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수구 거리 곳곳 ‘말소 차량’ 흉물 방치 [현장, 그곳&]

“공용주차장이나 길거리마다 온통 번호판 없는 차량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5일 오후 3시30분께 인천 연수구 옥련동 송도꽃게거리. 식당 앞쪽 노면주차장에 번호판이 없는 차량들이 줄을 지어 서있었다. 대신 이들 차량엔 앞이나 뒷유리에 의미를 알 수 없는 숫자들이 써있거나, ‘○○무역’이란 글씨가 써 적혀 있었다. 모두 수출을 앞둔 번호판이 없는 말소 차량들이다. 인근 상인 유경숙씨(65)는 “오래 전부터 번호판 없는 차량들이 식당 앞 노상주차장을 점거했다”며 “낡은 차량이 가게 앞을 가로막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장사를 할 수가 없다. 외국인들이 와서 사진을 찍는데, 그들에게 뭐라고 하면 ‘가라, 가라’고 되레 소리를 지르는데, 보복 당할까 무섭다”고 토로했다. 인근 옥련동 능허대공원 일대도 마찬가지. 왕복 6차선 대로 길가에 번호판 없는 대형 트럭이나 버스 등이 즐비했다. 인근 골목길과 공용주차장에도 수출을 앞둔 말소 차량 십여대가 세워져 있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주차할 곳이 없어 되레 도로에 불법 주차를 하고 있고 실정이었다. 인천 연수구 옥련·동춘동 일대가 수출을 앞둔 말소 차량들로 불법 점령되며 상인과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구에 따르면 옛 송도유원지 부지에 있는 중고차수출단지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업체들이 보관료를 아끼려 수출 대기 차량을 일대 노상·공용주차장과 길가 등에 세워놓고 있다. 구가 지난해 말부터 올 6월까지 일대에서 3천198건을 단속했지만, 여전히 이 같은 말소 차량의 도심 점령은 끊이지 않고 있다. 말소 차량의 방치는 최소 5일의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보니, 통상적인 불법 주·장차 차량처럼 곧바로 견인 처리도 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구는 이날부터 이들 말소 차량 바퀴에 철제로 이뤄진 이동 제한 장치인 ‘족쇄’를 채워 견인 때까지 이동을 원천 봉쇄하는 등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이재호 인천 연수구청장은 “말소차량 불법행위에 대해 그동안은 계고 조치를 많이 했는데, 이제부터는 적극적으로 강제 견인할 계획”이라며 “주민, 운전자들의 안전과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학교 코앞 ‘낯 뜨거운 간판’ 수두룩 [현장, 그곳&]

“학교에서 넘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퇴폐업소가 있다는 게 말이 됩니까?” 5일 오전 8시께 평택시 안중읍 경기물류고 후문에서 불과 30여m 떨어진 곳에 흰색 글씨로 ‘A 노래뮤비방’이라고 적힌 검은색 배경의 간판 1개가 눈에 띄었다. 이곳으로부터 약 50여m 떨어진 곳에서도 역시 노래방 등 10여곳이 성업 중이었다. 이들 업소는 대부분 여성 접객원을 두고, 주류를 판매하는 형태로 영업하고 있다는 게 주민들의 전언이다. 이날 오후 2시께 화성시 송산면 송산초 정문 상황도 마찬가지. 이곳에서 도보로 30초 거리에 있는 골목에는 ‘B 바’, ‘C 가요주점’ 등 10여개에 달하는 유흥업소가 즐비해 있었다. 마침 하교하는 남학생들이 자연스럽게 해당 골목 이곳저곳을 누비며 “저 여자그림 있는 가게에 들어갔다 와보라”는 말을 내뱉으며 장난을 치기도 했다. 이곳에서 만난 이모씨(44)는 “순수한 아이들이 유해시설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왜 방치하고 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 등을 위해 지정한 ‘교육환경보호구역’ 내에 여전히 유흥주점과 퇴폐업소 등 청소년 유해시설이 즐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관련 법이 도리어 건전한 교육환경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어 청소년 보호를 위해서라도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현행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교육환경법)은 각급 학교주변 200m 이내를 교육환경보호구역으로 지정, 유해시설 입점을 막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제재에도 아직까지 도내 학교 주변에 유해시설이 무차별적으로 조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5년간 도내 교육환경보호구역 유해업소 단속 건수는 2018년 11건 에서 2019년 88건으로 늘었다가 2020년 49건으로 하락세를 보이다 2021년 97건, 지난해 222건 등으로 급증했다. 일각에선 교육환경보호위원회 심의 제도가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환경보호구역은 학교 경계를 기준으로 절대보호구역(50m)과 상대보호구역(200m)으로 나뉘는데, 위원회 심의만 통과하면 상대보호구역엔 유해시설이 들어설 수 있다. 2020~2022년 경기지역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유해시설 등 설치허가 누계건수는 2020년 5천147건, 2021년 5천21건, 2022년 4천433건 등이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는 “학교 주변에 유해시설이 자꾸 들어서면 결국 그 주변엔 계속 그런 시설이 들어오게 될 수밖에 없다”며 “청소년들이 일탈에 빠질 수 있는 우려가 큰 만큼 위원회 심의 제도 개선 등 법 제정 취지를 되살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법이 정하고 있는 내용에 따르고 있으나 분명 한계는 존재한다”면서도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고문도 없는 ‘대장균 약수터’… 인천시민 건강 위협 [현장, 그곳&]

“작은 글씨로 검사 결과가 붙어 있는데, 그게 보이나요? 덕분에 대장균이 있는 약숫물을 마셨네요.” 1일 오전 11시께 인천 부평구 구산동 거마산 중턱에 있는 ‘번개 약수터’. 등산객 정찬용씨(66)가 그릇에 약숫물을 가득 담아 마시려 하자, 다른 등산객이 “마시면 안 돼요!”라고 외친다. 정씨가 주위를 둘러보자 약수터 안내판에 ‘약수터 수질검사 결과’가 붙어 있다. 이 결과표에는 ‘총대장균군이 검출되어 음용이 부적합하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정씨는 “부적합이란 글씨를 이렇게 작게 써놓으면 보이겠느냐”며 “어제도 몇몇 어르신이 물을 통에 떠갔는데, 탈이라도 나지 않았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 1시께 서구 석남동 원적산 ‘석남3 약수터’도 상황은 마찬가지. A4용지에 작은 글씨로 ‘총대장균군이 검출되어 음용에 부적합하다’는 결과가 적혀 있다. 등산객 이창훈씨(70)는 “산에서 나오는 깨끗한 물이라 생각해 계속 먹었다”며 “먹는 것이 부적합하다면, 큰 현수막으로 경고 문구를 붙여야 하는게 아니냐”고 말했다. 인천지역 약수터에 세균이 번식해 먹을 수 없는 물, 즉 음용 부적합 판정이 나와도 결과지만 붙여놓고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아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지자체가 약숫물을 검사해 음용 부적합 결과가 나오면 현수막이나 경고판 등을 이용해 등산객들에게 경고를 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천시 등에 따르면 인천지역 6개 군·구 약수터 30곳 중 남동구 ‘약사사 약수터’와 석남3·번개 등 3곳은 최근 수질검사에서 총대장균군이 검출, 음용이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최근 폭우로 빗물이 약수터로 유입했고, 여름이라 수온이 높아져 세균이 활발하게 증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총대장균군이 검출된 물을 마시면 복통이 생기고, 어르신과 영유아는 장티푸스, 이질 등 중증 감염의 위험도 있다. 그러나 일부 지자체들은 수질검사 결과표만 약수터에 붙여 놓을 뿐, 경고 문구를 붙이거나 약수터를 임시 폐쇄하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환경부의 먹는물공동시설 관리요령은 부적합 약수터는 시민들이 약숫물을 마시지 않도록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음용 금지 경고문과 안내 표지를 마련토록 하고 있다. 반면 미추홀구 등 타 지자체는 약수터의 수질 검사에서 음용 부적합 결과가 나오면 픽토그램이 담긴 경고 현수막을 붙이고 있다. 이한종 서구의원(국민의힘·나선거구)은 “약수터는 대부분 어르신들이 찾는데, 자칫 총대장균군으로 건강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며 “지자체가 약숫물에 대한 검사 결과에서 음용 부적합 결과가 나오면 등산객들이 마시지 않도록 현수막이나 경고판 등을 이용해 적극 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구 관계자는 “수질검사 결과와 경고문을 붙여놓긴 했지만, 미처 주민들의 편의까진 미리 생각하지 못했다”며 “음용 금지를 알리는 큰 아크릴 판을 빨리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카페·식당 사용 아직도…갈길 먼 일회용품 ‘퇴출’ [현장, 그곳&]

“아, 금방 가신다고요? 그럼 그냥 일회용컵에 담아드릴게요.” 28일 오전 10시부터 1시간가량 안산시 단원구의 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홀로 근무 중인 직원이 수시로 내뱉은 말이다. 특히 이 직원은 손님 10여명의 “매장에서 먹고 가겠다”는 의사 표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각 음료를 일회용컵에 담아주기 일쑤였다. 손님들은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일제히 “매장 안에서 일회용컵으로 먹으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물었으나 이 직원은 연신 “괜찮다”고 강조하며 손님을 안심시키기 바빴다. 이날 오후 수원특례시 영통구의 한 샐러드 가게 상황도 마찬가지. 수시로 드나드는 손님들 사이로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등 일회용품으로 가득 찬 쓰레기통이 눈에 띄었다. 일부 손님은 멀쩡한 쇠젓가락 대신 나무젓가락을 이용해 음식을 섭취하기도 했는데, 이를 저지하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곳에서 만난 이모씨(27·여)는 “상황은 알지만, 위생을 고려하면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며 “죄책감이 들긴 하는데, 건강을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다”고 속내를 밝혔다.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한 지 1년이 지나도록 경기도내 일부 카페, 음식점 등에선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분별한 일회용품 사용은 환경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규제 취지에 맞게 시민의식 개선 등의 노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환경부와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해 4월1일부터 카페 등 식품접객업 매장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 등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이 본격 시행됐다. 일회용품 사용 규제는 지난 2018년 8월부터 한차례 시행됐다가 2020년 초 코로나19 확산으로 유예된 상태였다. 이어 2022년 11월24일부터는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등의 사용도 제한하는 등 자원재활용법이 확대 적용됐다. 문제는 아직까지 도내 일부 매장에서 일회용품 사용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 후 단속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해 도내 일회용품 사용 적발건수는 110건이다. 올해의 경우 상반기까지만 적발 건수가 지난해 대비 7배가량인 747건에 달하는 등 시간이 갈수록 대폭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대해 김경섭 한경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일회용품 남용에 따른 환경오염과 기후위기는 이미 우리가 체감할 수 있을 만큼 심각해졌다”며 “법 개정 취지를 고려해 올바른 시민 의식을 제고하는 것은 물론,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도 관계자는 “현재 홍보와 단속을 집중적으로 진행 중”이라며 “도민들이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움직임에 동참할 수 있게끔 더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아직도 실내서 ‘뻐끔뻐끔’… 28년 금연 정책 ‘쳇바퀴’ [현장, 그곳&]

“시대가 어느 때인데, 아직도 실내에서 흡연을…정말 짜증나 죽겠습니다.” 27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영통구 매탄동의 한 PC방. 출입문을 열자마자 매캐한 냄새를 풍기는 희뿌연 연기가 새어나왔다. 원인은 바로 이용객 10여명이 각 좌석에서 태우고 있는 ‘담배’였다. 마침 이곳을 찾은 또 다른 이용객은 당연하다는 듯 카운터에서 재떨이용 종이컵을 챙긴 뒤 자리에 앉아 게임과 담배를 동시에 즐기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청소년 출입을 제한하는 경고문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이날 오후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의 한 6층 규모 건물 상황도 매한가지. 술집과 노래방, 호텔 등 다양한 업소가 들어서 있는 이곳엔 층층마다 재떨이로 사용되는 통들이 놓여 있었다. 각 통에는 최대 수백개에 달하는 담배꽁초가 쌓여 있었는데, 일부는 불이 채 꺼지기도 전에 버려져 화재 위험까지 낳고 있는 상태였다. 이 건물 1층에 부착된 금연건물 스티커가 무색할 따름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고모씨(24·안산)는 “주변을 지날 때마다 담배연기 때문에 고통스럽다”며 “타인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을 흡연자들은 모르는 것 같아 화가 난다”고 인상을 찌푸렸다. 금연을 장려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한 지 어느덧 28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실내흡연이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언제든 시민 건강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대대적인 단속과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경기도 등에 따르면 지난 1995년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을 구분·지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국민건강증진법이 제정됐다. 공공장소 금연을 유도해 시민 건강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이후에도 수차례 개정을 통해 공중시설 소유자는 시설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거나 금연·흡연구역으로 구분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되며 금연 조치는 더 강화돼 왔다. 그러나 흡연자들의 인식은 여전히 저조하다. 최근 3년간 도내 공중이용시설 금연시설 지정 위반 및 흡연행위 위반건수는 2020년 1만3천341건, 2021년 1만4천178건, 지난해 1만5천168건으로 매년 증가세다. 이는 곧 시민 안전 문제로 직결된다. 같은 시기 도내에서 담뱃불에 의한 화재 발생건수는 4천124건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실내흡연은 화재 위험뿐만 아니라 비흡연자로 하여금 간접흡연 위험성까지 높인다”며 “시민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라도 단속과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조언했다. 이를 두고 도 관계자는 “지속적인 단속으로 실내흡연을 최대한 막고 있는데, 잘 지켜지지 않는 곳도 있는 건 사실”이라며 “지적이 제기된 만큼 보다 효율적인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전했다.

“다리 펴고 쉬고 싶어요…” 인천 휴게시설 의무화 ‘헛바퀴’ [현장, 그곳&]

25일 오후 2시께 인천의 A대학 학생 식당 주변. 60대 조리 노동자 오모씨가 식당 뒷마당에 앉아 흐르는 땀을 식히며 숨을 돌리고 있었다. 오씨는 “쉴 수 있는 공간이 없다”며 “잠깐이라도 다리를 쭉 피고 쉴 공간이 있는 게 소원”이라고 씁쓸해했다. 상시근로자가 30여명인 이 대학은 법적으로 휴게시설을 갖춰야 하지만, 조리 노동자들을 위한 휴게시설은 없다. 이들은 건물 외부나 김치냉장고와 옷 보관장 등이 들어찬 비좁은 탈의실에서 잠시 쉬어가곤 할 뿐이다.  이에 앞서 지난 23일 오후 11시께 미추홀구 관교동의 B아파트 경비 초소. 70대 경비원 김모씨는 휴게시간임에도 경비 초소 의자에 앉은 채 불편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 아파트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청소·경비 직종 근로자 2명 이상 사업장 휴게시설 의무 설치)에 따라 지난 18일부터 휴게시설을 설치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 김씨는 “24시간 꼬박 이곳에서 지낸다”면서 “휴식시간 만큼은 휴게시설에서 편하게 쉬고 싶다”고 토로했다.   인천의 상당수 사업장이 관련법 개정 이후에도 휴게시설을 설치하지 않거나 휴게시설이 있어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휴게시설 의무설치 대상인 인천지역 20인 이상 사업장은 모두 3천700곳이며, 이 중 20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은 2천740곳으로 나타났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에 따라 종전에는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만 의무적으로 휴게시설을 설치했지만, 지난 18일부터 20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도 휴게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휴게시설은 일정 규모를 갖춰야 하고, 적정한 온도(18도에서 28도)를 유지하며 휴식에 필요한 비품과 식수도 있어야 한다. 휴게시설을 설치하지 않거나, 설치·관리 기준을 지키지 않는 사업장은 과태료를 내야 한다. 박선유 민주노총 인천본부 조직국장은 “규모가 작은 사업장들은 휴게시설을 설치하지 않거나 기준을 지키지 않은 곳들이 훨씬 많다”며 “고용노동부가 사업자들을 설득하고, 지원 컨설팅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인천북부고용노동지청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는 컨설팅과 시정 중심의 현장 수시 점검을 통해 제도가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北 기습도발'... 실제 같은 인천 서해5도 대피 훈련 [현장, 그곳&]

“북한 포격에 다친 환자는 이쪽으로 와서 치료받으세요.” 23일 오후 2시께 인천 중구 영종도 정부기관단지 해상 선착장 앞. 북한의 기습 공격으로 섬에 있던 서해5도 주민들이 해경 공기부양정을 타고 영종도 선착장에 내린다. 섬에서 탈출한 연평도 주민 50여명은 민방위대원들의 안내에 따라 현장지휘본부로 이동했다. 가벼운 부상을 입은 주민은 현장응급의료소로 이동해 치료를 받고, 많이 다친 사람은 119구급대가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또 대피 과정에서 사망한 주민은 임시안치소로 옮겨진다. 나머지 다른 주민들은 본부에 신원 확인을 한 뒤 버스를 타고 이재민 구호소로 이동한다. 인천시는 이날 옹진군 백령도와 연평도, 중구 영종도 정부기관단지 일대에서 ‘서해5도 주민 출도 및 구호 훈련’을 했다. 시는 북한이 서해5도에 기습 포격해 연평도와 백령도의 건물 30여개동이 무너지고, 인근 산에서 불이 나고 통신시설이 끊기는 등의 상황을 가정했다. 시는 이날 훈련에서 해경 연막과 폭음, 경보 사이렌 등을 동원해 실제 상황 같은 생생함을 더했다. 또 해경 경비정 및 공기부양정, 소방헬기, 재난의료지원팀, 이동용 급식차량 및 주민구호용 쉘터 등의 장비를 준비해 섬 주민들이 안전하게 대피하는 훈련을 했다. 특히 이번 훈련은 지난 2010년 연평도 포격전 이후 처음 한 대규모 종합훈련이다. 시는 종전 소규모로 해왔던 훈련을 확대하고, 유관기관과 협조체계 강화 및 상시 구호태세를 갖추기 위해 이번 훈련을 직접 주관했다. 훈련에는 인천시와 해경, 군, 소방당국 등의 관련 기관 13곳에서 모두 360여명이 참가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인천은 북한과 바로 맞닿아 있고 국가의 주요 핵심 시설이 많아 항상 위험을 직시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시민의 행복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6년 만의 전국 민방위훈련… 오후 2시 ‘텅 빈 도로’ [현장, 그곳&]

“위이잉~ 민방위훈련 공습경보 발령, 차량 통제됩니다.” 23일 오후 2시 정각 수원특례시 팔달구 율현중사거리와 율현초 사거리를 잇는 꽃뫼양지교 일대. 민방위훈련 공습경보 발령과 동시에 도로 위에는 라바콘이 일제히 깔리며 교통이 통제됐다. 경찰의 지시에 따라 운전자들은 도로 한 쪽에 일렬로 정차했고, 곧 교차로 도로가 텅 비었다. 시민들은 차를 돌려 이동하기도 했고, 노선이 정해져 있는 시내버스 운행 기사들은 승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훈련에 임했다. 버스 기사 이우봉씨(60)는 “분단국가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정기적인 민방위 훈련은 필수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훈련이 재개돼 가족을 비롯한 시민들이 혹시 모를 위험 상황에 자신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같은 시각 수원역 4번 출구 앞. 사이렌 소리를 들은 일부 시민들이 바쁘게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지하철역 입구에 멈춰 섰다. 시민 박찬희씨(23)는 “안내 문자를 받고 민방위 훈련인 것을 알게 됐다”며 “대피소를 찾아가긴 힘들어도, 훈련에 참여하는 데 의미를 두기 위해 잠시 멈췄다가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포시 하성면에 있는 하성중학교에도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려 퍼졌다. 전교생 107명이 교직원의 안내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학교 조회대로 대피했다. 박선희 교감은 “학교가 접경지역과 가까워, 열심히 훈련을 준비했다”며 “지난 5월 학생들이 훈련을 한차례 한 적이 있어 비교적 원활하게 진행됐다”고 전했다. ‘제415차 민방위 날’을 맞아 전 국민이 참여하는 공습 대비 민방위 훈련이 경기도 전역에서 동시에 실시됐다. 이날 오후 2시부터 20분간 공습경보 발령과 차량 이동통제 등 실제 상황과 유사한 분위기 속에서 훈련이 진행됐다. 경기지역 78개 구간에서 차량 이동이 통제됐고, 도내 일부 영화관과 대형마트 등 다중이용시설에서도 고객 대피 유도 훈련이 이뤄졌다. 오후 2시15분에는 경계경보가 발령되며 도로 위 차들이 자유롭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20분이 되자 경보가 해제되면서 시민들은 일상으로 돌아갔다. 도 관계자는 “6년 만에 실시한 민방위 훈련인 만큼 도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전디딤돌 앱 등을 통한 대피시설 홍보에 중점을 뒀다”며 “이번 훈련을 통해 도민들 스스로 국민 행동 요령을 익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일반 국민 대피와 차량 통제까지 이뤄진 민방위 훈련은 남북 긴장 관계 완화와 코로나19 등의 이유로 2017년 8월 이후 6년 만이다. 앞서 지난 5월16일에는 장기간 훈련 공백으로 인한 국민 혼란 등을 우려해 공공기관과 학교를 중심으로 민방위훈련이 진행됐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막으면 안돼요” 사유지도 예외없이 ‘불법’ [현장, 그곳&]

“사유지라도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진입을 막는 행위는 위법입니다.” 22일 오전 10시께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의 상가 주차장. 바닥에 회색 페인트로 휠체어 표시를 그려둔 두 칸의 장애인 주차공간이 있었지만 붉은색 주차금지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이곳은 일상생활 중 이동이나 시설 이용에 불편을 느끼는 장애인의 주차 편의를 위해 설치해야 하는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이지만 주차 금지 표지판으로 인해 차량 진입이 불가능했다. 주차를 위해 이곳에 들어오려고 하다 차를 돌린 장애인 운전자 A씨는 “이렇게 물건이 쌓여 있으면 나처럼 보행이 어려운 사람은 차에서 내려 물건을 치우는 것이 힘들고, 연락을 해도 실랑이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을 찾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2시 수원특례시 장안구 우만동 상가 앞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곳도 푸른색으로 도색된 바닥에 휠체어 표시가 돼 있었지만 ‘주차 금지’라고 쓰인 표지판과 타이어, 물이 절반쯤 채워진 20리터(ℓ) 용량의 물통이 사슬로 연결돼 주차장 전체의 진입이 불가능했다. 특히 이곳에 있는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표지판에는 ‘물건을 적재하는 등 통행을 가로막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문구까지 적혀져 있었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은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물건을 쌓거나 통행로를 가로막는 등 주차를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사유지나 개인 땅이더라도 예외는 없다. 위반 시 불법주차(10만원)보다 훨씬 많은 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공동주택, 공공건물이나 공중이용시설 등 장애인 주차구역이 설치된 경우, 차량 진입을 막으면 안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진입을 막는 행위가 빈번한 이유는 불법주차보다 상대적으로 위반행위라는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는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관련 위반행위 신고건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30일~12월16일까지 도내에서 이뤄진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민관합동점검’ 결과, 신고 등으로 파악된 주차 위반 사례 중 불법주차는 485건인 반면 주차 방해는 7건에 불과했다. 경기도지체장애인협회 관계자는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은 보행상 장애가 있는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는 공간으로 누군가를 특정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라며 “물건을 쌓아두거나 ‘잠시만 세우자’는 등의 이유로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진입을 막는 행위가 계속돼 인식 제고와 단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탕후루 열풍에...인천 번화가 쓰레기 난장판 '후폭풍' [현장, 그곳&]

“음식 쓰레기는 길에다 버리면 끝인가요? 가게 앞에 쌓이는 쓰레기 때문에 미치겠습니다.” 지난 20일 밤 9시께 부평구 부평테마의 거리. 30㎝ 가량의 탕후루 꼬챙이와 소주잔 크기의 종이컵이 길 이곳저곳에 널려있었다. 여기에 일회용컵과 종이 홀더까지 더해지며 길바닥은 그냥 쓰레기통을 연상케했다. 인근 매장에는 ‘길에 탕후루 꼬치 버리지 마세요’라는 경고 문구가 무색해 보일 정도였다. 이곳에서 만난 신소연씨(21)는 “주말에 놀러올 때마다 난장판인 이 곳을 보면 기분마저 꿀꿀해진다”고 푸념했다. 같은 날 밤 10시께 남동구 구월로데오 거리도 상황은 마찬가지. 길에 있는 쓰레기 종량제 봉투 위에는 10여개의 꼬챙이가 잔뜩 꽂혀 있어 봉투는 언제 찢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또 바닥에는 담배꽁초까지 나뒹굴고 있어 화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구월로데오 거리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A씨는 “길이 너무 더러워 파리가 들끓고, 매장으로 들어오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인천지역 번화가 길거리가 인근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탕후루 꼬챙이와 일회용 컵 등이 불법 투기되며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데도 관리 주체인 지자체는 시민들이 음식을 먹고 쓰레기를 버리는 탓이라며 별다른 대책 마련을 하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탕후루 프렌차이즈 매장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탕후루 꼬챙이와 종이컵 등 관련 쓰레기가 길 거리에 넘쳐나고 있다. 한 유명 탕후루 프렌차이즈는 올해만 인천지역에 17곳의 매장을 열었다.  탕후루 매장 관계자는 “매장 내부에 쓰레기통을 마련하고 안내판도 붙여놓고 있다”며 “손님들이 길을 걷다 쓰레기를 버리는 것까지는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안애경 부평구의원(더불어민주당·부평1,4동)은 “관리주체인 지자체가 깨끗한 거리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며 “쓰레기 불법 투기 경고 홍보물을 배포하는 등 시민들의 의식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부평구 관계자는 “아침에 거리 청소를 하고 있지만, 저녁마다 쓰레기가 워낙 많이 버려지는 상황이라 힘에 부치는 상황”이라며 “상가번영회와 힘을 모아 대청소 횟수를 늘리거나 시민 의식을 높일 수 있는 홍보물을 배포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미녀 항시 대기’…우후죽순 ‘불법 광고물’에 시민 눈살 [현장, 그곳&]

“여기저기 즐비한 불법 전단…더 이상 꼴도 보기 싫어요. 이대로 지켜만 봐야 할까요?” 20일 오전 8시께 화성시 반송동 동탄북광장 거리 곳곳에는 간밤에 흩뿌려진 불법 성매매 알선 전단들이 즐비했다. 각 전단에는 ‘20대 미녀 항시 대기’, ‘셔츠룸 무한 초이스 가능’ 등의 선정적인 문구가 적나라하게 담겨 있었다. 이 인근에 밤새 주차된 차량들에도 ‘소액대출 100% 가능’ 등이라고 적힌 명함 형태의 불법 유동광고물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고, 뒤늦게 차량을 찾으러 온 운전자들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이를 제거하는 데 여념 없는 모습이었다. 비슷한 시각 수원특례시 팔달구 인계동 일대 상황도 마찬가지. 건물과 전봇대 등 눈길이 닿는 곳마다 ‘강원랜드 상륙 슬롯게임장, 최고 3만7천500배’ 등 다양한 홍보 문구로 도배된 전단과 현수막이 무분별하게 부착돼 있었다. 한 골목에는 높이 약 2m, 너비 약 50cm 규모의 불법 광고물인 풍선형 입간판(에어라이트) 10여개가 차도와 인도를 불문하고, 막무가내로 설치돼 있어 시민들이 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조모씨(27·용인)는 “가는 곳마다 보기 싫은 광고물이 설치돼 있어 너무 불편하다”며 “모두 불법인 걸로 아는데, 왜 근절이 안 되는지 의문”이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매년 경기도내 유흥·번화가 등지에 불법 유동광고물이 상습적으로 설치되면서 시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도시 미관을 해치고, 시민 안전까지 저해하는 ‘위해 요소’로 손꼽히고 있는 만큼 처벌 강화 등 실효성 있는 대안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경기도 등에 따르면 불법 유동광고물은 옥외광고물의 일종으로, 허가 및 신고 없이 설치된 불법 현수막, 음란·퇴폐·불법 대출 전단 등을 말한다. 고정 광고물과 달리 비교적 간단하게 설치가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매년 지자체가 불법 유동광고물 관리·단속에 총력을 기울여도 쉽사리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 3년간 불법 유동광고물 적발 건수는 2020년 7천214만건, 2021년 7천789만건, 2022년 6천657만건 등이다. 무엇보다 가벼운 처벌 수위가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시각이다. 지자체는 현재 불법 유동광고물 적발 시 옥외광고물법 제20조에 따라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범현 성결대 도시디자인정보공학과 교수는 “불법 유동광고물은 시민으로 하여금 그릇된 가치관 갖게 할 수 있고, 특히 무분별하게 설치된 에어라이트의 경우 운전자와 보행자의 시야 확보를 방해해 교통사고 등도 유발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여전히 도심 곳곳에서 우후죽순 설치되고 있는 만큼 처벌 강화 등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도 관계자는 “현재 각 지자체와 불법 유동광고물 근절을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역부족인 상황”이라며 “다만 도민 안전과 직결돼 있다는 점을 고려해 서둘러 실효성 있는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전했다.

황색 ‘서행’, 적색 ‘일시 정지’… “점멸신호 지킵시다” [현장, 그곳&]

“빨간 점멸신호등이 보이면 일단 멈춤!, 황색 점멸신호등이 보이면 서행!, 오늘도 안전운전 하세요.” 17일 오전 10시께 각종 산업단지가 몰려있는 화성시 석우동 교차로. 이곳은 도로 폭이 좁아 차량 신호등 4개가 적색 점멸신호등으로 운영되고 있었지만 운전자들은 빨간색 점멸등을 보고도 아랑곳하지 않고 빠르게 지나갔다. 취재진이 20분 동안 지켜본 결과, 지나간 차량 30여대 중 일시 정지하는 차량은 한 대도 없었다.  헬멧과 야광조끼를 착용한 도로교통공단 직원들이 경광등으로 점멸 신호를 가리키며 통행 방법을 안내하기 시작하자, 운전자들은 일시 정지한 후 주위를 살피며 지나갔다. 시민 표선우씨(26)는 “적색 점멸 신호등에서 일시 정지해야 한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았다”며 “앞으로는 빨간불이 깜빡이는 점멸신호등이 보이면 무조건 멈춰야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화성시 안녕동의 한 황색 점멸신호등 교차로도 상황은 마찬가지.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 앞에서 길을 건너려던 시민들은 속도를 줄이지 않고 쌩쌩 지나다니는 차들 때문에 쉽사리 발을 떼지 못했다. 도로교통공단은 이곳 사거리에서 보행자와 운전자 간 소통을 유도하는 ‘손짓 캠페인’을 진행했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차량을 향해 손을 들어 통행하려는 의사를 표시하자, 일시 정지하며 서행하는 차들이 늘어났다. 점멸신호등 교차로 주행 시 운전자들이 제한 속도 규정을 지키지 않아 보행자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경기일보 14일자 6면)에 도로교통공단 경기지부가 운전자와 보행자 통행 방법 홍보에 나섰다. 도로교통법상 황색 점멸등은 차량이 바로 멈출 수 있을 정도로 서행하며 지나가야 한다. 또 적색 점멸등의 경우 반드시 일시 정지 후 주위를 살펴야 하며, 이를 무시한 채 지나가면 신호위반 단속 대상이다. 송준규 도로교통공단 경기도지부 본부장은 “점멸신호도 엄연한 신호의 한 체계”라며 “안전한 통행을 위해서 점멸신호등 통행 방법에 대해 지속적으로 홍보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인천 노인들 ‘디지털 문맹’ 탈출…영화표 나홀로 척척 발권 [현장, 그곳&]

“무인 단말기(키오스크)를 만나면 덜컥 겁부터 났는데, 이제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16일 오후 1시께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의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 류수자씨(81)가 매표 키오스크 앞에 서서 ‘영화 예매’ 버튼을 누른다. 그리고 자신감이 넘치는 손짓으로 화면에 가득 나타난 영화 전단 중 1개를 누른다. 이어 나타난 좌석 선택 화면에서는 멈칫 한다. 류씨는 이날 5번의 이론 및 실기 교육을 한 뒤 현장 실습에 나섰다.  류씨는 지난 3월 고향인 충청 지역을 방문했다가 버스터미널 매표 키오스크 앞에서 한참이나 애를 먹었다. 창구가 닫혀 있어서 키오스크를 이용해 인천행 버스표를 발권해야 했다. 류씨는 “창피해서 누구한테 도와 달라고 말도 못했다”며 “옆 사람 눈치를 보면서 더듬더듬 티켓을 샀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고 했다.  이날 함께 참여한 홍순애씨(84)도 마찬가지다. 홍씨는 종종 키오스크 화면의 용어와 기계를 다루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 일일이 사진을 찍어 며느리에게 연락해야만 했다. 홍씨는 “키오스크를 만나면 덜컥 겁부터 나서, 내 자신이 너무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커피 1잔 주문도 못하는 사람인 것 같아서 주눅도 들고, 외출도 하기 싫었다”고 했다. 인천시사회서비스원(인천사서원)이 인천지역 최초로 미추홀노인복지관, 신한은행 인천기관본부 등과 함께 어르신들의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 키오스크 교육을 추진한다. 16일 인천사서원에 따르면 산하 인천시고령사회대응센터는 지난달부터 어르신들의 디지털 격차 완화를 위해 어르신 23명을 대상으로 6회에 걸쳐 키오스크 교육을 하고 있다. 인천사서원은 매장에서 키오스크를 통한 주문이 일상으로 자리잡은 만큼, 어르신들이 이를 다룰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어 영화관은 물론이고 카페와 은행 등 다양한 키오스크 활용 실습을 한다.  또 인천사서원은 키오스크 이용 방법을 영상으로 제작해 지역의 복지관에 전달할 계획이다.  앞서 인천사서원이 분석한 ‘인천시 노인 디지털 정보 격차 실태 및 지원방안’에 따르면 지역 어르신들이 키오스크 주문을 할 때 ‘불편하다’는 응답이 79.9%를 차지했고, 보통(12.5%), 편리(7.6%) 순으로 나타났다. 유요한 인천시고령사회대응센터 과장은 “어르신들이 직접 키오스크를 경험하면서 자신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활동을 통해 어르신들이 앞으로도 자신감을 가지고 키오스크를 사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시청에 폭발물”…테러 위협에 공무원·시민 ‘대혼란’ [현장, 그곳&]

“폭발물이 설치돼 있다니…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죠?” 16일 오전 10시30분께 수원특례시청. 총을 소지한 군인과 경찰 수십명이 곳곳에서 굳은 표정으로 경계를 펼치고 있어 어느 때보다 삼엄한 분위기였다. 시청 내·외부에는 ‘폭발물 설치 의심 신고가 접수돼 군·경이 수색 중’이라는 안내 방송이 연신 울려 퍼지고 있어 전쟁 상황을 방불케 했다. 때마침 시청을 찾은 민원인 10여명은 생전 처음 목격한 상황에 당황한 기색을 드러내며 결국 발길을 돌렸다. 공무원들은 갑작스런 폭발물 의심 신고로 혼란을 겪는 와중에도 군·경과 함께 청사 내부 위험요소를 점검하게 되면서 한동안 불안에 떨어야 했다. 문모씨(29)는 “업무차 시청을 찾았는데, 폭발물 신고가 접수됐다는 얘길 들었다”며 “너무 무서워 다음에 재방문키로 했다”고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비슷한 시각 화성시청 주차장에는 긴급 대피한 공무원과 민원인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잔뜩 긴장한 듯 보이는 이들은 안전지대로 대피한 뒤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대피가 마무리된 후 내부 수색에 들어간 군·경 합동 수색팀은 작은 곳 하나하나 모두 살폈고, 이내 안전하다는 내용의 무전을 송출했다. 시 관계자는 “수색 결과, 이상은 없었다”며 “시민의 안전이 최우선인 만큼 안전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당부했다. 최근 서울시청 폭파를 예고하는 일본발(發) 이메일이 국내로 발송돼 논란인 가운데 수원·화성시청에서도 폭발물 테러 의심 신고가 접수되면서 민원인과 공무원이 혼란을 겪었다. 경기남부경찰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14분께 서울시청에 ▲수원시청 ▲화성시청 ▲연세대 ▲포항공대 ▲부산시청 ▲대구시청 ▲서울시내 초등학교 및 중학교 ▲서울시립대 등에 ‘고성능 폭탄 2억7천여개를 설치했다’는 이메일이 발송됐다. 서울시청으로부터 신고를 접수받은 서울경찰청은 수원·화성시청 관할인 경기남부청에 공조를 요청했고, 경기남부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군 당국과 함께 수색조를 편성한 뒤 각 시청 내부에 위험요소가 있는지 확인했다. 이메일에 담긴 폭파 예정 시간은 전날인 지난 15일 오후 3시34분과 이날 오후 2시7분 사이였으나 아직까지 특이사항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연이어 발송된 두 번째 메일에도 ▲수원시청 ▲서울대 ▲연세대 ▲한국과학기술원 ▲고려대 ▲대검찰청 ▲부산시청 ▲국세청 ▲울산시청 등에 압력밥솥 폭탄을 설치, 17일 오후 3시34분에 폭파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이 이메일은 지난주부터 이어진 일본발 폭파 협박 이메일과 같은 주소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최초 신고가 접수된 서울청으로 대응창구를 일원화해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보기만 해도 ‘덜덜’… 오토바이 무법질주 ‘아찔’ [현장, 그곳&]

“오토바이를 보기만 해도 불안해 죽겠어요. 무법자도 아니고, 왜 저렇게 난폭운전을 하는 걸까요?” 15일 오전 11시께 수원특례시 영통구 신동의 한 편도 4차선 도로. 오토바이 3대가 보란 듯이 정지 신호를 받아 대기 중인 차량들을 비집고 새치기하는 것도 모자라 이내 정지선을 넘어 횡단보도까지 점령했다. 특히 보행자 신호에 맞춰 도로를 횡단하는 시민 10여명의 따가운 눈초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뻔뻔한 모습도 보였다. 비슷한 시각 화성시 반월동의 한 편도 5차선 도로 사정도 마찬가지. 오토바이 6대가 일제히 달리는 차량들 사이사이를 아찔하게 가로지르는 등 곡예운전을 서슴없이 자행하고 있었다. 이 중 한 운전자는 헬멧 등 보호 장구도 착용하지 않은 채 우회전 신호를 어기는 등 난폭운전을 이어가다 보행자를 칠 뻔도 했다. 한모씨(27·수원)는 “왜 저렇게까지 위험하게 운전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본인들 편의와 이익을 위해서 차량 운전자와 보행자까지 위협하고 있는 현실에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전했다. 최근 3년 경기도내 이륜차 교통법규 위반 단속건수가 평균 6만건이 넘는 등 안전의식이 여전히 결여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덩달아 이륜차 교통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만큼 시민 안전을 위해서라도 처벌 강화는 물론, 후면 번호판 단속 등 대책을 서둘러 확산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날 경기남·북부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 평균 이륜차 교통법규 위반 단속건수는 6만건 이상이다. 지난 2020년 6만1천996건에서 2021년 7만2천397건으로 1만건 이상 급증했다가, 지난해 5만7천51건으로 감소했다. 이륜차 교통사고 발생건수 역시 비슷한 양상을 띤다. 2020년 4천778건, 2021년 5천129건, 2022년 4천354건 등이다.지난해 들어 이륜차 단속·사고건수가 감소세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할 수 있는 대목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일상에선 이를 체감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솜방망이 처벌’과 ‘미완성 대안’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도로교통법은 이륜차 신호 위반 시 벌금 등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으나 같은 법 ‘범칙행위의 처리에 관한 특례’에 따라 부과된 범칙금을 내면 이를 면제하고 있다. 또 이륜차 불법 근절 대안 중 하나인 후면 번호판 과속·신호 단속 카메라는 도내에 10대 뿐으로, 전체 단속 카메라(4천456대)의 0.2% 수준이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이륜차 불법 단속 시 계도 혹은 과태료 부과에 그치는 경우가 대다수인 데다 후면 번호판 단속 카메라 설치율도 현저히 낮은 실정”이라며 “불법이 여전한 만큼 이제라도 처벌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조언했다.

유커 “니하오 인천”… 한한령 해제에 상권 ‘들썩’ [현장 그 곳&]

“오랫동안 한국 여행을 하고 싶었는데, 이제서야 오게 됐네요.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 먹을거리를 마음껏 체험하고 돌아갈 생각입니다.” 13일 오후 4시께 인천 중구 차이나타운 거리는 인천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이들은 거리 곳곳의 유명 찻집 등을 지나며 휴대전화를 꺼내 ‘인증샷’을 찍기 바빴고, 인천에서 만난 중국과일 사탕 ‘탕후루’가 신기한 듯 줄을 서 차례를 기다리기도 했다.  진밍첸씨(52)는 “인천 차이나타운에 대한 소식을 주변 지인에게 많이 들었다”며 “이곳에 올 수 있기를 손꼽아 기다리다 ‘한한령’이 풀리자 마자 바로 오게 됐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사실상 ‘한한령’을 해제하면서 인천 관광지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 ‘한한령’은 중국 내 한류 금지령으로, 지난 2017년 3월 우리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도입을 놓고 중국 정부가 반발하면서 시작됐다.  6년여 만에 해제된 한한령에 중국인들은 마음 놓고 인천 곳곳을 둘러보며 여유를 만끽했다.  역사문화의거리에 있는 인천근대박물관 앞은 사진을 찍으려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고, 낡은 문을 배경으로 가족과 연인들이 단체사진을 찍기 위해 긴 줄을 늘어서는 장관이 펼쳐지기도 했다. 인근의 ‘화교중산중학교’, ‘인천개항박물관’, ‘인천 자유 공원’ 등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오랜만에 활기를 찾은 관광지 덕에 상인들의 얼굴에도 함박웃음이 가득했다.  중국 과자점 직원 김도협씨(20)는 “중국 관광객들이 들어 온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중국 현지에 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관광객들이 즐거운 추억을 가질 수 있도록 서비스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주현 인천시소상공인연합회 사무처장은 “중국 관광객들이 차이나타운뿐만 아니라 인천 곳곳의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즐기고 있다는 게 체감된다”며 “지역 소상공인들도 매출 증대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고 전했다.

'안전과 함께 꺼진 신호등'...경기도 점멸신호등 보행자 위협 [현장, 그곳&]

“빠르게 달려오는 차의 눈치를 보며 길을 건너야 합니다. 위험해서 다닐 수 있겠나요?” 12일 오전 10시께 오산시 원동 사거리. 해당 사거리 내 위치한 차량 신호등 4개는 모두 황색 점멸신호로 운영돼 운전자들은 해당 구간을 지날 때 서행해야 했지만 속도를 줄이는 차량은 거의 없었다. 시민들은 쌩쌩 달려오는 차량의 눈치를 보며 도로를 건널 타이밍을 찾고 있었다. 시장을 이용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이숙자씨(62·여)는 길을 좌우를 살피며 길을 건너다가 빠르게 달려오는 차량에 놀라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이씨는 “차량이 다 지나간 것을 확인해야 겨우 건널 수 있다”면서도 “어떨 때는 횡단보도 한복판에 갇힌 적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같은 날 수원특례시 영통구 하동도 같은 상황. 차량은 보행자가 다가와도 아랑곳하지 않고 빠르게 달렸으며 길을 건너던 시민들은 차량이 다가오자 멈칫하는 아슬아슬한 상황도 목격됐다. 이날 취재진이 30여분간 지켜본 결과 신호등 앞에서 서행하는 차량은 한 두대 뿐이었으며 보행자와 차량이 부딪칠 뻔한 상황은 10회 이상 포착됐다.  경기도 내 점멸신호등에서 차량 운전자들이 속도 제한 규정을 지키지 않아 보행자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경기남·북부경찰청에 따르면 점멸신호등은 일정 속도로 불이 꺼졌다 켜졌다 하는 신호등이다. 이 같은 점멸신호등은 도내 단일로 913개, 교차로 3천559개로 총 총 4천472개다.  운전자는 도로교통법에 따라 황색 점멸신호에는 서행해야 하며 적색 점멸신호에선 정지선에 정차 후 주행해야 한다. 하지만 운전자들은 이 같은 규정을 모르는 데다 혹여 인지하고 있더라도 지키지 않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김포지역의 점멸신호등에서 60대 보행자가 달려오는 지게차에 치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사고 당시 현장엔 운전자가 볼 수 있는 황색 점멸신호등만 운영되고 있었으며 보행자 신호등은 운영되지 않아 주민들은 위험을 느껴 여러 차례 시청에 민원을 넣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화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운전면허를 취득할 때 모두가 알고 있는 기본적인 내용이지만 이를 알고 지키지 않는 것”이라며 “관계기관의 지속적인 홍보 및 운전자 교육으로 안전의식을 고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점멸신호등에서 보행자 안전을 위한 홍보나 교육은 계획이 없다”면서도 “향후 도로 상황을 재검토에 관련 기관과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인천 근로자임대아파트 인력 감소에 입주민 ‘0명’ [현장, 그곳&]

“공장 다니던 근로자들이 살던 곳인데, 지금은 유령 건물에 불과합니다. ” 10일 오전 10시께 인천 서구 가좌동에 있는 인천시 소유의 근로자임대아파트. 아파트 이름인 ‘낙원’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도 낡은 아파트 벽 곳곳 페인트 칠이 벗겨져 있다. 대문 앞 관리사무소에는 사람을 찾을 수 없다. 아파트 외벽 색은 바래 멀리서 봐도 우중충 해  폐건물을 연상케 한다. 아파트 간판은 사람 손이 닿지 않은 듯 잡초가 무성하다. 아파트 주변 골목길에 빼곡히 들어선 차량과 공장이 스산한 분위기만 내뿜는다. 최근 이곳에 살던 마지막 입주자 2명이 모두 빠져나가면서 이젠 바리케이트로 막혀 있다. 주변 공장에서 27년째 일하고 있는 김석건씨(49)는 “예전에는 아파트 주변에 매점도 있고, 사람들도 많이 살았다”며 “어느 순간부터 주변 가게들이 다 문을 닫더니, 이제는 사람이 살지 않는 ‘유령 건물’이다”고 했다. 이어 “사람이 1~2명씩 줄더니 이제는 아무도 살지 않아 더 흉흉한 느낌만 난다”고 덧붙였다. 인천 서구 가좌동의 근로자임대아파트가 입주자가 없어 ‘유령건물’로 전락,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0일 시에 따르면 지난 1984년부터 산업단지의 근로자 유입을 위해 미혼 여성 근로자를 대상으로 연면적 3천780㎡(1천144평), 총 100실의 근로자 아파트를 운영했다. 2인 1실의 기숙사 형태의 아파트이다. 그러나 현재 이곳에 살고 있는 근로자는 단 1명도 없다. 지난 2018년까지만 해도 196명이던 입주자 수는 2019년 168명, 2020년 98명, 2021년 75명, 지난해 2명, 올해 0명 등으로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이는 해가 지날수록 산업단지의 기계화로 근로자 숫자가 줄어든 데다,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아파트 노후화와 생활사회간접자본(SOC)이 부족해 입주자들의 외면을 받기도 했다. 지역 안팎에서는 이곳이 인근에 국가산단을 배후로 둔 주요한 위치인 만큼 근로자 등을 위한 행복주택 등으로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위해 일반공업지역인 이곳의 용도를 준공업지역 혹은 상업지역 등으로 변경, 국가산단의 활성화 및 근로자 문화시설 확충도 시급하다. 앞서 근로복지공단은 2019년부터 이 같은 근로자 아파트의 공동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협력해 행복주택으로 바꾸고 있다. 안내영 인천연구원 도시공간연구부 연구위원은 “시대가 변하면서 본래의 기능을 잃어버리는 시설을 유연하게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 소유의 재산인 만큼, 활용할 다양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우선은 근로자 문화공간 등 생활SOC 시설로 변경하는 방법도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효율적으로 활용할 대안을 고민 중”이라며 “관련 부서 협의를 통해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인천 어선들 대피… 태풍 카눈 ‘초비상’ [현장, 그곳&]

“바람이 강한 태풍이라서, 아예 배를 육지로 올렸습니다.” 9일 오전 8시30분께 인천 중구 덕교항. 어민들이 제6호 태풍 ‘카눈’에 대비하려 항구에 묶여있는 배를 아예 크레인에 묶어 항구 밖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보통 태풍이 와도 항구에 배를 정박하면 대피가 끝나지만, 이번 태풍은 강풍 때문에 배끼리 부딪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에 뭍으로 끌어올려진 30척의 선박은 선착장 위와 인근 주차장으로 옮겨져 태풍에 대비했다. 비슷한 시각 인근 삼목항도 대피한 30여척의 어선으로 가득찼다. 10여척의 어선이 삼목항 방파제 위로 올라가 대피해 있기도 하다. 이날 오후 2시께 인천 내항에는 태풍을 피해 해군의 함정 수십여척이 일찌감치 정박했다. 또 중부해경청 경비함정 20여척은 강풍에 대비, 아예 3척씩 묶어 정박했다. 남동구 소래포구도 태풍에 대비해 20여척의 어선들이 항구에 묶인 밧줄 이외에도 배끼리 서로 밧줄을 묶어 동여매고 있다. 신영철 소래어촌계장은 “어제부터 선박 고정 작업에 들어갔다”며 “아예 항구 앞 컨테이너에서 야간 보초를 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태풍 카눈이 대한민국 관통을 앞둔 가운데, 인천의 크고 작은 항구에서 대피가 이뤄지는 등 비상이다. 중부지방해양경찰청과 인천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어선출입항종합정보시스템 상 지역 등록 어선 1천715척 모두가 태풍을 피해 정박했다. 또 해군과 해경의 함정 70여척도 내항에 피항했다. 앞서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인천운항센터는 이날 새벽부터 인천~백령도, 연평도 등 12개 항로의 여객선 16척에 대한 운항을 통제했다. 이들 여객선은 모두 경인 아라뱃길 경인항 등으로 대피해있다. 해경 관계자는 “태풍으로 어민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조기 피항을 유도했다”며 “태풍이 완전히 지나갈 때까지 비상태세를 유지할 방침”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인천시도 지난 8일부터 비상대책본부를 가동하고 24시간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다. 이날 유정복 인천시장은 중구 연안여객터미널을 찾아 잔교 등을 점검했다. 유 시장은 “태풍으로 인한 인명 및 시설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사전 준비를 하겠다”며 “특히 지난 집중호우로 지반이 약해져 있는 만큼, 재해우려지역을 중심으로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태풍 카눈은 10일 인천을 비롯한 수도권에 많은 비와 강풍을 동반하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수도권기상청은 이에 따라 인천에서 10일 19~100㎜의 강우량과 초속 16~30m의 강풍을 예보했다.

‘정부 일방적 통보’ 속 경기도 찾은 잼버리…“책임 떠넘기기” 비판도 [현장, 그곳&]

“아쉬운 만큼 남은 시간에 더 행복한 추억 쌓으려고 합니다.” 9일 오전 10시10분께 수원특례시 영통구 영흥수목원 제1주차장.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 참가했던 캐나다 대원 300여명을 실은 버스가 5대가 줄지어 도착하기 시작했다. 이내 버스에서 내리기 시작한 대원 대다수는 캐나다의 상징 ‘단풍잎’을 연상케 하는 빨간색 유니폼을 착용한 상태였다. 이들은 하나같이 밝은 표정으로 연신 “기대된다”, “재밌겠다”라고 소리치는 등 설렘에 한껏 취해 있었다. 한편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등 흥을 주체하지 못하는 일부 여성 대원도 존재했다. 약 10분에 걸친 인원 확인 작업을 마치고, 본격적인 견학을 시작한 대원들은 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각종 나무가 우거진 전시·생태숲부터 세계 각국의 특이한 수련과 연꽃으로 구성된 온실까지 수목원 곳곳을 누볐다. 그동안 다수의 대원은 신기하다는 듯 냄새를 맡거나 사진을 촬영하는 데 한창 분주한 모습이었다. 특히 전시숲에서는 몇몇 대원이 일제히 바닥에 떨어져 있는 도토리를 주워 입으로 깨무는 등 인상 깊은 장면도 연출됐다. 비슷한 시각 화성시 안녕동 융건릉에도 네덜란드 대원 800여명이 모여 지나가는 행인들을 향해 환하게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연일 이어진 폭염에 얼굴이 벌겋게 익어 있었지만, 밝은 미소만큼은 끝까지 잃지 않았다. 융릉 어귀 소나무 숲이 대원들의 노랫소리로 가득 찰 정도였다. 이후 융릉 앞 잔디밭에 도착한 대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미리 챙겨온 음식을 섭취하며 담소를 나누거나 사진을 찍는 등 한낮 더위도 잊은 채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데 여념 없는 듯 했다. 이곳에서 만난 렌스(16)는 “더운 날씨와 마실 물도 없었던 새만금과 달리 그늘에서 시원한 물을 마실 수 있어 행복하다”며 “축제를 제대로 즐기지 못해 아쉬운 마음도 있지만 화성의 관광지를 둘러보며 새로운 정보를 알게 돼 즐겁다”고 말했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정부의 일방적인 통보 속에서 사실상 파행 운영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를 찾은 세계 각국의 대원들이 우리나라 고유 문화체험에 나섰다. 각 지자체는 아무런 협의나 지원 없이 대원들을 받게 되면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지만, 대한민국의 저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인 만큼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날 행정안전부와 경기도 등에 따르면 156개국 3만7천여명의 잼버리 참가자들은 전날 8개 시·도의 128개 숙소에 순차적으로 입소했다. 이 중 도에 배치된 인원은 88개국 1만4천979명으로, 8개 시·도 가운데 가장 많은 대원들을 수용하게 됐다. 이에 도는 ‘잼버리 대원 체류지원TF’를 구성해 숙박·현장안전·보건의료·문화프로그램 등 5개 분야에 걸쳐 대원들을 지원하고 있다. 또 대원들이 머무는 54개 숙박시설마다 도와 시·군 직원을 최소 7~8명씩 배치해 편의를 제공 중이다. 다만 일각에선 불멘소리도 나온다. 정부의 협의 없는 일방적 통보에 대원들이 배치된 각 지자체가 부랴부랴 지역 특색에 맞는 문화·관광·체험 프로그램 마련 등에 나서면서 공무원은 물론이고 공공기관 소속 직원들까지 잼버리 지원업무에 차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내 한 지자체 공무원은 “갑작스레 결정된 사항이어서 짧은 기간 동안 제대로 준비도 못해 당황스러웠다”며 “참가자들을 수용하고, 이들을 만족시킬만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해 계속 정신없는 상태”라고 일갈했다. 또 다른 지자체 공무원 역시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것도 없이 지자체에서 책임만 지라고 한다”며 “‘지자체로 책임 떠넘기기 식’에 불과한 무책임한 정부의 운영에 치가 떨린다”고 성토했다. 이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대원들이 고국으로 돌아가면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지 이야기할 것”이라며 “국민 한 분 한 분이 홍보대사라는 마음으로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을 대해 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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