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해 2천억 퍼붓는 인천 시내버스... 시민은 오너다

인천 시내버스 기사들의 불친절이 도를 넘어 시민들이 불안해할 지경이라고 한다. 난폭운전이나 무정차 통과 등은 물론, 최근에는 시민들에게 막말과 폭언을 퍼부어 물의를 빚고 있다. ‘시민의 발’을 자처하지만, 시내버스 불친절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조금씩이라도 나아지기는커녕, 갈수록 시민들의 시내버스에 대한 불만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중에는 승객들이 차에 오를 때마다 일일이 인사를 건네는 기사들도 적지 않다. 시민 세금이 들어가는 준공영제 시행 13년째인데도 서비스는 뒷걸음질인가. 최근 인천시 시내버스 민원창구에 비친 사례를 보자. 한 20대 여성 승객은 버스를 탈 떄 친구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곧 버스기사의 호통이 날아왔다. “전화하는 아가씨 끊어라” 전화를 끊고도 “개념이 없는 것 아니냐”는 소리를 들었고 황급히 내려야 했다. 이후 버스를 탈 때마다 심장이 뛰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공황장애를 호소한다. 또 다른 30대 여성 민원인도 버스에서 조용한 목소리로 통화를 하다 봉변을 당했다. “xxx야 전화 끊어라” 등 입에 담지 못할 막말이었다. 가족이 버스회사에 민원을 넣었지만 오히려 고자세였다. 인천시 버스정책과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인천시 감사관실을 찾고서야 버스회사 간부와 기사의 사과를 받을 수 있었다. 일부이긴 하겠지만, 시민들이 출근길에 이런 일을 당했다면 그 날 하루 어떤 기분이겠는가. 인천 시내버스에 대한 시민들 민원은 2020년 1만3천872건에서 지난해 1만7천520건으로 26.2%나 증가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접수된 버스불편 민원 8천193건을 보자. 무정차 통과가 2천853건으로 가장 많다. 이어 불친절 1천507건, 승차거부 897건, 난폭운전 836건, 배차간격 미준수 525건 등이다. 그러나 인천시의 처분은 미미하다. 과징금이나 과태료 처분은 각 37건, 649건에 그쳤다. 시정경고나 불문 처분이 대부분이다. 인천시가 지난해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을 위해 투입한 재정지원금이 2천181억원이다. 2009년 준공영제 시행 이후 지원금은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18년 처음 1천억원을 넘어섰는데 불과 4년 만에 다시 2배 더 늘어난 것이다. 코로나19 영향도 있지만 지난 3년간 버스기사 임금이 20% 인상된 점도 한 이유다. 이 모두 인천시민들 주머니에서 나온 세금이다. 그렇다면 그 시민들은, 귀찮은 승객이 아니라 사실상 준공영제 버스의 오너가 아닌가. 주객전도다. 인천시도, 버스기사도 시민 세금값을 제대로 해야 할 것이다.

[사설] 새마을이 아니라 시아버지 며느리 금고로 갈 것인가

서민들에게 친숙한 새마을금고의 빗나간 행태가 연일 지면에 오르고 있다. 임직원들의 횡령·배임·사기 등 금융사고나 직장 내 갑질 등이 도를 넘은 상태라고 한다. 최근 6년간만 해도 85건의 금융사고가 터져 피해액이 641억원에 이른다. 결국 서민 고객들이 맡긴 출자금이나 예수금이다. 이런 비리를 저지른 당사자들도 절반이 이사장·전무·상무 등 임원들이었다.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시아버지와 며느리, 외손녀가 한금고에서 일하는 사적 채용이 만연해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교흥 국회의원(인천 서갑)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다. ‘수도권 새마을금고 임직원 친인척 현황’에 따르면 경기도 100곳 금고 중 27곳(27%)에서 친인척 관계의 임직원이 함께 근무하고 있었다. 인천은 52곳 중 5곳(9.6%), 서울은 212곳 중 18곳(8.5%)이었다. 서울의 한 금고에서는 아버지가 이사장, 딸이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경기도 한 금고에서는 아버지가 이사장, 아들이 과장이다. 이사장의 사촌동생, 사위, 이종사촌, 고종사촌 등이 함께 근무하는 금고들도 있었다. 이런 새마을금고들에서는 이사장이 직접 친인척의 채용 면접장에 면접관으로 들어가기도 했다는 것이다. 인천의 한 새마을금고에서는 이사장의 며느리와 외손녀, 이사의 친인척 2명 등이 근무하고 있다. 며느리는 2018년, 외손녀는 2019년에 각각 채용됐다. 또 다른 인천 새마을금고에서는 이사장의 조카가 2017년 입사해 현재 계장급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곳 이사장은 조카가 공개 채용 시험에 지원했던 당시 면접관으로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내부 규정은 지원자와 이해 관계나 가족 관계 등이 있으면 면접관으로 참여할 수 없지만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새마을금고가 어떤 금융기관인가. 1960년대 재건국민운동 마을금고에서 출발, 1970년대 새마을운동의 금융기구 역할을 담당하며 정부와 국민들의 지원으로 이만큼 성장한 서민금융이다. 외환위기 때는 제2금융권 중에서도 높은 신인도를 인정받아 많은 시민들이 조합원으로 가입했던 기억도 새롭다. 그런데도 서민 고객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사적 채용, 금융사고, 직장 내 갑질 등의 일그러진 모습만 보일 것인가. 고객들이 볼 때는 잇따르는 금융사고와 만연한 사적 채용이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특히 채용 비리는 우리 청년들의 분노를 자아내는 가장 큰 불공정이다. 이대로 가면 새마을금고는 결코 지속가능할 수 없을 것이다.

[사설] 시골정류장만도 못한 송도환승센터... 탁상행정 표본이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투모로우시티에는 지은 지 13년이 지난 송도복합환승센터가 있다. 그러나 시민들도 그런 곳이 있는지 잘 모르고 실제로 교통편을 갈아타기 위해 찾는 이용객들도 거의 없다. 그러니 승객들을 태우기 위해 이곳을 들르는 버스편도 없다. 시골 버스정류장보다 못하다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문제는 앞으로도 형편이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시민들 편익에 돌아가야 할 공공자원이 하릴없이 낭비되고 있는 현장이다. 인천시는 2009년 송도에서 열린 ‘인천세계도시축전’ 사업의 하나로 투모로우시티를 지었다. 축전 방문객들에게 유비쿼터스 미래도시의 구상을 보여주는 전시공간이었다. 전체 사업비만 1천541억원이 들었다. 이곳 1·2층에는 공항버스와 시외버스, 지하철을 한곳에서 이용할 수 있는 송도복합환승센터도 지었다. 처음 복합환승센터 구상은 그럴듯 했다. 그해 송도와 영종도를 해상으로 잇는 인천대교가 개통했다. 지방 도시들에서 인천공항으로 가는 길이 단축됐다. 전국의 공항버스들이 인천대교를 타기 위해 송도국제도시를 지나가게 된 것이다. 이들 버스들이 송도복합환승센터를 경유하면 인천시민들이 인천공항이나 지방 도시들로 이동하는 교통편이 크게 늘 것으로 본 것이다. 그러나 완공 이후 공사비 정산 소송에 휘말리면서 2017년까지 빈 건물로 남았다. 인천경제청은 지난해 이 건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오피스 공간에 인천스타트업파크를 조성했다. 그러나 환승센터는 한번도 제 구실을 못해본 채 방치돼 있다. 4일 본지 기자가 찾은 2층 매표소 안 의자에는 오랜 먼지만 쌓여 있었다고 한다. 1층 정류장에는 하루 1~2대의 지방 노선 버스가 오가는 정도다. 이용객도 하루 서너명이다. 인천시민들도 굳이 이 곳까지 오지 않고 남동구의 종합버스터미널에서 공항버스를 탄다. 전문가들은 처음부터 교통수요 예측에 실패한 탓이라고 한다. 우선 복합환승센터를 둘 만큼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곳이다. 또 지방에서 출발한 공항버스들이 굳이 시간을 들여 경유할 만한 메리트도 없다. 승객도, 공항버스도 찾을 일 없는 곳에 환승센터만 덩그러니 서 있는 격이다. 마치 경인운하길을 내면 화물선들이 몰려 들어올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 같다. 인천시는 2027년 광역급행철도(GTX) B노선 개통에 기대를 건다고 한다. 그러나 대심도철도와의 환승은 기술적 문제로 어렵다고 한다. 탁상행정의 표본이다. 이제라도 시민들에게 편익을 주는 활용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사설] 규제 풀어 인천공항경제권 앞당겨야

19세기 이전이 해양의 시대였다면 이후의 세계는 하늘의 시대다. 그래서 한 나라의 관문 공항에는 그 나라의 국력이 투영된다. 2001년 개항한 인천국제공항도 그렇다. 국제 여객 5위, 국제 화물 3위의 세계 굴지의 허브 공항이다. 최근에는 국제공항협의회로부터 세계 최초 ‘5성급 공항’으로 인정받았다. ‘공항 한류’의 날개를 펼치고 있는 셈이다. 사람이 몰리는 곳에는 돈이 몰리게 마련이다. 이런데도 정작 인천공항을 기반으로 하는 공항경제권 구축 사업은 시작도 못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정부와 정치권의 규제 만능 때문이라니 안타깝다. 인천공항과 경쟁 관계에 있는 공항들의 사례를 보자. 네덜란드 스히폴공항 주변에는 글로벌 제조·물류단지, 항공 관련 시설, 다국적 기업들이 자리잡아 기업도시를 이루고 있다. 1980년대부터 네덜란드 정부와 주 정부들이 협력체계를 이뤄 공항 주변 개발 등 공항경제권 구축에 나선 결과다. 중앙정부와 암스테르담시 등이 지분을 출자한 도시개발회사 SADC가 주도했다. 민자 투자 파트너를 발굴, 스히폴공항 주변 반경 20㎞ 지역을 개발해냈다. 공항 연계의 교통 SOC를 개발, 반 고흐 박물관은 물론, 전통 어촌인 ‘볼렌담’까지 스히폴공항권으로 끌어들였다. 폴란드 바르샤바의 쇼팽공항도 공항경제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 공항 10분 거리에 대형 쇼핑단지와 300여곳의 글로벌 기업들이 들어서 단일 경제권을 형성하고 있다. 인천공항도 제1여객터미널 장기주차장 부지 38만㎡에 랜드마크 콤플렉스 조성을 추진 중이다. 이 곳에 전시·문화·공연장과 쇼핑센터, 호텔 및 컨벤시아, 금융 및 비즈니스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7억원을 들여 타당성 분석, 개발계획 등의 용역도 마쳤다. 그러나 시작부터 동력을 잃고 제자리걸음이다. 투자비용이 최소 1조원 이상 들어가고 단기 사업성이 떨어져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문턱을 넘기 어려워서다. 현재로서는 행정절차에만도 2년 이상이 걸린다. 인천공항공사법을 개정해 공항공사가 직접 투자 및 개발사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하는 규제 개혁만이 답이라고 한다. 지금 세계는 공항 경쟁의 시대다. 세계 유수의 공항들이 더 많은 여객과 화물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공항 경쟁력과 공항경제권은 서로 상승작용을 주고 받는 인프라다. 지역균형 논리로 멀리 사천공항으로 넘어가 있는 MRO(항공정비) 클러스터 문제도 마찬가지로 시급하다. 손에 들어온 자원도 활용하지 못하는 꼴이다. 법이든 규제든 다 풀어 인천공항경제권을 앞당겨야 할 것이다.

[사설] 민간사업자에 휘둘려 표류하는 청라 앵커시설 사업

경제자유구역 개발에는 첨단산업 클러스터나 대학, 병원 등의 앵커시설이 중요하다. 새롭게 조성되는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자족 시설이어서다. 개발 15년이 넘은 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국제도시의 경우, 아직 이렇다 할 앵커시설이 없다. 청라 개발계획에는 국제금융단지와 로봇랜드, 청라시티타워 등 대형 프로젝트들이 있었다. 그러나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사업을 맡긴 민간시행사가 돈이 되는 아파트만 지어 팔고 앵커시설 개발은 방치한 결과다. 참다 못한 청라주민들까지 들고 나섰다고 한다. “이제 그만 손을 떼고 빠져라”는 것이다. 최근 청라주민총연합회 카페 등 지역 커뮤니티에는 청라 앵커 사업 추진에 대한 불만과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한양과 보성산업이 수익에만 급급, 투자 유치 등은 나몰라라 한다”, “청라 사업에서 이들을 제외시켜야 한다”. 지역 주민단체들은 조만간 이런 요구를 행동에 옮길 예정이라고 한다. 저간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그럴만 하게 됐다. 먼저 국제금융단지 개발을 맡은 청라국제금융단지㈜는 같은 그룹사인 한양과 보성산업이 대부분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 업체는 금융단지 부지에서 1천534가구의 아파트 개발 사업을 먼저 끝냈다. 지난해에는 702가구 규모의 오피스텔도 분양했다. 그러나 청라국제금융단지에 들어서야 할 호텔 및 관광복합시설이나 상업시설 개발은 진척이 없다. 이 때문에 사업부지의 30%가 여전히 빈땅으로 방치 중이다. 한양과 보성산업이 아파트 등 수익사업만 빼먹고 정작 본사업은 나몰라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사실상 한양이 주도하는 ㈜인천로봇랜드도 마찬가지다. 사업 착수 15년째지만 공정은 0.77% 수준이다. 한양과 보성산업이 90%의 지분을 가진 청라시티타워㈜의 사업 추진도 표류를 거듭한다. 최근 LH가 사업비를 최종 확정했지만 청라시티타워㈜는 공사비 분담을 거부하고 있다. 게다가 당초 계약과 달리 시티타워 사업에 오피스텔을 추가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사업 전망이 투명한 곳이 없다. 청라국제도시 앵커시설의 추진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책임을 지고 이끌어야 할 사업이다. 참여 민간기업은 사업 추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편의적 위탁 시행사일 뿐이다. 그런데도 그간의 사업 추진 과정을 보면 인천경제청이 민간 사업자에게 휘둘리는 모양새다. 민간사업자는 기본적으로 수익이라는 동기 부여에 따라 움직인다. 사업을 맡긴다면 그 권리와 책임의 한계를 분명히 하되, 그 선을 넘으면 당초 계약에 따라 조치해야 할 것이다.

[사설] 겸양과 절제를 잃은 권력은 시민들 불행이다

인천시의회 교육위원장이 시중의 입방아에 회자되고 있다. 지난 19일 이른 아침부터 인천시교육청 간부들을 대거 불러놓고 반말과 고성으로 닦달해서다. 이날 인천의 어느 중학교 개교식에 초대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학교 개교 행사에 시의회 교육위원장을 초청하지 않은 것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 시민들은 알지 못한다. 다만 시민들이 뽑은 시의원 신분으로, 공적인 공간에서 반말과 고성으로 관계자들을 윽박지르는 것은 지나쳐 보인다. 대의기관의 권위는 군림하거나 강요해서 얻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날 인천시의회 교육위원장실에는 아침 일찍부터 시교육청 간부 등 십수명이 불려와 머리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시교육청 행정국장을 비롯, 인천서부교육장, 서부중등교육과장, 아라중학교 교장, 학교설립과장, 시의회 교육수석전문위원 등이다. 의전에 실패한 교육위원회 소속 직원들도 있었다. 화풀이성 윽박과 고성은 20분 넘게 이어졌다고 한다. “학교 행사에 교육위원장과 교육위원을 부르지 않는 게 말이 되느냐”, “이 사안은 교육청이 교육위원장을 무시하는 처사다”, “오는 임시회 5분 발언에서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가겠다”, ”행정사무감사에서도 반드시 다룰 것”이라고도 했다. “(나는) 그렇게 몰고 갈거야. 뭐 이렇게 하면 뒤집어지지”. 관련 동영상에는 “교육감 내가 가만 안 둘거야”라는 엄포도 터져 나온다. 교육계에서는 교육위원 제도의 구조적 모순이라 보는 듯하다. 즉 ‘교육=정치적 중립’이라는 헌법상의 대전제에도 불구, 교육위원들은 정당의 공천을 통과한 이들이 맡는 이중구조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개교 행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 교육청 간부들을 불러 혼쭐을 내는 ‘피감기관 길들이기’가 벌어진다는 것이다. 행정 범주에서 개교식은 해당 학교장의 몫이라고 한다. 상식적으로도 입학하는 학생들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들이 주인공인 행사 아닌가. 지방자치 30년이지만 호화 외유, 부패 비리 등 지방의원들의 일탈은 여전하다. 의전을 둘러싼 갈등도 전국 곳곳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시민들이 운집한 행사장에서 자리 배치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집단 퇴장하기도 했다. 군의회 의장보다 도의원이 왜 먼저 축사를 하느냐는 시비도 있었다. 선거 때는 ‘머슴’이나 ‘심부름꾼’을 자처하다가 배지만 달면 ‘귀하신 몸’으로 변신한다. 국회든 시의회든 대의기관은 권력을 휘두르는 자리가 아니다. 그러나 현실은 권력화돼 있다. 그 권력이 겸양과 절제를 잃으면 시민들이 불행해진다.

[사설] 연수구 MZ하우스... 청년들 아픔에 다가가는 일이다

인천 연수구가 청년들의 전·월세 사기 피해를 계약 단계에서부터 피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MZ하우스’를 운영한다고 한다. 지자체가 청년들의 전세 사기 피해에 직접 대처하는 첫 사례다. MZ하우스는 연수구 관내에 문을 열고 있는 건실한 부동산중개소업소들 중에서 선정한다. 이들 업소를 통해 청년들이 위험 소지가 있는 부동산 물건들을 피하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이다. 전세 사기나 깡통전세에 따른 서민들의 피해가 사회문제화하고 있는 요즘이다. 깡통전세는 집주인이 받은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보증금의 합계가 매매가에 육박하거나 넘어서는 경우다.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이사를 못하는 것은 물론, 경매로 넘어가면서 고스란히 떼이기도 한다. 국토부의 전국 전세가율 통계에 따르면 수도권 읍면동 1천369곳 중 319곳(23.5%)의 빌라(다세대·연립주택) 전세가율이 80%를 넘어서는 깡통전세 위험지역이다. 전세가율이 70~80%인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 보증금을 떼일 확률이 커진다. 빌라는 주로 서민, 청년층이 많이 거주한다. 그런데 수도권 빌라 4곳 중 1곳이 이런 위험에 노출돼 있다. 특히 수도권 13개 동에선 빌라 전셋값이 매매가격을 추월해 있다. 인천 남동구 남촌동, 안산 상록구 사동, 서울 강서구 등촌동 등이 대표적이다. 빌라가 많은 인천 미추홀구 등은 진작에 경고등이 켜져 있는 상태다. 깡통전세가 늘어나자 사기꾼들까지 가세, 아예 서류를 위조해 집을 팔아넘기는 등의 전세사기도 빈발하고 있다. 전세사기는 부동산 거래 경험이 적은 청년·신혼부부 등 취약계층에 피해가 쏠린다. 전세금이 재산의 전부인 이들이 사기를 당하게 되면 주거 사다리는커녕 사회 정착에 대한 희망조차 박탈당할까 걱정이다. 길을 잃은 주택정책의 폭주 끝에 애꿎은 청년들이 신음하고 있다. 연수구는 지난 2월부터 청년들의 안전한 전·월세 계약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업을 구상했다. 이를 위해 공인중개사 단체 등과 2차례 간담회도 가졌다. 연수구의 인증 표시를 내건 MZ하우스에서는 처음부터 깡통전세급의 부동산을 취급하지 않는다. 청년들이 부득이하게 거래해야 할 경우, 선순위 권리관계 및 위험성을 자세히 안내한다. 생각 같아서는 법무·세무 전문가들로 ‘연수구 안심 전세계약 자문단’도 꾸렸으면 싶기도 하다. 정부도 내년 초 ‘자가진단 안심전세 앱’을 출시할 예정이다. 좀 미흡하다 해도 연수구의 MZ하우스는 고무적이다. 이 시대 청년들의 아픔에 다가가려는 목민(牧民)의 자세이기 때문이다.

[사설] 이제라도 중심 잡고 청라시티타워 바로 세워야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의 랜드마크 사업인 청라시티타워 건설에 다시 브레이크가 걸렸다고 한다. 이번에는 이 사업을 책임지고 추진해야 할 민간사업자인 청라시티타워㈜가 스스로 분란을 일으키고 나섰다. 지난달에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사업자·시공사간 최종 합의된 총사업비를 승인하지 않아 사업을 발묶었다. 이 문제가 가까스로 해결되자 이번엔 사업자가 또 다른 조건을 달고 나서며 들어주지 않으면 손 떼겠다는 것이다. 청라시티타워㈜는 최근 당초 공모 조건에도 없는 오피스텔 건축을 위한 용도변경을 요구했다고 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대해서는 청라시티타워 내 복합시설에 오피스텔을 반영한 도시계획시설 변경을 요청했다. 또 LH에 대해서는 오피스텔을 분양해 수익을 낼 목적으로 복합시설 부지를 매각해 줄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청라시티타워㈜는 지난 2017년 인천경제청과 LH의 공모를 통해 이 사업을 따냈다. 당시 공모 조건은 복합시설(지하 2층~지상 3층)에는 전망대와 쇼핑몰, 카페 등 관광·문화시설과 상가만 들이도록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공모 조건을 뒤집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사업자는 350가구 이상의 오피스텔을 분양해 최소 2천500억원 이상의 분양 수입을 챙길 수 있다고 한다. 벌써부터 특혜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청라시티타워 사업이 기공식을 치르고도 4년째 갈지(之)자 걸음인 데는 비정상적인 사업 구조도 한몫한다는 분석이다. LH가 주도권을 잃고 90% 지분을 가진 사업자에 계속 끌려다니고 있어서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사업의 주체인 LH가 협약을 해지하고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청라시티타워㈜와의 협약을 해지하고 재공모를 하거나 LH가 직접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업자는 현재 공사 착수를 위한 시공사와의 최대보증금액 계약조차 외면하고 있다. 청라시티타워㈜는 최근 건설 원가 상승으로 적자가 불가피해 이대로는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주장이다. 물론 민간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는 사업을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러나 건설 원가 상승은 현재 건설 분야 전반의 문제다. 비지니스 세계에서 계약은 권리와 의무가 동시에 수반하는 헌장 같은 것이다. 그런데도 청라 주민들과 인천시민의 기대가 큰 청라시티타워를 인질로 삼아 또 한번 사업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용인해서는 안된다. 인천경제청과 LH는 이제라도 중심을 잡고 청라시티타워 사업을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사설] 쏟아지는 트램 사업... 합리적 사업성 평가 잣대 있어야

트램은 도심의 일반도로 위에 깔린 레일 위를 주행하는 노면전차다. 1920년대 이후 버스에 밀려 퇴장했으나 독일 등 유럽 도시들에서는 여전히 운행 중이다. 한국에서도 1960년대 후반 자취를 감췄다. 그런데 한 세기 전의 이 교통수단이 다시 각광받고 있다. 친환경성과 경제성 때문이다. 환경오염 걱정이 없고 사업비도 지하철의 6분의 1 수준이다. 인천을 비롯, 전국 대도시들에서 트램을 도입하려 한다. 그러나 곳곳에서 난관에 부딪혀 있다고 한다. 돈줄을 쥔 정부는 사업성을 짜게 매겨 억누르고 지자체는 공약사업이라며 어떡하든 추진하려 한다. 이 틈에 재원과 행정 낭비만 쌓여 간다. 인천시는 현재 모두 5개 노선의 트램 사업을 추진 중이다. 부평연안부두선과 송도트램, 주안송도선, 영종트램, 제물포연안부두선 등 87.79km 규모다. 대부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과 연계해 있다. GTX와 환승시스템으로 연계해야 사업성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지난달 먼저 GTX-B 부평연안부두선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사업 선정을 신청했다. 트램 사업의 첫 단추인 셈이다. 그러나 조사 대상 사업에 오를지조차 불투명하다. 뿌리 사업인 GTX-B 자체가 흔들리고 있어서다. GTX-B 예산이 절반으로 깎인 데다 사업자 선정도 유찰을 거듭해서다. 트램이 갖고 있는 한계점도 사업성 확보에 걸림돌이다. 지하철보다는 사업비 부담이 작지만 상부에 건축물을 올릴 수 없고 차로가 줄어드는 단점이 있다. 초창기 트램과 달리, 지금은 트램 설치를 위해 지하 매설물 및 지장물 이설 비용도 치러야 한다. 같은 맥락은 아니지만, 대전 도시철도 2호선(트램)의 경우 사업비가 처음 추산치보다 2배 이상 불어나 시작부터 흔들리고 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트램의 사업성을 평가하는 정부의 잣대가 불합리하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트램의 특성을 반영, 친환경성과 편리성 등도 사업편익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하철이나 경전철을 평가하는 지표를 그대로 트램에 적용하니 사업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잣대를 달리하는 것도 역차별이라는 지적이다. 물론 재정 운용을 책임진 정부의 어려움도 있을 것이다. 최근 곳곳의 트램 사업들 역시 대부분 선거 공약의 산물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친환경성과 간편한 이용성 등 트램의 이점이 가려져서도 안될 것이다. 우후죽순 쏟아지는 트램 사업들 중에서도 옥석을 가릴 수 있는 합리적인 사업성 평가 잣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설] 시민 지키는 재난경보시설, 최우선 관리돼야

시민들에게 집중 호우 등 재난 비상상황을 전파하는 인천의 경보시설(사이렌) 대부분이 낡아 제 구실을 못할 정도다. 해마다 내구 연한이 지난 사이렌을 교체해 나가야 하지만 예산 심의 과정의 우선 순위에서 계속 밀려난 결과다. 빠듯한 예산을 쪼개다 보면 ‘언제 한 번 쓰일지도 모를 경보시설은 나중에나’ 하기 쉬울 것이다. 그러나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재난경보시설은 평소에 충분히 관리돼야 한다. 재난은 항상 방심하는 사이 우리를 급습하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지역 내 시청, 군·구청, 동사무소 등 공공기관의 건물 옥상 등에 모두 185개의 사이렌을 설치해 운영 중이다. 사이렌은 집중 호우, 화재, 전시 등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시설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비상 상황 경보를 발령하면 직접 주민들에게 대피 행동 등을 알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사이렌 185개 중 71개는 내구 연한이 지난 노후 시설이다. 행정안전부는 사이렌의 내구연한을 9년으로 정해 놓았다. 사이렌이 낡아 기능을 못하거나 음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주기적으로 교체토록 한 것이다. 그러나 설치된 지 15년이 지난 사이렌이 3개, 14년이 지난 것도 16개에 이르는 등 전반적으로 낡아 있다. 이 때문에 내년이 되면 새로이 내구연한을 넘긴 사이렌이 29개, 2023년에는 16개 등 해마다 노후 시설이 쌓여 가는 실정이다. 2년이 더 지나면 전체 사이렌 중 116개(63%)가 내구연한을 넘기게 된다. 재난 상황 시 필수적인 사이렌이 10개 중 6개꼴로 낡아 고장 등의 우려를 안고 있는 것이다. 이런데도 사이렌 교체 사업은 더디다. 사이렌 1개당 교체 비용은 7천만원이지만 인천시는 해마다 4개 정도만 교체하고 있다. 이때문에 전체 사이렌의 노후화를 따라 잡지 못하고 있다. 시의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사이렌 교체 예산이 삭감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이번 힌남노 태풍은 재난 상황에 대한 대비 태세의 중대성을 다시금 일깨워 줬다. 포항의 침수 주차장 참사는 인근 하천의 범람 사태가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 하천 범람 등의 중대 위험이 닥쳤을 때 경보시설은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 줄 수 있는 보루가 될 것이다. 안전 안내 문자 등 디지털 재난 경보도 물론 갖춰져 있다. 그러나 화급한 재난 상황에서는 사이렌 등 아날로그 경보시설 또한 필수적이다. 시민의 안전을 담보하는 재난경보시설이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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