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힘, 이 와중에 ‘떡고물 도당위원장’ 계산하고 있나

우리는 정치인 심재철을 결코 과소평가하지 않는다. 국민의힘 경기도당 위원장 자격이 차고 넘친다고 본다. 주목하는 것은 그가 선출되기까지 과정이다. 농도 짙게 배어 있는 ‘떡고물 탐욕’의 구린내가 진동한다. 국민의힘 경기도당이 21일 원외인 심 전 의원(안양 동안을 위원장)을 위원장에 선출했다. 단독으로 후보 등록한 심 전 의원을 경선 없이 합의 추대했다. “앞에 나서기보다는 뒤에서 밀어주는 역할을 하겠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도당을 꾸려갈 위원장에 왜 현역 의원들이 나서지 않았을까. 전례가 전혀 없지는 않으나 흔한 일도 아니다. 국민의힘은 경기도당 소속으로 22대 국회의원 6명이 있다. 당선자가 적다 보니 오히려 다선급 의원 비중이 높아진 결과를 낳았다. 관록 있는 다선 의원이 주로 살아 남았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도당 위원장에 맞는 중량급 의원은 많다. 그런데도 현역 의원 누구 하나 도당 위원장 후보로 등록하지 않았다. 시켜도 안 하겠다는 분위기였다. 도당 주변에서는 새삼 비밀이랄 것도 없다. 이번에 시작하는 도당 위원장의 임기는 1년이다. 그 1년간 어떤 선거도 없다. 매머드급 공천 바람이 불 지방선거는 2026년이다. 그 공천권은 다음 도당 위원장이 갖는다. 지방선거에서 현역 의원의 입김은 늘 막강하다. 시·군의원, 도의원, 시장·군수의 정치적 생명을 좌우한다. ‘돈 공천’은 없다지만 그 권력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래서 외면했다는 얘기다. ‘떡고물’ 많은 1년 뒤 자리를 위해. 정신 못 차렸다는 비난은 국민의힘 경기도당에 딱이다. 야당에 54석 내주고 겨우 6석 건졌다. 22대 초반 분위기를 좌우할 경기도당 위원장 선출이었다. 이 중요한 시기에 거대 야당과 싸우라고 원외 당협위원장을 내세웠다. 여당 포기이거나 직무 유기다. 이래 놓고 내년에는 서로 하겠다고 호들갑을 떨 것 아닌가. 보수 텃밭 꽃길만 걷던 A, B, C의원의 과거를 보면 그다지 무리한 예측이 아니다. 모함이라고 여길까. 그 반박은 이들의 1년 뒤 모습을 보고 따지자. 불가피하게 논리적 결례를 했다. 심재철 위원장은 경기 보수의 맥이다. 현역 때 도당 위원장도 지냈다. 비민주적 당무에는 늘 맞섰다. 보수 내 진보 정치인으로는 대체 불가였다. 최악의 환경이 낳은 차선의 선택이라고 본다. 큰 기대는 못한다. 잘해도 1년 뒤에는 떨려 날 것이다. ‘떡고물 차례 됐다. 나가라’며 밀려날 것이다. 그렇더라도 펼쳐 내보일 ‘심재철식 도당’은 있지 않겠나. 탐욕의 시궁창에서 필요한 까랑까랑한 역할은 있을 것이다.

[사설] 리튬전지 화재 참변에 전기차 화재 안전이 불거졌다

화성시 소재 일차전지 업체인 아리셀 공장에서 24일 참화가 발생했다. 이 화재로 30여명의 사상자가 났고 22명이 숨졌다. 사망자는 공장 근로자들로 외국 국적이 18명에 달한다. 화재가 발생한 건물은 아리셀 건물 3동이다. 2층에 있던 근로자 다수가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한다. 아리셀은 리튬 일차전지를 제조·판매한다. 배터리 화재는 진화가 어렵고 내부에서 계속 열이 발생한다. 불이 꺼진 것처럼 보이다가 다시 살아나기도 한다. 현대 전자기기와 전기설비 등에 사용되는 배터리는 거의 리튬이온 방식이다. 전기차는 물론이고 휴대전화와 노트북, 친환경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모두 리튬이온 배터리가 들어간다. 전문가들은 이날 화재와 관련해 리튬전지 화재의 특수성과 폭발력을 경고하고 있다. 특히 이번 화재로 다소 누그러졌던 전기차 화재 공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공하성 우석대 교수는 “전기차 1대에서 난 불도 3시간 동안 물을 부어야 꺼진다”고 말했다. 현재 시중에는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이 널리 상용화돼 있다. 전기차 리튬이온 배터리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 불과 함께 엄청난 열이 발생한다. 이어 다른 배터리까지 연쇄적으로 터지게 한다. 또 전해액과 유독가스로 소방차량의 접근조차 어렵게 만든다. 이번 화재에서 그 위험성이 목격됐다. 소방대원 진입이 어려웠고 배터리 연쇄 폭발이 일어났다. 화재가 계속되면서 건물 붕괴 정도까지 갔다. 이번 아리셀 공장 화재는 그 자체로 참변이다. 산업 현장 안전 문제가 여실히 드러난 인재다. 외국인 근로자가 다수 사망하면서 국제적 비난도 사게 됐다. 철저한 조사와 책임 소재 파악이 있어야 한다. 이에 못지않게 일반 시민까지 공포로 몰아넣었다. 시중에서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전기차의 화재 안전이 모두의 일이 된 것이다. 살폈듯이 전기차 화재 위험성은 상용화 초기부터 있었다. 이걸 업계 등에서 쉬쉬하며 감춰 온 측면이 있었다. 미국에서는 전기자동차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NFPA 지침에 따라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기존 차량 화재와는 다른 효과적 대응 방법을 준비해 놓은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충분하지 못하다. 운전자들에 대한 사전 교육도 부족한 상태다. 이번 화재는 이런 재난 무방비 상황에 경종을 울렸다. 지금이라도 전기차 화재 발생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대응 매뉴얼 마련 등을 추진해야 한다. 참담한 희생에서 우리가 얻을 냉정한 교훈이다.

[사설] ‘경기도’ 모르는 ‘경기 1부지사’가 말이 되나

경기도 행정을 책임지는 행정 1부지사가 교체된다. 후임 부지사로는 오후석 현 행정2부지사(북부), 김성중 제주부지사 등이 거론된다. 오 2부지사는 과천·용인 부시장, 경기도 정책기획관·경제실장 등을 역임했다. 김 제주부지사는 행안부 조직정책관, 재난대응정책관 등을 역임했다. 경기도 1행정부지사는 1천300만 경기도정을 책임지는 자리다. 행정 수요, 예산 규모에서 전국 최대 조직이다. 31개 시∙군의 행정을 총괄하고 조율해야 한다. 정치적으로는 60명의 경기도 국회의원과의 당정 협력도 해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5천명에 달하는 직원들의 인사를 풀어 나가야 한다. 법률적이고 상징적인 책임자는 경기도지사다. 하지만 이를 보좌하면서 실질적인 밑그림을 그려가는 게 행정1부지사다. 대체 불가능한 자리다. 민선 도정에서의 역할은 더욱 커졌다. 민선 7기까지의 도지사 6명 모두 대권 후보였다. 대권과 관련된 정치 행위가 상당 부분 도정과 뒤섞였다. 일례로 대권 경선 등으로 툭하면 ‘도지사 부재 시간’이 발생했다. 이 구멍을 메워 가야 할 현실적 책임이 1부지사에게 주어진다. 현재 민선 8기 김동연 지사도 대권 후보다. 최근 들어 대권으로 해석될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런 때 새로 임명되는 1부지사다. 경기도 전체를 살펴야 한다. 역사에서 좋은 예를 찾아 보자. 민선 최장수 1부지사는 정창섭씨다. 민선 3기·4기의 거푸 선택을 받았다. 5년2개월의 전국 최장수 기록도 갖고 있다. 손학규·김문수 지사 모두 대권 후보였다. 대권 행보에 따른 공백이 많았다. 도정과 충돌하는 행정도 있었다. 직업 공무원과 정무직 공무원의 갈등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갈등이 거의 표면화되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그 이유로 정창섭 부지사를 꼽는다. ‘틀어쥔 도정 역할’이 확실했다. 경기도 전체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이었다. 이 통찰력의 출발은 공직 이력에 있다. 20년간 경기도를 섭렵했다. 경기도 법무담당관, 기획관리실장을 역임했다. 관선 남양주 군수도 했다. 인천시 기획관리실장, 정무부지사 직무대리도 했다. 공직의 3분의 2를 경기도, 인천시에서 보냈다. 이 경험이 있어 시∙군 행정을 지휘했고, 도청의 맥을 꿰뚫었고, 수도권 전체는 아울렀다. 손학규·김문수 지사 모두 ‘정 부지사가 있어야 안심됐다’고 했다. 김동연 지사의 의견이 중요하다. 행안부의 선택이 중요하다. 복잡다단한 요소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나올 결과를 존중한다. 다만, ‘경기도 모르는 경기 1부지사’는 미리 지적을 해둔다. 최소한의 자격 미달임을 밝혀 둔다. 이것이 경기 언론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현재 경기도의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사설] 불안한  카셰어링, 법적∙제도적 보완대책 강구해야

몇 년 전부터 렌터카와는 달리 새로운 자동차 서비스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카셰어링(Carsharing)이 미비한 제도로 인해 사고 위험성이 증대하고 있어 이에 대한 법적·제도적 보완대책 강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렌터카의 경우 기본적으로 24시간 대여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차가 없는 사람이 짧은 시간 이용할 수 있는 카셰어링은 30분부터 시작해 10분 단위로 이용할 수 있으며 요금도 그에 맞게 책정돼 있고 간단하게 앱으로 접근성이 용이해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이런 장점으로 사회초년생을 비롯한 젊은이들은 물론 주부들까지 최근 이용 고객이 증가하고 있다. 자동차를 빌려 쓰는 방법 중의 하나로 일종의 공유경제 시스템인 카셰어링은 일반적으로 회원제로 운영되며 렌터카와는 달리 주택가 근처에 보관소가 있으며 시간 단위로 빌리기 때문에 간단하게 장을 볼 때나 짐을 옮길 때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현재 국내 업체는 다섯 곳이며 차량 대수 2만8천798대에 차량대여 서비스존만 7천760곳에 달하고 있다. 카셰어링은 비대면으로 회원으로 가입하면 간단하게 휴대전화 앱을 이용해 서비스존이 있는 곳에 가면 본인 확인 절차 없이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따라서 대여가 비대면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명의 도용과 무면허 운전자는 물론 미성년자에게도 차량을 빌려주는 사례가 빈번해 사고의 위험성이 높아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카셰어링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법적·제도적 보완대책 강구가 필요하다. 우선 불안정한 자동차보험 제도다. 카셰어링과 관련된 자동차보험 제도가 불안정하며 사고보상 사각지대로 인한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갈등이 상당수 발생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보험 약관에 면책 조항이 모호하게 적시돼 있어 사고가 발생해도 보상은 고사하고 오히려 거액의 수리비 또는 보상금을 지불해야 하는 사례도 있다. 미성년자와 무면허자에 대한 차량 대여 문제도 강화돼야 한다. 회원 가입 절차가 쉽고 이에 대한 확인 절차도 허술해 운전면허증이 없는 미성년자가 카셰어링 차량을 대여, 이용함으로써 사고가 발생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 도로교통공단 통계에 따르면 미성년자 무면허 교통사고 건수가 2018년 833건에서 2023년에는 무려 1천512건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계당국은 도로교통법과 여객운수사업법과 같은 관련 법규를 개정해서라도 카셰어링 이용자들의 안전성 확보 대책을 강구하기 바란다.

[사설] 해충 발생 숨긴 방역당국에 토마토 피해 책임 크다

설마 했던 게 사실로 확인되는 듯하다. 검역 당국이 보여준 직무 유기 행태다. 외래 해충 방역의 관건은 정보 전달에 있다. 특히 농사를 시작하는 단계에서의 정보가 중요하다. 대개 유입 초기에는 마땅한 방제책이 없다. 이 경우 농가는 파종 유무 등을 초기에 결정해야 한다. 토마토뿔나방 해충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현재까지 마땅한 방제법은 찾지 못했다. 그렇다면 농가가 파종 여부를 선택할 기회라도 줬어야 했다. 이 역할이 제때 없었던 것 같다. 검역본부가 밝힌 토마토뿔나방 국내 발견은 올 3월이다. 부산과 경남, 전북 등 일부 농가에서 발견됐다고 했다. 이후 4월 제주도, 5월 말 청주 등에서 발견이 이어졌다. 경기도에서는 공식 발표 여부가 애매하다. 이보다는 농가단체의 역할이 컸다.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가 지난 4월 자체 조사를 했다. 도내 66곳의 친환경 토마토 농가를 대상으로 했다. 이 중 26곳의 친환경 토마토 농가에서 발견됐다. 광주·김포·용인·파주·평택·화성지역이다. 그 즈음 실제 발생은 지난해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내 첫 발견이 3월이라는 검역 당국의 발표를 훨씬 앞서는 것이다. 그리고 이 주장이 사실로 밝혀졌다. (사)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가 밝힌 실상은 이렇다. 지난해 6월 파주시 농가에서 토마토뿔나방이 발견됐다. 비슷한 시기 파주시 다른 농가 세 곳에서도 피해가 생겼다. 이어 지난해 말에는 김포시에서도 발견됐다. 이 농가에서는 이미 피해를 입은 토마토 10t이 폐기까지 됐다는 것이다. 당시 파주 피해 농가에는 검역 당국 관계자들도 다녀갔다. 신종 외래 병해충이라는 사실을 확인까지 했다. 하지만 공식 발표는 없었다. 더 어이 없는 것은 당시 방역당국의 처신이다. 올 2월에도 한 농가가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관계자들이 토마토뿔나방 피해를 확인했다. 하지만 황당한 요청을 했다. “해외 수출에 차질을 빚을 수 있으니 외부에 알리지 말아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토마토 수출 보호한다면서 토마토 생산 자체를 초토화시킨 셈이다. 새로운 병해충은 늘 발생한다. 외래 해충의 유입도 막을 수 없다. 방역 당국이 해야 할 건 두 가지다. 방제법을 신속히 개발하는 게 첫째다. 이게 안 된다면 파종 단계부터 농민의 주의를 촉구해야 한다. 농민에게 파종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 제공이다. 토마토뿔나방 사태에서는 이 두 가지 모두 없었다. 방제법도 개발하지 못했고, 정보 전파도 신속하지 못했다. 올 토마토농사 피해에 아주 큰 원인이다. 농민 피해를 보상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놔야 한다.

[사설] 침수 우려 ‘반지하 주택’, 올해도 떨고 있어야 하나

제주지역에서 장마가 시작돼 일주일쯤 뒤에는 중부지방도 장마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올여름도 폭우가 예상된다. 반지하에 사는 서민들은 벌써부터 걱정이 크다. ‘침수 악몽’이 재연될까 두렵다.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2022년 8월, 서울 신림동의 반지하 주택이 침수돼 4명이 숨진 사고가 있었다. 이후 정부와 지자체는 ‘반지하 퇴출’ 선언과 함께 반지하 피해 방지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상당수 반지하 주민은 여전히 침수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체감할 만한 대책이나 지원이 없었다고 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반지하를 떠나지도 못하고 있다. 경기도가 집계한 도내의 반지하 주택은 지난해 기준 13만6천38가구다. 전국 반지하 54만5천389가구의 25%를 차지한다. 이 중 침수 방지시설이 설치된 도내 반지하는 5천200여가구로 3.8%에 불과하다. 경기도 등 지자체들은 침수 피해가 극심했던 반지하 주택에 대해 지난해 6월 전까지 침수방지시설 설치를 약속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침수방지를 위해선 ‘물막이판’과 ‘역류 방지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집중호우로 빗물이 저지대 주택가로 차오르는 것을 일시 차단하고, 주택 내 하수구나 화장실에서의 역류를 막아야 한다. 그런데 물막이판, 배수펌프 등 침수방지시설 설치를 신청한 가구는 절반 정도이고, 설치가 완료된 반지하 가구는 극히 일부다. 집주인의 반대로 세입자가 원해도 침수방지시설을 설치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상당수 집주인이 ‘침수 주택 꼬리표’ 낙인을 우려해 물막이판 설치를 꺼려해서다. 인명·재산 피해를 막기 위해선 지자체의 설득과 함께 집주인들의 협조가 필수다. 반지하 주택의 주거상향 정책도 지지부진하다. 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풍수해 대비 종합대책’ 발표를 통해 침수 우려가 있는 반지하 가구의 이주비를 지원하고 있다. 반지하 3천가구에 가구당 최대 40만원의 이사비를, 3개월 이상 거주자에게 최대 5천만원의 전세보증금을 무이자로 융자해준다. 하지만 4월 말 기준 지원받아 이주한 가구는 556가구뿐이다. 목표치 3천가구의 18% 정도다. 이주 실적 저조는 반지하 거주자의 74.7%가 저소득층이기 때문이다. 이주비도 모자라고 주거 비용도 부담돼 반지하를 떠나지 못하는 것이다. 이사 비용 지원 같은 소극적 정책으로는 ‘반지하 퇴출’이 쉽지 않다. 조사·예산 부족에 침수가 우려되는 반지하의 실태 조차 제대로 파악 못하는 것은 큰 문제다. 가용 인력과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침수 위험 주택과 구역을 적극 발굴하고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

[사설] 핵심기술 국외 유출, 경제간첩죄 적용해 엄벌해야

산업 핵심기술의 국외 유출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업 생존은 물론 국가 경쟁력을 위협하는 핵심기술 유출은 중대한 범죄다. 국부를 유출시킨 것이나 다름없고, 국익을 심각하게 훼손하기 때문에 경제간첩죄를 적용해 엄벌해야 한다. 올해 1월 삼성전자 전 연구원이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 자회사인 세메스의 핵심 기술을 중국으로 유출시켰다. 빼돌린 ‘초임계 반도체 세정장비’ 제조 기술은 반도체 기판 손상을 최소화하는 차세대 국가 핵심기술이다. 이를 협력사 대표와 직원 등 6명과 함께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설계도면을 중국에 넘겼다. SK하이닉스에서 근무한 중국 국적 직원이 반도체 핵심기술을 중국 화웨이로 넘긴 사례도 있다. 2013년 SK하이닉스에 입사한 이 직원은 2022년 거액의 연봉을 받고 화웨이로 이직했는데, 퇴사 직전 핵심 반도체 공정 문제 해결책과 관련한 자료를 3천여장 출력해 빼돌렸다. 세계는 지금 반도체 전쟁 중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우리나라 대표 반도체 기업으로 핵심기술 개발에 막대한 비용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그런데 어렵게 개발한 핵심기술을 중국 등으로 빼돌리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으니 심각한 문제다. 기술 유출로 인한 국부와 산업 피해 규모는 가늠하기 어렵다. 기술 유출을 막지 못하면 한국이 초격차를 유지해온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몇 안 되는 분야마저 중국에 따라잡힐 수 있다. 경기남·북부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6년간(2018~2023년) 경기도내 기술 유출 범죄 건수는 총 184건에 이른다. 연평균 30여건으로, 신고되지 않거나 알려지지 않은 기술 유출 건수까지 합하면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도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입지해 있고, 그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국가 핵심기술을 가진 산업체가 상당히 많다. 각 기업이 핵심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노력하지만 한계가 있다. 정부 차원의 강력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지난 2019년 기술 유출 범죄와 관련된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개정됐지만 처벌이 상당히 미흡하다. 솜방망이 처벌이 산업스파이가 활개치게 만드는 이유로 꼽힌다. 법과 제도가 허술하면 규제와 단속을 해도 기술 유출 범죄가 끊이지 않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 해외에선 기술 유출 처벌이 강화되고 있다. 대만은 국가안전법을 개정해 핵심기술 유출에 대해 ‘경제간첩죄’를 적용한다. 미국도 ‘경제 스파이법’을 통해 전략기술을 유출하다 적발되면 간첩죄로 가중 처벌한다. 우리도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 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

[사설] 휴진 병의원 불매운동은 소비자 시민의 권리다

의사들의 집단 휴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체 생명의 위협을 직접 받고 있는 환자단체연합회다. “(전체 휴진 강행 등을) 규탄하고 당장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환자는 (일련의 현안에 대해) 아무 잘못도 없다”고 밝혔다. 일부 의사 단체들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환자들의 불편과 고통만 더 크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서 주목되는 일반 시민들의 행동이 있다. 휴진 병의원 불매운동 목소리다. 남양주지역 한 온라인 카페에 올라온 글은 이렇다. ‘울 동네에서 의사 집단 휴진에 동참하는 병원은 앞으로 이용하지 말자.’ 작성자는 작금의 의료계 대응에 대해 ‘밥그릇만 챙기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화성 동탄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났다. ‘어느 개원의가 참여하는지 지켜보려 한다’, ‘이런 병원은 공유해서 동탄에서 장사 못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틀린 말 하나 없다. 시민의 불안이 크다. 참았던 시민 분노가 이제 표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병의원은 의료 서비스 공급자다. 이들에겐 공급을 중단할 권리가 있다. 숭고한 희생을 강요만 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이어진 간헐적 태업이 그것이다. 반대로 시민은 의료 소비자다. 불매운동 또한 이들의 권리다. 흔하지 않지만 가까운 과거의 예는 있다. 지난 2020년 의료계 총파업 때 있었던 병의원 불매운동이다. 당시에도 태업은 의료계가 먼저 했다. 참다 못한 시민이 막판에 행동했다. 상당히 진행됐었다. 진료 거부 병의원 명단이 실제로 공개됐었다. 국민 분노가 높다. 최근 한 조사 기관이 전국 1천32명에게 설문했다. 의료계 파업에 대해 응답자의 77.3%가 ‘국민 건강권 침해’라고 했다. 의사들의 파업 목적을 묻은 질문도 있었다. 63.7%가 ‘의사들의 기득권 지키기’라고 답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국민 1천명에게 물어 본 조사도 있다. 응답자의 85.6%가 “(의사들은) 집단행동을 중단하고 환자 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방향을 달리하는 조사는 없다. 이게 불매운동을 있게 한 근거다. 사태 초기 유명 의료계 인사가 호언했다. “정부는 의사들을 절대 이길 수 없다.” 정부를 상대로 봤을 테니 그 말이 맞았다. 불매운동에는 그 자리에 국민이 앉아 있다. 여기서도 의사가 국민을 이길 수 있다고 보나. 의협 회장은 ‘특정 정당의 숨통을 끊겠다’고도 했다. 정치적 협박인데 총선과 함께 효력은 끝났다. 지금 의료 파업에 맞선 것은 시민 소비자들이다. 신체 생명을 위협 받는 시민들이다. 이 분노에 대해서도 앞서의 협박을 입에 담을 수 있다고 보는가.

[사설] 뒤죽박죽 행정체제 개편, 사회적 공론화 필요하다

현재 전국 17개 시·도의 명칭은 제각각이다. 특별시와 광역시, 특별자치시(세종), 특별자치도(제주·강원·전북), 일반 도(道) 등으로 나뉘어 있다. 무엇을 기준으로 삼은 건지 애매하고, 어떤 광역지자체가 ‘특별’인지도 헷갈린다. 기초자치단체 중 인구 100만 이상에 부여된 특례시(고양시·수원시·용인시·창원시)도 있다. 이들 특례시는 기존 광역시와의 구분이 모호하다. 이름만 다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대구·경북 통합을 추진 중인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은 기존 광역시를 뛰어넘는 수도(서울) 직할시 개념까지 꺼내 들었다. 부산·경남도 통합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두 광역지자체는 연방정부 정도의 실질적인 권한과 재원 확보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17개 시·도의 개념이 뒤죽박죽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행정체제가 엉터리로 개편되면서 이름도 기준도 모호해졌다. 이대로 가다간 누더기로 전락할 판이다. 경기도를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행정체제 개편이 추진되고 있다. 인구 규모와 절차, 주민동의 등은 빠진 채 지자체 중심으로 제각각 통폐합에 나서고 있다. 22대 국회 개원 첫날인 지난달 30일부터 현재까지 접수된 행정체제 개편 관련 법안은 10개에 이른다. 경기도가 5건으로 가장 많다. 정성호 의원(동두천·양주·연천갑)은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법’을 대표 발의했다. 박정 의원(파주을)도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법’을 제출했다. 수도권 외 지역에선 김정호 의원(김해을)이 ‘부울경 메가시티 특별법’, 김윤덕 의원(전주갑)이 ‘전북특별자치도법 개정안’, 문금주 의원(고흥·보성·장흥·강진)이 ‘전남특별자치도 설치법’을 제출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구·경북 통합특별법’을 통해 2026년 7월1일 인구 500만 직할시 출범을 공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안전부는 대구·경북 통합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국에서 쏟아지는 행정체제 개편에는 별다른 반응이 없다. 행정체제 개편이 제각각, 제멋대로 이뤄져선 안 된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도시화 등으로 행정 수요와 여건이 크게 바뀌고 있음을 감안해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 정치적인 계산하에 졸속으로 개편하면 절대 안 된다. 엉터리 행정체제 개편은 주민 갈등과 행정 혼란을 불러오게 될 것이다. 인구구조 변화 등에 대응하는 행정체제로 전환하되 다양한 의견수렴과 공론화를 거쳐야 한다.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지자체장이나 정치인 입맛대로 추진하는 건 문제가 많다. 주민과 정치권, 정부가 함께 행정체제 개편을 논의해 나가야 한다.

[사설] 예산·신뢰 잃은 이상한 오산 버드파크 사업

오산시가 민간 업체와의 소송에서 패소했다. 3억5천만원의 혈세를 허비하게 됐다. 시 발주 계약을 취소해 생긴 쟁송이었다. 2017년 체결했던 미니 식물원 조성 공사다. 오산시 청사 옥상을 꾸미는 특색 사업이었다. 당시 계약 업체가 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 업체 측에 1억5천4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조정으로 끝난 항소심에서도 시는 사실상 패소했다. 도대체 업무를 어떻게 처리했길래 이런 패소 판결이 이어지는가. 얽혀 있는 곡절이 어이없다. 시가 2017년 청사 옥상에 미니 식물원을 만들기로 했다. 공개 입찰을 했고 A사와 9억5천만원에 계약했다. 2억여원의 선금도 지급해 공사를 진행시켰다. 그런데 이후 오산시의 이해할 수 없는 행정이 시작된다. A사의 공사를 중지시키거나 준공일을 연기시켰다. 그러다가 ‘버드파크’라는 다른 사업으로 돌연 변경했다. 투자 방식도 민간투자로 바꾸고 A사와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다. 합법 계약을 파기한 것이다. 누가 봐도 시의 계약 파기에 위법이 있다. 그럼에도 시는 A사 측에 이미 지급한 선금을 토해내라고 압박했다. 결국 A사가 시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선급지급 반환 불가와 계약 해지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관급 공사의 계약은 신뢰가 생명이다. 그런데 오산시는 합법적인 계약을 뭉갰다. 그리고 사업을 바꿔 다른 민간 업자에게 넘겼다. 민간 투자 방식이 이유였나. 공사에 들어갈 시 예산을 절약하려고 그랬나. 이 이유를 댄다면 시민을 우습게 아는 처사다. 당초 계획대로 조성했다면 그 식물원은 시민의 것이다. 시민이 자유롭게, 혹은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민간 투자로 바꾸다 보니 이용료 부담이 왕창 커졌다. 버드파크 입장료는 성인 2만3천원, 소인 1만9천원이다. 시민이 주인인 시청 청사에서 값비싼 영업행위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오산시는 그걸 방조하고 지원해 오고 있다. 2017년 있었던 일이고 민선 7기의 특색 사업이었다. 7년 지났고 현 집행부와 무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여파는 현 오산 행정에 미친다. 수억원의 소송 비용을 처리해야 한다. 원인을 분석하고 기록해 놔야 한다. 수많은 시민들이 턱없는 입장료를 부담하고 있다. 따져보고 부당하다 싶으면 조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 사업이 갑자기 비집고 들어온 속사정이 궁금하다. 누구 때문에, 어떤 절차로 들어왔는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이권재 현 오산시장이 감사하겠다고 했다. 철저히 밝히고 그 결과를 공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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