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政이 웬 프로스포츠까지

정부가 프로스포츠운영에 관여하려드는 것은 월권이다. 그것도 프로스포츠 내부에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어떤 문제점이 있으면 또 모르겠다. 설사, 그런다해도 관련부처의 역할은 중재에 그쳐야지 관여하려해서는 역시 잘못이다. 하물며 프로스포츠가 아무 문제없이 잘해나가고 있는 드레프트제에 관권이 제동을 걸고 나서는 것은 한마디로 단견이다. 문화관광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구단에서 공동으로 선수개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선수를 선발하고 구단 동의없이 팀을 옮길 수 없도록 한 현행제도에 대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는 것은 비전문가 수준의 짧은 생각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를 비롯한 프로스포츠단체가 이의 두 조항을 삭제하면 스타플레이어 편중현상으로 팀간 실력차이가 두드러져 흥행이 불가능하다는 반론은 지극히 당연하다. 승부가 자명한 게임에 어느 팬들이 흥미를 갖고 돈을 내고 입장할 것이며, 흥행이 안되는 게임이 어떻게 프로스포츠라 할 수 있겠는가. 관권의 발상은 프로스포츠기반을 위협, 오히려 프로선수의 장래를 망치는 무모한 처사다. 되레 프로스포츠를 붕괴시켜 직업선택의 자유를 박탈하는 거나 같다. 프로선수들은 프로선수로서의 데뷔자체가 직업선택이지 팀의 소속이 직업선택은 아니다. 드레프트제는 아마추어 스포츠에서도 하고 있다. 이미 오래전에 드레프트를 폐지하고 나서 한동안 겪은 스카우트잡음은 유망선수를 망치고 스카우트 과당경쟁으로 팀의 존속이 어렵기까지 했던 잘못된 전철이 있기 때문이다. 프로스포츠에서는 더 말할 것이 없다. 이 때문에 프로스포츠가 일찍부터 발달한 일본 미국 및 유럽등 프로스포츠 강국에서도 구단의 독과점 특성을 프로스포츠기반으로 인정하고 있다. 설령, 드레프트제에 지엽적인 문제가 있다해도 자율적으로 조정돼야 할 일이지 정부가 개입할 성질은 아니다. 비전문가가 전문가를 지배하는 권력만능의 비정상적 속성을 모르지 않으나 관권의 간섭이 해도 너무한다. 이를 정부측만이 아니고 국민회의까지 합세, 당정회의 의제로까지 삼은 것은 실로 난센스다. 프로선수들의 연봉 억대계약은 예사다. 대부분의 당사자들은 아무 불평이 없는데 당정이 일으키는 호사가적 평지풍파는 권력을 스포츠에도 한번 휘둘러 보겠다는 것인지. 프로스포츠는 프로스포츠 사람들에게 맡겨두어야 한다.

방사선처리 식품의 안전성

최근 들어 식품안전과 관련된 문제가 잇따라 일어나서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유럽산 돼지고기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되는가 하면 미국산 수입 쇠고기에선 병원성 대장균인 O-157이 검출돼 국민들을 공포속에 몰아넣더니 이젠 살균을 위해 방사선으로 처리된 외국 농축산물이 무방비 상태로 수입돼 또 다시 놀라게 하고 있다. 전체 먹거리의 60% 가량을 외국산에 의존하고 있어 수입식품의 안전에 민감한 소비자로서는 쉴새없이 터져나오는 식중독균 감염소식과 허술하기 짝이 없는 검역체계 보도에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농축산물 방사선 처리는 코발트-60 같은 방사선 동위원소에서 나오는 감마선 등을 농축산물에 쬐어 병원성 대장균인 O-157이나 살모넬라균 등을 박멸하는 것으로 미국 등 세계 30여국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는 멸균방법이다. 그러나 감마선 투사량이 허용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오히려 농축산물의 부패와 발암을 촉진하는 것으로 식품공학계에선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검역당국은 수입 농축산물에 대한 방사선 처리여부는 조사하지도 않고 병해충이나 각종 병원균만 검출되지 않으면 그대로 통관시키고 있다. 미국 등 30여개국은 농축산물을 수출할 때 방사선 처리여부를 표기토록 하고 있으나 국제적인 협조체계가 이루어지지 않아 이를 거의 지키지 않고 있는데도 우리는 어느 나라보다 관대하고 무심하기까지하니 위협받는 것은 국민의 건강뿐이다. 특히 국민의 식품안전을 책임진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방사선투사 허용기준치도 모를 뿐 아니라 검사기기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하니 그만큼 그에 대한 위험성 평가와 관리가 허술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정부가 그동안 국민건강과 직결된 문제에 어떻게 이렇게까지 무신경 할 수 있는지 아연할 따름이다. 헌법규정을 굳이 들먹일 필요도 없이 불량 유해식품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의무다. 정부당국은 수출국에 끌려만 갈 게 아니라 수입국으로서 협상력을 확립, 수출국으로 하여금 농축산물의 방사선처리여부를 꼭 표기토록 해야 한다. 아울러 새롭게 등장하는 유해물질에 대비해서라도 인력·장비 등이 부족한 것이 있으면 서둘러 보강해 완벽한 검사체계를 갖춰야 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국민을 유해식품의 공포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

탈법사전선거운동 엄벌을

연말을 맞이하여 동창회, 향우회 등 각종 망년회 모임이 성행하고 있다. 1999년을 보내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한 망년회를 탓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최근 특히 산악회, 종친회 등과 같은 각종 단체들의 망년회 모임이 내년 총선을 겨냥하여 사전 선거운동의 형태로 열리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더구나 이런 모임에는 예외없이 현역 국회의원이나 정치지망생들이 참석하여 자신을 알리거나 또는 비공식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어 말썽이 되고 있다. 현행 선거법에 의하면 지난 10월16일부터 제16대 총선거가 실시되는 내년 4월13일까지 정당·입후보 예정자는 금품, 음식물 등의 기부 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이는 사전 선거운동이 되어 처벌을 받게 된다. 이런 법규가 있음에도 현재 전국 도처에서는 망년회 출판기념회 산악회 등을 빙자한 각종 모임이 성행되고 있으며, 이런 곳에서 예외없이 사전 선거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지난 6일 중앙선관위는 일선 선관위에 공문을 내보내 산악회·동우회 각종 사조직이 특정 입후보 예정자의 당선을 위해 관광이나 등산을 주선하고 있어 이에 대한 단속을 당부했는데, 현재 산악회 227개를 비롯하여 약 1천13개의 사조직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 15일 중앙선관위가 발표한 제16대 총선을 겨냥한 탈법 사전선거운동 건수는 고발 7건을 비롯 186건으로 이는 제15대 때와 비교하면 5배 이상 많은 것이다. 또한 96년 4월 총선 이후 지금까지 적발된 건수는 전국적으로 528건이나 되는데 제15대와 비교하면 무려 10배나 되는 것이다. 이는 제15대 총선시 단속건수 741건의 절반을 훨씬 넘고 있기 때문에 이대로 가면 지난 국회의원 선거때보다도 더욱 조치건수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어느때보다도 산악회 등과 같은 사조직에 의한 탈법사전선거운동 단속이 요구된다. 이를 지금 단속하지 못하면 내년 총선거는 유례없는 불법·탈법·금권 선거가 될 것이다. 유권자들도 탈법 사전선거운동에 유혹되지 말고 고발하는 정신을 보여주어야 된다.

正道벗어난 시위 자제해야

다중의 힘으로 목적을 관철하려는 집단시위 집단민원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은 민주발전을 위해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봄철이면 대학가나 노동현장에서 시국규탄 및 임금투쟁을 위한 각종 시위와 농성을 벌이는 것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계절병처럼 되었고 그동기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부분도 적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최근 수원 안양 이천등 일선 시군청사가 이익단체의 단골 시위장소로 변해 그들이 틀어놓은 고성능 확성기에서 나오는 각종 구호와 운동권 가요 꽹과리소리가 공무수행에 지장을 주고 민원인들에게 폐해를 끼치는 것은 쉽게 납득할 수가 없다. 물론 민주사회에선 누구나 그들의 주장을 개진하고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진다. 시위와 집회의 자유는 사회적 약자가 자신의 권익을 실현하는 힘이 미약하기 때문에 법으로 보장해준 권리인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법 테두리안의 평화로운 의사표시여야 한다. 그 주장과 의사표시는 어디까지나 합법적이어야 하고 이성적이어야 하며 비폭력적이어야 한다. 집단 시위자들의 요구사항이 제아무리 합당하고 절실한 것이라 하더라도 폭력적 생떼로 원칙을 무너뜨리려 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최근 우리 주변에서 빚어지고 있는 각종 집단행동에 대해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민주시민이 갖추어야 할 합리성과 합법성을 도외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청이나 군청앞에서 확성기를 틀어놓고 구호를 외치고 꽹과리를 두둘기며, 기물을 파손하는 집회는 공무를 방해하는 것이며, 시군청을 찾는 민원인과 인근 주민에게도 폐를 끼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언필칭 입으로는 민주주의를 외치면서 행동은 비민주적인 과격한 방법으로 나오고, 자신들의 권리는 크게 외치면서도 상대방의 권리는 밥먹듯 짓밟는다면 언어도단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싶으면 남의 인권이나 명예도 존중하고 공무 및 사생활 역시 침해하지 않는 것이 민주시민의 도리이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자유와 권리를 보호받기 위해서는 법에 따라 정도를 지켜야 하고 해서는 안될 한계선도 분명히 지켜야 한다. 그래야 사회가 안정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바람직한 것은 자신들의 주장관철과 민원해결은 다중의 힘에 의한 것이 아니라 국가 및 지자체와 그 구성원의 이성적인 판단과 합법적인 합의에 의한 것이어야 하는 것이다.

수원의료원 ‘위탁’ 안된다

경기도가 도민 복지 차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수원의료원을 경영 수지가 안좋다는 이유로 민간의료기관에 위탁하려는 것은 시책의 모순이다. 투자비용 20억원에 해마다 5억원을 주면서까지 민간위탁하느니 투자증대 등 공격적 경영의식의 발상전환으로 공공병원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 진정 도민복지를 위한다 할 것이다. 경기지역 시민단체들은 위탁경영을 반대하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수원의료원 노동조합을 중심한 시민단체들은 경기도청 앞에서 간곤한 천막농성을 하고 있으면서 계속적인 반대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 시민단체 대표들은 수원의료원은 서민과 소외된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병원이기 때문에 수익성보다는 공공성을 중요시해야 되며, 따라서 경영수지 악화라는 이유만으로 민간병원에 위탁시키는 것은 도가 수원의료원의 공공성을 무시한 발상이기 때문에 민간위탁 방침을 철회해야 된다고 말하고 있다. 경기도에는 수원의료원을 비롯 6개 의료원이 있으며, 이들 기관에 지원하는 재정은 연간 69억원으로 전체 재정지출에 있어 겨우 0.17%에 그친다. 그런데도 경기도가 이만한 지출결함을 구실삼아 수원의료원마저 민영화책동을 벌이는 것은 행정의 궁극적 지표가 되는 복지행정을 포기하겠다는 거나 같다. 또 이미 민간위탁된 일부 의료원이 공공병원의 기대를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간과할 일이 아니다. 수익이 전제되는 민간경영에서 공공병원처럼 공공성을 살린다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한 허언이다. 그보다는 공공병원의 강화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수지악화를 줄일수 있는 더 가까운 방법인데도 경기도는 이를 외면한채 민간위탁만 안일하게 고집하고 있다. 더구나 의료보호 대상자수가 점차 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값싸고 질높은 의료기관을 갖는 것이 경기도의 책무가 아닐지. 따라서 우리는 의료원의 공공성과 수익성 양면가운데 공공성을 살리는 것이 지역사회의 기대에 합치된다고 믿는다. 수원에 하나뿐인 공공병원을 없애려는 것도 단견이지만 민간위탁으로 영리도구로 전락시키는데는 시민들의 공분을 금치 못할 것이다.

시급한 접경법 시행령

접경지역지원법이 지난 16일 의원입법 발의로 국회를 통과한 바 있다. 인천에서 경기북부, 강원도에 걸친 접경지역에 대한 종합적인 개발을 통해 통일기반을 조성하는 것을 기본이념으로 하는 것이 접경지역지원법이다. 그런데 이 접경법에 대상지역을 정하는 시행령이 아직 없어 접경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대단하다. 이는 마치 아기를 출산해 놓고 젖을 먹이지 않는 경우와 똑같다고 할 수 있다. 접경지역 시·군 가운데 경기북부지역인 동두천, 포천, 양주, 고양 등이 특히 접경지역으로의 포함을 요구하고 나섰다. 당연한 요구이며 또 마땅히 그렇게 되어야 한다. 동두천시는 군과 미군에 관련된 면적이 시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주민들의 불만이 오래 전 부터 쌓여 왔었다. 고양시와 포천군, 양주군도 사실상 접경지역과 같은 피해를 입고 있어 역시 접경지역에 포함시켜야 한다. 접경지역은 남북분단 이후 50여년간 한반도에서 가장 낙후돼 왔다. 또 접경지역 주민들은 그동안 각종 규제에 묶여 개발이 정지되다시피해 행정에서 소외된채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년여의 산고 끝에 제정된 접경지역지원법 가운데 종합개발계획은 다른 법령에 우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산업단지, 도로, 전력, 상·하수도 등 사회간접자본 시설이 대폭 확충되고 양로원, 장애인복지관, 보육원, 병원 등 사회복지 시설이 접경지역에 들어서게 된다. 그런데 접경지역의 대상범위 자체가 아직 정해지지 않아 개발이 늦어지는 것은 여간 심각한 문제점이 아닐 수 없다. 지금 경기북부지역은 내년 2월 1일 출범하는 제2부지사 체제의 경기도 제2청사 개청을 앞두고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다. 이런 때에 동두천, 포천, 양주, 고양 등이 접경지역에 포함된다면 2000년대 경기북부지역 모습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대상지역 선정, 사업계획수립, 국고보조 등을 결정할 수 있는 접경지역지원법 시행령을 하루 빨리 제정, 접경지역 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하기를 촉구한다.

대통령 年俸이 ‘1억원’

정부의 ‘공무원 보수현실화 및 사기진작대책’과 관련해 몇마디 해야겠다. 내년 1월 1일부터 공무원보수를 9.7% 올리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긴 본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연간 수조(兆)원대의 부담을 떠안는 것이지만 올릴 필요는 있다. 5년뒤엔 민간기업수준까지 올리겠다는 것도 인정한다. 그러나 국민의 IMF고통분담은 끝나지 않았다. 아직도 붕괴된 중산층이하 절대다수의 국민은 어두운 고통분담의 터널에서 헤매고 있다. 이런때에 고관현직의 봉급까지 덩달아 올리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못된다. 이런 일들일수록 인상비율에 따른 금액차이는 높아 연봉이 대통령은 1억4백20만6천원, 국무총리는 8천90만원, 장관들은 5천6백91만3천원으로 뛰어오른다. 공무원을 구실삼아 정부고위직들만 더 좋은 일 한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봉급 인상은 마땅히 직업공무원에 국한해야 한다. 대통령을 비롯, 총리 및 장·차관등 정무직공무원 봉급은 동결, 국민부담을 줄이는 것이 정부의 참다운 고통분담의 자세일 것이다. 아울러 직업공무원의 사기진작은 자긍심을 살려주는 것이 보수개선 못지않게 중요하다. 신분이 보장되고 열심히 일하면 승급, 승진이 내다보이는 투명한 공무원사회가 조성돼야 한다. 걸핏하면 일삼는 중하위직 공무원 사정이다 뭐다 하여 공무원사회를 들쑤셔 마치 우범시하는 것은 아무 도움이 안된다. 사정은 통상적이어야 한다. 정치수단화 하는 사정은 설득력이 없다. 전통적으로 공무원사회 조직은 인간관계가 한 축을 이루었다. 이런 인간관계마저 깨져 공무원조직의 활성화가 저해된 책임은 정부에 있다. 과거 문민정부가 실패한 이유의 하나로 직업공무원들에게 복지부동을 유발할 만큼 적대시한 것을 꼽을 수 있다. 국민의 정부 들어서는 더했다. 구조조정과 사정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그 효과는 없고 상처만 남았다. 공무원이 개혁의 객체가 아니고 주체라고 믿을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어느 정권이든 공무원사회가 등돌리면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예컨대 부처장악을 못한 장관은 무능하게 보이기 일쑤지만, 부처 공무원들이 받쳐주지 않으면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그렇게 된다. 정부시책이 수직으로 단순 시달돼서는 별 효력이 없다. 내려가는 단계마다 시책을 위한 가치창조가 구현돼야 살아 숨쉬는 정부시책이 된다. 직업공무원들이 신명나게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어야 한다. 이를 위한 전문교육 정신교육도 필요하다. 지금은 교육도 적지만 그나마 있는 교육마저 지극히 형식적이다.

공권력 깔보는 세태

불법영업을 단속하는 공무원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11명에게 부상을 입힌 구리 농수산물시장 상인들의 난동은 공권력에 대한 도전으로 예사롭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엊그제 경찰에 긴급체포된 36명의 상인들은 농안법(農安法)상의 전대금지규정을 어기고 중도매인들로부터 시장을 재임대 받아 불법영업을 해오면서 지난 10월부터 최근까지 단속공무원들을 폭행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7일엔 농수산물도매시장 인근도로를 1시간동안 불법점거하고 단속나온 공무원들을 흉기로 폭행하는 불상사를 저질렀으니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난동자들 중에는 청부폭력배가 상당수 끼어있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어 더욱 놀랍게 한다. 상인들의 이같은 난동은 우리 사회의 기본질서까지 위태롭게 하는 반사회적 작태로 이같은 사례 하나만을 보더라도 우리 사회의 질서규범이 얼마나 엉망이고 준법정신이 퇴색했는지를 뚜렷하게 알 수 있다. 더욱이 단속공무원들이 두달동안 단속때마다 폭행을 당했는데도 경찰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공권력의 무기력증에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는 지금 납치 유괴 강도 등 강력사건이 빈발하고 폭력배들이 대낮에도 날뛰는 불안한 치안상태속에서 살고 있다. 얼마전에는 인천에서 술취해 길거리에서 소란피우던 취객들이 제지하는 경찰관을 폭행하고 파출소까지 떼지어 몰려가 집기를 부수고 난동부리는 일까지 벌어졌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지금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심각한 사회적병리현상은 공권력을 깔보는 풍조가 국민들 사이에 은연중 만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공권력의 경시풍조는 공권력과 행정력이 공명정대하게만 집행되지 않은데다 스스로 도덕성을 확립하지 못한 데 대한 불신탓도 없지 않다는 점에서 공권력자체의 책임도 없지 않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대로 계속 방치하다가는 무질서로 인해 빚어지는 피해가 결국 국민에게 되돌려진다는 점에서 당국의 단호한 결단이 있어야 한다. 공무원들이 탈법·위법자들로부터 되레 협박 폭행당하는 사회는 결코 정상적인 사회일 수 없으며 무법천지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법영업은 물론 이에 기생하는 청부폭력배를 완전소탕해야 할 것이며, 공무집행 방해행위도 엄벌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 사회에서 실종된 준법정신과 마비된 도덕성을 하루속히 되찾도록 해야 한다.

過消費 자제해야 한다

소위 황제 양주라고 불리는 루이 13세(Louis ⅩⅢ) 양주가 3백만원이라는 높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금년분은 다 팔려서 동이 났다고 한다. IMF의 충격이 컸던 지난해에는 단 한병도 팔리지 않았는데 금년에는 우리나라에 배당된 수는 이미 다 팔리고 추가로 보내 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세관에도 금년 하반기에 여행객들이 이런 비싼 양주를 많이 가져 오고 있으며 얼마전에는 120만원의 관세를 물고 루이 13세 양주를 찾아 갔다고 한다. 요즈음 호텔이나 고급 룸살롱도 망년회로 붐비고 있다. 송년회 등 각종 연말 행사를 위한 호텔 예약이 이미 만원이기 때문에 예약을 할 수 없으며, 새로운 천년을 위한 신년회로 호텔 예약은 물론 해외로 관광을 가는 여행객으로 인하여 비행기 예약도 어렵다고 한다. 금년은 20세기가 마감되고 21세기가 시작되는 시점이기 때문에 어느때보다도 연말 연초에 많은 행사가 예상되고 있으나 과연 지금 우리 현실에 비추어 이같은 소비행태가 바람직한 상황인지 되묻고 싶다. 물론 최근 실물 경제가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실업자가 감소되는 추세에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대기업을 비롯한 많은 업체에서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확대하고 있으며, 또한 외환보유고도 6백억달러가 넘어 환율 하락을 걱정해야 될 지경이라니 다행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도 실물경제 회복세를 훨씬 웃도는 소비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어 또다른 거품이 일고 있지 않나 우려된다. 더구나 석유값을 비롯한 각종 물가가 상승하고 있으며, 각종 생활필수품 값이 폭등하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이런 과소비가 IMF체제 탈피에 있어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된다. 아직도 100만명이 넘는 실업자가 일자리를 찾고 있으며 서울역 등지에는 추운 겨울에도 수많은 노숙자가 일자리와 집이 없어 거리를 방황하고 있는데 이런 300만원짜리 황제 양주가 모자랄 정도로 과소비만 증가한다면 언제 IMF체제를 극복할 것인가. 아직도 우리는 과소비보다는 절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니新市’조성, 부당하다

경기도는 더이상 서울의 도시문제처리장이 아니다. 건설교통부가 고양 일산2, 용인 구성 및 보라, 화성 봉담 등지에 2002년까지 조성한다는 미니신도시 조성계획은 심히 부당하다. 자족도시가 되지 못한 기형적 형태의 미니신도시는 상·하수도, 쓰레기, 교통환경등 제반분야에 지방행정수요만 가중시켜온 것이 그동안 나타난 폐해였다. 건교부의 미니신도시구상은 국토이용계획의 형평성에 배치되는 것으로 지극히 무모하다. 이미 역기능이 심각한 수정법 하나 개폐하는데도 늘 부정적입장을 취해온 이유로 인구집중을 들먹거려온터에 인구유입의 직접요인이 되는 신도시조성은 시책모순으로 질책받아 마땅하다. 미니신도시 자체를 거부하기도 하지만 도내 조성 내용이 청주·공주·제주등 타시·도에 비해 형편없이 열악한 것도 문제다. 도내 규모(4곳)는 1백19만2천평에 3만1천550가구로 가구당 면적이 평균 37.8평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타시·도(5곳)는 68만3천평에 1만3천540가구로 가구당 평균 면적이 50평에 이른다. 미니신도시조성이 경기도민의 주택난 해결에 도움을 준다는 강변은 무의미하다. 그동안 많이 만든 신도시 및 미니신도시가 절대다수의 서울 인구 유입으로 베드타운화 한것은 누구보다 건교부가 더 잘 알것이다. 각종 산업개발을 위한 법규 완화는 인구집중을 구실삼아 제동을 일삼는 건교부가 토공과 주공을 앞세운 택지 및 주택개발로 날이 갈수록 땅장사 집장사에 재미를 붙이는 것은 심히 경계돼야 할 현상이다. 경기도 땅은 지방자체의 이용계획이 있으며 이는 마땅히 존중돼야 한다. 미니 신도시조성에 도와 해당 시·군의 협의가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만약에 지방행정의 동의가 있었다면 그 단견을 나무라지 않을 수 없다. 협의가 없었다면 건교부의 횡포를 지탄한다. 몇달전에도 건교부는 화성군 동탄을 중심으로 하는 미니신도시조성계획이 있었다. 상당수 주민들의 반대로 이 계획은 결국 백지화 되고 말았다. 눈앞의 이익보다는 보배로운 땅을 자연 그대로 지킨 주민들의 장래성있는 먼 안목은 현명한 것이었다. 미니신도시는 도시의 부스럼과 같다. 도시형태상 그렇게 낙인돼 있다. 교통 및 환경재앙의 주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잡다한 행정수요만 대량 유발하는데 비해 지역사회엔 별 도움이 없는 베드타운을 더 허용할 수는 없다. 경기도 땅은 서울의 도시문제 처리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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