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랑 하나 방치해 시화경기지방정원 망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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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상록구 본오동 경기지방공원 조성이 추진되는 장화운동장 인근 구거에 스티로폼 알갱이들이 곳곳에 뭉친 채 방치되고 있다. 경기일보DB

 

오는 25일, 의미 있는 사업이 시작된다. 경기도의 경기지방정원 조성 사업이다. 사업지는 옛 안산시화쓰레기매립지다. 안산 인근 8개 지역 쓰레기를 묻던 곳이다. 45만1천여㎡ 크기로 1988년부터 이용됐다. 1994년 역할을 다했지만 안산의 고민거리였다. 2016년 환경영향평가를 했다. 안정화 기준에 적합하다는 판단이 나왔다. 어렵게 시작하게 된 공원 조성 사업이다. 나무, 꽃도 심고 숲을 만든다고 한다. 시민이 찾고 쉬고 즐길 공원 만들기다.

 

그런데 주민을 걱정시키는 문제가 있다. 사업지 내 갈대습지 인근의 작은 도랑이 있다. 구거(溝渠)의 길이는 260m, 너비는 50m다. 상시적인 오염원으로 지목돼온 곳이다. 취재진이 찾았을 때도 스티로폼 조각 등이 버려져 있었다. ‘아름다운 정원’과 어울리지 못할 흉물이다. 그런데 이 도랑이 정비 사업에서 빠졌다고 한다. 전체 사업비에서 빠졌다는 것이다. 누가 봐도 거슬리는 오염원이다. 1천억원을 쓰면서 이곳만 뺐다는 게 도통 이해되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하천 복개(覆蓋) 얘기도 나온다. 덮개 구조물을 씌우는 방식이다. 겉으로 보이지 않게 감추자는 것이다. 안산시가 경기도에 제시한 요청이다. 하천을 그대로 둘 수 없으니 나온 의견 같다. 하지만 이 역시 해결책은 될 수 없다. 오염원을 덮어 두는 방식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불법 주차 공간으로 변질될 우려도 다분하다. ‘1천억원짜리 공원’에 어울리는 시설이 아니다. 주민들이 바라는 건 생태하천이다. ‘복개할 거면 철회하라’고 비난한다.

 

구거가 빠진 이유는 두 가지 정도다. 하나는 하천의 소유주가 국토부라는 점이다. 지방하천이 아니어서 어렵다고 한다. 이게 이유가 되나. 수십만평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충분히 협의했나. 그런데도 국토부가 막고 있나. 다른 하나는 사업 예산 규모다. 예산 지원 범위를 넘어선 규모라고 한다. 어떤 범위를 말하나. 예산 범위에 맞는 사업을 착안하면 되지 않나. 굳이 돈 들어가는 계획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결국은 ‘구거 정비’에 대한 경기도의 의지다.

 

착공이 임박했다. 사업에 대한 지역의 관심이 크다. 안산시와 시의회도 노력해 왔다. 이 시점에 필요한 목소리는 하나다. ‘구거 정비 포함’. 안산시, 안산시의회의 적극적 대처를 기대한다. 필요하다면 국토부도 찾아가야 한다. 직접 설명하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그래야 할 안산의 역사도 있지 않나. 90년대 말, 시화호는 죽음의 호수가 됐다. 그 오명을 안산시가 썼다. 설계부터 방류까지 모든 책임이 정부에 있었다. 해수부와 환경부, 그리고 건교부였다.

 

같은 시화에서 반복되면 안 될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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