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선택은 없어." 어른에게 전하는 위로 ‘힘내, 두더지야’ [지금, 이 그림책]

우리가 살아가며 늘 자신과 마주하는 질문이 있다. 어떻게 하지, 어떤 게 나을까, 뭐가 나을까. 길을 걷다가도 식당을 선택할 때도, 취업을 할 때도, 인생에서 큰 결정을 내릴 때도 무수히 많은 고민과 그에 따른 선택과 결과를 수용하며 살아간다. 어쩌면 삶은 선택과 그에 따른 길을 걸어가는 그 속에 펼쳐지는 지도 모른다. 이소영 작가의 ‘힘내, 두더지야’(글로연 刊)는 왠지 속상하고 힘 빠지는 시기를 지나는 이들에게 ‘우연’의 응원을 보내는 그림책이다. 주인공은 숲속 마을에서 아주 큰 당근을 키우길 바라는 두더지와 상담가인 사슴벌레다. 그 둘은 제각각의 일상에서 좌절을 맛본다. 두더지는 수확한 당근이 너무 작아 하나도 팔지 못해 힘이 빠져 그만 눈물을 흘리고, 사슴벌레는 상담에 만족하지 못한 친구들이 돌을 던져 턱이 부러진 채로 기운없이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서로 알지 못하지만 힘든 시기를 보내는 이 둘은 우연히 만나고, 사슴 벌레는 두더지의 당근 주스를 마시며 훌륭한 맛에 감탄한다. 늘 계획에 맞춰 일하는 두더지에게 사슴벌레는 나뭇가지를 돌려 우연의 결정으로 이어진 길을 걸어가고, 사슴벌레와 함께 걸으며 진정한 자신의 의지를 찾게 된다. 사슴벌레 역시 달라진 두더지를 보며 힘을 얻는다. “내가 선 길이 편한 길이든 어려운 길이든, 우리는 우리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선택하게 돼있지 않을까. 그래서 어떤 선택을 하든 나의 선택이고, 그 과정이 힘들지라도 결과는 결국 이로울거다. 힘내자!” 이야기는 프랑스에 머물다 귀국해 미래에 대한 불안과 여러 고민을 안고 있던 작가 스스로에게 건네는 말이기도 했다. 작가가 오랫동안 태어나고 자라온 서울 종로구 부암동은 그에겐 익숙했지만, 아이들은 처음 한국살이를 하는 곳이었다. “이길로 가면 뭐가 나오지? 저기로 뭐가 나올까?, 어디로 가야하지?” 아이들의 대화와 고민을 듣자 생각이 번뜩 들었다. 전화 인터뷰에서 이 작가는 “인간의 경로를 알고 있는 신이 있다면 ‘쟤는 저기로 가네’ 하며 재밌게 보고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며 “우리는 어느 길로 갈지 모르고 어떤 목적지에 따라 나올 결과를 두려워 하기도, 설레어 하기도 하는 데 이런 우연의 선택에서 종착지엔 어떤 길에 닿을지 운명의 장난같은 이야기를 녹여내고 싶었다”고 전했다. 현재 어려움을 겪는 사슴벌레와 두더지. 두 친구는 우연히 만나 새로운 길을 걷는다. 때론 어렵고 고난도 만나지만 결국 자기 안의 힘이나 에너지를 끝까지 끌어올리는 계기가 된다. 지금 자신만의 문제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는 어른이 있다면 뭉클한 감동과 함께 왠지 모를 힘을 얻게 한다. 강렬한 색을 사용하는 이 작가는 이번 신간엔 파랑을 상징 색채로 사용해 글과 그림을 더욱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크레파스와 색연필로 그림 그림을 모노프린트로 완성한 푸른 밤의 숲은 불안한 둘의 마음을 더욱 도드라지게 하고, 짜릿하게 떠나는 밤 산책은 더 설레게 느껴진다. 작가의 전작 ‘괜찮아, 나의 두꺼비야’(2022년 刊)에서 친구를 사랑하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던 두꺼비로 등장했던 ‘빨강이’를 다시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책은 그림과 글이 ‘따로’ 논다. 작가는 두 친구의 대화만 텍스트로 제시하고, 설명은 그림으로 표현하는 편집을 사용해 두더지와 사슴벌레가 산책하며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고, 생각과 마음을 꺼내놓는 과정을 드러냈다. 그 둘의 여정은 어렵고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그 누군가에게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 하다. “힘내, 괜찮아, 그건 최고의 선택이었고, 잘 될거야. 잘하고 있어.” 값 1만8천원.

줄어드는 인구는 전 세계의 미래…인구감소 미래 제시한 ‘축소되는 세계’ 外

‘세계 꼴찌’ 수준의 출산율을 벗어나기 위해 ‘1억’ 지원 등 파격적인 정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쉽지 않은 모양새다. 2022년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은 0.78명. OECD 평균 합계출산율인 1.59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재 출산율이 계속되면 100년 후엔 800만명 미만이 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며 나라의 존폐 위기마저 거론된다. 전세계적인 인구 감소 현상을 분석해 전망을 내놓은 책들을 모아봤다. ■ 축소되는 세계 (사이 刊)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던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의 ‘한 자녀 정책’ 등이 도입되며 인구 폭발을 걱정하던 시대를 지나, 인구 감소가 전 세계의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출신의 도시 계획 전문가인 저자 앨런 말라흐는 ‘위대한 성장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고 말한다. 여성의 교육 기회 증대, 피임 수단의 보급 등 도시화는 출생률 감소에 영향을 준다. 그렇기에 저자는 한 번 출산율이 급감한 나라는 정책으로 출산율을 회복하기 힘들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특히 한국과 일본이 ‘축소 국가’의 선두에 서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축소되는 인구는 경제도, 도시도 줄어들게 하고, 결국 이 세계를 점점 축소한다고 진단한다. ‘축소되는 파이’의 부스러기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 또한 치열해질 것이라고 예견한다. 결국 인구 감소가 또 다른 불평등의 시작이라고 경고한다. 책은 인구 감소 현상이 불러온 공간적 불평등, 경제적 쇠퇴 문제를 각국의 데이터로 보여주고, 승자와 패자 간 격차를 살펴본다. ■ 붕괴하는 세계와 인구학 (김앤김북스 刊) 21세기의 ‘노스트라다무스’로 불리는 저자 자이한이 출간한 그의 네 번째 책 ‘붕괴하는 세계와 인구학’에서는 “우리가 알던 세계의 종말이 올 것”이라는 충격적인 결말을 건넨다. 그의 첫 번째 책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에서는 트럼프의 미국을 예측했고, ‘셰일 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예측했다. 이 때문에 그의 책을 읽는 독자들은 ‘세계의 붕괴’라는 그의 예측을 흘려듣기 어렵다. 저자는 황금시대를 열었던 지정학과 인구학의 조합이 현재 정확히 반대로 작동하기 때문에 세계가 붕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2020년대부터 붕괴가 본격화한다고 강조하며, 탈산업화·탈문명으로 치달아 원자재·식량·연료가 부족해지면 강제로라도 가져올 역량이 안되는 동아시아와 한국이 가장 고통 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세계의 미래가 곧 한국의 미래”라고 한 저자는 한국이 인구 붕괴를 막고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을 제안한다.

국립민속박물관, ‘정미소 : 낟알에서 흰쌀까지’ 조사보고서 발간

국립민속박물관은 곡물을 도정하는 공간인 ‘정미소’를 통해 한국인의 생활문화를 살펴보는 ‘정미소 : 낟알에서 흰쌀까지’ 조사보고서를 발간했다고 21일 밝혔다. 조사보고서엔 우리나라 도정 방법의 변천, 정미소의 정착과 발전 그리고 도시화와 산업화 이후 쇠락하게 된 모습, 한국의 도정 문화와 곳곳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이번 조사보고서는 참여관찰과 심층면담으로 오늘날의 정미소 모습을 기록했다는 데 특징이 있다. 박물관은 2022~2023년에 걸쳐 현대식 설비로 개보수를 하지 않은 5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정미소 40여곳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또 선사시대엔 어떻게 도정을 했는지, 정미소가 2만5천곳이나 증가했던 전성기 시대엔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담아냈다. 이와 함께 도시의 즉석도정 쌀가게, 폐정미소 활용 사례를 통해 정미소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을지 미래상을 그려 정미소를 둘러싼 한국인의 생활상을 풍부하게 드러냈다. 국립민속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조사보고서는 정미소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소멸돼가는 생활상의 단면을 기록하고, 근현대 생활문화유산으로서 정미소의 역할과 문화사적 가치를 조망하고자 발간했다”며 “보고서가 그 시절의 기억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정미소를 접한 적 없는 세대에게는 과거를 경험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역사의 성역과 금기를 깨뜨린, 하워드 진 '서사를 바꿔라' [신간소개]

한 인간을 둘러싼 역사와 시대를 평가할 때 명과 암은 늘 존재한다. 한국 근현대사만 봐도 그렇다. 건국 이후 역대 한국 대통령을 평가할 때, 그들을 둘러싼 정치 사회적 이슈 등을 놓고 사회는 늘 혼란스러웠다. 그렇다면 역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영웅은 어떻게 평가하고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진짜 영웅은 누굴까.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진보적 사회운동가인 하워드 진은 ‘영웅 밖에서 희생된 이들’에게서 그 해답을 찾았다. 최근 출간된 ‘서사를 바꿔라(산처럼 刊)’는 하워드 진이 방송인 레이 수아레스와 진솔하게 나눈 마지막 인터뷰를 담았다. 시대를 읽어내는 담대한 통찰력과 명쾌한 해석, 새로운 관점으로 역사를 바라본 지식인의 치열하고도 진지한 기세가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장까지 쉴 틈 없이 이어진다. 서구 문명의 영광을 드러내는 신화나 전통의 영웅울 건드리는 건 금기 시 돼 왔다. 하지만 하워드 진은 그동안 서구 문명의 전통에서, 나라의 권력을 쥔 이들에게 성역으로 여겨 온 신화를 내내 복잡하게 따져든다. 첫 번째 인물은 콜럼버스다. 제국주의를 타파하고 대항해 시대의 영웅으로 불리는 콜럼버스는 뛰어난 항해 능력으로 대양을 건넌 특별한 성취를 이뤘다. 하지만 그가 대양을 건넌건 기독교를 전파하려 했거나 원주민들을 돌보려 했던 것이 아니다. 원주민들을 이용해서 금을 찾게 하고 이익이 될 만한 것들을 유럽에 가져가려 했다. 원주민들을 납치하고 팔과 다리를 잘라버리거나 죽이기도 했고 노예로 삼기도 했다. 미국의 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 역시 “사실은 전쟁광이었다”고 평가한다. “그렇다면 이젠 우린 어떻게 해야 하나. 루스벨트를 어떻게 정리해야 할 것인지 정리해야 한다. 또 설명대로라면 콜럼버스는 악당이다, 당장 광장의 콜럼버스 동상을 끌어내려야 하나, 기념일에서 제외시켜야 하냐.” 수아레스의 질문에 하워드 진은 이렇게 답한다. “중요한 건 그런 동상과 같은 것들이 아니다. 진실을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민중사’,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오만한 제국’ 등으로 미국에서 굳건히 신념처럼 여겨졌던 역사와 담론에 새로운 주장을 제시했던 하워드 진은 역사의 서사를 바꿀 영웅을 주목해야 한다고 한다. 또 기존의 위인들에게서 의도적으로 감췄던 부분 역시 드러내야 한다고 말한다. 백인에게 좌석을 양보하지 않는다고 체포됐던 흑인 인종차별 저항운동의 상징 로자 파크스가 그 영웅이다. 또 헬렌 켈러가 자신의 심대한 신체적 고통을 딛고 유명인사가 된 것 이 외에 적극적인 반전운동가 였다는 사실, 미국 문학의 영웅인 마크 트웨인이 19세기~20세기 초반 아메리카 반 제국주의연맹의 지도자였다는 사실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워드 진은 그간 일상에서 정의를 위해 맞서고 부르짖고, 영웅들에 의해 희생됐던 영웅들을 알려야 한다고도 밝혔다. 일상의 영웅들이 퍼져야 일반 시민들이 일상에서 맞서는 용기를 얻고, 자신 역시 변혁하며 그런 시민들이 모일 때 시대와 사회가 진보하기 때문이다. 하워드 진의 명료하고 막힘없는 대담과 탁 트인 역사적 전망이 콜럼버스에서부터 시작해 9·11 테러 등 전반적인 미국의 역사를 날카롭고 깊이 있게 꿰뚫는다. 그리고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역사적 진실을 집요하게 좇아갈 것을, 잊지 말 것을 강조한다. “기존의 역사에 등장하는 군사적으로 영웅시 되는 인물들, 대통령, 대법원 판사, 국회의원들을 중요시 여기는 걸 바꿔야 한다고 봅니다…권력의 상층부에 있는 인물들에 대한 역사만을 역사로 인식하는 태도입니다.…저는 민중들의 역사를 말하고자 하는 겁니다. 어찌 보면 기존의 언론과 역사가 중시화는 대통령이나 영웅들에 의해 미국 내에서 밖에서 희생되는 이들의 역사를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역사와 시대, 인물을 둘러싼 논쟁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한국에서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손쉽게 이해하는 알아차림과 감정돌봄…‘만화로 보는 감정돌봄’ [신간소개]

알아차림이란 말 그대로 우리 의식에 떠오르는 감정과 생각을 인식하는 기법이다. 일상 속에서 감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이더라도 직시할 수만 있다면 누구나 행복화 평화를 누릴 수 있다. 한국자각기반상담연구회장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김용수 평택대학교 대학원 상담학과 교수가 펴낸 ‘만화로 보는 감정돌봄’은 알아차림을 통한 감정돌봄 방법을 다루는 행복 가이드다. 이 책은 오랫동안 알아차림(자각) 방식을 상담과 교육에 적용해온 김 교수의 경험을 토대로 쓰였다. 마음이 불편할 때 알아차림을 통해 여유를 찾는다면 감정의 홍수에서 벗어나 보다 더 여유롭게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특히 일반인에게 알아차림을 활용한 감정 돌봄 방법을 손쉽게 이해시키고자 만화로 내용을 구성했다. 학업 스트레스, 구직 활동, 직장 등 주인공이 당면한 사례별 문제 상황을 해결해가는 모습을 다뤄 감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용수 교수는 “알아차리는 순간 찰나의 여유와 함께 찰나의 지혜를 갖는 효과가 있다”며 “감정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80여년 인생 속 감동, 교훈 담은 자서전…‘나의 인생길을 돌아보며’ [신간소개]

80여년의 인생 속 감동과 울림, 교훈을 담은 자서전 ‘나의 인생길을 돌아보며(인생산책 刊)’가 출간됐다. 한 가정의 평범한 아버지이자 남편으로 일생을 보낸 저자 강남순은 삶 속 특별했던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책에 눌러 담았다. 직장생활을 하며 유연함 속에 발휘했던 선구자적인 모습, 어려운 이웃에게 베풀었던 온정 등이 기록돼 있다. 저자 강남순은 “어질고 의로우며 예의를 지키고 지혜롭게 행동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살았다. 부족함 속에서도 그 철학을 되새기며 지내온 순간들을 기록했다”며 “훗날 자녀들이 어려움을 당했을 때, 혹은 가정교육을 할 때 자서전이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출간했다”고 말했다. 책에는 저자의 유년기와 학창시절, 직장생활에 대한 회고와 더불어 농촌생활로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담았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을 겪으면서도 만 18세에 중학교에 입학하는 등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던 것, 섬유회사 선경합섬에 재직하며 노동조합을 설립해 1대 위원장을 지냈던 시절 등을 떠올렸다. 특히 농촌생활을 하며 지역의 경로당을 준공하거나 개량보와 양수장을 설치하는 데 힘을 보태는 등 지역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도 담았다. 평범한 듯 보이지만 매순간 특별햇던 저자의 인생 기록을 통해 평범한 사람의 삶을 통한 깊은 울림과 잔잔한 감동이 느껴진다.

자연을 노래하는 작가 꼼은영의 ‘작은탐험’ [신간소개]

“쌔근쌔근 섬이 흔들려. 우리 같이 가볼까?” 수상하게 흔들리는 섬이 아이들은 궁금해 참을 수가 없다. 갈매기의 환호를 받으며 용감하게 노 저어 새로운 세계로 나아간다. 평범해 보이는 자연과 계절, 일상을 그림으로 표현한 ‘봄 여름 가을 겨울’(한림출판사 刊)을 2022년 출간한 꼼은영 작가가 신간 ‘작은탐험’을 펴냈다. 작가가 1인 출판사 ‘산책길’의 대표이자 작가로는 첫 선을 보인 책이다. 작가는 신간에서도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작가만의 방법으로 전한다. 주인공들이 탐험하는 세계를 가감없이 온 마음을 열고 눈빛을 반짝이는 아이들의 눈으로. 이들은 반려견 똘이와 노 저어 바다를 건너고, 서로 응원하며 비탈길을 오르고, 아슬아슬 협곡을 건너간다. 조약돌도 조심조심 쌓고, 사락사락 수풀 사이를 걷고 꽃밭에서 노래한다. 아이들의 탐험이 끝에 다다랐을 땐, 환희처럼 열리는 우주에는 또 다른 만남과 큰 사랑이 기다린다. 자연의 아름다움에서 사랑하는 누군가의 모습을 떠올리며 자연과 나의 관계, 가족애를 느낄 수 있다. 대자연의 자애로움 속에서 마음껏 뒹구는 아이들의 탐험을 지켜보다 보면 자연스레 대자연의 아름다움과 사랑이 마음에 가득 차는 듯하다. 책은 아름답고 따스한 색감, 독자가 이미지를 해석하고 의미를 상상하게 하는 그림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담아냈다. 책장의 마지막에 이르러 알 수 있는 ‘작은 탐험’의 뜻은 진한 여운을 남긴다. 아이와 어른이 각자 읽어도, 함께 읽어도 좋은 책이다.

한국의 대중문화는 어디로 향하나, ‘K컬처 트렌드 2024’ [신간소개]

한국의 핵심 대중문화 산업의 과거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다각도로 분석하는 책이 출간됐다. 지난 28일 컬처코드연구소와 경희대학교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가 공동 편저로 엮어낸 ‘K컬처 트렌드 2024’(미다스북스 刊)는 영화, 드라마, 예능, 웹툰 등 국내 주요 문화 산업 분야의 현황과 판세 및 산적한 문제 등을 살펴본다. 책을 들여다보면 영화, 드라마, 예능, 웹툰 등 총 네 개 분야에서 평론가, 기자, 교수, 작가 등이 함께 대중문화를 진단하고 예측하기 위해 모였다는 점이 단번에 느껴진다. 여러 필자들이 세분화된 소주제에 따라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구성이어서 그렇다. 영화 섹션에서는 정민아 성결대 교수(영화평론가), 김형석 영화저널리스트, 배동미 씨네21 기자, 백태현 경희대 교수가 팬데믹 이후 한국영화계의 위기와 기회를 말한다. 신세대 영화인들이 대거 출몰하면서 전통적인 창작 환경의 경계를 없애는 현상, 스튜디오 중심의 마케팅이 무너지고 흥행 공식이 깨진 영화 생태계, 영화관의 공간적 성격 변화, 로컬시네마의 위기 등이 논의 대상이다. 드라마와 예능 섹션에선 이현경 영화평론가, 김선영 TV평론가,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정명섭 작가가 사극, SF 등 장르 공식이 변모하는 방식, 웹툰 원작 드라마가 우후죽순 늘어난 현상, 한국형 시즌제 드라마 제작 환경 등에 관해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어 예능을 두고서도 기성 연예인과 인플루언서 등 출연진의 구성이 달라진 점, 레거시 미디어와 뉴미디어의 접목 현상을 짚어낸다. 웹툰에서는 김소원 경희대 교수, 고일권 웹툰작가, 조한기 만화평론가가 ‘검정 고무신’ 저작권 침해, 웹툰 원작 드라마 ‘무빙’의 대성공, 생성형 AI의 등장 등 주요 이슈가 난무했던 2023년을 거울 삼아 올해 만화와 웹툰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한다. 마지막으로 대중음악 부문에선 조일동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고윤화 숭실대 특임교수, 김영대 음악평론가가 모여 당연하게 여겨왔던 암묵적인 질서에 균열이 생긴 2023년을 돌아보고 대중음악의 미학적 가치, 장르 음악 시장의 세분화 등과 연결해본다. 특히 K팝 대한 정체성 문제가 재정립돼야 하는 시점이라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고독’ 속에 얻는 진정한 ‘성찰’…인생의 아름다움과 희망 밝히는 에세이 두 권

신년을 맞아 분주한 일상에서 멀어졌던 책을 다시 손에 잡을 기회가 왔다. 인생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희망이 차오르는 따뜻한 에세이를 모아봤다. ■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웅진지식하우스 刊) “세상을 살아갈 힘을 잃어버렸을 때 나는 내가 아는 가장 아름다운 곳에 숨기로 했다”. 이 책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10년간 경비원으로 근무했던 ‘패트릭 브링리’의 독특하면서도 지적인 회고를 담은 에세이다. 선망받는 직장에서 화려한 성공을 꿈꾸며 경력을 쌓아가던 저자는 어느 날 형의 죽음으로 사직을 한다. ‘무작정 어딘가에 계속 서 있고만 싶었다’는 저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가장 단순한 일을 하기로 결심하며 자신을 놓아둔다. 경비원이 된 저자는 매일 8시간씩 조용히 서서 경이로운 예술 작품을 지켜보는 ‘특권’을 누리며 삶과 죽음, 일상과 예술의 의미를 발견해나간다. 관람객의 천태만상, 저마다 사연을 지닌 동료 경비원들과의 연대, 걸작들과의 오롯한 교감은 읽는 재미를 더한다. 책은 2023년 출간된 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AP통신’ 등 주요 언론의 극찬을 받고, 40주 연속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상실감을 극복하고 세상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 과정을 그린 저자의 이야기가 뜻밖의 희망을 준다. ■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해냄 刊) 베스트셀러 작가 공지영이 3년 만에 산문집을 출간했다. 3년 전 번아웃에 시달린 작가는 심각한 회의에 빠져 서울을 떠나 하동 평사리에 정착했다. 고독 속에 스스로를 유폐하고 그것에서 점차 평화를 찾아가던 어느 날, 문득 순례에 나서기로 결심하며 예루살렘으로 떠났다. 이 책은 공지영 작가가 글쓰기의 위기를 맞은 시점에 중동 순례를 다녀와 선보인 책이다. 책은 저자의 대표 에세이 중 하나인 ‘수도원 기행 1, 2’의 계보를 잇는다. 예수의 탄생과 성장, 고난과 죽음, 부활의 역사가 고스란히 새겨진 곳에서 평온한 일상을 살면서 잊고 있던 것들을 깨닫는다. 작가의 자나온 삶에 대한 반성과 고독, 고통, 행복 등 보편적인 삶의 주제에 다다른다. 영적인 삶에 대한 솔직담백한 이야기들도 마주할 수 있다. 스스로의 고통과 어둠에서 회복한 작가의 진솔한 이야기가 매혹적인 문장으로 깊은 울림을 전한다.

부와 성공 이끌어내는 마음가짐의 비법 전한다…‘퓨처셀프’, ‘그레이트 마인드셋’

올해 남은 시간을 더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혹은 내년에 더 나아진 모습을 설계하기 위해 자기계발서가 인기를 끌고 있다. 미래에는 원하는 모습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 있길 기대하는 마음이 아닐까. 그 방법을 알려주며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두려움을 잠재울 책들을 모아봤다. ■ 퓨처 셀프 (상상스퀘어 刊) ‘미래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은 현재 더 나은 삶을 살게 한다. 저명한 조직심리학자인 벤저민 하디는 책을 통해 미래의 내가 어떤 모습일지 깊이 생각해보고, 지금 그 사람이 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상상한 미래의 자아가 현실에서 원동력이 돼 목표와 우선순위를 달라지게 하고, 그에 맞는 행동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미래의 내’가 현재로 시간 여행을 왔다면, 소파에 누워 휴대전화를 보느라 시간을 낭비하진 않을 것이니 말이다. 또 자극적이고 간편한 정크 푸드 대신 건강한 음식을 챙겨 먹을 것이다. 책은 크게 3개의 파트로 구성돼 있다. 파트1은 ‘미래의 나’를 위협하는 요인 7가지를 담았다. 파트2는 ‘미래의 나’에 대한 진실 7가지를, 파트3은 ‘미래의 내’가 되는 7단계를 세밀하게 제시한다. 각 단계마다 자신을 점검해보는 체크리스트와 워크지도 제공된다. 책은 ‘미래의 나’를 그려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행동하게 만드는 방법을 제시한다. ■ 그레이트 마인드셋 (포레스트북스 刊) 다운로드 5억회를 기록한 화제의 팟캐스트 ‘The School of Greatness’를 10년 넘게 진행해 온 루이스 하우즈가 세계 지성인의 인생 정수를 한 권의 책에 담아냈다. 저자는 레이 달리오, 팀 페리스, 멜 로빈스 등 팟캐스트에서 만난 1천여명 명사들과의 대화에서 깨달은 ‘위대함의 법칙’, 즉 이들이 실패·성공·타인의 시선 등 ‘세 가지 두려움’을 극복하고 인생 역전의 터닝포인트를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을 풀어낸다. 저자는 많은 이들이 가장 많이 반복하는 실수는 ‘어떻게’에 집착하다가 정작 ‘왜’를 놓칠 때라고 말한다. ‘빠르게 성공하고 싶다, 빠르게 회복하고 싶다, 단숨에 만회하고 싶다’는 생각에 쫓겨 수단만 추구하다가 목적을 놓쳐서 엉뚱한 곳에 에너지를 낭비한다는 것이다. ‘사명’을 제대로 설정하는 것이 왜 좋은 수단을 찾는 것보다 더 중요한지를 알기 쉽게 풀어냈다. 저자가 제시한 위대한 인물로 거듭나기 위한 방법 18개의 단계를 따라가다 보면, 나만의 위대함을 마주하는 순간이 다가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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