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

이달 초 해외 출장을 다녀오며 비행기에서 읽은 책 제목이다. 여느 책과 비슷한 내용으로 퇴직 후의 삶이나 연금 등 노후설계 관련 책 인줄 알고 별 관심 없이 책장을 넘겨 읽어보는데 3백여 페이지에 이르는 책을 금방 읽게 되었다. 요즘 들어 나이가 드는 것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필자에게는 아주 새로운 느낌을 주어서 독자들과 같이 나누어 보고 싶은 마음에 소개해 보고자 한다. 저자는 우리가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겪게 되는 네 단계의 연령기를 다음과 같이 구분하였다. 퍼스트 에이지는 배움을 위한 단계로, 태어나서 학창시절까지의 시기를 포함한다. 이 시기는 학습을 통하여 기본적인 성장이 이뤄지는데 주로 10대에서 20대 초반까지가 이에 해당된다. 세컨드 에이지는 일과 가정을 위한 단계로 직업을 갖게 되고 가정을 이루는 20·30대의 시기가 이 연령대에 해당된다. 인생의 네 단계 중 가장 긴 기간을 차지하는 서드 에이지는 40대에서 70대 중후반의 시기로서 확연히 업그레이드된 2차 성장을 통해 자기실현을 추구해 가는 단계로 우리 생애 중간쯤의 시기이다. 마지막으로 제4연령기는 노화의 단계로 이 때의 목표는 나이 들수록 젊게 사는 것, 최대한 오래 살다가 젊게 죽는 것이라 한다. 요즈음 우리 사회는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노후 대책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의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7년 전체 인구 중 40세 이상 인구비율은 43%이며, 2010년에는 46%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은퇴 후의 경제적 대비책에 온 신경을 쏟고 있는 이때에 이 책에서는 심리적 측면과 삶의 방식 측면에서도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마흔 이후 30년에 해당하는 서드 에이지가 청년기 못지않은 가치를 지녔음을 일깨워 주면서 나이 들어 늙어가는 것을 두려워만 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상실감을 딛고 정서적 성숙함과 심리적 안정감을 위한 준비 또한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는 충고를 하면서,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었던 마흔 이후의 삶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주고 있다. 지금 우리가 서드 에이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부모 세대와는 달리 장수 혁명으로 얻은 30년의 수명 보너스가 주어진 상황에서, 마흔 이후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떤 삶의 방식으로 임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최종적인 삶의 질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2차 성장은 창조적 에너지에 더해 역설과 모순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데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6가지의 원칙을 제안하고 있다. 첫째, 중년의 정체성 확립하기. 둘째, 일과 여가활동의 조화. 셋째, 자신에 대한 배려와 타인에 대한 배려의 조화, 넷째, 용감한 현실주의와 낙관주의의 조화. 다섯째, 진지한 성찰과 과감한 실행의 조화. 여섯째, 개인의 자유와 타인과의 친밀한 관계의 조화로서 언뜻 보면 서로 대립되어 동시에 실행할 수 없을 듯 보이는 역설적인 각각의 두 요소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는 것이 마흔 이후 새로운 삶을 위한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2차 성장을 해 나가는 사람들은 자신이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는 구식 패러다임에 사로잡혀 자신의 삶의 속도를 떨어뜨릴 것이 아니라, 자기 내면의 청년을 깨워서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가는 일, 즉 경험에서 나오는 원숙함과 자신감, 낙관주의와 유머감각으로 무장한 40대 이후의 젊은 중년들은 20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자기만족을 갖게 될 것이다. 자, 우리 젊은 그대! 나이 들어감의 신화를 깨뜨리고 죽어가는 과정이 아닌 창조적인 과정 속에서 자신의 삶 뿐만이 아니라 우리 주위 사람들의 삶까지 비옥하게 만들 수 있는 쓸 만한 사람들이 되어 보자. 우리의 계획을 실행으로 옮겼을 때 우리의 나머지 인생은 행복으로 가득 찰 것이다.

쇠고기 문제에 대한 또 다른 생각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연일 온 나라가 시끄럽다. 더구나 이것이 한미 FTA의 국회 비준이 이뤄지지 않는 빌미가 되고 있어서 안타까울 뿐이다. 여기에서 기존에 제기되었던 30개월 이상의 소에서 나온 쇠고기, 위험 부위 등에 대해 다시 왈가왈부할 생각도 없고, 과학적 근거를 논할 생각도 없다. 그래서 일부러 광우병이란 말도 삼갔다. 과학적 근거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할뿐더러 밀가루로 만든 약이라도 약이라고 생각하고 먹으면 일정한 효과가 난다는 플라세보 효과라는 것도 있으니까 현재의 쇠고기 문제에 대한 태도가 과학적인 것인지를 논할 생각도 없다. 마치 만두 파동, 닭고기 파동 때처럼 이 문제는 아마도 일정한 시간이 지나야 진정될 것 같다. 다만 소비자로서 쇠고기 문제에 대해 떠오른 한 또 다른 생각이 있어서 언급하려고 한다. 그것은 바로 더 세분화된 시장의 진전이다. E-마트에 매장을 마칠 무렵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것을 보고 놀란 일이 있다. 알고 봤더니 신선도가 생명인 생선과 같은 상품들을 다른 시간보다 더 싸게 처분하기 때문이었다. 많은 주부들이 일부러 이때를 기다려 장을 보러 왔던 것이다. 이와 비슷한 일은 다른 곳에서도 일어난다. 유통기한이 하루 이틀 밖에 남지 않은 식품만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곳도 있다. 이런 현상은 달걀의 유통에서도 나타난다. 품질이 다르지만 서로 섞여 있고 값이 똑같은 달걀들을 파는 경우, 사람들이 와서 일단 눈으로 식별할 수 있는 더 좋은 품질의 달걀을 골라가기 때문에 품질이 떨어지는 달걀은 더 긴 기간 동안 재고로 남는다. 물론 쉽게 식별되지 않는 좋은 특성의 달걀이 이런 달걀들 속에 있으면 제 값을 받기 어렵다. 그런데 달걀의 품질을 구별해 주는 제도를 시행하자 등급이 떨어지는 싼 달걀도 더 값이 싸다는 매력을 안고 있어 팔리는 속도가 빨라졌다. 유정란 등 식별이 어려운 달걀들의 좋은 특성도 제 값을 받기 위해 이런 정보를 앞세운 새로운 브랜드로 출시된다. 그렇다면 쇠고기 문제도 이런 방식으로 풀어갈 수 있지 않을까? 소비자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쇠고기에 대한 정보에 목말라 있고 이의 부족으로 단순히 수입산 뿐 아니라 국내산 쇠고기 수요를 줄이고 있다. 소비자들이 정확한 정보를 알았더라면 장을 봐와서 식탁에 올랐겠지만 실제로는 장바구니 속에 들어가지 못한 쇠고기가 많았을 것이다. 정보의 부족으로 거래 기회가 사라진 것은 아쉬운 일이다. 안전을 최우선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안전하다고 믿는 부위나 연령대의 것은 좀 더 높은 가격에 사고, 그런 발생가능성이 별로 높지 않는 위험 정도는 감수하고 오히려 이를 값싸게 쇠고기를 즐길 기회라고 여기는 사람들은 더 값싸게 쇠고기를 즐길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산이라는 것은 단순히 물리적 속성을 지닌 것의 생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컴퓨터에 어떤 소프트웨어가 들어가 있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듯이, 물리적으로 똑같은 쇠고기라도 그 쇠고기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드러난 것은 더 비쌀 수 있다. 이처럼 이런 정보의 생산에는 일정한 비용이 들지만 이것이 쇠고기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를 회복하여 쇠고기 문제를 풀고 더 나아가 쇠고기 시장을 발전시키는 길이 아닐까? 만약 생산과 유통과정에서 정보가 왜곡될 가능성을 소비자들이 의심한다면, 이런 분야야 말로 축산농가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방식이 유망한 정보생산 방식이 될 수 있다. 축산분야 기업가들의 혁신을 기대해 본다. 아울러 쇠고기 수입문제의 빌미가 일정 부분 정부에도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정부의 관심도 있었으면 한다. 우리나라의 축산업은 특히 돼지고기는 수입 개방에 부위별 등급별 판매 등을 도입해 성공적으로 대응한 바 있다. 이번 쇠고기 문제가 우리 축산업이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은 어른의 스승

오늘 문득 꽤나 오래 전에 만났던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가 떠오른다. 외국의 한 명문고등학교를 무대로 입시위주 교육 속에서 꿈을 잃은 채 서서히 박제화 되어가는, 서서히 시들어 죽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개성과 꿈과 희망과 인간성이 실종되어 버린 ‘죽은 교육’의 장면들이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 ‘현재의 삶을 즐겨라’ 라는 의미의 ‘카르페 디엠’을 외치며 새로 부임하여 아이들의 삶의 선장이 되어 주려 했던 키팅 선생님의 ‘아이들 살리기 교육 감동 신화’가 인상적이었다. 입시교육의 늪에 빠져 허우적이는 아이들의 가련함이 어디 비단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 속 뿐이랴? 공부가, 성적이, 일류 대학 입학이, 모든 것의 면죄부가 되어 버린 우리의 교육 현실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시들어 가고 죽어가는 모습은 어떠하던가? 0교시 수업에서부터 늦은 밤까지의 보충학습에 찌들대로 찌들어 버린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마치 ‘난장이 통에 갇힌 거인’의 어이없는 허둥거림처럼 다가오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철저하게 재단된 교육의 틀 내에서 비대해진 그들의 외양을 옥조이며 초라한 영혼을 억지스럽게 담아내고 있는 그 아이들의 모습이 왜 하필 가정의 달 화려한 계절 5월에 ‘아픔’으로 다가오는 것일까? 아이들이 ‘참 인간’으로 부활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들의 찢겨진 꿈과 희망과 야망과 젊음과 싱그러움이 다시 훨훨 하늘을 향해 비상하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 ‘Boys! Be Ambitious(청년들이여 꿈을 키워라)’고 했던가? 꿈이 없는 인간처럼 비참하고 슬픈 존재는 없다고 했던 가? 우리 기성세대들의 한스러운 세속적 욕망과 거품스러운 기대가 이들 순수한 영혼의 청소년들을 한낱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속의 자동화된 공정품처럼 물량화해 버린 것은 아닐런지? 이제 그들에게 잊혀진 ‘청소년의 계절’을 돌려주어야 한다. 그들의 밝은 미소와 발랄한 생생함이 살아 숨쉴 수 있게 우리 어른들이 도와주어야 한다. 그들의 통통한 볼살이 붉으레 다시 피돌이를 시작할 수 있도록 생명을 주어야 한다. 그리하여 그들이 미래 시대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그들에게 ‘힘과 용기’를 ‘교육이란 이름’으로 실어 주어야 한다. 아이들은 어른의 거울이라 했던가? 아이들은 어른의 스승이라 했던가? 연일 신문의 헤드라인을 수치스럽게 장식하고 있는 어른들의 수치스러운 군상들이 오늘따라 유난히 컴컴하게 느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탁해진 세상 속에서 아직은 순수한, 아직은 덜 망가진 그 아이들에게서 우리 어른들의 참 스승을 발견하고 싶다. 아이들이 우리에게 스승이 될 수 있는 세상이 아직은 남아있기를 기대한다. ‘세살 먹은 아이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는 우리네 옛 속담을 떠올리며 그들의 남아있는 순수함과 열정과 사랑을 마음 속 깊이 담아내고 싶다. 아동문학가이자 이 시대의 큰 스승이신 이오덕 선생님의 ‘제자들이야 말로 내겐 가장 큰 스승이었다’라는 가르침이 오늘따라 가슴 깊이 저며온다.

농촌 소규모 학교를 위한 찬가 (上)

학부모 권모씨(36)는 얼마전 둘째 아이를 도시 학교에서 다시 집 가까이 농촌 학교로 전학시켜야만 했다. 거리도 거리려니와, 도시 학교가 농촌 학교보다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도시 학교로 입학시킨 둘째 아이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금은 자신감도 생겼다.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고, 학업성적도 좋다. 권씨의 마음을 놓이게 하는 건 농촌의 소규모 학교이지만 학생들을 위해 갖가지 정책들을 펴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방과후학교 운영이다. 현재 방과후학교가 운영하는 프로그램들은 컴퓨터, 그리기, 한자, 논술, 풍선아트 등 다양하고 학생들이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다. 새 학기에는 사물놀이와 영어 등 몇개 프로그램들을 더 신설할 예정이다. 모두가 무료이다. 원래는 수익자 부담원칙에 의해 수강료를 내야 하지만 학교측이 파격적으로 지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권씨는 농촌 소규모 학교에 다녀도 아이 장래에 대해 변함없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농촌 학생수가 줄고 있다. 학교 문을 닫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고민하는 학교들도 늘고 있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실제로 많은 학교가 통·폐합되기도 했다. 그러나 농촌 소규모 학교라고 반드시 문을 닫는 학교만 있는 건 아니다. ‘돌아오는 농촌학교’ 프로그램을 내실 있게 운영해 학생수가 늘고 학교 경영이 정상 궤도에 오른 학교들도 적지 않다. 비록 소규모이긴 하지만 농촌에 학교가 존재함으로써 담당하게 되는 교육적 역할과 기능 이외에 문화·사회·지역적 역할과 기능 등은 중차대하다. 이런 이유로 농촌 소규모 학교 통·폐합에 반대하는 목소리들도 점차 힘을 얻고 있다. 따라서 여건이 비슷한 학교들도 이들 학교들을 벤치마킹, 교육환경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농촌 학교라고 모두 교육환경이 열악하다고 생각하면 잘못이다. 지금 농촌 소규모 학교는 급격한 변화의 한 가운데 서있다. 도서실과 과학실 등은 기본적으로 정비된데다 원어민 영어강사를 채용하는 등 도시 학교 못잖은 교육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지역 특수성을 살려 농촌유학 프로그램과 자연생태교실 운영, 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한 계절 학교 개설 등을 시행하는 학교들도 갈수록 늘고 있다. 일부 학교는 유기농 급식 제공으로 눈길을 끌기도 한다. 물론 지역적 특성 및 여러 여건으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일부 학교들도 있다는 현실을 부인할 순 없다. 그러나 농촌의 수많은 소규모 학교들이 보다 나은 교육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오늘도 경쟁적으로 바쁘게 뛰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기 바란다. 이것이 오늘의 농촌 소규모 학교들의 현주소이다. 도시 학교가 갖는 장점도 당연히 많지만 농촌 소규모 학교가 갖는 장점 또한 만만찮다. 최근 들어 자연환경 체험이나 바른 심성을 길러줄 수 있는 교육여건을 갖춘 학교를 찾아 자녀를 전학시키는 학부모들이 많아지고 있다. 농촌 소규모 학교에는 이른바 ‘왕따’가 없다. 아이들의 표정이 모두 밝다. 선생님과 학생들이 한 가족 같다. 학생이 몇명 되지 않으니 선생님들이 전교생의 성격이나 이름, 특성, 가정형편, 소질, 능력 등을 세세하게 다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학생 특성에 맞는 맞춤형 개별지도도 가능하다. 학생들 또한 전교생이 친형제처럼 생활한다. 모름지기 전인 교육이 가능한 교육공간이란 확신을 갖게 하는 것이다. 유길상 道교육정보연구원 교수학습지원부장

행정개혁 성공사례 - 안산 24시 주민센터

노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의 공공도서관에서 다른 지역의 공공도서관에 비해 큰 활자의 책들이 많이 발견된다면, 이는 공공도서관 운영자들이 주민들의 필요에 잘 반응한다는 뜻이다. 맞벌이 부부가 많은 지역에서 일과 시간 이후에도 등·초본과 인감증명서 등 필요한 서류를 뗄 수 있다면 이 역시 주민들의 필요에 잘 반응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앞의 사례는 미국 뉴저지 주의 공공도서관의 사례이며, 뒤의 사례는 안산시의 사례다. 공공서비스 공급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주민들의 필요에 잘 반응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일반 재화나 서비스의 경우 시장에서는 기업들이 사람들의 필요를 남보다 먼저 잘 발견하거나 혹은 이미 발견된 필요에 대해 더 좋은 조건으로 공급해줄수록 득이 되므로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사람들의 필요는 충족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공공서비스 공급에 있어서는 아무리 주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머슴의 자세로 임하라고 강조하더라도 별로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왜냐하면 서비스 공급자 자신에게 주어지는 것이 주민들의 만족과는 별개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런 공공서비스의 문제를 완화하고 개혁을 성공적으로 해내려면 단순히 머슴처럼 일하라고 강조하기만 해서는 안 되고, 실제로 공공서비스의 공급도 마치 시장에서처럼 남에게 더 잘 서비스 할수록 자신이 더 성공할 수 있게 유인체계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안산시의 24시 주민센터의 경우에도 24시간 근무가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공무원 노조의 반대가 있었지만 안산시가 희망자를 모집해 승진에 반영하고 하루 6시간의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여 자발적으로 일과시간 이후 공공서비스 공급이 이뤄지도록 했다. 사실 이런 ‘자발성’은 어린이집, 노인요양소 등에서 제공되는 서비스, 의료서비스처럼 쉽게 계량화할 수 없는 서비스일수록 더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서비스를 공급하는 ‘꽃동네’에 살고 있는 분들의 표정이 공공부문에 있는 노인요양소에 계시는 분들보다 더 밝다고 한다. 그 까닭은 서비스를 제공받는 분들이 자신에게 제공되는 서비스가 의례적으로 하는 것인지 자발적으로 하는 것인지를 생생하게 피부로 느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고객들이 더 잘 만족하도록 ‘자발적으로’ 노력하도록 하는 유인구조가 바로 시장경제가 성공하게 된 핵심이다. 한 때 주춤했던 공기업 민영화가 시장경제를 내건 정부가 출범하면서 다시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민영화를 하고자 하는 이유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이 안산시의 24시간 행정서비스와 접수 6시간 반 만에 심의를 마친 파주시의 이화여대 캠퍼스 초고속 승인사례를 거론하면서 이제 맞벌이 부부가 많은 지역에서 우선적으로 24시간 행정서비스가 시작되고 파주시의 빠른 결제행정도 여러 곳에서 벤치마킹 될 것으로 기대된다. ‘뜨거운 가슴, 차가운 머리’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던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셜은 ‘산업과 교역’이라는 책에서 동종 업종이 몰려있는 산업지구(Industrial District)의 특징으로 “어떤 한 기업이 (소비자들이 좋아할) 어떤 제품을 개발한다는 소문만으로도 다른 기업들이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이 소문에다 보태 새로운 어떤 것(something new)을 계속 개발해내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끊임없이 개발되는 휴대전화를 보면 이것이 무슨 말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아마도 시·군들이 산업지구의 기업들처럼 움직인다면 대통령의 이런 언급이 없더라도 안산시 사례는 소문만으로도 다른 시·군에서 안산시의 아이디어에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보탠 새로운 방안을 시도 했을 법하지 않은가? 행정개혁, 더 나아가 정부개혁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성공적으로 시장을 모방해 낼 것인가에 있다.

그리스 아고라 광장에서 …

지난해 12월 그리스 아테네를 찾았었다. 10여년 만에 다시 찾은 그 곳 아테네에서 신전들의 언덕에 올라 고대 그리스의 폴리스 장터였던 아고라(Agora) 광장을 내려다 보며 문득 ‘아고라 상념’에 사로잡혔었다. 그랬다. 옛 그리스의 아테네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교실이었기에 아고라는 단순한 장터가 아니었다. 그리스인에게 있어 아테네에서의 삶은 ‘삶 살이’ 그 자체가 하나의 리얼한 배움의 과정이었다. 그들은 아고라 광장에 모여 서로 어깨를 기대고 대화를 나누었고 토론을 즐겼으며 때론 열변을 토하며 웅변에 취하기도 했다. 그런 지적 향연과 배움의 터전이 바로 아고라였고 그렇기에 아고라는 자유로운 삶을 영위했던,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사람들의 살아 있는 배움터였던 것이다. 아고라에서 필자는 그간 교육 현장의 치열함 속에 몸담으며, 잠시 소원하게 접어두었던 ‘배움’의 참 의미에 대한 상념을 떠올리게 되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처럼 서로 서로 배우고, 서로 서로 경험을 나누며, 서로 서로 가르침으로써, 단순한 의사소통을 넘어 ‘의식의 소통’, 나아가 ‘지혜의 소통’과 ‘인간의 소통’이 가능한 ‘식자(識者)와 현자(賢者)’로 성장하는 과정이야말로 참 배움의 모습이었다. 당시 그리스의 ‘schole’라는 말은 여유롭고 한가한 시민들이 모이는 토론과 학습의 장이라는 의미였다. 이 단어가 바로 오늘날 학교라는 ‘school’의 어원이었음은 교육과 학습의 본래적 의미가 지금의 타율적 경쟁 위주 입시교육과는 사뭇 다른 ‘열린 학습과 열린 교육’의 의미였음을 우리에게 시사한다. 아고라에서 당시 그리스인들이 추구했던 이상적 교육과 배움의 본질에 대한 생각을 그려보며 ‘교육의 가막소’라고까지 자괴적으로 일컬어지는 우리 교육의 일그러진 단상들이 그려졌다. 성적이 모든 것의 면죄부가 되는 우리 교육의 슬픈 현실과 어느 교사가 썼던 교단일기 속의 ‘막가파 아이들, 악에 받친 교사들’이란 슬픈 제목이 연상되었다. 닫힌 교육의 온상으로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우리의 학교들, 그들의 0교시 수업과 야간 보충수업, 수업은 밤에 과외와 학원에서 하고 낮에 학교에서는 영영 졸고 있는 아이들, 그 속에 ‘나 홀로 수업’을 하고 있는 교사들, 푹푹 시들어가고 있는 지친 아이들 그들의 소리 없는 분노가 학교폭력과 집단 따돌림과 청소년 비행 일탈로 마치 활화산처럼 번져가는 우리 교육의 일그러진 자화상들이 아픔으로 떠올랐다. 일류대학 입학과 고 연봉의 일류 직장 취업이라는 세속적 출세와 사회적 성공의 도구로 전락해 버린 ‘졸부 교육’의 초라함도 떠올랐다. 현금의 이런 교육풍속도에 그리스의 아고라 광장은 말없이 외치고 있는 듯했다. 그건 길이 아니야, 그건 참 배움이 아니야, 참 교육이 아니야 라고…. 아고라 광장의 소리 없는 외침을 뒤로하며 필자는 그래도 그 끝자락에서 “여전히 우리 교육은 희망이야”를 메아리로 외치고 싶었다. ‘비전 2030’ 미래 교육 리포트가 그렸던 ‘직업적 경계를 횡단하는 신 학습유목민’으로서의 우리들의 저력을 믿고 싶었다. 그 학습의 열정에 다시 불을 지펴 우리 교육의 곳곳에 ‘참 배움의 아고라’가 부활할 것을 희망으로 확신하고 싶었다. 최운실 아주대 교수·교육연구소장 한국평생교육총연합회 이사장

‘로스쿨’ 발전과 재정 문제

아주대학교 명품 로스쿨은 ‘정의와 봉사를 지향하는 법률가, 창의와 혁신을 추구하는 법률가, 국제적 역량을 발휘하는 법률가’ 를 양성하기 위한 첫 단계로 2009학년도 신입생 입학전형안을 확정·발표했다. 이제 본격적인 로스쿨 개원 준비가 시작된 것이다. 아주대학교 로스쿨은 이 사회가 요구하는 우수한 법조인을 양성함에 있어 35년간 아주대학교가 명문사학으로서 착실히 쌓아온 교육·연구시스템의 노하우를 충분히 활용하게 될 것이다. 대학이 뛰어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교수진을 초빙해야 하며, 새로운 사회요구를 반영한 참신한 교육과정 및 운영체계의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학생들의 교육 만족도를 제고하기 위해 안전성을 갖춘 교육시설과 함께 명문 로스쿨인에 걸맞게 다양하면서도 고급화된 실험 실습 및 현장 실습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 이러한 내용들을 100퍼센트 충족시킬 수 있는 비용을 등록금으로만 마련한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여러 여건 및 분위기상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사립대학 로스쿨의 등록금은 연 1천500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예정되어 있고 이러한 액수는 기존 대학 등록금의 2배 내지 3배에 이르러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정원 50명 정도의 로스쿨에 있어서는 등록금 총액이 필수 전임교원의 보수 총액과 비슷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로스쿨 교육의 본 고장인 미국 대학의 등록금은 우리보다 훨씬 높다. 예컨대 미국 명문 예일대 로스쿨의 2008학년도 등록금은 연 4만4천달러로서 우리나라의 2배 내지 3배 가량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교육에 투자되는 금액은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으면서도 교육의 질 내지 성과에 대한 기대 수준은 선진국에 뒤지지않는 것이 우리나라 교육계의 현실이다. 그러나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로스쿨의 우수 법조인 양성을 위한 비용은 등록금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고 재단의 지원금, 교수진 외부수탁연구비, 개인 및 지역사회로부터 지원받는 기부금 및 국가기관으로부터 지원받는 국고지원금 등 여러 재원으로부터 조달되도록 되어 있다. 결국 등록금 이외의 재원을 얼마나 확대해 나갈 수 있는 지가 로스쿨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다. 아시다시피 아주대학교 로스쿨은 경기도 도민과 도내 중소기업에 대한 법률서비스를 극대화할 수 있는 우수한 법조인 양성의 요구를 바탕으로 도민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참여 속에 탄생되었다. 따라서 아주대 명품 로스쿨은 이러한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재정을 학교 내부의 출연과 기부로 대부분 해결할 것이나, 그 일부는 경기도내 주민, 기업체, 공기업 및 정부기관 등을 대상으로 로스쿨 발전을 위한 지원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교육현장의 필요자금을 출연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볼 계획이다. 주변의 많은 도움으로 탄생을 앞둔 아주대학교 명품 로스쿨이 국내 명문 로스쿨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로 뻗어나가 선진 로스쿨과 경쟁하는 날이 멀지 않도록 우수인재 양성에 최선을 다할 것임을 다시 한 번 다짐해본다.

내 인생의 보물지도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고 그 보물이 있는 곳을 가르쳐 주는 보물지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저마다 보물지도를 가지고 그곳을 찾아갈 것이다. 그 보물지도는 세 조각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것들은 다음과 같다.첫번째 조각은 과거로부터 배우는 것이다. 우리는 조상으로부터 혹은 우리 인생의 선배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우리는 저마다 우리 인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람이나 그러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과거로부터 배우는 것들은 우리를 행복으로 인도해 준다. 비록 그것이 불완전하거나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우리를 조금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충분한 발판 역할을 할 것이다. 두번째 조각은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것이다. 우리는 변화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보이 스카우트들에게는 ‘준비’라는 모토가 있다. 우리의 인생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준비하고 계획해야 한다. 목표가 없이는 진정한 성공도 없을 것이다. 목표가 없는 사람은 인생의 운동장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는데 시간을 사용하지만 결코 결승점에 이르지 못하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원하기만 하면 이뤄지니 계속 소망만 가지고 있고 걱정은 사라진다고 믿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준비는 힘든 노력이지만 발전하는데 있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미래를 향한 우리의 여정이 그저 평탄한 고속도로와 같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그 길에는 우리가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나 충격들이 있을 것이지만 우리의 준비가 충분하다면 우리의 인생이 훨씬 값질 것이다.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한다. 세 번째 조각은 현재에 충실하는 것이다. 가끔 우리는 너무나 많은 오늘의 시간을 내일에 대한 걱정으로 허비한다. 과거의 백일몽과 미래에 대한 기대는 위안이 될 수는 있지만 우리 현재의 삶을 대신할 수는 없는 것이다. 오늘은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의 날이며 우리는 그것을 붙잡아야 한다. 오늘 무엇인가 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기억될 내일은 없으며, 오늘을 가장 충실하게 살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일을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일을 미루지 말아야 한다. 아내가 죽은 어느 남편은 아내가 죽은 후 그녀의 옷장에서 그녀가 사두고 입지 않은 옷을 발견했는데 그녀는 그 옷을 입지 않고 특별한 때를 위해서 보관해 두었는데 결코 그 옷을 입어 보지 못하고 죽었다는 것이다. 그 남편은 친구에게 이 일을 이야기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특별한 때를 위해 무엇인가를 보관해 두지 말게. 인생에서 매일 매일이 특별한 때일세.” 그 말을 들은 그 친구는 그 말이 자신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고 한다. ‘언젠가’ 혹은 ‘어느 날엔가’ 라는 말을 더 이상 사용하지 말고 지금 시간을 내 친척과 친구를 방문하거나 과거에 있었던 잘못에 대해 화해하고 우리 생활에 웃음과 기쁨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미루거나 연기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매일 아침 자신에게 오늘이 특별한 날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매일, 매시, 매분이 자신에게 특별한 날인 것이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결코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격언은 우리가 가족과 친구에게 말과 행동으로 사랑과 애정을 표현할 때 더욱 중요할 것이다. 어느 작가는 무덤에서 흘리는 가장 비통한 눈물은 하지 못한 말과 하지 못한 행동 때문이라고 한다. 언젠가 우리는 죽을 것이다. 가장 소중한 것을 미루지 말아야 할 것이다.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야 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보물지도의 세 조각을 이제 한자리에 모아보자. 과거로부터 배우기, 미래를 위해 준비함, 현재에 충실하기. 이 세 조각을 모아서 보물지도를 만들어 보았을 때 그 지도에는 이렇게 씌어져 있을 것이다. 네 보물이 있는 그 곳에 네 마음도 있다. 혹시 그동안 미뤘던 중요한 일들이 있다면 오늘이 바로 그 일을 할 날이라는 목표를 세울 것을 추천한다. 남경현 경기대 응용정보통계학과 교수

원자재 사재기 통제, 實益을 생각해야

철강 등 원자재가격이 급등하자 원자재의 재고가 시장에 나오지 않게 되고 이에 당국이 재고를 평상시보다 더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발표가 나왔다. 이런 조치가 바람직한 것일까? 사실 우리는 가격이 오르면 수요량이 줄어들고 가격이 내리면 수요량이 늘어나는 것을 매일 본다. 이것을 경제학에서는 수요의 법칙이라고까지 부른다. 이 수요의 법칙에도 일시적인 예외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바로 예상이 개입되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앞으로 더 오를 징후로 해석, 가격의 상승이 오히려 더 많은 수요로 이어질 수도 있다. 더구나 남보다 더 잘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투기적으로’ 수요를 하면 가격은 가파른 상승을 보이기도 한다. 저명한 경제학자 케인즈는 이처럼 사람들의 예상이 특별히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주식시장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그는 주식시장을 특이한 미인선발대회에 비유하였다. 자기 자신이 가장 미인이라고 생각하는 미인대회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가장 많은 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미인선발대회. 가장 차익이 남을 것으로 사람들이 예상하는 ‘최고 미인’ 주식을 사야 가장 큰 차익을 볼 수 있다는 의미에서 평균 예상이 어떨 것인지에 대해 주식시장 참가자들이 예상을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투기적 예상이 이런 예측이 없었을 경우에 비해 가격의 등락을 더 크게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주식시장에서 더 올라갈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는 주식에 투기적 예상이 보태어져 가파른 상승을 하여 그 주식을 원하는 사람이 원하는 가격에 구할 수 없다고 해서 해당 주식의 보유를 종전 수준으로만 하도록 통제할 필요는 없다. 궁극적으로 주식의 가격은 그 회사의 실적과 연계된다. 예상은 허공에서 창출된 것이 아니며 잘못된 것으로 판명된 예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의 ‘투기적 예상’이 펼쳐지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시장은 결국 경제주체들이 자기의 책임 아래 이런 예상을 더 잘 하려고 노력하는 곳이며, 만약 이런 예상의 불확실성 자체가 너무 큰 부담이 될 경우에는 미래에 받을 가격을 지금 고정하는 선물거래를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미래에 대한 예상은 그 예상이 옳았을 경우, 미래에 대한 대비를 지금부터 하게 하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동경에 지진이 날 것으로 예상되면 지금 벌써 동경의 재건을 위해 필요한 물자들의 가격이 오른다. 이는 지금 그 가격 이하에서만 그 물자를 쓰고자 하던 사람들이 종전의 계획을 미루게 해 그 물자들을 동경 재건에 쓰이도록 비축하는 기능을 한다. 그래서 재고의 수준에 대한 간섭은 이런 기능이 발휘되는 것을 억제하는 역기능이 있다. 미래에 대한 일반적 예상이 틀린 방향으로 전개되어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경우에 재고를 강제로 내다 팔게 하는 경우는 어떨까? 이 경우에도 수요자들과 공급자들이 자기 책임 아래 더 정확한 예상을 하려는 노력, 위험을 관리하는 방법의 발달에 오히려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원자재의 사재기 통제와 더불어 정부는 서민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50개 품목의 가격을 관찰하고 이를 관리하고자 하고 있다. 그 의도는 서민들의 생계를 더 쉽게 하려는 고마운 것이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의도와 반대되는 결과가 빚어질 수 있다. 단두대의 공포정치로 유명한 로베스피에르가 우유 값을 통제했지만 그 결과 우유의 품귀현상을 부채질해 서민생활을 더 어렵게 했음을 상기해야 한다. 시장경제와 작은 정부를 내건 새로 출범한 정부가 서민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은 이런 가격에 대한 관찰과 관리나 사재기 통제보다는 자기 책임 아래 더 노력하면 더 잘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일이다. 예를 들어 건강보험의 경우에도 의료저축계좌 같은 것을 도입해서 자신의 건강을 잘 보살피고 병원에 덜 드나들수록 건강보험료가 줄어들게 한다든지 혹은 자신이 나중에 찾아 쓸 돈이 발생하도록 해주는 방안이 하루 빨리 가능해지도록 고민 해 주었으면 좋겠다. 김이석 경기개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인재 강국 코리아의 학습 실크로드

창조적 실용정부를 표방하며 새롭게 출범한 이명박 정부가 ‘인재강국’을 향해 20여일 째 순항 중이다. 신 정부의 인재강국 조타수는 교육과학기술부이다. 문교부에서 교육부로 거듭나고 다시 2000년 부총리 부서인 교육인적자원부로 그 위상이 확대되었던 교육부가 2008년 신 정부 출범과 함께 과학기술부와의 통합적 리노베이션을 통해 새로운 이원결합체로 부활하고 있음이다. 이명박 정부 교육과학기술부 인재 육성 교육정책의 향배는 아직 그리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지 않다. 인수위 시절 영어교육 강화 정책으로 일단의 승부수를 던졌고 최근에는 2080 평생학습국가 론칭 프로젝트를 통해 국민 학습계좌제와 평생교육 중심 대학 및 대한강국 건설을 위한 군 인적자원개발 정책 등을 통해 그 구상의 일단을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우리 국민들은 신 정부의 교육정책 향배에 대해 거창한 기대나 지나친 바램 또는 너무 이른 예단적 우려를 하지 않을 것이다. 서서히 희망의 메시지를, 그리고 가능성의 국민학습 스타디 코드가 드러나기를 기대할 것이다. 교육의 문제는, 글로벌 핵심인재를 길러내는 중차대한 일은 아마도 시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란 시처럼 알 수 없는 미로일런지도 모른다. 과연 그 길이 어떠할 런지. 얼마나 험하고 가파른 길일 런지 모른다. 그러나 분명 글로벌 인재강국 코리아의 노정이 그리 만만치 않을 것임을, 때론 몹시도 험난하고 가파른 길 임은 예단이 된다. 희뿌연 교육 안개 속에서도 필자는 낭만으로 교육의 희망 코드를 발견하고 싶다. 요즘 들어 부쩍 자랑스러운 우리의 꿈나무 인재들 때문에 희망이 보일 듯하다. 세계적으로 자타가 인정하는 교육열을 지닌 학습민족 코리안의 후예답게 이들은 OECD나 PISA 등의 국제기구 국제학업성취도 조사에서 당당히 선진 학습대국의 후예들을 제치고 문제해결력, 읽기, 수학, 과학 등의 주요 과목에서 최상위 학업성취도를 석권하며 연전연승의 낭보를 전하고 있다. 필자는 얼마 전 프랑스의 OECD 본부를 방문해 OECD 교육공사를 만났었다. 그 자리에서 고위 교육관료 출신인 OECD 한국대표부 공사께서는 모처럼 참으로 환한 미소로 우리를 맞으며 OECD 국장의 전언을 재차 전해주었다. “한국이 일궈 낸 한강의 기적은 바로 한국교육의 저력에서 배태된 것임을 잘 알고 있다, 한국의 15세 이상 학생들의 높은 성취도를 플랫홈 삼아 한국의 인재강국을 향한 학습 실크로드가 면면히 이어질 것임을 확신한다. 이를 부러움으로 칭송한다.” 이 전언이 오늘 문득 내겐 희망으로 다가온다. 우리 교육이 문제도 많고 딜레마도 크지만 분명 우리의 학습 코드는 희망이다. 해낼 수 있음을 확신하며 이 희망이 허망하지 않기를 바램으로 가져본다. 이 바램으로 신 정부의 교육과학기술부 신 결합체에 현실적인 만큼의 실용정부다운 실사구시 교육역량 증대 정책의 창안과 그 구동을 기대해 본다. 글로벌 핵심인재 육성을 위한 블루오션 정책들을 숙성시켜 그 실체를 구동시켜 줄 것을 바란다. 공교육의 부활을 통한 핵심인재 역량개발 교육정책들이 전시효과나 구호가 아닌 실체로 그 모습을 우리 앞에 드러낼 것임을 확신해 본다. 그 저력으로 2030 창조시대를 열어 갈 ‘지식창조 카리스마 인재’들이 푸르른 봄 보리 처럼 쑥쑥 자라나 코리아의 신세기적 학습국가 행진을 위풍당당하게 이어나갈 수 있기를 다시금 희망으로 그려본다. 최운실 아주대 교육대학원장·교수

명품 로스쿨을 준비하며

며칠 전 캠퍼스 안에서 한 여학생이 명품 핸드백을 샀다며 친구들에게 한껏 뽐내는 모습을 본 적 있다. 이렇게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명품을 흔히 값비싼 외국 브랜드와 동일한 개념으로 사용하지만, 본래 명품이란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 또는 작품’을 가리키는 말이다. 즉 단지 값이 비싼 제품, 외국의 유명 상품이 아니라, 남이 따를 수 없는 전통과 불멸의 가치 또는 희소성을 가진 것, 그리고 무엇보다 그것을 가질 사람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고 만듦으로써 그 진가를 발휘하는 일종의 예술품이 바로 명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경기도가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광교신도시에 대해 ‘명품 신도시’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다. 교육, 교통, 녹지, 문화, 의료 등의 편리한 주거환경과 글로벌 대기업을 중심으로 상업, 위락, 업무 등의 자족성을 갖춘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 도 사업담당자의 설명인데, 여러 면에서 명품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린다고 할 수 있다. 20%대의 녹지율을 가지고 있는 다른 신도시와 차별되는 40%대의 녹지율, 주택공급에만 치우친 베드타운이 아닌 직장과 각종 행정·상업시설을 갖춘 주거 일체형의 도시 등이라는 점에서 희소성을 가지고 있고, 인간중심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광교 명품 신도시에는 아주대학교와 아주대학교 병원도 들어설 예정이어서 끊임없는 지적 욕구의 충족과 질병 없는 쾌적한 건강의 유지를 최고의 가치로 삼는 미래 신도시 입주민들의 만족도를 더 높여 주리라 기대된다. 이에 맞추어 내년에 출범하게 될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도 단지 경기도 유일의 로스쿨이 아닌 진정한 명품 로스쿨이 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로스쿨 제도를 새로 도입하게 된 것은 기존 사법시험제도를 통한 법조인 양성시스템이 그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법조인을 꿈꾸는 대학생들이 다양한 책을 읽고 폭넓은 사고를 하기보다는 조기의 시험합격만을 목표로 암기위주의 학원수업을 쫓아가느라 바쁜가 하면, 미리 보아 둔 정형적 패턴의 객관식 문제에는 신속히 답하면서도 스스로 사실을 분석하고 새로운 대응을 해야 하는 문제에 대한 대처능력은 점점 약해지는 경향을 보여 왔다. 이 때문에 한번의 사법시험이라는 ‘점’에 의한 선발이 아니라, 교육을 통하여 법조인을 양성하는 ‘과정’이라는 제도로 바꾼 것이다. 이러한 로스쿨제도 도입의 본래 취지에 따른다면, 향후 명문 로스쿨이 되는가의 성패는 수월한 교육과정과 상담·학생복지 시스템 등을 갖추어 올바른 소양을 갖춘 훌륭한 법조인을 배출하는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학들은 우수한 학생 선발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고, 각 대학들마다 다양한 입시정책과 홍보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최근 법학전문대학원 예비인가를 받은 대학들도 어떻게 하면 예비인가를 받은 다른 학교보다 우수한 신입생을 선발할 것인가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우수한 학생을 상대로 한 법교육이 그 성과가 더 크리라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으나, 법조인 양성을 책임진 교육기관의 입장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훌륭하고 내실 있는 교육과정을 마련하여 누구라도 졸업한 뒤 유능한 법조인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일일 것이다. 다른 로스쿨이 흉내 낼 수 없는 세밀하고도 효과지향적인 교육과정, 다른 로스쿨과 차별되는 전문적이고 특화된 교육과정, 그리고 무엇보다 학생을 이해하고 학생 중심에 선 교육과정을 마련하는 것이야 말로 바로 명품 로스쿨이 되는 최대의 전제조건일 것이다. 명품 신도시 속에서 안주하는 아주대 로스쿨이 아닌, 명품 아주대 로스쿨로 인하여 광교신도시가 더욱 명품 도시로 되도록 만드는 꿈을 반드시 실현하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백윤기 아주대학교 법과대학 학장

새로운 시작

매년 이맘때면 여러 학교에서 입학식을 치르는 때이다. 저마다 지난 몇 년 동안의 노력과 함께 입학에 필요한 자격을 인정받은 것이다. 물론 본인의 역할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지만 입학식에 참석할 수 있게 하기까지는 부모, 가족과 선생님을 비롯한 많은 이들의 헌신과 희생, 사랑과 보살핌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을 것이다. 그들의 수고에 보답하는 길은 무엇일까? 자신이 처해 있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학생의 본분을 다하는 열심히 공부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것이 없을 것이다. 우리 인생길은 한 번 밖에 갈 수 없는 소중한 것으로 자신이 각자 어떻게 가꾸어 나가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입학식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동시에 출발은 하지만 졸업식에 참여할 때에 보면 저마다 다 처한 위치가 다름을 알게 될 것이다. 기회의 평등은 다 같이 누릴 수 있지만 결과의 평등은 그럴 수 없는 것이 우리 사회의 구조인 것이기 때문이다. 기회는 준비하고 기다리는 자의 것이지, 기회가 왔을 때야 뒤늦게 준비에 나선다면 이미 그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다. 이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 성공이란 신데렐라의 꿈에서 처럼 어느 한 순간에 찾아오는 것이 절대로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한 걸음씩 앞으로 정해진 방향으로 꾸준히 나아갈 때에만 목표로 설정한 곳에 도달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어제보다 조금씩 더 나아지는 오늘이 계속되어 질 때 가능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출발을 함에 있어서 어떻게 첫 걸음을 내딛느냐에 따라 학교생활의 내용과 인생의 방향도 많이 달라질 것이다. 화창한 봄날만 있는 것이 아니듯이 학교생활에도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겠지만 젊은이에게 있어서의 시련은 오히려 그 사람을 키워나가는 약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젊은이들만이 가지고 있는 특권이자 매력인 자신의 꿈을 키워 나가는 패기를 가져야 할 것이다. 각자 자신이 속하게 되는 새 학교에는 훌륭한 선생님들이 많이 계실 것이다. 그들에게 학문의 배움 뿐만이 아니라 인생의 여러 문제들에 대해서도 많은 가르침을 얻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내가 가지고 있지 못하는 부족한 부분들을 하나하나 채워 나가는 기쁨과 함께 자신이 소망하는 세계에 가까워짐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계획과 꿈들은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자연히 이뤄지지는 않는 것이다. 열심히 노력하는 만큼 자신이 바라던 세계는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올 것이며 공부를 통해 그것을 조금씩 이루어 나가며(한꺼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 학업의 즐거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제 삶의 새로운 출발 선상에서 자신의 삶의 책임자로써 어떤 방향으로 첫걸음을 내딛어야 할지 고민하는 새내기들의 앞길에 축복을 빌어본다. 남경현 경기대 응용정보통계학과 교수

숭례문 소실이 주는 교훈

국보 1호 숭례문이 불타 무너졌다. 600년간 온갖 전란에도 잘 버티다가 어처구니없게 평화의 시기에 수많은 소방차와 소방인원이 동원되었고 진화를 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으나 관련 기관에서 우왕좌왕하는 바람에 전소되고 말았다. 이런 불행한 사건이 사후적으로나마 더 나은 문화재 방재시스템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숭례문 소실의 교훈을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본다. 첫 번째는 관리 주체다. 숭례문이 사유재산은 아니지만 이를 나의 재산처럼 관리하려는 유인을 확보해야 한다. 구 사회주의 소련의 집단농장의 사례는 그 이유를 설명해 준다. 미국 농부들이 소련의 과수원을 방문해 성한 사과와 상한 사과를 같은 상자에 포장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이는 소련의 경우 과일의 주체가 농부들이 아니기 때문에 과일에 대한 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은채 무조건 할당량만 채우기 때문으로 결국 과일을 높은 가치가 있게 만들려는 주체인 과일의 주인이 존재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숭례문과 같은 문화재를 사유재산과 최대한 비슷하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시민들이 문화재 활용방안에 대한 결정 권한을 가지고 더불어 이를 관리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 아울러 단순히 문화재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특정 문화재를 사랑하고 이것이 잘 알려지고 관리되는데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공동체가 형성될 필요가 있다. 가칭 ‘숭례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과 같은 모임이 형성되고 이 사람들이 다양한 문제 제기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것이 실제 관리비용을 대는 문화재의 주인인 시민들이 주인 노릇을 하는 거의 유일한 길로 보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규정집의 형성과 진화에 관한 문제다. 문화재를 개인의 소유로 하기 어렵다면 그 관리에 대한 규정집이 잘 형성돼야 한다. 일반 사용자들이 편집하는 무료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어(Wikipedia)는 그 내용의 신뢰성과 전문성의 부족으로 브리태니커와 같은 백과사전과 경쟁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교육·참조 사이트 중 방문객이 가장 많은 백과사전으로 성장했다. 그 성공의 배후에는 보통법의 형성과 비슷한 규정의 진화가 있었다. 논문의 내용이 중립적이며 원천이 분명하고 아직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최신의 정보는 싣지 않는다는 등의 기본정책이 있었고 기본정책의 구체적 의미를 결정하는 판례에 해당하는 가이드라인이 형성되어 논문의 내용에 대한 분쟁이 아니라 논문의 정확성과 내용의 제고에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숭례문 소실의 경우 문화재에 화재가 나면 관계당국과 협조하라는 규정이 있었지만 그 협조의 내용이 무엇이어야 하는지는 없었고 그 ‘협조 과정’이 오히려 혼선을 불러 숭례문을 전소에 이르게 하였다. 이 부분을 어떻게 고쳐갈지 나름의 ‘판례’가 형성되어야 한다. 대형광고탑의 붕괴사고로 피해를 보상해야 했던 대구시는 대형광고탑에 대해 보험을 들었고 이에 따라 보험사는 보험금 지불사태를 막으려고 이를 아주 철저하게 관리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의 숭례문 사건은 민간업체에 맡겼으나 방화에 따른 피해를 막으려는 유인을 만들지 못했다. 방화의 경우 경비업체에서 책임을 지지 않으므로 민간에 위탁했지만 재건비용과 정신적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넘겨졌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숭례문 재건에 약 3년, 200억원 정도 들어간다고 한다. 이번 숭례문 전소사건을 계기로 민간위탁을 할 때 국민들이 정신적 피해를 보상받지는 못하더라도 재건 비용을 물게까지는 하지 않게 하려는 논의가 숭례문 재건 성금 모금 이야기에 앞서 활발해졌으면 한다. 그렇게 해서 민간위탁에서의 규정도 다듬어져야할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숭사모”와 같은 단체의 관심과 노력은 그 규정이 제대로 형성되는데 기여할 것이다. 김이석 경기개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상아탑이 열린다

대학의 문호는 참으로 오랫동안 ‘좁은 문’이었다. 마치 ‘철옹성’처럼 빗장이 걸려 굳게 닫혀 있었다. 그러한 대학의 문이 드디어 활짝 열리고 있다. 소수 엘리트를 위한 귀족교육의 아성처럼 도도하게 군림해 왔던 학문의 상아탑이 열리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우리의 대학은 이미 대중화 단계를 넘어 보편화 단계에 이르렀다. 세계 최고의 교육열을 자랑하는 우리의 경우 이미 수년전 대학진학률이 80%를 훌쩍 넘어섰다. 그 어떤 선진국에서도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고등교육취학률과 진학률 그리고 대학인구의 공룡식 성장과 고공행진이 놀랍게 나타나고 있다. 대중을 향해 민중 속으로 대학이 다가서고 있다. 그뿐이던가? 본격적인 평생학습시대를 맞아 한국형 열린 대학 체제의 효시를 열었던 한국방송통신대학교와 개방대학, 산업대학 그리고 최근 그 지평을 크게 확대시켜 나가고 있는 디지털 원격대학과 풀리텍 기능대학 등의 출범이 그 한 예이다. 세계 초유로 실시된 한국형 블루오션 브랜드 정책의 하나인 학점은행제와 독학사제도, 시간등록제, 문하생학력인정제 등 또한 대학 문호 개방의 좋은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이들 대안적 형태의 새로운 고등교육체제를 통해 연간 수만명씩 국가 학사학위 소지자들이 배출되고 있다. 금년 2월22일 학점은행제 학위수여식에서 배출될 학사학위 수혜 인원만 해도 무려 2만1천명으로 전년 대비 크게 두드러진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제 누구든 공부할 마음만 있으면, 최소한의 능력과 준비만 있으면 대학교육 수혜 기회가 널리 확대되고 있으며 일과 학업을 양립할 수 있는 시대가 왔음을 시사한다. 대학의 3대 기능은 교수·연구·사회봉사이다. 이즈음 대학들은 앞 다투어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열린 대학의 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관민산학연 네트워크 모델을 축으로 새로운 대안형 대학 모델을 구안하고 있다. 2008년 교육부가 야심차게 실천을 담보하고 있는 권역별 ‘평생교육 중심대학 모델’ 또한 좋은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대학평생교육원 운영이라는 수준을 넘어 성인을 위한 별도의 특별 성인학부나 계속교육학부를 운영함으로써 본격적인 평생대학으로의 패러다임 대전환을 도모할 수 있는 블루오션 과제로 의미가 크다.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가 내놓은 교육비전 2030 리포트 전망에 따르면 미래 세계 학습의 키워드는 이른바 학습 유목민들이 빚어내는 ‘경계를 넘나드는 학습’이 될 것 같다. 시공을 초월해 배움이 있는 곳, 귀한 가르침과 핵심 정보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배움을 구하는 학습 보보스족, 학습 노마드족들의 유비쿼터스 학습 시대가 열릴 것 같은 전망이다. 배우는 자와 가르치는 자 그리고 배움과 가르침의 포맷에서조차 완전한 파격이 예상된다. 형식교육과 비형식학습 그리고 무형식학습들이 마구 어우러져 차원을 달리하는 새로운 배움의 모델을 빚어내게 될 듯하다. OECD 또한 일찍이 미래교육 리포트에서 미래 학교의 변화될 모습을 구상함에 있어 전통적인 가르침의 장으로서의 학교가 가르침과 배움이 씨줄 날줄로 엮어지고 결합되는 네트워크형 기관으로 또는 인포멀한 오픈 스쿨 형태의 학습조직으로 진화될 것임을 전망한 바 있다. 빠른 속도로 열리고 있는 상아탑 속에서 이 땅의 수많은 대학교육 희구 열정 세대들이 새로운 포맷의 다양한 틈새 대학들을 만나 배움을 향유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 속에서 수많은 성인학습자들과 노년의 실버학도들이 그들만의 새로운 학습세상을 개척하여 행복한 ‘평생학습캠퍼스 시대’를 구가하는 모습을 기쁨으로 상상해 본다. 최운실 아주대 교육대학원장

법학전문대학원 예비인가에 즈음하여

지난 2월4일 우여곡절 끝에 법학전문대학원 예비인가 선정 대학이 공식 발표되었다. 경기도에서는 아주대학교가 유일하게 법학전문대학원 예비인가를 받았다. 아주대학교 법과대학의 학장으로서 그동안 법학전문대학원 유치에 노력해 준 도지사를 비롯하여 유관기관의 관계자들 및 경기도민들에게 이 지면을 통해 진심어린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도내에서 함께 법학전문대학원을 준비하였던 단국대학교와 경기대학교가 예비인가를 받지 못한 것에 대해 지극히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양교의 관계자들에게 충심으로 위로의 말을 전하고자 한다. 세 학교가 모두 법학전문대학원을 유치하였다면 공동의 협력을 통해 지역발전을 위해 훨씬 더 크게 공헌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을 내세우면서 전국 인구의 20%가 넘게 사는 경기도에 법학전문대학원 총정원의 2.5%에 불과한 50명만을 배정하였다. 정말로 납득이 되지 않는 처사이며 앞으로 총정원 확대시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또한 이러한 결과 초래와 관련이 있는 고등법원의 설치 문제도 조속히 실현시켜 도민에 대한 법률서비스 확대에 이바지하여야 할 것이다. 아무튼 아주대학교로서는 경기도에서 유일하게 법학전문대학원을 유치 받은 학교로서 양 어깨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경기도를 대표하는 법학전문대학원을 넘어 전국 최고의 명문 법학전문대학원으로 자리 잡기 위해 성실하고도 치밀한 준비를 통하여 우선 올 9월에 있을 본인가에 대비할 것이다. 아주대학교는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 중 유일하게 중소기업법무를 특성화하고 있는 대학이다. 중소기업법무 특성화는 대기업에 비하여 법률서비스 수혜의 기반이 취약한 중소기업이 밀집해 있는 경기도의 지역적 여건을 고려하여 결정한 것이다. 중소기업법무 교육과 연구를 특화한 법학전문대학원을 육성하여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법무 전문가를 양성함으로써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경기 지역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특히 지난 11월 개소한 중소기업법무센터는 이미 도내 중소기업들에게 무료 법률서비스를 제공하여 오고 있고 이를 통하여 산학협력의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경기도는 이미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는 경기도민 중 사회취약 계층에 대해 장학금을 지원하기로 합의하였으며 이를 구체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하는 등 경기도민의 법률교육서비스 지원에 힘을 아끼고 있지 않다. 동시에 아주대학교도 도 산하 공무원들이 법학전문대학원의 연구과정을 통한 법학 재교육을 원하는 경우 이를 수용하여 교육을 담당함으로써 경기도의 법치행정에 이바지하기로 합의하였다. 이처럼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은 중소기업법무 특성화를 통해 지역경제에 공헌하고 나아가 경기도민의 복지 증진에도 힘을 보태고자 한다. 아주대학교는 지난 30여년 간 경기지역의 대표 교육기관으로 지역사회에 이바지하여 온 것처럼 앞으로도 경기도의 발전에 일조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다. 이제 막 시작하려고 하는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 경기도와 도민들의 뜨거운 성원과 지속적인 관심 및 지원을 부탁드리며 다시 한번 협력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IQ 430의 통계적 의미

지난 연말 대선 후보 중에 많은 이들의 흥미를 끈 분이 자신의 아이큐가 430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하여 필자의 학생이 자신의 카페에 글을 올린 것을 소개하고자 한다. 아이큐란 지능지수로서 정신연령을 생활연령으로 나누어 평균을 100으로 하고 표준편차를 24로 하는 정규분포를 따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흔히 머리가 좋은 사람의 아이큐는 높다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사람의 두뇌발달 정도를 측정할 때 아이큐라는 것으로 계수화해서 나타낸다. 어떤 값이 정규분포를 따른다면 그들의 평균으로부터 표준편차만큼 떨어져 있는 구간내에 데이터의 약 68%, 평균으로부터 표준편차의 두배만큼 떨어져 있는 구간내에 약 95%의 데이터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느 확률변수가 정규분포를 따를 때 그 확률변수가 취하는 값의 범위를 확률로 나타내기 위하여 통계학에서는 표준화의 개념을 사용한다. 표준화란 한 값에서 그 값의 평균을 빼어 그것을 다시 표준편차로 나눈 값을 말한다. 즉 어느 사람의 아이큐가 76부터 124사이에 있을 확률이 약 68%이며 52부터 148사이에 있을 확률은 약 95%라는 것을 알게 된다. 달리 말하면 어느 사람의 아이큐가 52미만이거나 148을 초과할 확률은 5%미만이게 된다. 그런데 그 후보가 주장하는 대로 자신의 아이큐가 430이라면 그 표준화값은 20.6정도로서(평균으로부터 표준편차의 약 21배를 더한 만큼의 값) 사람들을 아이큐 순서대로 늘어 놓았을 때에, 그 후보의 점수는 학생의 표현에 따르면 안드로메다 성운 근처에 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또한 지구 전체인구를 60억으로 가정하고 역으로 확률을 계산해 보았을 때에(이런 류의 문제들은 통계학 개론시간에 자주 다루어지고 있는 것인데) 위의 가정에 따르면 지구 전체에서 가장 아이큐가 높은 사람 즉, 60억분의 1에 해당하는 아이큐 점수는 약 250정도가 됨을 확인할 수 있다. 통계에서는 다른 데이터들과 같이 놓여 있지 않고 홀로 떨어져 있는 데이터를 이상치(Outlier)라고 하며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된다. 왜 저러한 값이 나왔는지 검토하고 혹 측정에 잘못은 없는지를 조사하게 된다. 현재 우리의 아이큐(평균이 100이고 표준편차가 24인 정규분포를 따르는)로서는 아이큐가 430이라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게 된다. 물론 그 후보의 다른 공약내용들도 범인들로서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 후보가 자신의 아이큐를 430이라고 주장한 근거에는 아이큐가 170인 사람보다 문제를 2.5배나 빨리 풀었기 때문에 자신의 아이큐가 170의 2.5배인 430(425를 반올림한 값)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 억지가 아닌 가 싶다. 물론 정치라는 것이 일반 국민들에게는 쉬운 것이 아니고 정치인들이 하는 말들이 “아니면 말고”라지만 어느 정도는 사리에 맞고 어느 정도는 대중들을 설득할 수 있는 말이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아침을 열면서 머리 아픈 통계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들려드려 죄송하지만 아이큐가 430이라고 주장하는 사람과 같이 살고 있는 국민이라면 이 정도의 내용은 이해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글을 맺어본다. 남경현 경기대 응용정보통계학과 교수

정부조직 개편, 근본적 원칙 고려해야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제일 먼저 정부조직 개편과 공기업 민영화를 전면에 내세워 5개 부처를 없애고 산업은행 등을 민영화하기로 한 것은 작은 정부를 주창한 것과도 일관된다는 점에서, 그리고 세금을 내고 투표를 했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세금을 더 절약해서 가치 있게 쓰려는 것으로서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런 정부조직개편에 있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주문하고 싶은 것이 있다. 정부조직 개편은 기존의 정부조직이 이미 있었다는 사실을 고려해 실용적으로 접근하는 동시에 왜 정부조직을 개편해야 하는가하는 근본적 물음을 통해 원칙을 찾고 장기적으로 가야할 목표점으로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실용적인 고려들, 예를 들어 현재의 조직을 한꺼번에 바꿀 때 나타날 공무원의 일자리와 같은 일시적 문제점들은 사실 정치 현실에 직접 부딪쳐 보지 않고는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필자 같은 사람들이 조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이는 정치가들이 일종의 예술을 하는 감각으로 처리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만 왜 정부조직을 개편하는가하는 문제는 몇 가지 조언할 것이 있다. 정부조직 개편과 공기업 민영화의 근본적 이유는 몇 년 전 대구에서 일어났던 개구리 소년 사건을 성찰해보면 드러난다. 개구리소년 사건은 대구에서 개구리를 잡으러 간다고 실종된 여러 명의 소년들이 변사체로 발견돼 범인을 잡기 위해 국가적인 총력을 기울였으나 범인을 잡지 못한 사건이다. 세금을 받는 기본적 이유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데 있다면 국가와 경찰이 체면을 구긴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생명의 보호에 실패했을 때 경찰 예산을 줄여야 할까, 아니면 늘려야 할까? 그 대답은 “알 수 없다”이다. 국민들에게 서비스를 잘 하면 더 많은 예산을 받게 하고 그 반대인 경우에는 예산을 줄이면 국민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하려는 동기가 강력해진다는 점에서는 예산을 줄여야 한다. 그러나 가장 기본적인 서비스가 확실하게 공급돼 더 이상 불행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예산을 늘려야 한다. 물론 이렇게 되면 일을 못할수록 예산을 더 받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냉전시대 미국의 CIA가 구소련의 국민소득 규모를 과장해 추계한 것이 드러났는데 이것도 막강한 소련이라는 이미지 형성에 기여하게 함으로써 예산을 더 확보할려는 동기가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쪽을 선택할 것인가? 시장의 경쟁과정은 고객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의 예산은 절로 더 늘어난다. 소비자들이 더 많이 찾게 돼 많은 돈을 벌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에서는 이런 공공서비스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개편에 손을 대기보다는 여러 가지 성과지표들을 개발하고 이를 보완하고자 노력했지만 앞에서 지적한 근원적 문제는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인수위에서 국민이 내는 세금을 더 가치 있게 쓰기 위해 성과관리를 잘 하려고 하기 이전에 정부조직과 서비스를 개편코자 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다. 정부의 서비스 가운데 시장에서 공급될 수 있는 것은 없는지, 그리고 정부 기구가 시장의 경쟁과정을 오히려 방해하는 역할을 하지는 않는지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교육부의 각종 정책들은 교육에 대한 다양한 수요를 발견하고 아울러 질 좋은 교육의 공급하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장지배자 규제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통해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려는 동기를 저해할 수 있다. 공정위는 자유거래의 보장을 주 임무로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다행히 야당에서도 정부조직 개편이라는 방향 자체에는 동의하고 있는 듯하다. 비록 실용적 고려를 해서 실천에 무리가 없는 순서와 규모를 정한다 하더라도 아무쪼록 이번 기회에 국민의 세금을 가장 가치있게 쓰는 방향을 최종 목표로 삼아 예산을 늘릴지 줄일지 시장에서 판단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정부조직 개편의 검토 대상으로 정치권에서 좋은 결론을 도출해주기 바란다.

다민족 국가로 바뀌어가는 한국

우리는 민족과 국가를 동일한 개념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인은 단일 민족이고 한국은 단일 민족이 세운 국가라는 믿음 때문에 무의식 중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민족이라는 말은 백개의 성(百姓)이 합쳐졌다는 말이다. 따라서 단일민족이라는 말은 애당초 성립되지 않는다. 선사시대부터 이 땅에 수많은 인구가 살았다. 신석기 시대의 빗살무늬토기를 남겨놓은 인구는 수만 명으로 추정되고 그 이후 청동기 시대가 되면 수만 개의 고인돌을 남겨놓은 인구는 추정하기조차 어렵다. 그들은 누구인가? 이런 인구들이 갑자기 한반도에서 떠났다고 볼 이유는 하나도 없다. 따라서 그 사람들의 다양한 유전인자가 우리에게 전달되어 있을 것이다. 특히 고인돌을 만든 사람들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벼농사를 지어 온 농사꾼들이다. 고인돌의 고향은 따뜻한 동남아시아이다. 중국에서는 유행하지 않았던 문화다. 옛날부터 한반도 주민들은 동남아 주민들과 아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왔다는 고고학적 증거이다. 현대 한국인의 언어가 유목민 언어계통인 알타이어가 된 것은 신라시대 이후 부터이다. 그전에 벼농사 기술자들이 사용하던 언어인 한어(韓語) 중에 쌀, 벼, 풀, 씨등 기초 어휘들은 모두 고대 인도어계통이라는 연구 보고가 있을 정도로 남아시아적인 문화가 이 땅에 먼저 자리 잡고 있다. 한국문화의 기초는 그래서 처음부터 2차원적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은 북아시아적인 문화를 수용하는데는 관대하면서도 남아시아와의 인적·물적 교류에 대한 현상에는 본능적인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매일같이 농경문화의 소산인 쌀을 먹고 살면서도 언어의식은 유목민적이다. 그래서 한국인의 의식은 혼란스러운지 모른다. 문화의 계통을 확실하게 분류해 보지 않은데서 연유한 것이다. 지난 2000년 인구 통계에 의하면 한국인의 성씨는 286개이고 귀화인의 성씨는 442개나 된다. 이 귀화인들의 유전인자가 세월이 지나면 토착인구의 유전인자를 압도해 버릴지도 모른다. 그런 현실에 우리가 살고 있다. 현실적으로 보아도 현재 한국의 농촌 총각의 3분의 1이 동남아 출신 신부와 결혼하고 있다. 그 여인들이 낳은 아이들은 재론의 여지가 없이 모두 한국인이다. 그 아이들을 혼혈인 취급해서는 곤란하다. 이미 우리 몸속에 선사시대부터 남아시아인들의 유전인자가 흠뻑 배어있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들의 육아와 교육도 한국정부가 책임져야한다. 농촌 마을에서는 외국인 며느리들을 보듬어 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하고 초등학교 학생들부터 이방인과 함께 사는 연습을 해야한다는 내용이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것은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다. 그것이 현실이며 그것만이 한국의 미래를 조화롭게 하는 길이다. 서양의 그리스와 로마의 문화가 발전한 원동력의 핵심은 포용성이었고 현대에 와서 중국과 미국이 다민족 국가로서 번영하고 있는 모습은 국가 발전의 좋은 교과서가 된다. 순혈주의는 한국 역사상 몽골의 침입과 일제강점기에 생겨난 민족단결의 한 방편이었다. 이제 한국은 세계 11위의 경제국다운 새로운 사회철학이 필요한 시점을 통과하고 있다. 국가 발전의 속도만큼이나 빠른 의식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 김병모 고려문화재연구원장·한양대 명예교수

세계는 지금 인재 전쟁 중

무한 경쟁의 파고 속에 전 세계는 지금 ‘교육혁명을 통한 인재 전쟁(War for Talen)’ 중이다. 바야흐로 창조적 시대에 살아남을 ‘글로벌 인재의 조건을 갖춘 창조적 신 핵심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특단의 창조적 교육개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인재 전쟁은 소리 없이 그러나 엄청난 파장과 파괴력을 지니며 무서운 속도로 ‘선택이 아닌 필생의 전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인재 전쟁의 키워드는 핵심 인재, 핵심 역량, 창조인재 그리고 이를 위한 교육과 HRD(인적자원개발) 혁명이다, 일본이 신 정부의 국가 핵심 교육정책기조를 ‘창조인재 육성을 위한 실력교육’으로 설정하고 기존의 여유교육을 획기적으로 재구조화, 전환하고 있음이 그 한 예이다. 영국 또한 일찍이 ‘모든 영국민을 위한 성공(Sucess for All) 2002’를 국가비전 전략으로 제시하고 전 국민의 핵심적 생애기술 보편화를 위한 교육혁명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사람만이 유일한 생존 자산이다(People are only Resource)’라는 슬로건 하에, 인적자원부를 중심으로 전 정부 부처가 ‘21세기 창조적 인재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북구 여러 나라들의 인재 육성 교육전략 또한 만만치 않다. ‘우리의 미래는 교육을 통한 인재 육성과 지성적 문명화(Future is Civilization)라는 슬로건 하에 전 국민의 생애학습을 전략화하고 있다. 그 기저에는 ‘교육을 통한 학습의 기쁨(Joy of Learning)’ 이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창조적 시대를 열어 갈 글로벌 인재 육성을 위해 한판 승부를 걸고 있다. 국경 없는 글로벌 무한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부존자원이 유독 부족했던 우리였기에, 유독 ‘인적자원 개발’과 이를 위한 ‘교육’에 온 힘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범정부 차원에서 ‘고등교육의 글로벌화 전략’을 마련해 국가 위상에 비해 낮은 국내 대학의 인지도와 위상 그리고 국제화 역량을 강화하려는 특단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음이 감지된다. 대학들은 저마다 국제화 역량을 제고하고자 원어강좌 확대, 외국인 교수 채용, 외국대학과의 교류 확대 및 공동 학위제 운영, 외국인 유학생 확대 유치 등을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가히 인재전쟁을 방불케 한다. 그러나 전해오는 소식들은 아직 낭보가 아니다. 우리나라 초중고 유학생수는 어느새 2만명을 돌파했다. 7년새 13배나 증가했고, 전년 대비 24%가 증가한 수치이다. 82.1%라는 높은 수준의 대학진학률을 보유하고 있건만 우리의 대학 국제경쟁력은 여전히 취약하다. 더 타임즈의 세계 대학평가자료에 서울대가 93위(’04년 118위)이고 세계 200위권내 대학이 3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음을 안타깝게 기억해야 한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우리 교육의 차별화된 국제경쟁역량 강화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다. 어떻게 올인 할 것인가. 우리 교육 특유의 강점 요인을 발굴해 이를 성장 동인화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우리의 국제화 교육역량을 입체적, 체계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야심찬 인재육성 국가 로드맵’을 준비해야 한다. 수비적 자세의 소극적 대응이 아닌 외국 교육자원의 적극적 국내 유입을 위한 개방과 공략 준비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글로벌 틈새시장과 블루오션을 찾아내 우리 교육의 진취적 지평을 확대시켜야 한다. 인소싱과 아웃소싱을 통한 글로벌 인력 발굴과 네트워킹을 통해 우리 교육의 국제 신인도와 선호도를 높여 나가야 한다. 외국 교육기관들의 대대적 진출과 교육시장 개방의 파고에 굴하지 말고 우리 교육이 자생력으로 승부를 걸 수 있도록 우리 손으로 지켜내고, 키우고, 보듬어줘야 한다. 코리아의 인재들이 당당히 글로벌 강대국 거인 인재들과 ‘한판 승부’에 응전할 수 있도록 그들을 길러 낼 우리 교육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세계적 인재 전쟁에서 코리아가 전승할 수 있는 그 날을 기대하며…. 최운실 아주대 교육대학원장

로스쿨 최종 결정을 앞두고

무자년 새해가 밝게 다가왔다. 대학가는 긴 겨울방학에 들어갔지만 지금 경기도의 몇몇 대학들은 초 긴장 상태다. 로스쿨을 신청한 대학들이 이번 주에 실사를 받기 때문이다. 정부는 실사가 끝나는 데로 최종 심의를 거쳐 이 달 중으로 예비인가대학을 결정한다고 한다. 하지만 지방에는 1개 시·도에 2개 학교씩 배정된다는 소문이 들려오는 반면 경기도에 로스쿨을 따로 배정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대학교 총장들은 더 많은 정원을 확보하기 위하여 로스쿨 정원 배분을 수도권 52% 지방 48%의 비율로 고수해야 한다며 성명을 발표하고 유력일간지에 광고까지 게재하고 있다. 이에 맞서 경기도에서도 김문수 경기지사를 중심으로 지역 내 로스쿨 유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의 관철을 위한 여론 확산작업을 계속적으로 전개하고 있으며 그 성과도 상당한 것으로 판단되지만 아직도 도민들 사이에서는 왜 경기도에 꼭 로스쿨이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경기도에 로스쿨이 반드시 유치되어야 하는 이유를 몇 가지만 들어 보자. 첫째로 경기도에 로스쿨이 생기면 다수의 변호사들이 지역 내에 배출되어 활동하게 된다. 그 결과 도내 기업과 주민들은 지금보다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저렴한 비용으로 받을 수 있게 된다. 둘째로 경기도에 로스쿨이 없으면 경기도민들은 자녀들을 로스쿨에 진학시키기 위하여 서울이나 다른 지방으로 유학 보내야 한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아주대학교는 경기도와 협정을 체결하여 경기도민이 로스쿨에 진학하는 경우 졸업 후 경기도내에서 활동하는 것을 조건으로 전액장학금을 지급하는 제도까지 마련해두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 보면 그 불이익이 쉽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셋째로 경기도는 전국에서 인구수 1위, 경제규모 2위의 대형 지방자치단체이면서도 지역별로 할당되는 로스쿨 문제에서 경기도에 비해 절반 규모에도 못 미치는 타 지방자치단체에 밀린다는 것 자체가 명분상 용납될 수 없다. 특히 그대로 방관할 경우 다른 분야에서도 선례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 경기도의 입장에서 볼 때 현행 로스쿨 배분방법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고등법원을 기준으로 서울, 부산, 대구, 대전, 광주 5개 권역으로 나눈 데에 있다. 경기도의 경우 서울과 인접해 있다는 이유로 그동안 고등법원이 설치되지 않은채 운영돼 왔기 때문에 이같은 배분방법에 따르면 도는 로스쿨을 배정받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권역 배분은 법학교육 수요자 입장에서는 왜곡된 것이다. 법학교육 수요자의 절반 가까이가 모여 있는 수도권을 하나의 권역으로 묶는 것도 문제이고, 지방자치가 강화되고 있는 추세에 역행하여 전국 최대의 지방자치단체인 경기도를 서울의 위성지역인양 서울권역에 편입하고 있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정부가 로스쿨 배정을 위해 5개 권역으로 나눈 까닭은 무엇일까? 로스쿨을 전국에 골고루 배치하여 지역 균형발전을 이루고자 하는데 모든 신청대학들을 대등하게 경쟁시키면 서울 소재 대학에 편중되어 결과적으로 균형 배정이 안 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이치는 서울과 경기도 사이에서도 그대로 적용돼야 한다. 경기도 역시 국토의 균형발전을 이뤄야 할 지역이고 또한 서울과 대등한 경쟁을 하기에는 불합리한 점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로스쿨에 관해 지방대학에 적용될 논리가 경기도 대학에는 배제되어야 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정부 당국과 법학교육위원회는 이와 같은 문제점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경기도의 요구를 받아들여 일정한 몫의 로스쿨을 도에 배정해야 할 것이다. 내년 3월 도민들의 열렬한 환영과 기대 속에 로스쿨을 개원하는 멋진 꿈을 꾸어 본다. 지금이야말로 경기도민들의 성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백윤기 아주대 법대학장, 前 법무법인 두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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