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캐즘의 사회학<Chasm>

캐즘(Chasm)이란 단어는 원래 지질학 용어다. 땅, 바위, 얼음 속 등에 난 아주 깊은 틈을 설명할 때 사용됐다. 요즘은 새로 개발된 제품이나 서비스가 대중에게 수용되기 전까지 겪는 침체기를 가리킬 때 쓰인다. 초기 시장에서 주류 시장으로 넘어 가는 과도기에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되거나 후퇴하는 단절 현상을 뜻한다. 경제학에서 소비자는 혁신·선각 수용, 전기 다수, 후기 다수, 지각 수용 등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첨단 제품이 출시되면 혁신·선각 수용자는 기술 애호나 잠재적 이익 등을 고려해 구입한다. 전기 다수 및 후기 다수 계층은 실용적인 측면이 증명돼야 구매한다. 기업 관점에서 볼 때 이 두 계층이 사들일 때 비로소 수익성이 좋아진다고 판단한다. 그렇다면 누가 처음 이 단어를 경제 용어로 사용했을까.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던 컨설턴트 제프리 무어 박사다. 1991년 상반기였다. 그때로 돌아가 보자. 당시 MP3 플레이어가 막 시장에 출시됐다. 이후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와 CD 플레이어 등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음원 다운로드 플랫폼이 구축됐고 그러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MP3 플레이어는 캐즘을 이겨낸 대표적인 제품이었다. 캐즘은 주로 정보기술(IT) 등 첨단 산업에서 발생한다. 해당 산업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한 제품과 서비스를 많이 선보이는데 소비자가 이에 적응하고 가치를 알아보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이 현상을 극복하지 못하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는 점이다. 대다수 벤처기업이 성공하지 못하고 중도에 쓰러지는 건 캐즘을 이겨 내지 못해서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시적 수요 정체에다 전기차용 배터리도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고 있어서다. 최근 정국에서도 이런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선 꼭 넘어야 할 산이다. 반드시 이겨 내야 한다.

[세상읽기] 대한민국 응급의료의 위기

최근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드라마 ‘중증외상센터’가 큰 인기를 끌면서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의 현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드라마는 외상센터 의료진이 생명을 살리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응급실 과밀화와 의료진 부족, 지역 간 의료 격차 등의 문제를 현실적으로 조명했다. 실제 대한민국 응급의료체계는 지금도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우리는 소위 ‘응급실 방랑’ 문제로 인해 중증외상 환자가 의료기관에 수용되지 못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한 사건을 종종 접한다. 이는 우리나라 응급실 과밀화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현재 대형 병원의 응급실은 환자로 가득 차 있으며 특히 야간과 주말에는 대기시간이 급격히 증가한다. 경증 환자와 중증 환자가 한 공간에 뒤섞이면서 응급 의료진이 신속하게 환자를 분류하고 치료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중증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2023년 응급의료 환자 중증도 분류기준(KTAS)을 개선해 경증 환자가 불필요하게 응급실을 이용하는 문제를 줄이고 중증 환자가 신속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분류 기준 적용이 일관되지 않으며 병원마다 운영 방식이 달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일부 병원에서는 경증 환자를 돌려보낼 수 있는 법적 권한이 부족해 응급실 과부하가 지속되고 있으며 응급의료기관 간 협력도 원활하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KTAS 적용의 실효성을 높이고 지역 병원 및 야간진료센터의 역할을 강화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에서도 의료진이 극심한 피로와 압박 속에서 일하는 모습이 강조됐듯이 현실에서도 응급실 의료진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외상외과의 경우 업무 강도가 높고 야간근무 부담이 커 지원자가 점점 줄고 있다. 대한응급의학회에 따르면 응급의학과 전공의 지원율이 해마다 감소하고 있으며 특히 중증외상센터의 경우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 정부는 응급의료진 처우 개선을 위해 응급실 내 인력 배치 기준을 강화하고 추가 수당과 복지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 또 응급의료 전담 간호사 및 지원 인력을 확충해 의료진의 부담을 덜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의료진의 과중한 업무를 줄이기 위해 응급실 내 환자 분류 및 이송 시스템을 개선하고 119 구급대와 의료기관 간 협력 체계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응급의료체계는 민간 병원 중심으로 운영돼 수익성이 낮은 응급의료 분야가 점점 위축되고 있다. 이는 곧 중증 응급환자에 대한 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일본의 경우 정부가 공공 응급의료센터를 적극 운영하고 있으며 독일은 민간 병원이라도 응급의료 분야에 대한 정부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진다. 한국도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을 확대하고 응급의료 관련 예산을 대폭 증액해야 한다. 특히 국공립 응급의료센터를 확충하고 지역 거점 병원의 응급의료 기능을 강화해 수도권과 지방 간 의료 격차를 해소하는 정책이 시급하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는 단순한 의학 드라마가 아니다. 이는 현실에서 생명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의료진의 목소리이며 지금 이 순간에도 응급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응급의료체계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다. 정부와 의료계, 그리고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나서야 할 때다.

[세계는 지금] 오폭보다 더 실망스러운 오폭 대응

지난 6일 발생한 경기 포천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는 여러모로 충격적이다. 조종사의 좌표 입력 실수가 원인이었다는 점은 매우 실망스럽고 두 차례에 걸친 교정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는 점도 안타깝다. 또 사고 전투기 2대가 미리 정해진 경로와 다르게 비행했는데도 지상 관제팀이나 훈련 통제팀에서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 점도 아쉽다. 그런데 이번 사고와 관련해 가장 불만스러운 대목은 오폭 이후 군 당국의 대응이다. 군사훈련은 실전과 같이 진행돼야 하지만 훈련 중에 치명적인 민간인 피해가 발생했다면 군은 즉시 군사활동 모드를 멈추고 대민 행정 서비스 모드로 전환해야 한다. 최대한 신속하고 투명하게 사실 관계를 알리고 추가적인 손실을 예방하거나 최소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그런데 사고 이후 군의 움직임을 보면 늑장 대응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관련 보도를 종합하면 사고는 오전 10시4분 발생했지만 합참에 최초 보고가 이뤄진 것은 10시24분이었다. 소방 당국은 이미 10시5분에 주민 신고를 받고 즉각 대응에 나섰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늦은 대응이다. 합참의장이 보고를 받은 시각은 10시40분,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에 대한 보고는 10시43분이었다. 전시였다면 합참의장은 중대한 전투 차질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로 30분 이상 전쟁을 지도한 것이다. 국방부 출입기자들이 사고와 관련해 공군의 문자 공지를 받은 것은 11시41분으로 사고 발생 이후 거의 100분이 지난 뒤였다. 합참의장 보고 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61분 늦게 공지 문자가 온 것이다. 이해가 불가능할 정도로 기자들에 대한 공지가 지연된 것이다. 공군은 오폭 상황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고 하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긴급한 상황에서는 1보, 2보, 3보를 순차적으로 내면서 새롭게 추가되는 내용을 보강하는 것이 표준 절차라는 점을 몰랐다는 것인가. 포천시 일대에 재난문자가 발송되지 않았다는 점도 유감스럽다. 사고 관련 초동 대응이나 인근 주민 대피가 진행됐다고 하지만 다른 행정기관과의 협조나 잠재적인 추가 폭발 가능성, 유언비어 등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 문제까지 고려한다면 재난문자는 발송됐어야 한다. 당시 사고 주변 거주 주민들은 남북 전쟁 가능성을 상상하면서 불안감에 떨었다고 한다. 오폭 자체보다 오폭 대응이 더 심각한 문제로 주목하는 배경 중에 하나는 과거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사태에서 경험한 군과 국민 간 신뢰 붕괴 경험이다. 당시 군은 사건 발생 이후 최초 보도자료에서 사건 시점을 9시45분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후 이어진 다양한 제보를 종합하면 9시25분 이전이라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다. 합참은 만 이틀이 지난 뒤에야 폭침 시각이 9시22분이라고 수정했다. 수정은 했지만 군에 대한 신뢰는 이미 심각하게 훼손된 후였다.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한 것이라는 최종 발표가 나왔지만 발표를 둘러싼 논란은 오히려 더 커졌다. 전시라면 군사작전과 관련해 보안이나 정보 통제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정보 ‘통제’와 ‘조작’은 다른 문제다. 정보 조작은 언제, 어디서나 금지 사항이다. 하물며 평시 훈련 중 발생한 사고에서 정확한 사실 관계를 신속하게 알리지 않는 것은 또 하나의 불신 이유를 만드는 일이다. 군 당국은 민간과 장병들의 안전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서는 투명하고 신속하게 사실을 알리는 것이 최상의, 그리고 유일한 옵션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군 지휘관들은 자신의 통제구역에서는 ‘정보 통제뿐만 아니라 조작도 가능하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조작은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드러나게 돼 있다. 조작 사실이 드러나면 군 조직 전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다. 상식에 맞지 않은 늑장 대응은 정보 조작을 시도했다는 의심을 초래한다. 오폭은 물론이고 군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오폭 대응이 재발하지 않도록 군 수뇌부의 심기일전이 필요하다.

[천자춘추] 이원론과 주체

우리 사회에 강하게 뿌리 내리고 있는 ‘주체’ 혹은 ‘자아’의 모습은 무엇일까. 그 근원에는 ‘나’라는 강한 중심이 자리 잡고 있으며 ‘나’를 중심으로 ‘나’의 주변에 무수한 ‘대상’들이 흩어져 있는 모습일까.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사회의 모습을 바라보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 언론을 통해 만나는 모습들은 항상 ‘내가 옳다’는 목소리와 ‘너는 틀렸다’는 강한 신념들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문화와, 다양한 의견을 가지고,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임에도 그 다양한 목소리들이 서로 융화되지 못하고 마치 물과 기름처럼 끊임없이 서로 분리되기만 하려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다름을 다름 그 자체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황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는 인류의 역사 속에 그 답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서양 철학의 흐름을 따라가 보면 가장 큰 관점 중의 하나가 ‘이원론’이다. 이는 플라톤의 이데아와 현실의 구분으로부터 시작한다. 이데아는 만물의 근원으로 절대적이며 본질의 원형이 존재하는 곳이다. 그리고 현실은 이데아의 원형을 모방한 허위의 세계일 뿐이다. 그러니 이원론의 핵심에는 항상 옳고 절대적인 이데아가 존재하며 이를 모방하고 있는 허위의 현실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데카르트는 인간의 존재를 설명하면서 생각하는 주체로서 ‘코기토(Cogito)’, 즉 인식하는 주체를 제시한다. 그리고 이러한 주체를 중심으로 인식의 대상이 함께 주어진다. 이러한 주체의 존재는 20세기를 지나며 더욱 강하게 자리 잡게 되며 ‘나’라는 ‘주체’의 절대성이 강조되고 이에 따라 ‘나’를 제외한 다른 모든 것은 ‘대상’으로만 주어지게 되며 그러한 ‘대상’의 중요성은 간과되는 현상이 확산되는 계기를 제공한다. ‘주체’와 ‘대상’의 이러한 왜곡된 현상은 ‘나는 항상 옳고, 너는 항상 틀렸다’라는 잘못된 관점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세상의 모든 존재가 ‘나’와 ‘너’ 혹은 ‘중심’과 ‘주변’, ‘선’과 ‘악’, ‘옳음’과 ‘그름’ 등 이분법적으로 구분되는 것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이분법적 구분이 극단적 가치 판단으로 연결되지 않고 때로는 ‘네가 옳고 내가 틀렸다’라는 유연한 상대적 구분으로 이어진다면 우리 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더 성숙하지 않을까.

[사설] ‘캔맥주 투척’으로 본 현직 경기지사의 정치 참여

김동연 경기지사를 향해 캔맥주가 날아들었다. 시국과 관련된 1인 시위를 하던 중이었다. 10일 오후 6시30분께 발생한 사건이다. 평소 행인이 많은 수원역 12번 출구 앞 ‘로데오 거리’였다. 김 지사가 ‘내란 수괴/즉시 파면’이라는 푯말을 들고 있다. 한 남성이 다가와 “니가 뭘 알아”라며 시비를 걸었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접근을 제지했다. 그러자 들고 있던 캔맥주를 집어던졌다. 다행히 바닥에 떨어졌지만 모두가 놀랐다. 거친 항의와 몸싸움, 투척 순간과 흐트러진 맥주가 영상으로 남았다. 현장의 위험성이 생생히 재생된다. 김 지사의 1인 시위를 취재하던 경기일보 카메라에 잡힌 장면이다. 김 지사는 별 반응 없이 시위를 계속했고 기자회견도 했다. “윤석열의 구속이 취소된 건 절차상의 하자로 나온 것인데, 지금까지 5천만 국민 아무도 누리지 못하는 권리를 윤석열이 누린 것”이라며 “검찰에서 잘못한 만큼 검찰총장의 사퇴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날 사고가 던지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현직 도지사의 정치 참여 한계다. 광역단체장의 대권 도전은 이제 뉴스거리도 아니다. 특히 경기도지사의 경우 ‘소권(小權)’이라 불린 지가 30여년이다. 이인제(민선 1기)·손학규(민선 3기)·김문수(민선 4·5기)·남경필(민선 6기)·이재명 지사(민선 7기)가 모두 대권 후보군이었다. 정치적 발언, 경선 참여 등 나름대로의 정치 행위가 있었다. 임기 단축, 장기 휴가 등 도정 피해도 있었다. 그때마다 찬반 논쟁이 있었다. ‘부적절하다’는 부정론과 ‘정치적 권리’라는 긍정론이다. 민선 8기 김동연지사도 대권 행보를 하고 있다. 그를 향해서도 똑같은 논쟁이 있다. ‘캔맥주 투척’ 동영상에 게시된 댓글이 여론을 보여준다. ‘도지사 사표 쓰고 정치 하세요’(okim—), ‘컵라면 가져온 여직원에 격노 퍼포먼스 하더니’(mine—)…. 비판적 견해다. ‘맥주캔 던진× 살인 혐의로 고소하세요’(fres—). 김 지사를 비난하거나 걱정하는 견해다. 다른 하나는 도지사의 신변 안전 문제다. 1천400만 도민의 책임자다. 도정을 수행하는 현장에서는 걱정이 없다. 전문적인 안전 요원은 없지만 기본적으로 공무원이 동행한다. 하지만 정치 현장에 나섰을 때는 다르다. 행정 인력이 동행하지 않는다. 동행해서도 안 된다. 공무원의 정치 행위는 불법이다. 정치 현장은 견해가 대립하는 공간이다. 크고 작은 충돌 가능성이 상존한다. 이런 현장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셈이다. 이번 일이 그렇다. ‘도지사의 정치 참여가 문제’라며 냉소적인 도민도 많지만 ‘험한 꼴 당하면 어쩌냐’며 걱정하는 도민도 많다. 결국 경기지사가 대선(大選) 뛰는 통에 경기도민에 안겨진 ‘안 해도 될’ 논쟁이다. ●관련기사 : [영상] '윤석열 파면' 피켓 든 김동연에 날라온 맥주캔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310580435

[경기만평] 뜻밖의 동병상련...

[사설] 고양시청 이전의 급박함은 현재 진행형이다

고양시의회의 책임이 없다 할 수 없다. 원당 지역 개발 용역 예산을 세 차례나 삭감했다. 기존 청사 주변을 잘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일부 부서의 이전 정지 신청을 법원에 제기했다. 법원이 각하는 했지만 시에는 큰 부담이 됐다. 청사 이전 업무 전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다음 달 31일까지 관련 업무 전반을 훑어보고 있다. 2년여간 계속된 반대가 이런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겠나. 작정하고 방해 한 측면이 있다. 결국 백석업무빌딩으로의 청사 이전은 무산됐다. 시 관계자 설명에 시의회를 향한 원망이 있다. “이동환 시장이 재선에 성공하고 여대야소가 되면 가능하겠지만 현재로서는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 2023년 벽두부터 시작된 청사 이전 논쟁이다. 시민 여론을 찬반으로 쪼갠 오랜 갈등의 원인이었다. 이게 2년 만에 없었던 일이 됐다. 시의회의 비협조를 넘어선 노골적인 반대가 원인 중 하나다. 시의 불만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시가 제공한 원인도 분명히 짚고 가야 한다. 이동환 시장이 2023년 1월4일 발표했다. 전임자 결정을 뒤엎고 전격적으로 단행한 발표였다. 시민도 시의회도 몰랐다. 담당 부서 공무원들조차 모른 듯 했다. 여론이 심상치 않았다. 그러자 이런저런 후속안을 내놓기 시작했다. 발표 20여일 뒤 ‘원당 재창조 프로젝트’란 걸 발표했다. 민간 재원을 활용한다는 개발 계획이었다. 조감도 등을 갖춘 개발 청사진이었다. 일주일 뒤 ‘원당 재창조 프로젝트TF’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주민 공론화 절차는 없었다. 절차도 앞뒤 없이 뒤죽박죽 됐다. 왜곡된 절차를 상급 기관이 모를 리 없다. 경기도가 관련 투자 심사를 퇴짜 놨다. 2023년 8월 1차 반려, 2023년 10월 2차 재검토, 2024년 9월 최종 반려됐다. 절차상 문제는 여기서도 지적되고 있다.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주민을 설득하고, 시의회와 협의회 절차를 이행하라.’ 뜻하지 않은 법률적 문제도 생겼다. 백석업무빌딩의 용도다. 기존에 허용된 빌딩의 용도는 벤처기업 집적시설이다. 행정 청사인 시청 건물로 활용하기 어려웠다. 초기에 시가 챙겼어야 했다. 형사사건으로 비화할 부담도 간단하지 않다. 시가 종전 건물주에게 기부채납 지연 배상금을 청구했다. 456억원을 청구했는데 법원은 262억원만 인정했다. 시가 비워 놓은 1년 치를 삭감됐다. 시 의회는 시장의 배임을 주장한다. 논쟁을 접고 차분히 생각해보자. 청사를 옮기려 한 당초 이유가 뭐였나. 언제 기울지 모를 안전진단 D등급이다. 관공서 기준의 51.1%인 협소한 공간이다. 부서 70%가 다른 건물에 나가 있다. 이 중에 단 한 가지도 개선된 게 없다. 하루가 급한 현안이다. 정치적 셈법에 매달릴 시간이 있나. 하루 빨리 대안을 내고 건설적인 토론에 들어가야 한다. 낡고 협소한 청사로 생기는 시민 불이익은 시의회와 시 모두의 책임이다.

[사설] ‘오픈런’ 천원주택... ‘로또’ 청약 안 되게 공급 늘려야

인천형 저출생 주거정책 ‘천원주택’이 첫 신청에 들어갔다. 첫날부터 문을 열기도 전 줄을 선다는 ‘오픈런’ 을 보였다. 하루 임대료, 1천원은 파격이다. 저출생을 넘어 청년 투자이기도 하다. 개점 첫날의 오픈런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저성장 시대 우리 청년들이 마주한 어려움들이다. 취업 결혼 출산 등 평범한 생애 과제조차 힘겨운 그들이다. 천원주택은 매입임대주택과 전세임대주택으로 나뉜다. 인천시가 매입하거나 전세 계약한 주택을 청년층에 임대한다. 매입임대주택은 하루 1천원, 월 3만원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는 집이다. 최장 6년 동안 살 수 있다. 이후에는 월 임대료 28만원에 14년까지 지낼 수 있다. 입주 대상은 신혼부부(혼인 7년 이내), 예비신혼부부, 한부모가정, 신생아 가구 등이다. 소득 기준은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30%(맞벌이 200%) 이하다. 자산 기준은 3억6천200만원 이하다. 이들 항목별 점수 등을 따져 최종 입주 순서를 정한다. 올 하반기 시작할 전세임대주택은 신혼부부가 85㎡ 이하 시중 아파트·빌라를 직접 고른다. 그러면 시가 집주인과 전세계약을 하고 신혼부부에게 공급한다. 전세보증금이 2억4천만원 넘으면 초과분만 본인 부담이다. 지난 6일부터 매입임대주택 500가구 신청에 들어갔다. 이날 하루만 628명이 신청했다. 이어 7일에도 497명이 신청을 마쳤다. 오는 14일까지 신청이 이어지면 경쟁률이 최소한 5 대 1은 넘으리라는 전망이다. 첫날 인천시청 중앙홀에는 오전 6시부터 번호표를 뽑아 가기도 했다. 인천 청년만이 대상이 아니다. 이번 신청 대열에는 서울 경기 등 타 지역 청년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인천 신혼부부가 상대적으로 혜택을 덜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신혼부부의 무주택 비율이 53% 정도다. 따라서 인천에서만 천원주택 신청 대상자가 5만가구에 이른다. 전국적으로는 50만가구다. 인천시는 매년 1천가구씩, 2030년까지 6천가구를 공급한다. 이번 오픈런을 볼 때 공급이 크게 부족해 보인다. 일단 흥행에는 성공했다. 정책도 수요층 주목이 필요한 브랜드 정책 시대다. 인천을 넘어 전국으로 확대한 명분도 있을 것이다. 그들 역시 우리 미래 세대이고 인구 유입 효과도 있다. 그러나 공급이 너무 따라 주지 못한다. 자칫 ‘로또’ 청약으로 흐를 수도 있다. 자격을 갖추고도 밀려난 청년들의 실망도 걱정이다. 수많은 저출생·청년 복지들을 천원주택에 집중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이다. 천원주택에 대한 중앙정부의 액션을 기대하는 이유다.

[지지대] AI 디지털교과서 유감

인공지능(AI) 바람이 거세다. 교육계에서는 지난해부터 AI 디지털교과서(AIDT)에 대한 논의가 뜨거웠다. 교육부가 AIDT를 2025년부터 초등 3·4학년, 중 1, 고 1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한다고 발표하면서다. 과거 서책형 교과서를 웹 브라우저에서도 볼 수 있도록 한 디지털교과서가 있었다. 여기에 인공지능을 활용해 학습자 맞춤형 자료가 실시간 지원될 수 있는 기술이 탑재되면서 AI 디지털교과서로 이름 지어졌다. 이후 교사, 학부모들의 찬반 논란이 가열됐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교과서 지위가 아닌 교육자료로 격하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로 다시 국회로 돌아갔다. 우여곡절 끝에 학교장이 채택 여부를 결정하게 됐다. 민주당 백승아 의원실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기준 경기도내 학교의 44%가 AIDT를 채택하거나 채택할 예정으로 전국 32.4%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혼란의 가장 큰 원인은 누구도 AIDT의 실체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AIDT가 검정을 통과하면서 박람회와 온라인을 통해 공개되고 올해 1월 AIDT 검정 청문회를 거치면서 겨우 사용 후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을 혼란스럽게 만든 교육당국에 책임을 물을 수도 있지만 AI라는 거대한 시스템 앞에 보지 못한 것,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두려움이 혼란을 더욱 키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3월 새 학기다. AIDT를 대면하게 된 학생들에게서 어떤 평가가 나올지 자못 궁금하다.

[천자춘추] 꽃이 주는 치유와 위로

꽃은 단순히 시각적인 아름다움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현대인의 스트레스와 정서적 고립감이 점점 심화되는 시대에 꽃은 사랑, 우정, 감사 등의 마음을 표현하거나 우리의 감정에 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연 치료제와 같다. 블루벨, 아이리스 같은 파란색 꽃은 안정감과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주고 해바라기와 튤립의 노란색 꽃은 활기를 불어넣으며 행복감을 증진시킨다. 장미와 라벤더 같은 향기로운 꽃은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신경계를 안정시키며 기억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이러한 꽃의 효능은 단순히 과학적 연구에서만 증명된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많은 사람이 체험하고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최근 불면증으로 고생 중인 지인을 만났다. 그분에게 라벤더와 재스민 향이 섞인 꽃다발을 추천했더니 몇 주 뒤 그는 이 꽃들이 침실의 분위기를 바꾸고 더 깊은 숙면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꽃은 단순히 한 장소를 꾸미는 역할을 넘어 우리의 삶에 깊이 스며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무실 책상 위에 작은 화분을 두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줄이고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색상에 따른 심리적 효과는 공간의 분위기를 크게 좌우한다. 파란색 계열은 냉정함과 집중력을, 노란색과 오렌지색은 창의력과 에너지를 활성화시킨다. 향기로운 꽃은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긴장을 푸는 데 효과적이다. 아로마테라피에서 자주 사용되는 라벤더와 로즈메리는 감정을 안정시키고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 주며 티트리, 유칼립투스는 면역력 증진에 도움을 준다. 이렇게 다양한 허브는 반려식물로 키우는 재미도 느낄 수 있고 스트레스 및 불면증 완화와 숙면 유도, 피부 진정, 통증 완화, 항균 효과까지 정말 인체에 유익하고 자연 치유적인 효능이 많다. 실내 환경을 변화시키는 꽃의 배치법, 다양한 색상의 심리적 효과, 특정 향기가 감정 조절에 미치는 영향 등 꽃 한 송이로도 우리의 삶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경험해 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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