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 60년 만에 ‘홍등’을 끄다

60년 넘게 수원의 관문을 붉게 물들였던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의 ‘홍등’이 모두 꺼졌다. 일부 업소는 끝까지 영업을 계속했지만, 5월의 마지막날 밤 11시20분을 기해 모든 업소가 문을 닫았다. 성매매 단속이 느슨하다는 지적(경기일보 1월27일자 7면)에 따라 경찰이 움직였고 그로부터 4개월 만에 이뤄진 ‘완전 폐쇄’다. 올해 초 113곳에 달했던 업소는 이제 한 곳도 남지 않았다. 1일 0시가 되자 한때 술에 취한 남성들로 북적였던 거리는 수십년 만에 어둠과 적막으로 가득 채워졌다. 희미한 가로등 불빛 아래로 포주들이 물건을 옮기기 시작했고, 달달거리는 손수레와 삼륜 오토바이엔 이삿짐이 차곡차곡 쌓였다. 경기남부경찰청에서 투입된 수사팀은 새벽까지 골목을 샅샅이 돌아다니며 폐쇄 여부를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포주는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소란을 피우기도 했지만, 결국 유리문에 자물쇠를 걸었다. 한 포주는 “곧 닫을 거라고 해도 계속 경찰들이 들쑤시는 탓에 도저히 못 살겠다”면서 “이제 정말 끝이다, 끝”이라며 얼굴을 감싸쥐었다. 그는 곧 양손에 선풍기를 하나씩 들고 나와 짐을 싸기 시작했다. 도로 경계석에 하나 둘 쭈그려 앉은 성매매 종사자는 담담한 듯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김하연씨(32ㆍ가명)는 “당장 내일부터 어떻게 먹고살지 막막하긴 한데 잘됐다 싶기도 하다”며 “수원시에 자활 상담부터 신청해볼 생각”이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종사자는 목욕 바구니를 들고 “여기서 씻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라며 업소를 나섰다. 경기남부청은 향후 업소들이 다시 문을 열거나 돌발 행동을 할 경우에 대비,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이곳의 폐쇄로 ‘풍선효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꾸준한 성매매 단속을 약속했다.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는 ‘성 상품화’로 얼룩진 역사에 종지부를 찍는 동시에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다. 수원시는 이날 2021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 시의회에 제출했다. 이번 추경엔 집결지 정비를 위한 예산 43억원이 책정됐으며, 오는 22일 최종 의결된다. 먼저 턱없이 모자른 예산으로 실효성 문제가 대두됐던 탈성매매 자활 지원사업(경기일보 5월11일자 6면)에 4억4천만원을 추가로 확보한다. 집결지 내 거점공간 조성에 필요한 필지 매입 비용 32억원도 포함됐다. 시의회 측에서 협조 의사를 표명한 만큼 무리 없이 본회의를 통과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시는 최근 심의를 거쳐 성매매 종사자 20명에 대한 자활 지원을 결정했다. 이로써 자활에 참여한 종사자는 누적 30명으로 늘었다. 지난 3월 9명에 불과했던 상담 대상자도 이날까지 80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개발 방안에 대한 논의도 첫발을 뗐다. 시는 지난달 20일 도시정책실 주관으로 관계부서 회의를 진행했고, 도로 개선부터 건물 리모델링까지 다양한 구상이 제시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현재로선 구체성보다는 여러 가능성을 따져보는 단계로, 변화를 모색하기 위한 사업이 단발성에 그치지 않도록 중장기적 관점에서 계획을 수립한다는 방침이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도심 속 흉물의 역사가 사라진 감격스러운 날”이라며 “지속적이고 강력한 경찰권이 가장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폐쇄된 성매매 집결지에 대한 종합계획 수립에 돌입했다”며 “자활 지원은 물론 시설개선, 환경정비, 업종변경 인ㆍ허가 등에 속도를 내는 한편 경찰과 함께 풍선효과 방지를 위해 협업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장희준기자

[경기일보 보도, 그 후] 경기도 동물복지축산농장 육성·지원...수천억 피해 ‘극단적 살처분’ 막는다

가축 감염병 발생 시 예방적 살처분 조치로 수천억원에 달하는 물적ㆍ정신적 피해를 보고 있는 경기도내 축산농가의 고통이 줄어들 전망이다. 이는 정부의 극단적 살처분 조치로 살아있는 닭이 파쇄기 안으로 넣어지는 비윤리적 문제(본보 3월11일자 1면) 등을 원천 차단하는 대안으로, 경기도가 동물복지축산농장을 살처분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례를 추진하기 때문이다. 24일 경기도의회에 따르면 경제노동위원회 소속 김인순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ㆍ화성1)은 가축전염병 발생농장 반경 3㎞ 이내에 위치한 농장의 무분별한 살처분을 막는 경기도 동물복지축산농장 육성 및 지원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해당 조례안을 보면 동물복지축산농장이 정부의 예방적 살처분 대상에 포함되면 경기도가축방역심의회가 살처분 제외 여부를 논의한 후 문제가 없다고 판단 시, 정부에 살처분 조치 철회를 건의해 구제하는 방안이다. 경기도는 지난해 12월 고병원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올해 2월까지 약 1천400만 마리의 가금류를 살처분 하는 등 3개월간 약 1천억원 넘는 피해를 기록했다. 아직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가축전염병의 추가 확산 우려가 있는 만큼 누적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 김인순 경기도의원 이에 따라 김 부위원장이 대안으로 제시한 동물복지축산농장의 살처분 제외는 축산 농장의 경제ㆍ정신적 피해 등 유무형의 손실을 막을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 부위원장은 동물복지축산농장 살처분 제외 등 선제적 예방조치가 수반되면 살처분으로 인한 축산농가의 시름을 덜 수 있다며 이번 대안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져, 지속가능한 친환경 축산시스템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제도는 인도적으로 동물을 사육하는 소ㆍ돼지ㆍ닭 등에 대해 국가에서 인증하는 제도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관리 ▲사육시설 ▲청소 및 소독 등 엄격한 심사 기준을 통과해야 인증을 받기 때문에 가축전염병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실제 친환경 농법으로 3만7천마리의 산란닭을 키운 화성 산안 농장은 지난 1984년부터 37년간 단 한 번도 AI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이광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