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 공신력, 도빌영화제에서 재확인… ‘피터팬의 공식’‘둑길’등 수상

지난 12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프랑스 도빌영화제는 부산국제영화제의 높아진 공신력을 재확인해줬다. 부산국제영화제가 꾸준히 발굴해온 아시아 영화들이 수상작에 다수 포함됐기 때문.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은 13일 조창호(33) 감독의 영화 ‘피터팬의 공식’이 현지시간으로 지난 12일 막을 내린 제 8회 프랑스 도빌 아시아영화제의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대상인 황금연꽃상은 중국 리위 감독의 ‘둑 길(원제:dam street)’에 돌아갔다. ‘피터팬의 공식’과 ‘둑 길’은 이전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발굴된 영화란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피터팬의 공식’은 2005년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부문에서 상영된 후 선댄스영화제, 베를린영화 포럼 부문 등의 국제영화제에 초청돼 호평받았다. 대상 수상작인 ‘둑 길’도 2002년 PPP(부산프로모션플랜) 초청작이며, 지난 해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의 창’ 부문에서 소개됐다. 함께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로 소개된 콩데이 자투라나사미 감독의 ‘택시 운전수의 사랑’(태국)이 각본상을,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CJ 콜렉션 선정작인 위시트 사사나티앙 감독의 ‘시티즌 독’(태국)이 비평가 상을 수상해 아시아 영화를 발굴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높아진 공신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폐막 하루 전인 11일에는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집행위원장이 도빌시 마켓광장에서 ‘도빌시 훈장’을 받았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피터팬의 공식’ 외에 한국영화들의 약진도 눈에 띄웠다. 김지운 감독의 느아르 액션 ‘달콤한 인생’이 ‘액션 아시아’ 상을 수상했고, 자폐증세를 앓는 소년의 마라토너 성장기를 그린 ‘말아톤’은 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됐다. ‘피터 팬의 공식’은 엄마가 자살시도로 혼수상태에 빠진 후 장래가 촉망되는 고등학생 수영 선수가 겪는 성장통을 그렸다.

김기덕 감독, 소피아영화제서 집중조명

김기덕 감독이 불가리아 소피아국제영화제에서 집중조명을 받는다.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은 김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2003)’과 ‘빈집(2004)’ 등 두 작품이 9일(이하 현지시간) 개막되는 소피아국제영화제의 ‘감독 집중조명(Directors in Sportlight)’ 부문에서 상영된다고 10일 밝혔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은 2003년 제56회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청년비평가상 1등상과 국제시네마클럽연맹 돈키호테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노승에게 맡겨진 한 동자승의 일생을 변화하는 4계절의 풍광 속에 녹여내 2003년 청룡영화상 작품상 작품이기도 하다. ‘빈집’은 김 감독에게 2004년 베니스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안긴 작품으로 빈집을 전전하는 한 남자가 우연히 들어간 집에서 남편의 폭력으로 고통받는 여자를 만나 기묘한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를 담았다. 김 감독은 2004년 ‘사마리아’로 베를린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는 등 유럽 영화계에서 인지도가 높은 한국감독이다.지난해 4∼5월에 김 감독의 특별전이 체코와 이탈리아에서 열린바 있다. 소피아국제영화제는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불가리아 영화제로 오는 19일 폐막된다. 개막작으로는 2005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한 ‘더차일드(감독 다르덴 형제)’가 상영된다.

전주영화제,힘있는 단편영화 19편 선정 공개

2006전주국제영화제(JIFF 이하 전주영화제) 섹션 중 ‘한국단편의 선택: 비평가주간’에서 상영될 작품이 확정됐다. 전주영화제 사무국은 9일 올해 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상영될 19편의 한국단편영화들을 공개했다. 이 작품들은 ‘불안의 원리‘, ‘환상의 결말’, ‘정치/퍼포먼스’, ‘여성되기’, ‘초이스’ 등 총 5개의 섹션을 통해 상영된다. ‘한국단편의 선택: 비평가주간’은 한국단편영화들을 비평적 관점에서 재조명하는 섹션이다. 2002년 제3회 영화제부터 시작, 올해로 5회째를 맡는다. 작품선정은 전주영화제 비평가위원회 소속의 맹수진 문학선 이상용 이선화 등 4인의 비평가들이 맡았다. 비평가위원회는 “올해 작품들은 전체적으로 제작 편수와 상영 시간이 전반적으로 증가했다”며 “ 이는 디지털 제작방식이 단편 영화 제작의 보편적인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는 결과로 볼 수 있다”고 심사총평을 밝혔다. 이와함꼐 비평가위원회는 단편영화에 대한 전체적인 경향에 대해 “내면의 욕망을 적극적으로 투영하고 외부 세계에 대한 발언의 폭을 더해보고자 하는 작품들을 통해 우리 시대의 소망과 불안, 욕구와 공포의 표정들을 마주할 수 있었던 것이 올해의 수확”이라고 평가했다. 전주영화제 사무국 측은 “출품작 수가 400편이 넘었고, 그 중 완성도 높은 작품이 많아 비평가들이 작품 선정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덧붙였다. 올해 7회를 맞는 전주영화제는 오는 4월27일부터 5월5일까지 전북 전주에서 열리며 총 35개국에서 출품된 190여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다음은 ‘한국단편의 선택: 비평가주간’ 상영작 19편> ◇ 불안의 원리(93분) - 고백 (도내리, 35분 )- 소설가의 피임 (한재웅, 20분) - 쾌락원칙을 넘어서 (소상민, 19분) - 우연한 열정으로 노래부르다보면 (권지영, 19분) ◇환상의 결말(103분) - 온실 (김아론, 30분) - 처용의 다도 (정용주, 33분) - 아버지 어금니 꽉 깨무세요 (최원석, 22분) - 마스크 속, 은밀한 자부심 (노덕, 18분) ◇정치/퍼포먼스(76분) - 골리앗의 구조 (김경만, 27분) - 우리 모두가 구본주다 (태준식, 24분) - 정당정치의 역습 (김곡 / 김선, 25분) ◇ 여성되기(94분) - 창문너머 별 (원, 47분) - 이슬 후(後) (엄상미, 15분) - 난년이 (전선영, 32분) ◇초이스 (120분) - 머리 위에 숯불 (조형찬, 48분) - 참 잘했어요 (정다미, 20분) - 누구나 그렇다는 (윤강로, 6분) - 서울발라드 (이학수, 25분) - 가희와 BH (신동석, 21분)

MOVIE/데이지.브이 포 벤데타

● 데이지 첫사랑이기때문에…이루어질 수 없는걸까 이쁜 전지현과 잘 생긴 정우성, 그리고 연기를 잘하는 이성재 등 톱스타급 배우가 출연하는 멜로 영화라면 관객들의 호기심을 끌기에는 충분하다. 여기에 감독이 ‘무간도’ 시리즈로 유명한 류웨이장(劉偉强)이라면 더 들뜬 시선으로 지켜볼만하다. 촬영이 모두 끝난 후 오랜 기간 숙성의 시기를 거쳤던 ‘데이지’(제작 아이필름)가 네덜란드의 아름다운 풍광들을 담아 선보였다. 한국 영화로는 처음으로 네덜란드에서 올로케이션한 작품. 전지현이 무명의 화가로 설정된 까닭인지 그림같은 풍경들이 펼쳐진다. 영화의 주요 소재가 된 데이지꽃은 그 순박한 아름다움을 드러내며 끝없이 피어있다. 류웨이장 감독은 때론 암스테르담 거리 전체가 드러날만큼 멀게, 때론 화면 가득할 정도의 클로즈업으로 촬영을 번갈아 하는 영상미로 자꾸만 흔들리려 하는 이야기를 채우려 했다. 혜영(전지현 분)은 거리의 화가. 낯선 나라에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살아가는 외로운 여자다. 데이지를 그리러 간 그가 외나무 다리를 건너다 개울물에 빠지고, 얼마 후 다리가 놓인다. 그리고 매일 오후 4시15분 데이지꽃이 배달된다. 혜영은 데이지꽃을 보낸 이가 누군지도 모른 채 자신의 마음을 속절없이 내놓고 만다. 꽃을 보낸 이는 킬러 박의(정우성 분). 그는 결코 자신을 드러내지 못한다. 그러던 혜영 앞에 데이지 화분을 든 정우(이성재 분)가 나타난다. 혜영은 정우가 바로 그임을 의심치 않고 마음을 기꺼이 허락한다. 국제경찰로 마약 조직을 쫓고 있던 정우 역시 혜영에게 사랑을 느낀다. 어느날 거리에서 총격전이 벌어져 혜영은 목에 깊은 상처를 입고 정우는 큰 부상을 당해 한국으로 보내진다. 그날 이후 혜영은 말을 잃는다. 그 모습이 안타까웠던 박의는 여자를 가까이 하면 안되는 킬러란 신분을 뒤로 하고 혜영에게 다가선다. 헌신적인 박의의 사랑이 화면 가득 펼쳐진 후 정우가 다시 등장한다. 이들 3명의 엇갈린 사랑은 전혀 엉뚱한 사건으로 방향이 틀어진다. 세 남녀의 운명 같은 사랑. 멜로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를 어떻게 버무리느냐가 관건이었을 터. 감독과 제작진은 내용보다는 영상으로 승부를 건듯하다. 이쁜 전지현과 잘 생긴 정우성, 그리고 덤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는 것으로도 충분히 극장을 찾을만하다고 내세운다. 하긴 한국영화 관객들이 유독 가혹하게 요구하는 멜로영화 수준을 맞추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니 이 같은 선택 역시 시도해 볼만 했을듯 싶다. 영화는 세 남녀의 관점에서 교차 편집하며 주인공의 심리를 따라가려고 했다. 같은 상황이 달리 표현됨으로써 우연히 일어나는 일이 아닌, 삶은 곧 운명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영화는 다시 한번 전지현이란 배우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비록 정우성과 이성재가 있지만 ‘데이지’는 전지현의 영화란 인식이 강하다.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이후 또 다시 긴 휴식기를 갖고 난 후 선택한 영화였기에 기대감이 높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데이지’는 아직도 CF스타란 선입견을 깨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불안한 발성을 보였던 전지현은 영화 중반 말을 잃는 것으로 설정되며 아예 목소리를 전달하지 못한다. 그가 영화 속에서 우는 장면을 그를 모델로 한 회사에서 미리 봤던 것일까. 전지현이 울기만 하는 한 CF가 연상되는 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애처러운 사랑 이야기를 담은 뮤직비디오 한편을 2시간동안 감상한다고 해도 분명 영화만의 미덕을 뽑아내 가슴 시린 멜로영화로 기억할 관객들이 있길 기대한다. 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img5,r,000}● 브이 포 벤데타 ‘매트릭스’ 워쇼스키 형제의 또다른 가상현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를 말할 때 영화 ‘매트릭스’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전 세계 영화계에 문화·철학적 충격을 몰고 온 ‘매트릭스’ 시리즈의 워쇼스키 형제가 제작, 각본을 맡았기 때문이다. ‘매트릭스’란 실재와 허구를 교묘히 엮어내는 가상현실세계를 만들어냈던 워쇼스키 형제는 ‘브이 포 벤데타’에서 영국이란 현실적인 공간에서의 가상세계를 만들어냈다. 이 작품은 미국이 벌인 제3차 세계대전 후 당과 정부에 의해 완벽하게 통제된 영국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사람들은 전쟁과 약탈, 이름 모를 바이러스, 종교간 분쟁 등으로 공포에 떨면서 서틀러 의장의 철권정치를 용인한다. 통금체제를 감시하는 정권의 하수인 핑거맨들로부터 농락당할뻔한 이비(나탈리 포트만 분)앞에 가이 포크스 마스크를 쓴 남자가 나타나 구해준다. 그는 V(휴고 위빙 분)란 이니셜로 소개할 뿐. 이비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동생을 잃고 이에 항의해 시위대에 적극 가담한 부모를 잃은 정권의 희생양. V는 세상을 구하려는 히어로이면서 동시에 개인의 복수를 꾀하는 안티 히어로적 인물이다. ‘브이 포 벤데타’ 역시 ‘매트릭스’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삶과 자유에의 의지를 다루고 있다. 검은색이 바탕이 된 블루톤 영상은 우울한 미래를 연상시킨다. 수많은 SF영화가 암울한 미래에서 영웅들의 활약으로 허무맹랑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반면, 이 영화는 대중의 자각이 해피엔딩을 이끌어 낸다. ‘매트릭스’만큼의 놀라움과 충격 등은 던져지지 않는다. 대신 선과 악, 자유와 이에 따른 책임, 인간의 존엄성 등에 대해 단 한순간이나마 성찰하게 한다. ‘매트릭스’에서 네오를 끈질기게 괴롭혔던 스미스 요원을 기억하는가. 이 영화에서 V역의 휴고 위빙의 배우로서 도전이 흡족함을 준다. 그는 목소리와 신체 연기만으로 얼굴 표정이 없이도 생생하게 살아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무엇보다 ‘레옹’의 어린 연인이었던 나탈리 포트만의 성숙한 면모를 만날 수 있는 게 반갑다. 오는 17일 전 세계 동시 개봉. 상영시간 132분.

이연걸 “나는 영웅이 아니다”…마지막 액션영화 ‘무인 곽원갑’에 강한 애착

“나는 영웅이 아니다” 23일 서울극장에서 열린 영화 ‘무인 곽원갑’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10년 만에 한국을 찾은 이연걸이 한 말이다. 영화 ‘황비홍’ 등 많은 무협 영화를 통해 최고의 무술 배우로 자리잡은 이연걸은 “영웅의 이미지는 영화 속 캐릭터일 뿐이지 실제의 나는 아님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쓰나미 재해가 났을 때 현지에서 많은 사람을 구한 것에 대해 묻자 “내가 아니라 누구라도, 그 곳에 있었던 사람이라면 국가, 인종을 가리지 않고 인류애적 차원에서 사람들을 도왔을 것이다. 그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연걸의 자신의 마지막 액션 영화로 불리는 ‘무인 곽원갑’에 대해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 “20년간 무술 영화를 찍어 왔다. 그 간의 영화는 법칙이 있었다. 착한 사람이 나쁜 사람에 의해 제지를 당하면 그를 대신해 폭력으로 폭력을 제압하는 식이었다. 10년 전 불교에 귀의한 것이 계기가 됐는지 모르지만 폭력은 아무런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를 육체적으로 제압할 수는 있지만 그의 정신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현재도 중동 지역에서 수많은 폭력이 일어나고 있지만 그것을 무력적으로 제압했지만 궁극적인 해결 방법이 되지 못했다”면서 “무술을 연마하다 보니 진정한 무술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해왔는데, 그 해답을 영화 ‘무인 곽원갑’을 통해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연걸의 과거 자신이 출연했던 액션 영화와는 근본부터 다르다고 강조하듯, 실제로 영화는 화려한 격투나 현란한 권법보다는 무술의 정신에 대해 집중한다. 영화의 메가폰은 잡은 우인택 감독도 “무술을 연마하는 이유가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을 다스리고, 자신을 극복하는 데 있음을 말하고 싶었다. 젊은이들이 가장 두려워해야 할 적은 폭력이나 힘이 거대한 상대가 아니다. 이 영화를 보며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그런 점을 생각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의 실존인물 곽원갑은 감독이나 주연 배우의 문제 의식을 녹여내기에 적절한 인물이다. 혹독한 시련과 좌절을 거쳐 무술의 목적을 깨달은 후 외국 고수 4명과의 불공평한 대련을 받아들여 승리함으로써 중국의 자존심을 세웠기 때문. 무인 곽원갑의 인생을 재조명한 ‘정신적인’ 액션 영화 ‘무인 곽원갑’은 다음달 16일 개봉한다.

‘태국 영화=옹박’이란 고정관념 깨 주는,아주 특별한 태국 영화‘시티즌 독’

‘시티즌 독(Citizen Dog)’ 이 영화,포스터부터 심상치 않다. 파란 하늘에서 빨간 헬멧이 꽃비처럼 내린다. 택시 운전사는 옆자리에 앉은 여자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여자는 하얀 책을 소중히 안은 채 웃고 있다. 뒷자리에 앉은 곰인형은 담배를 피고 택시 위 도마뱀의 얼굴은 할머니다. 화려한 색채로 무장한 이 영화는 시공을 초월하는 판타지를 연상시킨다. 태국영화하면 ‘옹박’ 정도가 떠오르는 우리에게 ‘첨밀밀’처럼 간절한 러브스토리에 ‘아멜리에’같은 발랄한 상상력을 담은 독특한 영화 한 편이 찾아왔다. 칸,밴쿠버,부천영화제에 초청된 2000년작 ‘검은 호랑이의 눈물’로 알려진 위시트 사사나티앙 감독의 후속작. 과장된 색채 설계로 주목받았던 전작처럼 ‘시티즌 독’도 시각적 환상으로 넘쳐난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같은 이 영화는 꽤 잘 만들어진 독립영화. 시골에서 대도시 방콕으로 온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흥겨운 음악과 함께 펼쳐 보인다. 물감을 흘려놓은 듯한 색채감 첫 장면. 하늘을 수놓은 빼어난 노을과 곡식이 알알이 영그는 시골의 가을 풍경. 처음부터 끝까지 아름다운 화면이 눈을 사로잡는다. 가장 태국적인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온 위시트 감독은 우리나라 민화처럼 광고판 하나에도 20가지 이상의 색을 쓰는 태국의 전통에 착안했다. 이렇게 탄생한 화려한 미장센은 인물의 감정까지 담고 있다. 늘 꿈을 좇는 여주인공 진(상통 켓우통)은 푸른색 옷만 입고 다니며 하루 하루 되는대로 살아가는 남자 팟(마하스무트 분야락)은 늘 밤색 옷이다. 분홍의 느낌을 비틀어 우울함으로 표현한 진의 집이나 옛 극장의 입간판을 연상시키는 그림이 그려진 남자의 집도 인상적이다. 현실에는 없을 것같은 인물들 많은 이들이 꿈을 안고 도시로 올라 오지만 도시에 오는 순간 익명의 존재가 되어 버린다. ‘시티즌 독’은 도시에 익명으로 묻혀 사는 노동자 계층을 표현한 말. 꿈이 없는 남자와 꿈만을 좇는 여자,소음 중독에 걸린 여자아이,도시 한 가운데 불쑥 솟은 거대한 플라스틱 산 등. 영화는 현실에 발을 붙이고 있으나 상상력의 총집합이다. 공장에서 잘려나간 팟의 손가락은 만나자 마자 주인을 알아보고 곰인형이 말을 하고 담배까지 피운다. ‘매그놀리아’의 개구리 비를 패러디한 듯 하늘에게 헬멧비가 내리는 장면도 기발한 판타지. 행복은 가까이 있는 것 남자는 처음부터 여자를 알아본다. 자신이 찾던 반쪽이란 것을. 기분이 좋으면 오른쪽 다리를 달달 떨고 음식도 가려먹는다. 무엇보다 이상한 하얀 책에 코를 파묻고 자신만의 세계에 사로잡힌 그녀가 너무 좋다. 붐비는 버스를 타면 발진이 생기는 여자를 위해 택시회사에 취직해 매일 출퇴근을 시켜주지만 그녀는 그에겐 도통 관심이 없다. 그녀에게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하얀 책의 뜻을 아는 것이 중요하고 길에서 우연히 스쳐간 외국인 남자를 찾는 게 다급하다. 어느덧 열렬한 환경운동가가 된 여자는 플라스틱이 없는 세상을 꿈꾼다. 늘 새로운 것,자신을 채워줄 무언가를 찾고 있는 여자는 남자를 떠나고 남자는 플라스틱 산에서 그녀를 기다린다. 이들의 사랑은 어떻게 될까. 색다르면서도 작품성 있는 영화를 원하는 이들,특히 사랑하는 남녀나 삶의 무료함에 지친 이들이 보면 활력소가 될 만하다. 3월9일개봉. 15세가.

현존 최고 극영화 미몽,일반에 공개

1936년에 개봉한 양주남 감독의 영화 ‘미몽(迷夢)’이 최근 중국에서 발견돼 일반에 공개된다. ‘미몽’은 그동안 문서로만 그 존재가 알려져 왔으나 이번에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현존하는 한국 극영화 중 가장 오래된 작품으로 기록되게 됐다. 한국영상자료원(원장 이효인)은 ‘미몽’을 비롯,‘반도의 봄(半島之春)’,‘조선해협(朝蘚海峽)’ 등 영화 3편을 지난해 12월 중국전영자료관에서 찾아냈다고 20일 밝혔다. 영상자료원은 이들 영화와 함께 2004년 찾아내 지난해 보존 처리 후 공개한 ‘군용열차’(1938년) 등 극영화 4편과 ‘해방뉴쓰’ 등 기록영화 4편을 내달 2∼5일 서초동예술의전당 내 고전영화관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일명 ‘죽음의 자장가’로 불리는 ‘미몽’은 바람이 나 가정을 버린 여인의 일화를 담은 작품으로 문예봉,조택원,김인규 등이 출연했다. 상영시간은 47분. 영상자료원 측은 “여성의 욕망을 표출하는 표현이 20년 뒤에 제작된 영화 ‘자유부인’을 능가한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함께 발견된 ‘반도의 봄’은 1941년 개봉된 이병일 감독의 작품으로 영화제작자와 영화배우의 사랑을 그렸다. 김일해,김소영,복혜숙 등이 출연했다. 상영시간은 84분. 박기채 감독의 ‘조선해협’은 1943년 개봉된 작품으로 주인공이 일본군에 지원한다는 친일적 색채가 강한 영화지만 1940년대 제작된 멜로영화의 한 전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상영시간은 75분으로 김일해,남승민,독은기,문예봉 등이 출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