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영검 ‘거친 액션’ 한국무협 다시쓴다! ‘무영검’을 우리 무협 영화 수준에 대한 약간의 하대, 중국 무협 영화에 대한 막연한 동경 등의 편견 없이 대하자. 영화는 ‘비천무’ 이후 4년동안 칼을 벼린 김영준 감독과 무협 영화를 한국 영화의 한 장르로 키워 보겠다는 꿈을 가진 태원엔터테인먼트 정태원 대표가 ‘계급장 떼고 한번 붙어 보자’란 간절한 바람 속에 만들어졌다. 배우들은 휙휙 날아 다닌다. 쉴새 없이 칼과 창이 부딪힌다. 숨가쁘게 표창이 던져지고 물과 뭍에서 화려한 액션이 선보인다. 중국의 광활한 대지는 그 자체로 926년 발해의 땅을 묘사하기에 충분하다. 그림은 결코 할리우드 수준에 뒤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액션의 과장은 무협이란 장르의 특성으로 포용된다. 거란족의 침략에 맞서 끝까지 항쟁했던 발해의 역사와 전설은 극적인 드라마를 부여한다. 영화는 발해의 여자 무사 ‘홍라녀’가 홀로 거란에 들어가 왕자를 구출했다는 전설과 926년 발해의 마지막 태자가 거란에 맞서 항쟁을 이끌었다는 역사적 기록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거란에 의해 발해의 왕자는 모두 암살되고 마지막 남은 왕자 대정현(이서진 분)을 지키기 위한 여정이 시작된다. 대정현은 왕실의 권력 암투에 따라 유배돼 살아 남는 게 삶의 유일한 목적이 된 채 장물아비로 살아간다. 그를 지켜 발해의 구심점이 되게 하려는 여전사 연소하(윤소이 분)가 찾아 온다. 대정현은 발해의 왕이 되길 거부하며 도망치기 일쑤. 그를 쫓는 척살단 세력은 군화평(신현준 분)과 심복이자 연소하에게 번번이 최고의 자리를 빼앗긴 여자 고수 매영옥(이기용 분)이 이끈다. 군화평은 발해 장군이었으나 대역죄로 인해 가문이 몰살된 후 발해에 대해 무한한 적개심을 갖고 있다. 쫓기는 대정현과 연소하, 쫓는 군화평과 매영옥 등의 대장정이 전개된다. 대정현은 차츰 마지막 왕자 책무를 깨닫고 말없이 그를 지키는 연소하에게도 애틋한 마음이 생긴다. 군화평이 발해 왕자 대수현을 살해하고 빼앗은 검과 연소하가 들고 있는 검은 발해의 왕족에게 전해지는 ‘무영검’. 연소하가 무영검을 갖고 있는 사연이 드러나며 대정현은 드디어 진정한 발해의 왕이 된다. 군화평은 무영검을 오로지 베고 싶은 사람을 베기 위해 들지만, 대정현과 연소하는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검을 든다. 이게 선과 악의 차이인 셈이다. 비록 와이어 액션과 컴퓨터 그래픽 등이 동원되긴 했지만 네 배우들은 출중한 무술기량을 자랑한다. 특히 윤소이는 정확하게 맺고 끊는 동작을 선보여 최고의 여전사로서 손색없다. 데뷔작 ‘아라한-장풍대작전’에서도 무술 고수로 등장했던 윤소이의 성장은 눈여겨볼 만하다. 차분하고 순수한 눈망울은 여느 여배우에게서 쉽게 얻을 수 없다. 기대는 또 다른 바람을 낳게 한다. 그 얼굴에 다채로운 표정이 덧칠해지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이름을 알린 후 스크린 첫 도전인 이서진은 스스로 말했듯 가장 변화가 많은 캐릭터를 맡아 시작과 끝의 다른 모습을 보이려 애썼다. 그럼에도 세 배우의 정적인 대사 톤과 겉도는 발성은 어색하다. 정적인 대사 톤이 옳고, 겉도는 발성이 틀리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좀 더 가다듬을 여지가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든다. 한편 이 영화는 ‘반지의 제왕’으로 유명한 미국 뉴라인시네마가 기획단계부터 투자했고 내년 북미를 비롯, 전세계 60여개국 배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시선을 끈다. 18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 광식이 동생 광태 “연애할때 男子 마음은요…” 사진관과 비디오 가게를 나란히 운영하는 형제 광식(김주혁 분)과 광태(봉태규 분)는 180도 다른 성격과 연애관을 갖고 있다. 광식은 한 여자를 7년간이나 짝사랑하면서도 고백 한번 못해본 소심한 남자인데 반해, 광태는 한 여자와 절대 12번 이상 만나지 않는 바람둥이의 전형이다. 대부분의 로맨틱 코미디가 여성의 심리에 무게 중심을 둔 것과 달리 ‘광식이 동생 광태’는 남성의 심리를 파고든 점에서 눈길을 끈다. 영화에는 광식과 광태 이외에도 둘과 또 다른 캐릭터인 일웅(정경호)이 등장한다. 광식과 광태를 섞어 놓은듯한 인물. ‘YMCA 야구단’으로 감독에 데뷔하기 전, ‘사랑하기 좋은 날’과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등 두편의 로맨틱 코미디를 쓴 김현석 감독이 이번에는 직접 감독까지 맡아 또 한편의 로맨틱 코미디를 선보였다. 전작들과의 재미있는 차이는 늘 야구를 크고 작은 소재로 도입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야구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 자신의 경험에 빗대 남자들의 심리를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었던 듯하다. 실제로 김 감독은 “시나리오를 7번 정도 고쳐 썼는데 초반에는 이요원씨 같은 캐릭터 여자를 만났고 후반에는 김아중씨 배역 닮은 여자와 데이트를 했다. 그래서 상반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다”고 말했다. 주인공 남자들의 각기 다른 캐릭터인 만큼 상대역인 여성들(이요원 김아중) 캐릭터도 현실에 발을 딛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실제 경험들이 바탕이 된 덕인지 영화는 다소 허황된 판타지를 안겨 주는 로맨틱 코미디 정석에서 약간 비켜 서 있다. 사랑에 대한 핑크빛 환상이나 가슴 설레는 연애담을 풀어 내는 대신 서랍 속 일기장을 공개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딱히 특별할 건 없지만 현재를 살고 있는 청춘 남녀가 흔히 경험해 봤음 직한 평범한 연애가 조용히 흘러 가는 시냇물처럼 요란하지 않게 전개된다. 영화는 다르면서도 같은 두형제가 사랑에 데면서 한뼘 성장하는 모습을 애정 어리게 지켜보고 있다. 사랑이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고 연애 예찬론을 펴는 대신 말이다. 감독은 평범한 남자들의 속내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웃지 못할 코미디들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제3자 입장에선 그들의 소동이 우스꽝스럽기 그지 없지만 당사자 입장에선 이처럼 가슴 아픈 상황도 없다. 임자를 만나 무장 해제당한 바람둥이의 초라한 모습이나 7년을 묵혔음에도 또 다시 허무하게 사랑을 놓치고 마는 소심남 모습은 잔잔한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이 와중에 감독이 묘사한 일웅의 캐릭터가 반짝인다. 결국 사랑은 쟁취하는 것이란 얘기다. 쟁취하면 그것 역시 종국에는 인연이란 이름으로 묶여진다. 이 역시 감독의 경험일까. 한가지 보너스. TV에서 활동중인 신예 김아중이 산뜻한 매력으로 남자 중심 영화에 활기를 불어 넣는다. 2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img5,l,000}■천국의 아이들2 - 시험보는날 전교 1등 하야트가 명문 중학교 입학 시험을 보러가는 날 아침 갑자기 아버지가 혼수상태에 빠진다. 어머니는 초등학교 2학년짜리 남동생과 갓난아기 여동생을 맡기고 병원으로 향한다. 하야트는 발을 동동 구르지만 도대체 아기를 맡길 곳이 마땅찮다.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극장 개봉한다.
● 용서받지 못한 자 軍시절, 그 끝나지 않은 추억의 잔재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의 키워드는 한마디로 지독한 성장통이다. 그들의 모습이 안쓰럽고 여전한 현실이 섬뜩하다. 그렇다고 피해갈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맞부딪쳐야 할 군대문제. 간 사람도,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가지 않은 남자도, 심지어 애인으로, 누나이자 동생, 어머니 등으로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느닷없는 이별을 해야 하는 여자들조차도 군대는 피해갈 수 없는 고민을 던져 주는 화두다. 군대 내 폭력성을 다룬 김기덕 감독의 ‘해안선’이 극단적인 감정을 끌어올려 간혹 남의 나라 이야기려니 생각할 수 있었다면, 26살 젊은 감독이 들여다 본 군대는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폭넓은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미덕이 있다. 비록 그 미덕이 우리의 가슴을 헤집어 놓지만 말이다. 10회 부산영화제 최대 화제작. 중앙대 연극영화과 졸업작품에 불과했던 이 영화는 평단과 관객의 시선을 순식간에 휘어 잡는 문제작이 됐다. 윤종빈 감독이 고백하듯 풀어 놓는 또래들의 성장통은 마치 한편의 흥미진진한 다큐멘터리 같다. 제대한 지 1년 지난 태정에게 군복무중인 친구 승영이 찾아 온다. 굳이 만나려 하는 승영의 태도가 못마땅해 여자친구까지 불러 내 자리를 회피하려 하지만 승영은 계속 그날 밤 태정을 쫓아 다닌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일까. 제대를 얼마 남기지 않은 최고참 병장 태정의 내무반 신병으로 중학교 동창 승영이 들어 온다. 27살 명문대생인 승영은 군대의 부조리가 마뜩찮다. 말대꾸하고 고참들의 짓궂은 장난을 그냥 보지 못하니 고문관이 따로 없다. 친구인 태정이 은근히 감싸주지만 역부족. 그런 상황에서 승영은 자신과 거의 비슷한 후임 지훈을 받는다. 지훈을 감싸고 돌지만, 승영 역시 시간이 지나며 지훈이 답답해진다. 애써 승영은 지훈을 보호하긴 하지만 어느덧 자신이 그토록 싫어하는 고참들의 모습을 닮아간다. 영화는 시종 군대란 전쟁터 같은 세상의 한 단면임을 놓치지 않는다. 무언의 폭력과 부조리한 질서가 있지만 거기에도 사람 사는 정이 있고 각자의 개성이 있으며, 대중이란 이름으로 허용하지 않는 부적응자가 있다. 객석은 폭력을 비난하지만, 때론 그 폭력을 용인하는 심정을 갖게 된다. 그렇다고 그 감정을 누가 비난할 수 있겠는가. 긴 홍역을 앓고 난듯 그 지독했던 군생활도 세월이 지나면 그저 침이 튈만큼 열정적으로 반추할 수 있는 추억이 되며, 정글에서 살아가기 위해선 정글의 법칙을 따라아 하는 것을. 윤종빈 감독이란 샛별은 물론 이 영화는 우리에게 눈에 반짝 띄는 신예 배우 하정우와 서장원을 소개했다. 특히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에서 전도연의 보디가드 겸 운전기사로 등장하는 하정우는 드라마에서 보이는 다소 딱딱한 몸놀림과 달리 마치 자연스러운 일상을 표현할 줄 아는 관록 있는 배우처럼 카메라 앞에 서는 놀라움을 보여줬다. 카메라에 좀 더 익숙해지면 썩 괜찮은 배우로 자랄 것이란 기대감이 생긴다. 두 사람은 각각 김용건과 서인석의 아들이란 꼬리표가 없어도 앞길이 창창할 것 같다. 윤 감독도 지훈으로 출연해 연기까지 겸했다. 18일부터 CGV인디상영관과 동숭아트센터 등 전국 20개 스크린에서만 만날 수 있다. 15세 이상 관람가. ● 나의 결혼원정기 농촌총각 ‘색시 찾아 삼만리’ “시작은 미미했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순박한 38살 농촌 총각 한만택(정재영 분)이 자신의 결혼 성공기를 온 국민에게 자랑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은 가슴이 순간 뜨끔해지고 순수한 사랑에 흐뭇해진다. 제10회 부산영화제 폐막작으로 선택된 영화답게 작품의 수준은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 여기에다 보면 후회하지 않을만큼 재미와 감동이 따라온다. 무엇보다 정재영과 유준상 등 두 배우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관록과 호흡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된다. 종종 새벽에 일어나 몰래 팬티를 빨아야 하는 한만택은 환갑이 넘은 홀어머니에게 여전히 할아버지의 밥상을 차리게 하는 노총각이다. 여자를 적극적으로 만나긴 커녕 사춘기 시절 쓰라린 기억 때문에 여자와 눈도 맞추지 못하는 순진한 남자다. 만택의 친구 박희철(유준상 분)은 시골 예천의 택시기사. 바람둥이라고 자처하지만 좋아했던 여자가 대구로 시집간 후 결혼한 옛 여자나 어쩌다 만나 껄떡거리는 실속없는 노총각이다. 애꿎은 개에게나 화풀이하고 술에 취해 마을회관 마이크에 대고 노래를 부르는 손자를 안쓰럽게 생각한 할아버지의 결단으로 두 남자는 결혼의 희망이 엿보이는 우즈베키스탄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쭉쭉빵빵한 여자를 원 없이 만난 희철은 정신 못차릴 정도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지만, 만택은 거기나 여기나 여자를 대하는 태도는 똑같다. 오히려 고려인이란 통역관 라라(수애)에게 은근히 마음이 간다. 라라에겐 만택의 결혼을 꼭 성사시켜야만 하는 절실한 이유가 있다. 그래서 결혼중개업소 사장이 만택에게 결혼을 빙자해 한국으로 넘어가려는 여자를 소개하라고 해도 양심을 접어둔 채 나서게 된다. 영화는 라라가 만택의 진실한 마음을 느끼면서도 왜 무리수를 두는지 은근히 내비치고 만택과 라라가 점점 더 진심으로 접근하는 과정을 보여 주면서 관객들의 공감을 얻는다. 지난 2002년 1월 소개된 KBS ‘인간극장-노총각, 우즈벡에 가다’를 보고 황병국 감독이 기획한 이 영화는 단순히 결혼하기 힘든 농촌 노총각문제만 짚지 않는다. 화면에 잠깐씩 등장하는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의 한국행은 이주 노동자문제도 건드리고 라라를 통해 탈북자들의 현실도 소개한다. 무거울 수 있는 이 소재들은 배우들의 호연으로 잘 버무러져 있다. 정재영과 유준상은 누가 봐도 예천 사는 노총각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순박함과 진실함으로 무장한 정재영의 연기는 물론 능글맞으면서도 영화의 정점을 함께 책임지는 유준상의 연기가 돋보인다. 수애는 강약이 잘 배인 다양한 표정으로 관객들을 흡입한다. 함께 웃고 간혹 눈물을 찔끔거리다 극장 문을 나서면 짧은 순간이나마 반성문을 쓰게 만든다. ‘집으로…’와 ‘가족’을 만든 제작사 튜브픽쳐스의 지향점이 잘 드러난다. 김성수 감독의 조감독 출신인 황병국 감독은 첫 데뷔작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자칫 판에 박힌듯 교육적으로만 흘러 갈 수 있는 소재를 현실적인 코믹 코드를 섞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상업영화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참, 영화를 보면 “다 자빠뜨려!”란 말의 느낌이 달라질 것이다. 13일 개봉. 12세 관람가.
"전지현 목소리가 바로 저예요." 여성 3인조 힙합그룹 미쓰리(美Three) 멤버 신미연(24)이 드라마에서 여성 로커로 등장한 전지현의 실제 목소리 주인공으로 밝혀져 화제다. 1999년 이병헌, 전지현, 차태현 주연의 SBS TV 드라마 '해피투게더'에서 전지현은 '너에게로'라는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연기했고 실제 노래는 신민연이 불렀다. 신미연은 "몇몇 사람들이 아직도 '너에게로'를 기억하고 있지만 내가 불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면서 "당시 꽤 인기를 끌었는데 지금도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곡명과 함께 내 이름이 뜬다"고 말했다. 1집 타이틀곡 'Cash'로 활동중인 미쓰리 멤버 중 리드 보컬 역할을 하는 신미연은 서울예술대학 재학 시절부터 가창력을 인정받아 유니, 길건 등 여러 가수의 음반작업에 참여했다. 또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 뮤지컬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에서 주연배우로도 활약했다. /연합뉴스
"언젠가는 연인으로 같이 출연하고 싶어요." '에릭의 연인'으로 알려진 박시연이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앞두고 에릭에 대한 애정과 연기에 대한 열정을 밝혔다. 12월 방송 예정인 SBS 수목드라마 '마이걸'(극본 홍정은ㆍ홍미란, 연출 전기상)을 통해 국내 드라마에 데뷔하는 박시연은 "드라마로 인사드리게 돼 떨리고 설렌다"면서 "오빠(에릭)도 기뻐하고 잘 하라고 응원해줘서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에릭 또한 내년 1월 방송될 MBC 드라마 '늑대'에 출연할 예정이어서 올 겨울에는 이들 커플이 브라운관을 누비게 됐다. 이번에는 엇갈려 출연하지만 두 사람의 동반 출연을 기대하는 팬들도 많다. 이에 대해 박시연은 "연인이라는 이유로 당장 같이 출연하고 싶지는 않다"면서 "하지만 연기를 더 많이 배운 뒤에는 좋은 작품에서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스스로 연기자로 인정 받은 뒤 당당히 에릭의 상대역으로 출연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 이어 그는 "같이 출연한다면 연인 역이거나 서로 티격태격하는 상대 역이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드라마 속에서라도 서로 다른 연인이 있는 설정은 아니길 바란다는 '애정 표현'이다. 한편 박시연은 에릭과 1년 전부터 교제해왔으며 지난 5월 에릭이 홈페이지를 통해 "제가 너무 사랑하는 여자인 건 틀림없다"라며 연인임을 공개했다. 박시연은 "당시 홈페이지를 보고 정말 감동했다"면서 "아버지가 처음에는 에릭이라는 이름을 듣고 외국인인 줄 알고 깜짝 놀라셨는데 '불새', '신입사원' 등을 보고 이제는 좋아하신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서로에 대한 애정을 굳이 숨길 생각도 없고 '에릭의 연인'으로 불리는 것도 이해한다"면서 "다만 드라마에서는 에릭의 연인이 아닌 신인 연기자 박시연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마포종점' 등 히트곡을 낳았던 은방울자매의 박애경(본명 박세말) 씨가 위암으로 투병중 사망했다. 1월 병원에서 위암 말기 판정을 받은 박 씨는 10개월간의 투병 끝에 4일 밤 11시17분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박 씨는 또 다른 멤버 김향미 씨와 1950년대 은방울자매를 결성해 '마포종점', '삼천포 아가씨', '쌍고동 우는 항구'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내며 여성그룹 시대를 열었다. 유족으로는 남편 권혁두 씨와 2남(권준현, 권준범)이 있다. 빈소는 서울 반포동 강남성모병원 장례식장 21호. 발인은 7일 오전 8시. 장지는 경기도 안성시 우성공원묘원. ☎02-590-2538 /연합뉴스
일본 공영방송 NHK가 직원들의 잇단 비리로 야기된 시청료 납부거부 사태로 한동안 홍역을 앓더니 이번에는 한 직원이 방화사건 용의자로 붙잡히는 사건에 휘말렸다. 일본 경찰은 5일 오사카(大阪)부 기시와다(岸和田)시의 주택 신축현장에서 불을 지르려 한 혐의로 NHK 오쓰(大津)방송국 기자인 가사마쓰 히로후미(笠松裕史.24.휴직중)를 붙잡아 조사중이다. 조사에서 가사마쓰 용의자는 "여러가지 괴로운 일이 있어 범행을 했다"고 혐의사실을 인정한것으로 알려졌다. 가사마쓰 용의자는 지난 6월5일 오전 1시께 기시와다의 집 근처에서 신축중인 목조 2층 건물 주택의 현관에 있는 종이 상자에 라이터로 불을 붙이려다 잠복중인 경찰에 붙잡혔다. 또 그는 지난 4-5월 오쓰 시내에서 발생한 11건의 연쇄방화도 자신이 저질렀다고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련의 방화는 가사마쓰 용의자가 사는 아파트 근처 250m 이내에서 주로 주말에 발생했다. 불에 탄 총 면적은 120㎡ 가량. 가사마쓰 용의자는 지난해 4월 NHK에 입사한 이래 경찰서 취재를 담당했으며 지난 4월께부터는 몸이 아프다며 일주일에 이틀 정도만 출근했다. 현재는 휴가를 얻어 쉬고 있다. NHK는 5일 저녁 7시 뉴스에서 이번 사건을 보도하고, "보도에 종사하는 사람이 이런 범죄로 붙잡힌 것은 극히 유감이며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하시모토 겐이치(橋本元一) 회장의 사과문을 덧붙였다. /연합뉴스
"사람들과 어울리면서부터 외로움이 뭔지 알게됐습니다." 영화 '미스터 소크라테스'의 개봉(10일)을 앞두고 있는 배우 김래원이 자신의 경험에 빗대 영화 속 캐릭터를 설명했다. '미스터 소크라테스'에서 김래원이 맡은 역은 대책 없는 패륜아 구동혁. 그런 구동혁은 조직의 필요에 의해 후반부에 경찰로 키워지는데 그 과정에서 구동혁은 조직의 의도와 달리 상당부문 교화된다. 그런데 믿기 힘들 만큼 빠른 속도라 관객에 따라서는 이 부분을 받아들이기 힘들 수도 있다. 김래원은 이에 대해 "강요에 의한 것이긴 하지만 고등학교 교과서를 자기 내면에 다 집어넣은 후 구동혁은 인생관이 변한다. 구동혁이 처음에 그렇게 엇나갔던 것은 배울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공부할 계기만 있었으면 그렇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동혁의 변화를 충분히 이해한다는 김래원은 자신의 경험을 들려줬다. "집을 떠나와 서울에서 혼자 산 지 10년이 넘었어요. 말 없고 내성적인 성격이라 사람들을 많이 사귀지 못했습니다. 가까운 친구들과 술을 마셔도 결국 늘 저 혼자 남았지요. 하지만 외로움을 몰랐습니다. 그러다 사람들과 어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행복을 알게 되면서 그 다음부터는 외로움이 뭔지 알게 됐습니다. 아주 절실히 말입니다."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면 깨닫고 느끼는 폭이 넓어지기 마련. 그가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비로소 외로움을 알게 된 것처럼 구동혁 역시 교육을 받은 후 변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김래원은 "물론 구동혁은 경찰이 됐어도 원래의 기질을 버리지 못하지만 적어도 뭐가 옳고 그른지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게 된다"면서 "그 점을 관객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대한민국 남자로서 건강하게 군 복무 마치겠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대한민국의 건강한 남자로서 나라의 부름에 군입대하는게 자랑스럽다." 21일 현역으로 군입대하는 가수 문희준(27)이 입대전 마지막으로 공식 석상에서 그간의 심경을 고백했다. 그는 6일 오후 6시 서울 등촌동 88체육관에서 열린 마지막 콘서트 '2Days For 2Years'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잘 해낼까 불안한 마음도 크지만 2년간 건강하게 군 복무를 마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병역 의무를 피하려는 핑계라는 일부 시선에 아파도 아프다는 말을 하기 힘들었다"는 문희준은 "KBS 2TV 건강프로그램 '비타민' 출연으로 간이 안좋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군대 안에서 아프면 군 병원이 있기에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군입대전 목표가 여자 친구를 만드는 일이었는데 실패했다"며 "그러나 무엇보다 팬들을 못 보는게 서럽다"고 덧붙였다. 또 "남은 2주 동안 그간 못해본 명동, 로데오거리 등 많은 인파 속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생활하고 싶다"는 작은 소망도 내비쳤다. 문희준은 이날 마지막 콘서트에 대한 애틋한 마음도 표시했다. 그는 "입대전 마지막 공연이어서 마음이 아프다. 오늘 눈물을 참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며 아쉬워했다. 이날 무대에는 그룹 H.O.T 시절 함께 했던 장우혁, 토니안, 이재원이 참석해 문희준을 격려했다. /연합뉴스
■러브 토크 상처를 품은 세 남녀… 낯선 도시에서 만나다 한국영화 판로의 새로운 대안이 첫 선을 보였다. LJ필름과 CJ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추진중인 월드마켓 프로젝트의 첫번째 작품인 ‘러브 토크’는 세계 예술영화시장을 겨냥한 장편 영화다. 99%를 미국 LA에서 촬영했고 배종옥과 박진희란 유명 배우들이 출연했으나 순제작비는 15억원. LA가 아닌 국내에서 촬영했으면 8억~10억원이 투입된 저예산이다. 월드 프로젝트인만큼 영화는 국적의 경계를 넘어 서는 보편적인 이야기, 즉 사랑을 그린다. 배경이 LA인 이유는 낯선 도시, 타향의 이미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LA는 한국인이 나가서 살법한 공간이자 다인종이 모여 사는 곳으로, 이국적이면서도 비교적 친숙한 장소다. LA 다운타운에서 마사지 숍을 경영하며 혼자 살고 있는 써니(배종옥 분)의 집 2층에 상처를 안은 남자 지석(박희순)이 세들어 온다. 마사집숍 청원경찰 랜디와 공허한 만남을 이어가는 써니는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러브 토크’를 듣다 진행자에게 불쑥 전화를 걸어 사랑에 대한 상담을 시도한다. 진행자는 ‘헬렌 정’이란 가명을 쓰는 영신(박진희). 영신은 같은 학교 유부남 선배와 껍데기뿐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라디오 프로그램에선 마치 연애의 고수인양 청취자들과 애정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지석은 비디오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클럽 댄서인 앨리스와 무의미한 만남을 이어간다. 119분이란 긴 상영시간동안 화면을 채우는 키워드는 공허함과 용기 없음이다. 그것이 삶의 무게 때문이든, 사랑에 대한 상처 때문이든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속내를 드러 내지 못하고 핵심의 주변을 뱅뱅 돈다. 대사의 호흡과 공백이 길고 화면이 시속 30㎞란 제한속도에 걸려 있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시속 80㎞에 익숙한 관객들에겐 대단한 인내심이 요구되는 속도다. 긴 호흡을 감수한다 해도 참을 수 없는 권태와 허무가 발목을 잡는다. 무의미한성 생활을 이어가면서 마음은 딴 사람에게 열고 싶어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에 바윗덩어리를 얹어 놓는다. 비슷한 스타일의 ‘여자, 정혜’로 극단적인 반응을 끌어 냈던 이윤기 감독이 사실은 ‘여자, 정혜’보다 훨씬 일찍 써놓은 작품이다.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 보든 관람에 지장은 없을듯 하다. 그러나 버거운 건 사실이다. 너무 멋을 부렸다. 11일 개봉. 18세 관람가. ■소년, 천국에 가다 나이는 숫자일뿐? 하루를 1년처럼 살아야 하는 소년이 있다. 출발선에서 13살이니 앞으로 살 수 있는 날이 얼마 없다. 그런데 이는 소년의 선택이다. 사랑하는 여자의 아들을 살리기 위한 눈물겨운 선택. 소년이 사랑하는 여자는 30대 미혼모다. ‘소년, 천국에 가다’는 팀 버튼의 ‘빅 피쉬’와 닮은 지점이 있다. ‘빅 피쉬’가 아버지의 허풍을 동화처럼 그렸다면, 이 영화는 소년의 맹랑한 희망을 아기자기하고 예쁜 그림책으로 펼쳐 놓았다. 곳곳에 피노키오 할아버지의 장난감 가게 같은 풍경들이 펼쳐지고 애니메이션을 도입한 것 역시 영화의 지향점이 동화임을 알리고 있다. 물론 어른을 위한 동화다. 주인공 ‘네모’는 시계방을 경영하는 미혼모의 아들. 능청맞고 엉뚱한 네모의 꿈은 미혼모와 결혼하는 것. 이 맹랑한 꿈이 가시화된다.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자살 후 시계방 자리에 들어선 만화방 주인이 바로 미혼모인 것. 네모의 마음을 한 눈에 사로 잡은 주인은 너무 가난해 이름이 ‘부자’다. 부자는 낮에는 만화방을 경영하고 밤에는 카바레 가수로 활동한다. 시계방과 만화방은 둘 다 영화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키워드다. 네모와 부자 사이에 수북이 쌓인 시간의 차이는 현실에서 둘이 맺어지는 것을 방해한다. 이에 네모는 자신의 생명을 과감히 단축하면서까지 부자와 사랑하길 원한다. 또 네모가 잠시 경험하는 ‘저승’의 관리인들은 사람들의 시간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윤태용 감독은 ‘똑각똑각’거리는 시계 소리를 적절히 사용하며 영화 속 시간의 개념을 음미하게 한다. 비록 네모가 겉으로는 하루씩 성장하더라도 그의 내면은 여전히 만화에 열광하는 13살이다. 또 만화는 수많은 제약이 있는 현실을 잠시 잊을 수 있는 도피처를 제공한다. 만화방 안에만 있으면 네모와 부자사이를 가로 막는 건 없다. 그러나 만화는 어디까지 만화. 잠시 위안은 되지만 인생을 책임지거나 지속적인 해결책이 될 순 없다. 이처럼 흥미로운 장치를 갖춘 영화는 그러나 후반부에서 힘이 달린다. 배우들의 고른 호연에도 13세 소년이 93세로 죽을 것이란 결말이 정해진 후부터는 무심히 흐르는 시간처럼 영화 역시 그저 흘러갈 뿐이다. 이렇다 할 사건이 없고 인물들 사이를 관통하는 감정 역시 심금을 울리기에는 힘에 부친다.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네모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아역배우 김관우(14)다. ‘생짜’ 신인인 김관우는 오로지 박해일과 닮았다는 이유로 오디션을 통과했지만, 네모 캐릭터에 찰싹 달라 붙어 대단히 천연덕스럽고 맛깔스러운 연기를 펼쳤다. 11일 개봉. 12세 관람가.◇‘소년, 천국에 가다’ 박해일 인터뷰 “보시는 분들 집중하시기 편하라고요” 박해일(28)은 정작 본 영화 촬영중에는 쓰지 않았던 장발 가발을 쓰고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자신의 출연작에는 홍보활동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 길었던 머리는 차기작 ‘괴물’(봉준호 감독) 속 캐릭터를 위해 짧게 잘랐지만 최근 개봉을 앞두고는 특별히 가발 2개를 제작해 번갈아 쓰고 다니고 있다. 줄거리가 톰 행크스가 출연했던 ‘빅’(Big:1988년)을 연상시킨다는 말에 “기본 설정은 비슷하나 줄거리가 풍성하다”며 “촬영 전 ‘빅’을 다시 보고 톰 행크스 연기에서 힌트를 얻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처음 대중에 얼굴을 알린 ‘질투는 나의 힘’을 포함해 모두 7편의 영화에 출연한 그는 유난히 많은 연상의 여배우와 호흡을 맞춰왔다. “(키스신 연기를) 너무 많이 연기하다 보니 나중에는 이력이 붙더라구요. 염정아의 배려 덕분에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습니다” 그에게 꼭 해보고 싶은 연기를 묻자 재미있는 대답이 돌아왔다. “‘전원일기’같은 드라마를 한편 해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어요. 이불 속에 누워 TV를 보는 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더 군요. 20년을 넘게 방송되며 사람들에게 깊이 스며 있는 드라마잖아요. 편안하게 사람들이 지켜볼 수 있는 그런 연기자가 됐으면 좋겠어요”
■김래원, 꼴통형사 변신 “건든놈 나와!” ‘미스터 소크라테스’ 이 친구 참 인간 말종이다. 지하철 안에서 담배 피우기는 기본, 노약자석에 누워 있다 호통치는 할아버지를 무시하기는 예사며 교도소의 아버지에게 면회를 가서는 용돈이나 좀 달란다. 장유유서(長幼有序)에 부자유친(父子有親)도 없으니 붕우유신(朋友有信)이라고 있을 리 없다. 실수로 죄를 저지른 친구를 경찰에 신고해 버리는데도 죄책감이란 도무지 찾아 보기 힘들다. 신작 ‘미스터 소크라테스’의 첫번째 미덕은 주인공인 ‘꼴통’ 형사 구동혁(김래원)의 캐릭터에 있다. 진지함의 반대말이고 안티 모범생 캐릭터의 전형이며 예전에는 김동인의 소설 ‘붉은 산’의 인물 ‘삵’에서 최근 ‘공공의 적’의 강철중 같은 인물들과 선이 닿는 그의 매력은 막돼 먹게 행동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옳은 일을 하는 바람직함에 있다. 영화의 기본적인 설정은 폭력 조직의 막내인 이 악질이 조직의 필요에 의해 경찰로 거듭 난다는 구성. 일단 마음을 잡은 그가 조직의 음모에 동조할 리는 없고 말단 형사인 그는 특유의 ‘막 나가는’ 방식으로 조직과 전쟁을 벌인다. 여러가지 아쉬운 점에도 ‘미스터 소크라테스’는 최근 잇따라 선보인 몇몇 코미디 장르 영화중 줄거리의 흡입력에서나 에피소드의 풍부함에서나 가장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듯하다. 형사가 되는 과정에서 겪는 주인공 동혁의 성격 변화나 사육당하는 ‘개’에서 복수하는 ‘사람’이 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심리의 흐름이 부자연스러운 면은 없지 않다. 악하기만 하고 구체적이지 않은 악당의 모습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넘치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으면서도 빠르게 진행되는 전개나 액션이나 코미디 장면에서의 깔끔한 편집, 동혁의 캐릭터를 연기한 김래원의 매력 등이 잘 어울리며 통쾌함과 웃음이란 관객의 쾌감을 효과적으로 건드리고 있다. 여기에 강신일이나 이종혁, 윤태영, 오광록, 박철민 등 탄탄한 연기 혹은 개성 있는 캐릭터를 갖춘 배우들의 모습도 즐길 거리. TV 코미디와 드라마 작가로 활동하던 최진원 감독이 ‘패밀리’ 이후 두번째로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다음달 10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09분. ■가을을 울리는 ‘사랑해, 말순씨’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와 ‘인어공주’ 등을 통해 주변을 관찰하는 섬세한 시선과 따뜻한 마음을 보여준 박흥식 감독은 ‘사랑해 말순씨’로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솜씨를 과시했다. 비록 앞선 두 작품보다 몸집과 화제성에선 한참 떨어지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영화는 기대 이상의 흡족함을 전해준다. 중학교 1학년 소년 광호는 엄마 말순을 부끄러워한다. ‘박정희 대통령 유고’란 신문 제목을 보고 “유고가 뭐냐”고 묻자 “6×5는 30이지”라고 중얼거리고 화장을 지우면 눈썹이 없는 엄마는 광호에게 부끄러울 따름이다. 그런 광호가 연모하는 대상은 바로 옆방에 세든 예쁜 간호사 누나. 사춘기로 접어든 광호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성에 눈을 뜨고 간호사 누나를 대상으로 몽정을 한다. 그러던중 ‘행운의 편지’가 배달된다. 일정량의 답장을 쓰지 않으면 불행이 닥친다는 행운의 편지. 광호는 자신을 괴롭히는 바보 소년 재명이와 엄마를 포함해 주변 사람들에게 답장을 쓴다. 평범한 내용이나 영화는 박정희 대통령 서거부터 전두환 대통령 취임까지 한국사의 최대 격동기를 배경으로 삼아 평범함을 비범함으로 승화시킨다. 별다른 사건 없이도 처음 1시간이 흘러 갈 수 있는 건 바로 그 시대를 섬세하게 그렸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구구절절 설명하거나 힘을 주지도 않았다. 보여줄 것과, 말할 건 다 보야 주거나 말하면서도 시치미 뚝 떼고 관조하듯 한발 뒤로 물러 났다. ‘포레스트 검프’처럼 무심한 대사와 에피소드 속에 계엄, 광주사태, 사우디 건설붐, 가난, 폭압적 교육 등 시대를 관통하는 무시무시한 키워드를 녹여 냈다. 대단한 생략법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기법은 장면 장면의 여운을 길게 하는 효과를 낸다. 특히 아버지의 부재는 해석의 여지를 열어 놓았다. 여기에 휴머니즘도 진하게 깔려 있다. 정신지체 장애인과 가난한 반항아에 대한 편견, 엄마에 대한 애증의 교차가 얼토당토 않은 ‘행운의 편지’란 시대적 상징과 어우러져 가슴을 따끔따끔 꼬집는다. 여기에 누구나의 아킬레스건인 엄마에 대한 사무치는 회환과 그리움이 정점을 찍으니 관객은 막판 옴짝달싹할 수밖에 없다. 외관상으로는 한 소년의 특별할 것 없는 통과의례기이지만 영화는 아픈 시대를 그 안에 투영하고 엄마에 대한 사랑을 녹여 내 한편의 수작으로 탄생한다. 다음달 3일 개봉, 12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