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山 SBS-TV 드라마 ‘야인시대’가 시청률을 꽤나 끄는 것 같다. 극중 리듬을 엿가락처럼 늘리지 않아 선이 굵은데다 박진감 넘친 액션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금 같으면 그때마다 교도소 가기에 딱 알맞는 폭력사태를 빚고도 거의 뒤탈이 없는 이유를 지금의 젊은이들에겐 좀 설명해야 할 것 같다. 무엇보다 배경이 일제치하임을 유의해야 한다. 일제 땐 조선사람 끼리의 주먹다짐은 묵인하는 정책을 썼다. 특히 건달 세계의 주먹은 오히려 은근히 조장했다. 그들로서는 손해볼 게 없는데다가 이를테면 조선 건달들끼리 스트레스 해소의 돌파구로 보았던 것이다. 또 하나, 그 무렵의 싸움에서 결투는 공식적으로 인정됐다. 지금과는 달리 피해자 고소같은 걸 해도 법집행이 성립되지 않은 풍조였다. 물론 결투에서 지고 고소하는 예도 없었다. 당시의 싸움은 또 정정당당해야 하는 게 불문율이었다. 흉기를 휘두르거나 뒤통수를 치는 기습 등은 건달세계에서 저질로 취급됐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지금의 폭력과는 판이하다. 드라마 ‘야인시대’가운데는 극적 효과를 노리는 과장이 많은 것은 맞다. 그러나 대체적 줄거리는 실화다. 구마적, 신마적, 쌍칼, 김두한은 다 실존 인물이다. 김두한이 수표교 밑에서 거지노릇한 것도 그렇고, 조선 주먹들이 종로의 우리 상권을 지켜준 것 역시 엄연한 사실이며, 이런 가운데 김두한이 조선인 건달 세계를 통일한 것도 사실이다. 김두한은 해방이 되고 나서는 반공투사로 변신했다. 대한민국 건국을 방해하는 공산주의자들 테러에 처절한 육탄 싸움을 벌이곤 하였다. 그의 아버지며 청산리전투의 영웅인 김좌진 장군을 권총 저격한 동족이 공산주의자였기 때문에 공산주의자는 일본인만큼 싫어 했던 것이다. 한 땐 국회의원이 됐다. 평생을 종로에 뿌리박은 기반으로 서울 교동초등학교 2학년 중퇴 학력으로도 종로구 선거구에서 당당히 당선될 수 있었다. 오물투척은 유명한 사건이다. 국회의원을 그만두고 나서다. 국회의원들이 일은 안하고 쌈질만 하는 것을 보다못해 인분을 퍼담아가지고 국회에 가 방청석에 있다가 쌈질하는 현장에 질책 일갈과 함께 내던져 국회의원들에게 인분 세례를 입혔다. 김두한의 딸로 아버지를 빼닮은 탤런트 김을동은 “평생 가정이란 것을 모른 분이어서 아버지로서는 빵점이지만 한 시대를 풍미한 협객으로는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말한 적이 있다. 국회란 어떻게 된판인지 작금을 막론하고 항상 그 모양이다. 지금도 걸핏하면 쌈박질을 일삼는다. 만약 김두한이 살아있다면 오물투척을 해도 열두번은 더 했을 것이다.
학교운동회 淸河 우리나라의 운동회는 1896년 5월2일에 영어학교(英語學校)에서 평양의 삼선평(三仙坪)으로 소풍을 가 영국인 교사 허치슨(Hutchison)의 지도 아래 ‘화류회(花柳會)’라는 운동회를 열었던 것이 시초가 된다. 당시의 경기종목은 300·600·1,350경주와 공던지기·대포알던지기·멀리뛰기·높이뛰기·이인삼각·당나귀달리기·동아줄끌기(12인조) 등이었다. 1905년 5월20일에는 신흥사(新興寺)에서 황성(皇城)기독청년회가 최초의 운동회를 개최하였으며, 1906년 6월10일 대한체육부 주최로 영도사(永道寺)에서 최초의 민간단체 주최로 운동회가 치러졌다. 학교 또는 일반단체 등의 많은 사람들이 모여 경기나 놀이를 하는 운동회는 체육을 통하여 친선과 우의를 다졌다. 특히 학교에서는 1년중 가장 중요한 행사의 하나였다. 운동회는 학생은 물론 가정이나 지역사회의 단합과 유대를 도모하였다. 학생들은 평소 쌓고 닦은 운동·유희 등의 학습결과를 가족과 이웃들 앞에서 자랑하였으며 교사는 교사대로 학생들의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가을햇볕에 얼굴 타는 줄도 모르고 운동장에서 열심히 지도했다. 운동회는 승부나 기록을 중요시하는 스포츠경기와는 성격을 달리하여 무엇보다 전원이 참여하는 공동체의식을 심어 주었다. 대개 가을에 열리는 학교운동회는 현대에 들어와 청백전의 대항형식으로 진행되었다. 프로그램도 유희·각종 경주·줄다리기·리듬운동·기마전·포크댄스·민속춤·단체경기등 다채롭게 진행된다. ‘사제 함께 달리기’ 같은 경기로 교사나 학부모, 지역사회의 주민들을 참여시켜 즐거움을 더했다. 예전에는 학교운동회 날은 마을 잔치날이었다. 학부모들이 응원할 자리를 먼저 차지하려고 아침 일찍부터 운동장 나무그늘에 돗자리를 깔아 놓기도 했다. 운동회날은 학생들이 주인공이어서 용돈도 넉넉히 주고 맛있는 음식을 잔뜩 장만했다. 만국기가 운동장 하늘에서 펄럭이면 아이·어른 모두 마음이 설레이곤 했다. 이렇게 추억이 깃든 운동회가 요즘 규모가 작아지거나 점점 없어져 간다고 한다. 교실을 증축하여 체육수업도 못할 정도로 학교 운동장이 좁아지기 때문이란다. 그래도 시골학교에서 만이라도 가을 운동회가 계속 열려 추억을 연결시켜 주었으면 좋겠다.
도토리 / 淸河 다람쥐가 도토리 점심 가지고 소풍 간다는 동요가 있듯이 도토리는 야생조수들의 먹이다. 요즘 산에 가면 도토리들이 여기 저기서 귀엽게 굴러 다닌다. 풀숲에 숨어 있는 놈도 있다. 도토리는 재미있는 말을 많이 간직하고 있다. ‘마음이 맞으면 도토리 한 알을 가지고도 시장을 멈춘다’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가난하여도 서로 마음이 맞으면 모든 역경을 잘 극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여기서 도토리는 아주 조그마한 것이라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경상도지방에서는 꿈에 도토리 나무를 보면 행운이 온다고 믿고 있으며, 서울 지방에서는 임신중에 도토리를 먹으면 유산한다는 속신이 있다. 요즘은 도토리가 피로회복이나 숙취에 탁월한 효과가 있고 소화기능을 촉진시키며 입맛을 돋운다고 하여 인기가 한창이다. 도토리는 참나무속에 속하는 나무열매의 총칭이다. 너도밤나무과의 신갈나무·떡갈나무·갈참나무·졸참나무 그리고 이들 사이에서 생긴 많은 변종의 열매를 모두 도토리라고 한다. 열매는 구형 또는 원주형의 견과로 하반부 또는 기부가 술잔모양의 깍정이로 쌓여 있는데 그 바깥에는 비늘모양의 돌기가 나 있다. 종류는 북반구의 온대·난대·아열대에 걸쳐서 200여종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13종의 참나무속 식물이 있는데 주종을 이루는 것은 신갈나무이다. 도토리는 예로부터 묵으로 만들어 먹었다. 과거에는 구황식(救篁食)이었으나 지금은 별식으로 먹는다. 도토리묵을 만들려면 우선 도토리의 껍질을 까서 말린 다음 절구로 빻아 4∼5일 동안 떫은 맛을 우려낸다. 떫은 맛이 어느 정도 빠지면 윗물을 따라내고 가라앉은 앙금을 걷어내어 말린다. 도토리가루와 물을 1대3의 비율로 섞어서 끓이면 엉기게 되는데 이를 식히면 묵이 완성된다. 이렇게 도토리묵을 만들어 먹으려는 지 요즘 야산에 전문 도토리채취꾼까지 몰리면서 도토리나무가 수난을 겪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도토리를 따기 위해 큰 돌로 나무를 내리 찍거나 아예 가지를 부러뜨린다. 산림훼손도 문제지만 다람쥐 등 야생조수의 겨울먹이를 사람들이 싹쓸이 해가니 걱정이 크다. 모처럼 아파트 뒤편 광교산에 갔더니 도토리나무마다 가지가 부러져 있고 그 나무주변에 도토리 껍질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도토리나무들의 신음소리를 들었다.
양념갈비축제 白山 유서깊은 수원화성문화제 행사의 하나로 양념갈비축제를 갖는 것은 당연하다. 유명한 수원양념갈비의 홍보가치를 드높이는 것은 지역경제와 함수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또 이런 지역축제는 지역주민과 응집력을 가져야 공공성의 의미가 있다. 어제부터 오는 13일까지 만석공원에서 열리는 양념갈비축제가 과연 이에 합당한가에 의문을 갖는 시민이 적잖은 것은 유감이다. 시내 업계의 많은 업체 가운데 어떤 업체가 선정돼 행사에 참여했는지는 시민이 알바가 아니다. 그러나 시민이 고객이 되는 부분은 행사의 공공성과 직결된다. 우선 가격이 평소의 업소 가격과 같거나 엇비슷해서는 지역주민과 함께 하고자 하는 행사의 응집력을 살리기가 어렵다. 그야말로 업소 가격과는 차이가 많은 파격적인 가격으로 지역사회와 외래 관광객들에게 수원 양념갈비의 진수를 드높이는 마당이 돼야 하는 것으로 안다. 그러지 못하고 상당 수의 시민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공공의 장소에서 특정 업체만을 위한 영리위주의 행사가 되어서는 문화제의 의미를 찾아볼 수가 없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수원 양념갈비에 대한 홍보다. 서울 등 대다수의 외지 사람들은 그 특성이 뭣이냐고 수원 사람들에게 묻지만 대부분이 제대로 답변을 못한다. 수원 양념갈비에 대한 업계의 개념 정립이 안됐거나 됐어도 지역사회에 제대로 홍보가 안된 탓이다. 양념갈비축제는 바로 이를 홍보하는 기회가 되어야 문화제로서의 가치가 있다. 물론 양념 등 특유의 비방을 공개하진 못해도 그 특성에 대한 홍보는 널리 있어야 행사의 합목적성을 살린다 할 수 있다. 이런데도 지금 거행되고 있는 양념갈비축제엔 지역특산물 차원의 홍보는 거의 고려되지 않고 있다. 업체를 탓하기 보다는 수원시의 인식 결함이다. 수원시 부터가 뭣때문에 양념갈비축제를 갖는 것인지 제대로 인식을 하지 못한데 기인한다. 특유의 먹거리 행사를 문화제 행사로 가지면서 특성은 살리지 못하고 그저 야외식당으로만 변형하는 것은 문화제 행사일 수 없다. 화성문화제 가운데 시민과 응집력을 갖지 못한 행사는 이밖에도 물론 있다. 그러나 양념갈비축제는 시민이 고객이 되는 점에서 각별한 관심의 대상이 된다. 내년부터는 좀더 문화제 행사다운 양념갈비축제가 돼야 할 것이다.
노아의 홍수 白山 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 탐사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최첨단 인공위성 퀵버드(QB)2호가 방주 탐사를 목적으로 터키 동부 이란과 아르메니아 접경지역의 아라랏산 촬영에 나섰다. 고공에서 지상의 60여㎝ 크기 물체도 식별해내는 QB2호는 지난해 10월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발사됐다. 아라랏산은 노아의 방주가 머물렀던 곳으로 전해진다. 해발 5천165m로 4천m 이상은 만년설에 뒤덮였다. QB2호는 얼마전에 드디어 해발 4천275m 지점의 만년설에 묻혀있는 괴물체를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연중 폭풍이 계속 몰아치는 험준한 고지대로 인간의 접근이 불가능해 괴물의 실체가 방주인지는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이때문에 더 많은 사진 촬영으로 정밀 해상도를 분석해 방주인지 여부를 알아낼 계획인 것이다. 한 의인(義人)에게 방주를 띄우도록 만든 노아의 홍수는 지상에 150일동안 쏟아진 폭우로 일어났다. 최근 독일의 저명한 기상학자 라티프 박사가 또 한번의 노아의 홍수를 예고했다.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로 더워진 대기가 더 많은 물을 증발시켜 강우 사이클이 짧아지고 강우량도 많아져 수십년내에 인류는 노아의 홍수같은 기상재해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구촌 곳곳에서 계절에 관계없이 쏟아지는 폭우로 겪는 물난리가 이를테면 그 전초적 징후라는 것이다. 지난 10년동안 환경질 개선을 위해 정부가 투입한 돈이 21조원이 넘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선되기는 커녕 되레 악화돼가고 있다. 도내의 경우 서울보다 공기가 나쁜 곳이 해마다 늘어간다. 걸핏하면 오존경보가 발령되지만 대책은 별무 대책이다. 대기오염의 하나가 되는 자동차를 예로 들면 1990년 339만5천대이던 것이 2000년엔 1천205만9천대가 됐다. 무려 3배나 급증했다. 앞으로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대기오염은 인간의 건강을 크게 해친다. 근래 폐암 사망률이 급증하는 게 대기오염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환경질이 온통 적색신호 투성이다. 이같은 현상은 어느 나라나 거의 비슷한 실정이다. 지구상에서 대기를 가장 많이 오염시키는 미국은 교도의정서를 계속 거부하고 있다. 인류는 결국 노아의 홍수같은 기상 재해를 기어이 자초하고 말 것인지 후대가 크게 염려스럽다.
/淸河 자신은 절대로 성현이 아니라고 孔子는 말했다. 남보다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배우기를 좋아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인(仁)을 설파했던 공자는 평소 인간을 위한 자신의 포부를 “늙은이들을 편안하게 하여 주고 ,벗들은 신용있게 대하도록 하여 주고, 젊은이들은 따르게 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공자의 교훈 가운데 “ 사람에게 유익한 즐거움 세가지와 해로운 즐거움 세가지가 있다”는 말도 유명하다. 유익한 즐거움 셋 중 첫째는 예(禮)와 음악의 조화를 분별하여 넘치고 부족함이 없도록 조절하는 것을 좋아하라고 했다. 그리하면 정신적으로 예악의 조화를 이뤄 덕을 기르게 되고 처신할 때 위엄과 절제를 얻어 존경을 얻게돼 유익하다고 했다. 둘째는 사람의 착한 점을 들어 칭찬하는 것을 좋아하라고 했다.그리하면 인심을 얻게 되고 다른 사람의 착한 일이 자기에게 미치게돼 더욱 선(善)에 가까워져 유익하다고 했다. 셋째는 어진 벗을 사귀어서 자랑으로 알고 좋아하라고 했다. 그리하면 착한 사람, 착한 말씨, 착한 행동의 환경 속에서 살게 되므로 유익하다고 했다. 해로운 즐거움 세 가지도 말했다. 첫째, 자기의 부귀를 믿고 거만스럽게 향락을 좋아하면 방탕으로 폐가 망신하게 되니 해롭다고 하였다. 둘째, 게으르게 무사안일을 좋아하면 남는 것은 추락과 자포자기뿐이니 해롭다고 하였다. 셋째, 주색을 지나치게 좋아하면 소인배와 함께 야비한 습성에 젖어 학문과 도덕생활에서 멀어질 것이니 해롭다고 하였다. 공자의 이 여섯가지 즐거움은 자의식을 깊게 해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돌아보게 한다. 혹자들은 말하기를 공자는 신에게 호소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선지자도, 진리를 환히 꿰뚫는 철학자도 아니라고 한다. 자기실현이라는 길에 나선 여행자들 가운데 다소 앞선 여행자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공자를 성현이라고 칭송하지 않을 수 없다. 공자의 교훈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새로워지기 때문이다.
/淸河 유럽에서는 매주 한 명의 여성이 남편이나 동거남의 가정폭력에 의해 살해당한다. 유럽회의(Council Of Europe)가 최근 내놓은 소식이다. 15∼44세 여성 중 가정폭력으로 죽거나 장애인이 되는 사람이 암과 교통사고, 전쟁으로 그렇게 되는 경우보다 많다니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 가정폭력은 신체적 폭력과 성폭력, 강간과 위협 등 모든 형태로 나타난다. 언어폭력과 모욕, 위협 등 심리적 폭력은 더 나쁜 영향을 미쳐 여성이 훗날 삶의 의욕마저 잃게 한다. 지난 한해 동안 프랑스에서만 135만여명의 여성이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됐다. 러시아에서는 해마다 1만3천여명의 여성이 살해됐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도 남편의 폭력, 주로 성폭력이 날로 늘어난다고 ‘한국여성의 전화연합’이 엊그제 발표했다. 야구방망이 등으로 위협하거나 구타한 후 성관계를 강요한다니 변태가 분명하다. 매 맞는 아내 중 67%가 남편의 일방적 성관계 등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행위를 남편은 ‘부부싸움 후 화해’로, 아내는 ‘구타 후 강간’으로 인식하는 등 남녀의 인식차가 크다. 더구나 배우자의 성폭력은 범죄가 아니라는 사회적 인식이 팽배해 피해여성의 84%가 도움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가정폭력이 시작된 시기는 결혼 전부터 결혼 후 1년 미만이 55%로 절반이 넘는다. 연애시절과 신혼초기에 여자가 남자의 폭력대상이 된다는 것은 비극이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아내들 대부분이 순결을 빼앗겨서(15.7%), 임신을 했기 때문에(9.4%), 강요나 협박에 의해(6.6%) 결혼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순결이데올로기가 배우자의 폭력을 조장한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셈이다. 남편에겐 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례가 존재하는 등 우리 사회에는 부부관계의 특수성을 강조하며 아내 강간을 적극적으로 처벌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배우자 성폭력에 대한 구체적 조항을 가정폭력 방지법 혹은 성폭력 특별법에 신설,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성단체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동서를 막론하고 남편들의 각성과 인격도야가 있어야겠다.
/淸河 지난 9월29일 오후 제14회 부산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 남북 선수단이 ‘한반도기(旗)’를 앞세우고 공동으로 입장, 박수갈채를 받았다. 흰색 바탕에 파란색 한반도가 펄럭이는 한반도기 아래 이뤄진 남북 공동입장은 성화 점화와 함께 가장 관심을 모은 부산 아시안게임의 하일라이트였다. 이번 공동 입장이 관심을 모은 것은 ‘단일기’의 상징적인 의미가 가장 잘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1963년 1월 스위스 로잔체육회담에서 처음 거론된 남북 단일기 사용은 1989년 10월 판문점 체육회담을 거쳐 1990년부터 1991년 2월까지 4차례 열린 판문점 회담에서 최종 결정됐다. 남북은 이 회담에서 1991년 제41회 지바(일본) 세계탁구선수권 대회와 제6회 리스본(포르투칼) 세계청소년 축구대회에 단일팀·단일기로 참가하기로 합의, 마침내 실현했다. 한반도와 제주도 지형이 그려진 단일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한반도 동쪽 끝 외딴 섬인 ‘독도’를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돼 왔는데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자체적으로 북한 응원 활동을 벌이고 있는 부산지역 90여개 시민·사회단체연합의 통일아시아드시민연대 산하 통일응원단 ‘아리랑’이 제작,배포한 한반도기에 독도가 선명하게 그려져 있어 호응을 받았다. 북한 응원단이 선보인 한반도기에도 독도가 ‘한 점 ’으로 표시돼 있어 같은 민족임을 피부로 느끼게 하였다. 지난 28일 만경봉호를 타고 대포항에 입항한 북한 응원단의 한반도기가 대형을 비롯해 소형 수기에 이르기까지 모두 독도를 분명히 표시한 것이다. 그러나 부산시가 만든 한반도기에는 독도가 없어 특히 부산시민들이 의아해 하고 있다.“한반도기에 독도가 없는 것은 남북한 합의사항 ”이라고 부산시는 말하고 있지만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을 의식한 것이라는 비난이 더 높다.그러니까 독도 표시는‘ 안한 것이 아니라 못했다’는 얘기다. 정부 관계자도 “부산 아시안게임에 사용되는 한반도기가 현재 남북 양측이 인정하고 있는 공식 단일기”라고 말하고 있으나 일본땅도 아니고 한국땅에서 한반도기에 독도를 표시하지 않은 것은 지나치게 소심한 처사다. 남북이 공동대처한다는 점에서 독도 표시와 같은 외교적 마찰은 많을 수록 좋은 일인데,정부가 일본 눈치를 너무 보고 있어 언제나 뒷통수를 맞는다.
白山 조선조 태종2년(1402년)에 제작된 ‘혼일강리역 대국도지도’는 한국사 최초의 세계지도다. 한·중·일과 중앙아시아, 유럽, 아라비아반도, 아프리카 등까지 큰 손색없이 그려졌다. 다만 대양주와 남미·북미만이 제외됐다. 이같은 사실은 권근(權近)의 양촌집(陽村集)에 전한다. 석굴암 건축에는 피타고라스정리가 실용화 됐다. ‘직각 삼각형의 빗변을 한변으로 하는 정사각형의 넓이는 각각 다른 변을 한변으로 하는 정사각형의 넓이의 합과 같으며 이 역도 성립한다’는 것이 피타고라스정리다. 석굴암은 입체기하학의 원리까지 활용한 걸작이라고 수학자들은 말한다. 태풍에 대한 관측도 삼국시대부터 이미 시작돼 고려∼조선조까지 계속됐다. 풍속, 풍향 등에 실험적 관찰이 있었다. 옛 기록에는 태풍을 풍이(風異)라고 불렀다. 다만 그 강도에 따라 나무가 뽑힐 정도의 풍이는 대풍, 이보다 더 강한 풍이는 폭풍이라고 했다. 전통한옥은 지진에 강한 매우 과학적이라는 실험 평가가 나왔다. 서울대 지진공학연구센터가 얼마전 지진시뮬레이터에 의해 전통한옥 기와집에 대한 인공지진 실험에서 7.0 강진까지 거뜬히 견뎌내는 것을 확인했다. 무거운 기와지붕을 받치는 튼튼한 목재 구조가 지진 에너지를 분산, 흡수하는 내진설계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따라서 기와집의 전통한옥이 아닌 초가집, 토탐집은 경우가 다르다. 8세기 중엽 신라 혜공왕 때 일어난 지진 기록 중 ‘땅이 흔들리고 민가가 무너져 깔려 죽은 자가 100인이나 됐다’는 대목이 있다. 여기서 말한 민가란 초가집, 토담집을 말한다. 남산골(양반촌)에서는 기와장이 떨어졌다고만 기록됐다. 전통한옥은 이처럼 지진에 강하다. 지금의 시멘트 블럭집이나 벽돌집보다도 더 안전하다. 시멘트 구조는 누르는 힘엔 잘 견디지만 흔드는 힘에는 약하기 때문이다. 조상들은 이토록 과학적인 생활을 했다. 비록 세계일주는 못했어도 세계지도를 그릴 줄 알고, 피타고라스정리가 뭣인지는 몰라도 실용화 할 줄은 알고, 기상학은 몰랐어도 태풍을 관측했으며, 지진의 원인은 몰라도 내진설계는 할 줄 알았다. 이는 이론과학이 아닌 경험과학의 지혜였던 것이다. 전통한옥은 건축미도 운치가 있고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도록 된 구조적 특징이 또 있다. 한옥의 광(廣)은 훌륭한 냉장고 구실을 했다. 전통한옥이 점점 사라져 좀처럼 보기가 어려워져 간다.
白山 발해(渤海)는 중국 송화강 이남과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연해주에 이르기까지 광활한 국토를 이룩한 우리의 옛 왕국이다. 서기 699년 대조영(大祚榮) 등 신라에 망한 고구려 유민들이 세워 926년 요(遼)나라에게 망할 때까지 227년동안 찬란한 문화를 이루었다. 상경용천부(上京龍泉府)가 도읍지였다. 연해주에선 아직도 발해시대의 기와 등 유물 유적지가 발견되곤 한다. 중국 흑룡강성박물관에는 발해 유물전시관이 따로 있다. 고구려에 이어 발해가 망함으로써 요령성 일원에까지 뻗쳤던 우리의 옛국토가 중국에 돌아가 오늘에 이르렀다. 중국에서는 지금도 중국땅의 고구려는 자기들 역사라고 우긴다. 발해도 자기 나라 것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러시아까지 발해를 자기 역사의 일부로 주장하고 있다. 우리의 국권이 미치지 못한 탓이다. 얼마전 노태돈 서울대교수(국사학)는 중국 해성(海城)현의 옛 안시성(安市城)인 영성자산성(英城子山城)을 찾다가 공안원에 억류돼 필름까지 빼앗기는 곤욕을 치렀다. 안시성은 고구려 양만춘(楊萬春) 장군이 당 태종(唐太宗)이 이끈 대군을 궤멸한 대첩지다. 흑룡강성박물관에서는 한국사람이 발해 유물을 메모하는 것 조차 막는다. 고구려의 옛 땅이 중국땅이 되어 역사의 일부를 잃은 것도 안타깝지만, 발해 역사는 사료가 생소할 정도여서 송두리째 잃은 것같아 더욱 안타깝다. 평생을 발해사 연구에 몸바친 방학봉 전 연변대 교수는 “우리가 소홀히하면 발해는 남의 나라 역사가 되어버릴지 모른다”고 말했다. 조선족인 그는 지난 5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가진 자신의 저서 ‘발해성곽’출판기념회에 참석키 위해 왔었다. 연변 돈화(敦化)현에 있는발해 3대 문왕(文王)의 딸 정혜(貞惠)공주의 무덤을 발견하는 등 발해의 화폐, 문화, 소를 이용한 농경법 고증 등에 독보적 업적을 쌓은 역사학자다. 비록 한반도마저 분단된 형편이긴 하나, 만주땅과 러시아 연해주까지 차지한 넓고 넓은 국토를 누빈 선조들의 호연지기를 생각하면 우리는 정말 좋은 역사를 지닌 민족임에 틀림이 없다. 정부는 고구려와 발해사 연구를 위한 국내 학자의 현지실사 등에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를 얻는 역사문화 외교에 각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선조가 이룬 문화유적지를 찾지도 못한대서야 후대로서 수치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사극(史劇)의 텔레비전 드라마나 영화 또한 근대사의 권력 투쟁따위 보단 고구려나 발해의 만주땅 활약을 무대로한 자랑스런 역동적 사실(史實)을 조명해야 할 것이다.
淸河 정부가 확정한 111조7천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문제점 가운데 환경부문을 언급하였다. 내년도 환경부 배정 예산은 총 1조3천850억원으로 올해 1조4천336억원과 비교할 때 3.4%(486억원)가 삭감됐다. 환경부 예산은 낙동강 페놀사건 직후인 1993년 1천887억원에서 1995년 6천729억원, 1999년 1조1천536억원, 2001년 1조4천143억원 등으로 10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환경은 점점 악화돼가는데 내년 예산이 줄었으니 환경보전 관련사업과 업무 등에 차질이 생길 게 분명하다. 우선 지방 상수도시설 개량 예산이 1천124억원에서 500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어드는 등 농어촌지역의 수돗물 공급 차질은 물론 수질 저하가 예상된다. 현재 상수도 시설이 없이 지하수를 음용하는 학교만도 전체 초·중·고등학교의 20%인 2천여개교애 달한다. 전남 완도, 진도와 강원 속초 등 만성 급수난 지역의 저수지 건설계획 역시 예산 배정을 받지 못해 사업 자체가 백지화할 위기에 놓였다. 또 강원 영월·정선군 일대 동강유역 사유지 매입비도 40억원을 배정받는데 그쳐 생태계 보전지역 추가지정 사업을 난항을 겪게 됐다. 환경부가 난개발 집중지역의 사유지를 사들일 계획이지만 배정 예산은 전체 매입 비용(1천억여원)의 4%에 불과하다. 또 적조의 주요 원인인 내륙 오염물질 차단을 위한 연안지역 하수처리장 설치비용도 올해 1천591억원에서 1천36억원으로 축소됐다. 내년 정부 예산안은 ‘급한 불부터 꺼보자’는 식이며 ‘균형’에만 집착했다. 긴축도 좋고 적자 예산 탈피도 좋지만 국민 1인당 세 부담이 300만원을 넘어선 것은 잘못된 일이다. 세금이 늘면 모든 지출을 결국 국민이 부담한다. ‘알뜰예산’의 의미도 반감된다. 정부 예산안은 조만간 국회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그러나 대선에만 정신이 빠진 국회가 수박 겉 핥기 식으로 넘어갈 것 같아 도통 안심이 안된다. 문제점만이라도 많은 예산안 가운데 환경예산 축소가 아니라 증액이 검토돼야 할텐데 걱정스럽다.
개구리 소년 白山 ‘개구리를 잡으러 간다’며 집을 나섰던 대구시 달서구 이곡동 ‘개구리 소년’ 5명 가운데 4명이 결국 유골로 돌아왔다. 동네서 3.5km 가량 떨어진 와룡산 중턱 해발 400m 지점에서 유골은 서로 엉킨 채 흙더미에 묻혀 있는 것을 도토리 줍던 50대 남자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그간 연인원 32만여명이 수색에 나섰음에도 지척에 두고 찾지 못했던 의문은 그렇다 치더라도 역시 의문은 또 있다. 5명 중 1명의 행방이 우선 궁금하다. 왜 뒤엉켰으며 흙더미는 뭣인지도 알 수 없다. 타살이든 사고사든 참혹하고 비통스런 일이다. 다른데서 타살당해 무더기로 유기됐을 가능성이 있지만 경찰은 사고사로 추정하고 있다. 또 1명의 유골이 어딘가에 있을 것으로 보고 부근을 계속 수색 중이다. 와룡산 중턱은 보통 야산이 아닌 산중이다. 산속에서 길을 잃은데다 두려움은 더하고 배는 고픈 가운데 3월이어서 엄습하는 한기에 견디지 못해 서로가 몸을 의지한 체온으로 버티다가 추위에 지쳐 숨졌을 지 모른다. 어쩌면 흙더미에 깔려 생매장 당했을 수도 있다. 사태난 흙더미는 더많이 무너져 있던 것이 지난번 비로 많이 씻겨 내려가 비로소 발견이 가능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지난해엔 ‘개구리 소년’ 아들을 찾다가 지친 어느 아버지가 병을 얻어 한을 풀지 못한 채 숨졌다. 유골 발굴 현장을 지켜보던 한 어머니는 아들의 옷을 보고는 “내가 사준 체육복인데…” 하면서 통곡을 터뜨렸다. 소식을 몰랐을 적엔 생사라도 알았으면 했던 부모들이다. 그러나 주검으로 돌아온 이 마당에서는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지 모른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언젠가는 돌아오겠지 하는 실낱같은 희망이 완전히 끊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나마 유골을 수습하여 어린 원혼들을 달랠 수 있는 것도 불행중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아쉬운 것은 그 깊은 산중에 들어가도록 말리는 어른 1명이 없었을만큼 아무도 본 사람이 없었느냐 하는 것이다. 정확한 사인은 더 두고 보아야 겠지만 아무튼 ‘개구리소년’들의 주검이 안타까운 것은 다같은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아이들이 너무 가엽기 때문이다. 허무한 것은 부모들 뿐만이 아니다. 지켜보는 우리들도 같은 심정이다. 남의 아이일지라도 위기에 처하면 관심을 갖는 좀 더 따뜻한 사회가 되면 좋겠다. ‘부모가 죽으면 산에 묻지만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했다.
외국인 단역배우 淸河 한국인과 결혼한 프랑스 출신 이다도시와 미국 출신 로버트 할리, 이탈리아 청년 브루노가 한때 국내 브라운관을 누비며 인기를 끌었다. 얼마전까지 활발한 활동을 펼친 외국인은 나이지리아에서 온 티모시 어추바씨다. 무역업을 하러 한국에 왔다는 그는 능수능란한 우리말을 구사하며 KBS ‘세상의 아침’의 리포터로 활약중이다. 러시아 유학생 B씨는 KBS ‘명성황후’에서 ‘러시아공사’역으로 고정 출연했고 MBC ‘서프라이즈’의 ‘링컨 대 케네디’편에서 링컨대통령으로 등장해 얼굴을 알렸다.이 코너에서 케네디 대통령역으로 출연한 외국인 역시 국내 모 대학원에 재학중인 불가리아 유학생이다. 이렇게 외국인 엑스트라의 출연이 늘고 있는 것은 방송사마다 MBC ‘타임머신’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SBS의 ‘깜짝 스토리랜드’등 7∼8개의 재연 프로그램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국내 뿐 아니라 외국의 신기한 사건·사고의 재연을 소재로 삼다보니까 외국인 단역배우가 이들 프로그램의 단골손님이 됐다. 이들의 출연은 프로그램의 현실감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방송사들이 선호한다. 따라서 단역배우 활동은 한국에서 어렵게 유학생활을 하는 외국인 학생들 사이에서 최고의 아르바이트로 각광받고 있다. 돈도 벌고 다양한 한국 체험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유학생들끼리 프로그램 정보를 교환하는가 하면 배역에 맞는 사람을 서로 추천해 주기도 한다. 외국인들을 각 방송사에 알선하는 업체까지 등장, 3∼4곳이 성업중이다. 출연료는 배역과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3∼4시간에 8만∼10만원선이다. 브루노의 경우 두시간짜리 쇼 프로그램에 출연해 최고 70만원까지 받았다. 문제는 이들 활동의 상당수가 ‘불법’이라는 점이다. 티모시나 브루노처럼 전문업체와 고용계약을 맺고 국내에서 연예활동이 가능한 ‘E-6’비자를 발급받아 활동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유학비자나 관광비자를 발급받아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들은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사전허가없이 방송사에서 단역 배우로 활동할 수 없게 돼 있다. 전문적 알선 업체가 악덕행위만 하지 않는다면 외국 유학생들에게 한국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는 것 같은데 ‘불법’이라는 것이다. 방송사 역시 이들 출연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한다. 그 누구도 법을 무시할 수는 없다.
白山 발해(渤海)는 중국 송화강 이남과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연해주에 이르기까지 광활한 국토를 이룩한 우리의 옛 왕국이다. 서기 699년 대조영(大祚榮) 등 신라에 망한 고구려 유민들이 세워 926년 요(遼)나라에게 망할 때까지 227년동안 찬란한 문화를 이루었다. 상경용천부(上京龍泉府)가 도읍지였다. 연해주에선 아직도 발해시대의 기와 등 유물 유적지가 발견되곤 한다. 중국 흑룡강성박물관에는 발해 유물전시관이 따로 있다. 고구려에 이어 발해가 망함으로써 요령성 일원에까지 뻗쳤던 우리의 옛국토가 중국에 돌아가 오늘에 이르렀다. 중국에서는 지금도 중국땅의 고구려는 자기들 역사라고 우긴다. 발해도 자기 나라 것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러시아까지 발해를 자기 역사의 일부로 주장하고 있다. 우리의 국권이 미치지 못한 탓이다. 얼마전 노태돈 서울대교수(국사학)는 중국 해성(海城)현의 옛 안시성(安市城)인 영성자산성(英城子山城)을 찾다가 공안원에 억류돼 필름까지 빼앗기는 곤욕을 치렀다. 안시성은 고구려 양만춘(楊萬春) 장군이 당 태종(唐 太宗)이 이끈 대군을 궤멸한 대첩지다. 흑룡강성박물관에서는 한국사람이 발해 유물을 메모하는 것 조차 막는다. 고구려의 옛 땅이 중국땅이 되어 역사의 일부를 잃은 것도 안타깝지만, 발해 역사는 사료가 생소할 정도여서 송두리째 잃은 것같아 더욱 안타깝다. 평생을 발해사 연구에 몸바친 방학봉 전 연변대 교수는 “우리가 소홀히하면 발해는 남의 나라 역사가 되어버릴지 모른다”고 말했다. 조선족인 그는 지난 5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가진 자신의 저서 ‘발해성곽’출판기념회에 참석키 위해 왔었다. 연변 돈화(敦化)현에 있는 발해 3대 문왕(文王)의 딸 정혜(貞惠)공주의 무덤을 발견하는 등 발해의 화폐, 문화, 소를 이용한 농경법 고증 등에 독보적 업적을 쌓은 역사학자다. 비록 한반도마저 분단된 형편이긴 하나, 만주땅과 러시아 연해주까지 차지한 넓고 넓은 국토를 누빈 선조들의 호연지기를 생각하면 우리는 정말 좋은 역사를 지닌 민족임에 틀림이 없다. 정부는 고구려와 발해사 연구를 위한 국내 학자의 현지실사 등에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를 얻는 역사문화 외교에 각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선조가 이룬 문화유적지를 찾지도 못한대서야 후대로서 수치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사극(史劇)의 텔레비전 드라마나 영화 또한 근대사의 권력 투쟁따위 보단 고구려나 발해의 만주땅 활약을 무대로한 자랑스런 역동적 사실(史實)을 조명해야 할 것이다.
흡연자의 얼굴 淸河 사람은 누구나 보다 아름다워지고 싶어한다. 특히 용모와 피부를 아릅답게 유지하고 싶은 것은 모든 여성의 영원한 희망이다. 아름다운 용모와 피부를 간직하고 싶은 여성이라면 우선 담배를 피우지 말아야 한다. 흡연여성이라면 지금 당장 담배를 끊어야 된다. 일반적으로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피부가 거칠다. 건조하고 주름이 많다. 담배를 피우면 피부를 매끄럽게 유지시키는 피부 각질층의 수분과 비타민A 농도가 감소되고, 피부에 있는 모세혈관이 막혀 피부가 만성 허혈(虛血)상태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또 햇볕에 피부가 손상을 받는 광로화(光老化)도 촉진된다. 비흡연자에 비해 흡연 남성의 광로화는 2.3배, 흡연여성의 광로화는 3.1배다. 담배를 피우면 피부를 탄력있게 만드는 탄력소의 결합도 파괴돼 피부가 더 쭈글쭈글해진다. 애연가들은 기분이 좀 나쁘겠지만 일반적으로 흡연자의 얼굴은 주름이 많을 뿐 아니라 눈이 퀭하고 광대뼈가 두드러져 보인다. 입술과 잇몸에 회색빛이 감도는데 이를 ‘흡연자의 얼굴’이라고 부른다. 이는 담배를 피울 때 입을 오므리거나 눈을 가늘게 뜨는 흡연자 특유의 버릇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런데 요즘 도심에서 당당하게 담배를 피워무는 젊은 여성들이 크게 늘었다. 술집이나 커피숍이 아니라 거리에서도 피운다. 예전에는 시골의 할머니들이 담배를 피웠으나 요즘은 10대와 20대 젊은 여성의 흡연이 폭증하고 있다. 우리나라 여성 전체의 흡연율은 감소 추세지만 20대 여성 흡연율은 1990년 1.5%에서 1999년 4.8%로 증가했다. 미성년인 여고생 흡연율도 8%나 된다. 남성도 흡연이 해롭다고 금연 캠페인에 호응하는데 가임 여성은 더욱 위험하다. 담뱃속 유해 성분은 핏속의 헤모글로빈과 달라붙어 태아에 대한 산소공급을 차단한다고 한다. 무뇌아, 선천성 심장기형 등 기형아의 출산 빈도가 높아진다. 기형이 생기지 않더라도 남자아이는 행동장애, 여자아이는 약물남용과 같은 정신적 장애를 겪을 확률이 높아진다.담배 안피우면 간단히 해결될 것을 무슨 보약이라고 끊지 못해 미숙아 출산이나 사산 위험에 걱정하는가. 흡연은 여성 수정능력도 떨어뜨려 불임을 유발하며, 자연 유산이나 자궁외 임신의 원인이 된다고 한다. 피부노화·주름살·기형아 출산을 부르는 여성흡연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흡연은 멋이 아니다. 노화의 지름길이다. 여성이 아름답고 건강해야 세상이 행복해진다.
중국산 양식활어 수입 白山 농협이 국산 농산물 애용을 권장하는 ‘신토불이’(身土不二) 구호는 참으로 절묘하다. 이치에 맞는 것이 정곡을 찌른다. 그러나 소비자가 신토불이를 이행하고 싶어도 잘 안되는 것은 중국산 농산물의 대거 상륙때문이다. 비록 국산 농산물이 값은 더 비싸지만 그래도 선호하고자 하는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이 중국산 농산물의 국산화 둔갑이다. 유통 과정에서 원산지 표시를 아예 않거나 원산지 표시를 허위로 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중국산 상륙은 농산물에 국한하지 않아 수산물까지 크게 확대됐다. 하긴, 미꾸라지는 국내소비의 90% 가량이 중국산이란 소리는 벌써부터 있긴 있었다. 비단 민물 수산물에 한하지 않고 갯물 수산물까지 이젠 중국산이 판을 친다. 해양수산부는 바다에서 양식한 중국산 활어 수입량이 지난해 1만3천961t으로 2년전인 1999년의 5천573t에 비해 2.5배가 증가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올들어서도 지난 6월말 현재 8천477t에 이르러 지난해 같은 기간의 7천161t에 비해 18%가 늘었다. 국내 소비자가 횟감으로 즐기는 활어에 중국산 수입량이 이처럼 급증하는 것은 국내 양식 활어에 비해 싸기 때문이다. 활민어의 중국 산지가격이 kg당 2천∼2천500원인데 비해 우럭 국내 산지가격은 4천600원이다. 따라서 중국산 활민어의 국내 도매가격 역시 국산 우럭보다 kg당 600∼700원이 더 싸다. 이 때문에 국내 양식업계가 큰 타격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광어나 우럭은 국산이 많지만 특히 활민어는 중국산이 대부분이다. 자연산의 국산 활어회를 맛보는 것이 식도락가들의 소망이었다. 이젠 국산 자연산 활어는 고사하고 국내 양식활어회라도 제대로 먹으면 다행이겠으나 중국산 양식 활어가 판을 치니 이도 쉽지 않을 것 같다. 먹거리란 먹거리는 죄다 중국산 투성이로 어느새 우리의 식탁이 중국산에 점령 당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시장개방이란 이토록 무섭다. 물론 이 대신에 우리는 중국에 각종 공산품을 더 많이 팔고는 있지만 농수산물의 중국산 심화는 보통 일이 아니다. 신토불이를 이행하고 싶어도 중국산에 밀리는 세태가 됐다. 국내 어디서든 국산 활어회를 마음놓고 즐겼던 그런 시대는 영 갔는가싶어 그때가 그리워진다. 세상이 두렵도록 빠르게 달라져 간다. 수년 후엔 어떤 먹거리가 어떻게 변화할지 또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