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소방차 공간 불법주차 ‘빼곡’… 火나면 속수무책 [현장, 그곳&]

“소방차 전용구역에 불법주차된 차들을 볼 때마다 밤에 불이라도 날까 걱정입니다.” 지난 6일 오후 8시께 수원특례시 권선구의 한 아파트 단지 주차장. 저녁 시간이 되자 퇴근한 입주민들의 차량이 하나둘 들어오며 주차 공간을 채우기 시작했다. 곧 아파트 단지 내에서 빈자리를 찾기 힘들어졌고, 귀가가 늦은 주민들은 익숙한 듯 소방차 전용구역 옆으로 나란히 주차했다. 노란 선으로 표시된 구역은 불법 주차된 차들로 3분의 1이 가려져, 소방차가 지나가기 힘들 정도로 폭이 좁아졌다. 7일 오전 8시께 의왕시 삼동의 한 아파트 단지도 상황은 마찬가지. 차량 2대가 소방차 전용구역을 침범한 상태로 이중주차돼 있었다. 아파트 입주민 유영민씨(44)는 “25년 전에 지어진 아파트다 보니 주차 공간이 협소해 밤마다 주차 전쟁”이라며 “신고제 적용도 되지 않기 때문에 입주민들이 소방차 전용 구역에 주차해도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지역 아파트 내 소방차 전용구역이 상습적인 불법 주차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공동주택 내 소방차 전용구역 불법 주·정차 신고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적용대상이 제한적이라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공동주택 내 화재 등 긴급 상황 발생 시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해 소방차 전용구역을 대상으로 불법 주·정차 신고제를 운영하고 있다. 신고 대상은 100세대 이상 공동주택 및 3층 이상 기숙사이며, 소방차 전용구역에 5분 이상 불법 주차를 할 경우 최대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소방법이 개정된 2018년 8월10일 이전에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 또는 건축허가 신청을 한 경우 신고제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지난해 4월 기준 도내에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공동주택 등은 179곳에 불과하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소방차 전용구역에 주차가 돼 있으면 화재나 긴급 상황 발생 시 골든 타임을 놓쳐 피해가 커질 수 있다”며 “해당 법을 소급 적용하기 위한 논의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시민 안전의식 제고를 위한 노력”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소방차 전용구역에 일반 차량이 주차하지 못하도록 지속해서 관리할 예정”이라며 “소방관서 별로 주민자치위원회와 간담회 등을 해 자율적 개선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연말 앞두고 대낮에도 음주운전…인천경찰, 단속 현장 [현장, 그곳&]

“점심 반주로 딱 2잔 마셨는데… 억울합니다.” 6일 오후 2시께 인천 부평구 청천동 효성굴다리 인근. 경찰들이 경례를 하며 도로를 지나는 차를 멈춰 세운다. 경찰이 “음주단속입니다”라고 말하며 운전자에게 음주감지기를 가져다 댄다. 운전자가 숨을 뱉자 ‘삐’ 소리와 함께 감지기에 비음주를 뜻하는 초록불이 뜬다. 단속 시작 14분 뒤. 경찰이 오토바이를 탄 A씨(50대)에게 음주측정을 하자 감지기에 빨간불이 뜬다. A씨는 “(술을)안 마셨다. 감지기를 믿을 수 없다”며 손사래를 친다. 그러자 경찰이 다른 감지기를 들고 온다. 경찰은 A씨에게 감지기를 붙이며 “부세요, 더~ 더~ 더~”라고 말한다. A씨는 그제야 “반주로 2잔을 먹었을 뿐이다”라며 음주를 시인했다.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정지 수치인 0.047%로 나타났다. 인천경찰청은 이날 연말연시를 맞아 인천지역 10곳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1시30분~3시30분까지 한 단속에서 음주운전 오토바이 운전자 A씨 1명을 적발했다. 이날 음주단속을 지켜본 행인 김정수씨(62)는 “사실 2~3잔 마시면 안 걸리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단속하는 모습을 보며 음주운전은 절대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연말연시 잦은 회식·술자리로 음주운전 사고가 늘어나지 않도록 이달 1일부터 내년 1월까지 집중 단속을 하고 있다. 이경우 인천경찰청 교통안전계장은 “음주운전은 타인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중대범죄”라며 “낮에도 술을 마시면 안 된다는 경각심을 주기 위해 주간에도 단속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주간과 야간을 가리지 않고 불시에 단속, 음주운전을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천경찰청은 지난 4월부터 ‘24시간 상시 음주단속’을 하고 있다. 올해 10월까지 음주운전 사고는 총 533건으로 지난해 702건보다 169건이 줄었다. 사망자 역시 12건에서 3건으로 감소했다.

“여기에 왜 차량이?”…‘위험천만’ 자전거 도로 [현장, 그곳&]

“분명 자전거 도로인데, 왜 차량이 다니죠?” 5일 오전 11시께 수원특례시 영통구 왕복 3차선 차도. 이곳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차량들 사이를 비집고 나온 배달 오토바이가 돌연 바로 옆 자전거 전용도로로 진입하더니 내리 질주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뒤에서 달려오던 자전거가 급히 브레이크를 잡으면서 넘어질 뻔하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같은 날 오후 2시께 화성시 안녕동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 상황도 마찬가지. 이곳에는 검은색 승용차 1대가 버젓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30여분이 지나자 해당 차량 운전자는 아무 일 없다는 듯 홀연히 떠났지만, 그동안 이곳을 통행하는 자전거 운전자들은 해당 차량을 피해 차도로 진입하는 등 위험천만한 주행을 이어가야만 했다. 신모씨(27)는 “자전거 도로에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드나드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며 “자전거를 탈 때마다 불안해서 수도 없이 뒤돌아볼 때가 많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날 경찰청 등에 따르면 현행 자전거 이용 활성화 법률(자전거법)은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과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자전거 도로’를 구분하고 있다. 자전거 도로는 자전거 전용도로,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 자전거 전용차로, 자전거 우선도로 등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여기에 최근 공유 자전거 보급 확대와 자전거 이용 문화 확산 등의 영향이 더해지며 경기지역 자전거 도로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최근 3년간 도내 자전거 도로 총연장을 보면 2020년 5천480㎞, 2021년 5천612㎞, 지난해 5천829.2㎞ 등이다. 그러나 자전거법 도입 취지가 무색하게도 같은 기간 도내에선 자전거(피해) 교통사고가 6천361건이나 발생했다. 매일 약 1.9건씩 사고가 나고 있는 셈이다. 이들 사고로 66명이 사망하고, 6천694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는 자전거 도로 내 안전을 확보할 법적 장치가 미흡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자전거 전용차로를 통행하는 차량에 한해서만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를 부과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9월 국회에선 모든 자전거 도로를 통행하는 차량을 처벌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으나 1년이 넘도록 소관위원회 심사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상태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현재는 자전거 사고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법을 손질하는 동시에 차량 운전자 안전의식을 고취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법적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며 “자전거 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꼬리표 달고 손맛·돈맛 유혹...사행성 ‘딱지 낚시’ 판친다 [현장, 그곳&]

“휴가 내고 낚시로 돈 좀 벌어볼까 해서 나왔습니다.” 4일 오후 1시께 인천 강화군 길상면의 한 낚시터의 방갈로에서 두터운 점퍼를 입은 사람들이 앞에 놓인 2~3개 낚시대를 잡다가 놓기를 수차례 반복하고 있었다. 평일이지만 방갈로 15개 동 중 절반이 넘는 8개 동이 이미 낚시꾼들로 붐비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낚시터 측이 수조에 풀어 놓은 꼬리표 달린 물고기를 낚아 그 수에 따라 백화점 상품권을 지급받기 위해 모인 이른바 ‘딱지 낚시’ 참가자들이다. 한 낚시꾼은 “여기에 물고기를 잡으려고 오는 사람은 없다”며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꿀 수 있으니까, 손 맛도 보고 돈도 벌려고 오는 것”이라고 귀뜸했다. 인천 강화군의 한 낚시터가 인터넷 포털사이트 카페 광고로 회원들을 끌어들여 불법 사행성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지만 단속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군과 경찰 등에 따르면 이 낚시터는 최근 ‘도랑 치고 가재 잡고’란 이벤트를 열고 현금을 내고 참가한 낚시꾼들에게 꼬리표가 달린 물고기를 잡는 수에 따라 상품권을 지급하고 있다. 앞서 낚시터는 100마리의 물고기 꼬리 등에 숫자가 적힌 딱지를 달고 수조에 풀어놨다. 참가자들이 딱지가 붙은 생선을 낚는 수에 따라 정확하게 지급할 상품권 가격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낚시터는 참가자들을 늘리기 위해 평일에는 최고 100만원, 주말에는 최고 150만원 상당의 상품권 지급 액수를 정해 놓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처럼 돈을 받고 현금성 경품 등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여는 것은 물론, 참여하는 것도 모두 형법 상 도박 혐의다. 낚시터 등에서 현금성 상품권을 지급하는 행위가 형법상 도박의 범주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이벤트에 참가한 사람은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며, 상습일 경우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낚시터 업주도 불법 도박장 개설 등의 혐의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경찰은 뒤늦게 이 같은 낚시터의 불법 영업에 대한 단속에 나설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역이 넓다 보니 수시로 곳곳을 다니며 불법 단속을 할 수 없어 신고에 의존하는 편이 있다”며 “문제의 낚시터를 비롯해 다른 곳들도 점검·단속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낚시터 업주 A씨는 “현금이 아닌 상품권 지급은 도박이 아닌 줄 알았다. 3개월 전 똑같은 이벤트를 했는데, 경찰 등의 단속을 받지 않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봤다”면서도 “앞으로 이런 이벤트를 하지 않겠다”고 해명했다.

‘위험’ 안고 달리는… 불법 택시 ‘콜뛰기’ 극성 [현장, 그곳&]

“이 지역은 일반 택시보다 ‘콜뛰기’ 택시가 더 많습니다.” 4일 오전 10시께 이천시 이섭대천로 이천터미널. 취재진이 콜택시라고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어 “택시를 불러달라”고 요청한 지 3분 만에 개인 번호판이 부착된 차 한 대가 달려왔다. 20대로 보이는 젊은 운전기사는 주행 중에 무전기를 사용해 중간에서 콜을 연결해 주는 담당자와 끊임없이 상황정보를 주고받았다. 그중에는 “(신호위반 단속 등)암행 순찰차가 돌아다니니 조심하라”는 지시도 내려왔다. 운전기사는 주행 중에 문자를 주고받거나,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는데도 무시하고 달리기도 했다. 앞서 지난 3일 오후 8시께 화성시 남양읍 한 아파트 단지 앞. 인근 식당에서 택시를 불러달라고 하자, 곧 렌터카가 도착했다. 운전기사는 하루에 걸려 오는 콜 전화만 300통이 된다면서 단골손님들을 저장해 둔 목록을 보여주기도 했다. 도내 일부 지역에서 자가용이나 렌터카를 이용해 불법으로 택시 영업을 하는 이른바 ‘콜뛰기’가 성행하고 있다. 특히 이천, 화성, 평택, 광주 등 교통이 불편한 도농복합 지역이나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곳은 콜뛰기 무법지대나 다름없어 적극적인 단속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취재진이 인터넷 검색창,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 ‘콜뛰기’라고 검색해보니, 영업 번호가 모인 사이트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대리운전이나 콜택시 업체라는 명함에 적힌 번호로 전화하자 개인 자가용이 달려왔고, 식당에서 택시를 불러달라고 하면 렌터카가 문 앞에 섰다. 문제는 콜뛰기 기사의 경우 운행 자격이 별도로 없기 때문에, 승객이 2차 범죄 위험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는 데 있다. 실제 지난해 평택에서 불법 택시 영업을 하다 적발된 A씨의 경우 폭행·폭력, 준강제추행 등 강력범죄 전과자로 밝혀졌다. 게다가 콜뛰기는 영업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해도 보험처리를 받을 수 없다. 30년 차 택시 운전기사 정인현씨(63)는 “콜뛰기 기사들이 신호를 위반하거나 과속하는 경우가 많지만, 승객 대부분은 교통사고가 발생해도 보상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전했다. 현행법상 불법 유상운송행위는 최대 2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대부분 수십~수백만원 정도의 벌금형에 그치기 때문에 콜뛰기 영업이 근절되기 힘들다는 것이 택시업계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경기도특사경 관계자는 “미스터리 수사기법을 활용해 고객으로 위장한 후 증거를 직접 확보하는 등 수사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돈 되는 '영농폐기물'… 주말농장 곳곳 '흉물 방치' [현장, 그곳&]

“폐비닐을 가져다주면 보상금을 지급한다고요? 처음 듣는 이야기입니다.” 3일 오전 의왕시 내손동의 한 주말농장. 겨울철 농한기를 맞은 농장 입구에는 둘둘 말린 검은 폐비닐 더미와 모종판, 호스 등 영농폐기물들이 한데 뒤엉켜 있었다. 널브러진 비료 봉지 안에는 작물 수확 후 남은 잔재물과 영농부산물이 썩어있어 악취가 풍겼다. 같은 날 수원특례시 장안구 하광교동 인근 주말농장 상황도 마찬가지. 길거리에는 폐비닐과 농약 빈 병, 고무호스가 담겨있는 포댓자루 여러 개가 쌓여 있었다. 인근 하천에는 나뭇가지와 엉켜있는 폐비닐이 바람에 흩날렸고, 돌 틈 사이에는 미처 떠내려가지 못한 퇴비 봉지가 수면 위로 둥둥 떠다녔다. 3년째 주말농장에 참여하고 있는 권모씨(60대)는 “해마다 나오는 폐비닐이 항상 처치 곤란이라 쌓아두기만 했다”며 “폐기물을 가져다주면 보상해준다는 사실을 진작 알았으면, 이렇게 쌓아두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지역 상당수 주말농장들이 무단으로 버려지거나 방치된 영농폐기물로 인해 미관이 저해된 채 흉물로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는 영농폐기물 수거보상제를 시행하며 보상금을 내걸고 있지만, 주말농장 등 소규모 도시농업 참여자들에게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날 경기도 등에 따르면 도는 지난달 13일부터 오는 15일까지 불법 소각으로 인한 미세먼지 발생과 토양오염 등을 막고 영농폐기물의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영농폐기물 집중 수거 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이 기간에 영농폐기물을 마을에 설치된 공동 집하장으로 가져오면, 폐기물 종류와 양에 따라 수거보상금을 지급한다. 폐비닐은 1kg당 80~160원이며 농약 용기의 경우 병류는 개당 100원, 봉지류는 개당 80원이다. 하지만 소규모 도시농업 참여자들의 영농폐기물 수거보상제 참여율은 저조한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폐기물의 양이 적어 보상비가 적을 뿐만 아니라 수거보상제에 대한 정보도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태희 자원순환사회연대 정책국장은 “도심형 텃밭이 점점 늘어나면서 영농폐기물의 방치와 투기 문제는 갈수록 심해질 것”이라며 “영농폐기물 수거보상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수거율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영농폐기물 수거보상제를 홍보하기 위해 현수막과 안내문을 배포하고 있다”면서도 “각 시·군에 있는 소규모 도시농업 참여자들에게도 영농폐기물 집중 수거 기간임을 안내할 수 있도록 협조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마스크 없인 못 와요”... '인천 5대 하천' 쓰레기 둥둥, 악취 풀풀 [현장, 그곳&]

“하천 근처만 가도 악취가 풀풀 나고, 물 위에는 쓰레기와 찌꺼기가 둥둥 떠다닙니다.” 30일 오후 1시께 인천 연수구 승기철교 아래 승기천에 녹색 구정물이 흐른다. 물 위에는 작은 나뭇가지부터 담배꽁초, 각종 아이스크림 포장 비닐 등의 쓰레기가 거품과 섞여 둥둥 떠 있다. 승기천 산책로를 따라 걸으니 코를 찌르는 듯한 악취가 풍긴다. 산책하는 주민 김지호씨(41)는 “물도 탁하고 냄새가 너무 심해 무조건 마스크를 써야 하고, 가능한 거리를 두고 산책한다”고 말했다. 이어 “물이 깨끗해지면 하천 옆에 앉아 쉬고 싶은데 지금은 너무 더러워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오후 2시께 부평구 굴포천도 상황은 마찬가지. 물 위에는 크고 작은 쓰레기가 떠 있고, 수심이 얕은 바닥에는 검정색 오염 퇴적물인 ‘오니’가 잔뜩 쌓여 있다. 이 때문에 하천에 다가갈수록 물비린내가 심하게 난다. 인천 5대 하천의 수질이 나빠 시민들이 외면하고 있다. 인천시가 수질 개선에 나섰지만, 국비 확보에 실패하면서 막대한 자체 예산이 필요한 탓에 대폭 계획을 축소, 제대로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시에 따르면 민선 8기 공약사업으로 승기천, 굴포천, 공촌천, 나진포천, 장수천 등의 5대 하천 수질을 시민들이 ‘물장구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기 위한 하천 정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시는 현재 3~5등급에 그치는 이들 5대 하천의 수질을 2등급 이상으로 높일 방침이다. 이를 위해 시는 지난해 승기천과 굴포천을 우선 사업 대상으로 선정했다. 시는 승기천은 3천억원, 굴포천은 2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는 하천 수질 개선 사업 등을 계획했다. 하지만 시는 승기천 수질 개선 등을 위한 국비 1천500억원 확보에 실패했다. 환경부가 관리주체가 지자체인 지방하천은 국비를 지원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시는 승기천의 경우 내년에 시비 480억원을 마련, 하천 수질 개선보다는 인근에 물놀이 시설을 만들어 친수공간을 확보하는 등의 방향으로 계획을 바꾸고 있다. 하수처리장에서 정화한 물을 승기천에 흘려보내 수질을 2급수 이상으로 올리는 데 필요한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특히 시는 이 같은 국비 확보 실패로 인해 잇따라 추진할 공촌천·장수천·나진포천에 대한 수질 개선 사업을 추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박석순 이화여자대학교 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도시에서 하천은 시민들의 휴식의 공간이자 치유의 공간”이라며 “하지만 수질이 나쁘면 시민들이 찾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친수공간 만들기에 앞서 오니 제거를 시작해 수질을 좋게 바꿔 악취를 없애는 것 등을 선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 관계자는 “수질이 나빠 하천의 모든 구간에서 물놀이를 할 수 없지만, 일부 구간에서라도 물놀이가 가능하도록 물놀이 시설 등 친수공간 조성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체 예산을 최대한 확보해 하천 정비 사업을 벌이고, 이를 통한 수질을 좋게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자승 스님 안타깝고 황망”… 신도들 애도 발길 [현장, 그곳&]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자승스님(69)이 지난 29일 안성 칠장사에서 발생한 화재로 입적한 가운데, 경찰과 관계기관이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한 합동 감식에 나섰다. 이날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과, 안성경찰서,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기관은 오전 11시 화재 현장에서 합동으로 감식을 진행했다. 국가정보원도 경찰 수사와 별도로 현장 점검을 실시했다. 합동 감식팀 17명은 잔해들을 치우고 인화물질이 있는지 등을 직접 확인하며 최초 발화 지점과 확산 경로, 화재 원인 등을 규명하는 데 주력했다. 정밀 감정이 필요한 잔해는 수거했으며, 감식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소식을 듣고 찾아온 수십 명의 신도들은 폴리스라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리길 반복하며 고인을 애도했다. 신도 김종윤씨(80)는 “총무원장을 2번이나 하실 정도로 인품이 훌륭하신 분”이라며 “왜 이런 선택을 하셨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스님도 비통한 표정으로 칠장사를 찾았다. 군산 은적사 소운 주지 스님은 “심경이 황망하고 슬픔을 가늠할 수 없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아울러 경찰 등은 합동 감식과 더불어 사찰 내외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대해서도 전수 분석하고 있다. 현재까지의 CCTV 영상 분석 결과, 불이 난 요사채에는 자승스님 외 다른 출입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승스님은 화재 당일 오후 3시11분께 검은색 제네시스 차량을 몰고 칠장사를 찾았다. 이어 오후 4시24분께 휘발유가 들어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하얀색 플라스틱 통 2개를 들고 요사채 안으로 들어갔고, 오후 6시43분께 화염이 나며 불길이 치솟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경내 다른 장소에 있던 주지 스님 등 3명에 대해 참고인 조사를 하고 있다”며 “차량 내에서 나온 2장 분량의 메모에 대해서는 필적 감정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계종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자승스님의 선택에 의한 분신으로 판단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파출소 문닫았다?'...'치안 공백' 우려되는 중심지역관서 [현장, 그곳&]

“파출소가 문을 닫으면 불안한데…갑자기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디로 가야하죠?” 29일 오전 8시께 수원특례시 영통구의 태장파출소. 평소 같았으면 불이 켜진 채 지역 순찰을 나가는 시간이었지만 파출소는 불이 꺼진 채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내부엔 인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파출소 전광판엔 ‘통합운영’이라는 안내가 나오고 있었으며 한쪽엔 약 3.5㎞ 떨어진 영통지구대로 연결되는 직통 전화가 놓여져 있었다. 이곳 주민 김희진씨(53·여)는 “최근 흉악범죄가 많이 일어나고 있어 매일이 불안하다. 그래도 집 근처에 항상 불이 켜진 파출소와 경찰이 항상 있어 안심이 됐었다”라며 “신고를 하면 다른 곳에서 경찰이 올텐데 늦어지는 건 아닌가 걱정된다. 도움을 청하려고 집 근처 파출소 문을 두드렸는데 아무도 없으면 눈앞이 깜깜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날 낮 12시께 성남시 분당구의 수내파출소도 상황은 마찬가지. 파출소 안에 불은 켜져 있었지만 시설 관리 직원 한 명만이 파출소를 지키고 있었다. 이날 수내파출소를 방문한 한 이진숙씨(가명·61·여)는 "볼 일이 있어 점심시간에 잠깐 나와 (파출소를) 들렀는데, 직원이 한 명밖에 없어 당황스러웠다"며 “통합운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현장 치안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된 ‘중심지역관서’가 오히려 대응력 약화, 치안 공백 등의 문제점을 야기하며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9월18일부터 이달 30일까지 전국 8개 지역 경찰청을 대상으로 ‘중심지역관서’ 제도를 시범 운영 중이다. 관할 범위가 좁은 도심지 지역관서를 대상으로 소규모 지역관서의 인력과 장비, 예산 등을 중심지역관서에 집중 운영하는 방식이다. 경기지역의 경우 수원남부경찰서의 태장파출소-영통지구대, 분당경찰서의 수내파출소-서현지구대 2곳이 대상으로 지정됐다. 이런 가운데 중심지역관서로 지정된 곳에 치안력이 집중되며 나머지 지역에서 치안, 신고 대응력 약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태장파출소의 경우 인력 32명 중 2명을 제외한 30명이 영통지구대에서 주간 근무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외병 동서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전국에서 흉악범죄가 발생하며 국민적 불안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파출소 인력이 지구대로 옮겨져 업무 공백 등이 생길 경우 지역 주민은 치안에 대한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효율적인 인력 운영, 치안 공백에 대한 우려를 줄이기 위해선 현장의 상황을 고려해 인력 충원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시범 운영 후 현장의 반응을 분석해 확대 여부를 결정하고 개선 방안을 찾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허점투성이’ 경기도내 명소… 외국인 발길 ‘뚝’ [현장, 그곳&]

29일 낮 12시께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촬영지인 포천시 영북면 포천한탄강하늘다리 일대. 관광 명소임에도 식당·카페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관광안내소는 텅 비어 불 꺼진 채 문이 잠겨 있었고, 안내 팜플렛과 안내판 대부분은 한글로만 적혀 있었다. 한 외국인관광객은 한참 안내판을 응시하다 휴대폰으로 안내판을 촬영했다. 싱가폴인 실리아씨(42·여)는 “내용 해석이 안돼 안내판 사진을 찍어 한국인 친구에게 물어보려 한다”며 “이럴 경우 매번 번역기를 쓰거나 친구에게 묻는데 번거롭다. 작게나마 영문 표기가 있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구리시 우미내길 고구려대장간마을 일대 상황도 마찬가지. 이곳이 영화 ‘안시성’ 촬영지임을 알리는 안내판은 한글로만 적혀 있었다. 먹거리나 즐길거리도 찾아보기 힘들뿐더러 외국인들의 편리한 이동권 보장을 위한 교통 정보 안내는 물론 버스 정류장조차 보이지 않았다. 외국인관광객들의 국내 방문율은 대폭 증가한 반면, 경기도를 찾는 외국인들의 방문율은 되레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올 1~3분기(1~9월) 외국인관광객 수는 765만151명으로, 지난 2019년 동기간(145만9천664명) 대비 424.1%p 증가했다. 반면 경기도내 외국인관광객들의 발길은 끊기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23년 외래관광객조사’의 분기별(1~3분기) 자료에서 지난 2019년과 2023년의 경기도 외국인 관광객 방문율을 비교한 수치를 보면 1분기 2.7%p, 2분기 1.7%p, 3분기 2.3%p로 각각 떨어졌다. 분기별 하락폭은 모두 전국 최대 수준이다. 경기도 관광명소 방문율이 감소하는 주된 이유로는 다방면의 ‘홍보’가 이뤄지고 있는 반면, 정작 지역 관광지에 대한 안내 등 정보 제공, 교통 등 인프라는 열악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도는 10개국 12개사 해외 대형 여행사 플랫폼을 통한 지역상품 판매, 드라마·영화 촬영지 홍보, 현지 박람회를 통한 마케팅 등을 통해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행보가 무색하게 현장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하다. 경기관광공사의 ‘2022년 경기도 주요 관광지 방문객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를 보면 외국인관광객의 지역 재방문 비의향의 이유로 ‘볼거리·즐길거리 부족’(37.3%)이 가장 많았고 이어 ‘교통편 및 도로혼잡’(18%)이 뒤를 이었다. 이 밖에 ‘관광지 관련 정보 부족’(5.4%) 등도 있었다. 김경배 성결대 관광개발학과 교수는 “홍보도 필요하지만, 지역 관광지에 대한 충분한 정보·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게 ‘수용태세’를 갖춰야 한다”며 “다양한 언어로 지역의 독특한 특색을 드러낼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통합 플랫폼 구축이 대안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도 관계자는 “다양한 홍보 활동과 함께 산업관광 등과 연계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인천시 배달·택배기사 “눈치 안 보고, 지친 몸 잠시 休~” [현장, 그곳&]

“빌딩 안에서 눈치 보며 쉬었는데…. 안락한 곳에서 지친 몸을 쉴 수 있어 좋아요.” 28일 오후 2시께 대리기사 원용만씨(53)는 인천 남동구 구월동 ‘인천생활물류쉼터’에서 ‘콜 대기’를 하며 따뜻한 커피를 내려 마셨다. 원씨는 “코로나19로 대리기사 업계에 뛰어들었는데, 일거리가 없을 땐 밖에서 방황할 수 밖에 없었다”며 “추울 때는 추운 곳에서, 더울 때는 더운 곳에서 기다려 너무 힘들었는데, 따뜻한 곳에서 눈치 보지 않고 쉴 수 있어 정말 좋다”고 말했다. 옆에 있는 택배 기사 김체붕씨(59)는 안마의자에 앉아 TV로 뉴스를 보며 편히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김씨는 “이렇게 안락한 쉼터에서 편히 지내는게 어리둥절하다”며 “조만간 쉼터에서 노동 관련 교육도 진행한다고 해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천시가 처음으로 설치한 ‘인천 생활물류 쉼터’가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가운데 1만여명이 넘는 생활물류 종사자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이 같은 쉼터 확충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8일 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24일 남동구 로데오거리에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배달·택배기사 등 생활물류 종사자들이 쉴 수 있는 ‘인천 생활물류 쉼터’를 설치했다. 그러나 이 1곳 만으로는 지역에서 1만2천여명으로 추산되는 생활물류 종사자들을 수용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서울은 9곳, 경기는 14곳을 설치하고 있어 인천도 최소 권역별로 1곳씩은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천 생활물류 쉼터는 181㎡(54평) 규모로, 교육·회의실과 휴게·상담실을 갖추고 있다. 내부에는 휴대전화 충전기, 안마의자, TV 등이 있고 커피도 무료로 제공된다. 평일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운영한다. 또 노동·법률상담, 금융·건강상담 및 자조모임 활성화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김성열 인천 생활물류 쉼터 운영실장은 “쉼터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지역의 노동자들은 찬 겨울 바람을 맞으며 추위를 견디고 있다”며 “하루빨리 다른 곳에도 쉼터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문세종 시의원(더불어민주당·계양4)은 “생활물류 종사자 쉼터는 더욱 안정적인 노동 환경과 법률·구직·업종 전환 등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는 곳”이라며 “남동구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하나하나 늘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예산 문제 등으로 아직 1곳밖에 만들지 못했다”며 “쉼터 이용률 등을 지켜본 뒤 권역별로 추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올해도 비닐하우스 겨울나기… 이주노동자 한파주의보 [현장, 그곳&]

채소를 키우는 비닐하우스가 늘어선 포천시 가산면 일대. 사람이 살 것이라 생각지도 못할 이곳은 지난해 8월 비전문취업비자(E9)로 입국한 네팔인 세마르씨(가명·27)가 사는 숙소다. 안으로 들어서자 바닥은 보일러가 없는 탓에 발이 시릴 정도로 냉골이었다. 살을 에는 추위를 막기 위해 설치한 검은 천은 추위는 막지 못한 채 햇빛만 막아 온 방이 곰팡이로 뒤덮인지 오래였다. 세마르씨는 “두꺼운 점퍼 3~4개를 껴입고 자는데도 너무 춥다”며 “전기장판 위에서 이불까지 덮고 있어야 겨우 잠이 들 수 있는 정도”라고 호소했다. 여주시에서 일하고 있는 캄보디아인 보파씨(가명·26)도 비닐하우스를 불법 개조해 만든 숙소에서 살고 있다. 제대로된 시설 하나 없는 이곳에서 보파씨는 매일 목숨을 위협 받고 있다고 했다. 각종 인화물질과 비닐이 뒤덮인 이곳에서 따뜻함을 줄 수단이 ‘화목보일러’ 뿐이기 때문이다. 그는 “퇴근하면 너무 춥긴한데, 불이나면 어떻게 하나 싶어 보일러 틀기도 두렵다”고 토로했다. 지난 2020년 E-9 비자로 포천의 한 농장에서 일하던 캄보디아인 속헹씨가 추위에 숨진 사건 이후 나온 ‘이주노동자 주거 안정 대책’이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 여전히 곳곳에서 불법 비닐하우스를 이주노동자 숙소로 쓰고 있는데도 관리에는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경기도내 E-9 비자를 가진 이주노동자는 10만9천249명(37.4%)이다. E-9비자는 비전문 직종인 제조업, 건설공사업, 농업, 축산업 등에 종사하려는 외국인에게 부여하는 비자다. 도농 복합지역인 도의 특성상 이주노동자는 각 분야에서 꼭 필요한 이들 중 하나다. 이 같은 상황에도 이들에 대한 처우는 열악하기만 하다. 인권단체 ‘지구인의정류장’ 김이찬 대표는 “지금도 가축이 살법한 가설건축물에서 30만~40만원씩 내고 사는 이들이 수두룩하다”며 “문풍지 뚫린 곳에서 살다 추위를 못 견디고 뛰쳐 나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포천이주노동센터를 운영하는 김달성 목사는 "지난 2020년 속헹씨 사망 이후 정부와 지자체에서 주거 개선을 위한 제도를 마련했음에도, 현장 근로자의 주거 개선을 위해 갈 길은 여전히 멀기만 한 상황"이라며 "정부와 지자체가 단속 등 현장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고, 이 때문에 생긴 사각지대에 많은 근로자는 여전히 불법 가설건축물에 기거하고 있다. 이들 중 다수는 비자 연장을 희망하고 있어 항의 한 번 못한 채 속앓이만 하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비자별로 관리 주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E-9 이주노동자는 도에서 일해도 고용노동부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도가 지난 3월 만든 ‘경기도농어업 외국인근로자 인권 및 지원 조례안’ 역시 무용지물이다. 지자체의 지원범위는 농·어번기 등에 일시적으로 허가하는 계절근로자(E-8)에만 한정돼 있어서다. 이 때문에 불법으로 비닐하우스를 개조한 숙소를 쓰고 있음에도 지자체에서는 단속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계절근로자가 중심 대상인 외국인 공동숙소 외 다른(E-9 이주노동자) 건 관리 근거도 없고, 지원 계획도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주로 농촌에서 주거환경 문제가 생겨 지속적인 단속을 하고 있지만 사각지대가 생기는 것도 알고 있다”며 “지도점검이나 단속 강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해명했다.

‘솜방망이’ 처벌… 단속 비웃는 오토바이 불법 주정차 [현장, 그곳&]

“전용 주차장도 아니고 인도에 오토바이를 세워도 되는 건가요?” 27일 오전 10시30분께 수원특례시 영통구 영통동 주택가. 인도, 갓길, 골목길 할 것 없이 오토바이가 줄지어 주차돼 있었다. 음식점이 모여 있는 도로 앞엔 한 차선을 아예 가로 막아 오토바이를 세워둬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이곳을 지나는 차량들은 차도에 세워진 오토바이를 뒤늦게 발견하고 차선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등 위험한 상황까지 포착됐다. 같은 날 용인특례시 처인구 역북동 일대도 다를 게 없는 모습이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오토바이 운전자들은 인도와 차도에 오토바이를 마구잡이로 세우기 시작했다. 시동을 켜둔 채 전화를 하거나 여유롭게 담배까지 피우고 있었다. 이곳 주민 김진규씨(41)는 “차선은 물론이고 인도까지 막으면서 오토바이를 세워둔다. 지나다니다가 부딪칠 뻔한 적이 여러 번”이라며 “불법으로 세워둔 오토바이를 견인해갈 수는 없는 건지, 단속이 잘 안되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취재진이 수원과 용인 등에서 목격한 이륜차 불법 주정차만 30여대에 이르렀다. 경기도내 불법으로 주정차한 이륜차가 통행 불편은 물론이고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작 이에 대한 명확한 처벌은 어려워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도로교통법·도로교통법 시행령에 따르면 이륜차를 보도에 주정차할 경우 경찰은 운전자에게 범칙금 3만원을 부과할 수 있다. 최근 5년간 경찰이 경기지역에서 불법 주정차한 이륜차를 단속해 범칙금을 부과한 건수는 총 4천272건이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8년 98건, 2019년 339건, 2020년 713건, 2021년 1천460건, 2022년 1천644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처벌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범칙금은 경찰이 불법 주정차를 행한 자에게 부과하고 실제 현장을 발견해야 부과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매번 순찰 등을 통해 불법 주정차한 이륜차를 단속하고 있지만 적발 즉시 운전자가 없으면 사실상 단속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더욱이 도로교통법에는 이륜차 불법 주정차를 현장에서 확인하지 못하더라도 지자체가 운전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없다. 현장에 운전자가 없더라도 나중에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승용차와는 대비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륜차와 관련된 규정 등 법적 근거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운전자들이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있는 것”이라며 “불법 주정차 이륜차에 대한 처벌 기준을 강화하는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실질적으로 수요가 있는 곳에 전용 주차장 등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매일 퇴직금 확인... 일할 맛 납니다" 인천 '전자카드제' 인기 [현장, 그곳&]

“전자카드 덕분에 매일 퇴직금을 확인할 수 있어 좋아요.” 지난 24일 오전 10시께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의 한 복합업무시설 신축공사 현장. 근로자들이 출근하면서 입구의 ‘퇴직공제부금 전자카드 단말기’에 카드를 갖다 댄다. 전자카드 단말기가 띵동 울리며 화면에 ‘출근하셨습니다’ 문구가 뜬다. 현장에서 일하는 이성현씨(36)는 “전자카드를 사용하니 매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퇴직금을 확인할 수 있어 좋다”며 “지난 2년 간 퇴직금을 알 수 있어 미래 설계에도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근무 기간이 정해져 있지만 전자카드를 통해 출·퇴근 기록을 보며 소속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건설근로자공제회 인천지사에 따르면 인천의 전체 공사장 5천263곳 중 758곳(14.4%)에서 전자카드제를 사용하고 있다. 인천지사는 올해 5천 건의 전자카드를 발급했다. 건설근로자 전자카드제는 지난 2014년 시범사업 거쳐 2020년부터 시작했다. 2021년 공공 100억원, 민간 300억원 공사장이 대상이었으나 현재는 공공 50억원·민간 1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났다. 내년부터는 공공 1억원·민간 50억원 공사장으로 확대, 사실상 대부분의 공사장에서 전면 추진이 이뤄지는 셈이다. 인천지사는 전자카드제를 통해 근로자의 근무내역을 주기적으로 관리하며 퇴직공제금 적립을 돕고 있다. 인천지사는 사업자로부터 근로자 1명당 1일 6천500원을 받는다. 인천지사는 근로자의 퇴직공제금으로 6천200원을 적립, 나머지 300원은 근로자를 위한 복지사업과 기관운영비로 쓰고 있다. 인천지사는 공사 현장 특성 상 일용·임시직 근로자의 출·퇴근 기록이 불분명하다 보니 퇴직금 지급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 인천지사는 출·퇴근 기록이 남는 만큼 근로자가 여러 사업장에서 근무을 했더라도 근로내역을 확인해 퇴직금 지급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 밖에도 인천지사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근로자의 근로내역을 확인, 위급상황에서 정확한 구조작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자카드제를 통해 근로자의 근무 내역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다. 인천지사는 전자카드제 전면 확대를 앞두고 사업자에게 협조를 요청해 오고 있다. 또 근로자에게 사용법과 발급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인천지사 관계자는 “은행과 관계기관과 연계해 전자카드 사용 혜택 등을 늘릴 계획이다”며 “전자카드의 원활한 사용을 위해 전산망의 시스템을 만드는 데 힘써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공사장의 원활한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너무 바빠서, 봐주세요” 이륜차·PM 합동단속 [현장, 그곳&]

“너무 바빠서 그랬어요. 한 번만 봐주세요. 저 진짜 돈이 없어서 그래요.” 23일 오후 2시께 남양주시 별내동의 한 사거리에서 배달라이더 A씨(40대)가 10분 동안 경찰관을 붙잡고 늘어놓은 뒤늦은 후회다. 그는 보행자 신호를 무시하고, 우회전을 하다 적발됐다.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은 보행자 보호를 위해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통행할 때뿐만 아니라 ‘통행하려고 할 때’까지 운전자가 일시정지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A씨는 “잘 몰라서 그랬다”, “진짜 급해서 그랬다” 등의 앞뒤가 맞지 않는 변명을 쏟아냈으나 경기북부경찰청 교통안전계 김기태 경위의 태도는 그 어느 때보다 단호했다. “보행자 보호 의무를 위반하셨습니다. 인정하시죠? 범칙금 4만원에 벌점 10점 부과합니다. 본인뿐만 아니라 보행자도 위험하니 앞으로는 주의하세요.” 비슷한 시각 경기북부청 교통안전계 이진호 경사는 인도 위를 쏜살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개인형 이동장치(PM)를 몰던 B씨(30대·여)가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채 내달렸기 때문이다. 가까스로 B씨를 멈춰 세운 이 경사는 도로교통법 50조4항에 따라 범칙금 2만원을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러자 B씨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한참을 “치과 예약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급하게 나오다 헬멧을 깜빡했다”고 항변했지만, 이 경사는 “PM 사망사고가 다수 발생하고 있어 어쩔 수 없다. 이번 일을 계기 삼아 다음부턴 무조건 헬멧을 착용해 달라”고 설명한 뒤 원칙대로 범칙금 처분을 집행했다. 이날 경기북부청과 남양주북부경찰서는 오후 2~4시 별내동 일대를 중심으로 이륜차·PM 교통법규 위반 합동단속을 진행했다. 안전 운전 문화를 확립하기 위함이다. 이번 단속에선 총 12건이 단속됐다. 안전모 미착용 8건, 신호위반 2건, 보행자 보호 의무 불이행 2건 등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륜차와 PM이 늘면서 사고도 함께 늘고 있다”며 “단속을 강화해 안전 운전 문화를 정착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진화하는 창이공항… 인천공항 ‘경제생태계’ 답을 찾다 [현장, 그곳&]

“공항경제권을 구축해 인천공항을 ‘머무는 곳’으로 만들겠습니다.” 싱가포르 현지시간으로 23일 오전 10시께 주얼(Jewel)창이 공항. 공항 1층으로 들어가 잠시 걷다 보니 양 옆으로 나무가 우거진 숲 길이 나온다. 안으로 들어가니 마치 아마존 밀림을 연상시키는 실내 숲 정원이 펼쳐진다. 통유리로 설치한 천장에서는 햇빛이 쏟아지고 사람들은 숲 속 구석구석에 자리 잡아 자연을 즐긴다. 정원 곳곳에 설치한 슈퍼마리오 캐릭터들은 아이들과 사진을 찍는다. 오전 11시가 되자 천장 중간에서 폭포가 떨어지자 숲 속에 모인 수천명의 사람들에게서 환호성이 터진다. 너도 나도 휴대전화를 들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실내 폭포의 장관에 빠진다. 창이공항 관계자는 “주얼창이는 과거 택시 정차장이었다”며 “이곳에 건물을 지어 주얼창이를 만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폭포가 있는 포레스트 밸리(Forest Valley)는 방문객들이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조성했다”며 “크리스마스와 슈퍼마리오를 주제로 데코레이션을 했다”고 덧붙였다. 인천국제공항이 싱가포르 주얼(Jewel)창이공항을 넘어서는 공항경제권을 본격 구축한다. 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이날 싱가포르 주얼창이공항을 찾아 주요 시설을 둘러보고 창이공항 관계자들과 인천·창이공항의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기존 공항 시설 확장의 필요성과 허브 공항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07년부터 2019년까지 주얼창이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공항 안에 싱가포르의 도시이미지(정원도시)를 주얼에 그대로 투영한 것이다. 쇼핑·식음료 매장은 물론 공항시설, 환승호텔, 여가시설 등을 조성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실내 폭포(40m)를 비롯해 식물 120종과 나무 2천500그루, 10만여개의 관목이 있는 포레스트 밸리, 5층에 위치한 캐노피 공원 등은 공항을 찾는 이용객들에게 자연을 선사한다. 주얼창이는 공항 자체뿐 아니라 주변에 들어선 마리나 베이 샌즈, 예술과 과학을 접목한 전시공간인 아트사이언스 뮤지엄, 명품을 판매하는 크리스탈 파빌리온 등이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사로잡는다. 세계적인 건축가 모셰 사프디의 작품들이다. 이 같은 다양한 인프라들은 주얼창이를 단순한 공항이 아닌 싱가포르의 대표 관광 명소로 자리잡게 했다. 인천공항공사가 이날 싱가포르 주얼창이공항을 방문한 이유기도 하다. 이학재 공항공사 사장은 “차세대 공항은 단순한 교통·운송을 넘어 항공네트워크와 다른 산업이 연계·융합한 경제생태계를 조성하는 역할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공항공사는 인스파이어 복합리조트 유치, 스마트 레이싱 파크 사업 추진, 미술품 수장고 개발 등을 통해 신규 여객과 화물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다. 또 글로벌 허브공항의 입지 경쟁력을 바탕으로 항공 산업성장을 견인하는 고부가가치의 해외 복합 MRO기업을 유치, MRO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 사장은 “인천공항을 쇼핑과 비즈니스,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해 공항의 개념을 ‘거쳐가는 곳’에서 ‘머무는 곳’으로 확장, 신규 항공수요를 창출할 것”이라고 했다. 싱가포르=이병기기자

벌써 다섯 번째… 경진여객 파업 피로감에 ‘분노 폭발’ [현장, 그곳&]

“경진여객 파업, 도대체 언제까지 하나요? 불편해서 미칠 지경입니다.” 22일 오후 6시께 서울 동작구 사당역 버스정류장엔 시민 100여명이 오지 않는 버스를 마냥 기다리고 서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붐비는 퇴근 시간대 경진여객의 총파업까지 겹쳐지면서 퇴근길에 올라야 할 시민들의 발길이 묶인 것. 이들은 전광판에 노출된 버스도착정보와 버스가 오지 않는 거리를 번갈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 시민은 버스정류장에 붙어있는 파업 관련 안내문을 보면서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아직도 파업을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시민들의 발길이 붙잡힌 건 퇴근길 만이 아니었다. 앞선 출근길에도 수원과 화성 곳곳에서 불편을 겪는 시민들의 분노가 이어졌다. 이날 오전 7시께 수원특례시 팔달구 수원역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황급히 지하철로 발길을 돌렸고, 지하철은 삽시간에 몰려든 시민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일부 시민은 버스정류장 노선도 옆에 붙은 임시 전세버스 안내문을 살펴보며 버스를 기다렸지만, 배차 간격이 일정하지 않은데다 도착 시간도 알 수 없어 마냥 도로만 바라보며 발을 굴러야 했다. 눈 앞에서 버스를 놓친 정연희씨(27·여)는 “하루 이틀이면 됐지, 이게 도대체 며칠 째인지 모르겠다”며 “체념하고 (버스를)이용하곤 있지만, 자꾸 시민들을 볼모로 삼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토로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경기지부 경진여객지회(이하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이날 출퇴근길 발길이 묶인 시민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 벌써 5번째인 파업이 사실상 시민들을 볼모로 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노조는 지난달부터 경기도와 사측에 ▲임금 6% 인상 ▲합리적인 배차시간 ▲징계 양정 완화 등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고 대화를 요구했지만, 사측으로부터 어떤 답변도 받지 못했다며 당분간 유기적인 파업을 지속하기로 했다. 다만 23일 오전에는 전 노선을 정상운행하기로 했다. 노조는 이후 내부 논의를 통해 추가 파업 여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현재 도가 개입해버리면 오히려 위법 소지가 있다”며 “저희도 노조와 사측이 합의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오전 11시 수원특례시 팔달구 수원역 4번 출구 앞 도로에서는 노조의 ‘총파업 결의대회’가 열렸다. 700여명의 노동자가 참석한 이날 결의대회에서 노조는 “사측이 이윤을 위해 근로자와 시민을 위험하게 만들고 있어 어쩔 수 없는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화재 예방 사업 ‘하세월’… 火 도사린 ‘인천 전통시장’ [현장, 그곳&]

“매년 전통시장에서 불이 나는데, 노후 전선·아케이드는 몇년째 그대로입니다.” 21일 오후 1시께 인천 미추홀구 석바위시장. 가연성 소재 아케이드가 천장을 뒤덮고 있었고 상인들이 설치한 매대가 소방차 진입로를 침범해 시민들이 좁은 통로로 오가고 있었다. 이 때문에 소방차 진입은 아예 불가능해 보였다. 시장 곳곳엔 제 기능을 상실한 것처럼 보이는 검정색 먼지 쌓인 소화기가 방치 중이었다. 인근 상인 권오현씨(46)는 “해마다 전통시장이 화재에 취약하다고 하지만 바뀌는 것은 없다”고 토로했다. 같은날 오후 5시께 부평구 부평진흥종합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상점 곳곳에 먼지 쌓인 노후 전선이 뒤엉켜 있었고 그 옆엔 불에 타기 쉬운 박스 등이 잔뜩 쌓여 있었다. 시민 임용현씨(41)는 “전선들이 꼬여 있고, 검정색 기름때도 잔뜩 껴 있어서 언제 불이 나도 이상하지 않아 보인다”고 불안해했다. 인천시가 추진 중인 전통시장 화재 예방 사업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여전히 인천 전통시장이 화재에 취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시에 따르면 인천지역의 전통시장 51곳 중 22곳(43.1%)의 아케이드가 폴리카보네이트(PC) 등 불에 잘 타는 소재다. 지난 3월 동구 현대시장 대형 화재 이후 난연성 소재 아케이드 교체가 현안으로 떠올랐지만, 바뀐 곳은 1곳도 없다. 특히 시는 지난 2019년부터 화재 발생 시 자동으로 소방서에 신고가 가는 ‘전통시장 화재알림시설 설치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절반에 가까운 25곳(49%)은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또 시가 노후전선 정비사업을 추진한 곳도 모두 14곳(27.4%)에 그쳤다. 시는 상인회가 아케이드와 노후전선 정비 등은 교체 비용의 약 10%를 부담해야 하는 탓에 이 같은 전통시장 지원사업에 신청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시가 올해 초 난연성 소재 아케이드 교체 수요를 조사한 결과, 신청한 전통시장은 1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현대시장 사례처럼 가연성 소재 아케이드는 화재를 더욱 키울 수 있고 노후전선도 화재의 주요 원인이어서 교체가 시급하다”며 “지자체가 나서 상인들에게 화재로 인한 피해 금액보다 화재 시설 설치 비용이 훨씬 적다는 점 등을 적극적으로 알려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시뿐만 아니라 군·구도 아케이드 교체비 5%를 추가로 부담토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 관계자는 “상인들에게 화재 예방 시설이 필요하다는 것을 적극 알리고 있다”며 “전통시장 화재 예방을 위해 군·구에 아케이드 교체비 부담을 논의하는 등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2002월드컵' 자료 등 먼지만 수북... 빛바랜 ‘인천 체육史’ [현장, 그곳&]

“월드컵 4강 등 인천의 체육역사가 담긴 자료들이 수십년째 빛도 못 보고 먼지만 쌓이고 있네요.” 20일 오후 1시께 인천 미추홀구 문학동 문학경기장 주경기장 지하 1층 창고. 자물쇠로 굳게 잠긴 이 창고엔 지난 1990년대부터 인천지역에서 열린 각종 체육 행사 자료와 당시 활동했던 자원봉사자의 기록이나 기념사진 등이 바닥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또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각종 자료들도 관리가 전혀 되지 않은 채 방치된 상태였다. 월드컵 당시 8번 최태욱 선수와 14번 이천수 선수의 유니폼은 물론 국가대표 선수 입간판 및 명단, 사진 등이 각종 책상, 의자들과 뒤섞여 있었다. 당시 히딩크 감독이 선수들에게 작전을 설명한 화이트보드는 노랗게 빛이 바래 있었고 1970년 멕시코 월드컵 및 1994년 미국 월드컵 당시 공인구 등이 담긴 유리관에 먼지가 가득했다. 여기에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AG) 시절 마스코트인 바라메·비추온 등 대형 마스코트 인형은 빛을 잃은 지 오래다. 인천AG 당시 외국어 통역을 맡은 남구자원봉사센터 봉사자들의 명단 및 기록은 물론 학생들이 그린 그림도 구석에 뒤죽박죽 놓여 있었다. 인천 체육의 20년 역사를 증명하는 기념품과 자료들이 지하 창고에 방치된 채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인천시와 인천시체육회 등에 따르면 시체육회는 문학경기장 지하1층 창고에 인천 체육 기록물 등 164점을 비롯해 문학경기장 출토 유물 30점 총 194점을 보관 중이다. 이들 체육 관련 유물 등을 별도로 보관·전시할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처럼 관리가 되지 않을 뿐더러 더욱이 시가 170억여원을 들여 지상 3층 규모로 오는 2026년까지 신축을 추진 중인 체육회관 및 훈련시설인 ‘다목적 훈련장’에도 이 같은 유물 등을 전시·홍보할 장소는 빠져 있다. 이 때문에 이들 인천 체육의 역사가 담긴 유물은 또다시 창고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박판순 인천시의원(국민의힘·비례)은 “인천의 자랑으로 여기고 소중하게 보관해야 할 유물이나 상징물을 지하 창고에 방치하고 있다는 사실이 큰 충격”이라며 “시가 내년에 다목적 훈련장 신축을 위한 설계를 할 때 꼭 이 유물을 잘 보관하고 시민들에게 전시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관계자는 “시체육회나 인천유나이티드 등과 협의해 활용 가능한 공간을 찾고, 이를 통해 전시하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며 “신축 다목적 훈련장에 인천 체육의 역사 등을 전시하는 공간을 넣는 것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경진여객, 4번째 '게릴라 파업’…“버스전쟁, 지치네요” [현장, 그곳&]

“이젠 정말 지긋지긋 하네요. 언제까지 아침마다 버스 때문에 전쟁을 치러야 하나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경기지부 경진여객지회(이하 노조)가 게릴라 파업에 나선 20일 오전 7시께 수원특례시 팔달구 수원역 버스정류장. 이곳에선 시민 5명이 영하를 웃도는 추운 날씨에 발을 동동 구르며 사당행 7770번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버스정보시스템(BIS)상 7770번 버스는 10분이 지나도록 차고지 대기 중인 상황. 계속해서 시계와 BIS를 번갈아 보던 이들은 결국 택시를 붙잡거나 다른 버스를 알아보는 등 뒤늦게 대안을 찾고 나섰다. 중간중간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임시 전세버스가 이곳을 들르기도 했지만, 도착시간을 알 수 없을뿐더러 배차간격까지 들쑥날쑥해 시민들의 불편을 줄여주기엔 역부족이었다. 이 때문에 정류장을 찾은 일부 시민은 일찍이 지하철로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장모씨(28)는 “벌써 4번째 파업인데, 이유야 있겠지만 시민 입장에선 너무 지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비슷한 시각 수원역 내부는 가뜩이나 많은 출근길 인파에 파업 여파로 몰린 시민들까지 더해져 더욱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버스를 이용하려다 급하게 달려온 승객들이 부딪히기도 했다. 지모씨(27)는 “어제 저녁 파업 안내 문자를 받고, 굉장히 짜증났다”며 “월요일 아침부터 출근길에 지장이 생기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오전 7시30분께 화성시 향남읍 향남버스 환승터미널 앞 버스정류장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곳에선 수십여명의 시민들이 사당행 8155번 버스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한 시민은 버스정류장에 붙여진 경진여객 버스 파업 관련 안내문을 읽고 한숨을 푹 쉬기도 했다. 장모씨(46)는 “며칠째 노조 파업 때문에 혹시나 모를까 늦을까 봐 아침도 거르고 나오고 있다”며 “파업만이 답이 아님에도 자신들의 이익만 따져 시민들에게 피로감을 주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수원·화성과 서울을 오가는 버스를 운행 중인 경진여객 근로자들이 합리적인 배차시간 등을 요구하며 4번째 게릴라 파업에 나선 20일, 곳곳에서 출근길 시민 불편이 이어졌다. 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이날 오전 4시30분 첫차부터 게릴라 파업에 나섰다. 이번 파업은 오전 10시까지 이어진다. 지난 13일과 15일, 17일에 이어 4번째다. 노조는 이날 오전 파업 후 쟁의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오후 파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오는 22일엔 총파업 결의대회와 행진 등을 진행하면서 도와 사측에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계획이다. 노조 관계자는 “도와 사측에 지난 13일 첫 파업부터 지금까지 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한 상황”이라며 “어쩔 수 없이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진여객은 수원과 화성에서 서울 강남과 사당을 오가는 7770, 7800, 7780, 3000, 9820, 8472, M5443, 8471, 8155, 7790, 8156, 7200, 8000, 1006번 등 광역버스 170여대를 운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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