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 공장 건립 무산...영주시민의 힘 ″생명·환경 지켜내″ [한양경제]

"환경을 지킨 영주 시민들, 납 공장 저지 성공"
3년간 대책위 이끈 이희진 목사 암 투병 쓰러져
납 공장 철회 결정…시민 목소리가 바꾼 미래

이 기사는 종합경제매체 한양경제 기사입니다

 

유정근 영주시장 대행 겸 부시장이 9일 영주시청 강당에서 납공장 승인 불허 발표를 하고 있다. 영주납폐기물제련공장반대대책위원회
유정근 영주시장 대행 겸 부시장이 9일 영주시청 강당에서 납공장 승인 불허 발표를 하고 있다. 영주납폐기물제련공장반대대책위원회

 

경북 영주시에 유치 예정이던 납폐기물 제련공장 설립 승인이 불허 결정이 나면서, 지난 5월 대법원 판결 이후 2달 넘게 납공장 설립 반대를 외친 영주 시민들이 승리했다.

 

유정근 영주시장 대행 겸 부시장은 9일 오후 영주시청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발표문을 통해 “영주시는 시민 여러분의 우려와 바람, 안전한 미래를 위한 간절한 목소리를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고, 시민 여러분의 뜻을 엄중히 받아들여 지역의 건강과 환경권이 침해될 수 있는 어떤 위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납공장 설립 승인 요청을 불허한다”고 밝혔다.

 

납공장 설립을 반대해 온 영주납폐기물제련공장반대대책위원회(이하)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시민들도 납공장 승인 불허 결정을 자축하며 영주시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영주시민의 차에 붙어있는 '납 공장 NO!!' 스티커. 한양경제
영주시민의 차에 붙어있는 '납 공장 NO!!' 스티커. 한양경제

 

■ 시민들의 눈물어린 노력이 만들어낸 승리

이날 영주시의 불허 결정은 오로지 시민들이 만들어내 감동적인 승리다. 지난 5월 대법원이 납공장 업체인 ㈜바이원의 손을 들어주자 대책위는 그야말로 커다란 위기에 빠졌다.

 

승인 결정 시한까지는 채 100일이 남지 않은 짧은 시간 동안 시민들의 여론을 결집시킬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대책위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여론 형성에 나섰고, 시민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희망이 보였다.

 

대책위는 영주시에 위치한 대기업 노조들에게 손을 내밀었고, 노조들은 기꺼이 그 손을 잡아주었다. 그러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뀌었다.

 

영주역 광장에서 1000여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였고, 이내 숫자는 2000여명을 훌쩍 넘었다. 영주 뿐 아니라 대구·경북의 환경시민단체들도 달려와 주었다.

 

3차례의 대규모 집회를 통해 시민들의 뜻을 분명하게 밝혔다. 시민들의 목소리는 ‘납공장 불허’ 하나였다.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고 시민들 자발적으로 광장에 모여 외친 결과이다.

 

한편, 3년째 대책위를 이끌었던 이희진 영주 빛마을교회 목사가 지난달 암 투병 끝에 쓰러져 병상에 누워있다.

 

이날 승인 불허 발표 직후, 영주시민들은 잊지 않고 병상에 누워있는 이 목사의 쾌유를 빌었다.

 

또, 납공장 승인 불허를 주장하며 단식 농성 중 전날 병원으로 실려간 윤재현 내매교회 목사의 쾌유도 빌었다.

 

영주시 한 도로가에 걸린 납공장 반대 현수막. 한양경제
영주시 한 도로가에 걸린 납공장 반대 현수막. 한양경제

 

■ 영주 시민 조력자로 나선 사람들

영주시민들의 눈물겨운 납공장 반대 투쟁에는 든든한 조력자들이 있었다. 납공장 설립 초기부터 시민들의 법률 자문을 맡아준 하승수 변호사가 대표적이다.

 

하 변호사는 이날 승인 불허 소식에 “영주 시민분들이 스스로 이끌어 낸 값진 결과”라며 “저는 그저 시민의 편에 섰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납공장 업체가 어떻게 나오느냐가 관건”이라며 “향후에 또다시 소송이 제기되면 시민의 편에 서서 끝까지 자문하겠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지역구도 아니면서 자신의 지역구 일처럼 관심을 가지며 납공장 승인 반대를 응원했던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영주 시민들에게 축하 인사를 드린다”며 “앞으로도 영주 시민분들이 건강한 영주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김현민 SK스페셜티 노조위원장은 “당연한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시민들은 그저 납공장이 들어오는 것을 반대할 뿐이고 그 외에 일어날 일은 이제 지역 정치인들과 지자체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시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앞으로도 계속 관심 갖고 지켜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희진 목사와 함께 대책위를 꾸려온 이아셀 목사는 “일단은 너무 기쁘다”며 “어떻게 보면 일찍 이런 결과가 났어야 하는 일을 너무 길게 시간을 끌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납공장 업체가 다시 소송을 제기할 것 같다”며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긴장 놓지 않고 시민들과 함께 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영주시를 지역구로 둔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현장에서 발표를 지켜본 후 “납공장 업체가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최선이지만 아마도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시 긴 싸움이 이어질 것이지만 이번에 시민들이 뜻을 확실하게 알았기 때문에 끝까지 잘 챙겨 보겠다”고 말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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