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 ‘경기도 평생학습 기회특구’ 참여 지자체 모집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이 ‘2025년 경기도 평생학습 기회특구’ 운영 지원사업에 참여할 도내 시·군을 모집한다고 1일 밝혔다. 지자체와 대학, 산업체가 연계된 체계 구축 지원 사업을 통해 지역 현안을 해결하고, 지역경제 발전과 도민의 역량 강화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현재의 평생학습도시는 고령화와 저출산, 지역 불균형, AI, 기후변화 등 시대 변화에 개별 대응하기에 예산과 인력 수급 등이 역부족이다. 이에 경기도 평생학습 기회특구 운영지원은 지자체가 직면한 현안에 대응할 수 있는 평생교육 체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지역별 특성과 현안을 반영한 맞춤형 평생학습 운영 모델을 발굴하고, 평생교육을 기반으로 한 지역 혁신이 목표다. 사업 신청 유형은 단일 기초지자체 중심으로 지-산-학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1유형과 두 개의 기초지자체가 연합해 지-산-학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2유형으로 나뉜다. 총 12곳 내외의 지자체를 선정해 3천만~5천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지원 요건은 ▲연계할 컨소시엄 주체 간 협약 ▲전담 행정조직(팀 이상) 지정 ▲기회특구 운영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 ▲지역자원 연계 ▲신규사업(프로그램, 프로젝트) 기획 및 운영이 포함된 계획서와 협약서를 첨부해야 한다. 지원서는 이달 21일 오후 5시까지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 평생교육지원팀으로 전자결재시스템을 사용해 제출하면 된다. 선정지역은 29일 발표하며, 사업은 5월부터 진흥원과 선정 도시 간 협약을 맺어 12월까지 이어진다.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 관계자는 “이번 사업을 통해 도민들이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지역사회 문제 해결과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많은 지자체의 관심과 참여로 지역혁신의 기회를 만들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사업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 누리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수원에서 만나는 ‘2025 K-일러스트레이션 페어’

수원문화재단이 국내외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창작물을 선보이는 기획 행사 ‘2025 K-일러스트레이션 페어 수원 초대전’을 개최한다. 오는 4일부터 6일까지 3일간 복합문화공간 111CM(수원시 장안구 수성로 195)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는 최신 일러스트레이션과 핸드메이드 트렌드를 선보인다. 일러스트레이션을 비롯해 그래픽‧캐릭터 디자인, 만화, 회화, 캘리그래피, 공예 등 신진 작가부터 유명 아티스트까지 123명의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초대전에 참여하는 아티스트는 창작물을 전시하고, 관람객은 물론 일러스트레이션을 필요로 하는 관계자들과도 직접 소통할 기회를 얻는다. 수원문화재단 관계자는 “이번 일러스트레이션 페어 초대전은 수원에서 처음으로 진행되는 행사로 예술가들의 창의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지역 주민들과의 문화 누림을 통해 예술적 가치를 공유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는 사전 예약 절차 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4일부터 5일까지는 오후 1시부터 8시까지, 마지막 날인 6일은 오후 7시까지 이어진다. 자세한 내용은 수원문화재단 누리집에서 확인하거나 문화도시센터 111CM TF팀으로 문의하면 된다.

예술의 장르 확장하는 두 작가의 만남…‘2025 아워세트: 김홍석X박길종’

매체와 장르를 유연하게 확장하는 두 작가가 만났다. 미술의 형식을 바꾸는 조각을 선보이는 김홍석 작가, 물질적 상상력으로 사물의 경계를 확장시키는 박길종 작가의 특별한 작품이 펼쳐진다. 수원시립미술관은 지난 25일부터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에서 ‘2025 아워세트: 김홍석X박길종’을 선보이고 있다. 수원시립미술관이 지난 2022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아워세트’는 서로 다른 장르의 창작자가 만나 독특한 협업을 펼쳐보이는 전시다. 다만 올해는 협업에 방점을 두기보다 김홍석, 박길종 작가의 매체 실험에 주목해 이 같은 특징이 드러나는 회화, 조각, 설치, 드로잉 등 27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는 두 작가의 매체 실험에서 ‘뼈 있는 농담’의 무대를 통해 ▲러닝타임 ▲오픈 스테이지 ▲인터미션 ▲백 스테이지 등 네 개의 관점으로 구성됐다. 박 작가는 전시장을 이동하며 사용할 수 있는 작품들을 통해 전시를 마치 실시간 진행되는 공연처럼 만들었다. 이 같은 의미를 담은 ‘러닝타임’에선 박 작가의 작품 5점을 만날 수 있다. 박 작가는 가구, 디스플레이, 전시 등 미술과 디자인의 경계에서 구분 없이 활동한다. 휘어진 책 선반, 생활용품 등에서 사물의 독특한 질서를 포착하고 도구, 집기, 가구, 장치, 기구 등 쓰임의 경계가 혼합된 오브제를 만든다. 여기엔 이질적인 것을 메우는 박 작가만의 물질적 상상력이 담겨 있다. 대표적으로 ‘전시 보행기’와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는 유모차를 개조해 폐지를 담는 할머니의 지혜에서 착안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소지품을 놓고 전시장을 이동하며 사용할 수 있는데 사용자와 관람객, 퍼포머를 하나로 겹쳐 놓는 움직임을 만든다. ‘오픈 스테이지’에서는 회화, 조각, 드로잉, 사운드, 퍼포먼스 등 김 작가의 다양한 작업을 상호작용하는 인터페이스로 바라봤다. 타원형 조각에서 구의 기원에 대한 신화가 흘러나오는 ‘Oval Talk’ 등 비가시적인 장치가 만들어내는 서사에 주목해 김 작가의 작품 7점을 선보인다. 특히 김 작가의 매체엔 대상을 도구화하지 않기 위한 윤리적인 선택이 담겨 있다. 퍼포먼스에 사람이 개입되는 것을 염두해 실제 퍼포먼스 대신 극사실 인체조각과 텍스트로 정황을 제시하는 식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작품 ‘침묵의 고독’은 청소부, 트럭 운전사 등 평범한 이웃을 상징하는 마네킹이 곰, 너구리 등의 동물탈을 쓰고 있는데,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노동의 가치에 대한 불확실성을 표현했다. ‘인터미션’은 미술의 형식과 매체를 실험하는 작가 각각의 태도를 보여준다. 1980년대 한국 미술대학에서 서구 미술을 배운 자신의 모습을 은유한 김 작가의 ‘사군자-231234’, 도시재생사업이 시작되던 2000년대 후반 도시 풍경의 일부를 담은 박 작가의 ‘개미굴 체스’ 등을 병치했다. 서로 다른 시대와 환경에서 활동한 두 작가의 모습을 대조한 것이 특징이다. 또 ‘백 스테이지’는 서로 다른 종의 식물을 접목하듯 만든 오브제를 무대 이면의 백스테이지처럼 소한다. 십자가 형상의 오브제에 휴지를 거치한 ‘휴거(휴지거치대)’, 빵 모양의 오브제에 양초를 올려놓은 ‘장 발장’ 등 상상력과 농담을 통해 무용함과 유용함을 뒤섞은 박 작가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수연 학예사는 “작가의 작품과 글을 따라가며 관람객이 저마다의 드라마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10월12일까지.

경기창작캠퍼스, ‘문화예술 동호회’ 등록하세요!

경기문화재단 지역문화본부 경기창작캠퍼스가 문화예술 활동을 펼칠 동호회를 모집한다. 경기창작캠퍼스는 지난해 2년 간의 리모델링을 통해 생활문화센터를 조성해 경기 서부지역 거점 생활문화센터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올해 경기창작캠퍼스는 개인 및 문화예술 동호회의 연습·발표·교류 공간을 제공해 경기도민의 일상적인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확대할 예정이다. 경기창작캠퍼스 등록 동호회는 3명 이상의 경기도민으로 구성된 문화예술 동호회가 대상이다. 미술, 공예, 음악, 무용 등의 장르뿐 아니라 여행, 역사 등의 다양한 인문학 동호회도 등록이 가능하다. 단 상업적 목적이 있거나 종교·정치 관련 단체, 협회를 포함한 단체는 신청할 수 없다. 신청 기한은 4월 18일까지이며, 지지씨멤버스를 통해 신청 가능하다. 등록된 동호회는 경기창작캠퍼스 생활문화센터 내 다양한 공용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활동 내용에 따라 연습실, 무용실, 공유주방 등의 공간 사용이 무료로 가능하다. 경기창작캠퍼스 누리집을 통해 동호회의 활동을 홍보할 수 있으며, 연간 2회 이상 경기창작캠퍼스에서 활동 시 동호회 등록 1년 연장이 가능하다. 등록 과정은 신청서 내 필수 항목 및 신청조건 검토 등의 자체 심사를 통해 진행되며 4월 중 최종 등록·선정해 5월부터 활동이 시작된다. 자세한 내용과 지원 양식은 경기창작캠퍼스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경기도여성가족재단, ‘경기도 성인지 교육 워킹그룹’ 운영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이 성평등 문화확산을 위한 ‘경기도 성인지 교육 워킹그룹(Working Group)’을 구성, 운영에 들어갔다고 30일 밝혔다. 워킹그룹은 경기도 성인지 교육 운영을 위한 민·관·학 거버넌스로, 젠더·건강·디지털·문화·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법률 등 분야별 전문가와 전문강사, 컨설턴트, 재단 연구자 등 100여 명으로 구성됐다. 워킹그룹 참여자들은 올해 연말까지 재단과 함께 성인지 교육 자문, 강의현장 모니터링, 교육과정 개발 등 협력활동을 수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재단은 경기도 성인지 교육 내용을 다양화하고 교육의 체계성과 일관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워킹그룹 운영의 시작을 알리는 해오름식은 지난 28일 경기도인재개발원 3층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도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 문형근 위원장을 비롯한 장민수·유호준 도의원, 김혜순 경기도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를 비롯해 각계 전문가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사업 안내를 시작으로 정영애 전 여성가족부 장관의 성평등 정책 특강, 사업운영에 대한 참석자 간 제안으로 진행됐다. 참여 전문가들의 첫 기획회의도 함께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 축사를 맡은 문형근 위원장은 “성인지교육은 사회구성원 모두가 평등한 권리를 누리는 핵심 기반”이라며, “맞춤형 교육으로 지속가능한 교육 생태계를 만들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혜순 대표이사는 “민·관·학 협력을 통해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 성평등한 문화를 확산하는데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이 중심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마을의 뿌리, 우리가 지키는 것”…화성팔탄민요 전수자 ‘이정민’ [청년 장인, 전통을 잇다④]

한 사람의 정체성은 그가 나고 자란 땅과 뗄레야 뗄 수 없다. 우리는 그것을 ‘뿌리’라 일컫는다. 여기, 온 마을 사람이 힘을 모아 잊혀진 뿌리를 되찾은 곳이 있다. 경기도 무형유산 제65호 ‘화성팔탄민요’ 보유 단체이자 화성시 팔탄면 주민들로 구성된 팔탄면향토민요보존회 이야기다. 팔탄 토박이이자, 평범한 직장인이며 무형유산 전수자(전수장학생)인 이정민씨(35)는 고향으로 돌아와 팔탄민요를 만났고, 마을과 세대를 이어가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0일 저녁 7시, 서서히 어둠이 내려앉고 마을에 불빛이 켜질 때쯤 각자의 자리에서 일을 마친 주민들이 삼삼오오 한 곳으로 모여들었다. 낮에는 자동차부품회사의 평범한 직장인이던 정민씨도 퇴근 후엔 이곳에 모여 무형유산 전수교육을 받는다. 농사일로 햇빛에 얼굴이 그을린 어르신부터 앳된 얼굴의 초등학생까지 나잇대도, 생김새도 제각각인 이들이지만 한마음 한뜻으로 앞에 선 선생님을 쳐다본다. 자리에서 일어나 어떤 이는 한 손에 모를 들고, 누군가는 머리에 새참바구니를 이고, 누군가는 징과 꽹가리를 집어든다. “야 논 매기 시작들 해봅시다” 선소리꾼의 선창에 “에, 합시다” 답이 이어진다. “얼카 덩어리 넘어간다. 우여차 덩어리 잘 넘어간다.” 일이 너무 힘들면 어여쁜 가족 먹여 살릴 거라며 원하는 바를 노래하고, 품삯이 적으면 익살스런 장난도 치고, 그러다 다같이 하늘 한번 바라보자며 허리도 펴보자며 신명나는 노랫가락을 따라 부르다 보면 어느새 논밭에 모가 가지런히 심어져 있을 테다. ■ 할아버지의 아버지, 할머니의 어머니 때부터…구장리에서 나고 자란 마을 어르신들로부터 듣고 배운 소리 이곳에 모인 이들은 지난 2022년 경기도 무형유산 제65호로 지정된 ‘화성팔탄민요’ 보유단체인 ‘팔탄면 향토민요보존회’ 회원들이자 팔탄면 주민들이다. 이정민씨 역시 대대로 팔탄이 고향인 이곳 토박이다. 보존회 분들 대부분은 오랫동안 구장리의 유일한 초등학교였던 팔탄초등학교 선배다. 어렸을 때부터 마을에서 알고 지내던 친구 어머니, 친구 아버지, 삼촌과 고모 등이 계신다. 이 30여명의 회원들은 2대가 함께하는 가족, 부부 등 다양하다. ‘화성팔탄민요’의 경기도 무형유산 지정은 모두가 놀랄만한 일이었다. 관이나 전문가의 도움 없이 마을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향토민요가 복원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공동체 문화를 오랫동안 간직하고, 소문난 소리꾼이 많던 팔탄면 구장리의 장례의식요는 마을 전통과 소리의 가치가 인정받으며 1998년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17-2호(팔탄상요·회다지소리)로 지정됐다. 하지만 유산이 전승되지 못한 채 2008년 보유자인 박조원 선생이 사망해 무형유산 지정이 해제되고 말았다. 한동안 잊혀졌던 마을의 과거는 이장과 선소리꾼 이만규(현 보존회장), 주민자치회 간사 안희만(현 보존회 운영위원장) 등의 노력으로 2015년부터 자료조사가 시작됐다. 살아생전 박조원 선생을 비롯해 그와 함께 활동했던 어르신들의 육성을 담고, 여기에 과거 두레농악을 생생히 기억하며 농악회로 활동하던 주민들을 끌어모았다. ■ 경기 남부·서해안의 바다·충청도의 향기까지…한데 섞인 문화적 특성이 만들어낸 독특함 과거의 기억을 교훈 삼아 마을 주민들은 이번엔 보존회 자체를 보유단체로 지정하고,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선소리꾼의 역할을 할 수 있을 만큼 그래서 언제든 유산이 전승되도록 매주 교육을 이어가고 있다. 향토민요를 부르는 정민씨지만, 평소의 그는 여느 90년대생과 다를 바 없다. 아이돌 노래를 꿰뚫고, 유튜브를 즐겨보며 유행에도 민감하다. 그런 그가 보존회 활동에 뛰어든 배경은 뭘까. “몇 년 전 한 방송에서 보존회 활동을 촬영하러 온 적이 있어요. 그때 멤버가 모자라 제가 사물놀이를 돕는 역할로 현장을 찾아왔었는데, 그때 농악회 회원 출신이자 보존회 원년 멤버인 어머니를 비롯해 주민들이 너무나 신나게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며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존회 활동은 단순히 마을의 무형유산을 이어가는 역할만 한 게 아니었다. 마을의 세대와 공동체를 이어주는 가교가 됐다. 오랫동안 논농사를 지어오던 팔탄면이지만 점점 주변은 산업화되고 농업은 기계화되고 있다. ‘논 메는 소리’ 등을 하기 위해 이들은 마을 어르신에게 농삿일을 배우고 아랫세대는 자신의 부모와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의 역사를 알게 됐다. 이씨 역시 마찬가지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일로 고향을 떠나 천안에서 10여년 동안 살아왔던 그는 팔탄 인근으로 일터를 옮기며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었다. 고향으로 다시 돌아오며 마을의 역사를 알고, 보존회에 들어가고 어머니와 끈끈한 유대를 맺게 됐다. 지난해 제65회 한국민속예술제에 경기도 대표로 출전한 보존회는 전승상도 수상했다. 그는 “지난해 제65회 한국민속예술제 출전했을 때 상여소리를 했던 순간이 생생하게 기억난다”며 “그 해 갑자기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인해 혼수상태에 빠지셨고 같은 해 나는 결혼을 하며 인생의 많은 일들이 있었다. 예술제 무대에서 회장님이 ‘나는 간다’라며 소리를 시작하시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라고 밝혔다. “농사를 지어보지 않았던 또래 친구들은 아마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장르일 겁니다. 하지만 팔탄민요를 일반 시민들이 조금 더 가깝게 느끼실 수 있도록 저와 보존회는 끊임없이 노력 중입니다. 어르신들에겐 추억의 소리로, 지금의 세대에겐 신선한 향토문화로 기억되면 좋겠습니다.” ‘화성팔탄민요’ ‘화성팔탄민요’(구장터 면생이)는 ‘모 심는 소리’, 초벌 매는 ‘얼카덩어리’, 논 훔치는 소리인 ‘둘레’, 입 구음(아, 우, 에 등)만으로 이루어진 ‘면생이’, ‘긴방아소리’, ‘자진방아소리’, 받는 부분의 사설에 ‘상사’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상사소리’, 받는 소리에 ‘먼들’ 단어가 들어가는 ‘먼들소리’ 집터 다질 때 부르는 ‘지경다지기소리’등 총 9개 악곡으로 구성됐다. 경기 남부의 보편적 특성과 충청남도 북부 문화권의 특성을 갖고 있어 유산으로의 가치가 크나, 곡의 난이도가 높고 전승이 쉽지 않아 소멸될 뻔했다. 2022년 5월20일 경기도 무형유산 제65호로 지정된 ‘화성팔탄민요’ 보유단체 팔탄면 향토민요 보존회는 ‘구장터 면생이’라는 이름으로 해당 지역에서만 독특하게 구전되던 향토민요가 농업의 기계화로 사라지자, 이를 복원하고 전승하는 한편 무형유산을 후대에 계승할 수 있도록 전통문화 교육 활동을 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단체이다. 보존회는 경기도 무형유산으로 지정됐다 해제된 ‘팔탄상여소리’를 비롯해 복원이 미흡해 제외됐던 ‘동아줄다리기, 가래질소리’ 등을 무형유산으로 지정받고자 하며 현재 이수자 지정과 전수장학생 양성을 위해 노력 중이다. ●관련기사 : 광대 왔소, 줄을 서시오…줄타기 이수자 ‘한산하’ [청년 장인, 전통을 잇다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102580306 “열 네살에 매료된 양주별산대놀이, 이젠 운명”…이수자 ‘윤동준’ [청년 장인, 전통을 잇다②]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125580062 “세밀함의 예술, 완성에 끝이 없어”…불화장 전수자 ‘정수현’ [청년 장인, 전통을 잇다③] https://kyeonggi.com/article/20250217580401

경기도미술관에서 벚꽃으로 Chill해볼래? ‘벚꽃보고 작품보고’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미술관(관장 전승보)은 벚꽃이 만개하는 화랑유원지와 인접해 있어 봄이면 미술과 자연의 아름다움이 더욱 빛을 발한다. 올해는 경기도미술관 야외뿐만 아니라 내부에서도 벚꽃놀이를 즐길 수 있게 됐다. 경기도미술관은 벚꽃 개화시기에 맞춰 지난 25일부터 뮤지엄숍을 ‘벚꽃Chill 상점’으로 개편해 운영 중이다. ‘벚꽃Chill 상점’의 이름은 벚꽃과 ‘여유롭다’, ‘쿨하다’ 등의 의미를 가진 인터넷 밈인 ‘Chill’을 합친 말로, 방문객들이 벚꽃 상점에서 여유로움을 만끽했으면 하는 미술관의 바람을 담았다. 벚꽃을 보고 미술관에선 색다른 상점과 작품을 보며 예술적 감각도 더할 수 있다. ‘벚꽃Chill 상점’에서 만나볼 수 있는 주요 제품으로 ▲벚꽃 키캡 키링 ▲벚꽃 피크닉 매트 ▲벚꽃 수세미 ▲벚꽃 연필 등이 있다. 이 중 벚꽃 키캡 키링은 경기도미술관 건물 전경, 미술관 주변 길고양이와 벚꽃을 키캡(키보드 스위치에 끼우는 캡)에 레이저로 각인해 만든 굿즈다. 키링을 좋아하는 MZ세대를 겨냥해 제작된 제품으로 마치 LED 기계식 키보드 일부를 떼어내 가방에 걸고 다니는 듯 색다른 느낌을 준다. 이 기간 미술관에선 경기도미술관의 기획전도 만나 볼 수 있다. 2025 경기아트프로젝트 ‘한국현대목판화 70년: 판版을 뒤집다’, 2025 소장품상설기획전 ‘비飛물질: 표현과 생각 사이의 틈’, 2025 신진작가 옴니버스전 ‘박예나: 뒤집힌 틈’ 전시가 진행 중이다.

비빔밥은 삶의 현실을 어디까지 비벼낼까? [공연리뷰]

외계인의 식탁에도 비빔밥이 있을까? 얼마 전 ‘흑백요리사’라는 프로그램에서 한 참가자가 낸 참치비빔밥이 논란이 되었다. 칼과 포크로 잘라 먹는 비빔밥이었다. 심사위원 한 사람의 ‘비빔이 없으면 비빔밥이 아니지 않나요?’라는 질문을 두고 갑론을박이 일었다. ‘비빔행위가 있어야 한다.’ ‘비빔행위가 없어도 된다.’ 결론이 어떻게 났는지는 모른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개개의 요리는 대체할 수 없는 정체성과 미각적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보편적인 ‘공감’이 더해야 특정의 음식이라 할 것이다. 음식은 문학, 영화, 공연 등에 소재이고 이야기 연결에 중요한 매개이다. 비빔밥은 여러 가지 식재료들을 함께 비벼서 나눠 먹는 특별한 행위가 있어 자주 등장한다. 연극의 3요소 하면, 무대 배우 관객이라 한다. 나는 여기에 ‘공감’을 더하고 싶다. 무대와 배우, 그리고 관객이 연극이라는 작품을 어떤 연결고리로든 공감해야 완성된 연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서로 공감이 없다면, 간이 안 됐거나 중요 식재료가 빠진 음식처럼 뭔가 부족한 작품이 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경기도극단의 ‘부인의 시대’(김광보 연출, 이미경 작)는 연극의 3요소와 각 요소 간에 공감까지 더해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하면서도 잘 읽히는 무대, 배우들 간의 동작과 마음을 서로 연결하는 기막힌 연기력을 보여준 프로다운 열정,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과 각 요소들이 서로가 공감하고 어우러지는 비빔밥 같은 작품이었다. 거기에 울고 웃으며 배우들의 표정과 대사에 빠져들어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연출력도 연극을 몰입해서 볼 수 있는 힘이었다. ‘부인의 시대’는 우리가 뉴스에서 접해왔던 개발 예정지에 철거 대상 건물들의 세입자들과 철거하는 시공자 간의 갈등과 애환을 그린 작품이다. 안산의 어느 피부관리실 원장과 종업원인 한국인 남실장, 조선족 송실장, 필리핀에서 결혼이민 온 안젤라는 나름대로 말 못하는 사정과 아픔을 안고 살아간다. 거기에 건물철거를 위한 발파 등 공사장 소음은 생존에 본능을 더욱 압박한다. 돈 많은 체하는 사모님이 불신이라는 도화선에 불을 붙인다. 갈등과 불신이 부딪쳐 극에 달하고 마침내 터져 산산조각이 난다. 네 여인은 발가벗겨지고 초라한 모습으로 내동댕이쳐진다. 파국의 문턱에 비빔밥이 등장한다. 그들은 그 부서진 조각들이 다시 모은다. 가슴속에 있던 갖가지 양금과 푸념 조각들을 양푼에 담는다. 이해와 믿음이라는 식재료를 더한다. 공감이라는 참기름과 고추장을 넣어 비빈다. ‘사랑도 있고, 이별도 있고, 눈물도 있네. 한 구절 한 고비 꺽어 넘을 때 우리네 사연을 담는 울고 보는 인생사 연극 같은 세상사~.’ 노래도 담아 행복한 인생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다. 그러나 그들이 공감하고 화해했던 꿀맛 같았던 비빔밥의 현실은 오래가지 못했다. 모두 길거리로 쫓겨나고 영혼이 되어 UFO을 타고 우주를 이리저리 유영한다. 먼저 간 포장마차 박씨도 보이고 김사장도 보인다. 외계 우주에서 구름 속을 조용히 날며 현실에서 맛볼 수 없었던 마음의 편안함을 느낀다. 외계인의 식탁에는 비빔밥이 있을까? 아마 K-푸두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이니 있을 것이다. 외계 우주의 비빔밥은 눈물과 회한을 안고 사는 힘없는 서민들의 푸념 섞인 비빔밥이 아니길 바란다. 언제나 기쁨과 행복, 그리고 자존감이 꽃피는 비빔밥이었으면 좋겠다. 그런 비빔밥이 우주 어딘가에 꼭 있을 거라 믿는다.

“드디어 생겼다”... 동네 유일의 ‘반가운’ 서점

지난해 10월 하남시 감일동 주민들이 즐겨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감일에 서점이 생겼다’는 소식을 전하는 글이 올라왔다. 동네 주민들은 “드디어”라는 반응과 함께 “없어지지 않게 자주 찾아가야겠다”며 반가움을 드러내는 댓글을 연신 달았다. 동네 유일의 ‘반가운’ 서점 2024년 10월 28일 감일동 유일의 책방 ‘반가워동네서점’이 문을 열었다. 책방은 물론이고 도서관도 없는 감일동에 ‘반가워동네서점’이 문을 연 것은 동네 사람들에게 그야말로 ‘반가운’ 일이었다. 이 서점의 주인 유지혜씨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40대 엄마다. 육아로 인해 10년여 ‘경력단절’을 마주한 뒤 좋아하는 일을 해보고자 자신이 살고 있는 감일동에 책방을 열었다. “하남 감일지구가 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실 좀 어수선하기도 한데요. 예전에 김영하 작가님이 ‘작은 서점은 동네의 등대같다’며 ‘작은 서점이 있는 골목은 안전하고 푸근해 보인다’고 말씀하신 것을 봤습니다. 너무 공감이 되는 말이었고 우리 아이들이 살고 있는 동네에 그런 서점이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이곳에 터를 잡았습니다.” 동네의 유일한 서점이 된 ‘반가워동네서점’은 개장 초기부터 동네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유씨는 서점이 상호명처럼 동네 사람들에게 반갑고 다정한 공간이 됐으면 한다. “나를 돌볼 새 없는 사람들에게 책 그 이상의 것을 내어 주는 공간이 됐으면 합니다. 오며 가며 다정한 마음을 나누고 인사하고 지나칠 수 있는 동네 책방이 되고 싶어요.” 읽던 책 ‘킵’해 두고 가세요 유씨는 서점 방문객들에게 책을 구매해야 한다는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여러 방안을 마련해 두고 있다. 카페는 아니지만 간단한 음료를 판매해 판매책 외에 읽을 수 있는 책을 구비해 두고 있으며 무엇보다 구매해 읽던 책을 ‘킵’해 놓을 수도 있다. “서점에 자주 오고 싶은데 올 때마다 책을 사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분들이 일전에 산 책을 읽다가 두고 가시고, 다음에 와서 또 읽다가 갈 수 있도록 서비스를 마련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하고 좋아하십니다.” 반가워동네서점은 소설, 에세이, 시, 그림책 등 다양한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문학도서를 소개하고 있다. “책과 친해지고 문턱 낮은 동네책방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재미있고 가독성이 좋은 책, 함께 나누고 싶은 책을 고르고 있습니다. 대형서점에서는 만나기 힘든 독립출판물을 선별해 들이는 것도 동네서점을 운영하는 즐거움입니다.” 유씨는 동네에서 운영하는 서점의 특징, 초등학생 엄마를 둔 장점을 살려 함께 소리 내어 읽고 책을 완독하는 성취감을 줄 수 있는 ‘초등윤독동아리’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함께 완성하는 컬러링북, 필사 공간을 확장시켜 그림책테라피나 자유독서모임 등도 소규모로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 “요즘 MZ세대를 타깃으로 개성이 강한 독립서점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요. 그에 비해 저희 서점은 동네서점다운 푸근하고 편안함이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이 힘들 때 책이 위로를 건넸던 저의 경험처럼 ‘반가워동네서점’에 오시는 분들도 책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알아 가고 책이 주는 기쁨을 느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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