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왕의 남자’.‘파랑주의보’.‘킹콩’

■‘왕의 남자’ 김태웅의 희곡 ‘이(爾)’ 원작 목숨을 건 宮中 광대놀음 화려한 비극… 민초들을 웃기고 울렸던 광대들이 자유와 사랑 등을 향해 신명나는 한판 놀이마당을 펼친다. 그러나 그 놀음판은 처절하게 아름다운 비극을 향한다. 기대 이상의 영화가 만들어졌다. 원작의 탄탄함이 튼실한 대들보 역할을 했다. 이준익 감독은 특유의 유머 감각을 잃지 않으면서도 흔들리지 않고 화려한 비극으로 완성했으며 배우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바 임무를 완성했다. 그들의 연기는 마치 광대처럼 관객을 키득키득 웃기고 가슴 시리게 울린다. ◇억압하는 자 억압받는 자 폭군 연산의 사랑을 받은 광대의 삶 역시 비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건 공공연히 드러난 영화의 결말이다. 연산은 이미 그 자체로 하나의 텍스트가 돼 있다. 수많은 예술 작품으로 형상화됐던 연산에게서 또 뽑아 낸 이야기를 어떻게 요리하느냐가 관건이었을 것. 모든 것을 다 가졌으나 자유와 사랑을 갖지 못했던 왕(정진영 분)과 미천한 신분이지만 자유와 사랑을 다 가졌던 광대 장생(감우성)의 삶은 극도로 대비된다. 왕은 권력으로 만인을 억압하지만 스스로는 받지 못한 모성애로 인해 억압받는다. 한판 크게 놀아 보고 싶은 장생과 그를 형처럼, 연인처럼 따르는 공길(이준기)은 궁에 들어 오기 전에는 굶주렸으나 자유로웠다. 장생이 남성성을 갖춘 인물이라면 몸까지 내줘야 했던 공길은 여성성으로 완성되는 인물이다. 궁 밖 세상으로 나가려는 장생과 왕의 상처를 어루만지게 되는 공길 사이의 갈등이 벌어지며 긴장이 고조된다. ◇신명나는 놀음판배우도, 감독도, 지켜보는 이들도 한판 신나게 놀았다 ‘황산벌’을 통해 우리말(사투리)의 유희를 선보였던 이준익 감독은 영화적 상상력을 통해 인간 내면의 단층을 끄집어낸다. 그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결국 인간애였을 것. 배우들은 감독이 요구한 것 이상을 해낸 것으로 보인다. 장생 역의 감우성은 결코 천민답지 않은 자유에의 의지를 지닌 광대를 온몸으로 체화시켰다. 거의 직접 해낸 줄타기는 영화에 대한 열의를 느끼게 한다. 비록 신인이지만 이준기는 찬사를 받기에 충분한 연기를 펼쳤다. 장녹수도 질투할만큼 여성성을 갖췄으나 처한 상황에 따라 대사 톤도 몸짓도 다르다. 수위를 조절하기 힘든 연기 톤을 치열한 고민으로 맞춰 갔을 것이란 짐작이 자연스럽게 들만큼. 정진영의 연기력이야 누구나 다 아는 사실. 광기에 빠져 부릅 뜬 눈과 아이처럼 어머니를 갈구하는 상처받은 눈은 확실한 대비를 이룬다. 비록 자주 등장하진 않지만 자신 있는 연기로 장녹수 역을 해낸 강성연 역시 칭찬할만하다. 모든 것을 잃고 최후를 짐작하는 연산을 ‘미친 놈’이란 한마디로 받아 들이며 최후의 순간을 사랑하는 사람과 맞겠다는 손 동작은 장녹수를 요부가 아닌, 그저 한 남자를 사랑한 여자로 기억하게 한다. ◇연극 원작 성공사례 이어가기- ‘살인의 추억’과 ‘웰컴 투 동막골’, ‘박수칠때 떠나라’ 최근 한국 영화계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 징후 중 하나는 완성도 높은 연극 작품을 영화화했으며 지금까지 흥행과 작품성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점. ‘왕의 남자’ 역시 김태웅 작 ‘이(爾)’를 원작으로 한다. 영화는 비록 원작의 치밀한 구성과 실험적인 상상력에 빚을 졌지만 영화만이 가능한 또 다른 상상력과 풍성한 영상 등으로 그 이상의 것을 표현한다. ‘왕의 남자’는 어느 하나 쉽게 놓칠 장면이 없다는 점 또한 미덕으로 갖는다. 초반 봉사놀이 장면은 실제 장생이 왕의 벌을 받아 봉사가 돼 하늘 높이 떠오르는 마지막 대목과 연결되고 유희같았던 글씨체는 생과 사를 갈라 놓을 중요한 매개로 등장하는 등 촘촘한 얼개로 맞물려 돌아간다. 오는 2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햇살같은 첫사랑 ‘파랑주의보’ 탄탄한 줄거리에 우리나라 최고 스타가 출연한다면 흥행은 떼놓은 당상이 아닐까. 한국에서 리메이크되는 대부분의 외국 영화는 아마도 이런 기획 의도에서 출발할 것이다. 지난 12일 시사회를 통해 첫선을 보인 영화 ‘파랑주의보’(감독 전윤수 제작㈜아이필름)도 이런 범주에 속하는 작품이다. 일본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가 원작. 지난해 개봉됐던 ‘세상의 중심에서…’는 ‘실락원’이 갖고 있던 일본 멜로 영화 흥행기록을 7년만에 갈아치우며 1천만 관객을 끌어 모았다. 첫사랑이란 소재에 불치병과 죽음이란 최루성 양념을 더했다. 두 영화 얼개는 같지만 ‘파랑주의보’가 더 신파조다. ‘파랑주의보’는 ‘순수’란 콘셉트를 덧대 ‘첫사랑’의 순수성만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현실성이라는 면에선 다소 비껴가는 느낌도 있다. 수호(차태현 분)가 첫사랑 수은(송혜교 분)을 10년 넘게 잊지 못하고 방황한다든지, 수호의 할아버지(이순재 분)와 첫사랑의 상대가 평생 잊지 못하고 그리워했다는 사실이 나중에 밝혀진다든지 하는 대목이 그렇다. ‘세상의 중심에서…’에선 결혼을 앞둔 사쿠(오사와 다카오 분)가 첫사랑 아키(나가사와 마사미 분)를 떠올리고 사쿠 아저씨의 첫사랑은 단지 평생 가슴 속에 간직한 짝사랑일 뿐이다. 이 영화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는 무엇보다 송혜교의 영화 데뷔작이란 점이다. 그동안 끊임 없이 영화계로부터 러브 콜을 받아 왔던 송혜교가 선택한 멜로 영화이기에 더욱 눈길이 간다. 대명고교 최고 퀸카 수은은 공부도 그럭저럭, 외모도 그럭저럭인 수호를 짝사랑한다. 언제나 수호를 자신의 레이더망 안에 두었던 수은은 어느날 물에 빠진 수호를 구해주고 이를 계기로 자신의 마음을 조금씩 드러낸다. 수은을 찜했다는 쌈짱 유도부장의 방해도 이들의 사랑에는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친구들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둘만이 떠나게 된 섬 여행은 이들에게 생애 가장 아름다운 추억이 된다. 그러나 가장 행복한 순간 수은이 갑작스럽게 쓰러지면서 슬픈 결말로 치닫는다. 골수암으로 판명된 수은은 사랑하는 이를 두고 떠나야 하는 서러운 감정 때문에 괴로워한다. 수은의 곁에서 간호하는 수호는 이런 현실이 힘겹지만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다. “지금까지 너와 함께 살아왔듯 앞으로도 너와 함께 살아갈거야”란 수호의 약속은 수은에게 부담이면서도 마음 놓이는 진실한 사랑으로 전해진다. 영화는 투병중에도 애틋하고 그리운 이들의 사랑을 작은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풀어간다. 영화에서 만나는 가수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나 지난 90년 강변가요제 대상곡인 권성연의 ‘한여름 밤의 꿈’은 30대 후반 관객에게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송혜교의 노래를 듣는 것은 팁. 송혜교는 자신을 톱스타로 올려준 드라마 ‘가을동화’ 이미지와 비슷한 작품을 택했다. ‘가을동화’보다 더 어린 배역이지만 풍성하고 깊이있는 감정을 연기했다. 다만 송혜교의 숨겨진 또 다른 매력을 끄집어 내는 것에 인색한 채 자기 복제를 요구한 점은 내내 마음에 걸린다. 오는 22일 개봉. ■킹콩은 로맨티스트? 기대감이 만족감으로 돌아올 때 우리는 “역시”란 말을 되뇌게 된다. 영화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전세계를 사로 잡은 뒤 아카데미상까지 거머쥔 뉴질랜드 출신 피터 잭슨 감독이 리메이크한 영화 ‘킹콩’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엄지손가락을 곧추 세우며 “역시”를 외치기에 필요충분조건을 모두 갖췄다고 할만하다. 시사회를 통해 실체를 드러낸 ‘킹콩’은 원작의 스토리 라인에 충실하면서도 “‘반지의 제왕’ 3부작에 사용된 특수효과보다 더 많은 특수효과가 사용됐다”는 배급사의 자랑을 증명이라도 하듯 화려한 특수효과의 잔치였다. 피터 잭슨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완성한 뒤 “영화를 찍으면서 깨달은 건 영화는 관객의 눈을 사로잡을만큼 환상적이어야 하고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만큼 현실적이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 ‘킹콩’은 그의 이런 말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 놓은듯 환상적이며 현실적이다. 비현실적인 괴물 킹콩의 얼굴 표정은 인간의 표정처럼 섬세해 관객은 표정만으로도 킹콩의 내면을 알아 차리는데 부족함이 없다. 킹콩이 사는 미지의 섬인 해골섬에 서식하는 채식·육식 공룡들이며 기이한 파충류와 육식 식물들은 피터 잭슨 감독이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보여 줬던 괴물들만큼이나 기이하면서도 사실적이다. 이야기는 1930년대 미국 뉴욕에서 시작된다. 삼류 코미디 배우 앤 대로(나오미 왓츠 분)는 공연중이던 극장이 갑자기 폐쇄되면서 주급까지 떼이게 된다. 그는 오디션을 준비하던 희곡 작가 잭 드리스콜(애드리안 브로디 분)의 작품 연출가를 찾아 가지만 “캐스팅이 이미 완료됐다”는 이유로 거절당하고 대신 삼류극장을 소개받는다. 그곳에서 만난 영화감독 칼 덴햄(잭 블랙 분). 그는 제작 중단 위기에 놓인 자신의 영화를 미지의 섬인 해골섬에서 완성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앤을 여주인공으로 캐스팅한 뒤 촬영팀을 모아 증기선을 타고 가는도중 폭풍우를 만나 해골섬에 표류하게 된다. 영화는 섬 원주민들이 킹콩에게 바치는 제물로 앤을 납치하면서 급선회한다. 드디어 킹콩에게 인간과 같은 감정이 덧씌워지는 순간이다. 킹콩은 제물로 바쳐진 앤의 매력에 점점 이끌리게 된다. 지난 1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img5,c,000}■풋풋한 가족애… ‘우리 사랑해도 되나요?’ 전형적인 할리우드 크리스마스 영화다. 크리스마스를 통해 가족이 화해하고 사랑을 확인하는 내용에 로맨틱 코미디. 적당히 따뜻하고 유쾌하다. 출연진도 화려하다. 사라 제시카 파커, 다이앤 키튼, 클레어 데인즈…. 지난 15일 개봉. 15세 관람가.

이다해 "엽기ㆍ발랄 연기 기대하세요"

MBC '왕꽃선녀님', SBS '그린로즈'에서 무거운 역을 맡아 왔던 탤런트 이다해가 어떤 면에서는 엽기스럽기까지 한 발랄한 모습을 선뵌다. SBS 수목드라마 '사랑은 기적이 필요해'의 후속으로 14일부터 방송될 '마이걸'(극복 홍정은ㆍ홍미란, 연출 전기상)에서 이다해는 '귀여운' 사기꾼 주유린 역을 맡아 그간의 이미지를 탈피한 새로운 모습을 보일 예정이다. 5일 SBS 공개홀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다해는 변신을 앞둔 설렘 때문인지 시종 상기된 표정이었다. "나이대에 맞는 밝은 역을 하고 싶었다"는 이다해는 "처음 시놉시스를 봤을 때는 이 정도일 줄은 몰랐을 정도로 엽기스럽고 발랄한 역"이라며 "애매한 것보다는 확실하게 발랄한 게 좋지 않느냐"며 털털하게 웃어보인다. 무조건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만큼 욕심을 냈던 역할이지만 막상 촬영이 시작되자 새로운 모습을 이끌어내는 게 쉽지는 않았다. "촬영이 시작된 후 일주일간은 혼란스러웠어요. 능청스럽고 자연스럽게 코믹연기를 할 수 있을지 고민스럽고 걱정됐는데 이제는 자유롭게 자신감을 갖고 연기하고 있어요." 사기꾼이 나오는 여러 영화를 봤지만 결국은 자기 안에서 끌어내는 연기에서 시작해 스스로 캐릭터를 설정해 가야겠다고 생각한 것. 시종 무겁고 진지한 모습으로 시청자를 만나왔지만 이다해는 타로점에서 중국어와 필라테스를 배우랬다고 다음날 학원에 등록할 정도로 엉뚱한 면이 있다. 낯을 가리는 이동욱의 옆자리를 찾아가 앉았다가 "먼저 말을 꺼내는 성격이 아니다"라는 말에 "내가 말을 잘하니까 대답만 잘하라"고 응수할 정도로 친근한 성격이기도 하다. 결국은 스스로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자기 안의 발랄함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이끌어낼 수 있는지가 연기 변신의 관건. 길을 잃어 하룻밤을 묵기 위해 마을 잔치에서 춤을 추고 트로트를 부르는 '마이걸'의 이다해가 금방 떠오르지는 않아도 색다른 표정과 몸짓으로 변신을 꾀할 이다해를 기대해본다. /연합

한ㆍ일 대표 가수 우정의 노래 대결

'한일 우정의 해 기념콘서트' 성황리에 개최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한ㆍ일 대중음악계 별들의 잔치였다. 6일 오후 7시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2005 한일 우정의 해 기념콘서트-프렌즈'는 국내를 비롯해 일본ㆍ싱가포르ㆍ홍콩 등지의 팬 5천여 명이 참석해 아시아권 음악 팬들이 친구가 된 자리였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정치적으로 한ㆍ일 관계에 냉기가 흐르는 가운데 열린 이날 공연에서 한ㆍ일 가수와 팬들은 노래로 하나가 됐다. 배우 차태현과 일본인 탤런트 유민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공연에는 보아, 비, 세븐, 휘성, 동방신기, 김종국, 김범수 등 한국 대표와 나카시마 미카, V6, 히라하라 아야카 등 일본 대표 가수들이 합동 무대를 꾸몄다. 이중 한ㆍ일 팬들에게 '공통 분모'가 있는 가수의 관객 호응은 대단했다. 짧은 흰색 팬츠를 입고 등장해 파워풀한 댄스를 선보인 보아는 올해 일본에서 베스트음반으로 첫 여성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가수답게 격렬한 댄스를 추며 매끄러운 라이브를 소화했다. '걸스 온 탑', '모토'에 이어 발라드곡 '메리 크리'를 열창한 그는 '역시 보아'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관객을 집중시키는 힘을 발휘했다. 보아는 "이 무대에 서기 위해 일본에서 오늘 한국으로 왔다"며 "2005년 한ㆍ일 우정의 해를 마무리하는 무대에 참석해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보아에 맞서 '유키노 하나'(눈의 꽃)를 부른 나카시마 미카의 무대도 인상적이었다. 이 곡은 박효신이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주제가로 리메이크해 이미 국내 팬들에게 익숙한 곡으로 팬들은 하나가 돼 노래를 따라불렀다. 평소 일본에서도 맨발로 라이브를 펼치는 나카시마 미카는 이날도 검정색 벨벳 드레스를 입고 맨발로 무대에 올라 흰 종이꽃이 흩날리는 가운데 감성적인 무대를 연출했다. 남자 대표 가수들의 경쟁도 불꽃 튀었다. 데뷔 10주년을 맞은 V6는 이미 오랜 한국 팬을 확보한 그룹답게 우렁찬 객석의 함성을 이끌어냈다. 한국 팬클럽과 일본에서 원정 관람온 팬들은 V6가 무대에서 텀블링을 선보이자 사진을 흔들며 열광했다. V6에 이어 '나쁜 남자'를 부르며 무대 위로 점프한 비는 T자 무대 곳곳을 누비며 관객과 친근함을 표시했다. 단단한 가슴 근육을 드러내고 섹시한 엉덩이 춤을 추며 'I Do' 일본어 버전과 '난', 'It's Raining'을 차례로 선사해 한국 대표 댄스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이날 시선을 집중시킨 대목은 일본에서 활동중인 한국 가수들의 유창한 일본어 실력이 빛을 발했다는 점. '열정', '포에버', '크레이지'로 오프닝 무대를 꾸민 세븐은 능숙한 일본어 실력을 자랑해 객석을 놀라게 했다. 2월 일본 활동을 시작한 그는 "나와 데뷔 연도, 나이가 같다"며 히라하라 아야카를 소개했고 일본어로 대화를 나눴다. 반대로 히라하라 아야카는 한국어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세븐은 일본어를무척 잘한다"면서 "한국 가수 중 신승훈, 엠씨더맥스, 세븐을 좋아하며 불고기, 삼계탕, 번데기가 맛있다"고 말해 객석의 웃음을 유발했다. 보아 역시 V6와의 인터뷰를 통역하며 한국 방문 소감, 좋아하는 뮤지션에 대해 질문했다. V6는 "한국에 자주 왔는데 가수와 스태프 모두 친절하다. 보아와 동방신기를 좋아하고 한국 여성들이 무척 예쁘다. 한국은 최고다"라고 답해 박수 갈채를 받았다. 엔딩 무대를 꾸민 동방신기도 일본어로 자신들을 소개했다. 이밖에도 일본에서 인기를 끈 드라마 '겨울연가', '대장금', '올인', '천국의 계단' 영상이 소개됐으며 김범수가 '천국의 계단' 주제가 '보고 싶다'를 선사했다. '한ㆍ일 우정의 해 2005' 실행위원회가 주최하고 MBC와 NHK가 제작한 이날 무대는 25일 MBC와 NHK를 통해 녹화 방송된다. /연합뉴스

MOVIE/미스터리스릴러 ‘6월의 일기’ . ‘저스트 라이크 헤븐’

● 미스터리스릴러 ‘6월의 일기’ ‘왕따’ 아들의죽음 恨서린 복수 김윤진 - 신은경 ‘연기력 과시’ 미모에 속지마라! 女킬러 vs 형사 충돌 촘촘히 잘 짜여진 스릴러 영화다. 소재 자체가 주는 현실적인 공포감을 심리적 접근의 잔혹극으로 완성시켰다. 불안과 공포의 공감대는 ‘가능한 일’이란 전제일 때 더 커지게 된다. 대한민국 교육현실에서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기에 이 영화는 무섭다. 그러나 이를 풀어내는 방법은 굉장히 대중적이다. 우선 주연배우 신은경이 자랑했듯 캐릭터가 생생히 살아 있다는 점에서 반갑다. 일상의 편안함을 코믹한 상황으로 설정한 한편 사건을 해결해 나갈 때는 놀라운 집중력을 보인다. 연기 관점에서 또 하나 칭찬하고 싶은 건 신은경과 김윤진의 팽팽한 대결구도다. 절친한 친구이면서 살인범과 형사라는 극적 긴장감이 두 배우의 물오른 연기를 통해 한껏 고조됐다. 사실상 출산 후 복귀작이라고 말하는 신은경은 다채로운 색채 연기를 통해 영화를 내내 이끌어간다. 김윤진은 결코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보는 이들의 가슴을 멍하게 만드는 폭발력 있는 연기로 영화의 방점을 찍는다. 육교에서 한 중학생이 난자당해 살해된다. 이어 같은 반 학생이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져 자살한 것처럼 보인다. 강력계 형사 추자영(신은경)과 김동욱(문정혁)은 두 학생의 위 속에서 발견된 캡슐 안에 적힌 일기 한 구절을 본 후 동일범에 의한 연쇄살인사건임을 파악한다. 한달 전 교통사고로 사망한 여진모의 글씨체와 같다는 게 밝혀지면서 여진모의 어머니 서윤희(김윤진)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른다. 진모가 미리 써놓은 ‘6월의 일기’대로 살인사건이 또 다시 벌어지고 진짜 살인범이 서윤희란 사실을 결코 숨기지 않는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 미국에서 남편과 함께 진모를 낳고 행복하게 살았지만 남편의 사업이 망해 빚쟁이들에게 쫓기는 상황이 되면서 현실은 팍팍해진다. 윤희는 고난한 하루하루를 살아 가느라 진모에게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 진모가 당하는 괴롭힘은 상상 이상이다. 아들이 자살하다시피 교통사고를 당한 후 윤희는 뒤늦게 아들이 학교에서 어떤 짓을 당해왔는지 비로소 알게 된다. 영화는 이 지점에서 안타까움과 동정심을 함께 유발한다.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서윤희의 선택에 결코 돌을 던지지 못하게 한다. 아들이 써놓은 일기장을 완성하려는 서윤희가 자영의 조카 준하를 인질로 잡으며 극은 정점으로 치닫는다. 이 영화에는 고민의 흔적이 역력하다. 우선 ‘왕따’란 현상을 결코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윤희와 진모, 자영과 준하 등을 통해 애정을 빙자한 부모-자식사이의 무관심과 일방적인 요구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도 보여 준다. 장르 특성상 무겁게 가라앉을 스릴러 영화임에도 영화는 객석을 배려했다. 긴장을 풀 수 있도록 양념과 같은 코믹코드도 적절하게 삽입했다. 솔직히 임경수 감독은 전작 ‘도둑맞곤 못살아’의 동일 감독임을 의심케 한다. 마지막에 보여주는 행복한 시절의 활짝 웃는 윤희의 가족 사진이 내내 아프다. 다음달 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 리즈 위더스푼 주연 ‘저스트 라이크 헤븐’ 사랑에 빠진… ‘사람과 영혼’ 2년 전 아내를 떠나 보낸 데이비드(마크 러팔로)는 편한 소파와 근사한 벽난로가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온다. 그런데 이사온 첫날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웬 여자가 불쑥불쑥 나타나 “여기는 내 집이니 당장 나가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자는 쓱 나타났다가 쓱 사라진다. 마치 유령처럼. 2년째 술에 절어 살고 있는 데이비드는 처음에 그게 알코올 중독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알고 봤더니 여자는 유령이었다. 잘 나가는 레지던트였다가 교통사고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엘리자베스(리즈 위더스푼)의 영혼이 갈 곳을 찾지 못해 떠돌고 있는 것이다. 할리우드에서 주가를 드높이고 있는 ‘리즈 위더스푼 표’ 로맨틱 드라마가 또 한편 선보인다. ‘금발이 너무해’ 시리즈와 ‘스위트 알라바마’ 등에서의 악센트 있는 연기로 외모의 불리함을 극복한 위더스푼은 이 영화에서도 성공한 의사를 꿈꾸는 똑순이를 맡아 빈틈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깐깐하면서도 정이 넘치는 모습. 사실 한 집을 놓고 새로 이사온 남자와 여자 귀신이 싸운다는 콘셉트는 차승원 주연의 영화 ‘귀신이 산다’와 너무 흡사해 의심(?)스러운 점이 있다. 그러나 수입사는 이 영화가 프랑스 마크 래비의 소설 ‘만일 그것이 진실이라면(If Only It Were True)’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며 손사래를 친다. 또 다른 영화와도 유사점을 찾을 수 있는데, 데미 무어의 청초한 매력이 돋보였던 ‘사랑과 영혼’이 그것. 데이비드와 엘리자베스가 티격태격 끝에 기막힌 사랑에 빠지는 모습은 선후가 좀 다르긴 하지만 패트릭 스웨이지와 무어의 애틋했던 모습을 연상시킨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게 어디 있겠느냐는 열린 마음으로 영화를 감상하면 두 배우의 연기력이 눈에 들어온다. 말랑말랑한 상황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남녀 주인공의 꽉찬 연기력이 위안이 된다. 최근 개봉한 ‘이터널 선샤인’에도 얼굴을 내민 마크 러팔로는 ‘유 캔 카운트 온미’와 ‘인더컷’ 등을 통해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할리우드의 실력파다. 제니퍼 가너와 호흡을 맞춘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가지 없는 것을 통해 로맨틱 코미디와의 궁합도 증명해보였다. 다음달 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img5,l,000}■베컴·지단·호나우도…영화까지 접수한다고? 레알 마드리드 구단이 직접 제작에 나선 영화 ‘레알’은 전세계 5개국 팬들의 에피소드를 엮었지만, 실상은 빛나는 스타들의 홍보 영상물이다. 실제 선수들의 환상적인 경기 장면부터 비공개로 이뤄지는 훈련 장면까지 담아낸 영화다.

'프라하의 연인' 덕수궁 돌담 훼손 물의

20일 종영한 SBS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극본 김은숙, 연출 신우철)이 드라마 촬영 도중 문화재인 덕수궁의 외벽을 훼손해 물의를 빚고 있다. '프라하의 연인' 제작진은 20일 오전 드라마 촬영을 위해 덕수궁 돌담길로 알려진 덕수궁 외벽에 노란 종이 수백 장을 100m 가량 붙였다. 주인공 김주혁이 전도연에게 프로포즈하는 장면을 찍기 위해서였다. 노란 종이에는 세계 각국의 언어로 '사랑한다'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문제는 촬영 후 노란 종이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생겼다. 종이를 붙일 때 접착제를 사용한 바람에 이를 떼어 내기 위해 끌 등의 도구를 사용해 벽을 긁은 것. 이 때문에 외벽의 일부가 흉하게 손상되고 말았다. 덕수궁측은 "애초에 드라마 제작진이 '포스트잇' 30장 정도를 붙이겠다고 해서 허락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외벽의 돌 조각이 떨어질 정도의 훼손은 없지만 돌과 돌 사이의 줄눈이 일부 떨어져 나갔고 외벽이 부분적으로 긁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덕수궁측은 "오늘 문화재 전문가가 현장 진단을 해 어느 범위까지 보수할지 결정할 예정"이라며 "일부는 뜯어내고 다시 복원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제작사인 올리브나인은 "본의 아니게 현장 스태프가 외벽을 훼손한 점을 인정한다. 잘못했다. 복원을 위해 최대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제작진도 22일 오전 드라마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덕수궁을 방문해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며 "비용과 상관없이 즉각적인 원상복구를 책임지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img1,r,200} 한 제작진은 굳이 문화재에서 드라마 촬영을 강행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다른 길에서 촬영을 해도 상관없는 신이었지만 보다 아름다운 길을 찾다가 덕수궁 돌담길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덕수궁 일원은 사적 제124호로 지정돼 있으며, 덕수궁 안에는 보물 제819호 '중화전 및 중화문' 등이 보존돼 있다. /연합

MOVIE/무영검. 광식이 동생 광태

● 무영검 ‘거친 액션’ 한국무협 다시쓴다! ‘무영검’을 우리 무협 영화 수준에 대한 약간의 하대, 중국 무협 영화에 대한 막연한 동경 등의 편견 없이 대하자. 영화는 ‘비천무’ 이후 4년동안 칼을 벼린 김영준 감독과 무협 영화를 한국 영화의 한 장르로 키워 보겠다는 꿈을 가진 태원엔터테인먼트 정태원 대표가 ‘계급장 떼고 한번 붙어 보자’란 간절한 바람 속에 만들어졌다. 배우들은 휙휙 날아 다닌다. 쉴새 없이 칼과 창이 부딪힌다. 숨가쁘게 표창이 던져지고 물과 뭍에서 화려한 액션이 선보인다. 중국의 광활한 대지는 그 자체로 926년 발해의 땅을 묘사하기에 충분하다. 그림은 결코 할리우드 수준에 뒤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액션의 과장은 무협이란 장르의 특성으로 포용된다. 거란족의 침략에 맞서 끝까지 항쟁했던 발해의 역사와 전설은 극적인 드라마를 부여한다. 영화는 발해의 여자 무사 ‘홍라녀’가 홀로 거란에 들어가 왕자를 구출했다는 전설과 926년 발해의 마지막 태자가 거란에 맞서 항쟁을 이끌었다는 역사적 기록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거란에 의해 발해의 왕자는 모두 암살되고 마지막 남은 왕자 대정현(이서진 분)을 지키기 위한 여정이 시작된다. 대정현은 왕실의 권력 암투에 따라 유배돼 살아 남는 게 삶의 유일한 목적이 된 채 장물아비로 살아간다. 그를 지켜 발해의 구심점이 되게 하려는 여전사 연소하(윤소이 분)가 찾아 온다. 대정현은 발해의 왕이 되길 거부하며 도망치기 일쑤. 그를 쫓는 척살단 세력은 군화평(신현준 분)과 심복이자 연소하에게 번번이 최고의 자리를 빼앗긴 여자 고수 매영옥(이기용 분)이 이끈다. 군화평은 발해 장군이었으나 대역죄로 인해 가문이 몰살된 후 발해에 대해 무한한 적개심을 갖고 있다. 쫓기는 대정현과 연소하, 쫓는 군화평과 매영옥 등의 대장정이 전개된다. 대정현은 차츰 마지막 왕자 책무를 깨닫고 말없이 그를 지키는 연소하에게도 애틋한 마음이 생긴다. 군화평이 발해 왕자 대수현을 살해하고 빼앗은 검과 연소하가 들고 있는 검은 발해의 왕족에게 전해지는 ‘무영검’. 연소하가 무영검을 갖고 있는 사연이 드러나며 대정현은 드디어 진정한 발해의 왕이 된다. 군화평은 무영검을 오로지 베고 싶은 사람을 베기 위해 들지만, 대정현과 연소하는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검을 든다. 이게 선과 악의 차이인 셈이다. 비록 와이어 액션과 컴퓨터 그래픽 등이 동원되긴 했지만 네 배우들은 출중한 무술기량을 자랑한다. 특히 윤소이는 정확하게 맺고 끊는 동작을 선보여 최고의 여전사로서 손색없다. 데뷔작 ‘아라한-장풍대작전’에서도 무술 고수로 등장했던 윤소이의 성장은 눈여겨볼 만하다. 차분하고 순수한 눈망울은 여느 여배우에게서 쉽게 얻을 수 없다. 기대는 또 다른 바람을 낳게 한다. 그 얼굴에 다채로운 표정이 덧칠해지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이름을 알린 후 스크린 첫 도전인 이서진은 스스로 말했듯 가장 변화가 많은 캐릭터를 맡아 시작과 끝의 다른 모습을 보이려 애썼다. 그럼에도 세 배우의 정적인 대사 톤과 겉도는 발성은 어색하다. 정적인 대사 톤이 옳고, 겉도는 발성이 틀리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좀 더 가다듬을 여지가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든다. 한편 이 영화는 ‘반지의 제왕’으로 유명한 미국 뉴라인시네마가 기획단계부터 투자했고 내년 북미를 비롯, 전세계 60여개국 배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시선을 끈다. 18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 광식이 동생 광태 “연애할때 男子 마음은요…” 사진관과 비디오 가게를 나란히 운영하는 형제 광식(김주혁 분)과 광태(봉태규 분)는 180도 다른 성격과 연애관을 갖고 있다. 광식은 한 여자를 7년간이나 짝사랑하면서도 고백 한번 못해본 소심한 남자인데 반해, 광태는 한 여자와 절대 12번 이상 만나지 않는 바람둥이의 전형이다. 대부분의 로맨틱 코미디가 여성의 심리에 무게 중심을 둔 것과 달리 ‘광식이 동생 광태’는 남성의 심리를 파고든 점에서 눈길을 끈다. 영화에는 광식과 광태 이외에도 둘과 또 다른 캐릭터인 일웅(정경호)이 등장한다. 광식과 광태를 섞어 놓은듯한 인물. ‘YMCA 야구단’으로 감독에 데뷔하기 전, ‘사랑하기 좋은 날’과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등 두편의 로맨틱 코미디를 쓴 김현석 감독이 이번에는 직접 감독까지 맡아 또 한편의 로맨틱 코미디를 선보였다. 전작들과의 재미있는 차이는 늘 야구를 크고 작은 소재로 도입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야구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 자신의 경험에 빗대 남자들의 심리를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었던 듯하다. 실제로 김 감독은 “시나리오를 7번 정도 고쳐 썼는데 초반에는 이요원씨 같은 캐릭터 여자를 만났고 후반에는 김아중씨 배역 닮은 여자와 데이트를 했다. 그래서 상반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다”고 말했다. 주인공 남자들의 각기 다른 캐릭터인 만큼 상대역인 여성들(이요원 김아중) 캐릭터도 현실에 발을 딛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실제 경험들이 바탕이 된 덕인지 영화는 다소 허황된 판타지를 안겨 주는 로맨틱 코미디 정석에서 약간 비켜 서 있다. 사랑에 대한 핑크빛 환상이나 가슴 설레는 연애담을 풀어 내는 대신 서랍 속 일기장을 공개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딱히 특별할 건 없지만 현재를 살고 있는 청춘 남녀가 흔히 경험해 봤음 직한 평범한 연애가 조용히 흘러 가는 시냇물처럼 요란하지 않게 전개된다. 영화는 다르면서도 같은 두형제가 사랑에 데면서 한뼘 성장하는 모습을 애정 어리게 지켜보고 있다. 사랑이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고 연애 예찬론을 펴는 대신 말이다. 감독은 평범한 남자들의 속내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웃지 못할 코미디들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제3자 입장에선 그들의 소동이 우스꽝스럽기 그지 없지만 당사자 입장에선 이처럼 가슴 아픈 상황도 없다. 임자를 만나 무장 해제당한 바람둥이의 초라한 모습이나 7년을 묵혔음에도 또 다시 허무하게 사랑을 놓치고 마는 소심남 모습은 잔잔한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이 와중에 감독이 묘사한 일웅의 캐릭터가 반짝인다. 결국 사랑은 쟁취하는 것이란 얘기다. 쟁취하면 그것 역시 종국에는 인연이란 이름으로 묶여진다. 이 역시 감독의 경험일까. 한가지 보너스. TV에서 활동중인 신예 김아중이 산뜻한 매력으로 남자 중심 영화에 활기를 불어 넣는다. 2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img5,l,000}■천국의 아이들2 - 시험보는날 전교 1등 하야트가 명문 중학교 입학 시험을 보러가는 날 아침 갑자기 아버지가 혼수상태에 빠진다. 어머니는 초등학교 2학년짜리 남동생과 갓난아기 여동생을 맡기고 병원으로 향한다. 하야트는 발을 동동 구르지만 도대체 아기를 맡길 곳이 마땅찮다.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극장 개봉한다.

MOVIE/용서받지 못한 자. 나의 결혼원정기

● 용서받지 못한 자 軍시절, 그 끝나지 않은 추억의 잔재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의 키워드는 한마디로 지독한 성장통이다. 그들의 모습이 안쓰럽고 여전한 현실이 섬뜩하다. 그렇다고 피해갈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맞부딪쳐야 할 군대문제. 간 사람도,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가지 않은 남자도, 심지어 애인으로, 누나이자 동생, 어머니 등으로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느닷없는 이별을 해야 하는 여자들조차도 군대는 피해갈 수 없는 고민을 던져 주는 화두다. 군대 내 폭력성을 다룬 김기덕 감독의 ‘해안선’이 극단적인 감정을 끌어올려 간혹 남의 나라 이야기려니 생각할 수 있었다면, 26살 젊은 감독이 들여다 본 군대는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폭넓은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미덕이 있다. 비록 그 미덕이 우리의 가슴을 헤집어 놓지만 말이다. 10회 부산영화제 최대 화제작. 중앙대 연극영화과 졸업작품에 불과했던 이 영화는 평단과 관객의 시선을 순식간에 휘어 잡는 문제작이 됐다. 윤종빈 감독이 고백하듯 풀어 놓는 또래들의 성장통은 마치 한편의 흥미진진한 다큐멘터리 같다. 제대한 지 1년 지난 태정에게 군복무중인 친구 승영이 찾아 온다. 굳이 만나려 하는 승영의 태도가 못마땅해 여자친구까지 불러 내 자리를 회피하려 하지만 승영은 계속 그날 밤 태정을 쫓아 다닌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일까. 제대를 얼마 남기지 않은 최고참 병장 태정의 내무반 신병으로 중학교 동창 승영이 들어 온다. 27살 명문대생인 승영은 군대의 부조리가 마뜩찮다. 말대꾸하고 고참들의 짓궂은 장난을 그냥 보지 못하니 고문관이 따로 없다. 친구인 태정이 은근히 감싸주지만 역부족. 그런 상황에서 승영은 자신과 거의 비슷한 후임 지훈을 받는다. 지훈을 감싸고 돌지만, 승영 역시 시간이 지나며 지훈이 답답해진다. 애써 승영은 지훈을 보호하긴 하지만 어느덧 자신이 그토록 싫어하는 고참들의 모습을 닮아간다. 영화는 시종 군대란 전쟁터 같은 세상의 한 단면임을 놓치지 않는다. 무언의 폭력과 부조리한 질서가 있지만 거기에도 사람 사는 정이 있고 각자의 개성이 있으며, 대중이란 이름으로 허용하지 않는 부적응자가 있다. 객석은 폭력을 비난하지만, 때론 그 폭력을 용인하는 심정을 갖게 된다. 그렇다고 그 감정을 누가 비난할 수 있겠는가. 긴 홍역을 앓고 난듯 그 지독했던 군생활도 세월이 지나면 그저 침이 튈만큼 열정적으로 반추할 수 있는 추억이 되며, 정글에서 살아가기 위해선 정글의 법칙을 따라아 하는 것을. 윤종빈 감독이란 샛별은 물론 이 영화는 우리에게 눈에 반짝 띄는 신예 배우 하정우와 서장원을 소개했다. 특히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에서 전도연의 보디가드 겸 운전기사로 등장하는 하정우는 드라마에서 보이는 다소 딱딱한 몸놀림과 달리 마치 자연스러운 일상을 표현할 줄 아는 관록 있는 배우처럼 카메라 앞에 서는 놀라움을 보여줬다. 카메라에 좀 더 익숙해지면 썩 괜찮은 배우로 자랄 것이란 기대감이 생긴다. 두 사람은 각각 김용건과 서인석의 아들이란 꼬리표가 없어도 앞길이 창창할 것 같다. 윤 감독도 지훈으로 출연해 연기까지 겸했다. 18일부터 CGV인디상영관과 동숭아트센터 등 전국 20개 스크린에서만 만날 수 있다. 15세 이상 관람가. ● 나의 결혼원정기 농촌총각 ‘색시 찾아 삼만리’ “시작은 미미했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순박한 38살 농촌 총각 한만택(정재영 분)이 자신의 결혼 성공기를 온 국민에게 자랑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은 가슴이 순간 뜨끔해지고 순수한 사랑에 흐뭇해진다. 제10회 부산영화제 폐막작으로 선택된 영화답게 작품의 수준은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 여기에다 보면 후회하지 않을만큼 재미와 감동이 따라온다. 무엇보다 정재영과 유준상 등 두 배우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관록과 호흡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된다. 종종 새벽에 일어나 몰래 팬티를 빨아야 하는 한만택은 환갑이 넘은 홀어머니에게 여전히 할아버지의 밥상을 차리게 하는 노총각이다. 여자를 적극적으로 만나긴 커녕 사춘기 시절 쓰라린 기억 때문에 여자와 눈도 맞추지 못하는 순진한 남자다. 만택의 친구 박희철(유준상 분)은 시골 예천의 택시기사. 바람둥이라고 자처하지만 좋아했던 여자가 대구로 시집간 후 결혼한 옛 여자나 어쩌다 만나 껄떡거리는 실속없는 노총각이다. 애꿎은 개에게나 화풀이하고 술에 취해 마을회관 마이크에 대고 노래를 부르는 손자를 안쓰럽게 생각한 할아버지의 결단으로 두 남자는 결혼의 희망이 엿보이는 우즈베키스탄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쭉쭉빵빵한 여자를 원 없이 만난 희철은 정신 못차릴 정도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지만, 만택은 거기나 여기나 여자를 대하는 태도는 똑같다. 오히려 고려인이란 통역관 라라(수애)에게 은근히 마음이 간다. 라라에겐 만택의 결혼을 꼭 성사시켜야만 하는 절실한 이유가 있다. 그래서 결혼중개업소 사장이 만택에게 결혼을 빙자해 한국으로 넘어가려는 여자를 소개하라고 해도 양심을 접어둔 채 나서게 된다. 영화는 라라가 만택의 진실한 마음을 느끼면서도 왜 무리수를 두는지 은근히 내비치고 만택과 라라가 점점 더 진심으로 접근하는 과정을 보여 주면서 관객들의 공감을 얻는다. 지난 2002년 1월 소개된 KBS ‘인간극장-노총각, 우즈벡에 가다’를 보고 황병국 감독이 기획한 이 영화는 단순히 결혼하기 힘든 농촌 노총각문제만 짚지 않는다. 화면에 잠깐씩 등장하는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의 한국행은 이주 노동자문제도 건드리고 라라를 통해 탈북자들의 현실도 소개한다. 무거울 수 있는 이 소재들은 배우들의 호연으로 잘 버무러져 있다. 정재영과 유준상은 누가 봐도 예천 사는 노총각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순박함과 진실함으로 무장한 정재영의 연기는 물론 능글맞으면서도 영화의 정점을 함께 책임지는 유준상의 연기가 돋보인다. 수애는 강약이 잘 배인 다양한 표정으로 관객들을 흡입한다. 함께 웃고 간혹 눈물을 찔끔거리다 극장 문을 나서면 짧은 순간이나마 반성문을 쓰게 만든다. ‘집으로…’와 ‘가족’을 만든 제작사 튜브픽쳐스의 지향점이 잘 드러난다. 김성수 감독의 조감독 출신인 황병국 감독은 첫 데뷔작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자칫 판에 박힌듯 교육적으로만 흘러 갈 수 있는 소재를 현실적인 코믹 코드를 섞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상업영화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참, 영화를 보면 “다 자빠뜨려!”란 말의 느낌이 달라질 것이다. 13일 개봉. 12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