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관련 정책·재원 투입 결과 40년간 사고 사망율 감소세 지속
고의적 자해 막을 마음에도 안전벨트를
전문가 제언
“교통사고 사망률을 낮춰왔듯, 고의적 자해율(옛 자살률)도 반드시 낮출 수 있다.”
최근 40년간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인 교통사고 사망률, 그리고 그에 비해 증가세를 띤 고의적 자해율. 이에 대한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역별 특성에 맞춘 특화 정책 등을 통해 고의적 자해를 ‘정책적 우선순위’로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5일 안전치안점검회의에서 “우리나라 고의적 자해율이 높은데, 잘 살펴보면 예방 또는 감소할 여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발언한 만큼 향후 정책이 어떻게 달라질지 귀추가 모인다.
9일 황태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은 “교통사고 사망률이 점점 줄어든 것은 교통법규 정비, 교통안전시설물 보완 등 많은 정책과 재원이 투입된 결과”라고 내다봤다. 실제 국내 교통사고 사망률은 1991년 역대 최대(31명)를 기록한 이후 2023년 현재 4.9명까지 감소했는데, 정부는 약 40년에 걸쳐 다양한 정책과 예산 등을 통해 사망률 감축에 노력을 기울였다.
이를 두고 황 이사장은 “고의적 자해 관련 정책은 (교통사고 사고 관련 정책과는) 상황이 다르다”면서 “정부가 자살예방기본계획을 통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공조직이나 전문가 참여만으로는 해결하기 역부족인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가장 중요한 건 고의적 자해의 원인을 사회·경제·계층·정신건강 등 복합적으로 나눠야 하는 건데, 현재 사회적 제도는 이를 완벽하게 해내진 못하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는 보다 정교하고 다양한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이사장은 전국민 참여를 통한 ‘생명존중 문화운동의 확산’을 희망했다. 여기에는 민간기관의 참여 독려, 취약계층 지원 확대 등도 요구된다.
황태연 이사장은 “핀란드 등 해외 사례를 봤을 때 고의적 자해는 사회적 노력과 제도적 뒷받침을 통해 충분히 감소시킬 수 있다”며 “현장에서 보다 효과적인 정책 시행을 위해 인프라 확충 등 다방면의 지원이 필요하며, 재단 또한 실무자들을 적극 지원해 선제적 예방 정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중요하다는 의견은 꾸준히 제시됐다.
박소연 동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역시 “교통사고 사망률 감소는 교통체계 개선, 도로환경 개선, 교통안전 정책 연구 및 개발, 홍보 캠페인 등 정부의 다양한 정책 시행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고 판단한다”며 “반면 2023년 통계청 사망원인통계를 보면 사망의 외인 사망률은 고의적 자해가 27.3명으로 가장 높았는데 이는 고의적 자해 예방이 아직까지 정책적 후순위에 머물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지속 가능한 국가적 예산 배분 ▲전문 인력 양성 ▲공공인식 개선 캠페인 강화 등이 절실하다고도 설명했다.
이어 “일본은 2003년 고의적 자해율이 정점으로 급증하자 2006년 자살대책기본법을 제정하고 국가 차원의 종합대책을 추진했다. 범부처 공동 대응체계 구축, 생활영역별 위험군 조기 발굴 및 개입 체계화 등으로 실제 일본 내 고의적 자해율이 낮아졌다”며 “우리나라도 이러한 사례를 참고해 실효성 있는 정책을 우선순위로 세워 범정부적 예방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효과적 정책 수행’을 위해서도 인력과 예산 수반이 필수불가결하다는 데 공감이 모였다.
전준희 화성시 정신건강복지센터장은 “국내 고의적 자해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인 상황이지만 예산 등 실질적 투자와 큰 격차가 있다”며 “20여년 가까지 현장에서 이런 부분을 계속해서 이야기했지만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관련 정책이 조금씩 발전하고 있지만 연간 1만여명이 넘는 국민이 고의적 자해로 사망하는 상황에서 발전 속도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대한 인구당 설치 기준이 있는 것처럼 자살예방센터도 기준이 필요하며 예방센터 운영 방식도 부설이 아닌 독립된 센터로 운영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현재 직원 1명이 20~25명의 대상자를 관리하는 것도 인력 증원을 통해 관리대상을 줄여 효과적인 예방책 시행이 가능하도록 환경을 개선해야 하며 이를 위해 예산, 인력 등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전했다.
끝으로는 ‘지역 실정에 맞는 정책의 필요성’이다. 이은진 한국자살예방협회 대외협력위원장(수원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는 개개인의 상황에 맞는 정책이 수행돼야 효과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봤다.
이 위원장은 “고의적 자해는 사회적 관심과 노력으로 충분히 줄일 수 있는 문제”라며 “고의적 자해는 환경 요인에 따라 발생한다. 그로 인해 1인당 4억900만원의 사회경제적 비용이 초래되고, 시도로 인한 후유증이나 유족의 정신질환 등까지 고려하면 그 비용은 더 커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는 자살예방기본계획에 따라 실효성 있는 정책들을 추진하곤 있으나 미미한 예산으로 인해 정책 실행에 많은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며 “대통령 직속 고의적 자해 예방 조직을 신설하고 과감한 예산 투자가 선제돼야 자살예방기본계획에 따른 사망률 감소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이은진 위원장은 “고의적 자해는 실업률, 상대적 빈곤율 등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만큼 경제 악화로 인한 재정적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한 상황”이라며 “특히 지역별 고의적 자해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예방사업은 지역 내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조치이기 때문에 정부는 지역별 정책 추진을 위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기α팀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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