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재발견_부천수주도서관

수주도서관은 청동기 마을유적이 발굴된 고강선사유적공원에 자리하고 있다. 부천문화둘레길이 시작되는 공원과 가깝다 보니 책을 읽다가 둘레길이나 오솔길을 산책할 수도 있어 도서관 안팎이 풍요롭다. 이뿐만 아니라 도서관과 같은 날 개관한 수주문학관, 고강선사유적체험관이 함께 있어 책과 문화, 역사와 자연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시민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부천,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지정 최근 지자체마다 특성화 주제를 설정해 공공도서관을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부분의 신규 도서관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도서관의 테마를 정하고 그에 맞는 이용자 중심의 건축과 인테리어로 도서관을 꾸미고 있다. 책을 읽기에도, 잠시 머물다 가기에도 좋은 공간 디자인을 우선시하는 요즘의 공공도서관 앞에서, 여느 공공기관과 다를 바 없는 건물에 장서량으로 승부를 보던 도서관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2022년 7월 8일 부천에서 15번째 시립도서관으로 문을 연 ‘수주도서관’은 연면적 6천196㎡,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도서관을 중심으로 문학관, 선사유적체험관, 시민학습관이 공존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탄생했다. 급성장한 산업도시가 그렇듯 부천시 역시 이주민이 많아 삶의 치열함이 묻어 나는 도시 분위기가 역력했고 이러한 도시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문화의 힘을 빌렸다. 부천에서는 해마다 국제만화축제가 열리고 있으며 판타지 영화를 중심으로 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1997년부터 개최되고 있다. 부천시는 문화 발전의 전략인 만화, 영화, 도서관, 교육 등을 종합적으로 견인하고 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 대안으로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가입을 추진했다. 이에 2017년 동아시아 최초이자 세계 21번째로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로 지정됐으며 문학의 구심점이 되는 시립도서관의 활성화를 위해 부천시만의 특색 있는 문화특화프로그램을 추진·운영 중이다. 한편 부천시는 협약된 도서관끼리 소장한 자료를 서로 주고받으며 이용자가 빌릴 수 있는 ‘상호대차서비스’를 2002년 전국에서 처음 시행했다. 현재 16개 시립도서관을 비롯해 공립작은도서관(19개소), 대학도서관(3개소) 등 43개소를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2016년부터 시민이 원하는 책을 도서관 방문 없이 가까운 서점에서 대출할 수 있는 희망도서바로대출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책, 문학, 역사가 공존하는 공간 부천수주도서관은 고강선사유적공원에 위치하고 있다. 청동기 마을유적이 발굴된 장소로 이와 연계해 수주도서관 별관 2층에는 고강선사유적체험관이 마련돼 있다. 체험관에서는 청동기 마을유적의 모습과 집터에서 유물을 발굴한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이렇듯 선사유적이라는 지역 문화자원을 활용해 수주도서관은 역사(고고학)를 특성화 주제로 삼고 역사 도서 저자 강연회, 아동 대상 선사테마 특화 프로그램(선사시대 시간탐험대) 등을 운영한다. 한편 수주도서관의 이름은 일제강점기 학자이자 언론인·문인의 삶을 산 수주(樹州) 변영로의 호를 따 명명했다. 3·1운동 당시 ‘독립선언문’을 영문 번역하고 타자기로 직접 타이핑한 것으로 유명한 그는 부천을 대표하는 문필가로 주민공모 과정을 통해 도서관 이름이 정해졌다. 부천은 변영로의 아버지가 삶의 터전으로 여기며 살던 곳이다. 정작 변영로는 서울에서 태어났는데 그는 스스로 부천을 ‘출생치 않은 고향’이라고 말할 만큼 부천을 삶의 근원지로 여겼다. 고려시대 부천의 옛 이름이기도 한 ‘수주’를 자신의 호로 삼은 것도 고향에 대한 애정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변영로 시인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 수주문학관이다. 수주도서관과 같은 날 개관했는데 시인과 관련한 자료 60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실은 ‘천재의 고향, 펜을 들다’, ‘민족의 울분, 기록하다’, ‘지조의 문인, 마음을 울리다’, ‘수주의 흔적, 정신을 이어받다’ 등 4개의 주제로 구성돼 있으며 시인의 생애와 작품 세계를 더욱 쉽고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인터랙티브 체험과 영상을 함께 제공하고 있다. 부천문화재단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는 ‘고강선사유적체험관’은 청동기시대 고강 선사 문화의 가치를 알리고 체험할 수 있는 역사체험형 전시 공간이다. 이곳 역시 도서관과 함께 2022년 개관했으며 1955년 부천 고강동 청룡산에서 발견된 청동기시대 유적지를 바탕으로 발굴 당시의 모습과 옛 고리울 마을을 재현했다. 고강동의 선사 문화를 생동감 있게 전하고 상상력을 확장할 수 있는 체험관은 ‘고리울 선사유적을 발견하다’, ‘고리울 유적의 흔적을 찾아라’, ‘옛 고리울 마을로 떠나자’ 등 3개의 주제로 구성돼 있다. 청동기시대 주거지의 유물을 직접 발굴해볼 수 있으며 고리울 마을의 움집 생활과 당시의 제례 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다. 또 체험관 가까이에 고강동 선사유적지가 있는 선사유적공원도 위치해 함께 둘러보기 좋다. 생애주기별 맞춤 책 서비스 제공 한편 도서관 3층에 마련된 미디어창작소는 시민들이 문화를 생산하고 즐길 수 있는 ‘창의·공유·개방’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운영 중이다. 카메라, 조명, 녹음기기, 배경 등 영상 및 사진 촬영, 오디오 녹음이 가능한 장비가 구비돼 있어 시민들이 비용 부담 없이 콘텐츠 제작을 경험할 수 있다. 이 밖에 수주도서관은 시민이 직접 기획하고 참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한 도시 한 책 읽기’, ‘북 페스티벌’ 등 자발적인 부천형 독서운동이 전개되고 있으며 저출산 등 사회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아기환영 북스타트’ 사업, 생애주기별 다채로운 ‘책맞춤’ 프로그램, 취약계층을 위한 ‘찾아가는 교육·도서 대출’ 등 지역과 융합하는 독서 복지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그중 생애주기별 ‘책맞춤 서비스’는 태어나면서부터 책 읽는 습관을 길러주기 위한 신생아 ‘북스타트’ 서비스로 시작한다. 부천시에서 태어난 신생아 1천명을 대상으로 도서관, 행정복지센터 등 72개소에서 북스타트 책꾸러미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후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반려동물, 환경 등 20개 주제별 책꾸러미를 선택해 대출할 수 있는 ‘주제별 동화첵(check)’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키우는 노하우부터 추천까지...'반려식물'에 대한 A to Z

무언가 관심을 쏟고 마음을 줄 만한 상대가 없을 때 인간은 공허함을 느낀다. 같은 사람이라고 다 말이 통하는 게 아니듯이 때로는 나를 졸졸 쫓아다니는 강아지나 그림처럼 가만히 있는 식물과 정서적으로 교감하고 위안을 얻는다. 어떤 식물이라도 유대감을 형성한다면 그게 바로 나만의 ‘반려식물’이 된다. 보통의 식물과 반려식물의 차이 식물에게 사랑을 쏟는 일은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실내생활이 늘어나면서 집 안에서 자연을 느끼고 싶은 마음이 커지고 동물에 비해 손이 덜 가면서도 독특하고 예쁜 취미가 될 수 있는 식물 기르기가 젊은층의 공감을 얻었다. 그렇게 ‘반려식물’은 반려동물과 교감하는 것과 유사한 심리적 안정감과 마음의 위안이 되고 공기정화능력, 음이온 배출 등 신체적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취미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1월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반려식물에 대한 소비자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려식물에 대해 매우 잘 알거나 조금 알고 있다’는 응답이 2021년 82.3%보다 5.6%포인트 증가한 87.9%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반려식물과 보통의 실내식물을 구분하는 주요 요소’를 묻는 질문에 ▲애착 형성 여부(43%) ▲사람과의 교감 여부(25%)가 높은 응답률을 보였는데, 이는 특정 종을 반려식물로 인식하기보다 어떤 식물이라도 기르면서 유대감을 형성하면 반려식물로 인식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반려식물을 기르는 목적으로는 ▲정서적 교감 및 안정(55%) ▲공기정화(27%) ▲실내장식 및 인테리어(14%) 순으로 나타났다. 식물 기르기의 정서적 효과에 대한 공감 정도는 ▲정서적 안정이 77%로 가장 높았고 ▲행복감 증가 73% ▲우울감 감소 68% 순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반려식물로 삼기 좋은 식물 특성으로는 ▲나의 관리에 따라 생육 반응을 보이는 식물(40%) ▲나만의 사연이나 의미가 있는 식물(30%) ▲나의 감각을 자극하는 요소를 가진 식물(24%) 등을 들었다. 이는 반려식물과 짝이 되고 교감하는 방법이 곧 ‘식물을 관리하는 행위’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생명체로서 식물 존중에 대한 공감도는 69%로 연령에 상관없이 높았으며 특히 1인 가구에서는 73%에 달했다. 식물 존중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공감하는 정도는 ▲식물은 생명체이며, 생명체는 존중돼야 마땅하다 88% ▲식물을 좋은 환경에서 기르는 것이 식물을 활용하는 인간에게 이롭다 83% 등으로 높았다. 생물 자체의 가치뿐 아니라 인간이 얻는 이익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는 소비자가 많았다. 경기도, 전국 최초 반려식물 관련 조례 발의 지난해 2월 경기도의회는 전국 최초로 반려식물에 대한 정의를 정립하고 관련 산업 발전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해당 조례안은 반려식물 재배를 장려하고 산업 발전을 위한 기반을 조성해 도민 삶의 질 향상과 지역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조례를 통해 반려식물도 정의했는데 ‘가정과 회사 등 실내외에서 쉽게 기를 수 있고, 식용을 주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인간과 짝이 돼 교감을 통해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얻고자 기르는 식물’이다. 구체적인 지원사업도 명시했는데 반려식물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복지시설 등에 반려식물을 보급할 수 있도록 반려식물산업 사업자 컨설팅, 반려식물 판로개척·소비촉진, 반려식물 재배 관련 병해충 진단·관리를 위한 정보 제공, 반려식물 관련 교육·체험·홍보 등의 사업을 지원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기도의회 농정해양위에 따르면 해당 조례를 바탕으로 2027년까지 5년간 152억여원의 예산이 경기도 반려식물 산업 활성화 등에 쓰일 것으로 추산했다. 한편 경기도농업기술원이 운영하는 사이버식물병원에 지난해 약 75만명이 방문했으며 507건의 온라인 상담과 149건의 오프라인 진단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버식물병원은 사이버식물병원 홈페이지에 접속해 피해 사진과 재배 정보를 올리면 전문가가 실시간으로 진단해주는 상담서비스다. 농업인뿐 아니라 도시민들의 반려식물에 대한 진단 의뢰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2009년 개설 이후 최근 5년간 연평균 500~600건의 온라인 진단과 150건의 오프라인 진단이 이뤄졌다. 사이버식물병원은 2009년 당시 전국 최초로 개설된 바 있다. 이 밖에도 서울시는 지난해 6월부터 사회와 단절된 외로움으로 힘들어하는 고립·은둔 청년 500명을 대상으로 ‘반려식물 전달사업’을 본격 시행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 가구의 비율은 2022년 전체 가구의 34.5%로 2020년 33.4%, 2021년 33.4% 대비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이와 관련해 정서적·물리적 고립 상태가 최소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고립’으로, 외출 없이 집에서만 생활하는 상태가 최소 6개월 이상 계속되는 경우를 ‘은둔’으로 정의하고 있다. 서울 고립·은둔 청년 반려식물 지원 대상자는 서울에 거주하는 만 19~39세 고립·은둔 청년이 참여 신청 후 선정 과정을 거쳐야 하며 선정된 청년에게는 반려식물을 1인당 3개씩 지원한다. 서울시는 반려식물 보급 사업을 2017년부터 진행해왔다.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홀몸어르신의 고독사, 우울증 등의 해결책으로 보급해 왔으며 반려식물을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정기적으로 원예치료사와 생활관리사가 동행 방문해 식물 관리 방법을 안내하고 유선으로 수시 관리하는 등 어르신들이 정서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지원했다. 초보자에게 추천하는 식물들 집에서 가꾸기 좋은 대표적인 식물로는 ‘산세베리아’가 꼽힌다. 산세베리아는 공기정화 능력이 탁월한 식물로 특히 밤에는 산소를 내뿜어 방이나 거실에서 키우기 좋다. 산세베리아는 병충해에 강하고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쉽게 죽지 않을 정도로 생명력이 강해 초보자들도 키우기 수월한 편. 그러나 추위에 약하기 때문에 햇볕에 직접 노출되지 않는 양지에서 키우는 것이 가장 좋다. ‘몬스테라’는 잎에 구멍이 뚫려 있는 모습이 독특하고 인테리어 효과가 높아 인기가 많은 식물이다. 공기정화 효과가 큰 몬스테라는 키울수록 잎이 자연스럽게 아래로 늘어지는데 취향에 따라 긴 줄기의 마디를 잘라 물꽂이를 할 수 있다. 이때 마디에 있는 기근을 살려 잘라야 물속에 뿌리를 잘 내리며, 어느 정도 뿌리를 내린 후엔 흙에 키우는 것이 가장 건강하게 키우는 방법이다. ‘금전수’는 ‘번영’이라는 꽃말을 갖고 있어서인지 집에서 키우면 금전운과 행운이 들어온다고 해 집들이 선물이나 개업식 선물로 인기가 많다. 이 식물 역시 공기 정화 능력과 겨울철 가습효과가 뛰어나다. 특히 금전수는 전자파를 흡수하고 음이온을 방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TV 옆이나 컴퓨터 옆에 두면 좋다. 금전수는 추위와 과습에 약하기 때문에 추운 곳에서 잘 버티지 못한다. 따라서 물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주고 통풍이 잘되는 18도 이상의 따뜻한 곳에서 관리하는 것이 적당하다. 집에서 키우는 화분은 무엇보다 흙 관리가 철저해야 한다. 간혹 겨울에 구입한 화분 흙에 벌레 알이 들어있는 경우가 있는데 봄이 되면 부화하는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여러 개의 화분을 동시에 키우는 경우엔 화분 간의 간격을 유지해 통풍이 잘 되도록 신경쓰고 주기적으로 화분 위치를 바꿔 골고루 바람과 햇빛에 노출되도록 한다.

“수원역 한 가운데 떨어진 미션”…추리미션 ‘수원역’ 1화 리뷰

“모든 것이 사라지고 있어요! 이곳 수원의 기억과 함께요!” 수원역과 수원의 원도심을 배경으로 가상과 현실, 그곳에 숨겨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이야기를 주인공이 되어 체험해볼 수 있는 콘텐츠가 출시됐다. 방탈출 게임과 예능 ‘크라임씬’, ‘런닝맨’ 등 추리물 마니아라면 특히 주목해 볼 만하다. 국내 최초로 다양한 실감기술을 적용한 OTT 드라마 형태의 5부작 추리미션 시리즈이자 수원문화재단의 스마트 관광콘텐츠 ‘수원역’이다. ‘수원역’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계획공모형 지역광관개발사업’ 근대여행 골목길 자원화 사업의 일환으로 개발됐다. 해설 중심의 ‘듣거나 관람하는’ 일반적인 문화관광과 달리 관광객이 직접 이야기 속 주인공이 돼 1인칭 시점에서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 지난 6일 오후 직접 체험해 본 ‘수원역’ 시리즈 1화 ‘기억의 문’은 한마디로 ‘흥미진진’ 했다. 시리즈는 1화 ‘기억의 문’, 2화 ‘새로운 모험’, 3화 ‘다가오는 그림자’, 4화 ‘가려진 영웅들’, 5화 ‘기억 속으로’ 5부작으로 3월 한 달 간 매주 금요일마다 1화씩 공개된다. 각 화는 수원역~구 경기도청~중앙도서관~수원향교~부국원~수원교회~화성행궁까지 하나의 이어지는 스토리를 중심으로 각기 다른 수원의 원도심 공간이 배경이다. 특히 수원의 근현대 이야기를 증강현실(AR)을 비롯한 11종의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 실감기술과 외부구조물을 활용해 몰입감을 높인다는 특징을 갖는다. 휴대전화 속 애플리케이션(앱)을 열자 화면에 “수원역 2층 대합실로 이동하라”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첫번째 미션을 따라 수원역에 도착하자 그곳을 오가는 수많은 이들과 다른 시공간의 세계가 펼쳐졌다. 의문의 소녀가 남기고 간 수첩과 명함. 눈 앞의 공간을 배경으로 한 몰입감 넘치는 드라마 영상과 중간중간 미션을 수행하며 다음 퀘스트로 넘어가는 추리 형식은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되는 상황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꽤나 난이도 있는 일부 추리는 콘텐츠의 재미를 더했다. “저를 따라오세요! 기억삭제 프로세스를 막아야 돼요…!” 그렇게 여러 숫자와 글자, 단서를 조합해 암호를 풀며 알아낸 이야기. 의문의 소녀 천재 해커 ‘천재은’과 수원서부경찰서 사이버수사과 ‘강진혁’ 형사(가상인물)가 들려준 이야기는 바로 기억을 지우고 역사를 묻으려는 어둠의 조직이 존재하며 이들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천재은과 함께 활동하던 프로그래머이자 조력자 코드네임 SUN.K ‘이선경’의 등장까지. 1화는 수원역을 배경으로 지하역 상가, 수많은 젊은이들이 오가는 매산로 테마거리와 수원역 로데오거리 등 곳곳에서 미션이 진행된다. 현실의 세계에 3차원의 가상세계 이미지를 겹쳐 이를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주는 증강현실(AR) 기술과 실제하는 주변 구조물과 소품을 활용하는 것이 특히 묘미이다. 마치 논플레이어 캐릭터(NPC)처럼 작동하지 않는 소품으로 존재할 것 같은 골동품 전화기에서 메시지를 전하는 음성통화가 이뤄지거나 눈 앞의 기둥에 AR 카메라를 켜자 화면에 등장한 단서는 쾌감을 불러 일으킨다. 그렇게 현실과 가상,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오가는 스토리는 디지털 기술로 몰입감을 높였다. 곧 공개될 2화부터 최종 5화까지 수원역부터 화성행궁까지 수원의 원도심에 근대의 역사 이야기가 접목된 ‘수원역’은 한마디로 ‘복원’과 ‘반전’이 키워드다. 추리를 풀어나가며 최종 이야기에 가닿아 보면 자연스레 과거의 역사가 궁금해지게 될 것. 친구나 연인과 매일 밥 먹고 영화 보고 커피 먹는 평범한 데이트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혹은 가족과 관광지에서 기억에 남을 여행을 해 보고 싶은 이라면 추천한다. 방법은 구글플레이 또는 앱스토어에서 ‘수원화성의 비밀’을 다운 받으면 된다. 참고로 ‘수원역’ 시리즈는 하나의 기기로 콘텐츠를 다운 받고 이를 2인1조, 3인1조 여러 명이 함께하는 것을 권장한다. 지도나 암호 해독지를 펼치고, 미션지를 들고 촬영하거나 중간중간 문제를 풀기 위해 메모를 하는 등 추리를 풀어나가는 활동은 일행과 함께하기에 적합하다. 3년 전 ‘수원화성의 비밀’을 기획한 데 이어 이를 업그레이드한 지금의 ‘수원역’을 기획·개발한 이선형 수원문화재단 관광사업부 지역관광개발팀 대리는 “‘수원역’은 MZ세대를 겨냥해 원도심 지역과 경제활성화를 위한 관광콘텐츠”라며 “실감기술을 적용해 이를 하나의 이어지는 스토리의 5부작 드라마 형태로 만들어 낸 것은 국내 최초로 의미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역사의 이야기를 해설하는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 아니라 내가 주인공이 돼 경험하고 체험하는 ‘스토리두잉(story-doing)’이 핵심으로 수원의 또다른 세계관 속 이야기를 경험해 달라”고 전했다.

세계여성의 날 기념, ‘경기도 공공기관 성평등위원회’ 어디까지 왔나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이 ‘세계여성의 날’(3월8일)을 기념해 7일 오후 2시 ‘경기도 공공기관 성평등위원회 운영실태 및 과제’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은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올해로 5년차에 접어든 경기도 공공기관의 성평등위원회의 운영 현황을 분석하고 위원회가 조직 내 성평등 문화 확산과 정착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포럼은 재단의 공식 유튜브 채널(구읏TV)로도 생중계 돼 비대면 시청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도 오고 갔다. 토론은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여성학협동과정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심선희 경기도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의 주제 발표에 이어 최유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주류화지식혁신본부장, 이애형 경기도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 위원, 김현정 경기관광공사 성평등위원회 당연직 위원, 김민아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 전 성평등 업무 담당자, 허순 경기도 여성가족국 여성정책과장의 토론이 이어졌다. 김혜순 경기도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는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 28곳에 성평등위원회 설치돼 경기도의 성평등을 실현하는 데 구심점 역할을 해오고 있다”며 “이 자리는 성평등위원회의 운영 실태를 살펴보면서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실행 계획과 앞으로의 활성화 방안 등 경기도 여성 정책을 모두 짚어보는 중요한 자리라 생각한다. 그 의미가 실현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여성 관리자 비율…여전한 ‘유리천장’ 심선희 연구위원이 주제 발표한 ‘경기도 공공기관 성평등위원회 운영실태와 과제’에 따르면 도내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공공기관 28곳 중 여성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경기도여성가족재단(85.0%)과 경기도사회서비스원(81.9%)이다. 여성 관리자 비율이 가장 높은 곳도 경기도여성가족재단(85.7%), 경기도의료원(68.2%), 경기도사회서비스원(67.9%) 등 여성 직원 비율이 높은 곳이었다.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경기도콘텐츠진흥원은 여성 직원의 비율이 40% 중반대였지만 여성 관리자비율은 10% 후반대에 그쳤다. 비율의 격차가 가장 큰 곳은 경기관광공사였다. 여성직원의 비율은 45.6%였지만 여성 관리자의 비율은 5.9%에 그쳤다. 성평등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 도내 공공기관의 인력 규모 및 성별 현황. 2024년 1월 기관 관계자 대상 조사 결과 분석. ‘경기도 공공기관 성평등위원회 운영실태와 과제’ 발췌. 자료 제공=경기도여성가족재단 성평등위원회는 주로 연 2회 서면회의를 진행했다. 위원회가 운영하는 성평등 관리지표 선정을 보면 지난해 기준 ‘기타’ 영역의 ‘성인지교육, 폭력예방 교육 이수율’이 12곳(44.4%)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여성 대표성 영역-여성관리자 확대’와 ‘인적자원관리 영역-관리직 후보 육성 프로그램 운영’이 11개 기관(40.7%)이었다. 다만 ‘전체위원회 성별 비율’, ‘재직자 정규직 성별비율’, ‘경력개발제도 발굴’을 선정한 기관은 한 곳도 없어 성평등 관리를 위한 다양한 지표 확장에는 한계가 있었다. 심 연구위원은 “공공기관의 성평등 인식과 평가를 보면, 조직의 특성과 기관 성격자체가 달라 직원의 성비, 관리자 성별 비율의 편차가 많았다. 그럼에도 타 공공기관이 갖는 다른 점이나 새롭게 도입된 제도를 빠르게 도입하려 하는 모습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 비해 직장내 폭력에 민감해지면서 공공기관에도 변화 나타나고, 성별과 연령대 등 기관 구성원들의 변화가 조직을 변화시키는 데 큰 영향 미치고 있었다”며 “회식 문화나 호칭, 육아휴직 제도 등이 그 변화들”이라고 분석했다. ■ 조직원 공감대 높일 지표 개발·관리…성공사례 확대해야 전문가들은 “경기도 성평등위원회가 성평등 문화, 서로가 서로 존중하고 동등한 권리를 인정받는 문화 만들고, 인식 변화를 이끄는 데 기여했다”면서도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해 실효성 있는 성평등위원회 운영을 위한 세부적인 대안 마련과 구성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표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특히 조직원의 공감대를 높일 수 있는 지표 개발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심 연구위원은 “위원회가 4년간 운영되면서 기본적인 것들을 충족시키고 있고, 형식적인 정례회의나 경영평가가 갖는 긍정성 있지만 조금 더 새로운 시도를 하기엔 제한이 있었다”며 ▲연 1회 이상 대면회의 개최 ▲기관에서 추진한 성평등정책 우수 사례 공유 및 담당자에 대한 지원 강화 ▲경영평가와 연동된 성평등 관리 지표 점검 및 새로운 지표 개발 지속 ▲성평등위원회의 실질적 위상 점검 및 논의 안건 확대 등을 꼽았다. 최유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주류화지식혁신본부장은 “공공기관이 성평등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원활히 개선하고 변화하도록 경영 평가 지표에 성평등위원회 관련 배점을 넣었다는 점이 매우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최 본부장은 다만 경영평가 지표 관리와 지표 운영방식을 고민해 제도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체 공공기관이 전체 배점 0.5 중 매년 0.3점을 받는데, 이는 서면위원회나 성평등 계획수립 등은 충분히 해내고 있다는 뜻인 만큼 목표 달성에도 배점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성평등위원회 설치·운영 지표 경영평가 0.5점 중 성평등정책 계획수립에만 점수의 절반인 0.25점을 할당하고 있다. 최 본부장은 “지표 운영방식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개선되도록 선정할 필요가 있다. 필수지표에 대해 협의할 수 있는 절차도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애형 경기도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 위원은 “아직 우리 사회는 성별에 따른 임금격차, 성희롱, 경력단절 문제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성평등위원회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정책, 프로그램 개발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해 위원회에 충분한 자원과 자율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보다 실효성 있는 성평등위원회 운영을 위한 정책적 지원 등을 주문했다. 성평등위원회 운영이 어려운 이유로 현장에선 ▲임직원의 성평등 조직문화에 대한 필요성 인식 부재 ▲직원 참여 의지 저조 ▲성평등위원회 업무 담당자의 업무 과중을 꼽았다. 김현정 경기관광공사 성평등위원회 당연직 위원은 “이로 인해 성평등위원회 활동은 후순위로 밀려나고 성평등 업무 담당자만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이다. 성평등위원회의 확대 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정기적인 교육과 성별·직급별노사 간담회 등을 통한 공론화 ▲기관장 및 관리자가 필수 참여하는 성평등 조직문화 관련 공공기관 간담회, 의무교육 정례적 시행 ▲성평등 조직문화 조성이 조직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 사례 공유 ▲정부 차원의 기관별 찾아가는 성평등 사업 설명회 개최 등을 제시했다. 김민아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 전 성평등 업무 담당자는 “진흥원은 2022~2023년 총 4회의 성평등위원회를 개최하면서 한 번만 서면회의를 열고 모두 대면으로 위원회를 개최했다. 이 과정에서 의견을 공식적으로 대표자와 임원진에게 전달하게 돼 좋은 기회였다”며 “특히 여성 대표성 분야에서 주요 직무 담당자 성별 현황을 선정해 주요 직무에서 여성 직원 비율을 제고하는데 도움이 됐다. 성평등한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역할을 자문 받는 시스템이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조직문화 진단 컨설팅, 캠페인과 교육 등을 구성원이 노력하면 달성할 수 있는 지표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업무를 추진하는데 동기가 부여되고 실질적 점진적 변화 가져올 것이란 뜻이다. 허순 경기도 여성가족국 여성정책과장은 “위원회에 기관의 사정을 잘 아는 내부인들이 참여해 스스로 우리 조직에서 개선해 나가야 할 사안을 발굴하는 것 자체가 지표가 되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며 “성평등 문화가 공공에서 머무르지 않고 민간으로 확대해 나가기 위해 성공사례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경기도에서도 적극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경기도 성평등위원회란? ‘경기도 성평등 기본조례’에 따라 2020년부터 운영돼 올해로 5년차에 접어들었다.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참여와 대우를 받는 실질적 양성평등을 이루고 성평등한 조직문화를 조성하고자 도내 공공기관에 성평등위원회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올 1월 기준 도내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하고 운영 해야 하는 공공기관은 28곳이다. 정원이 30인 미만인 기관은 성평등책임관으로 대체가 가능해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은 성평등책임관을 지정해 운영 중이다. 남성과 여성이 공공기관 내에서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서 출발해 고용 뿐만 아니라 정책 결정, 직장 내 문화, 교육 프로그램, 일과 삶의 균형을 포함한 광범위한 영역에서 이뤄지도록 하는 것을 큰 틀의 목적으로 한다. 성평등위원회는 ‘성평등 관리지표’를 선정해 운영하는데 ▲여성 대표성 ▲인적자원 관리 ▲일·생활 균형 ▲성인지교육이나 차별사건 구제절차 여부 등의 기타 사항과 ▲성평등 캠페인 운영 등 기관 자체에서 추가 지표를 설정하기도 한다. 경기도는 공공기관의 경영 평가 시 지표 가운데 ‘성평등위원회 설치·운영’ 관련 항목을 넣어 0.5점의 배점을 주고 있다.

경기도평화광장서 도민이라면 누구든, 공연·전시 즐겨요

경기도는 도민의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활동 증진을 위한 8개 프로그램을 연간 추진한다고 7일 밝혔다. 프로그램 키워드는 ▲소외계층과 장애예술인을 위한 행복한 참여의 광장 ▲기회소득예술인과 청년을 위한 기회의 광장 ▲환경을 위해 다함께 그린(GREEN) 친환경 광장 ▲도민의 목소리가 담긴 평화의 광장 등이다. 장애인, 청년, 기회소득예술인 등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도민 모두에게 문화를 향유할 기회를 제공한다. 또 도정과 연계한 경기 RE100 관련 영화 상영과 1회용품 사용 안하는 날 지정 운영, 친환경 제품 만들기 등 부대행사도 진행한다. 특히 설문조사 통해 수요가 높았던 도민마켓 프로그램은 판매인원을 확대하고 중고장터 등으로 확대, 운영해 콘텐츠 내실을 다진다. 연간 프로그램은 갤러리전시(4회/4~12월), 모두의 동·식물 문화체험(2회/5월), 문화예술 공연(15회/6~12월), 도민마켓(4회/6, 9월), 야외영화상영(8회/6, 9월), 책 읽는 경기평화광장(2회/10월), 겨울빛 조형물 전시(60일/12월), 스케이장(40일/12월) 등 8개 프로그램이다. 북부청사 지하에 마련된 ‘경기천년길 갤러리’ 전시공간도 확대, 기존 회화작품 외에 조각 조형물 전시를 추진한다.

[영상] '전세계 누비는 나그네' 박태수 작가, 여행에 문학을 담다 [저자와의 만남]

여행의 즐거움을 말하는 이들은 많다. 박태수 수필가에게 여행은 ‘세상을 읽는 아날로그 창’이다. 올해 일흔 넷의 나이에 중남미 나라를 5년째 여행 중인 그는 세계 곳곳에서 유쾌한 체험을 하고 시대와 사람들의 삶을 온몸으로 읽어내며 세상을 배우고 있다. 경기일보에 쿠바에 이어 ‘멕시코 여행에세이’를 연재 중인 그는 지난달 여행 에세이 ‘旅路 나그네길(문비 刊)’을 출간했다. 책엔 지구의 지붕 파미르 고원에서 카리브해의 섬나라 쿠바까지 그가 골목 구석구석을 걷고 사색하며 느낀 여행기를 옮겼다. 지난달 경기일보 스튜디오에서 만난 박 작가는 아내와 페루 여행을 떠나기 위해 미국으로의 출국을 앞두고 있었다. 부인은 오당 박옥남 서예가로 ‘旅路 나그네길’의 표제를 썼다. “아내가 마추픽추를 가보지 않아서 이번에 함께 가려고 해요. 아내와 마추픽추를 걸으면 또 어떤 새로운 이야기와 새로운 세상을 만날지 기대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경기인천지역본부장을 지내고 퇴임 후 대학 강단에 섰던 그는 2015년 여름 고신대 강의를 끝으로 여행을 떠났다. 은퇴 후 불현듯 찾아든 공허함과 탁한 공기, 소음에서 벗어나 고요를 찾기 위해서였다. 목적지는 어릴 때 꿈꾸던 지구의 지붕 파미르 고원. 우즈베키스탄에서 육로로 타지키스탄에 입국해 수도 두샨베에서 준비하고 파미르 하이웨이와 아크 바이탈 패스를 넘어 키르기스스탄 제2의 도시 오쉬로 가는 9박10일 여정. 그는 고산의 부룬쿨 마을 깊은 밤에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처럼 빛나는 성체 북두칠성을 하늘 아래서 가장 가깝게 바라봤고 황량한 무르갑에선 그래도 희망을 말하는 소박한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 다음 날엔 적막한 카라쿨 호수에서 시 한 수도 지었다. 이후 그의 발걸음이 닿은 곳만 중앙아시아 5개국, 캅카스 3개국, 이란과 튀르키예, 네팔과 부탄, 멕시코와 쿠바, 페루를 포함한 중남미 10여개국. 현재까지 그가 여행을 다닌 나라만 해도 70여곳이다. “어릴 적부터 꿈이 세계일주였다”는 그는 환갑 때엔 글쓰기 공부를 시작했다. 경희대 평생교육원 문예창작과에서 공부하면서 여행을 글로 옮기기로 마음 먹었다. 6년간 공부를 하며 쓰고 또 썼다. 그가 펴낸 수필집 느림의 모놀로그(2020년), 새벽의 고요(2022년)에는 삶의 통찰력을 바탕으로 문학적 사색과 깊이가 묻어나는 글들이 옮겨졌다. 그의 여행은 단순한 관광이 아닌 세계 곳곳에 깃들어있는 미술과 철학, 역사 유적, 마을에 남겨진 이야기와 사람을 만나는 소통이었다. 때론 자연을 이해하지 못하면 삭막한 길이지만, 그 속의 숨은 의미를 찾으면 아름다웠다. 파미르 고원이 그랬다. “참 힘들었지만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났고 우리가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진실과 사랑, 아름다움의 철학을 대자연이 알려줬지요.” 신간엔 이런 파미르 고원에서부터 쿠바의 수도 아바나와 트리니다드, 잉헤니오스 계곡, 체 게바라의 도시 산타클라라 등 자연과 도시, 골목 곳곳, 현지인들의 삶과 일상, 문화가 한 편의 영화처럼 펼쳐진다. 저자만의 문학적 감성이 응축된 수필의 미학을 즐기는 재미도 있다. 영화를 보듯 생생한 여행의 현장감과 낭만주의 문학작품을 읽듯 유려하고 리듬감이 살아있다. 그가 꿈꾸는 다음 여행지는 아이슬란드다. 9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얼음으로 뒤덮인 곳이지만 기회가 닿으면 가볼 참이다. “인생은 세상살이를 이것저것 체험하는 여정이 아닐까요. 느낄 수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것을 경험하고 가야죠. 지금의 꿈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글 쓰는 일과 여행하는 일을 오래도록 하고 싶을 뿐입니다.”

“매체 크로스오버에 신구 세대 아우름”…수원시립미술관, 2024년 운영 방향

수원시립미술관이 2024년 미술관 운영 방향과 주요 전시 일정을 공개했다. 올 한해 수원시립미술관은 미술관 본관, 아트스페이스광교, 만석전시관, 북수원전시관 등 각 4관의 정체성을 강화하며 다양한 관심사별 전시를 골라보는 재미를 선물할 예정이다. 먼저 화성 행궁동에 위치한 수원시립미술관 본관은 수원 원로 화가에서 출발해 신진작가로 한 해를 마무리하며 수원의 역사와 함께 신구세대를 아우르는 전시를 마련했다. 포문은 수원현대미술사 연구의 토대를 다잡고 수원 지역의 원로 작가를 조명하는 ‘이길범 : 긴 여로에서’ 전시가 열었다. 지난달 27일부터 시작한 해당 전시에서는 한국화가 우당 이길범의 작품을 심도 있게 다룬다. 두번째 전시로는 시립미술관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여성주의를 담아냈다. 오는 12일부터 열리는 현대미술 기획전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방법’에는 강용석, 권용주, 김이든, 로사 로이, 방정아, 임흥순 등이 참여해 여성의 일과 삶에 관한 고찰을 펼친다. 이와함께 지난해 관람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던 수원시립미술관 소장품 상설전이 올해도 이어진다. 다음달 16일부터 진행되는 상설전 ‘세컨드 임팩트’는 2차 창작물로 시작해 원본으로 이어지는 작품과 작가에 대한 탐구를 주제로 했다. 하반기에는 프랑스 뚜르시(Tours)의 문화예술교류 시발점이자 프랑스 추상회화 대표작가 ‘올리비에 드브레(b.1920 ~ 1999)의 연대기별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국내 최초 개인전이 7월부터 개최된다. 올해 미술관 전시의 대미는 수원 연고 신진작가 전시인 ‘화성 블로썸’이 장식한다. 참여 작가들은 지역 고유의 문화적 자원을 연구하고 결과를 발표한다. 수원컨벤션센터에 자리잡은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는 올 한해 공동의 미래를 상상하고 새로운 가치를 연결한다. 상반기에는 개관 5주년 기념전으로 미술가와 싱어송라이트라는 매체 간 크로스오버를 선보인다. 다음달 26일부터 열리는 ‘2024 아워세트 : 성능경×이랑’에는 전위적 실험미술을 선보이는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 개념미술가 성능경과 사랑과 연대의 메시지를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 이랑의 2인전이 펼쳐진다. 이는 아트스페이스광교가 지난 2021년부터 진행해온 창작자간 협업을 통한 매체 실험인 연례전 ‘아워세트’ 시리즈로 올해는 두 창작자를 관통하는 언어유희와 시대적 메시지 등을 선보인다. 하반기에는 지난해 관람객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가족체험전의 일환인 ‘감각운동, 장’을 개최한다. 미술관을 운동경기와 놀이가 펼쳐지는 ‘감각의 운동장’이라는 관점으로 하여 관람객은 놀이와 체험을 통해 미술을 경험할 수 있다. 수원시립만석전시관은 올 한해 가족단위 관람객 등을 위한 친근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상반기에는 현대미술작가 깪, 이학민의 작품으로 ‘반려’와 ‘유대’를 느낄 수 있는 참여형 교육 전시 ‘꿍짝공원 속 친친’이 오는 14일부터 진행되고, 다음 달부터는 환경을 주제로 최경아, 정유종 작가 등이 함께하는 성인 대상 과정 중심 창의 워크숍 ‘이달의 만석’이 열린다. 하반기에는 식문화를 바탕으로 현대미술의 다양성을 소개하는 참여형 교육 전시 ‘맛있게 보이는(가제)’과 가족의 추억을 예술작가와 함께 기록하고 보관하는 가족 대상 참여형 워크숍 ‘미술로 가족을 하나로(가제)’가 예정돼 있다. 한편 파장동 지지대 고개의 ‘수원시립어린이미술체험관’은 대관 전시 전용공간인 ‘수원시립북수원전시관’으로 변화를 맞이한다. 수원시립미술관 관계자는 “2024년 다양한 전시와 교육프로그램, 문화행사 등을 통해 시민과 함께하는 미술관으로 운영하겠다”라고 밝혔다.

덕은헬로첼로 어린이 첼로 단원들, 노인주간보호센터에서 공연 봉사

덕은헬로첼로 오케스트라(단장 김세연)는 대화노인주간보호센터를 찾아 어르신들을 위한 연주 봉사를 진행했다고 4일 밝혔다. 지난 29일 열린 연주 봉사는 어린이 첼로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개인 연주와 합주로 이뤄졌다. 어린이 단원들은 그동안 꾸준히 연습한 곡들을 주간보호센터 할머니, 할아버지들께 선보여 큰 호응과 박수를 받았다. 공연을 흐뭇하게 지켜보신 어르신들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첼로를 연주하는 어린이들이 어쩜 그렇게 예쁜지 모르겠다”라고 미소지었다. 최영주 대화노인주간보호센터 사회복지사는 “이번 어린이 첼로 연주자들의 공연은 어르신들께 웃음을 주는 좋은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덕은헬로첼로 오케스트라는 고양·파주 지역에서 활동하는 유일한 어린이 아마추어 첼로오케스트라이다. 김세연 단장은 2017년도부터 아이들과 다양한 연주 활동을 매년 이어 왔다. 김 단장은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되었던 노인요양원 연주 봉사활동을 다시 시작할 수 있어서 기쁘다. 앞으로도 다양한 지역사회 기여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역 위 꽃핀 문화예술교육, 수원시향 ‘마스터 클래스’ 현장

“영화관에서 3D 안경을 쓰고 볼 때랑 2D의 평면으로 볼 때랑 느낌이 완전히 다르죠? 음악도 마찬가지로 입체적인 연주를 해야 그 곡이 관객에게 잘 전달될 수 있어요.” 지난달 27일 오후 2시께 수원SK아트리움에 위치한 수원시립교향악단(수원시향) 연습실. 긴장된 표정의 학생이 10여명의 참관객들 앞에 나와 헨델의 플루트 소나타 사장조 작품 363b를 선보였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한음한음 집중해 곡을 선보이는 앳된 학생의 표정은 어른들 못지않게 진지했다. 꼼꼼히 메모를 이어가던 선생님은 영화를 좋아한다는 어린 학생의 눈높이에 맞춰 어떤 부분이 부족하고, 어떤 방향으로 채워나가야할지 설명했다. 이날 수업은 수원시향이 수원에 거주하거나 관내 학교를 다니고 있는 음악 꿈나무를 위해 지역 문화예술 교육 활성화 차원에서 지원과 참여 모두 무료로 개최한 ‘수원시민을 위한 마스터 클래스(목관)’ 교육프로그램이다. 마스터 클래스란 공개 수업 형태로 전문 연주자가 재능 있는 학생을 다른 학생 앞에서 자신만의 티칭 방법으로 연주 방법과 음악에 대해 다각도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수업 방식이다. 미래가 유망한 클래식 꿈나무들을 이끌어주는 프로젝트로 수원시향은 지난해 처음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날 수업에는 지난 1월께 공개 응시를 통해 최종 선발된 초·중·고등부 플루트(4명) 및 바순(1명) 파트의 수원지역 학생이 수원시향의 수석 단원들에게 차례대로 각자의 연주를 선보이고 연주기법과 곡에 대한 해석, 연습 방법 등에 대한 가르침을 받았다. 마스터 클래스는 학생들에게 미래의 ‘꿈’과 ‘열정’의 결실을 눈 앞에서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이화여대 학사, 서울대 석사 및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한 김민지 플루트 수석 단원은 수업의 목적을 ‘동기부여’라고 설명했다. 이제 막 음악을 시작한 초등학교 2~5학년의 어린 참가자들은 초롱초롱한 고등학생 언니, 오빠들의 연주를 지켜봤고, 그들은 꿈을 이뤄 무대에서 연주를 펼치는 마스터의 조언을 바로 옆에서 들으며 연신 미소를 띄웠다. 마스터들은 작곡가에 대한 설명부터 콩쿠르에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하는지 등의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묵직하면서도 가볍고, 재치있으면서도 다양한 매력을 가진 바순의 음색을 사랑한다는 오지석 서울예고 2학년 학생은 이날 베버의 바순 협주곡 바장조 작품 75번 1악장을 선보였다. 오 군의 옆엔 독일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국립음대 석사 및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하고 독일과 스위스 등 국제콩쿠르의 심사위원으로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이민호 바순 수석 단원이 서 있었다. 오 군의 연주에 이 수석 단원은 “악기를 부는 것도 노래와 같다. 기계를 다루듯 어떤 음이 안 맞고 무엇이 틀렸는지에만 집중하기 보다 감정을 섞으며 연주하면 좋겠다”고 조언하며 “학생이 피드백을 통해 바로바로 반응하며 나아지는 것을 보니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오 군은 “연주를 시작한 지 이제 3년차로 남들보다 조금 늦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잘 하고 있는지, 스킬은 어떤지 선생님에게 평가 받고 싶었다”며 “무엇보다 바순 선생님을 만날 기회가 정말 흔하지 않은데 수원지역에 사는 학생으로서 이러한 기회를 만나게 되어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수원시향은 올 하반기엔 비올라, 첼로, 금관파트(트럼펫, 트럼본) 등 희귀파트로 프로그램을 이어갈 계획이다. 수원시향 관계자는 “수원시향 단원들의 경험과 고민을 다음 세대 연주자에게 자연스레 전할 수 있고, 수원지역 학생들의 실질적인 연주력 향상과 발전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프로그램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박물관, 문화동호회 ‘민화학교’·‘규방공예학교’ 수강생 모집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박물관은 ‘문화동호회’인 ‘박물관 민화학교’, ‘박물관 규방공예학교’ 강좌에 참여할 수강생을 모집한다. ‘박물관 민화학교’는 초급반 20명으로 운영된다. 오는 13일 개강해 11월까지 매주 월요일 오후에 강좌가 열린다. 수강생은 약 30회의 강좌 시간에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민화를 직접 그리면서 소재의 의미와 그리는 방법 등을 배울 수 있다. 올해 청용의 해를 맞이해 입신출세와 성공의 상징인 ‘용’을 주제로 한 민화를 중심으로 ‘호랑이와 까지’, ‘연꽃’, ‘모란’ 등을 그려 가정의 풍요와 복을 가져다 주는 작품에 초점을 맞춘다. ‘박물관 규방공예학교’는 오는 14일 매주 화요일 오전 초급반과 오후 전문간, 15일 매주 수요일 오전 전문반이 각각 개강한다. 11월 말까지 30회 가량의 과정으로 이어지며 수업에서는 각종 주머니, 골무, 가위집, 선물보자기, 바늘방석, 노리개 등을 만들게 된다. 매주 화요일 오후 전문반 수업에서는 조바위, 굴레, 복건, 호건, 아얌, 풍차 등과 각종 쓰개류를 제작하며 신규 모집인원은 15명이다. 수요일 오후 전문반에서는 전통적 배자와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디자인의 배자를 제작하며 20명을 신규 모집한다. 특히 전문반에서는 경도박물관이 소장하는 유물 1~2점을 가까이에서 탐색하고 정확히 재현해 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신규 회원과 강의 신청은 지난 달 26일부터 인터넷 지지씨멤버스를 통해 선착순으로 모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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