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재판서 첫 ‘그림자 배심제’

판사님은 부드럽고 배심원들은 꽤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17일 오전 인천지법 413호 법정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은 첫 그림자 배심제로 진행돼 그림자 배심원 15명이 10시간이 넘는 재판을 지켜 봤다.그림자 배심제는 실제 배심원단과는 별도로 배심원으로 선정되지 않은 사람들로 그림자배심원단을 구성, 재판과정을 참관한 후 유무죄 및 양형에 관해 평결하는 모의배심제도로 인천지법에선 이번이 처음이다.이날 재판은 살인미수 및 도로교통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안모 피고인(47)에 대한 유무죄 를 다뤘다. 실제 배심원 10명 이외에도 수도권에 재직 중인 중고교 사회과 교사 6명을 포함한 그림자 배심원들이 함께 재판에 참석했다.이날 그림자 배심원으로 참석한 경기 시흥 함현중학교 조규대 교사(50)는 참여재판을 준비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인력 등이 필요하고, 배심원들이 짧은 시간에 사건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기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회사원 김응섭씨(54인천시 연수구 연수동)도 피해자 보호를 위해 법정 밖 모니터를 통해 증인신문을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하지만 이들은 배심원단의 평결이 재판부 판결 시 참고수준에 그치고 재판시간이 다소 길어 배심원들의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은 아쉬워했다.인천지법 관계자는 이번에 (인천지법에) 처음 도입된 그림자 배심제를 통해 국민들의 재판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평결 과정 공개를 통해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혜숙기자 phs@ekgib.com

인천시교육청 예산 운영 ‘주먹구구’

인천시교육청이 민간단체들에게 매년 보조금 수십억원을 지원해주면서도 사업계획 이행여부 등에 대한 점검에 소홀, 교육 예산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다.13일 시 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 10월말까지 민간단체 160여곳에 대해 지원된 보조금은 47억7천여만원으로 민간단체 1곳 당 적게는 연간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연간 수천만원에 이른다.보조금은 주로 평생교육과 특수교육대상자 치료교육, 교육복지투자우선사업 지원 등을 비롯해 교육체육청소년 관련 민간단체 등에 대해 지원되고 있다.하지만 시 교육청은 이들 민간단체들이 보조금 신청 때 제출한 사업계획서대로 이행했는지에 대한 현장 실사나 점검 없이 회계처리내역만 검토한 채 평균 3년 이상을 계속 특정 민간단체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해오고 있다.일부 단체는 지도검검을 전화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고 사업이 종료된 지 수개월이 지났는데도 정산서조차 제출하지 않은 민간단체들도 비일비재하다.A민간단체의 경우 평생교육사업과 관련, 지난 2008년부터 3년 동안 6천만원을 운영비조로 지원받았으나 3년 동안 단 한차례도 점검받지 않았으며, 같은 사업인데도 다른 민간단체들에 비해 많은 보조금을 받아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청소년체육 관련 민간단체 보조금도 지난 3년 동안 정산내역 확인에만 그치고 있다.이러다보니 기존 민간단체들은 지적사항이 없으면 수년 동난 계속 보조금을 지원받는 게 관례화된반면, 다른 새로운 민간단체들은 보조금을 따낼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시 교육청은 매년 2월말까지 민간단체들로부터 사업계획서를 제출받은 뒤 심사를 거쳐 보조금 지원 대상을 선정하고 있으나 매년 비슷한 예산 범위에서 기존 민간단체들이 기득권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게 민간단체들의 설명이다.이에 대해 시 교육청 관계자는 민간단체들에 대해 최소한 2년에 1차례는 지도점검하고 사업기간 동안에도 중간 점검, 사업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민간단체들은 보조금을 회수하거나 다음해 심사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혜숙기자 phs@ekgib.com

살처분 투입 공무원들 ‘초죽음’

13일 오후 2시께 인천시 서구 심곡동 서구청 주차장.공무원 10명이 작업복에 배낭을 메고 불로동 돼지농장의 살처분현장을 향하는 버스에 탑승했다.살처분 현장에만 2번째 투입된다는 한 공무원은 지난해 12월27일 지역 최초 구제역 발생농장에서 이틀 동안 격리된 채 매몰처분을 돕는 일에 동원됐다며 살을 파고 드는 추위는 고사하고 산 채로 매몰되는 돼지들의 모습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구제역으로 예방순찰과 방역초소 및 살처분에 동원된 서구 공무원들은 1천52명. 정원 800여명인 점과 하위직 공무원 위주 동원임을 감안하면 1인당 2회 꼴로 구제역에 동원되는 셈이다. 인천보건환경연구원 소속 수의사 18명의 피로는 최악이다. 구제역 의심신고 출동을 시작으로 채혈을 통한 정밀검사 의뢰, 농가 감시와 살처분 진두 지휘 등으로 이어지는 업무로 거의 매일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병원을 개원했다 2년전 보경환경연구원에 입사한 정윤정 수의사는 8살과 5살 자녀를 둔 주부로 살처분이 완료될 때까지 꼬박 6일 동안 가족과 떨어져 지냈다. 한 수의사는 현장에서 매몰처리를 놓고 동원인력과 마찰이 빈번한데다 가축을 살려야 할 수의사가 가축을 죽이는 일이 참기 힘든 어려움이라고 말했다. 허현범기자 powervoic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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