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원에서 놀자]<13>양평문화원, 전통혼례지도자양성과정

오늘 하루만 신부 빌려준 거지. 우리 마누라 다리 아프니까 적당히 하고 다음으로 넘어가자고! 아 그 양반, 자기 신부라고 엄청 챙기네(웃음). 그래도 순서대로 할 건 해야지. 부인을 빌려줬다면서 힘들까 봐 챙기는 남편과 한 자리에서 난데없이 다른 남자를 신랑으로 맞으면서도 수줍게 웃는 신부, 이 두 사람에게 핀잔을 주면서도 자못 진지한 사람들.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대화와 상황이 왁자지껄하게 펼쳐지는 이곳은 어디인가. 양평문화원(원장 장재춘)이 올해 처음으로 진행하는 강좌 2012전통혼례지도자양성과정의 수업 풍경이다. ▲ 노년층 겨냥 강좌, 일거양득 지난 11일 오후 4시 양평문화원의 2012전통혼례지도자양성과정 수강생은 한껏 들떠 있었다. 본보 취재진의 방문을 알고 있었던 터다. 이미 2시간여 전부터 평소와 달리 전통복장을 갖춰 입고 사진으로 연습해왔던 음식을 마련했다. 자신이 배운 것을 취재진에게 알려주고자 하는 열정은 높은 가을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 특히 올 상반기부터 지금까지 이 강좌의 심화반을 2번이나 함께 들은 수강생들은 취재가 있는 특별한 날 아내를 빌려줄 만큼 돈독한 관계를 자랑했다. 앞서 양평문화원은 가례해설전서교육과 혼례, 상례 등을 가르치는 강좌를 진행해왔다. 지난해에는 이를 발전시켜 실습하고 직업 현장에도 투입될 수 있는 전통혼례지도자양성과정을 개설한 것이다. 기존에 이론으로만 익혔던 실버 수강생이 대거 몰리면서 두 번의 심화과정에 40여명이 청강하고 있다. 수강료가 무료인데다 배우고 나면 집안에서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고 전통혼례 현장에서 아르바이트로도 뛸 수 있으니 그 인기가 높다고. 그래서인지 부부참여자도 2쌍이나 있다. 부인이 먼저 배운 후 남편을 데리고 오거나, 남편이 먼저 배운 후 부인과 함께 오거나 참여과정은 다르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이들 부부는 새로울 것 없는 노년의 새로운 대화주제가 생겨 집에서 애정 한가득이란다. 집에서 절하는 법이나 차례상 차리는 방법 등을 배운 그대로 실천하고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알려주면서 소원했던 가족들이 돈독해지는 효과도 맛봤다고 거듭 자랑이다. 수강생 천영숙(60)씨는 1972년도에 시집갈 때 족두리를 쓰고 가마타고 전통혼례를 치렀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고 각 절차의 의미를 배우면서 자긍심도 생겼다며 전통적인 부분을 확실히 보여주려고 쪽 머리를 할 수 있도록 몇 달간 머리를 길렀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모든 여성 참가자 머리에는 옥빛 비녀가 꽂혀 있다. 이 머리 스타일을 하려고 임 오길 기다리며 내내 우는 소쩍새처럼 머리를 길렀다고 이구동성이다. 한정아 강사는 수강생 대부분 50~60대여서 전통 혼례 과정을 외우고 반복적으로 절하는 등의 실습이 힘이 들 텐데 그 열의가 대단하다며 가족 구성원이 각각의 삶이 바빠 밥상머리 교육이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명절 때라도 여기서 배운 것을 자녀에게 가르치면서 새로운 대화거리가 생겼다고 좋아하는 모습에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양평문화원은 한문서예반, 한글서예반, 풍물반, 전통요리반(전통음식과정, 떡한과과정), 민요반 등의 전통적인 부문의 강좌를 여럿 진행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실버세대를 대상으로 전통혼례지도자양성과정과 함께 양평군을 상징하는 다양한 디자인의 틀로 비누 만드는 법을 배우는 문화재비누만들기 강좌를 마련, 수강생 중 일부를 인근 초등학교 3학년 수업 중 내 지역 바로알기의 보조 강사로 투입하고 있다. 실버세대를 겨냥한 강좌가 교육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셈이다. ▲ 전통 혼례 공간 속 특별한 의미도 가득 양평문화원은 올해 4월 말 국비 4억 원, 도비 14억 원, 군비 12억 원, 기탁금 10억 원 등 총 40억을 들여 1만4천250㎡ 부지에 건축 총 면적 2천738㎡,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의 단독 원사를 갖게 됐다. 양평군립미술관을 지나 양평여성회관 바로 옆에 있는 문화원(양평읍 마유산로)의 신축 원사는 풍물연습실, 서예실, 다도실, 자료실, 문화전시실, 문화교실 등을 갖췄다. 무엇보다 독특한 공간은 2012전통혼례지도자양성과정이 진행되는 전통혼례식장과 전통음식연구실 및 실습실 등이다. 전통 혼례를 치를 수 있을 정도의 무대와 하객이 앉을 수 있는 좌석이 마련돼 있다. 실제로 원사를 개관하자마자 5월에만 4쌍의 연인이 이곳에서 성스러운 혼인 맹세를 맺었다고. 오는 11월에도 혼인한 지 예순 돌을 축하하는 부부의 기념잔치인 회혼례(回婚禮)와 부부의 연을 전통적 방식으로 맺기로 한 예비부부가 예약을 마친 상태다. 재미있는 공간은 또 있다. 전통 혼례를 치르는 중앙무대의 양옆에 있는 작은 방 두 개다. 초자례(醮子禮)와 초녀례(醮女禮)가 쓰여 있다. 그 뜻을 알고 보니 우리나라의 전통 혼례의 한 과정을 진행하기 위한 의미깊은 방이다. 과정은 이렇다. 초자례와 초녀례는 자식이 예식을 치르는 날 아침 일찍 조상에게 고하고 부모의 교훈을 받으며 한 가정의 꾸리는 성인으로서의 역할을 서약하는 절차다. 신랑은 초자례, 신부는 초녀례다. 이리 따져보면 전통적으로는 혼인 전에 이뤄지는 절차인 만큼 혼례가 치러지는 이곳에서는 필요없는 공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양평문화원 측은 현대에 들어서 이 과정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 공간을 꾸려 본격적으로 혼례식을 진행하기 전에 신랑 신부가 각각 부모에게 인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관련 젊은 수강생 한정아(45)씨는 초자례와 초녀례를 진행할 때 신부와 그 부모님이 정말 많이 운다며 폐백을 받지 못해 서러웠던 신부 측 부모님이 현대 결혼식장에서는 폐백 받기를 주장하지만 초녀례를 받으면 그런 서운함도 없어보이더라고 말했다. 문화원 건물에 전통혼례식장이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바로 옆에 위치한 여성회관 덕(?)이다. 양평문화원이 기존에 인근 여성회관이 서양식 웨딩홀을 갖추고 현대 결혼식 사업을 벌이는 것을 보면서 문화원으로서 전통적인 혼례를 치를 수 있는 곳을 마련하고 이를 진행할 차별화된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에 문화원의 원사를 신축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문화원 측의 의지를 반영해 건물 최고층에 전통혼례식장이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김영희 문화원 과장은 전통혼례지도자 양성과정은 원사의 전통혼례식장을 활용해 단순 취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로까지 연결되기 때문에 그 의미가 깊다며 어르신들이 남의 좋은 일을 도와주면서 행복하게 돈도 벌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양평문화원의 대표 사업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류설아 기자 rsa119@kyeonggi.com

[비상하는 에듀 클래스]<14>고양시작은도서관협의회, 북(Book)새통 UCC

박용남 선생이 쓴 꿈의 도시 꾸리찌바를 읽다가 꾸리찌바에서 태어난 생명은 가치 있다 라는 구절에서 한참 생각에 잠긴 적이 있다. 재미와 장난이 만든 생태도시를 표방하는 브라질 꾸리찌바 시의 시정(市政) 철학이 이 한 줄에 함축적으로 요약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을 보며 놀란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컴퓨터를 배우고 자판을 익히는 꾸리찌바 시민들의 타자연습 교재에 적혀 있는 예문들을 보면서도 다시한번 놀랐다. 어린이와 노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타자연습 교재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당신이 울고 싶을 때 나를 불러라. 그러면 나는 당신과 함께 울어줄 수 있다. 당신이 웃고 싶다고 느낄 때 나에게 말하라. 그러면 우리는 함께 웃을 수 있다. 그러나 당신이 나를 필요치 않을 때에도 역시 나에게 말하라. 그러면 나는 누군가를 찾을 수 있다. ▲ 낮은 문턱의 작은 도서관 운동이 중요한 이유 이웃의 윤리를 생각하고, 환대(歡待)하는 마을을 상상하는 무수한 표현들 가운데 이토록 멋지고 감동적인 표현을 나는 알지 못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도덕성의 본질이란 결국 책임감과 연대라고 할 때, 위 표현은 그것에 대한 공동체의 관습과 법도를 표현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사람과 장소에 대한 새로운 가치의 전환을 꾀하고, 그런 가치의 실현을 실생활의 디테일한 부분에까지 적용하고자 한 시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과 장소를 바꾸는 통합예술을 구현하고자 했던 셈이랄까. 이 작은 예만 보더라도 왜 꾸리찌바가 존경의 수도(首都)라는 별칭을 얻게 되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어떤 사례에 대한 과도한 낭만화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품위 있는 삶을 만들어낼 수 있는 문화 능력을 회복하기 위한 마을공동체 사업이 시급한 우리 실정에서 꾸리찌바 사례가 좋은 참조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문화와 예술에 기초한 마을 커뮤니티 사업이 다른 무엇보다 사라져가는 또는 비어가는 (공적) 공간을 정비하여 사람을 채워넣는 일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누구랄 것 없이 삶의 목표를 잃은 정신적 난민(難民) 신세와 다를 바 없는 우리 현실에서 이와 같은 가치의 전환이 요구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동네가 키우는 아이들, 동네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한 마을 커뮤니티(community) 형성이라는 가치의 전환이 시급하다. 19세기 영국 여성시인 메리 보탐 호위트가 썼듯이, 신이 우리에게 아이들을 보내는 까닭은 / 시합에서 일등을 만들라고 보내는 것이 아니다 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십수 년부터 추진되어온 작은 도서관 운동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작은 도서관 운동은 제대로 된 자녀교육을 바라는 중산층 시민들의 자치(self-rule) 욕구와 문화교육에서의 양극화를 해소하려는 사회운동 차원에서 추진되었다. 이러한 작은 도서관 운동은 아이는 물론 마을 어른들까지 함께 나누고 어울릴 수 있는 동네의 다목적 복합문화공간 구실을 함으로써 도서관의 문턱을 낮추는 데 획기적으로 기여했다. 이 점은 빈민촌에 건립된 꾸리찌바의 지혜의 등대 도서관이 빈민촌 문화의 횃불이 된 것과 같은 효과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우리의 경우 관(官)에서 움직이지 않으니까 시민의 힘으로 작은 도서관 건립과 운영은 물론 프로그램 기획 과정을 추동하고, 민관이 함께 도서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마을 커뮤니티 형성과 강화를 위한 사업에서 제재와 관리보다는 허용과 이용자들의 편의를 먼저 생각하는 작은 도서관 운동이 중요한 것은 작은 도서관 특유의 낮은 문턱 때문이다. ▲작은도서관 프로그램 지속가능해야 한다 지역 주민들의 만남, 소통, 교육의 장소로 활용되는 작은 도서관의 이용자는 마을 아이들과 주부들이지만, 주요 프로그램 대상자는 아이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현재 작은 도서관 10곳이 운영 중인 고양시작은도서관협의회에서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다원예술과 책이 만난 작은 도서관 이야기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작은 도서관을 이용하는 30~40대 경단녀(경력단절여성의 약자) 엄마들을 대상으로 다원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북(Book)새통 UCC를 추진한다는 점이다. 영상, 책, 미술이 어우러진 프로그램에 참여한 주부들이 육아(育兒)의 고민은 물론 나와 마을 이야기를 통해 자존감을 높이고, 동네에 대한 애착을 높이기를 바라는 취지에서 이 프로젝트는 시작됐다. 프로그램 진행은 마포공동체라디오(FM) 활동에서 배출된 숨쉬는문화예술교육 자몽의 강사들이 맡았다. 참여한 주부들은 디지털 카메라를 활용해 마을의 일상을 탐색하고, 작업 결과물을 통해 이웃과 소통하게 된다. 초등학생 및 청소년과 진행하는 다른 프로그램은 라디오방송 제작 등을 경험한다는 점이 다를 뿐 큰 차이는 없다. 신도시 지역의 작은 도서관 운동의 주체는 대체로 고학력 중산층 주부들이다. 이들은 아이들의 육아를 위해 도서관 건립에 조합원으로 참여해 도서관 운영과 프로그램 진행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왔다. 문제는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도서관 운영에서 점차 손을 놓게 되고, 동네에 대한 관심 또한 시들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지속가능한 작은 도서관 운영에 있어서 엄마들의 역량강화를 위한 예술교육 활동이 매우 중요하다. 다른 작은 도서관의 사정 또한 대동소이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작은 도서관에 대한 정책적 지원의 방향을 일종의 마을강사를 육성하는 차원에서 아이들은 물론 엄마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지원으로 시선을 적극 전환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런 마을강사 육성과 역량강화 활동을 통해 배양된 작은 도서관 운동가 엄마들이 아이들 교육에 관한 프로그램을 자체 진행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다면 지속가능한 도서관 운동이 가능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고양작은도서관협의회 다원예술과 책이 만난 작은 도서관 이야기 프로그램에서 아쉬운 점이 바로 이 점이었다. 차후에 이 사업을 진행할 때는 작은 도서관 운영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하면서 마을강사 육성을 강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 설계가 필요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쉽지는 않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마을 어른들을 중심으로 한 내부역량을 강화하고 도서관의 비전을 고민하지 않는다면, 작은 도서관 운동이 추구해온 육아공동체로서의 설립 목표는 내 아이주의라는 이기심 때문에 정체될 수도 있다. 도서관에 관한 우리 사회의 관심과 지원은 여전히 미흡하다. 우리는 아직도 학교와 동네에 도서관을 짓는 운동조차 기적을 운운해야 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육아보육 예산 등을 참여예산제를 통해 지원하는 게 아니라 투자한다는 프레임으로 주민들을 설득한 브라질의 룰라 전 대통령 같은 정책적 프레임 형성과 후속 지원책이 요구된다. 작은 도서관 내부에서도 자체 역량강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과 함께 비조합원에 대한 문호개방을 통해 커뮤니티 외부로 시선을 확장하려는 열린 마음을 통해 마을 커뮤니티의 안과 밖을 상상하고 사유하면서 환대하는 마을을 실천하려는 의지와 열정이 필요하다. 우리가 마을의 작은 도서관에 가는 이유는 책이 아니라 인간을 만나기 위해서이다! 고영직 문학평론가

[그림 읽어주는 남자]구헌주의 ‘빈티지룩’

최근 여러 도시에서 도시와 예술의 접합 현상이 두드러진다. 과거에는 큰 도시였으나 도시가 확장되면서 중심과 주변의 위계가 바뀐 도시들에서 그런 현상은 더 많이 목격된다. 창원시와 마산시가 통합되면서 마산은 일개 구로 작아졌으나 구(舊)마산시의 옛 중심지는 예술도시로 성장 중이다. 창동 예술촌이 들어서더니 지금 마산의 창동은 주말이면 3천명의 시민이 찾는 예술의 중심지가 되었다. 대전광역시 대흥동 일대에서 지금 펼쳐지고 있는 원도심프로젝트의 원도심은 낡은 도시이거나 묵은 도시, 쇠락한 도시, 텅 빈 도시, 역사도시의 시간축적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말이다. 625 한국전쟁 이후 재편성되듯 폐허 위에 구축된 대전역 앞의 원도심은 1960~70년대 도시화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1980년대까지 이 일대는 도시의 중심이 되었으나 1990년대로 넘어오면서 주변부가 되었다. 시간의 축적은 그즈음 멈췄을 것이다. 구헌주의 빈티지룩은 대흥동의 시간성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그는 원도심이 되어버린 이 공간의 흔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포지티브와 네거티브의 개념을 바꾸어 차용했다. 빈티지는 앞서 언급했듯이 묵은, 쇠락한, 텅 빈, 역사의 시간 축적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것들은 옛 건물들의 표면에 고스란하다. 그러므로 그는 옷의 이미지를 그리되, 옷의 배경을 밝게 포지티브로 도드라지게 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옷의 시간성이 드러나는 전략을 구사했다. 즉, 낡은 도시를 드러내기 위한 빈티지룩의 전략은 옷의 바깥을 더 밝게 함으로써 쉽게 성취되었던 셈이다. 옷은 그가 보여주고자 하는 포지티브였으나 오히려 네거티브로 남아서 완성되었다. 밖을 단색조로 바꾸자 옷의 시간성은 시간이 축적한 만큼의 칼라를 선명하게 돌출시켰다. 그리고 그 옷의 칼라는 원도심 미학의 가장 아름다운 상태를 노정했다. 그라피티의 미학이 이렇듯 명쾌하게 리얼리티를 획득한 사건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구헌주의 빈티지룩은 리얼리즘의 전경(현상)과 후경(흔적)을 동시에 보여주는 탁월한 벽화라 할 것이다. 수원의 원도심도 대전의 대흥동과 다르지 않다. 화성의 옛 흔적을 찾아 복원하려는 장대한 계획이 나쁜 것은 아니나 낡은 것의 가치를 예술의 가치로 전환하는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행궁동의 골목들을 보면 예술의 가치를 찾는 것이 그리 멀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김종길미술평론가경기도미술관 교육팀장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양자관계 협력 모델”

본보한베친선協 공동주최 18일 한국과 베트남 수교 20주년을 기념해 본보와 ㈔한-베친선협회가 공동 주최한 한-베 문화교류 촉진포럼에서 참석자들은 수교 이후 양국관계 발전이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양자관계 협력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쩐 쫑 또안 주한 베트남대사는 기조연설을 통해 1992년 12월 수교 이후 2001년 21세기의 포괄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2009년 이명박 대통령 베트남 방문 시 전략적 협력동반자로 격상됐다면서 한국에 베트남문화원을 조속히 설립하고 베트남 한국문화원을 활성화해 경제뿐만 아니라 외교사회, 문화분야에서의 협력을 확대해 줄 것을 주문했다. 유인선 전 서울대 교수는 한국이 경제 뿐만 아니라 외교문화적으로도 베트남의 최고 우방이 됐다고 평가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인한 병폐가 심각함으로 정부 차원에서 올바른 베트남 역사와 문화 알리기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토론에 나선 양국 전문가들은 한베트남 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양방향 문화교류 확대를 주장했으며 무엇보다 지난해 기준, 베트남 출신 여성과의 국제결혼 건수가 중국 여성과의 결혼 건수를 추월함에 따라 사회통합을 위해서라도 다문화 가정 자녀를 위한 교육과 장기적 취업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한편, 한국베트남간 문화교류를 통한 이해와 소통을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에는 쩐 쫑 또안 주한 베트남대사, 임홍재 前 주베트남 한국대사 베트남 관련 각계 전문가들과 베트남 결혼이민자여성을 비롯해 임창열 본보 대표이사 회장, 김성렬 행정1부지사, 임재익 아주대 국제대학원장, 홍기헌 전 수원시의회 의장, 박해진 경기신용보증재단 이사장 등 내외빈들을 포함해 400여명이 참석했다.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전략적 동반자’ 넘어 ‘미래 동반자 시대’ 열자

한국과 베트남 수교 20주년을 맞아 쩐 쫑 또안 주한베트남대사와 국내 베트남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18일 오후 아주대에서 개최된 한-베 문화교류 촉진 포럼에는 쩐 쫑 또안 주한베트남대사, 임홍재 前주베트남 한국대사, 최호림 서강대학교 동아연구소교수 등이 참여해 한국과 베트남의 비전을 위한 아젠다를 제시했다. 한국-베트남간 문화 교류를 통한 이해와 소통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포럼은 김종욱 청운대학교 베트남학과 교수의 사회로 기조연설, 패널 참여 토론, 패널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쩐 쫑 또안 주한베트남대사국내 전문가 문화교류 통한 이해와 소통 모색 사돈의 나라 걸맞게 이주여성 지원 국제결혼 중개업체 관리 강화 지적도 기조연설자로 나선 쩐 쫑 또안 주한베트남대사는 한국과 베트남은 전략적 동반자로 도달했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말고 더 노력해야 한다며 양국 간 체결된 문화체육관광 협정을 잘 이행해 그 다양한 가치를 세계에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양 국민의 상호이해를 위해 한국 베트남문화원 설립과 베트남 한국문화원의 활동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기조연설자 유인선 前 서울대교수는 베트남에 대한 몰이해로 인한 병폐를 사례 중심으로 설명하며 강하게 지적했다. 유 교수는 한국인들은 베트남을 너무나 모르고 알려고 하지 않으며 이로 인해 잘못된 사실이 기사로 나오고 교과서에도 잘못된 오류들이 많다면서 정부가 민간단체 등을 통합해 계획적으로 움직일 때 베트남 역사와 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이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 임홍재 前 주베트남 한국대사는 한국 베트남문화원 설립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우리 정부는 지난 2007년 동남아 국가 중 제일 먼저 베트남 하노이에 문화원을 설립했다며 외교에서 문화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고 문화교류는 쌍방이어야 하기 때문에 베트남 정부가 한국에 베트남 문화원을 설립운영해 줄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베트남 출신 국회의원 배출 문제에 대해서도 거론한 임 前 주베트남 한국대사는 이미 동반자 관계, 이웃나라, 사돈나라의 관계를 한 단계 더 격상시키는 일이 필요하다며 다음 총선에선 베트남 다문화 여성 중 한 명을 국회에 진출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이날 토론에서는 지난해 이주 베트남여성이 7천636명으로 전체 이주여성 수 중 1위를 기록함에 따라 국제결혼 절차와 이주여성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다양하게 제시됐다. 안경환 조선대학교 교수는 결혼정보 회사의 불법적인 영업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고 매매혼 형태의 알선을 엄격히 금기시켜야 한다며 결혼 예정 한국 남성들의 건강상태를 포함한 상세한 정보를 베트남 여성들에게 제공하도록 계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호림 서강대학교 동아연구소 교수도 한베 양국이 유교문화권이라는 공통점으로 국제결혼이 증가해왔다. 그러나 영세한 중개업체가 난립하면서 국제결혼이 여전히 졸속으로 이뤄진다면서 중개업체 설립 및 운영 자격요건, 중개활동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베트남 출신으로 이주여성에 대한 지원을 주문한 전정숙 국제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정부 여러 부처가 다문화교육을 시행하고 있지만 행사와 실적위주의 프로그램으로 이주여성들의 자립성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회적응, 취업, 자녀교육 등 중장기적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실제 한국에서 유학 중인 베트남 학생을 인터뷰한 자료를 토대로 한 유승익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한국과 베트남의 학생교류 현황 및 특징에 대한 발표도 이어졌다. 유 교수는 한국으로 유학 온 베트남 학생들은 인문사회계열보다 의학, 에너지, 응용물리화학 분야 등을 선호하는 성향을 보였다면서 한국생활에 만족하고 있지만 언어, 관습, 문화가 달라 소통수단에 대한 부족을 어려움으로 꼽았다고 전했다. 장혜준기자 wshj222@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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