ 전곡선사박물관, “그날의 함성을 재현한다” 전곡선사박물관이 자리한 경기 북부는 항일 의병 활동이 활발히 일어났던 곳으로 백학 두일리 장터에선 1919년 3월21일에 연천 지역의 첫 만세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경기문화재단 전곡선사박물관은 3월1일부터 3일까지 이러한 정신을 이어가고자 온 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교육 행사 ‘도전! 2천만의 함성’을 마련했다. 이 기간에 박물관에선 3가지의 체험을 즐길 수 있다. 먼저 ‘도전! 2천만의 함성’은 대한의 독립을 목 놓아 외쳤던 삼일운동을 느낄 수 있도록 특정 데시벨에 이르기까지 가족과 함께 ‘만세’를 외치는 프로그램이다. 나이별 일정 수치 이상에 도달하면 다양한 박물관 문화상품도 부여된다. 이밖에 ‘막집에 그리는 독립운동’ 프로그램에선 선사시대 사람들이 살았던 막집 위에 태극기를 비롯한 다양한 삼일절 문양을 새기는 체험을 즐길 수 있고, ‘태극기 만들기’ 프로그램에선 가족이 함께 태극기를 만드는 경험을 할 수 있다. ■ 수원박물관, “김세환 선생부터 기생 이끈 김향화까지” 수원의 3·1운동은 1919년 3월1일 화홍문 방화수류정에서 출발했다. 민족 대표 48인 가운데 한 명인 김세환(1888~1945) 선생을 필두로, 교사와 학생, 종교인들이 중심이 돼 만세운동을 했다. 4월까지 20여 차례에 걸쳐 수원 전 지역에 ‘대한독립만세!’ 함성이 울려 퍼졌다. 특히 수원에선 종교인, 유학자, 농민, 학생, 상인, 기생까지 다양한 계층이 함께했는데 조직적인 항거로 이어지며 일제의 지배 기구였던 면사무소와 주재소를 파괴하고, 온갖 악행을 일삼던 일본 순사들을 처단하기도 했다. 수원박물관은 이러한 수원 사람들의 항거를 재조명하는 특별 기획전 ‘항거, 수원 1919’를 3월1일부터 6월29일까지 개최한다. 수원의 3·1 운동 함성과 전개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개도와 ▲3월1일 방화수류정 만세운동 ▲3월28일 송산면 사강리 만세운동 ▲3월29일 수원면 수원 기생 만세운동 ▲4월3일 우정·장안면 만세운동 ▲4월15일 제암리·고주리 학살 사건에 관한 사진과 유물 40여 점을 전시한다. ■ 김포시독립운동기념관, 3가지 전시로 되새기는 과거 일제강점기에 경서지방의 대표 장터였던 양촌면(현 양촌읍)은 오라니장과 월곶면 군하리 장터에서 3.1만세운동을 조직적으로 벌이는 등 자랑스러운 역사를 안고 있다. 이를 기념하며 세워진 김포시독립운동기념관은 애국지사의 정신을 기리고 청소년에게 민족의 얼과 지역의 역사에 대한 바른 이해를 돕는다는 의미가 있다. 김포시독립운동기념관에서는 ▲상설전 ‘김포에 울려 퍼진 독립의 함성’ ▲특별기획전 ‘1920 독립전쟁의 해’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순회전시 ‘기억상자’ 등 전시와 다양한 체험을 마련했다. 상설전시실에서는 김포의 애국 계몽 활동, 의병 활동 및 3.1운동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또 3월1일부터 4월27일까지 만나볼 수 있는 이동형 전시콘텐츠 ‘기억상자’는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의 순회전시로 기념관에선 김포 출신 대한민국임시정부 인물 심영택 선생에 관한 내용이 함께 소개된다. 특히 기념관은 올해 상설 전시 연계 모바일 활동지 ‘비밀작전, 3.23’을 처음 선보이며 색다른 체험을 제공한다. ‘비밀작전 3.23’은 김포를 배경으로, 주인공(참여자)이 비밀리에 태극기를 제작하고 만세운동을 전개하는 내용이다. 청소년 관람객들은 전시를 관람하고 임무를 수행해 가며 지역의 역사를 흥미롭게 배워갈 수 있다. 이밖에 무궁화 자개 열쇠고리와 손거울, 태극 팽이와 목걸이, 페이스페인팅, 나랑사랑에코벡 나만의보틀만들기등 총 8종의 체험과 메타버스 가상 전시를 즐겨볼 수 있다.

수원미술협회, 김대준 제23대 회장 취임…“미술과 사회 연결할 것”

김대준 ㈔한국미술협회 수원지부 제23대 회장이 수원미술협회 신임회장으로 공식 취임하며 미술이 지역 사회와 연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국미술협회 수원지부(이하 수원미술협회)는 지난 26일 팔달문화센터 대강당에서 이재준 수원특례시장, 오영균 수원문화재단 대표이사, 오현규 수원예총 회장을 비롯해 협회 임원진과 회원 등 총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22‧23대 회장 이‧취임식 행사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수원 미술인의 가치, 수원의 미래’라는 슬로건으로 시작한 이날 행사에서는 제22대 이동숙 회장에 대한 감사패가 전달됐다. 이 전 회장의 이임사에 이어 김대준 신임 회장의 취임식이 진행됐다. 김대준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미술협회는 예술가들의 창작을 지원하고, 시민의 문화예술 향유를 비롯한 미술과 사회의 긴밀한 연결을 도모하는 조직”이라며 “회원들과 함께 수원미술협회의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다짐을 전했다. 지난달 15일 수원미술협회 임원선출총회에서 당선된 김 회장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과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예술뿐 아니라 행정 및 정책 분야에서도 풍부한 경험을 쌓아왔다. 김 회장은 수원미술협회 이사로 활동하며 미술인 지원 사업을 추진해왔다. 또 법정단체 소상공인연합회 사무총장, 국민연금개혁위원회 및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등 다양한 공공정책 활동을 수행하며 행정과 조직 운영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 회장은 회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소통 시스템을 마련, 투명한 재정 운영과 민간 교류 확대, 수원시와의 거버넌스를 통한 지역 예술 정책 참여를 확대할 예정이다. 또 국내·외 교류전을 활성화 및 정기 전시회 확대 등 보다 다양한 창작 및 전시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넥스트 AI 비즈니스, 최은수 대표가 자신한 "새로운 부 실용 지침서"

AI(인공지능) 기술이 새로운 경제 질서를 만들고 있다. 새로운 경제 질서는 언제나 새로운 부 창출의 기회가 됐다. 도서 ‘넥스트 AI 비즈니스’(지은이 최은수)는 글로벌 시장에서 AI 기술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또 AI를 통해 새로운 부의 창출이 현실 되는지 해답을 알려주고 있다. ▲ CES 2025 빅 트렌드와 국가 정책 속에서 발견하는 새로운 기회 보스턴컨설팅그룹이 발표한 ‘AI 성숙도 매트릭스’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미국 · 중국 · 영국 · 싱가포르 등이 포함된 AI 선도 국가 대열에는 끼지 못한다. AI 운영 환경 측면에서는 35위로 매우 낮은 평가를 받았으며, 인재와 GPU 확보 측면에서도 글로벌 비주류에 해당한다. 반도체와 자동차 등 전통 제조업에서 탈피하지 못한 채 AI 혁신에 재빨리 대응하지 못하면서 파괴적 혁신의 고삐를 놓아버린 탓이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격차를 좁혀나가야 한다. 미래 기술 전쟁의 패자가 되지 않으려면 개인과 기업 모두 AI 전사가 되어야 하며, 국가는 정책과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오늘날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AI를 활용한 창조적 혁신의 기회를 찾을 다양한 방법과 분야별 투자 포인트까지 제시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CES 2025 혁신상 심사위원인 저자가 꼽은 AI의 핵심 트렌드가 비즈니스 생태계 및 제품에 구현되어 가공할 만한 경쟁력이 된 사례를 설명한 부분이다. 또한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산업 AI 확산을 위한 10대 과제’의 핵심을 분석한 부분도 눈여겨봐야 한다. 선도 프로젝트인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육성과 전력 인프라 확장 그리고 AI 에이전트와 피지컬 AI의 구현 및 활용에 관한 세부 과제도 공개했다. 해당 내용은 향후 정부가 관련 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정책으로 구체화할 내용으로, 해당 분야의 비즈니스를 하고 있거나 투자를 원한다면 반드시 숙지해야 할 내용이다. ▲ AI 비즈니스의 미래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가장 실용적인 지침서 AI 기술은 신생 회사에 비즈니스 확장의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직원 130여 명의 스타트업 ‘피겨 AI’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고객사에 인도하면서 테슬라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경쟁자가 되었다. 국내 스타트업들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며 주목받고 있다. 드론의 완전 무인화가 가능한 차세대 드론 시스템으로 CES 최고 혁신상을 수상한 자율비행 드론 스타트업 ‘니어스랩’,《타임》선정 2024년 세계 최고 에듀테크 기업으로 선정된 ‘매스프레소’, 의료 영상 판독 AI 기업 ‘루닛’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넥스트 AI 비즈니스’에는 이같은 기업들의 현황을 면밀히 분석해낸 케이스 스터디북이다. 또한, AI가 산업 간 경계를 허물고 시장이 원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과 사회의 각종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까지 상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 제조업과 유통, 바이오와 의료, 우주와 로봇 등 산업별 맞춤형 케이스 스터디북 해당 도서에는 총 여섯 개의 장에 걸쳐 AI가 개인의 삶과 기업의 경영 그리고 국가 시스템의 진화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지 설명하고 있다. 1장은 디지털 전환에 이은 AI로의 전환이 우리의 일상에 어떤 혁명을 일으키고 있는지, 2장과 3장에서는 비즈니스 생태계의 혁신과 AI 신기술의 적용, AI를 통한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의 혁신 등이 담겼다. 이어 4장은 AI가 공교육 및 기업의 인재 발굴과 양성 과정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5장은 국가 인프라 구축에서 AI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마지막 6장은 AI가 그려낼 미래상 등을 설명한다. 지은이 최은수 대표는 MBN 보도국장‧본부장을 거쳐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aSSIST) AI 석학교수를 역임했다. 국내 1호 데이터거래소인 KDX 한국데이터거래소의 창업자이자, 현재 AI 영상 분석 전문기업 인텔리빅스 대표이사로 활동하며, AI 기술을 활용한 안전 및 보안 모델 설계와 생성형 AI(VLM) 기반 영상 분석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무명의병' 가치 찾는 여정... 시민 중심 ‘경기 의병’, 민주의식의 시작

경기문화재단 경기역사문화유산원이 경기도 무명의병의 가치를 발굴·확산하기 위해 마련한 역사문화 강좌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경기역사문화유산원은 지난 26일 재단 강의실에서 ‘강산의 의로운 장부들: 대한제국기 경기도 무명의병은 누구인가’ 강좌의 세 번째 순서로 ‘경기의병의 항일현장에서 미래를 만나다’를 열었다. 경기도가 추진하는 ‘경기도 무명의병 기념사업’ 중 하나로 마련된 이번 강의에선 김명섭 단국대 동양학연구원 초빙교수가 강의자로 나서 경기도 의병의 활동을 시기별로 짚고, 해외 사례를 통해 경기도 무명의병 추모·기념 방안에 대한 이정표를 제시했다. 이날 강의에서 김 교수는 한말 경기의병의 탄생이 1895년 ‘명성황후 시해 사건’, ‘단발령’에서 비롯된 점을 짚었다. 이후 경기도에선 1896년 1월1일 김하락이 이천에서 의병을 조직, 같은 달 18일 ‘광현전투’에서 일본군에 맞서 처음으로 승리한 점을 강조했다. 이후 경기의병은 남한산성으로 이동해 다른 지역에서 온 의병들과 연합의진을 형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1904년 러일전쟁 시기 경기의병은 안성, 용인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당시 용인에서 활동한 이인응은 “갑오 이후로 외해가 날로 심해져 우충소격에 신민의 의를 펴고자” 의병을 조직했다. 전쟁을 거치며 의병 400여명은 칠장사에 주둔하기도 했는데 김 교수는 1905~1906년 당시 황성신문 기사를 자료로 들어 설명을 이어갔다. 이후 경기의병의 활동은 1907년 고종이 퇴위하고, 군대가 강제 해산되면서 절정을 맞이했다. 김 교수는 이 시기부터 여성과 농민, 평민이 등장해 의병활동이 이어진 점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군대 강제 해산 후 평민들이 등장하면서 시민이 중심이 된 의병활동이 시작됐다”며 “이때 우리나라 민주의식, 자유의식, 시민의식이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3차 의병활동에 들어서며 부대가 50여명 등 소규모 단위로 움직이고,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면서 기동력도 강해졌다”고 덧붙였다. 이날 강의에선 그동안 조명되지 않았던 다양한 의병장들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농상공부 주사로 관직을 지낸 공무원 출신의 양평 의병장 ‘임옥여’, 광주 유생 ‘남상목’, 해적 의병 ‘정주원’, 여성 의병장 ‘윤희순’ 등이다. 특히 양주 출신의 여성 의병장 윤희순은 ‘병정의 노래’, ‘안사람 의병가노래’ 등 의병가사 17편을 작사했는데 강의에선 이들 노래 가사를 낭독하며 경기의병이 꿈꿨던 미래와 가치를 되새기기도 했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영국 웨스터민스터 사원, 프랑스 개선문, 러시아 알렉산드로프 공원,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 폴란드 바르샤바 샤스키 공원 등 전 세계 12개국에 조성된 ‘무명용사의 묘’를 소개하며, 경기도 무명의병을 기억·추모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경기도 의병들이 꿈꿨던 백성의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공동체를 위해 수많은 사람이 희생했지만 경기도엔 무명의병을 기리는 곳이 한 군데도 없다”며 “경기도가 무명의병을 기리기 위해 ‘추모비’ 건립 등을 해 의병정신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오래 전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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