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일 대표 가수 우정의 노래 대결

'한일 우정의 해 기념콘서트' 성황리에 개최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한ㆍ일 대중음악계 별들의 잔치였다. 6일 오후 7시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2005 한일 우정의 해 기념콘서트-프렌즈'는 국내를 비롯해 일본ㆍ싱가포르ㆍ홍콩 등지의 팬 5천여 명이 참석해 아시아권 음악 팬들이 친구가 된 자리였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정치적으로 한ㆍ일 관계에 냉기가 흐르는 가운데 열린 이날 공연에서 한ㆍ일 가수와 팬들은 노래로 하나가 됐다. 배우 차태현과 일본인 탤런트 유민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공연에는 보아, 비, 세븐, 휘성, 동방신기, 김종국, 김범수 등 한국 대표와 나카시마 미카, V6, 히라하라 아야카 등 일본 대표 가수들이 합동 무대를 꾸몄다. 이중 한ㆍ일 팬들에게 '공통 분모'가 있는 가수의 관객 호응은 대단했다. 짧은 흰색 팬츠를 입고 등장해 파워풀한 댄스를 선보인 보아는 올해 일본에서 베스트음반으로 첫 여성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가수답게 격렬한 댄스를 추며 매끄러운 라이브를 소화했다. '걸스 온 탑', '모토'에 이어 발라드곡 '메리 크리'를 열창한 그는 '역시 보아'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관객을 집중시키는 힘을 발휘했다. 보아는 "이 무대에 서기 위해 일본에서 오늘 한국으로 왔다"며 "2005년 한ㆍ일 우정의 해를 마무리하는 무대에 참석해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보아에 맞서 '유키노 하나'(눈의 꽃)를 부른 나카시마 미카의 무대도 인상적이었다. 이 곡은 박효신이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주제가로 리메이크해 이미 국내 팬들에게 익숙한 곡으로 팬들은 하나가 돼 노래를 따라불렀다. 평소 일본에서도 맨발로 라이브를 펼치는 나카시마 미카는 이날도 검정색 벨벳 드레스를 입고 맨발로 무대에 올라 흰 종이꽃이 흩날리는 가운데 감성적인 무대를 연출했다. 남자 대표 가수들의 경쟁도 불꽃 튀었다. 데뷔 10주년을 맞은 V6는 이미 오랜 한국 팬을 확보한 그룹답게 우렁찬 객석의 함성을 이끌어냈다. 한국 팬클럽과 일본에서 원정 관람온 팬들은 V6가 무대에서 텀블링을 선보이자 사진을 흔들며 열광했다. V6에 이어 '나쁜 남자'를 부르며 무대 위로 점프한 비는 T자 무대 곳곳을 누비며 관객과 친근함을 표시했다. 단단한 가슴 근육을 드러내고 섹시한 엉덩이 춤을 추며 'I Do' 일본어 버전과 '난', 'It's Raining'을 차례로 선사해 한국 대표 댄스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이날 시선을 집중시킨 대목은 일본에서 활동중인 한국 가수들의 유창한 일본어 실력이 빛을 발했다는 점. '열정', '포에버', '크레이지'로 오프닝 무대를 꾸민 세븐은 능숙한 일본어 실력을 자랑해 객석을 놀라게 했다. 2월 일본 활동을 시작한 그는 "나와 데뷔 연도, 나이가 같다"며 히라하라 아야카를 소개했고 일본어로 대화를 나눴다. 반대로 히라하라 아야카는 한국어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세븐은 일본어를무척 잘한다"면서 "한국 가수 중 신승훈, 엠씨더맥스, 세븐을 좋아하며 불고기, 삼계탕, 번데기가 맛있다"고 말해 객석의 웃음을 유발했다. 보아 역시 V6와의 인터뷰를 통역하며 한국 방문 소감, 좋아하는 뮤지션에 대해 질문했다. V6는 "한국에 자주 왔는데 가수와 스태프 모두 친절하다. 보아와 동방신기를 좋아하고 한국 여성들이 무척 예쁘다. 한국은 최고다"라고 답해 박수 갈채를 받았다. 엔딩 무대를 꾸민 동방신기도 일본어로 자신들을 소개했다. 이밖에도 일본에서 인기를 끈 드라마 '겨울연가', '대장금', '올인', '천국의 계단' 영상이 소개됐으며 김범수가 '천국의 계단' 주제가 '보고 싶다'를 선사했다. '한ㆍ일 우정의 해 2005' 실행위원회가 주최하고 MBC와 NHK가 제작한 이날 무대는 25일 MBC와 NHK를 통해 녹화 방송된다. /연합뉴스

MOVIE/연애.‘음란서생’ 김대우 감독.둠.천년학

MOVIE/● 전미선 주연 ‘연애’ 女子에게 연애는 ‘유혹’ 남편은 늘 등 돌린 채 누워 있다. 얼굴도 보이지 않는다. 한켠에서 여자는 액세서리에 촘촘히 가짜 보석을 박으며 남자와 전화한다. 영화는 무미건조하고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30대 초반의 어진을 통해 ‘연애’의 단맛과 쓴맛을 표현했다. 아들 둘을 둔 유부녀 어진의 일탈은 사랑에 대한 갈구이자 현실 도피의 한 방법이기도 하다. 제작사인 싸이더스FNH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와 ‘연애의 목적’을 잇는 연애시리즈 완결판”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두 영화가 그러했듯 이 영화도 파격적이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풀어 가는 방식은 격정적이었던 두 영화와 달리 담담하게, 독백하듯 흘러 간다. 지난 91년 ‘네 멋대로 해라’와 지난 93년 ‘101번째 프로포즈’ 등을 감독한 이후 부산국제영화제 초대 사무국장으로 임무에 충실했던 오석근 감독이 모처럼 현장으로 돌아 와 제작한 작품. 오 감독은 영화의 배경지로 부산을 선택해 부산에 대한 애정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영화는 배우 전미선을 우리 앞에 과감하게 소개했다. ‘살인의 추억’에서 송강호의 귀를 후벼 주며 무심히 단서를 제공했던 장면은 긴박했던 영화 속에서 한폭의 풍경화처럼 묘사됐다. 차승재 대표가 이 영화에서 전미선의 숨겨진 면모를 발견한 후 그를 위한 ‘연애’ 제작에 착수했다. 남편 사업이 망해 빚에 쪼들리는 어진은 ‘윤정’이란 이름으로 낯선 남자들의 무료함이나 성적 욕망을 달래 주는 전화방 아르바이트와 액세서리를 완성하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아들에게 그토록 원하는 인라인스케이트도 사주지 못할 정도의 가난이 그를 답답하고 무료한 삶으로 내몬다. 그나마 두 아들이라도 있기에 버티는 것. 돈을 받기 위해 전화방 사무실로 간 자리에서 묘한 분위기의 김 여사(김지숙)를 만난다. 김 여사는 “잘 생각해보고 결정하라”며 명함을 건네 준다. 룸살롱에 가지 못하고 노래방에서 아줌마인줄 알면서도 여자를 찾는 남자들을 위한 공급 업소를 운영하고 있다. 망설임 끝에 어진은 결정을 내리고 어색한 화장을 한다. 2차를 나가기로 결정한 날 어진은 외제 자동차 딜러 민수(장현수)를 만난다. 민수는 달랐다. 어진을 부드럽고 따스하게 대했다. 남편이 아닌 남자와 처음 하는 섹스이지만 경계심이 다소 사라진 상태에서 관계했다. 섹스 후 민수는 어진에게 “친구로 지내자”고 제안한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정작 자신의 속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면서. 어진은 그런 민수가 싫지 않다. 처음엔 애써 거부하지만 민수를 차츰 받아들인다. 이처럼 민수에게 잊고 있었던 새로운 감정을 품기 시작했을 때, 아이를 낳지 못하는 집주인 젊은 여자는 “어진의 두 아들중 한 명을 자신이 키우겠다”고 제안한다. 어진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있다면서. 현실에 있지 않을 것 같았던 행복은 잠시. 그가 의지한 김 여사는 교도소에서 출소한 남편과 함께 자살하고 민수는 머뭇거리며 어진에게 가슴이 “쿵”하고 무너져내릴 제안을 한다. 시종 위태롭다. 일탈이며 불안한 회귀다. 어진의 선택에 공감이 가면서도 답답하다. 그래서 지켜 보는 내내 보는 이의 가슴이 답답해진다. 적나라하지 않지만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포착하는데 주력했으나 얼마나 많은 공감대를 유발해낼지는 미지수. 9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 ■인터뷰/‘음란서생’으로 데뷔 김대우 감독 ▲영화 ‘음란서생’의 김대우 감독과 김민정이 지난달 24일 남양주종합촬영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연합뉴스 스·캔·들 속편이라뇨? 오히려 반·칙·왕과 닮아있죠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와 ‘반칙왕’, ‘정사’. 모두 흥행과 작품성이란 두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한 작품들이다. 이들 작품을 쓴 김대우 작가가 이번에는 직접 메가폰까지 잡았다. 영화 ‘음란서생’을 통해서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은밀한 성(性)에 접근한다는 외양을 봐서는 ‘스캔들’과 닮아 있지만 오히려 ‘반칙왕’이나 ‘정사’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내용과 함께 한석규·이범수·오달수·김민정 등 쟁쟁한 캐스팅을 앞세워 한창 촬영중인 ‘음란서생’은 내년 설 개봉 예정이다. 충무로 기대작을 촬영중인 화제의 신인 김대우 감독을 남양주 종합촬영소에서 만났다. ‘음란서생’은 이곳에 조선시대 저잣거리를 오픈세트로 지어 놓고 발칙한 이야기를 풀어 내고 있었다. 우선 시나리오만 쓰다 연출까지 맡은 소감이 궁금했다. “그간 알고 지냈던 감독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사과하고 싶고 그동안 잘못했던 점들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싶습니다. 생각보다 연출이 어렵습니다. 작가 때 몰랐던 일들을 하나하나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그는 연출에 대해선 “로빈슨 크루소가 명동 한복판에서 교통정리를 하는 느낌”이라고 작가다운 부연 설명을 곁들였다. 혼자서만 살던 크루소가 갑자기 많은 사람들 속에 던져진 느낌을 표현한 것일까. 명문가 자제가 음란소설을 집필한다는 내용의 ‘음란서생’에 대해 항간에선 ‘스캔들’의 속편이 아니냐는 궁금증을 제기하고 있으나 김 감독은 ‘스캔들’과의 연관성을 싹뚝 잘랐다. “속편이란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극이라고 다 같진 않습니다. 되레 이 작품은 ‘정사’나 ‘반칙왕’ 쪽 행복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음란한 생각을 할 때 가장 표정이 밝습니다. 음란하다고 음침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음란함도 충분히 밝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독특한 이야기를 그는 어디서 영감을 얻었을까. 혹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을까. “옛날 사건에서 가져온 건 아닙니다. 요즘 인터넷에는 음란소설을 올리는 사이트가 있습니다. 글이 올라오면 답글이 바로 줄줄 올라올 정도로 팬층이 두텁습니다. 사람은 똑같습니다. 현대나 조선시대나 음란한 글을 쓰는 사람은 많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렇게 한석규가 맡은 ‘윤서’역이 탄생했다. 정사품 사헌부 장령이자 조선 최고 문장가이지만 삶이 무료한 양반이다. 음란물을 쓰고 그로부터 행복을 얻으면 어떨까 생각했고 확신을 가졌다. 분명 그런 인물이 있었을 것이고. 그의 글에 의금부도사 광헌(이범수 분)은 삽화를 넣는다. 또 이 책을 은밀히 배급하는 배급업자 황가(오달수)가 있고 윤서에게 영감을 주는 요염한 여인 정빈(김민정)이 등장한다. 영화는 조선시대를 재현하기 위해 2천평에 3억원 규모 오픈세트를 지었고 1만2천야드 천을 정교하게 손으로 염색해 200여벌 3.6t의 의상도 제작했다. 그의 전작들에 이어 감독으로 만든 콘셉트 있는 웰메이드 영화가 또 한편 등장할지 기대된다. ■스크린 찾은 전설의 게임 ‘둠’ 지난 93년 미국에서 출시돼 히트한 동명의 인기 컴퓨터 게임을 소재로 한 영화로 미국에선 지난 10월21일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영화는 어디서 튀어 나올지 모르는 적-그것이 괴물이든, 사람이든-을 향해 끊임 없이 총질해야 하는 미국 해병대 특수작전팀의 고난을 그리고 있다. 컴퓨터 앞에서 끊임 없이 총알 쏘는 버튼을 눌러야 했던 사람이 이 영화를 본다면 손가락을 절로 움직일지도 모를 일. 영화는 이처럼 쉴 틈 없이 총알을 난사해야 하는 바쁜 상황과 함께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에 대한 호기심을 한축에 놓아 단순하면서도 자극적인 흥미에 도전했다. ‘미이라2’와 ‘스콜피온 킹’ 등의 근육질 맨 더록이 주인공을 맡아 이번에는 자신의 손발이 아닌 총에 기대 싸운다. 전반적으로 게임의 콘셉트를 그대로 따왔는데 그중에서도 실전 게임을 그대로 본떴다고 생각되는 장면들이 10여분 정도 흐른다. 특히 총을 쏘는 사람은 보이지 않고 대신 화면 가득 총만 잡히는 신이 그것. 게이머들에게는 마치 손 대지 않고 코를 푸는듯한 재미를 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뿐. 더는 없다. 야후닷컴 영화사이트에 따르면 미국 개봉 당시 비평가들은 이 영화에 대해 평점 ‘C’를 줬고 네티즌 관객은 ‘B’를 매겼다. 2046년 연합항공 우주국이 화성기지에 세운 올더바이 연구소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긴급 사태가 발생한다. 지구에서 파견된 해병대 특수대원들은 슈퍼 파워와 지능 등을 갖춘 거대한 정체 불명 괴물들과 맞딱뜨린다. 18세 이상 관람가. {img5,l,000}■‘천년학’ 크랭크 인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작품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영화 ‘천년학’이 오는 10일 전남 장흥군 회진면 선학동마을 세트장에서 촬영에 들어 간다. ‘천년학’은 장흥 출신 중진 소설가 이청준씨의 소설 ‘선학동 나그네’를 원작으로 소리꾼 아버지와 눈 먼 딸, 소녀의 이복 오빠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이 작가의 판소리와 관련된 소설 ‘서편제’와 ‘소리의 빛’ 등을 함께 담았던 영화 ‘서편제’의 뒷얘기로 임 감독은 ‘천년학’을 통해 이 작가의 판소리 소설 3편을 모두 영화화하게 된다. 장흥문화원은 이에 따라 ‘천년학’ 촬영에 맞춰 ‘서편제에서 천년학으로’를 주제로 축하공연을 9일 열 예정이다. 축하공연에는 임 감독과 이 작가, 영화 주인공인 배우 오정해와 김영민 등이 참석하며 김덕수 사물놀이와 길굿공연, 안숙선의 판소리, 원장현의 대금, 진유림의 한국무용, 오정해의 판소리 공연 등이 영화 촬영지와 장흥문화예술회관 등지에서 열린다. ‘천년학’은 내년 3월까지 소설과 영화의 주무대인 회진면 선학동 마을과 광양, 진도, 제주 등지에서 촬영될 계획이다. 장흥문화원 관계자는 “선학동마을은 마치 학이 날아 가는듯한 형상을 가진 노송이 우거져 때 묻지 않은 풍광으로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라며 “‘천년학’으로 문학의 고장인 장흥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MOVIE/미스터리스릴러 ‘6월의 일기’ . ‘저스트 라이크 헤븐’

● 미스터리스릴러 ‘6월의 일기’ ‘왕따’ 아들의죽음 恨서린 복수 김윤진 - 신은경 ‘연기력 과시’ 미모에 속지마라! 女킬러 vs 형사 충돌 촘촘히 잘 짜여진 스릴러 영화다. 소재 자체가 주는 현실적인 공포감을 심리적 접근의 잔혹극으로 완성시켰다. 불안과 공포의 공감대는 ‘가능한 일’이란 전제일 때 더 커지게 된다. 대한민국 교육현실에서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기에 이 영화는 무섭다. 그러나 이를 풀어내는 방법은 굉장히 대중적이다. 우선 주연배우 신은경이 자랑했듯 캐릭터가 생생히 살아 있다는 점에서 반갑다. 일상의 편안함을 코믹한 상황으로 설정한 한편 사건을 해결해 나갈 때는 놀라운 집중력을 보인다. 연기 관점에서 또 하나 칭찬하고 싶은 건 신은경과 김윤진의 팽팽한 대결구도다. 절친한 친구이면서 살인범과 형사라는 극적 긴장감이 두 배우의 물오른 연기를 통해 한껏 고조됐다. 사실상 출산 후 복귀작이라고 말하는 신은경은 다채로운 색채 연기를 통해 영화를 내내 이끌어간다. 김윤진은 결코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보는 이들의 가슴을 멍하게 만드는 폭발력 있는 연기로 영화의 방점을 찍는다. 육교에서 한 중학생이 난자당해 살해된다. 이어 같은 반 학생이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져 자살한 것처럼 보인다. 강력계 형사 추자영(신은경)과 김동욱(문정혁)은 두 학생의 위 속에서 발견된 캡슐 안에 적힌 일기 한 구절을 본 후 동일범에 의한 연쇄살인사건임을 파악한다. 한달 전 교통사고로 사망한 여진모의 글씨체와 같다는 게 밝혀지면서 여진모의 어머니 서윤희(김윤진)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른다. 진모가 미리 써놓은 ‘6월의 일기’대로 살인사건이 또 다시 벌어지고 진짜 살인범이 서윤희란 사실을 결코 숨기지 않는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 미국에서 남편과 함께 진모를 낳고 행복하게 살았지만 남편의 사업이 망해 빚쟁이들에게 쫓기는 상황이 되면서 현실은 팍팍해진다. 윤희는 고난한 하루하루를 살아 가느라 진모에게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 진모가 당하는 괴롭힘은 상상 이상이다. 아들이 자살하다시피 교통사고를 당한 후 윤희는 뒤늦게 아들이 학교에서 어떤 짓을 당해왔는지 비로소 알게 된다. 영화는 이 지점에서 안타까움과 동정심을 함께 유발한다.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서윤희의 선택에 결코 돌을 던지지 못하게 한다. 아들이 써놓은 일기장을 완성하려는 서윤희가 자영의 조카 준하를 인질로 잡으며 극은 정점으로 치닫는다. 이 영화에는 고민의 흔적이 역력하다. 우선 ‘왕따’란 현상을 결코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윤희와 진모, 자영과 준하 등을 통해 애정을 빙자한 부모-자식사이의 무관심과 일방적인 요구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도 보여 준다. 장르 특성상 무겁게 가라앉을 스릴러 영화임에도 영화는 객석을 배려했다. 긴장을 풀 수 있도록 양념과 같은 코믹코드도 적절하게 삽입했다. 솔직히 임경수 감독은 전작 ‘도둑맞곤 못살아’의 동일 감독임을 의심케 한다. 마지막에 보여주는 행복한 시절의 활짝 웃는 윤희의 가족 사진이 내내 아프다. 다음달 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 리즈 위더스푼 주연 ‘저스트 라이크 헤븐’ 사랑에 빠진… ‘사람과 영혼’ 2년 전 아내를 떠나 보낸 데이비드(마크 러팔로)는 편한 소파와 근사한 벽난로가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온다. 그런데 이사온 첫날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웬 여자가 불쑥불쑥 나타나 “여기는 내 집이니 당장 나가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자는 쓱 나타났다가 쓱 사라진다. 마치 유령처럼. 2년째 술에 절어 살고 있는 데이비드는 처음에 그게 알코올 중독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알고 봤더니 여자는 유령이었다. 잘 나가는 레지던트였다가 교통사고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엘리자베스(리즈 위더스푼)의 영혼이 갈 곳을 찾지 못해 떠돌고 있는 것이다. 할리우드에서 주가를 드높이고 있는 ‘리즈 위더스푼 표’ 로맨틱 드라마가 또 한편 선보인다. ‘금발이 너무해’ 시리즈와 ‘스위트 알라바마’ 등에서의 악센트 있는 연기로 외모의 불리함을 극복한 위더스푼은 이 영화에서도 성공한 의사를 꿈꾸는 똑순이를 맡아 빈틈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깐깐하면서도 정이 넘치는 모습. 사실 한 집을 놓고 새로 이사온 남자와 여자 귀신이 싸운다는 콘셉트는 차승원 주연의 영화 ‘귀신이 산다’와 너무 흡사해 의심(?)스러운 점이 있다. 그러나 수입사는 이 영화가 프랑스 마크 래비의 소설 ‘만일 그것이 진실이라면(If Only It Were True)’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며 손사래를 친다. 또 다른 영화와도 유사점을 찾을 수 있는데, 데미 무어의 청초한 매력이 돋보였던 ‘사랑과 영혼’이 그것. 데이비드와 엘리자베스가 티격태격 끝에 기막힌 사랑에 빠지는 모습은 선후가 좀 다르긴 하지만 패트릭 스웨이지와 무어의 애틋했던 모습을 연상시킨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게 어디 있겠느냐는 열린 마음으로 영화를 감상하면 두 배우의 연기력이 눈에 들어온다. 말랑말랑한 상황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남녀 주인공의 꽉찬 연기력이 위안이 된다. 최근 개봉한 ‘이터널 선샤인’에도 얼굴을 내민 마크 러팔로는 ‘유 캔 카운트 온미’와 ‘인더컷’ 등을 통해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할리우드의 실력파다. 제니퍼 가너와 호흡을 맞춘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가지 없는 것을 통해 로맨틱 코미디와의 궁합도 증명해보였다. 다음달 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img5,l,000}■베컴·지단·호나우도…영화까지 접수한다고? 레알 마드리드 구단이 직접 제작에 나선 영화 ‘레알’은 전세계 5개국 팬들의 에피소드를 엮었지만, 실상은 빛나는 스타들의 홍보 영상물이다. 실제 선수들의 환상적인 경기 장면부터 비공개로 이뤄지는 훈련 장면까지 담아낸 영화다.

god 감췄던 비밀 서로에게 깜짝 고백

"손호영이 동성연애자인 줄 알았어요."(박준형) "8-9년 전 데니 형이 좋아하는 여자를 함께 좋아했는데 영화 속에서처럼 우정을 택했죠."(손호영) "김태우의 차를 몰고나갔다가 후진 주차를 하던 중 뒷 범퍼에 스크래치를 냈는데 감쪽같이 속였죠."(데니안) 그룹 god 멤버들이 콘서트 도중 서로에게 단 한번도 꺼내지 않은 깜짝 고백을 해 팬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20일 오후 5시30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god 더 라스트' 공연에서 god는 '고백'이라는 주제로 지금껏 멤버들간에도 비밀로 했던 얘기들을 꺼냈다. 박준형은 손호영을 향한 고백에서 "호영이를 처음 만난 날 밥을 먹던 중 호영이가 나를 보면서 자꾸 웃는 것이었다. 그래서 동성연애자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보니 여자를 무척 좋아하더라"고 말해 손호영을 당황시켰다. 이어 손호영은 데니안에게 "데니 형이 좋아하는 여자를 나도 좋아했는데 우정이냐, 사랑이냐를 놓고 고민하다가 정말 영화 속에서처럼 우정을 택했다"고 말했다. 이 말에 데니안은 "8-9년 전이면 누구지?"라고 고민하다가 "아! 정말?"이라고 말해 실제로 놀라는 눈치였다. 데니안은 "태우의 차를 빌려탔다가 후진 주차를 하던 중 뒷 범퍼에 스크래치를 낸 적이 있는데 몰래 아는 공업사에 가서 칠을 했다"고 고백했다. 그러자 김태우는 "지금이라도 범퍼를 갈아달라"는 항의성 공격을 하기도. 그러자 데니안은 "돈을 많이 벌면 차를 선물하겠다"고 팬들 앞에서 약속했다. 김태우는 "난 모든 형들에게 말하겠다. 늘 마음이 넓은 척하지만 정말 맘이 넓은 사람은 형들"이라며 "소속사를 옮기는 문제로 고민할 때 바깥으로 돈 적이 있었는데 형들이 '태우야 고민은 숙소에 와서 하라'고 조언해 무척 마음이 찡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한편 이들은 19일 공연에서도 '첫키스'라는 주제로 서로의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이날 최연소 첫키스는 중학교 3학년 때라는 손호영이 꼽혔다. 손호영은 "집에서 친구가 왔는데 자연스럽게 마주보다가 첫 키스를 했다"며 쑥스러워했다. 박준형은 고 3때 차안, 데니안은 고 1때 여자 친구의 집앞 놀이터 벤치, 김태우는 22살 여행지에서라고 각각 고백, 객석에선 탄성이 터져나왔다. /연합

'프라하의 연인' 덕수궁 돌담 훼손 물의

20일 종영한 SBS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극본 김은숙, 연출 신우철)이 드라마 촬영 도중 문화재인 덕수궁의 외벽을 훼손해 물의를 빚고 있다. '프라하의 연인' 제작진은 20일 오전 드라마 촬영을 위해 덕수궁 돌담길로 알려진 덕수궁 외벽에 노란 종이 수백 장을 100m 가량 붙였다. 주인공 김주혁이 전도연에게 프로포즈하는 장면을 찍기 위해서였다. 노란 종이에는 세계 각국의 언어로 '사랑한다'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문제는 촬영 후 노란 종이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생겼다. 종이를 붙일 때 접착제를 사용한 바람에 이를 떼어 내기 위해 끌 등의 도구를 사용해 벽을 긁은 것. 이 때문에 외벽의 일부가 흉하게 손상되고 말았다. 덕수궁측은 "애초에 드라마 제작진이 '포스트잇' 30장 정도를 붙이겠다고 해서 허락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외벽의 돌 조각이 떨어질 정도의 훼손은 없지만 돌과 돌 사이의 줄눈이 일부 떨어져 나갔고 외벽이 부분적으로 긁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덕수궁측은 "오늘 문화재 전문가가 현장 진단을 해 어느 범위까지 보수할지 결정할 예정"이라며 "일부는 뜯어내고 다시 복원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제작사인 올리브나인은 "본의 아니게 현장 스태프가 외벽을 훼손한 점을 인정한다. 잘못했다. 복원을 위해 최대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제작진도 22일 오전 드라마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덕수궁을 방문해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며 "비용과 상관없이 즉각적인 원상복구를 책임지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img1,r,200} 한 제작진은 굳이 문화재에서 드라마 촬영을 강행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다른 길에서 촬영을 해도 상관없는 신이었지만 보다 아름다운 길을 찾다가 덕수궁 돌담길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덕수궁 일원은 사적 제124호로 지정돼 있으며, 덕수궁 안에는 보물 제819호 '중화전 및 중화문' 등이 보존돼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