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로 내몰린 '폐지 줍는 노인들'...보도는 불법, 차도서 ‘아슬아슬’ [현장, 그곳&]

#1. 14일 오전 11시께 수원특례시 팔달구 매산시장 인근. 폐지를 수집하는 노인들이 여럿 보였다. 노인들은 모두 폐지와 고물 등을 수레에 싣고 인도가 아닌 도로로 보행했다. 이때 한 노인이 도로로 들어서자 3차선에서 달리고 있던 차량이 경적을 울렸고 이에 놀란 노인이 황급히 수레를 이동시키는 모습도 포착됐다. #2. 같은 날 의왕시 삼동의 한 도로에서도 비슷한 광경이 목격됐다. 이곳을 지나가던 한수민씨(가명·40대)는 “노인들이 높게 쌓은 폐지로 인해 시야도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도로를 다니는 모습이 위험해 보인다”며 걱정했다. 이날 현장에서 목격한 5명의 폐지 줍는 노인들 모두 리어카에 반사판이 부착되지 않거나 형광조끼를 착용하지 않는 등 보호 장비가 전무한 상태였다. 폐지를 싣는 손수레가 차로 분류되며 경기도내 폐지 줍는 노인들이 도로로 내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본적인 안전장치 없이 도로를 보행하다 사고로까지 이어지는 불상사가 발생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너비 1m가 넘는 손수레는 차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손수레가 도로가 아닌 보도로 다니면 불법으로 범칙금 3만원이 부과된다. 결국 폐지 줍는 노인들은 어쩔 수 없이 도로를 통해 이동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노인들이 사고 예방을 위해 갖추어야 할 반사판이나 형광조끼 및 제동장치도 없이 힘겹게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자체에서 기본적인 안전 물품을 지원하고는 있지만 실제 노인들이 이를 사용하고 있는지 등 사후 점검은 없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자 현장에서는 폐지 줍는 노인들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일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 9월20일 고양시 일산동구 성석동의 한 도로에서 폐지 수거용 리어카를 끌고 가던 60대 여성 A씨가 SUV 차량에 치였다. 당시 SUV 차량이 편도 3차로에서 리어카를 끌던 A씨를 뒤에서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A씨는 끝내 숨졌다. 지난달 31일에도 구리시 구리한강시민공원 인근에서 70대 폐지 수거 노인 B씨가 30대 승용차에 치여 사망했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폐지 수거 노인들이 보도가 아닌 도로를 이용할 수 밖에 없어 교통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형광조끼나 반사판 이외에도 노인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지자체의 세심한 관리와 보도 이용도 가능할 수 있는 관용의 법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한 지자체 관계자는 “물품을 제공하며 안전 교육도 함께 실시하고 있다”면서도 “실제로 부착하지 않고 사용하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일일히 관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섬마을에 ‘생명수’… 인천 시도·장봉도, 물 걱정 해방 [현장, 그곳&]

“섬에서 수돗물을 사용하는 날이 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눈물이 흐릅니다.”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가 식수난을 겪는 옹진군 북도면 주민들을 위해 시도·장봉도에 하늘수(수돗물)를 공급한다. 13일 오전 11시30분께 유정복 인천시장은 관계자들과 함께 소방호수를 이용해 물대포를 쏘는 퍼포먼스를 하며 시원하고 깨끗한 지방상수도 통수를 알렸다. 북도면 장봉출장소에서 열린 인천하늘수 첫 공급 기념 행사에는 100여 명의 주민도 참석, 섬마을이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이날 유 시장은 기념행사를 마치고 바로 수돗물 점검을 지켜보며 수돗물에 이상 없음을 직접 확인했다. 이번 지방상수도 통수는 지하수 염분 유입과 수원 고갈 등의 문제로 수질과 물 공급에 어려움을 겪는 북도면 주민들을 위해 추진했다. 지난해 12월18일 북도면 신도 통수에 이어 배수지관 17.3km를 설치하는 2단계 사업으로, 올 연말까지 장봉도 358가구에 하늘수를 공급한다. 북도면은 섬 지역 특성상 수돗물 공급이 어려워 지하수를 이용한 마을수도시설로 식수를 해결해왔다. 때로는 이마저도 부족해 빗물을 받아 식수로 사용하고 관광객들도 불편을 겪었다. 시는 지난 2018년부터 북도면을 포함한 섬 지역에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한 지방상수도 배급수관망 구축사업에 들어갔다. 북도면 4개 섬 지역에 총 40여㎞의 상수관로를 설치하는 이 사업의 사업비는 471억원이다. 시는 오는 2025년까지 북도면 전역에 걸쳐 공급망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다. 북도면 전체 1천194가구(2천141명)가 수돗물을 사용할 수 있다. 수십년간 식수난을 겪어온 주민들은 안정적인 물 공급과 함께 생활의 질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봉도 주민 강태형씨(31)는 “그동안 수질검사 때 라돈 검출 등으로 식수로 이용하기에 불안했다”며 “오늘부터는 마음 편히 식수를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감격스럽다”고 소감을 전했다. 유 시장은 “그간 지하수와 마을수도시설에 의존해 온 북도면이 하늘수 공급으로 주민들의 생활 환경이 크게 개선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박정남 시 상수도사업본부 본부장은 “사업 완료까지 주민들에게 안정적인 수돗물 공급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수능 ‘D-1’ 예비소집·출정식…“선배, 수능 대박 나세요” [현장, 그곳&]

“3년간의 노력이 내일 단 하루 만에 판가름 난다고 생각하니 긴장감을 감출 수 없습니다.”, “모르는 문제도 척척 풀 수 있을 거에요. 선배님들 아자!”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13일 경기 수험생들이 ‘수능 대박’을 향한 의지를 다졌다. 후배들은 미래 자신의 모습이 될 선배를 향해 응원 구호를 외치며 응원했다. 수능 예비소집일인 이날 오전 9시40분께 수원특례시 장안구 수원북중학교 체육관. 수험표 배부까지는 시간이 남았지만 체육관 앞에는 벌써부터 수험생들의 기다란 줄이 늘어서 있었다. 재학생, N수생, 검정고시생 등 수험생 300여명은 자신의 휴대전화를 보다가 한숨을 내쉬고 굳은 표정으로 파란 하늘을 바라보는 등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오전 10시가 되자 학생들은 체육관으로 이동해 자신의 수험표를 받았다. 수험표를 받아 든 이들은 유심히 살펴보거나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체육관을 나섰다. 한 수험생은 부모에게 통화를 하면서 “내일 수능인 게 이제야 실감 된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올해 첫 수능을 치르는 쌍둥이 수험생 김요셉, 김다니엘군(19)는 “서로 지망하는 대학은 다르지만 둘 다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고 응원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떨리긴 하지만 이전부터 노력해 왔던 만큼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오후 2시께 수원특례시 장안구 수성고등학교에서도 마찬가지. 수험표를 받기 위해 학교를 방문한 수험생들이 서쪽 본관에 있는 배부장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며 이리저리 떠돌고 수험표를 받은 학생들은 운동장에서 자신의 시험장이 어딘지를 몇 차례 확인하고 나서야 발걸음을 옮겼다. 수험표를 받으러 온 재수생 김한성씨(21)는 “지난해 수능 이후 더 좋은 결과를 부모님에게 안겨드리고 싶어서 재수를 결심하게 됐다”며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다시 한번 도전에 나선 만큼 이번에는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 수험생들도 마지막 관문인 수능을 앞두고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이날 오전 9시20분께 인천 미추홀구 인화여자고등학교. 시험 준비에 한창인 수험생들은 친구에게 모르는 문제를 물어보거나 굳은 표정으로 노트를 다시 보기를 반복했다. 이후 수험표를 배부한다는 방송이 울려 퍼지자 기다리던 200여명의 수험생들을 향해 교사들은 간단한 응원의 말과 함께 수험표를 건넸다. 수험표를 받은 학생들은 긴장 속에서도 삼삼오오 모여 각자 자신의 시험장이 어디에 있는지를 얘기하면서 웃음을 잃지 않았다. 정지혜 인화여고 교사(43)는 “평소대로 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수험표와 함께 준비한 간단한 선물을 건네기도 했다. 최유정양(19)은 수험표를 보자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최양은 “시험장이 집에서 한두 시간이 소요돼 깜짝 놀라 나도 모르게 큰 소리가 나왔다”며 “내일이 수능이라는 점이 실감 나지 않지만, 좋은 대학에 가서 부모님에게 웃는 얼굴로 인사하겠다”고 했다. 이곳을 졸업한 임리화씨(60) 역시 수험표를 받기 위해 모교인 인화여고를 찾았다. 임씨는 “최근 퇴직을 하고 제2의 인생을 새로이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40년 만에 졸업한 학교를 다시 찾았다”며 “수험표를 받고 시험장을 둘러본 후 마지막 시험 준비를 할 것”이라고 웃어 보였다. 후배들은 수능을 앞두고 긴장한 선배들을 위해 용기를 주기 위한 응원에 나섰다. 이날 오전 10시께 의정부시 동국대학교 사범대학 부속 영석고등학교에서는 수험생을 위한 후배들의 열띤 응원전이 펼쳐졌다. 수험생들이 수험표를 받기 위해 체육관 계단을 오르자 후배들은 북을 치고 “수능 대박 나세요”, “재수 없다” 등 구호를 외치며 선배들을 응원했다. 교사들도 이에 합세, 준비한 간식들을 나눠주며 학생들에게 “좋은 성적을 받아라”, “끝까지 최선을 다해라” 등 덕담을 건넸다. 이난주 동국대부속영석고 교육연구부장(50)은 “선후배가 서로 진심으로 응원하는 모습을 보면서 잠시 울컥했다”며 “열정적으로 수업에 임했던 학생들이었던 만큼 학생들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바란다”고 응원의 말을 남겼다. 한편 수능 당일인 14일 수도권 날씨는 16~19도의 분포로 비교적 포근해 ‘수능 한파’는 없을 전망이다. 다만 오후부터 0.1㎜ 미만의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해 밤까지 내리는 곳이 있어 시험 전 미리 우산을 챙길 필요가 있겠다.

“이름도, 유통기한도 몰라요”…점자 없는 제품, 시각장애인 불편 ‘가중’ [현장, 그곳&]

“식료품 살 때 최소한의 정보는 알고 싶어요.” #1. 12일 오전 10시께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의 한 편의점. 과자, 커피, 빵 및 샌드위치 종류엔 점자 표시가 보이지 않았다. 음료의 경우 십여개의 제품에 점자 표시가 돼있었지만, 이마저도 제품명, 유통기한, 성분표시 등이 아닌 ‘탄산’으로만 표기돼 있었다. 시각장애인들은 어떤 제품인지, 어떤 성분이 들어가 있는지, 유통기한은 언제까지인지 등 필수 정보를 모른 채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다. #2. 같은 날 오후 1시께 수원특례시 장안구의 한 마트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라면, 유제품, HMR 등 식료품을 비롯해 생활 필수품에서도 점자 표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시각장애인 유승민씨(38)는 “평소 혈당도 높아 식료품을 고를 때 당 체크를 해야 하지만 정보가 없어서 매번 직원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털어놨다. 시각장애인들이 식료품 구매 시 제품명, 유통기한 및 성분 등 필수 정보를 알 수 없어 소비자로서 권리를 보장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따르면 식품표시광고법 제4조의 2는 ‘식품 등에 시각장애인이 활용할 수 있는 점자 표시를 할 수 있다’고 별도 규정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표시 기준 및 방법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바 있다. 하지만 법적 강제력이 없는 권고 사항인 탓에 식품업계의 자발성에 기대야 하는 실정이다. 문제는 식품업계에선 제품의 포장 생산 단가가 올라가는 탓에 일부 기업을 제외하곤 점자 표시에 소극적인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2021년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이 한국식품산업협회 협조를 통해 실시한 조사 결과 161개 회원사 중 7개 업체만 점자 표시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점자 표시 자체는 분명 좋은 취지지만, 별도 가공을 해서 점자 표시를 하면 포장지 자체가 달라지는 등 포장지 후가공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후가공이 들어가는 만큼 포장지 작업 비용이 더 들 수 밖에 없어 대부분 식품회사들에게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자 시각장애인들이 소비자의 권리를 보장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소비자기본법 제4조 2항은 ‘물품 등을 선택함에 있어서 필요한 지식 및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조한진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의약품 못지 않게 식료품도 필수적인 정보를 알고 구매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현재는 유통기한조차 표시돼있지 않아 식료품 구입 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애로사항이 많다”며 “최소한의 필수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식품업계 등과의 소통으로 음료, 용기면, 우유 등 다소비 식품에 점자 표시를 우선 적용하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시각장애인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식품에 우선적으로 점자가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손님 대신… 쌓여 가는 인천 전통시장 ‘빈 점포’ [현장, 그곳&]

“작은 규모에 시설도 낡아 손님들이 갈수록 줄어요. 몇 년 새 문닫은 점포가 10곳이 넘어요.” 6일 오전 11시께 인천 남동구 만수시장. 셔터를 내린 점포 2~3곳이 이어져 있었다. 빈 점포 유리문마다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곧 점심시간이지만 오가는 사람은 드물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끌시끌한 흥정 소리는 들리지 않고 시장인데도 적막감만 흘렀다. 이곳에서 만난 반찬가게 주인 김민숙씨(64)는 “5~6년 전부터 손님들이 줄었고, 점포들이 잇따라 문을 닫기 시작했다”며 “소규모 시장이라 아케이드(천장)도 없고 시설도 낡아 사정이 나아질 것 같지 않다”고 토로했다. 비슷한 시간 미추홀구 학익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시장 입구를 지나자 문닫은 정육점, 음식점 등이 보였다. 시장 통로엔 빨간 글씨의 ‘점포 정리’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장을 보러 온 손님은 1명도 없었다. 옷 수선집 사장 김정자씨(79)도 가게 유리문에 ‘점포 정리’ 스티커를 붙였다. 그는 “워낙 시설이 낡고 소규모라 재개발 얘기가 나왔지만 흐지부지 끝났다”며 “이대론 버티기 어려워 곧 그만 둘 생각”이라고 하소연했다. 인천 소규모 전통시장이 시설 노후화 등으로 손님들의 발길이 줄면서 점포들이 줄줄이 폐업하고 있다.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 관내 올해 기준 점포 수 100개 미만 소규모 전통시장은 23곳으로, 지역 전통시장(56곳) 중 41%를 차지한다. 소규모 전통시장 중 16곳(69.5%)은 점포 수가 해마다 줄고 있다. 남동구 만수시장 점포 수는 지난 2018년 138개에서 올해 68개로, 서구 신거북시장은 120개에서 89개로 줄었다. 또 미추홀구 용일시장은 41개에서 24개로, 학익시장은 65개에서 49개로 줄었다. 시는 신청을 받아 아케이드 설치 등 시설 현대화를 지원하지만 상인들이 공사비의 10%를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 영세업자인 소규모 전통시장 상인들이 선뜻 나서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처럼 시설 노후화로 전통시장을 찾는 시민들이 줄면 매출 악화로 이어지고 점포가 더 줄어드는 악순환이 빚어진다. 소규모 전통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시설이 낡아서 그런지 손님은 계속 줄어만 가고, 장사가 안되니 점포도 문을 닫는다”며 “시가 현대화를 지원한다고는 하지만 상인들은 자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 지원을 늘려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소규모 전통시장 상인들이 사업비의 10%도 내기 어려운 상황이란 것은 잘 알고 있다”며 “다만 다른 시장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공사비 10%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은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불법 주차·쓰레기 악취 물든… 인천의 빛바랜 ‘단풍 명소’ [현장, 그곳&]

“단풍 드는 가을이면 등산객들이 동네에 아무데나 주차하고 쓰레기까지 마구 버려 너무 힘들어요.” 5일 오전 9시께 인천 계양구 계양산 입구 인근 주택 단지. 계양산 입구 길 건너편의 이곳 골목에는 등산객들이 주차한 차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등산복을 입은 시민들은 주정차 금지 표시판을 무시하듯, 아무렇지도 않게 차를 대고 계양산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 김승규씨(61)는 “주말은 물론 평일까지 단풍 구경 온 등산객들 차가 동네에 가득하다”며 “해마다 가을철이면 정작 주민들은 주차 공간을 못 찾아 헤맨다”고 하소연했다. 주민들은 또 등산객들이 동네 길가에 폐기물을 마구 버리고 간다고 호소했다. 계양산 주변을 청소하는 A씨(76)도 “아침에 쓰레기를 다 치워도 오후면 등산객들이 버린 쓰레기들이 넘쳐난다”고 토로했다. 단풍이 절정에 이른 가운데, 인천 단풍 명소인 계양산 일대가 등산객들의 불법 주차와 쓰레기 투기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등산객들이 늘어나는 4~11월 쓰레기 무단 투기 등 폐기물관리법 위반 신고는 겨울철에 비해 크게 늘어난다. 이날 구에 따르면 지난 2022년 4~11월에는 1개월 평균 231.5건, 1·2·3·12월에는 176.5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지난해 4~11월에도 겨울철(155건)보다 많은 184건의 신고가 들어왔다. 구는 이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해 단속용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계양산 공영주차장의 운영을 시작했다. 하지만 공영주차장 이용비를 내지 않으려는 등산객들이 많아 주변 주택가 등에서는 불법 주차가 여전하다. 불법 쓰레기 투기 역시 CCTV로도 모두 잡아내지는 못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에 등산객들이 몰리는 계절에는 구가 단속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양희 계양구의원(더불어민주당·라선거구)은 “1년에 500만명이 찾아오는 계양산 일대에서는 주차·쓰레기 문제 등이 해마다 반복, 주민들이 고통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가 등산 시즌에는 특별 단속에 나서 주변 주민들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구 관계자는 “인력이 적어 큰 도로 위주로 불법 주차 단속을 하다 보니 계양산 주변 주택가는 적극적으로 단속하지 못했다”며 “계양산 주변을 다시 살피고 쓰레기 투기도 주민 민원이 많은 곳은 집중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무단방치 수백대, 인천 아암물류단지 진입로 공사 난항 [현장, 그곳&]

“3년 만에 보상 끝내고 겨우 공사를 재개했는데, 수백대의 중고차 때문에 시작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1일 오전 10시께 인천 연수구 능허대로 옛 송도유원지 인근 중고차수출단지 입구. 이곳부터 아암대로를 지나 송도국제도시 9공구까지 잇는 도로 건설 공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공사가 아닌 쓰레기를 치우는 작업만 벌어지고 있다. 공사 구간에 500여대에 이르는 중고차들이 빽빽하게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차량들은 번호판도 없어 주인이 누군지도 모르는 방치 차량이다. 차량들은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고, 주변에는 온갖 자동차 부품 등 폐기물이 곳곳에 쌓여 있다. 심지어 중고차에서 흘러나온 기름이 잔뜩 스며들어 땅은 검은색으로 변해 있다. 이곳에서 만난 공사 관계자는 “5개월 전부터 공사를 시작했는데, 많은 차량을 함부로 치우지도 못해 수개월째 땅도 못 파고 주변 쓰레기만 치우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연수구 송도 9공구 아암물류단지 2단지 진입도로 개설 공사가 무단 방치 차량 때문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인천시 종합건설본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연수구 옥련동 194의301에서 아암대로를 지나 송도 9공구를 잇는 길이 560m, 왕복 6차로 규모 도로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본부는 보상 절차 등을 끝내고 지난 5월부터 공사에 나섰지만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도로 예정 부지에 500여대의 차량이 무단 방치 중이기 때문이다. 본부는 이 곳에 차량을 방치한 중고차 업체들을 찾아 지속적으로 설득하는 한편 무단 방치 차량을 치워 달라며 계고장도 보냈지만, 차량 이전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들 차량을 옮길 마땅한 장소가 없다는 것이 이유다. 한 중고차 업체 관계자는 “계고장을 받고 찾아봤지만 차들을 이전할 수 있는 마땅한 곳이 없다”며 “강제로 차를 치우기 전까지는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본부는 11월 또다시 중고차 업체에 2차 계고장을 보내는 한편, 곧 아예 사업부지 일대로 들어오는 통행로 등도 막을 방침이다. 이후 내년 초까지 무단 방치 차량의 이전이 이뤄지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을 통해 강제적으로 차량을 치울 계획이다. 앞서 본부는 지난 2021년 공사를 시작했지만 1개월 만에 보상문제로 중단했다. 이후 3년간 토지주 등과 협의해 최종 보상을 마치고, 다시 공사를 재개했지만 이번엔 무단 방치 차량 때문에 공사가 또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본부 관계자는 “이미 보상 문제로 2023년 완공 계획이 2026년으로 미뤄졌는데, 무단 방치 차량 때문에 또다시 공사를 늦출 순 없다”고 말했다. 이어 “중고차 업체와 대화로 문제 해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강제집행에 나설 수 밖에 없다”며 “더 이상 공사가 차질을 빚지 않도록 서두르겠다”고 말했다.

인천 신포동 칼국수 골목 일대 빈집·공터 10년째 방치 [현장, 그곳&]

“오랜만에 칼국수 먹으러 왔는데 온통 낡은 건물에 담배꽁초와 쓰레기만 가득하네요.” 1일 오전 11시께 인천 중구 신포동 신포로 32의25 칼국수 골목. 40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유명 칼국수집 2곳으로 가는 골목길이다. 그러나 언제 무너질 지 모르는 낡은 폐건물이 늘어서 있다. 담벼락은 벽돌과 타일이 깨진 채 부서져 있고, 지붕 위에는 초록색 천이 축 쳐져 있다. 골목 안쪽 공터는 잡초가 무성한 채 담배꽁초와 쓰레기가 널려있다. 이 곳에서 만난 전의윤씨(27)는 “칼국수 맛집이 있다고 해서 여자친구와 왔는데, 골목길 들어서면서부터 깜짝 놀랐다”며 “마치 영화에 나오는 재개발 직전의 폐허같았다”고 말했다. 인천 중구가 칼국수 골목 일대에 누들플랫폼을 짓겠다며 건물 여러채를 사들이다 백지화하면서 10년째 방치하고 있다. 지역 안팎에선 일대가 폐허로 변하지 않도록 빈집 등을 활용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구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칼국수 골목 일대에 면을 주제로 한 복합문화공간 누들플랫폼을 만든다며 7억원을 들여 인근 빈집 6채를 매입했다. 이후 추가 매입에 실패하자 구는 누들플랫폼 부지를 인근 신포로27번길 36 일대로 옮겨 지난 2021년 문을 열었다. 그러나 구가 사들인 칼국수 골목의 빈집들은 사업이 멈춘 뒤 방치 중이다. 이들 빈집들이 띄엄띄엄 떨어져 있다보니 마땅한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더욱이 이들 빈집에 대한 관리조차 없어 지붕이나 벽 등이 무너지면서 일대가 슬럼화 중이다. 이 곳에서 가게를 운영 중인 한 상인 A씨는 “빈 건물과 공터가 골목 사이사이에 있어 너무 지저분하다”며 “칼국수를 먹으러 온 손님들도 밥만 먹고 도망가듯 빠져나간다”고 말했다. 이어 “빈집을 이렇게 내버려 둘 거면 뭐하러 예산들여 샀나 싶다”고 말했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은 “구의 당초 계획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10년 가까이 매입한 빈 집을 방치하는 것은 예산 낭비이자 무책임한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대 슬럼화가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하고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현재 활용 방안을 찾는 중”이라며 “일대를 문화공간으로 바꾸기 위한 설계 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 생사라도 vs 불안해서 못 살아... 대북전단 ‘남남갈등’ 격화 [현장, 그곳&]

“정부가 납북자 가족 생사도 확인해 주지 않으니 이러는 거 아닙니까.” “대남 방송 소음 때문에 살 수가 없습니다. 도발하지 마세요.” 납북자가족모임이 31일 오전 파주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하려다 경기도와 주민들의 저지로 무산됐다. 그러나 납북자가족모임은 드론 등을 이용해 곧 살포를 재시도하겠다고 밝히면서 대립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날 오전 10시께 파주 국립 6·25전쟁납북자기념관 앞. 납북자가족모임이 이날 대북 전단을 풍선에 매달아 북한에 날려 보낸다고 예고하면서 현장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광장 주변에 버스로 차단벽을 만들었고,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과 경기북부경찰경 기동대, 파주시 직원 등 800여명이 곳곳에 배치돼 상황을 주시했다. 예고한 시간이 다가오자, 대북 전단 살포를 반대하는 접경지역 주민들과 피켓 시위를 하는 시민단체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민통선 마을 주민들은 농사용 트랙터 20여대를 직접 몰고 와 임진각 진입로를 막았고, 대북 전단 살포를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은 ‘대북 전단 풍선 반대한다’, ‘불안해서 못 살겠다’고 적힌 피켓을 들고 반발했다. 파주시장과 국회의원들도 현장을 찾아 대북 전단 살포 시도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냈다. 김경일 시장은 “파주시 모든 지역은 재난안전법에 따른 위험구역”이라며 “대북 전단 살포를 즉각 중단하고 파주에서 퇴거하라”고 강하게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납북자피해가족모임이 피해자 가족의 이름과 사진, 설명 등이 실린 간판을 세워놓고, 드론을 띄우려 하자 일순간에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 납북자피해가족모임이 북한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대형 현수막을 드론에 매달아 띄우자, 반대편에선 대북 전단 살포를 중단하라는 주민들의 외침이 더욱 커졌다. 납북자가족모임 관계자는 “대북 전단 살포는 막으면서, 대남 오물풍선에 대해서는 왜 나서지 않느냐”며 “정부는 납북 피해자 가족들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다. 대한민국이 마땅히 책임져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와 파주시 관계자들까지 나서면서 결국 납북자피해가족모임은 이날 예정했던 전단 살포를 취소했고, 상황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납북자피해가족모임 측이 다시 일정을 잡기로 하면서 당분간 갈등은 이어질 전망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의 목표로 모든 행정력을 집중할 것”이라며 “위험지역뿐 아니라 대북 전단 살포 가능성이 있는 지역 60여곳에 경기도특별사법경찰단을 배치해 현장을 수시로 순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5일 경기도는 대북 전단 살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도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위협을 차단하기 위해 파주시, 김포시, 연천군의 11개 지역을 ‘위험구역’으로 지정했다.

파주 임진각 인근 대북전단살포 예고 대치 현장…경기도·주민 저지로 무산 [현장, 그곳&]

31일 오전 10시께 파주 국립 6·25전쟁납북자기념관 앞. 납북자가족모임이 이날 대북 전단을 대형 풍선에 매달아 북한에 날려 보낸다고 예고하면서 현장에는 이를 반대하는 접경지역 주민들과 피켓 시위를 하는 시민단체들이 모여들면서 긴장감이 감돌았다. 민통선 마을 주민들은 트랙터 20여대를 직접 몰고 와 임진각 진입로를 막았고, 시민단체들은 ‘주민생명 위협하는 대북 전단 살포를 중단하라’, ‘불안해서 못 살겠다’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규탄 시위를 진행했다. 접경지역 마을 주민 A씨는 “농번기라 바쁜 시기인데도 새벽부터 대북 전단 살포 반대 집회를 하기 위해 나왔다”며 “대남방송으로 시끄러워서 살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파주시장과 국회의원들도 현장을 찾아 대북 전단 살포 시도를 규탄하는 목소리를 냈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파주시 모든 지역은 재난안전법에 따른 위험구역”이라며 “대북 전단 살포를 즉각 중단하고 파주에서 퇴거하라”고 강조했다. 10시30분께 납북자피해가족모임이 납북 피해자 가족의 이름과 사진, 설명 등이 실린 간판을 세워놓고, 드론을 띄우려고 하자 일순간에 대치 상황이 벌어졌다. 납북자피해가족모임이 ‘국군포로, 납북자 송환은커녕 생사 확인마저 가로막는 반인륜 범죄자 김정은을 규탄한다’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드론에 매달아 띄우자, 반대편에선 대북 전단 살포를 중단하라는 주민들의 외침이 더욱 커졌다. 이에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과 경기도 및 파주시 관계자들 대북 전단 살포를 막아섰다. 결국 납북자피해가족모임은 이날 예정했던 대북 전단 살포 계획을 취소하고, 다시 일정을 잡기로 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파주 임진각 일대서 대북 전단을 살포하려 했던 납북자가족모임의 계획이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과 접경지역 마을 주민들에 의해 무산됐다. 앞서 지난 15일 경기도는 대북 전단 살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도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위협을 차단하기 위해 파주시, 김포시, 연천군의 11개 지역을 ‘위험구역’으로 지정했다. 대북 전단 살포 관계자가 위험구역에 출입하거나 그 밖의 금지 명령 또는 제한 명령을 위반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이에 경기도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대북전단 살포에 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현장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버스로 차단벽을 만들었고, 경기북부경찰경 기동대와 경기도특별사법경찰, 파주시 직원 등 800여명이 배치됐다.

고물상 해마다 화재 이어져… 인천지역 폐기물 시설 ‘화재 취약’ [현장, 그곳&]

“불이 붙기 쉬운 폐기물이 잔뜩 쌓여 있는데 옆에선 불꽃 튀는 절단 작업이 한창이네요.” 28일 오전 9시께 인천 서구 가좌동 한 고물상. 검게 그을린 고철 등 폐기물이 잔뜩 쌓여 있다. 전날 불이 났지만, 오늘도 고물상 안에선 고철 절단 작업이 한창이다. 앞서 지난 27일 이곳에선 공기 속 먼지를 모으는 작업에 쓰는 집진기 안에서 불이 났다. 하지만 소화기 등 기초 소방시설은 폐기물 근처가 아닌 컨테이너 사무실 앞 공구 더미 속에 감춰져 있다. 비슷한 시간 미추홀구 주안동 한 고물상도 상황은 마찬가지. 바짝 마른 폐지가 성인 키보다 높게 쌓여 있고, 각종 고철들이 어질러져 있다. 이곳 역시 소화기는 먼지가 쌓인 채 폐기물 더미에 가려져 있다. 주민 장지원씨(31)는 “고물상 주변으로 집이 많은데 화재 예방이 제대로 되는지 의문이다”라며 “폐기물에 불이 붙으면 주민들이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인천에서 해마다 고물상 화재가 끊이지 않고 있어 대책 마련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인천시에 따르면 지역의 1천㎡ 이상 고물상은 13곳, 규모가 작은 고물상까지 합하면 500여 곳이 넘는다. 이 가운데 인천 고물상 화재는 지난 2022년과 2023년 각각 3건이다. 이로 인해 1명이 다치고 2억여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올해는 지난 6월 부평구 갈산동 고물상에서 난 불로 폐지 250t 등이 불에 탔다. 도심에 있는 고물상에서 불이 나면 연기로 인한 주민 피해가 크다. 지난 2020년 연수구 한 고물상에서 난 화재 연기가 인근 아파트 단지로 흘러가 벽 그을림 등 추가 피해가 생기기도 했다. 고물상은 소방시설법상 자원순환 관련 시설로 특정소방대상물에 해당, 비상경보설비와 소화용수설비를 해야 한다. 하지만 소방 당국은 2천㎡ 이상 고물상들을 위주로 화재 설비 등을 점검해 대부분의 소규모 고물상에 대한 관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고물상 안 폐기물들은 대부분 타기 쉬운 재질이라 화재 위험이 크다”며 “폐기물에 불이 붙으면 연기가 많이 생겨 일대 주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고물상에 대한 지자체의 정확한 현황 조사와 소방 당국의 소방 시설 점검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규모가 큰 고물상에서 불이 나면 시민 피해가 크기 때문에 중점적으로 점검을 한다”며 “규모가 작더라도 주거지 인근 고물상은 추가로 점검하는 등 조치를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성범죄자 조두순 이사 사흘째⋯ 주민들은 모르고 있었다 [현장, 그곳&]

“아이들이 많아지면서 이제야 좀 동네가 살만해졌는데… 조두순이 이사 왔는지도 몰랐습니다.” 28일 오전 11시께 3일 전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이 이사한 곳으로 알려진 안산시 단원구 와동의 한 주택가. 그동안 조두순의 집 근처에 특별치안센터를 세우고 상시 순찰을 해왔던 것과는 달리, 새 주거지 인근에는 순찰차 1대와 사복 경찰 2명만이 순찰을 하는 모습이었다. 인근 주민들은 조두순이 이사 왔다는 사실을 듣고 격분했다. 15년째 분식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김진순씨(가명·70대)는 “조두순이 여기로 이사 왔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최근에 어린이집이 생기면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던 동네였는데, 조두순 때문에 동네가 다시 불안해질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조두순의 주거지로부터 100m도 채 되지 않은 거리에는 두 곳의 어린이집이 있고, 5분도 채 안 되는 거리에는 초등학교가 있어 학부모들의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초등학교 교문 앞에서 자녀를 기다리고 있었던 이상규씨(가명·30대)는 “요즘 세상이 흉흉해 가끔 데리러 오곤 했는데, 조두순이 이사 왔다니 매일 등하교를 같이 해야 하나 고민이 된다”고 토로했다. 조두순이 안산에 있던 기존 거주지를 떠나 인근으로 이사한 지 사흘이 됐지만 주민들은 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조두순의 새 거주지 인근에는 어린이집과 초등학교가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조두순의 이사 소식을 알지 못한 인근 주민들과 학부모들은 불안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조두순의 거주지를 제재할 방안은 없는 실정이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교수는 “아무리 흉악 범죄자라도 죄에 대한 대가를 다 치르고 나왔기에 국가가 헌법이 보장한 자유를 제한할 수는 없다”면서도 “정부가 지자체에 거주 이전을 통보 및 고지해 공동 대응할 수 있는 협업 체계를 갖출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조두순은 지난 2008년 12월 안산시 한 교회 앞에서 초등학생을 납치, 성폭행하고 중상을 입힌 혐의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후 2020년 12월 출소했다. 이후 조두순은 안산 단원구 지역에서 거주해 왔다.

인천 강화 볼음도, 80t 육박 해양 쓰레기 가득 [현장, 그곳&]

지난 26일 오전 11시 인천 강화군 서도면 불음도의 영뜰해변. 2㎞의 긴 해변에는 각종 스티로폼을 비롯해 페트병 등 각종 해양 쓰레기로 가득하다. 주민들이 수시로 해안가의 쓰레기를 주워 모래사장 윗편에 모아둔 쓰레기 더미가 무려 40여개에 이른다. 이 쓰레기 더미에선 성인 남성 키만한 대형 스티로폼 부표를 비롯해 바다에서 떠내려오며 잘게 부서진 조각들, 그리고 엉켜있는 밧줄까지 가득하다. 여기에 각종 포장용으로 쓰이는 스티로폼 상자와 중국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음료 페트병은 물론 크고 작은 생수 페트병과 과자 봉지, 컵라면 용기 등도 잔뜩 쌓여 있다. 이 곳에서 만난 주민 A씨는 “주민들이 수시로 해변에 있는 쓰레기를 주워 윗쪽에 모아둔다”며 “하지만 대부분 고령자다보니, 이 모인 쓰레기를 치울 마땅한 방법이 없어 이렇게 쌓아 둔다”고 말했다. 이어 “비가 많이 오거나 대조기 등 바닷물이 많이 찰 때는 자칫 이 쓰레기가 또 바라쪽으로 쓸려내려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해변 끝자락 사람이 오가기 어려운 바위절벽이 있는 곳은 이 같은 해양쓰레기가 아예 잔뜩 널부러져 있다. 크고 작은 스티로폼 부표부터 각종 플라스틱 생활쓰레기들이 파도에 밀려 바위 위까지 올라와 있다는데도 주민들의 손이 닿지 못해 치워지지 못하고 있다. 인천의 섬 지역의 해양 쓰레기가 각종 장비와 인력 등이 부족해 해안가에 쌓여만 가고 있다. 이날 인하대학교(경기·인천씨그랜트센터), 인천대학교, 볼음도생태계마을영농법인, 가톨릭환경연대, 강화도시민연대, 기후&생명정책연구원, 인천녹색연합, 인천환경운동연합·푸른두레생협 등은 공동으로 볼음도 해안에서 해양쓰레기 수거를 했다. 해양쓰레기 수거에는 시민과 대학생 150여명과 인천시 해양환경과 및 강화군 볼음출장소의 협조 등으로 함께 이뤄졌다. 볼음도는 주민들이 공공근로로 해양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하지만 인력부족과 함께 노령화로 접근이 어려운 해안에 대해서는 사실상 수거가 이뤄지지 않고 계속 쌓이고 있다. 볼음도가 한강하구의 바다 쪽 끝에 위치하고 동서로 길쪽하게 하구를 막고 있는 형태다보니, 북쪽 해안에는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 등 강에서 떠내려온 하천유입 쓰레기들이 쌓인다. 남쪽 해안에는 스티로폼 부표 등 바다에서 떠밀려온 해양쓰레기가 집중적으로 쌓이고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많은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해양쓰레기수거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집하장까지 운반문제와 최종처리까지 시간이 걸리다보니 다시 흩어지는 문제도 생기고 있다. 이날 시민과 대학생 등이 수거한 해양쓰레기는 4t 규모의 대형 백 20개 분량에 이른다. 이 해양쓰레기는 인천시와 강화군의 협조로 주민들의 트렉터를 이용해 해안에서부터 도로까지 옮긴 뒤, 다시 운반트럭에 옮겨싣어 당일 섬 밖으로 옮겨졌다. 박상영 인하대 학생은 “한강 하구 해양쓰레기의 심각성을 직접 확인하고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어 의미있는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이 같은 해양쓰레기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겠다”고 말했다. 장정구 기후&생명정책연구원 대표는 “볼음도는 한강 하구에 있다보니 하천유입쓰레기, 어업기인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며 “이번 캠페인을 계기로 행정기관에서 장비와 인력을 배치, 정기적으로 수거작업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인하대 경기·인천씨그랜트센터, 가톨릭환경연대, 강화도시민연대, 기후&생명정책연구원, 인천녹색연합, 인천환경운동연합 등은 지난 7월 업무협약을 통해 한강하구 부유쓰레기, 해안과 특정도서, 하천쓰레기에 대해 시민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문화재 일부분인데… 수원 ‘화서문 억새밭’ 외래종 점령 [현장, 그곳&]

“억새밭이 유명하다고 해서 왔다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모습에 실망감만 안고 돌아갑니다.” 26일 오전 10시께 억새밭으로 유명한 수원특례시 팔달구 장안동 화서문. 억새밭 일대가 군데군데 파여 있고 훼손돼 있었다. 외래종인 환삼덩굴의 확산으로 억새들이 잠식당한 것. 인근에 있는 공원 둘레길을 따라 언덕길을 올라가니 상황은 더 심각했다. 길 주변에 펼쳐져 있는 억새들이 윗부분에만 간신히 남아 있어, 억새밭이라고 보기 무색할 정도였다. 용인에서 이곳을 방문했다는 김진철씨(가명·50대)는 “화서문에 억새밭이 유명하다고 해 이곳을 방문하게 됐다”며 “사진 찍으러 왔는데 관리가 잘 되지 않은 모습에 실망스럽다”고 푸념했다. 또 다른 시민 이정숙씨(65·여)도 “화서문을 십여년 전부터 오고 있는데 과거와 달리 최근 2~3년 전부터 억새가 잘 보이지 않는다”며 “당연히 지자체에서 억새밭이 보존될 수 있도록 관리를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고개를 저었다. 화서공원 일대에 심어진 억새밭이 외래종 확산으로 서식지가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수원시 등에 따르면 억새밭은 지난 2004년 서문 아파트를 철거하며 진행된 화서공원 복원 조성 공사를 통해 심어졌다. 당시 시는 문화재청에 자문을 받아 역사적으로 성곽 주변에 억새를 심으면 적들이 불 질렀을 때 화소 역할을 해준다는 의미를 담아 화서문 일대에 억새밭을 조성했다. 하지만 시의 무관심 탓에 조성된 지 20년이 넘은 억새밭이 외래종 출현으로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외래종의 확산이나 훼손과 관계없이 억새밭 관리는 1년에 한 번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억새밭 조성 당시 담았던 역사적 의미가 퇴색될 우려가 크다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동필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환삼덩굴과 같은 생태계교란종은 제거 시기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일정한 제거 시기에 2~3번에 나눠 방제를 반복해줘야 효과가 있다”며 “환경 관련 부서와 협력해 예산 지원을 받고 외래종이 번성하지 않도록 조기에 제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억새밭 면적이 넓어서 유지·관리 예산이 부족해 일일히 제거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외래종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에 대해 인지하고 있어 내년에 집중 관리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인천의 강남’ 송도, 상가 무덤 전락⋯ 공실률 1년새 15배 ‘껑충’ [현장, 그곳&]

“송도가 ‘인천의 강남’이라는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상가 무덤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24일 오전 10시께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더샵송도센트럴파크 3차 주상복합아파트 단지 상가. 1층 상가 70여개 중 절반 이상이 텅텅 비어 있다. 이 아파트 시세는 3.3㎡(1평)당 4천600만원(네이버 부동산 기준)으로 송도에서 가장 비싼 ‘대장 단지’이지만 입주 2년이 지나도 첫 입주조차 못한 상가가 수두룩하다. 이 단지는 송도의 대표 공원인 센트럴파크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의 개통 예정역인 인천도시철도(지하철) 1호선 인천대입구역 사이에 있어 최고의 입지를 갖고 있다. 이런데도 부동산 경기 침체와 비싼 분양가 등으로 상가는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단지 상가는 전용 면적 42㎡(13평) 기준 분양가 6억9천여만원이었지만 현재 10~20% 할인해 매매하는 곳도 많다. 인근 더샵 퍼스트월드 주상복합아파트 상가도 마찬가지. 송도 조성 초기인 2005~2009년 당시 ‘인천의 타워팰리스’라고 불렸지만, 현재는 슬럼화까지 이뤄지고 있다. G동 1층 내부 상가는 인기척이 끊긴 채 적막하다. 오랜 시간 비어 있었던 것을 보여 주듯 상가 내부의 벽과 바닥은 갈라지고 녹이 슬어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상가는 분양 당시 매매가의 절반 가격에도 팔리지 않고 있다. 이 곳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분양 당시에는 빈 상가가 없고 사람은 북적였는데 지금은 죽은 상가가 됐다”며 “10여년 전부터 인근에 새로운 상가들이 계속 생기면서 공실이 생기더니,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늘어났다”고 말했다. 송도 더프라우 주상복합아파트 1~3단지 상가도 현재는 공실 안에 잡동사니만 쌓여 있다. 2007년 1단지 청약 당시 오피스텔의 경쟁률이 4천855대 1을 기록하면서 상가 역시 인기가 높았던 것이 무색할 정도다. 또 지난 2021년에 들어선 생활형숙박시설인 한라웨스턴파크송도 인근 상가 단지도 문을 연 점포보다 공실이 많다. F동은 6개 상가가 연달아 비어 있고 필라테스 학원, 자동차 물품점, 음식점이었던 곳들도 간판만 남겨진 채 상가 내부는 텅 비어 있다. 인천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송도가 경기 침체와 과잉 공급 등으로 상가들의 무덤으로 전락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부동산통계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2분기 기준 송도의 집합상가 공실률은 6%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0.4%에 비해 무려 15배 늘어난 수치다. 비싼 상가 분양가와 임대료 등이 이 같은 공실을 부추기고 있다. 송도의 경우 전용면적 33㎡(10평) 기준 매매가는 지역에 따라 6억~9억원, 임대료는 월 300만~500만원에 이른다. 상가 소유주는 대출을 받아 분양을 받았는데, 임대인이 없으니 이자만 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역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 같은 송도 상가 공실이 앞으로도 빠르게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송도의 부동산중개인 B씨는 “앞으로도 빈 상가가 늘었으면 늘었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은행 이자는 계속 오르는데 사려는 사람도 없어 팔지도 못해 울며 겨자 먹기로 상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은 “경기가 나아지지 않는 한 상가 공실은 계속 늘 것”이라며 “비어 있는 상가가 이어지면 주변 상권이 슬럼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잔의 유혹’ 못이겨… 비틀비틀 ‘음주 라이딩’ 아찔 [현장, 그곳&]

“막걸리 한 병 마신 것이 전부인데, 자전거도 음주운전에 걸리나요?” 21일 오전 11시30분께 자전거 라이더들이 쉬어가는 장소로 유명한 남양주 팔당대교 인근 한 식당. 점심시간이 되자 자전거 전용 복장을 한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자전거 안전모가 올려진 테이블 곳곳에는 막걸리가 함께 놓여 있었다. 세 명이 함께 온 한 일행은 막걸리 5병을 다 마신 채 자전거를 타고 길을 떠났다. 같은 날 수원특례시 권선구에 있는 한 공원도 마찬가지. 인근 편의점에서 자전거를 세워둔 채 맥주를 마시고 있는 시민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시민 김진한씨(가명·50대)는 “자전거를 타고 공원에 나와 편의점에서 맥주를 마시고 돌아가는 게 일상”이라며 “맥주 한두 캔 정도는 괜찮지 않냐”며 되물었다. 레저스포츠 활성화로 자전거 이용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자전거 음주 라이딩이 끊이지 않고 있어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가을 행락철을 맞아 각종 동호회 라이딩 활동이 증가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경기남·북부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자전거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총 7천176건이다. 지난 2019년 793건이었던 적발 건수는 지난해 1천774건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2018년 9월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면서 자전거 음주운전이 금지됐지만 이같이 음주 라이딩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낮은 처벌 규정으로 위반 행위를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자전거 음주 단속으로 걸리면 부과되는 범칙금은 3만원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음주로 인해 자전거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10명 중 2명이 술을 마신 상태로 자전거를 탄 경험이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을 만큼 안전 인식이 부족하다”며 “술을 마시면 반응속도가 저하되면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꼬집었다. 이어 “단속에 걸릴 경우 면허증에 대한 행정처분 등 강력한 처벌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음주 운전 특별단속 기간에 자전거도 같이 단속하고 있다”면서 “상시 단속으로 계도 및 홍보활동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하루아침에 날벼락”…인천 서구 왕길동 공장 화재로 일대 잿더미 [현장, 그곳&]

“하루아침에 모든 게 불에 탔어요. 막막하기만 합니다.” 21일 오전 10시께 인천 서구 왕길동 공장 일대. 공장 단지 입구를 지나자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불에 탄 공장 건물은 엿가락처럼 휘었고, 공장 앞 차량들은 검게 불에 타 뼈대만 남아 있다. 일부 공장 건물은 아예 무너져 내려 형태조차 알아보기 어렵다. 굳은 표정으로 폐허가 된 공장 내부를 정리하던 안모씨(66)는 “모든 게 불에 타서 직원들과 함께 잔해 정리를 하고 있다”며 “현실이란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근 가구공장도 마찬가지로 전날 화재로 뼈대만 남아 아슬아슬하게 서 있다. 안에 있던 가구들은 잿더미로 변했다. 공장 주인 신모씨(47)는 “어제는 위험하다 그래서 공장에 와보지 못했고, 오늘 아침에 뼈대만 남은 모습을 봤다”며 “납품 일정도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인천 서구 왕길동 한 공장에서 시작한 불이 인근으로 번지면서 일대 36개 업체 공장 관계자들의 일터를 앗아갔다. 소방 당국 등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알아보기 위한 합동 감식을 시작했다.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전 8시44분께 서구 왕길동 한 공장에서 난 불이 11시간1분 동안 꺼지지 않고 번지면서 일대 36개 업체의 공장 70여개 동을 태웠다. 소방 당국은 강한 바람이 방향을 바꿔가면서 부는 데다 공장 건물들 간격이 좁아 불이 빠르게 번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 소방과 인천경찰청 과학수사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은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합동 감식을 시작했다. 이들 기관은 정확한 발화 지점과 불이 난 원인, 화재 피해 규모 등을 조사하고 있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불꽃이 처음 발견됐다고 추정되는 공장 안 사무공간을 집중적으로 감식했다”며 “최종 감식 결과는 1달 이상 지나야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어선 싹쓸이... 인천 꽃게 ‘흉년’ 가격 급등 [현장, 그곳&]

“가을 꽃게 철인데 유례 없이 어획량이 적어 헛웃음만 나옵니다.” 지난 18일 오전 11시30분께 인천 소래포구. 꽃게 철을 맞아 소래공판장에는 꽃게 경매가 한창이었다. 더 싸고 좋은 꽃게를 구하려고 중매인들은 눈치 싸움을 시작했다. 하지만 꽃게를 내놓는 선주들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제철이지만 꽃게가 많지 않아서다. 선주 남모씨(58)는 “30년 가까이 꽃게를 잡았는데 이렇게 심각하게 안 잡힌 적은 처음”이라며 “지난해에는 1일 200㎏ 가량을 잡았는데 올핸 2일 동안 50㎏도 못 잡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같은 날 오후 1시께 인천 연안부두쪽으로 들어오는 꽃게잡이 선주들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일부 어민들은 어획량이 줄자 더 먼 바다로 나가고 있다. 기름 값이 꽃게 수익보다 더 많이 들지만 어쩔 수 없이 출항에 나서고 있다. 선주 예모씨(57)는 “외국인 선원들 임금이나 미끼 값, 기름 값 등을 생각하면 가을 꽃게 철에 최대한 많이 잡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걱정”이라며 “그렇다고 배를 묶어둘 수는 없으니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나간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꽃게 어획량이 급감해 어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날 인천수협 소래지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소래포구 일원에서 잡힌 꽃게는 195만㎏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 2022년 280만㎏, 2023년 260만㎏과 비교하면 엄청난 감소 폭이다. 서해 연평어장 역시 꽃게 어획량이 급감했다. 연평어장의 지난 9월 꽃게 어획량은 15만2천500㎏로 나타났는데 이 수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 31만3천292㎏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잡히는 꽃게 양이 감소하자 경매장 꽃게 가격도 올랐다. 암수컷에 따라 다르지만 최근 경매장에서 꽃게 1㎏ 가격은 1만5천원에서 3만원으로 형성됐다.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30~40%가량 오른 가격이다. 전문가들은 어획량 감소는 해수 온도 상승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한다.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꽃게가 수온 상승으로 서식지가 분산됐고, 어획량은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다 중국 어선 증가도 꽃게 어획량 감소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해경에 따르면 서해 NLL 인근에 출몰한 중국어선은 7~8월 60여척에서 9월 초 기준 140여척으로 급증했다.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원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황해 저층 냉수대가 서해안 깊게 유입되면서 꽃게가 한 부분으로 모이면서 어민들이 많이 잡을 수 있었다”며 “하지만 올해는 작년보다 황해 저층 냉수대가 유입이 덜 됐고, 수온도 올라 꽃게가 좀 더 넓게 흩어지면서 어획량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날의 악몽 떠올라… 가슴 쓸어내린 인천 연평도 [현장, 그곳&]

“집에서 물건만 떨어져도 14년 전 포격 소리인 것 같아서 깜짝 놀라요. 심장이 두근거려요.” 16일 오전 10시30분께 인천 옹진군 연평도의 안보교육관. 무너진 집의 벽과 지붕 파편 등이 지난 2010년 11월23일 연평도 포격전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잔뜩 녹이 슨 액화석유가스(LPG) 통이 오랜 시간이 지났음을 알려주지만, 주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최근 북한이 8개 포병여단의 완전사격 준비태세를 갖춘데 이어 접경지역 도로까지 폭파하는 등 군사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 주민 문성기씨(87)를 만났다. 그는 위급상황 시 언제든 대피할 수 있게 겉옷을 입고 잠을 잔 지 오래다. 바로 집을 떠날 수 있도록 식수와 담요, 신경안정제를 담은 비상 가방까지 꾸려 놨다. 14년 전 포격 당시 너무 놀라 아무 짐도 챙기지 못하고 뭍으로 겨우 몸을 피했던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그는 “또 연평도에 북한이 쏜 포탄이 날아오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그저 마음 편하게 살고 싶은 바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김영식씨(74)는 지난 1월 북한이 미사일 발사와 서해상 포격 등 도발을 한 뒤부터 10개월째 계속 밤잠을 설치고 있다. 최근 북한이 잇따라 도발 움직임을 보여 언제든 ‘제2의 연평도 포격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김씨는 “북한 때문에 무섭고 불안해도 어디 다른데 가서 살 수도 없고, 그냥 감내하고 살 뿐”이라며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에 14년 전 포격전을 겪은 인천 연평도의 주민들이 다시 불안에 떨고 있다. 옹진군 등에 따르면 옹진정신건강복지센터가 지난 1월부터 연평도 주민 400여명을 대상으로 심리 검사 등을 한 결과, 20%에 이르는 주민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고위험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센터가 지난해 200여명에 대한 검사에서는 40%의 고위험군이 나와 심리 상담 등 마음 돌봄 사업을 벌여 감소했지만, 여전히 주민들의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14년 전 포격 사태를 직접 겪은 주민들은 아직도 일상생활에서 소음 등 작은 충격에도 당시 상황을 떠올리는 등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남북관계 악화 등으로 인해 불안한 정세가 계속 이어지면, 자칫 일반 주민들까지도 트라우마가 커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특히 연평도 주민들의 생계인 어업과 관광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어민들이 가을 꽃게철에 북방한계선(NLL) 가까이 가서 조업을 해야 하는데, 북한의 위협에 근처에 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틈에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이 기승을 부리면서 연평도 어민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한 어민은 “연평도의 어선 59척 중 40여척이 꽃게잡이 배일 정도로 생계와 밀접한데, 최근 NLL 근처에 못가다보니 어획량이 적다”며 “북한 도발로 만약 해병대 등에서 바다를 통제라도 하면 꼼짝없이 굶어 죽을 판”이라고 말했다.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식당이나 숙박업소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 올해 초 북한 도발에 예년보다 연평도를 찾는 관광객이 반토막 나더니, 최근 북한의 국경 부근 포병부대의 완전사격준비태세를 갖췄다는 뉴스가 나온 뒤부터는 아예 발걸음이 끊어졌다. 이날 연평도행 여객선도 부대로 복귀하는 군인 몇몇만 탔을 뿐, 대부분의 좌석은 텅 비어 있다. 한 식당 주인은 “올해는 작년보다 관광객이 60~70% 줄었고, 마치 14년 전 포격전 다음해와 거의 비슷한 상황”이라며 “생계를 꾸려가기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연평면 관계자는 “군과 함께 북한 동향을 주시하며 최악 상황을 대비해 주민들의 안전 확보에 대비하고 있다”며 “주민들의 애로사항 등을 듣고 지원책 등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노벨문학상 영광스러워”…쉴 틈 없는 천광인쇄사 [현장, 그곳&]

“인쇄소에서 37년 일하면서 ‘특근’은 처음입니다. 한국인 노벨문학상 수상에 가슴이 벅찰 뿐 일하는 건 전혀 힘들지 않습니다.” 13일 오후 1시 경기 파주시 연다산동의 ‘천광인쇄사’ 제1공장. 인쇄기를 비롯한 각종 기계가 막바지 인쇄 작업을 위해 ‘다다다다’ 굉음을 내며 쉴새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주말도 반납한 채 인쇄소에 모인 20명의 직원 전원은 인쇄하는 라인부터 오자를 확인하는 라인, 제본하는 라인, 검수하는 라인 등에서 각자 맡은 일을 해내기 위해 분주했다. 화학 약품 냄새로 가득한 이곳 인쇄소는 지난 11일 출판사 ‘문학동네’의 증쇄 요청을 받아 한강의 최근 장편소설인 ‘작별하지 않는다’를 인쇄하고 있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직원들의 손길로 곳곳에는 인쇄된 ‘작별하지 않는다’ 묶음이 수북이 쌓여갔다. 이들을 보관하는 제2공장 창고엔 책들이 속속 채워지기 시작했다. 직원 한명훈씨(46)는 “내일 오전 6시30분에 수만권의 책이 나가야 해 모든 직원이 3일 연속 밤 12시까지 일을 하고 있다. 약 40년간 인쇄소에서 일하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일을 하는 거니 힘들지도 않다. 출판사, 인쇄소가 불황이었는데 이번 기회로 책 읽는 문화가 확대되고, 업계도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넉넉한 웃음을 지었다.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출판업계와 인쇄업계 등 관련 업계도 모처럼만에 활기가 돌고 있다. 이날 출판사 문학동네와 창비에 따르면 ‘작별하지 않는다’는 총 15만부, ‘흰’은 총 6만부 증쇄한다. 또 ‘채식주의자’는 총 10만부, ‘소년이 온다’ 역시 총 10만부를 증쇄해 14일부터 각 서점에 배포될 예정이다. 문학동네 관계자는 “출판업계의 불황으로 어려움이 많았다”며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곱씹어 읽는 등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커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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