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오픈런’이라는 말이 일상화돼 있다. 바른 영어 표현은 ‘opening rush’라고 한다. 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구매를 위해 달리는 것을 말한다. ‘소아과 오픈런’도 있다. 소아과 병원이 드물어지면서 문도 열기 전에 길게 줄을 서는 풍경이다. 아이들은 주로 밤에 더 아프다. 그러나 소아과 병원이 부족하니 날이 새자마자 달려 대기해야 한다. 의대 정원 확대 갈등의 전 단계가 있었다. ‘응급실 뺑뺑이’와 ‘소아과 오픈런’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의료 현실을 함축하고 있다. 소아과 오픈런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정부는 이를 조금이라도 타개하려 2017년부터 ‘달빛어린이병원’을 도입했다. 밤 시간대와 휴일에 비교적 저렴한 비용과 짧은 대기시간으로 소아 경증 환자들을 진료하는 병원이다. 미봉책이지만 아이를 둔 부모들에게는 위안이다. 인천시가 ‘2024년 달빛어린이병원 지원사업 계획’을 내놨다. 대형병원 응급실 이외 평일 야간과 토·일요일 및 공휴일에 소아 경증 환자에게 외래진료를 제공하는 병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현재 인천에는 네 곳이 있다. 미추홀구 연세소아과의원, 서구 청라연세어린이병원, 검단 위키즈병원, 중구 영종이엠365의원 등이다. 인천시는 지난 1월 달빛어린이병원 조례를 제정,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인천시는 올해 이들 병원에 6억5천600만원을 지원한다. 야간·휴일의 진료시간에 따라 최소 1억6천만원에서 3억6천만원까지의 보조금을 차등 지급한다. 만 18세 이하 인구가 3만명 미만이면 소아진료 활성화 지역이다. 이에 해당하는 강화·옹진군, 중·동구의 경우 보조금을 1.2배 지원한다. 보조금 관리를 위해 1년에 두 번 이상 실태 조사도 벌인다. 달빛어린이병원 운영일과 운영시간, 적정의료인력 운용, 야간진료 관리비 적정 청구 등이다. 결국 소아청소년과 지원 전공의 부족과 소아과 감소 세태가 초래한 안타까운 현실이다. 소아과 병원 찾기가 최근에는 더 힘들어졌다고 한다. 전공의 의료 현장 이탈에 의대 교수의 외래 진료 축소까지 겹쳐서다. 의사협회는 4월부터 개원의도 주 40시간으로 진료를 축소한다고 했다. 이에 아이를 둔 부모들은 “소아과 오픈런도 너무 벅찬데 병원 문까지 닫는다니”라며 분개한다. 인천 달빛어린이병원도 더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이는 많지만 의료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송도국제도시등을 예로 든다. 아픈 아이를 안고 밤새 애태우는 부모들을 생각하면 맞는 지적이다. 달빛병원이 소아과 오픈런을 해소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도 발등의 불이라도 끄려면 달빛병원 지정도, 지원 규모도 확대해야 할 것이다.
119 구급대원이 폭행 당하는 일이 끊이지 않는다. 그것도 긴급 출동해 임무를 수행 중인 현장에서다. ‘출동하기가 겁난다’는 하소연이 나올 정도다. 인천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4년간 발생한 폭행 피해만 61건이다.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020년 6건, 2021년 13건, 2022년 21건 등이다. 올해도 3월까지만 7건이나 발생했다. 119 구급대원들은 한밤중에도 시민들 생명을 구하려 뛴다. 대체 왜 그러는 것인가. 인천 사례부터 보자. 한 구급대원은 지난해 9월 70대 남성을 병원으로 이송 중 폭행 당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얼굴과 목 등을 네차례나 얻어맞았다. 가해자는 집행유예형을 받았다. 그러나 피해 구급대원은 아직도 자기가 왜 맞았는지도 모른 채 트라우마를 겪는다. 또 다른 구급대원은 2022년 5월 인천 남동구의 한 식당으로 출동했다가 변을 당했다. 매뉴얼에 따라 뇌진탕 여부를 살펴보던 중이었다. 갑자기 가슴과 주요 부위를 폭행, 전치 2주의 피해를 남겼다. 다른 지역에서도 잇따른다. 대전에서는 최근 40대 여성이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술에 취해 119 신고를 하고서는 출동 구급대원들을 흉기로 위협했다. 먼저 ‘갈비뼈가 아프다’며 119 신고를 했다. 구급대원이 출동하자 ‘죽여버리겠다’며 흉기로 위협했다. 이런 난동이 1시간이나 이어졌다. 최근 2년 동안 20차례나 술에 취해 119 신고를 하기도 했다. 막상 출동하면 병원 이송을 거부하고 욕설·폭언을 일삼았다. 지난해 9월 울산에서도 한밤중의 구급대원 폭행이 있었다. 병원에 이송하려던 환자와는 아무 관계도 없는 제3자가 구급대원을 폭행했다. 도로에 환자를 눕힌 뒤 상태를 살피던 구급대원은 이유도 모른 채 당했다. 시간을 다투는 구급 활동을 대놓고 방해한 것이다. 소방청이 2015~2022년 구급대원 폭행을 분석했다. 8년간 1천713건이 발생, 2천77명의 구급대원이 당했다. 대부분 오후 10시에서 오전 1시 사이에 일어났다. 술에 취한 채의 ‘주취 폭행’이 1천497건으로 87%를 차지했다. 가슴 아픈 건 2030세대 구급대원들이 집중적으로 폭행 피해를 당한 점이다. 현장 출동 업무를 주로 맡고 있어서일 것이다. 한밤중의 까닭 모를 폭행에 그들은 무슨 생각이겠나. 구급대원 폭행은 결과적으로 다른 이웃을 위험에 빠뜨리게 한다. 사회안전망을 위협하는 중대범죄 행위다. 그런데도 가해자에 대한 처분 결과는 벌금형이 가장 많다고 한다. 당연히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그에 앞서 구급대원 폭행을 몹시 부끄러워하는 시민의식이 더 먼저겠지만.
금명간 윤석열 대통령과 전공의들 간 만남이 이뤄질 모양이다. 의대 증원에 반발, 전공의들이 환자 곁을 떠난 지 한 달 반 만이다. 이런 움직임은 전국의대교수협의회가 단초를 만들었다고 한다. “대통령께서 먼저 팔을 내밀고 어깨를 내어 달라”고 했다. 이에 대통령실도 일정을 비우고 물밑 접촉에 들어갔다. 늦었지만 소모적인 의료파업 사태를 풀어갈 실마리가 될 것이다. 이쯤에서 정부도 의사들도 한발 물러나는 여유가 필요해 보인다. 숨을 고르고 좀 떨어져 바라봐야 사태의 본질이 더 잘 보이는 법이다. 아픈 국민들 말이 없어 그렇지, 현재 의료 현장은 몹시 위태롭다. 인천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미 의료 현장을 이탈한 대형병원 전공의들은 돌아올 기약이 없다. 이런 가운데 이번엔 의대교수들의 줄사직 걱정까지 겹쳤다. 지난주 인하대 의대 교수 203명 중 66명이 사직서 제출 의사를 밝혔다. 정부의 전공의 행정처분 등에 대한 항의 표시라고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직서를 내는 교수가 더 늘 것이라는 경고도 내놨다. 가천대 길병원,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교수들도 사직에 동참하겠다고 했다. 인천에는 인하대병원 203명, 가천대 길병원 200명,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180명,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110명 등 670명의 의대교수들이 있다. 교수직 사직 외의 대응 방침도 밝혔다. 중증·응급 환자가 많지 않은 과부터 당직 근무를 줄인다. 전체 진료의 40%를 차지하는 외래진료도 최소화한다 등이다. 인천 대형병원들에서는 전공의 이탈만으로도 80%이던 병상 가동률이 59%로 떨어져 있다. 수술 건수 또한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다. 생업에 쫓기는 일반 국민들은 의아하기 짝이 없다. 자신들 처지에 비춰 부럽기까지 하다. 그 되기 어렵고 대우 좋다는 의대교수 자리를 스스로 던져 버린다니. 줄사직의 명분이 고작 의대 증원이라는 점도 이해 범위 밖이다. 그럼 국민들은 언제까지고 응급실 뺑뺑이를 감내해야 하는가. 아이 울음 소리 듣기 힘든 시대, 어렵게 얻은 아이가 아파도 소아과병원을 찾기 어려운 현실은 어떡하나. 의대교수 줄사직 소리에 말 없는 국민들은 또 한번 가슴을 졸인다. 어떡하든 아프지 말아야지. 물론 ‘의대교수 사직서에 반대한다’ 목소리도 있었다. 이미정 단국대병원 소아청소년과장이다. “의대교수들이 사직서를 내면 국민들이 눈과 귀를 닫을 것”이라고 했다. 사직이 협박처럼 보일 것이라고도 했다. 의대교수 사직이 국민들을 벌벌 떨게 하는 나라라니. 그 역시 의사가 너무 부족하다는 반증인가. 조건 달지 말고, 의사들은 환자 곁으로 돌아갈 일이다.
인천시가 선진 자원순환센터(소각장) 벤치마킹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민 반대에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국면을 타개해 보려는 시도다. 지난 2월 초에는 시민들과 함께 경기 하남시의 유니온파크를 다녀왔다. 2월 말에는 해외 소각장 견학도 다녀왔다. 덴마크 코펜하겐과 프랑스 파리 근교 소각장 등이다. 오는 24일에는 군수·구청장들도 초청, 유럽 선진 소각장 견학에 나선다. 그런데 고작 4명의 군수·구청장만 참여한다고 한다. 이번 유럽 소각장 견학은 오는 24일 출발, 30일 돌아온다. 모두 4곳 소각장을 둘러본다. 프랑스 파리 근교 이세안 소각장을 비롯해 덴마크 코펜하겐 아마게르바케 및 로스킬레 소각장,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MHKW 소각장 등이다. 인천시는 지난달 군·구에 ‘해외 환경기초시설 벤치마킹 출장계획’을 보냈다. 군수·구청장의 참여를 요청하기 위해서다. 인천시에서는 환경국장과 자원순환과장 등이 참여한다. 지역특화 자원순환센터가 지역발전을 견인한 사례를 살펴보는 게 목적이다. 그러나 10개 군·구 중 4곳 단체장만 참여한다. 문경복 옹진군수와 이영훈 미추홀구청장, 이재호 연수구청장, 강범석 서구청장이다. 중·동·남동·부평·계양구와 강화군 단체장들은 불참한다. 정작 소각장 건립이 더 시급한 지역의 단체장들이 빠지는 모양새가 됐다. 현재 부평·계양구는 당초 경기 부천시와 광역소각장을 같이 쓰는 방안을 찾으려 했다. 그러나 부천시의 반대로 무산하면서 소각장 건립이 원점으로 돌아와 있다. 중구와 동구도 어렵게 찾은 소각장 후보지가 주민 반발에 부딪혀 입지 선정 작업이 멈춰 있다. 2026년 수도권매립지의 직매립이 금지되면 이들 지역에서 쓰레기 대란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 인천 단체장들이 시급한 현안을 애써 외면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소각장은 시민들의 일상을 뒤흔들 수도 있는 생활 현안이다. 그래서 사실상 소각장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올 초 인천시가 지금까지의 소각장 확충 정책을 폐기했다. 폐기물관리법상의 책임자인 군수·구청장이 주도하도록 했다. 그러자 일부 구에서는 “인천시가 기초지자체들을 전쟁으로 내몬다”며 반발했다. 그러나 군·구는 엄연히 ‘쓰레기 발생지 처리 원칙’에 있어 1차적 책임이 있다. 선진 소각장 견학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가장 큰 것이 시민들이 소각장을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다. 외국에서도 처음부터 두 손 벌려 소각장을 환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역주민 반발이 큰 소각장 건립에는 단체장의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 다음 기회에라도 군수·구청장 모두 선진 소각장 견학에 나설 것을 주문한다.
새로운 수도권매립지를 세울 터를 찾는 공모가 떴다. 2021년 두 차례 실패에 이은 세 번째 공모다. 인천 서구 경서동의 기존 매립지는지난 1992년 문을 열었다. 30년을 훌쩍 넘도록 수도권의 온갖 쓰레기들을 다 받아 왔다. 인천시민들의 ‘매립지 조기 종료’ 염원은 오래 묵살 당해 왔다. 다시 공모는 시작하지만 그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고 한다. 그냥 ‘인센티브 얼마’만 내건다고 성사될 일이 아니다. 환경부와 인천시, 서울시, 경기도 등 4자 협의체가 수도권매립지 대체매립지 3차 공모에 나섰다. 오는 28일부터 6월25일까지 90일간이다. 4자 협의체는 이번에 공모 기준을 상당 부분 변경했다. 우선 최소 매립지 요구 면적이다. 90만㎡(27만3천여평)로 대폭 줄였다. 1차 공모 220만㎡(66만6천여평), 2차 공모 130만㎡(39만3천여평)이었다. 2026년부터의 생활쓰레기 직매립 금지를 반영한 면적 기준이다. 소각 및 재활용 후 잔재물 등 소각재만 묻어야 한다. 따라서 기존의 인천 매립지처럼 큰 면적이 아니어도 된다. 현 인천 매립장은 1천636만㎡ 규모다. 면적 기준 완화는 수도권의 현실도 감안한 것이다. 바다 등 공유수면을 활용하지 않고는 100만㎡ 이상의 땅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다. 해당 지역에 주는 특별지원금도 3천억원으로 늘렸다. 1, 2차 공모 때의 2천500억원에서 500억원 증액했다. 이 특별지원금은 폐기물시설촉진법상의 혜택과는 별개의 지원이다. 폐기물시설촉진법상의 혜택도 적지 않다. 폐기물처리시설 설치비의 20% 이내에서 주민편익시설을 설치해 준다. 또 폐기물 반입 수수료의 20% 이내에서 주민지원기금을 조성해 준다. 새로 세울 매립지 이름이 ‘자원순환공원’이라고 한다. 주민 친화적 복합공간 조성에 대한 의지를 담았다. 매립지의 부대시설도 ‘에너지화시설’만으로 한정했다. 이전 공모 때는 ‘생활폐기물 전처리시설’이나 ‘건설폐기물 분리·선별시설’까지 요구했다. 진일보한 요건이긴 하지만 스스로 참여할 지자체를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매립지를 혐오 시설로 보는 주민들 인식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2년 후면 지방선거까지 닥친다. 이번 공모를 성사시키려면 뿌리 깊은 혐오시설 인식부터 걷어 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그런 노력이 빠져 있다. 새로 세울 매립지는 현 인천 매립지와는 비교도 안 될 친환경 시설일 터이다. 그 30년 사이 환경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했기 때문이다. 주변 지역에 환경 피해를 주지 않는 주민 친화적 매립지, 과학적 데이터나 선진국 사례를 바탕으로 한 그런 미래 청사진을 왜 제시하지 않는가. 실상은 대체매립지에 대한 의지가 별로 없기 때문인가.
인천 송도국제도시에는 여느 경제자유구역과는 차별화된 교육 인프라가 있다. 인천글로벌캠퍼스(IGC)다. 외국 유명 대학 한국분교들의 연합 캠퍼스다. 십수 년 각고의 유치 노력으로 이제 번듯한 면모를 갖췄다. 한국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 한국조지메이슨대학교, 겐트대학교 글로벌캠퍼스, 유타대 아시아캠퍼스, 뉴욕주립대 FIT 등이다. 외국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교육·의료 인프라가 필요했다. 초기에는 또 다른 명분도 겸했다. 조기 유학이 한창이던 때다. ‘굳이 미국 유럽으로 가지 않고도 송도에서 학위를 딸 수 있다’고 했다. 자리를 잡기까지 인천시는 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최근 한국조지메이슨대학교가 서울에서 로스쿨과정(법학석사·LLM)을 열려고 해 시끄러운 모양이다. 지난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캠퍼스 설립비와 운영비 등으로 90억원을 지원받은 조지메이슨대다. 그런데도 정작 알짜배기 과정은 인천이 아닌 서울에서 운영할 계획이었다. 인천시민들의 실망이 더 큰 것은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어서다. 지난해 가을에는 유타대 아시아캠퍼스가 비슷한 시도를 했다. 이 대학의 의료혁신센터(CMI)를 서울바이오허브 글로벌센터에 세우려 했다. 서울시와 업무협약(MOU)도 준비했다. 지난 10년간 인천에서 100억원 이상을 지원받은 유타대다. 그런데도 글로벌 바이오기업들이 즐비한 인천 송도는 쳐다보지 않았다. 대신 몰래 서울행(行)을 택하려 했다. 조지메이슨대의 LLM(Master of Laws)이 어떤 과정인가. 미국 최상위 로스쿨 중 하나인 ‘안토니안 스칼리아 로스쿨’ 과정을 제공한다. 법학 석사 학위와 미국 워싱턴DC 변호사 시험 응시 자격을 동시에 딸 수 있다. 논란이 일자 한국조지메이슨대 측은 이렇게 해명했다. “로스쿨과정을 위한 자체 캠퍼스나 교육기관을 따로 설립하는 건 아니다”, “입학생의 접근이나 홍보, 원활한 학생 모집 등을 위해 서울을 검토했을 뿐이다”. 과연 그럴까. LLM만 넣어 검색해 봐도 입학 정보가 주루룩 쏟아진다. ‘5월8일 과정 시작 내년 4월26일까지 진행, 총 27학점으로 구성’, ‘서울에서 진행하는 오프라인 강의와 직장인을 위한 온라인 강의 옵션의 하이브리드 형태로 진행’, ‘내년 7월 미국 워싱턴DC 변호사 시험 응시 가능’ 불과 10여일 전 올라온 게시물들이다. 이대로 가면 인천글로벌캠퍼스는 요식적 캠퍼스로 전락할 수도 있다. 글로벌캠퍼스에 대한 막대한 지원은 결국 인천시민들 주머닛돈이다. 작년 유타대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손 놓고 쳐다볼 뿐인가.
지난 19일 인천과 수원에서 법원장이 직접 재판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신속 재판’을 내세운 조희대 사법부의 의지가 나타난 법정 풍경이다. 30년 가까운 관록의 베테랑 법관들이 사법 최일선에 나선 것이다. 배당받은 사건도 재판이 오래 지연된 장기미제사건들이다. 그래서 ‘법원장 장기미제 재판부’로 불린다고 한다. 이제라도 하릴없이 늘어지는 재판으로 심신을 소모했던 국민 고통이 좀 덜어질 것인가. 김귀옥 인천지방법원장은 이날 민사항소7부를 이끌며 9건의 장기미제 재판을 진행했다. 민사항소7부는 인천지법이 새롭게 구성한 재판부다. 그간 오래 해결되지 않았던 재판 100건이 배정됐다. 항소 사건에서는 통상 항소심으로 넘어온 지 1년6개월이 지나면 장기미제사건으로 분류한다. 이날 민사항소7부에서 변론절차가 종결된 1건은 2022년 1월 접수된 사건이다. 이날 재판으로 오는 4월16일엔 선고가 이뤄질 예정이다. 인천지법은 서울중앙지법 다음으로 가장 많은 미제사건을 안고 있다. 같은 날 수원지방법원에서도 김세윤 법원장이 민사10부를 맡아 첫 재판을 진행했다. 이 재판부도 민사항소 장기미제 전담부다. 첫 기일조차 열리지 않았던 민사항소 사건들을 주로 배당받았다. 김 법원장이 맡은 재판부는 최근 7건의 재판을 열어 3건의 변론을 종결, 선고일을 4월18일로 잡아놓았다. 재판 지연 문제는 현 사법부가 직면한 최대 숙제다. 재판 지연은 정의 실현의 지체로만 끝나지 않는다. 되는 것도 안되는 것도 없는 재판 때문에 국민들 삶이 꽁꽁 묶이는 결과를 초래한다. 세계사법정의프로젝트(WJP)가 매년 내놓는 142개국 ‘법치 지수’가 있다. 한국은 지난해 13위(민사), 16위(형사)를 기록했다. 2015년에는 7위(민사), 13위(형사)로 상위권이었다. 불합리한 소송 지연이 주된 감점 요인인 조사다. 김명수 사법부를 거치면서 재판 지연이 고질화했음을 보여준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달 초 전국 법원장 간담회를 했다. 신속 재판을 위해 장기미제사건은 법원장이 직접 관리토록 했다. 사건 처리 속도에 대한 적정 기준도 내놓는다고 한다. 법관이 모자란다면 의사처럼 증원해야 한다. 2027년까지 법관 정원을 370명 늘리는 법안도 이미 발의돼 있다. 국회만 가면 낮잠 자는 법안이 너무 많으니, 입법 지연이 더 큰 문제이긴 하지만. 신속 공정한 재판은 국민들에게 마땅히 제공해야 할 사법부의 공공서비스다. 그런 엄중한 서비스를 독점했다고 해서 차일피일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법복이 주는 권위나 명예, 재화까지 모두 국민들이 준 것이다.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 또 하나의 쾌거를 이뤄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축제로 공인받은 것이다. 매년 전국 곳곳에서 1천200여개의 축제가 벌어진다. 그러나 관변 주도의 축제를 위한 축제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인천 펜타포트는 여느 축제들과는 사뭇 다른 역사를 써 왔다. 지난 19년간 눈부신 속도로 발전적 진화를 거듭했다. 이제 대한민국 대표 축제 브랜드로 세계 무대를 향하는 펜타포트다. 지난주 문화체육관광부가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을 대한민국 글로벌 축제로 선정했다. 글로벌 축제는 올해 처음 시행하는 문체부 사업이다.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만한 콘텐츠의 축제에 지원을 집중한다.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공연예술형 글로벌 축제에 올랐다. 공연 예술의 본질적인 특성을 살려 관광자원화에 성공했다는 의미다.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인천시가 주최하고 인천관광공사와 경기일보가 공동주관한다. 매년 8월 초 인천 송도국제도시 달빛축제공원 일대에서 락의 큰 잔치를 펼친다. 지난해 18회 무대에는 15만명의 국내외 락 팬들이 몰려와 3일 밤낮을 락의 열기로 송도를 달궜다. 이번 글로벌 축제 공모에서도 펜타포트 락은 우선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대로 인정받았다. 국내외 최정상 뮤지션 50여팀의 수준 높은 공연이 그것이다. 교통 편의성, 숙박시설 완비 등으로 대규모 관객을 무리없이 수용해낸 행사 진행 수준도 높이 평가받았다. 글로벌 축제에는 2026년까지 해마다 6억6천만원의 글로벌화 지원금이 주어진다. 문체부는 글로벌 축제에 대한 예산 지원과 성과 관리를 맡는다. 한국관광공사는 해외 인지도 조사, 해외 홍보 및 통합마케팅을 지원한다. 인천시는 글로벌화 과제를 실행하고 숙박·교통 인프라 등 글로벌 수용태세를 정비한다. 또 외국 관람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독창적이면서 국제적 매력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창출한다. 특히 문체부는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을 ‘한국형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급으로 키우려는 목표다. SXSW는 매년 3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음악창조산업 축제다. 100여개 무대에 50여개국 2천팀의 뮤지션들이 오른다. 마스터스골프대회로 유명한 오스틴을 먹여살린다는 락 축제다. 이제 펜타포트는 더 큰 날개를 펼칠 수 있게 됐다. 20년 가까이 세계 무대로 진군할 만한 저력을 쌓아온 덕분이다. 인천을 넘어 대한민국의 또 하나 한류 자산으로 떠오른 펜타포트다.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 범국민적 기대와 성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계양테크노밸리가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걱정이다. 기업을 끌어올 산업단지 지정이 막혀 있어서다. 수도권정비계획법(수정법)이 또 심술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 신도시는 1990년대 초 수도권 주거난 해소 목적이었다. 그런 출발이다보니 신도시는 베드타운에만 머물렀다. 먼 길을 달려 서울 등의 일터로 나갔다가 저녁에야 되돌아오는 베드타운. 베드타운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했다. 교통난이 대표적이다. 선거 때마다 도시철도 신설·연장이 최우선 화두로 떠올랐다. 그래서 나온 것이 직주(職住) 근접의 자족도시다. 일터와 삶터가 함께 하는 신도시. 3기 신도시 계양테크노밸리(TV)의 청사진도 자족도시다. 서울 주택 수요 분산. 서부 수도권 첨단산업 생태계 조성 등이다. 그러나 자족도시로 가는 길은 곳곳이 암초다. 수도권에는 일터인 산업단지를 늘리면 안 된다 해서다. 인천 계양구 박촌·귤현동 일대 계양테크노밸리에는 1만7천여가구의 주택이 들어선다. 76만㎡ 규모의 도시첨단산업단지도 조성, 자족도시로 가꾼다.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산단이다.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나 경기 판교신도시 등이 모델이다. 그런데 국토교통부는 이곳에 산업단지 지정을 해주지 않는다. 인천 등 수도권에서는 함부로 산업단지를 새로 만들 수도 없다. 그 면적만큼의 기존 공업지역을 없앤 후에야 가능하다. 현재 계양구는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과밀억제구역이다. 기존 인천의 공업지역 총량내에서 재배치해야 한다. 인천으로서는 사정이 딱하다. 내항 1·8부두 일대와 용현·학익동 일대 공업지역이 해제 가능한 후보지다. 그러나 두 곳 다 재개발 사업 등에 묶여 앞으로 수년간은 어찌할 수도 없다. 인천시는 국토부에 단계적 방안도 제안해 봤다. 먼저 도시첨단산단 지정을 받고 차차 공업지역을 재배치하겠다는 것이다. 일종의 산업단지 가불이다. 돌아온 답은 ‘먼저 줄여야만 새 산단 지정이 가능하다’였다. 주택 용지는 벌써 개발에 들어갈 참인데 도시첨단산업단지는 언제일 줄 모를 형편이다. 벌써 이곳 도시첨단산업단지에 대한 대기업 입주 희망은 잇따른다. LG유플러스, KT, 엠비씨플레이비 등이다. 계양테크노밸리마저 그런저런 베드타운에 그친다면 또 그만한 사회적 비용을 물어야 한다. 대체 무얼 위한 수정법인가. 40년도 더 지난 1982년에 만들어진 법이다. 자고 나면 서울로 내닫던 이농향도(離農向都) 시대였다. 시절이 한참 바뀌었다. 글로벌 도시경쟁력 시대에 자해(自害)적 규범이라니. 빼기와 나누기 셈법의 국가경영 아닌가. 수도권 정비가 아닌 수도권 말리기다.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이 인천에서 ‘민생토론회’를 했다. 인천의 지속가능 발전을 이끌 여러 청사진이 나왔다. 시민 체감도가 높은 고속도로·전철 지하화에 가려지긴 했지만 더 무게감 있는 어젠다도 있었다.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의 업그레이드다. 더 나아가 국가 항공·해운산업의 대혁신 방안도 나왔다. 국가 관문 공항과 항만은 인천의 정체성이자 가치다. 이날 윤 대통령도 강조했다. 오늘 대한민국의 번영은 인천에서 출발했다고. “바닷길과 하늘길을 열어 전 세계를 우리 ‘경제 영토’로 만들었다.” 그래서 영종도 첨단복합항공단지 조성이 더욱 기대와 희망을 걸게 한다.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인천국제공항 혁신의 축이 첨단복합항공단지다. 인천공항은 제2여객터미널과 활주로를 증설하는 4단계 확장 공사를 오는 10월 마무리한다. ‘1억명 여객’ 시대를 열 발판이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2026년까지 인천공항 배후에 첨단복합항공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 단지에는 항공기 개조·정비 등 공항 연계 산업을 육성한다. 입주기업에는 경제자유구역급의 인센티브도 지원한다. 복합항공단지에는 항공·물류·관광 관련 글로벌 기업들도 유치한다. 5천개 이상 양질의 일자리와 10년간 10조원 이상 생산유발효과를 기대한다. 공항을 문화관광체험형 공간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사업도 강화한다. 이를 위해 이미 개장한 2개 복합리조트 등 민간 테마파크 사업도 적극 지원한다. 항공산업 혁신에 대한 구상도 나왔다. 새로운 노선은 확대하고 중복 노선은 축소한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의 시너지를 위해서다. 항공 자유화 협상 대상 국가를 현재 50개국에서 2030년까지 70개국으로 늘린다. 항공사가 더 쉽게 여객 수요에 맞춰 자유롭게 증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한 나라의 관문 공항에는 그 나라 국력이 투영된다. 인천국제공항은 국제 여객 5위, 국제 화물 3위의 글로벌급 공항이다. 국제공항협의회도 ‘5성급 공항’을 인증했다. 그러나 인천공항은 하드웨어만 성장한 채 소프트웨어를 갖추지 못했다. 바로 대형 공항을 자양분으로 하는 공항경제권이다. 이런 측면에서 인천공항은 아직 미완성이라 할 것이다. 인천공항도 랜드마크 콤플렉스라는 공항경제권 구상이 있다. 항공정비(MRO) 클러스트를 비롯해 호텔 및 컨벤시아, 문화·공연장, 쇼핑센터, 금융 및 비즈니스 단지를 망라한다. 그러나 규제에 꽉 막혀 있다. 투자에 비해 단기 사업성이 떨어져 정부의 예타 문턱에 걸린다. 이번 첨단복합항공단지 역시 규제 혁파가 핵심이다. 첨단 소프트웨어까지 갖춰 입은 인천국제공항의 대변신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